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觸, 진화하는 욕구를 감지하는 감각적인 전략
이병주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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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촉觸, 기업들이 인문학을 배우는 이유 

 

 

장마가 오는 것을 개미들이 먼저 알고 이사를 하고 무너질 위험이 있는 건물에서는 쥐들이 먼저 짐을 싼다. 2008년 중국 스촨(四川 성에 강도 7.8의 지진이 일어나기 사흘 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이동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두꺼비의 이동을 피난으로 보지 못했다. 미물에게도 있는 촉(觸)이, 사람에게는 없다.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내는 ‘남편의 바람‘을 감지하는 촉이 있다. 두주불사 김대리는 술 마실 꺼리를 절대 놓치지 않고, 한 시간 반 거리를 통근하는 여사원 향란씨는 지하철에서 곧 빈자리가 될 곳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영역을 뛰어넘어 몸으로 느껴 직감한다는 뜻촉觸은 기업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날은 물건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시장이 이미 포화되어 팔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과 기술수준을 높이는 것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모든 것을 이미 가진 소비자에게 수요를 부추기는 방법은 ’새로운 욕망‘을 일으키는 방법 밖에 없다. 더도 덜도 말고 ’잡스의 애플 제품들‘ 만큼만 만들면 된다. <촉 - 진화하는 욕구를 감지하는 감각적인 전략>(리더스북)의 저자 이병규는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 효율화와 과학경영 등 20세기의 경영방식을 넘어 촉을 활용할 줄 아는 기업이 살아남는다고 보았다.

 

 

 

 

 

 

“파괴소비시대에는 소비자들의 진화하는 욕구, 다양한 욕망을 정확히 감지하는 기업이 승리하게 될 것이다. 미세한 변화나 아주 작은 움직임이 커다란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음을 동물적으로 느끼는 기업, 지금 유행이 갑자기 새로운 것으로 뒤바뀔 조짐을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기업이 파괴소비시대를 지배할 것이다. 이른바 ‘촉’을 가진 기업이다.” 08~09 페이지

 

 

촉을 가진 기업이 승리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오늘날이 ‘파괴소비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포스트모너니즘의 문화이론가 장 보드리야리는 ‘자원은 적은데 사람의 욕구는 무한하므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한다’는 갤브레이스의 주장을 발전시켜 ‘소비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건이 필요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건들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 (파괴를 통해서) 물건이 빠르게 소모될 때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된다‘고 정의했다.

 

기업이 물건을 계속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괴하고 새로운 물건을 사도록 해야 한다는 이 주장은 정확하게 오늘날을 반영한다. 저자는 기업의 촉은 소비자의 진화하는 욕구를 몸으로 감지해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이고, 파괴소비시대의 특징적 키워드로 감성(욕망), 재미, 다양성, 예측불가능성을 꼽았다. 

 

애플의 제품들은 재미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소니가 최고 기업이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은 소니의 워크맨을 가지고 다니며 음악을 들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대세는 ‘기술의 삼성‘에게로 넘어왔다. 하지만 몇 년 되지 않아 새로운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소유하고 있는 제품을 버리도록 만들어야 하는 파괴소비시대가 도래했고, 애플이 삼성을 제치고 업계를 장악했다.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아이튠즈라는 뮤직 플랫폼을 더해 전자제품의 개념을 바꿔 놀이기구(재미)로 만들었다. 세계는 아직도 애플에 열광하고 있다.

 

다이슨의 진공청소기는 먼지가 아닌 소비자의 욕망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은 먼지봉투가 있는 진공청소기가 불만이었다.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기 때문에 조금만 사용해도 기능이 떨어져 제대로 청소가 되지 않자 ‘내가 직접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자’고 마음먹고 청소기 개발에 매달렸다. 이후 5 년간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며 시제품 제작에만 몰두, 모두 5,126개의 시제품 제작에 실패하고 5,127개째 시제품에서 성공해 마침내 그가 원하던 진공청소기 발명에 성공했다. 다른 청소기보다 두 배나 비쌌지만 독특한 디자인과 강력한 흡인력으로 영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봉투를 떨어낸 것은 발명된 지 100년 만이었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발자이기 이전에 먼저 소비자의 시선으로 기존의 제품을 바라봤다. 그리고 파괴소비시대를 직감으로 알았고, 감성과 욕망(감성, 욕망)을 녹여 제품을 만들었다. 다이슨은 스티브 잡스처럼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소비자를 촉으로 읽었다. 그는 소비자들도 자신이 뭘 원하는지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도, 그래서 그들의 습관을 읽고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걸 내놔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다양성을 제대로 읽지 못한 모토로라는 무너졌고, 3M은 빛났다. 2004년에 개발된 레이저폰이 세계를 점령했을 때까지만 해도 모토로라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였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후속 제품을 모두 레이저폰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었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 것이다. 레이저폰을 선택해 성공했지만, 레이저폰에 집중해 실패했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욕구(다양성)에 발맞추지 못한 모토로라는 결국 스마트폰 시장을 이기지 못하고 구글에 합병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편 ‘실패에서 성공이 나온다’는 경원원칙을 가지고 있는 3M은 오래전부터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장려함으로써 많은 포스트잇 등과 같은 많은 혁신적인 제품을 발명할 수 있었다.

