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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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둘러보라. 직원의 절반은 사실, 내성적인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는 인도의 간디는 청년시절 평범한 변호사였다. 어느 날 그는 마리츠버그 역에서 1등석 차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인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화차(火車)로 쫓겨났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되돌아가려 했지만 역무원으로부터 심한 구타와 욕설만 돌아왔다. 간디는 극심한 모욕감으로 가득한 그 날의 경험을 통해 홀연 각성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은 개인을 법률로 돕는 변호사가 아니라 인종차별로부터 인도 사람들을 구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혁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체 게바라 역시 평범한 의학도 시절이던 20대 초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7개월간의 라틴아메리카 여행 중에 추운밤 담요 한 장 없이 부둥켜안고 자는 칠레의 한 노동자 부부에게 하나뿐인 자신의 이불을 건네주면서 의사가 아닌 혁명가로서의 길을 선택했다.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도 마찬가지다. 대학시절 젊은 혈기에 데모에 참가했던 그는 긴급조치 9호에 의해 학교에서 제적되고 4개월 동안 교도소에 갇히게 되었다. 그 4개월이 박원순을 바꿔놓았다. 그는 출옥 후 고시에 합격하여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고 서울시장이 되었다. 세 혁명가의 공통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셋 모두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콰이어트>(리더스북)의 저자 수전 케인은 내성적인 사람들에 주목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내향성’을 들여다봤다. 아울러 그녀는 엘리너 루즈벨트(영부인), 앨 고어, 워런 버핏, 마하트마 간디, 로자 파크스 같은 중대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이며 그들의 내향성이 사회와 만나 어떤 중대한 효과와 성과를 냈는지를 알아냈다.

 

 

 

저자는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간디, 아인슈타인, 고흐, 그리고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이 위대한 통찰과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도 바로 내향성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내향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어린 시절 조용하고 소심한 책벌레 소녀였기 때문이다. 프린스턴과 하버드 법대를 우등생으로 졸업한 후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이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항상 궁금했다. ‘왜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왜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성격을 감추려 하는 걸까?’ 수년간의 연구와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 끝에 그녀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내향성이 얼마나 위대한 기질인지 스스로 증명해보기로 했다. 7년의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 바로 <콰이어트>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수다스러운 사람(외향적)은 더 똑똑하고, 잘생기고, 재미있고, 바람직한 친구로 평가된다. 잡담 능력과 좋은 아이디어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입심이 좋은 사람은 과묵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과묵한 사람(내향적)을 떠올리면 밋밋하고, 재미없고, 부족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생각은 중대한 실수라고 지적한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사상, 예술, 발명품 중 진화론과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개인용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조용하고 이지적인 사람들에게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없었다면 중력의 법칙, 상대성의 법칙, 쇼팽의 ‘녹턴’,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피터 팬,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찰리 브라운, 구글, 해리포터와 같은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은 기업에서도 빛난다. 저자는 찰스 슈왑, 빌 게이츠와 같이 성과가 좋은 CEO의 상당수가 내향적이라고 말했다. 경영의 구루 피터 드러커도 “내가 만난 효율적인 사람들(CEO)의 한 가지 유일한 공통점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외향적인 사람들을 칭송하고, 그가 가진 카리스마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고 그들을 추구한다. 물론 외향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향성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외향적 기질을 환영하게 된 것일까. 그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짧은데, 도시화가 진행되고 사회적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부터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는 수많은 타인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대중 속에서 한 개인은 옆에 있는 남들보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되어야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적극성은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점점 더 열정적이며 두려움을 모르는 에너지 넘치는 인간형들의 집합소가 되어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보다 보이는 것을 믿고 따르기가 더 편하니까.

 

한편 저자는 요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의 새로운 집단사고(집단지성)도 경계했다. 새로운 집단사고는 무엇보다 팀워크를 중시해서다. 즉 새로운 집단사고는 “혁신은 근본적으로 사회적이다”, “우리 중 누구도 전체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말들을 내세워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세 사람 중 한명 꼴로 이를 거부하고 ‘혼자 생각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내향적인 사람이 엄연히 존재한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열린 사무공간이 좋은 예다. 저자는 프라이버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열린 사무공간은 내향적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 결국 생산성을 깎아먹고 업무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심지어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도 열린 사무공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던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 ‘내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하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성적인 사람’을 변하라고 종용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제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협동 작업을 맹신하지 말라. 직장이나 학교 모두 협동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더욱 창조적이려면 더 많은 사생활과 자유, 자율성이 필요하다. 혼자 문제를 해결할 때 깊은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깊은 생각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독립된 나의 내면을 더 자주 들여다보는 고독의 끝에 깨달음이 있고, 그것은 통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내성적인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로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종종 드러내라는 것이다. 세상은 당신이 가진 그것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8월호 '북소믈리에'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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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 철학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간 이유
윌리엄 파워스 지음, 임현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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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내면의 깊이와 친해져야 할 때

