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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성찰할 것인가? ㅣ 위대한 시인들의 사랑과 꽃과 시 2
서동인 지음 / 주류성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동나무 천년 늙어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매화는 일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번을 이울어도 그 본질은 남아있고
버드나무 백 번을 꺾어도 또 세 가지가 난다. (-14-)
매화는 본래 옥빛을 띠는데
달빛 비치니 물빛 아닌가 싶네
눈 서리가 흰빛을 더욱 곱게 해
맑고 찬 기운 하얀 뼈에 시리다
매화를 대하고 내 영혼을 씻으니
오늘 밤 한 점의 찌꺼기도 없네. (-36-)
천리 밖의 어여쁜 나의 임
날마다 길이길이 사모한다네
매화를 꺾어도 부칠 길 없어
맑은 향기는 그저 내가 갖네. (-119-)
봄날의 일들은 다시 환각 소리에 쇠잔해지고
가지를 잡고서 몇 번을 서성이는지 몰라라
북쪽 가지에는 아직 향기가 남아 있어서
시 읊는 이에게 알리려 눈 씻고 바라본다네. (-165-)
모진 바람은 높은 산을 찢으려는 듯
다시금 대나무 숲에 불어닥치네
모질게 불어도 가벼이 흔들리지 말라.
차가운 겨울에도 견딘 늙은 대일세. (-186-)
복사꽃 오얏꽃 봄을 다투고 국화는 가을 기다린
서리 속의 황국화가 큰 근심을 풀어주네
고고한 국화가 봄바람에 핀다면
온갖 붉은 꽃이 모두 부끄러워하리! (-264-)
책을 읽으면서, 선비정신을 생각하게 되었다.책에는 금계 황준량을 소개하고 있었다.금계 황준량은 평해 황씨이며, 창원 황씨인 어머니 밑에서, 선비적인 안생을 살았다. 나라가 어지러을 때 선비는 앞서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선비가 추구한 절개와 기나긴 인내, 추위에서, 자신을 팔지 않겠다는 강한 기개심,이러한 것들이 우리를 매화 ,난초, 국화,대나무가 추구하였던 자연의 생존법을, 인생과 연결하고, 성찰과 겸손함,인고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매화에는 고결한 자태와 은은한 향이 있다. 추위에도 절개를 잃지 않으며, 뛰어난 인품을 가진 이들을 매화에 비긴 것이었다. 더럽고, 추운 세상 속에서도 ,꿋꿋한 마음으로,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그것이 선조가 매화를 사랑하였던 이유다. 그 시대에도, 세상은 지금처럼 어지러운 세상이었고,추위와 굶주림이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혼탁하고, 눈앞에 시체가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인격이 메마른 삶에서, 생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시절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견뎌내는지에 대해,매화가 추구하였던, 자연의 지혜는 ,어떤 유혹에서 자신의 몸을 가벼이하며, 세상의 추위에도, 꺾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 있다.인생에서 성찰이란 ,매화처럼 바름과 고고함을 추구하는데 있다. 자신의 은은한 향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 기다림과 인내 속에서,아름다운 인생은 피어나는 것이다. 끊임없는 성찰을 도모하면서,나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주고 있다. 외롭고, 불안하거나, 흔들리는 감정,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그릇된 판단과 나쁜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성찰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