 

책상물림 랭글리 박사는 17년 동안 비행기를 연구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4년을 준비한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하늘에 띄웠다. 랭글리 박사는 실험을 단 두 번 했지만, 라이트 형제는 천 번이 넘게 실험했다. 랭글리 박사는 이륙, 즉 뜨는 것에 집중해 가볍고 동력이 센 엔진 개발에 몰두한 반면, 라이트 형제는 하늘을 나는 데 집중해 조종하기 수월한 기체의 설계에 몰두했다. 랭글리 박사는 머리로 계산하고 조수들을 시켜서 작업했지만, 라이트 형제는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공기역학이라는 예측불가능성을 실험을 통해 비행이 무엇인지 체득해나갔다.

 

노키아와 소니는 다가올 미래에 대해 너무나 치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으로 대응하다 결국 무너졌다. 하나의 예상이 빗나가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몰렸지만, 그들은 계획을 바꾸지 않고 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착했다가 몰락했다. 반면 애플은 시장과 소비자의 환경 변화에 맞춰 계획을 계속 수정하며 제품과 콘텐츠를 확보해 나갔다. 오늘날처럼 시장환경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화가 빨라지는 파괴소비시대에는 노이카와 소니의 치밀한 계획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스웨덴의 H&M, 스페인의 자라ZARA,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등도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며 패스트패션 체제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서 드러난 소비자의 반응에 촉을 세워 새로움을 찾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1994년 영국의 잡지 롤링스톤지와의 인터뷰에 대해 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무엇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물적 감각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그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일생을 바쳐 노력하는 것이다.” 

 

아울러 2008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변화들은 생각보다 천천히 발생한다. 현재의 기술의 물결들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그 흐름을 감지해야 하며, 당신은 어떤 물결에 몸을 실을지를 지혜롭게 선택해야만 한다. 지혜롭지 못하게 선택하면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겠지만, 현명하게 선택하면 그 물결은 상당히 천천히 흘러갈 것이다.”라고 변화를 감지하는 힘에 대해 말했다.

 

파괴소비시대의 소비자들을 읽으려면 기업(CEO, 임직원)이 소비자와 같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보다 재미를 추구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섬세한 교류를 원하는 소비자를 이해하고 공감할 때 ‘촉을 잘 쓰는 기업‘이 될 것이다. 지금은 계획이 아닌 촉을 벼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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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권력 지도 - 지도로 포착한 부의 대이동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송길호 외 지음 / 어바웃어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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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를 위한 사회과 부도

 

 