 

도시의 끔찍한 교통 체증을 피해 워싱턴 근교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 윌리엄 파워스라고 하는 남자는 어느 날, 보트를 타다가 실수로 물에 빠지고 말았다. 휴대전화가 고장난 것을 확인 하는 순간, 앞으로 하루 이틀 동안 재앙을 맞았다는 좌절감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 누구도 지금의 나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휴대전화가 없는 혼자‘는, 진짜 혼자였다.

 

그는 이 고립의 순간을 경험한 후 자신의 ‘과도한 디지털 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굳이 열어서 읽어야 할 메일도 없고, 클릭하거나 댓글 달 일도 없어지자, 의외로 마음이 평온해짐을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 혁명으로 세상은 가까워졌지만 그 대신 우리 내면의 중요한 것,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크린을 통한 네트워크 가 촘촘해 질수록 우리의 일상은 정신없이 바빠졌다. 그로 인해 우리는 매우 중요한 것을 잃고 말았다 바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깊이’ 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사고와 감정의 깊이, 인간관계의 깊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깊이가 사라지고 있다 충만 하고 의미 있는 삶의 핵심인 깊이가 사라져 간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19 페이지)

 

 

혹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가? 열에 아홉 명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지켜보거나 두드리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스크린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림자와 빛이 겹쳐 흡사 좀비를 닮았다. 내 스마트폰 속에 들어 있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양한 유무선 기술의 애플리케이션들은 혼자 있는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대신 내게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갈 뿐, 정작 생각하지 않고 살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할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켠다. 혹 잠깐이라도 생각에 빠지면 ‘쓸데없이 멍~ 때린다’고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잠깐의 침묵에도 우리는 쉽게 외로워지고 불안해진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을 켠다.

 

 

 

 

저자는 <속도에서 깊이로>(21세기북스)를 통해 디지털 도구는 필요악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감정적 사회적, 정신적인 갈증을 해소하며 자신을 창조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인해 인류는 스크린에 사로잡혔고, 디지털 기술은 마치 정치나 종교적 믿음에서나 볼 수 있는 헌신적이고 충성도가 높은 마니아층을 양산해냈기 때문이다. 언제나 연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디지털 맥시멀리스트’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단지 새로운 도구가 아니라, 혁명적인 신념이고 삶의 목적이며 이 세상에서의 삶을 완벽하게 해주는 새로운 발견이자 삶의 해답이다.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에 유익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하이퍼컨넥티드Hyper Connected 된 삶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삶인가?’ 질문해 봐야 한다.

 

 

“경고! 정보의 시대에 지식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3분에 한 번씩 다른 활동을 한다. 이메일이나 전화가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일단 흐트러지면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데 대략 30분이 걸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시사평론가 고든 크로비츠가 칼럼에 쓴 내용이다. 한때 IT전도사였던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어느 날 독서 시간을 채 30분도 넘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책을 읽고 있어도 전혀 몰입을 할 수도 없었다. 예전의 독서 몰입도가 잠수부였다면, 지금은 서핑을 하는 서퍼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유를 각종 ‘스크린’ 때문이며,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라는 제목의 책에 고백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 모른다. 구글의 회장이자 최고 경영자인 에릭 슈미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2009년 봄 펜실베니아 대학 졸업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컴퓨터를 꺼라. 휴대전화도 꺼라. 그러면 주위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첫발을 떼는 손자, 손녀의 손을 잡아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순간은 없다.”

