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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슬픔
엄현주 지음 / 문이당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짜증과 피곤함이 담긴 엄마의 목소리에 질세라 나도 잔뜩 날을 세워 대답했다.
"이건 괜찮다고 했잖아? 집중력과 주의력을 높이는 거라면서?"
"그건 초등학교 얘기고.이제 그럴 시간이 어딨어? 얼마 안 있으면 기말고사 봐야 할 텐데."
"숨 쉴 틈도 안준다니깐.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 (-17-)
미리 공부하라는 게 속상한 것처럼 입을 내밀었지만 사실 나는 할아버지가 없는 외가가 싫었다. 집 안 구석구석 할아버지의 흔적들이 자꾸만 눈에 아프게 들어와 나를 슬픔과 그리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 나는 그런 감정들을 감당하기가 왠지 더욱 힘들었다. (-59-)
약국 앞을 지나면서 나는 안을 유심히 보았다. 약사 아저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진열대 앞을 오가며 손님들에게 약 봉투를 내밀고 있었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 울리던 그의 음성이 이제 약국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비통하게 딸의 이름을 불렀던 일조차 그는 잊은 듯 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살아가려면 저렇게 해야 하는 걸까?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겠지.(-128-)
나는 짧게 대꾸하고는 계속 공부에 전념했다. 내일부터 나흘간 계속되는 시험이 마치 치러야 할 ,나흘 간의 전쟁처럼 여겨졌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나는 한 손에 빵을 들고서도 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동안 시험 준비를 너무 허술하게 했다는 자책이 뒤늦게야 들어서 나는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93-)
소설 『온화한 슬픔』에서 느꼈던 주제는 안부, 결핍,부재에 대해서다. 이 세가지 요소가 주인공 이자, 열네살 소녀 인 채송화에게, 어떤 삶이 펼쳐지고,그 안에서, 공부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채송화의 모습에 연민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것에 매달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죄책감과 자책,그리고 슬픔에 있다. 키가 작은 송화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으며,태어나자마자 엄마와 함깨 살아가고 있다. 송화가 사는 집 건물 주인이자,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고 잇는 약국 아저씨가 송화에게 위로의 메시지이자,가상의 아버지 역할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대한민국 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를 압축하고 있다. 슬픔과 그리움이 어떤 형태로 나열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으며, 엄마가 송화에게 공부를 재촉하는 이유, 송화는 매순간 죄책감을 가지고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었으며,송화가 성장하는 과정에서,짜증을 내는 이유플 살펴 본다면, 엄마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아야 겠다는 강한 삶의 의지가 존재한다.
송화와 엄마 사이는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었다. 반에서 1등을 하고 잇는 송화의 모습 과 딸이 한의사가 되길 바라는 엄마의 욕구가 서로 충돌하고 있으며,기말고사,중간고사 날이 되면, 책을 놓지 않고 있는 송화의 필사적인 불안이 현존하고 있었다. 결국 이 소설은 온화한 슬픔이라는 제목을 달고 잇지만, 우리 사회에 학원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사교육비 지출 문제 뿐만 아니라,시험 문제 하나 틀려서, 10대 청소년의 자살하게 되는 현상황에 대해서 ,수능이 되면, 점수 1점 더 얻으려고, 교육부를 대상으로 고소 고발하게 되는 사회적인 현상,영어권 원어민조차도 풀수 없는 수능 영어 문제을 푸는 10대 청소년,이러한 왜곡된 교육에 대해서, 사회 문제를 같이 다루고 있어서,대한민국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