어린 시절 사회과부도를 즐겨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익히 알겠지만 사회과 부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도와 각종 지표, 간단한 역사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큰 시야의 책이다. 만약 사회과부도처럼 오늘날 세계경제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소개하는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세계경제권력지도>는 `지도로 포착한 부의 대이동`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데, 말 그대로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통시적(通時的) 관점과 국경을 넘는 공시적(共時的) 관점으로 변화를 읽어내고 있다. 저자들은 송길호 이데일리 금융부장을 포함해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WSF를 맡았던 네 명의 기자’들이 썼다. 다양한 이슈와 분석 능력도 돋보이지만 시각적 효과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치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깊게 읽은 부분은 `새로운 축`의 등장이다. 달러·유로화의 추락으로 앵글로색슨 자본주의가 정말 붕괴할 것인가도 우리의 큰 관심인데, 이러한 우려들은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익히 알테지만, 발단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이지만 파급력은 아직까지 미치고 있다.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의 재정위기는 유럽 전체를 흔들고 있고, 심상치않게 불고 있는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종국에 어떻게 불어갈 것인가도 관건이다. 지난 해 불었던 ‘아랍의 봄`은 유럽을 거치면서 `미국의 가을`로 이어졌다. 서쪽으로 전진하던 항거물결은 뉴욕서 정점을 찍으며 ’점령하라‘는 구호의 시위대에 의해 탐욕스런 1%에 대한 99%의 분노가 있었다. 이러한 사이 전체적인 형세는 신흥국으로 기울었다. 중국·인도·브라질·칠레 등 신흥국들은 무엇보다 경제위기 탈출에서 극명한 속도차이를 낸 것이다. 2009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3.5%, 유로존이 -4.3%, 일본이 -6.3%로 추락하는 사이 중국은 9.2%, 인도는 6.8% 성장했다. 브라질조차 -0.6%에 그쳤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혼돈의 경제판을 평정할 왕좌가 이들 신흥국에서 과연 나올 것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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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이끌 강력한 후보는 역시 중국일 것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가는 권력이동의 중심에 있을 뿐만 아니라 공장에서 은행으로 교차되는 산업 변화에서도 중국은 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근한 예로 2011년 현재 중국의 공상은행은 시가총액은 물론 영업이익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물론 이러한 중국 대세론에 부정적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은 “중국은 인구구조 변화 때문에 세계 대권을 노려보기도 전에 성장엔진이 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저축률도 높고 실업률도 낮은 편이지만 고령화시대의 질곡인 `사라지는 젊은층 일자리`가 결정적 위험인자다. 더 나아가 `일극`의 구심점이 없어진 세계가 다극을 넘어 무극의 G0시대가 될 거라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경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이라 말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중국과 인도의 인프라건설 붐을 대비하는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선 중국에는 서부대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서부지역에 깔려야 할 철도와 도로는 향후 10년 간 건설 물량이 충분히 남아 돌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도 역시 제조업, 부동산, 도시개발, 인프라시설 등 다양한 실설에 대한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그에 대해 한국 산업의 강점 중 하나는 건설과 인프라 분야이다. 그래서 한국은 인도의 철도, 도로 등 경제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인프라 시장에서 많은 기회를 엿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장기적인 안목에서 20~30년 후 한국의 유망산업은 무엇일까? 라지브 비스워스 글로벌 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싱가포르의 과거 30년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도 싱가포르와 유사한 과정을 밟아 정부와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금융서비스 산업에 주목해서 경제구조의 변화에 따른 포지셔닝을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인도, 아세안 등 아시아 국가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이 지역 금융서비스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비스워스는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 서비스 산업에 천착할 필요가 있고, 그 중에서 한국은 중요한 금융센터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강조한다.

한국은 이미 2003년 이후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그간의 성과는 극히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두바이와 상하이가 이미 지역의 금융센터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아시아 지역의 금융센터로 부상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향후 20년 이후의 한국이 동아시아의 금융허브로 거듭날 것인가 기대된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백 마디 설명보다 인상적인 한 장의 그래픽으로 전 세계 경제지형 변화를 포착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변곡의 순간을 150여 개의 지도와 인포그래픽, 일러스트로 그려내고 있어서다. IMF, 유럽통계청, OECD, CIA, 중국통계연감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내놓은 유의미한 데이터들을 한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과 그래프로 대신했다. 지리공부를 할 때 사회과부도를 옆에 두듯 경제기사를 접할 때 옆에 두고 살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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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 맏아들 - 대한민국 경제정의를 말하다
유진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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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재벌이 국민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생각해야 할 때!

 

   “‘선택과 집중’과 같은 정부의 정책이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가난한 부모가 맏아들을 대학에 보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그러한 정부의 선택도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의 정책은 가난한 이웃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 사회에 드리웠다.

그리고 기업과 부자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부를 모았다. 그렇다면 ‘성공한 맏아들’이 그래야 하듯이, 기업과 부자들도 자신들의 성공 과정에서 암묵적인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쁜 맏아들’처럼 다른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 부를 모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들과 달리 99%의 이웃들은 소외되고, 희생되고,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12 페이지

 

   <가난한 집 맏아들>(한국경제신문)은 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갚아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난한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맏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의 도덕적 의무, 경제적 의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의’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 요즘이다. 정의란 한 마디로 ‘과연 무엇인 옳은 것인가’를 살피는 것인데, 30-40년 동안 버는 것에 정신이 팔린 채 바쁘게 살다 보니 ‘헛살고 있더라’ 는 뒤늦은 각성에 대한 반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이상 팔렸고, 기득권의 암묵적인 합의를 고발한 <도가니>는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최근에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엄격한 법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해 정의를 되묻고 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옛날이야기 식으로 이 책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시골에 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보살펴줄 것으로 믿고, 어려운 살림에 논밭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대까지 보내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장남 때문에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만 물려받은 두 동생들은 당장 입에 풀칠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

   가난한 부모는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잘 보듬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사실 장남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장남의 성공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그리고 우리는 동생들을 외면하는 장남을 비난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논리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본문을 풀어나간다.