 

 

이 말은 진보를 반대하는 러다이트Luddite가 아니다. 현실에서 만나는 경험(스크린은 결코 제공하지 못하는)과 깊이 있는 생각을 강조한 말이다. 그렇다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파워스는 그 답을 과거에서 찾았다. 과거로 돌아가 일곱 철학자들, 플라톤, 세네카, 구텐베르크, 셰익스피어, 플랭클린, 소로, 맥루한의 통찰을 빌렸다. 디지털 시대의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과거에서 찾는다니 어불성설같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명쾌하다. 21세기에 디지털 혁명이 있듯 철학자들이 살았던 과거에도 인쇄술, 철도와 전보와 같은 혁명의 시기는 있었다는 것이다. 혼돈과 혼란의 혁명기에도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통제하며 위대한 사상들을 창조해낸 그들의 깊이 있는 생각을 추적한 것이다.

 

플라톤은 분주한 도시와 군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물리적 거리’를 두는데 노력했다. 하루 몇시간씩 일부러 멀어지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내가 찾아낸 멋진 아이디어들도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가 거의 안되는 KTX 속이었다. 세네카는 편지를 쓰면서 분주한 일상 속에서도 의식적으로 내적 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었다. 뜨개질, 요리, 자동차 엔진이나 자전거 손보기 등 손을 움직이는 일을 하며 몰입한다면 스마트폰과 자연히 멀어질 수 있다.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는 ‘책’이라는 내적 공간에 접속하는 도구를 만들어 자기성찰의 기회를 만들었고, 군중들의 내적 읽기를 가능하게 했다. 책을 읽어라. 마음껏 생각하고 상상하는데 책만한 것이 없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적을 수 있는 특별한 메모장이 있었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스스로 만든 ‘13가지 덕목’을 습관화하면서 하루를 분주하게 살면서 나름의 생활 질서를 만들어냈다. 소로는 월든 숲이라는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어 고독을 즐길 줄 알았고, 맥루한은 정보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관심을 둠으로/서 분주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저자는 생각이 탄생하는 곳은 ‘디스커넥토피아’라고 단언하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 모든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인터넷 안식일’을 제안한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해서 당장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끊고 소로처럼 월든 숲으로 들어가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수중에 스마트폰이 있고, 와이파이가 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껏 외부의 환경과 친했다면, 이제 우리의 내면과 친해질 시간, 내가 만든 고독을 만끽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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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찬별.노은아 옮김 / 비즈니스맵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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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의 빌리 빈 단장은 멀티플라이어였다!

 

 

 

오늘날 프로 스포츠는 ‘돈의 전쟁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금력이 든든한 구단은 최고의 몸값으로 우수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끌어 모아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며, 그런 성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반면에 가난한 구단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 그 선수의 늘어나는 몸값을 감당할 수 없을 뿐 더러 우수한 선수들을 풍부한 자금력으로 스카우트해 가는 바람에 남아있지 못한다. 운동장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스페인의 명문 프로축구 구두단 레알 마드리드의 그 유명한 ‘갈라티코(Galactico) 정책’이 대표적인데, 세계적인 스타들을 한데 모아 이른바 별로 가득 찬 은하銀河(갈라티코)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포르투갈이 낳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지난 2009년 9300만유로·(약 1632억원)을 받고 레알 마스페드리드로 이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지출한 연봉 총액은 4,000만 달러였다. 이에 비해 가장 부자 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그 3배인 1억 2,600만 달러를 썼다. 오늘날 스포츠에서 자본이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뉴욕 양키스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과연 가난한 구단의 팀은 부자 구단의 팀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2002년 만년 꼴찌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는 가난한 야구팀이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손꼽히는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빌리 빈이라는 천재 단장의 취임 이후에 골리앗과도 같은 부자 구단의 팀들을 물리치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리고 1906년 화이트삭스팀과 1947년 양키스팀이 세운 19연승의 기록을 깨고 아메리칸 리그 103년 역사상 최초로 20연승이라는 최초의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에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곧 팀의 뒤에는 메이저리그 천재 단장, ‘빌리 빈’이라는 인물이 있었고, 이 가난한 야구단의 성공 신화는 메이저리그가 오랫동안 믿어온 '돈은 곧 성적'이라는 신념을 멋지게 날려버린 일대 사건이었음을 주목했다. 그래서 쓴 책이 바로 《머니볼》이다(이 책은 동명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는데, 브래트 피트가 주연했다). 빌리 빈 단장은 한마디로 멀티플라이어(Multiplier) 리더였다.

