<인생 사용법> 조르주 페렉

 언제부터 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한 뼘은 됨직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삐리릭~ 하고 필이 꽂혔다.

 하지만 선뜻 그 손길에 응답할 수가 없었다.

 너무 부담스러워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제목에 반해서 1권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허걱~~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그래서 만화로 봤다. 재미있다. 다시 집어 들었다. 그대로다. -_-

그래도 열심히 한권씩 사 모았다.

11권이 다 채워졌다.

하지만, 진도는 그대로다. -_-;;;

책꽂이 한 쪽 구석에서,

오늘도 나에게 손짓을 한다.

눈길을 돌린다.

 

며칠전 드디어 '인생 사용법'을 빌려왔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덥썩~ 집어 들었다.

그렇게 빌려 와서는 한쪽으로 밀쳐놨다.

그러다 24일 새벽녘 잠이 안 와서 몇장 들쳐봤다.

재미있다.

몇장 더 넘겨봤다. 술술 읽힌다. 계속 봤다. 이제 몇장 안 남았다. ^^

이상하다.

9층짜리 빌라에 살고 있는(그리고 살았었던) 사람들을 묘사한 것이 전부인데.....

놓기가 싫다.

나, '인생 사용법'에 반했다.

'도서에 관한 18문답'의 6번 문항 때문에 며칠을 고민했었는데(작성할 것도 아니었으면서 괜히) 이젠 말할 수 있다.

'인생 사용법'이라면 10년이라도 좋다. -_-;;;

이렇게 말하고 나니,

괜시리 '잃어버린 시간'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 조금만 기다려라. 너도 곧 읽어주마.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로밋 2004-12-2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사용법'.

너무 재미있다.

추천한다. -_-;;;

panda78 2004-12-2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화르륵.... 지르고 싶어집니다.. ;;


그로밋 2004-12-2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홍~ 지르세요 ^^ 판다님이 좋아할 만한 그림들이 많이 묘사되어 있답니다.
 

 녀석이 아프다.


 고통의 각을 세 개나 갖고 있는 녀석.


 그 녀석이 어제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았다.


 엄살이 심한 녀석이 소리한번 못지르고 두눈 질끈감고 토해내듯 말한다.


"선생님 아파요~"


녀석의 그 말에 할아버지도, 수녀님도, 나도 목이 메었다.


너무 가냘퍼서 덮고 있는 이불에 눌려버릴 것만 같은 녀석.


그래도 1년사이 키가 반뼘은 컸다고 대견스러워 하시는 할아버님.


비껴갈 수 없다면 좀 천천히 와주면 안되는걸까


녀석이 고통의 각의 뾰족함에 찔려서 너무 많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만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

                                                            --- 벨포 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 집, 저 집, 이 집의 유일한 남자인 안군(4살)의 별명은 원숭이다.
우리가 원숭이라고 부르면 "오호호호호" 원숭이 소리를 정말 실감나게 잘 낸다. 눈을 감고 들으면 원숭이가 옆에 있는 듯하다. 소리뿐만이 아니라 원숭이처럼 매달리고, 뛰어오르고, 구르고, 먹고, 하다못해 앉아 있는 자세도 원숭이 같다.
처음엔 재미 있어서, 또 한편으론 신기해서(여자 아이들은 한번도 저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다) 더 해보라고 시켰는데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져서 이젠 말리지도 못할 정도다.
얼마나 심한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앞 이빨이 부러져서 야메 이빨을 해 넣었고, 찢기고, 멍들고 온통 상처 투성이다. 그나마 어디 크게 부러지지 않은걸로 위안을 삼고 있다.
남자 아이라 그런건지, 안군만 유난스러운 건지. 나부대는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도서관에도 못 데려갈까.
근데 또 이게 여자들 속에서만 있어서 그런지 여우짓도 곧잘해서, '사랑해'라며 안기는 건 기본이고, 눈웃음도 잘치고, 울기도 잘한다. 그래도 깡다구는 엄청 쎄다.
우리로선 참 감당하기 힘든 녀석이다.
이렇듯 몸을 움직이는 것에만 관심 있는 녀석이라 책은 녀석의 손을 비껴간지 오래다.
가끔 다리 찢다 실증날 때, 칼싸움하다 지킬 때, 게임 실컷 했을 때 책을 읽어 달라고 가져오긴 하는데 그것도 잠깐. 재밌게 읽어줘도 금방 실증을 내고 칼 싸움 하자는 둥, 카드게임 하자는 둥 딴청을 부린다.
그런데 어제,
우리 집에 놀러 온 안군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며 중얼거렸다. 갑자기 뭔 짓인가 싶어서 언니에게 물어봤더니, 며칠 전 서점에 갔을 때 슬쩍 봤다는 거다. 그래서 "누가 똥 쌌어?"라고 물어 보니, "두더지가...."라면서 내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몇 권의 동화책을 가져와서는 제목을 읽고, 어떤 내용의 이야기인지 중얼중얼 얘길 한다.(물론 글자를 알아서 읽어내려간게 아니라 기억력의 소산이겠지만)
아니 이! 럴! 수! 가~
여태껏 몸만 놀릴 줄 아는 녀석이라고, 4살인데 글도 모른다고 얼마나 구박에 구박을 했던가~
녀석의 지적 배고픔은 모르고 꾸역꾸역 밥만 퍼 먹였으니.....
이 얼마나 무지한 엄마이고, 이모란 말인가~~~
그동안 안군 보다는 김양(3살)을 돌보느라 안군의 배 곯음을 몰랐구니. 흑흑~
안군!
이제 걱정말게.
지금부터 이 이모가 자네의 또다른 배를 채워주겠네.
자넨 소화 잘 시켜서 이쁜 똥 잘 누게나.

음.. 근데 나 또 오바해서 감당못할 정도로 안기는거 아닌가 몰라.
이거 참 적정선을 모르겠으니... -_-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와 셋째주에 샤갈전을 보러 갔다왔다. 그것도 최악의 멤버(친구, 4살된 그의 딸, 나, 그리고 3살인 조카)와.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을 조카가 너무 좋아해서 전시회도 무난히 소화할 줄 알았던 내가 착각이었다.

인체의 신비에 버금가는 관람객들 속에서 업어 줬음에도 불구하고 칭얼대는 조카의 등살에 그림을 본건지 달리기를 한건지도 모르게 전시실을 빠져나와야 했다.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제대로 관람 못한것이 분하기도 하고, 돈이 아깝기도 했던 나는 조카에게 따져 물었다.

"아니, 처음부터 안간다고 하던가, 미술관 가자고 하니까 좋아라 하고 따라나서더니 그림은 안보고 왜 칭얼대냐구~~~"

"후다닥"

"-_-;;"

이모는 화를 내든 말든 시립미술관 앞마당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조카.

에라~ 모르겠다.

관람은 어차피 물건너 갔고, 뛰는 김에 더 뛰게 만드는게 좋겠다 싶어, 시청 잔디광장으로 갔다.

시청현관문 앞에서 분수대까지 뒤로 안돌아보고 머리채를 휘날리며 뛰는 조카와 친구 딸래미를 보며,

그래 지적교양 어쩌구 저쩌구 할꺼없이 애들은 그저 몸으로 뒹글게 만드는게 최고라는 결론을 끌어내며 친구와 난 파아란 하늘을 향해 벌러덩 드러누웠다.

근데, 잔디광장은 대체 몇 미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