 

 

 

 

 

   요지는 이렇다. '가난한 부모'는 1960~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이고, '성공한 맏아들'은 '기업'으로, '소를 팔아 보탠 학비'는 '각종 특혜'로 바꾸어 논리를 펼쳐나가는 이 책은 지원을 받았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이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에 강남-강북 간 불균형 개발에 따른 도덕적 의무, 친일파 후손들의 의무, 식민지 침탈을 기반으로 부를 이룬 나라들의 의무,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예-론스타 사례 등을 소개하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 즉 국민의 희생으로 성장한 재벌 대기업은 국민들에게 어떤 경제적 의무가 있으며, 그 정도는 어디까지인지 논리적, 수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 유진수는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공정거래와 국제통상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공정거래위원회 및 외교통상부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고, 그의 ‘공정거래론’ 수업은 최고의 명강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저자는 점점 심화되어가는 국내의 양극화 현상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따뜻한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원래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학문이다. 하지만 경제학과 교수가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다니 그 점에서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효율적인 선택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도덕적 의무나 경제적 정의에 대해서는 소홀했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약자에 대한 배려 속에서 우리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초점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입어온 한국의 기업들과 부자들에 맞추어져 있다. 용기 있는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기업들, 특히 대기업과 같은 재벌들이 이룩한 성공은 과연 누구의 어떤 도움으로, 그리고 누구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것일까? 기업들의 성공은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공한 기업들의 이면에는 정부가 제공한 커다란 특혜가 있었고, 기업들의 성공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지 못한 기업들과 정부가 제공한 특혜의 부담을 떠안은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정부로부터 특혜를 얻으면서 성공한 기업은, 그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 빚을 갚아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대기업을 비롯한 재벌들은 도덕적 의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재벌 3세들이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골목 동네 빵집이 문을 닫고 있고, 대기업의 대형할인 마트는 재래시장의 숫자만큼 국내에 포진하고 있어 이미 포화상태이다. 게다가 골목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어, 동네 슈퍼들이 고사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들은 정말 ‘충분하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일까? 염치(廉恥)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일까?

 

   정부와 대기업들은 지금껏 ‘트리클다운효과‘를 주장해 왔다. 즉 상위층의 어떤 효과나 이익이 넘쳐 아래층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서민들은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문제는 40년이 지난 지금껏 부자들이 얻은 이익들이 서민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 뿐 아니라 부자들에게 대해서 “우리나라 부자들이 정부가 제공한 특혜로 인해 부자가 되었다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 나아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떠한 도덕적 의무를 갖는가?”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강남-강북 간 불균형 개발에 따른 도덕적 의무, 엄청난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친일파 후손들의 의무, 식민지 침탈을 기반으로 부를 이룬 나라들의 의무,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인 론스타의 도덕적 의무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그렇다면 옛날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맏아들이 도덕적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맏아들이 훗날 동생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가난한 부모가 맏아들과 사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등록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나중에 동생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서면 계약의 형태인데, 이 방법이 부모자식 간에 너무 매정한 처사라면, 최소한 구두 계약이나 약속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는 가난한 집 아버지가 그랬듯이 대기업을 도우면서 아무런 각서도 받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떠올렸다. 목민심서에서 관리는 백성을 기른다고 해서 목민관이라 불렀다. 백성이 잘살 수 있도록 돕지 않는 관리는 관리가 아니라는 일침이다. 백성이 가난하지 않도록, 백성이 배부르도록, 백성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다..라고 말하고 목민심서는 말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기득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테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는 대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 중에서 최고의 자리라고 하는 대통령은 최장기라고 해봐야 5년 밖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기업의 총수는 평생을 머물 수 있고, 심지어는 자녀들에게도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 언론과 미디어조차 대기업 앞에서 꼼짝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조차도 어려운 대상이 있으니 바로 우리들, 소비자들이다. 자사 제품을 팔 수 없다면 대기업조차도 살아남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소비자인 우리가 사주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언젠가는 망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시장의 거의 모든 품목을 손대고 있어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피해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이 말은 그만큼 대기업들이 시장에 촉수를 뻗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책은 대기업들, 부자들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월가를 점령하라’로 대표되는 99% 들의 분노와 분배의 정의에 대한 요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방송은 02월 14일자 이데일리 TV <이기는 투자전략> 2부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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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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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라는 이름 속에 숨은 기업들의 교활한 꼼수! 