 

<멀티플라이어>(한국경제신문)란 리더십 전문가 리즈 와이즈먼이 저술한 동명의 책에서 밝힌 용어로 상대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팀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리더를 뜻한다. 리즈 와이즈먼과 그렉 맥커운은 글로벌 기업 35개사의 150명 이상의 임원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멀티플라이어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리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멀티플라이어의 특성 5가지가 있음을 밝혔다.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멀티플라이어로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브 잡스로부터 애플의 바통을 이어받은 팀 쿡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베이의 CEO인 메그 휘트먼, 그리고 전설의 리더로 알려진 어니스트 섀클턴 등이 있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을 좌지우지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스카우터다. 하지만 빌리 빈은 너무나 많은 선수들이 스카우트들의 직감에 의해, 그리고 나이, 외모, 성격 등 야구실력 외의 소요들에 의해 평가절하 되어 왔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스카우터들을 디미니셔(Diminisher)라고 본 것이다. 디미니셔는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역량을 지니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 집단 지성을 만들어내고 확산시키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는 리더들로 멀티플라이어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그들은 사람들의 지성과 재능이 고정된 것이라서 결코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다.

 

 

 

 

 

 

당시 팀의 단장이었던 빌리 빈은 자신들의 재능과 직감(뛰어나다고 착각하고 있는)에 의존하는 스카우터에게 맡기지 않고 하버드대 출신의 경제학도 폴 디포디스타와 함께 직접 각 선수 사이에 존재하는 역량의 차이 등 모든 것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재검토했다. 스카우터들은 컴퓨터와 수학으로는 승리를 이끌 선수를 뽑을 수 없다며 빌리의 결정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빌리는 소수에게 의견을 내맡기지 않고 가장 객관적인 선수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리고 그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어떤 사람이 팀의 능력과 역량을 극대화시키는가?”를 줄곧 고민했다.

 

멀티 플라이어는 특히 오늘날과 같은 불황에 더욱 빛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로 경제상황은 좋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지금, 인력공급을 위해 투자를 더 하거나, 기존의 직원을 더 높은 임금의 ‘더 나은’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바꾸는 ‘덧셈의 논리’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멀티플라이어는 ‘곱셈의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다시 말해 멀티플라이어는 새로운 자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투입한 만큼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사람들의 능력을 효율적으로 끌어내 급성장을 달성한다.

 

빌리 빈이 ‘머니볼’ 이론을 채택한 이유도 구단의 열악한 재정 상황 때문이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가난한 구단으로, 천문학적으로 오른 선수들의 몸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빌리 빈은 이를 탓하지 않고 다른 팀이 주목하지 않는 저평가 된 선수를 저렴한 비용으로 데려오는 방법을 채택했다. 대신 선수의 평가 방법을 달리 했다. 기존의 선수 평가에서는 타율이나 홈런, 도루 등을 중요하게 여겼다면, 그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출루율과 장타율 등에 주목했다.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은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저평가된 가치를 찾아냈다. 그리하여 낮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효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빌리 빈 단장이 이끈 애틀란타 에슬레틱스가 보여준 야구는 비과학적인 문화가 과학적 방식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관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현대 경영에 있어서 잘못된 자본주의의 가치와 기준을 통쾌하게 날려 버렸다. 빌리 빈은 ‘가난하기 때문에 꼴찌인 것은 당연하다’는 세상의 편견을 멀티플라이어적인 시각으로 다르게 생각했다(think different). 스태프의 역량을 최고로 이끌어낸 곱셈의 승부사, 빌리 빈. 그가 원한 것은 우승트로피가 아니라 가난한 팀이 우승하면서 일으킨 변화,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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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릭 - 아마존닷컴 창립자 제프 베조스의 4가지 비밀
리처드 L. 브랜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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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프 베조스의 사업철학 No1, 고객을 제일 먼저 생각하라! 