 

   “기업들은 이제 사람들의 두뇌를 스캔하고,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과 희망, 취약점과 욕망을 발견해내는 중이다. 또 우리가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을 면밀히 추적한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의 고유한 심리적 프로필에 맞춘 제안을 들고 우리를 공략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자극하고, 위협하고, 위안을 주고, 유혹하는 방법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죄책감을 덜어주고, 외로움을 잊게 만들고, 더 사랑받게 해주고, 안전함과 향수를 느끼고, 영적으로 충분하게 만들 수 있는지, 또한 어떻게 해야 진실을 흐리고,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다양한 정보를 통해 물건을 사도록 유혹할 수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다.“ 13 페이지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이라는 부제의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웅진지식하우스)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쇼핑학>이라는 책을 쓸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딩의 권위자이다. 이번에 그는 기업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을 속이고, 유혹하고, 설득하여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만드는지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브랜드워시brandwash’라고 말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소비자의 두뇌를 스캔하고,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서 숨어있는 소비자의 두려움과 희망, 취약점, 욕망 들을 찾아 자극하고 있다고 보았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웹상에서 남기는 디지털 발자국을 추적하는가 하면 그로부터 얻은 정보로 우리가 생각하는 딱 필요한 물건에 대한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우리가 결국은 물건을 사도록 유혹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실례들을 고발하면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어떤 점을 알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그리고 우리를 유혹해서 지갑을 열도록 만들기 위해 그런 정보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해 폭로한다. 아예 이 책의 목적을 기업들이 소비자를 브랜드워시 하기 위해 꾸미고 있는 계략들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들의 꼼수를 알게 된다면 소비자들이 더 현명하고, 건전하고, 그리고 풍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기업들의 브랜드워시 사례들이 너무나 전략적이고 치밀해서 그들의 꼼수를 만날 때 마다 소름이 돋을 만큼 충격적이고 불쾌했다.  

 

우리는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소비자였다! 

 

   “예리한 마케터들은 이러한 현상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몇 년 전 아시아의 한 거대 쇼핑몰 체인 기업은 여성들이 임신 중에 쇼핑을 많이 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산모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아이들에게 임신은 가장 중요하고 가장 감성적인 시기이다. 또 산모들은 호르몬 변화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라는 긴장과 기대 사이를 오가는 동안 외부의 제안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쇼핑몰 업체는 그러한 시기를 겪고 있는 산모들을 대상으로 향기와 소리에 담긴 무의식적 영향력을 테스트했다. 먼저 의류 매장에 존슨&존슨즈 베이비파우더를 뿌렸다. 다음으로 식품 및 음료수 매장에는 체리 향기를 뿌리고, 산모들이 태어날 적에 유행했던 편안한 노래들을 틀어놓았다.

 

   쇼핑몰 경영진은 이러한 시도가 산모와 관련된 매출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도 함께 나타났다. 이 감각적인 실험을 한 지 일 년 정도가 지나, 흥미로운 현상을 보고하는 편지들이 엄마들로부터 쇄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그 쇼핑몰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아이들이 차분해졌다고 편지에 썼다. 울고불고 야단법석을 떨던 아이들이 그 쇼핑몰에 들어오면 신기하게 조용해졌다.

   그리고 60%의 엄마들은 그 쇼핑몰과 동일한 향기와 음악이 있는 다른 장소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이 실험에서 ‘사전 준비 작업’을 받았던 미래의 소비자들에 대한 효과가 얼마나 장기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차세대 소비자 세대의 쇼핑 습관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다. ” 24~25 페이지

 

   쇼핑몰 체인 기업에서 산모들을 위해 베이비 파우더를 뿌리고, 산모들이 태어났을 때 유행했던 편안한 음악들을 들었더니, 오히려 그 때 뱃속에 있던 아이들이 더 좋아한 결과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저자는 우선 다양한 연구 결과들과 사례를 보여주면서 엄마가 느낀 미각이나 음악은 배속의 아기에게 전달됨을 보여준다. 양수에는 산모가 섭취한 음식, 음료, 양념의 맛과 향이 그대로 남아 있고, 12주가 지난 태아의 미각, 후각 시스템은 온전하게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태아는 이후 6개월 동안 맛과 향을 실제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그렇다면 기업이 이토록 ‘아이’들에게 이렇게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처음으로 사용하는 시점이 어리면 어릴수록 인생에서 더 오랫동안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은 훌륭한 마케팅 도구이기도 하다. 바로 ‘졸라서 사도록 만드는 힘’을 말하는데, 엄마들의 충동적인 식품 구매의 75%가 칭얼대는 아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예전에 노트북을 사면 아이팟 터치를 공짜로 주는 ‘백 투 스쿨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이 프로모션은 아이팟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으라는 것인데, 그 밑에는 아주 치밀한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 애플 마케터들은 엄마나 아빠가 그 노트북을 사면 아이팟 터치는 아이들이 차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은 아이팟 터치를 쓰는 동안 애플이라는 브랜드에 마음을 빼앗기고, 나중에 커서 컴퓨터를 살 때에는 틀림없이 애플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를 거란 걸 마케터들은 이미 읽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보장된 잠재적 소비자, 기업들이 키즈 라인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베스트셀러를 믿고 사는 당신, 브랜드워시 당하고 있다 ! 

 

   “완전히 모르는 사람의 취향이나 구매 선택이 얼마나 강력하게 우리의 결정을 흔들어 놓는지 알아보기 위해 베스트셀러와 관련된 현상을 들여다보자. 여러분이 지금 대형 서점으로 들어섰다고 상상해보자. 매장 실내는 축구장만큼이나 크다. 그 엄청난 선택권 앞에서 우리는 할인을 전혀 받지 못한 채 27.99 달러를 다 지불할 수도 있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결국 형편없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유명인의 전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바로 오른편에 뭔가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그건 바로 금주의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코너다. 픽션과 논픽션 모두 합해서 스무 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걸 보면 곧바로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거라면 분명 괜찮은 책들이겠군.’ 이런 생각도 든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책을 내가 읽지 않는다면 왕따를 당하게 되겠지?’ 이제 여러분은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짝 살펴보는 것만으로 무려 4층이나 되는 매장을 다 돌아다녀야 하는 형벌을 참으면서 수많은 선택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 의무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동료 독자들이 강력하게 보증을 서준 책들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출판사들이 우연히 얻은 행운은 절대 아니다. 독자들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더라도,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베스트셀러 코너는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이러이러한 책들이 이미 ‘사전 승인을 통과했다’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거꾸로 말하면 이러이러한 책을 읽지 않는다면, 여러분이 교양 없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는 대화에 끼지 못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170~171 페이지

 

   베스트셀러의 순위가 조작되는 일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가 보다. 온라인 서점이나 주목되는 책이나 MD들이 추천하는 책들, 혹은 오프라인에서 별도의 매대를 놓고 추천하고 있는 책들은 추가로 광고료로 내야 비치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음반의 예를 들고 있는데, 뒷거래를 통해 순위의 상당 부분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크고, 출판사들 역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기 위해 대형 서점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들이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일부러 베스트셀러를 피해 다른 책들을 고를 법한데, 문제는 선택할 뚜렷한 기준이 없고, 살펴야 할 책과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대중이 많이 샀다고 여겨지는’ 베스트셀러를 고른다. 때로는 ‘좋아. 출판사와 음반사가 뒷거래를 해서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올렸다고 치자고. 그렇게 하는 데에는 해당 콘텐츠에 대한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겠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진짜 문제는 베스트셀러가 주는 효과, 즉 블록버스터 효과가 있다. 블록버스터 효과는 베스트셀러에 소개된 브랜드들은 성공의 길로 이끄는 대신,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못한 대다수의 다른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노출되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베스트셀러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다른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쓰지 않으면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비자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전략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모든 베스트셀러들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충분한 소지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현명한 소비자라면 베스트셀러가 아닌 정말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사는 것이다.

 

이름만100% 퓨어 내추럴 오가닉을 만나는 소비자 !  

 

   “예를 들어 프리라이프에서 출시한, 얼 민델 박사의 ‘오센틱 히말라얀 고지 주스’를 한번 살펴보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병에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눈 덮인 에베레스트 산이 구름을 뚫고 웅장하게 솟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작은 기적처럼 부드럽게 휘어져 있는, 잎이 많은 줄기에 새빨간 고지베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1리터짜리 네 병 묶음 가격은 얼마일까? 무려 186달러 11센트다. 다이내믹 헬스 래버러토리에서 출시된 ‘고지골드 100% 퓨어 오가닉 주스’ 역시 비슷한 분위기인데 그 포장에서 인간이 더럽히지 않은, 천국과 맞닿아 있는 히말라야 산들이 어렴풋이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유기농, 녹차, 에너지 드링크를 생산하고 있는 ‘스티즈’ 라는 브랜드의 제품 디자인 또한 히말라야에서 왔다는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스티즈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시 한 번 히말라야의 멋진 광경을 구경할 수 있다. 까마득히 높은 눈 덮인 산, 맑은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아무도 지나지 않는 자연의 길, 오래된 붉은 탑, 그리고 싱그러운 꽃에서 날렵하게 꿀을 빨아먹고 있는 벌새의 이미지까지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혜는 내면에서 우러나온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를 브랜드 모두 티베트나 네팔의 산꼭대기 시골 마을에서 재배하고 수확하고 운송했다는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프리라이프 전 제품은 대량으로 생산되어 애리조나 피닉스에 위치한 거대한 공장에서 병에 담긴다. 또 다이내믹 헬스 레버토리라는 조지아에, 스티즈는 펜실베니아 뉴타운에 본사를 두고 있다.” 278~280 페이지

 

   나를 비롯해 요즘 건강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들이 정말 많다. 주목되는 점은 예전에는 주로 어른들이 이런 건강 제품을 찾았는데, 요즘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몸에 좋다는 제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거의 모든 제품군에 가격이 몇 배나 비싼 유기농 스티커가 붙어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몸에 좋을 것 같은 이름과 성분의 제품들이 들어 있다고 하면 아무런 의심 없이 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본문에서 소개된 음료처럼 진실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저자는 전작 <쇼핑학>에서 소비자들의 두뇌 속에는 ‘신체적 표지’라고 하는 정신적 지름길 또는 단순한 표식을 따라 나아가려는 성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체적 표지란 몸으로부터 온 신호가 특정한 감성적인 상태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여기서처럼 주스 이름이 ‘히말라얀 고지 주스’이다 보니 천혜의 자연에서 열린 열매로 만든 주스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는 것(국내 제품 중에 ‘삼다수’는 실제로 제주도에서 나는 물로 만든 생수이므로 걱정할 것 없다).