 

 

“최대 경쟁사보다 아홉 배 더 성장하고 싶다면 10퍼센트만 더 잘하면 됩니다.” 인터넷서점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을 무렵, 베조스는 아마존 고객들 대다수가 광고 때문이 아니라 긍정적인 입소문 때문에 아마존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28 페이지 

 

책 <원 클릭>이 출간되자마자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많은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이유는 베조스와 아마존을 본격적으로 다룬 국내 서적도 드물다는 점, 그리고 관련 국내 기사 역시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 다른 유명 IT CEO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전자상거래의 대부격인 그가 ‘은둔의 경영자’로 남았으니 주목할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런 실정에서 미국 테크놀로지 분야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L. 브랜트가 쓴 이 책은 반갑다. 게다가 제프 베조스의 성공스토리를 대필작가가 되어 자화자찬격으로 써 준것이 아니라 그의 출생 비밀부터 성장, 아마존 창업, 비즈니스 확장에 이르기까지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의 모든 것을 잘 담고 있어서 더욱 반갑다. 특히 저자는 구글이 낯설었을 때 독자들에게 구글 웨이(Inside Larry and Sergey’s Brain) 를 펴내 호기심을 풀어줬던 고마운 작가가 아니던가.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특히 차세대 책으로 알려진 e-book 비즈니스를 구글과 함께 가장 역동성 있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이 아마존이고 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나는 더욱 흥미로웠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자상거래에 일밥(?)을 먹고 있는 사람이라면, 원클릭은 필독서가 되시겠다. 참고로 이 책의 제목은 1997년 아마존이 도입한 독립적인 결재시스템의 이름이다. ‘원클릭 시스템’은 주문에서 결재, 배송까지 한 번의 클릭으로 모두 완성된다는 아마존만의 특허 받은 결재방식인데, 지금이야 당연시 되지만 15년 전인 그 당시만 하더라도 가히 획기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온라인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은 책이었다 

 

"베조스는 단지 인터넷 세계의 성장이라는 트렌드가 ‘그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고,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청소년기에 독서광이었던 점에서도 알 수 있듯 베조스가 책을 퍽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단순히 책을 좋아해서 세계 최대의 서점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지닌 사업적 능력과 기술 분야의 재능을 활용하여 멋지게 성공하는 회사를 세우고 싶었다. 인터넷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판매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 베조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는 일단 한 가지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 그리고 해당 시장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그것을 인터넷의 니즈 및 능력과 조화시키는 것이 최선의 접근법이라는 점도 인식했다. 하나의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다른 시장들도 차츰 이해하게 될 터였다. 문제는 ‘어떤 상품을 팔 것인가’였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베조스는 몇 가지 기회들을 분석하기 위해 ‘거래 흐름 차트’를 작성했다. 고려 대상이 되는 20가지 상품의 목록도 만들었다.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인터넷상에서 빠른 시간 내에 자리를 잡는 데 유리할까? 그는 말했다. “나는 오로지 온라인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모방할 수 없기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말입니다.” 결국 그가 찾은 답은 ‘책’이었다. " 74~75 페이지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인터넷을 알게 된 시점은 1994년이었다.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딩 시스템 개발자인 데이비드 쇼라는 사람이 베조스에게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주목하라.”는 한 마디의 조언을 듣고 그 때부터 인터넷을 살펴보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키포인트는 ‘성공하는 사람은 그 어떤 정보라도 귓등으로 흘려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즈니스에 성공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나도 한 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것’들이 꽤 있다. 성공한 사람과 나의 차이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켰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얼마 안가서 매년 인터넷 사용자가 2,300%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에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말이 매년 2300%지 이것은 거의 세균 감염과 같이 기하급수적인 폭발적 증가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이후 베조스는 인터넷 이용률 증가라는 트렌드의 물살을 타고 멋진 사업을 창출할 방법을 고민해다. 그래서 만든 것이 거래 흐름차트인데 상품의 친근성, 커다란 시장 규모, 경쟁, 재고 확보, 판매 데이터베이스 구축, 할인 기회, 배송 비용, 온라인의 잠재력 등을 키워드로 20여 가지 고려 대상들을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종이책이 전자상거래라는 분야에 함께 뛰어들기에 최적의 파트너라는 결과를 내고는 자신도 깜짝 놀란다.  

 

이제 책으로 전자 상거래를 하는 사업 비즈니스는 섰는데, 문제는 그가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두둑한 보너스까지 있는 안정된 고연봉의 일자리를 다니고 있는 그는 직장과 창업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두 번째 포인트다.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떨까? 100명 중 한 두 명이 전자 상거래를 선택할 것이다. 이들의 선택은 흔한 말로 ‘미친 짓’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를 선택한 한두 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수천수만의 전자상거래 창업자들 가운데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제프 베조스처럼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그래서 그들의 성공이 아무나 할 것이 아니며, 그들이 성공에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닐까.  

 

알토란 같은 직장을 버리고 달랑 비전만 보이는 전자 상거래를 선택할 때, 그는 ‘후회 최소화 프레임 워크’라는 툴tool을 활용한다. 나중에 그는 그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먼 훗날 나이가 들어 살아온 인생을 뒤돌아볼 때 어떤 결정을 가장 후회하게 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후 제프 베조스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내가 80세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 봤다. 그때 삶을 뒤돌아보면서 1994년 월스트리트에서 받던 보너스를 포기한 일을 후회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 일이 기억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세계, 내 마음속 열정이 향하는 그 세계에 뛰어들지 않은 것은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설령 뛰어들었다가 실패한다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의 이러한 결정으로 결국 아마존을 창업하였다. 당신은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때 제프 베조스의 ‘후회 최소화 프레임’을 활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아마존의 e-book 킨들의 탄생배경! 

 

"지구상 최대 서점의 CEO 베조스는 책이 “500년 동안 존재해온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변화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오래된 종이책 특유의 퀴퀴한 냄새, 종이의 빳빳한 촉감, 책이 전해주는 옛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베조스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기꺼이 종이책을 재활용품 통에 던져 넣고 새로운 기술을 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말한다. “종이책을 읽으면 별로 편하지 않아서 짜증이 난다. 책을 읽다 보면…늘 중요한 순간에 책이 맥없이 넘어져 덮어져버리기 일쑤다.”

베조스는 킨들이 더 바람직한 책 형태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도 많다. 킨들을 만들 때도 그는 처음 온라인 서점을 시작할 때 취했던 것과 같은 전략을 택했다. 즉 단순히 물리적 종이책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하고 남다른 제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종이책을 넘어서는 종이책을 만들수는 없다. 따라서 종이책으로는 불가능한 무언가를 창출해야 한다. 즉시 사전검새기 기능, 글꼴 변경, 60초 안에 콘텐츠 무선 다운로드 같은 것 말이다. 종이책보다 더 뛰어난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 187쪽

 

 

이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본문 즉, e-book의 미래가 궁금해서일 것이다. 예전에 아이 

패드를 가지고 수업을 대신하는 학교가 등장했는데, 결국 실패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자교과서가 종이 교과서를 대체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생을 다할 때 까지 종이책으로 책을 읽으려고 한다. 내가 처음으로 책을 만난 것이 종이책이었고, 집에서는 물론 외출할 때도 제 가방에도 두어 권이 책이 있는데 이들이 종이책이다. 아무리 무겁다고 하더라도 나는 종이책으로 읽을 작정이다. 그런 점에서 제프 베조스가 킨들로 전자책 사업을 하는 점에 대해서는 저는 불편한 시각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존의 창업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을 배달하는 것이 종이책보다 유리한 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본문처럼 “종이책을 읽으면 별로 편하지 않아서 짜증이 난다. 책을 읽다 보면…늘 중요한 순간에 책이 맥없이 넘어져 덮어져버리기 일쑤다.”라고 말한 것은 아주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차라리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책인 경우 사람들은 물리적 책을 원할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료 참고 목적으로 책의 일부 내용만 필요한 경우도 있는 법입니다.”라고 말한 부분은 인정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웹의 도움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종이책이 배송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바로 책 내용을 읽어보기 위해 2달러를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아진다면 오히려 종이책이 더 번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우려가 되는 것은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의 물량공세다. 본문을 살펴보면 아마존이 킨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법이 준비되고 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하드웨어를 공짜로 주면 그것이 아까워서라도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을테고, 그래서 익숙해지면 점유율도 높아질 것이 당연하기에 짐짓 우려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아니다. 형태가 어떤 것이든 책은 책일테니까.

 

 

마지막으로 제프 베조스의 사업철학을 살펴보자.