 

   그렇다. 기업들은 제품의 이름이나 광고, 마케팅을 통해 우리들이 추구하는 건강, 희망, 행복, 믿음, 순수, 행운, 만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성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적’인 요소를 브랜드 및 제품에 스며들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와 제품을 갈망하도록 자극하고 있다.

   이를테면 항산화작용을 한다며 베리류 혹은 석류와 같은 과일을 주로 찾거나 그것들이 들어간 음료 등을 비싼 돈을 주고 사는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거나 충분히 운동을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화장품 중에서 1000달러짜리 크림이 50달러짜리 보다 20배 더 좋다고 말할 근거가 없고,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페이스 크림들 역시 안타깝게도 아무런 효능이 없다고 말한다.

   “소비자는 희망을 원하고, 희망이 필요하며, 희망을 산다”는 저자의 주장은 놀랍다( 미국 화장품 기업인 레브론의 설립자인 찰스 레브슨은 1967년에 의미심장한 한마디가 남겼는데요,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것은 화장품이지만,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병에 들어 있는 희망이다”라고 했다니 특별한 건 없다). 이제 우리가 무엇인가를 사려고 한다면 정말 내가 원했던 그런 제품을 사는 것인가, 아니면 그렇다고 여겨지는 제품을 사는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5년 전에 나온 책 중에 닐 부어맨이 쓴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Bonfire of the Brands 즉, 브랜드 화형식이다. 브랜드 마케터이자 명품만을 고집하는 소위 '된장남’이었던 주인공 부어맨은 어느 날 저마다 자기를 소유하면 행복하게 될 거라고 말하는 브랜드들을 원 없이 많이 가졌는데, 오히려 점점 허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급기야 속았다는 각성을 하기에 이른다.

   그는 '나는 브랜드 중독자다'라고 스스로 선언한 후 술과 약물중독자들이 그들을 가까이 하지 않듯 브랜드를 멀리하기로 결심하고, 운동장 한가운데 지금껏 구입했던 브랜드 제품을 모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브랜드로 된 제품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책에서 저자도 비슷한 방법으로 ‘브랜드 해독’을 하려했지만, 결국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며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던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올랐다.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느낀 그가 이 책을 읽는다면 무슨 말을 할까? 하루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여러분은 정말로 원하는 제품을 제대로 사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혹시 의심된다면, 이 책을 읽자. 그럼 마치 안개가 걷히는 것 같은 밝은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2월 21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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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뛰게 하라 - 뜻밖의 생각을 뜻대로 실현시키는 힘
노나카 이쿠지로 & 가쓰미 아키라 지음, 양영철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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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머리가 아닌 행동이 만들어낸다!

 

   “본래 이노베이션은 현장에 대한 귀납적 접근에서 출발한다. 연역적 혹은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접근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식 경영대학원에서 아무리 경영학 석사MBA 교육을 한다고 해도, 이노베이터는 결코 육성되지 않는다.

이노베이션은 현장에서 움직이는 이노베이터의 실천적 지혜, 즉 실천지practical wisdom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현장을 찾아 직접 그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만의 실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실천지는 대부분의 암묵지(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되어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식)여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지로 나타내려 시도해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천지는 이야기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아시아의 피터 드러커이자 지식창조이론의 대가라 불리는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다운 선택이었다. <생각을 뛰게 하라>(흐름출판)은 ‘작은 생각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들’, 행동하며 생각한 동사적 사고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혁신을 일으키는 사람들 즉 이노베이터 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2008년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사상가 20인’ 중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노나카 이쿠지로는 이 책을 통해 머릿속 상상을 진짜 세상으로 만드는 6가지 법칙을 실제 있었던 사례들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일본의 각 계에서 있었던 9가지 이노베이션 사례들을 통해 사람과 기업, 제도와 사회를 바꾸어 최고의 자리로 이끈,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노베이터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보여주고 준다. 독자들이 벤치마킹하기에 적합하다.