 

베조스는 블루 오리진과 관련해서도 아마존과 똑같은 사업철학을 견지한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물론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우주를 관람할 고객들을 위해 편안하고 안전하며 흥미진진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때까지 끊임없이 창조하고 또 창조하는 것이다. 베조스는 자신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확고하게 믿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 속에서 그는 말한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A나 B 둘 중에 하나의 방법을 택한다'는 접근법을 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양쪽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려 애씁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장기적인 시각이다. 블루 오리진은 수십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젝트에 비하면 아마존 주가가 고공비행을 하는 동안 손실을 보며 회사를 운영하는 일은 조족지혈이었던 셈이다. 주가가 하락하자 베조스는 한 걸음 물러나서 '빠르게 몸집 키우기' 전략을 수정하여 수익 창출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전략 수정을 가한 것도 결국엔 아마존의 먼 미래를 위해서였다. 그는 언제나 멀리 놓여 있는 보상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네 번째는 '언제나 처음처럼'이라는 마인드다. 그의 앞에는 부딪혀야 할 새로운 도전들, 파고들어야 할 새로운 아이디어들, 그리고 시도해 봐야 할 새로운 방향이 항상 생겨나기 마련이다. 모든 위대한 기업가들의 경우가 그렇듯이 그는 자신의 일을 결코 평범하거나 따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또 자신의 회사를 다 만들어진 완제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255~256 페이지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큰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이 책을 통해 전자상거래의 오늘과 미래를 한 눈에 보실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일독을 권한다. 아울러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경영하는 방법을 통해서도 그만이 가진 경영관과 통찰력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스티브 잡스에 버금가는 인물로 제프 베조스를 꼽았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브랜드 역시 이 책에서 여러 각도에서 스티브 잡스와 비교를 했는데, 그 부분을 살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내린 제프 베조스에 대한 결론은 ‘잡스보다 더 과학적이고, 덜 인문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잡스보다 매력이 덜하다는 뜻이다. 당신은 어떻게 느꼈는가?

 

 

본 이미지는 팍스 TV(7월 12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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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 스토리 - 착한 아이디어가 이루어낸 특별한 성공 이야기
블레이크 마이코스키 지음, 노진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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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덩어리 자본주의에 칼을 댄 기업, 탐스TOMS

 

2006년 인터넷으로 중고생들에게 운전을 가르치는 온라인 프로그램 사업을 하던 29세의 젊은이가 휴가를 내고 아르헨티나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신발을 나눠주고 있는 자원봉사자를 우연히, 아니 운명적으로 만났다. 아르헨티나같이 비교적 잘사는 나라에서도 신발을 못 신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청년에게 충격이었다. 특히 저개발국의 주요 전염병은 맨발로 걷다가 생기는 물집과 상처가 흙 속 기생충에 의해 감염되거나 코끼리 발처럼 거대하게 기형화되는 상피병에 걸린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이었다. 신발은 아이들에게 패션이 아닌 질병을 예방하는 필수품이자 구호품인 셈이었다.

 

그는 신발을 받고 너무나 행복해 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도 이런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10년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해온 청년은 단순히 자원봉사자가 아닌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기고 싶었다. 고민을 거듭하자 아이디어가 속속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아이들에게 신발을 제공할 수 있는 영리목적의 사업을 시작하면 어떨까? 착한 사람들의 기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꾸준한 신발 공급이 보장되는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게 어떨까? 다시 말해, 기부가 아니라 사업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19 페이지) 

 

그리고 청년은 자신의 발을 쳐다보았다. 그의 발에는 아르헨티나에서 국민적인 신발이라 불리는 부드러운 캔버스 천으로 만든 알파르가타 신발이 신겨있었다. “그래, 이거다.” 청년은 유레카를 외쳤다. 청년은 '기부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신발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One for one, 즉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한 켤레를 기부하는 시스템을 생각해 냈다. 청년은 미국으로 바로 돌아가 신발회사를 차렸다. 회사이름은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뜻을 가진 '탐스슈즈TOMS Shoes'였다.

 

 

 

 

<탐스 스토리>(세종서적)는 탐스슈즈의 창업자이자 암덩어리로 가득 찬 자본주의에 ‘착한 시선’이라는 메스를 댄 외과의사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탐스 슈즈를 만들게 된 사연과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이 책은 ‘START SOMETHING THAT MATTERS(의미있는 일로 시작하라)'라는 원제목이 말해주듯 착하고 작은 아이디어가 이루어낸 특별한 성공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탐스는 자본주의의 변덕스러운 순간을 잘 이용해 성공을 거둔, 새로운 사업 유형의 일례일 뿐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 혹은 심지어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몇 년 전만 해도 탐스는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요동치는 현대사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기회를 잡기 쉽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새로운 법칙을 따라야 한다. 누군가 이미 시도하여 검증된 방식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36 페이지) 

 

기발한 아이디어였던 만큼 탐스 슈즈의 성공에 이르는 과정은 시작부터 승승장구였다. 그래서 자칫 50여 페이지 남짓으로 끝나버렸을 이 책을 저자는 ’탐스 슈즈 이후 일어난 변화‘로 채웠다. 다시 말해 탐스 슈즈와 같이 자선활동을 통해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그 기업들의 성공스토리를 읽다가 보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든, 창업을 하든 간에 소비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차별화‘를 배우게 된다. 저자가 알려주는 여섯 가지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당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라

2. 두려움을 직면하라

3. 돈이 없을지라도 수완을 발휘하라

4. 매사를 단순하게 하라

5. 신뢰 쌓기

6. 기부는 좋은 사업이다

 

 

소비자로 하여금 '소비는 곧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작은 감동을 심어줌으로써 '기부하는 회사'로 잘 알려진 기업, 탐스슈즈는 세계적으로는 2008년부터 유명해진 브랜드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0년 가장 힛트한 브랜드였다. 탐스슈즈는 의식 있는 유명 연예인이나 지식인들이 신고 주위에 할리면서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은 아이템이다. 국내에서는 거의 십만 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유명 디자인은 재고가 없어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고, 뒤질세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 디자인을 카피한 복제품들이 인기상품이 될 만큼 많은 젊은이들이 애용했다.

 

 

 

 

이러한 '탐스슈즈 신드롬' 속에는 세 가지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탐스슈즈는 기부문화의 진화를 보여준다. 옛날의 자선사업은 부자들이 재산을 모으면서 발생했던 부작용에 대한 면책수단이었다(국내에서는 기부나 자선사업을 면세를 위한 수단으로 애용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젊은 부자들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기부한 돈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어떤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기업가나 사업가들은 돈을 벌어들인 것처럼 자선사업 역시 수혜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직접 동참한 것이다.

 

두 번째로 탐스슈즈는 자선사업가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만 하더라도 자선사업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자선을 베풀어야 할 사람은 부자로 국한되었다. 부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재단을 만들거나 대학과 도서관 등을 지어 베풀듯 자선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선 사업을 하고 기부를 할 수 있다. 기부란 '쓰고도 넘칠 만큼 돈이 많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록 적지만 지금 현재의 수입에서 십시일반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부라는 생각이 보편화된 것이다. 탐스슈즈를 만들어낸 창업자의 생각을 비롯해, 조금은 비싼 가격이지만 탐스슈즈를 기꺼이 구입하는 '깨어 있는 소비자'들의 생각이 이런 '진정한 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 탐스슈즈는 기업이 미래를 대비해 나아가야 할 바를 알려준다. 개방, 참여, 공유를 모토로 하는 웹 2.0의 정신과, 책 <바이럴 루프>에서 미래 경제를 이끌어 갈 3원칙으로 손꼽은 프로슈밍prosuming과 롱테일long-tail, 바이럴viral은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스마트한 사람들을 통해 '정말 좋은 것은 빠른 시간에 널리 퍼지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것도 광고나 마케팅 비용 한 푼 들지 않고 말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나 불쾌하고 나쁜 경험은 남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 덕분이다. 소비자의 이러한 칭찬과 불평은 21세기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동력이 된다.

 

요컨대 앞으로 기업들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뜻(기업이념)을 가지고 잘 만들어야(가치있는 제품과 서비스)' 할 것이다. 탐스 슈즈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탐스 슈즈를 신어본 독자라면 잘 알 것이다. 유명한 이 신발은 그렇게 훌륭한 디자인도 아니며,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지 좋은 뜻을 지니고 안전하고 좋은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이 소비자의 지갑을 자연스럽게 열게 한다. 저자는 최근 탐스 슈즈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실명을 예방하고, 시력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탐스 안경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선글라스와 안경을 하나씩 팔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병원 치료나 수술, 혹은 안경을 맞춰주어 시력을 되찾게 하고 있다. 멋지지 않은가?

 

저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평생 돈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무엇을 하면서 살겠는가? 어떤 종류의 일을 하고 싶은가? 어떤 대의를 위해 살고 싶은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답했다면, 당신이 꿈꾸던 열망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이제 당신의 스토리로 당신의 프로젝트를 만들 차례다.

 

 

글출처 : http://blog.daum.net/tobfreeman/7164783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24호)'에 기고된 칼럼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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