 

 

 

 

 

  보통 TV나 언론 등에서 일어나는 ‘기적과 같은 혁신’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런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행동하며 생각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폐원 직전의 망해가는 시골 동물원에서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거듭난 아사히야마 동물원,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세계에서 가장 작은 4인승 자동차 도요타 iQ, 흔한 나뭇잎을 팔아서 수십억의 연매출을 올리는 이로도리 주식회사 등은 언뜻 들으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성공신화들이 주는 교훈은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바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될 때까지 노력하라”는 것이다.

 

 

동물의 행동을 전시한 아사히야마 동물원

 

   “1990년대 중반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연간 관람객 수가 26만 명까지 줄어들어 폐원 위기에 내몰렸다. 하지만 10년 후인 2007년에는 관람객 수가 370만 명으로, 약 12배나 증가하는 기적을 보여주었다. 이는 일본 최대 규모인 도쿄 우에노 동물원(2006년 관람객 350만명)에 육박하는 기록으로, 월별 관람객 수가 우에노 동물원을 앞질렀던 적도 있었다.

   또한 매스컴에서 일본 제 1의 동물원으로 소개하였으며, <기적의 동물원, 아사히야마 동물원(2006, 후지TV)>라는 타이틀로 드라마가 제작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이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행동 전시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동물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몰린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기적의 주인공 고스게 마사오는 이렇게 말한다.

 

   “펭귄이 산책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행동전시는 만일 펭귄들이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날은 그걸로 끝입니다. 아직까지 펭귄들이 안 나온 적은 없지만요, 사실 펭귄 산책은 겨울철 운동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걷기를 좋아하는 펭귄들의 습성을 빌린 것뿐이죠.”

 

   오랑우탄의 공중 산책도 마찬가지다. 공중운동장이 완성된 이듬해에 히로시마의 동물원에서 체중이 14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거대한 수컷 오랑우탄을 데려왔다. 하지만 생후 20년 동안 단 한 번도 3미터 이상 높은 곳에 올라간 적이 없었던 이 오랑우탄이 공중 산책을 즐길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암컷 오랑우탄이 기둥과 나무를 오르는 것을 보고 한 달 뒤부터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20년 동안 한 번도 나무에 올라보지 못한 오랑우탄이 훈련 없이도 나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 즉 습성 때문이에요. 또한 신체적으로 상반신은 다부진 데 반해 하반신은 빈약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이처럼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육체적인 특징도 저절로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행동전시입니다.” 18~20 페이지

 

 

   노나카 교수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기적을 일으킨 비결이 바로 ‘행동전시’에 있다고 말한다. 예전의 아사히야마의 동물원은 동물을 우리에 넣어 두고, 그 모습과 형태를 관찰하는 행태전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연간 방문객 수가 줄어들자 상부에서 동물원을 폐원할 것을 고려하게 된다. 존폐의 위기에서 고민하던 고스게 마사오는 급기야 ‘동물원의 존재 의미’ 즉, ‘동물원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 중 먹이를 먹는 30분을 제외한 나머지 23시간 30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동물들에게 그 시간은 ‘고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는 ‘동물이 동물답게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동물들도 좋아하고, 그 모습을 보면서 관람객들도 삶의 의욕을 심어줄 수 있는 동물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 후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며 동물이 본래의 능력과 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동물원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펭귄들이 관람객과 함께 산책을 하고, 관람객의 머리 위에 철망을 설치해 맹수들이 그 위를 걷거나 쉬게 했다. 육지위에서 뒤뚱뒤뚱 걷던 펭귄들이 수중터널을 헤엄치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로움을 보여주었다. 그 후 아사히 야마 동물원의 행동전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 우에노 동물원을 비롯해 각지의 수많은 동물원으로 확대되었으며, 동물원읠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동물원의 존재 이유를 찾고 이상적인 동물원이란 ‘동물이 동물답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삶의 의욕을 되찾는 동물원’이라는 존재의 의미이다. 그리고 이를 깨닫자 폐원되기 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겼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다. 저자 역시 바로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한편 나는 시선을 돌려 국내를 생각해 봤다. 우리 사회에도 PC방, 볼링장, 포화상태에 이른 음식점등 소위 사양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아사히야마처럼 우선 ‘존재의 의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목적이 명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당장 가능한 수단이 있다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실천적 삼단논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활용할 만하다.

 

실천적 삼단논법

1. 대전제 –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다

2. 소전제 – 그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3. 결론 – 실천을 위해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나뭇잎이 돈으로 변한 산골마을의 기적

 

   “나뭇잎이 돈으로 바뀐다니 무슨 생각으로 하는 소리야? 좀 더 진진하게 일하지 못해? 제가 낸 아이디어를 듣고 마을 주민들이 화를 냈을 때 처음에는 꽤나 충격이 컸습니다.

모쿠시마 현의 산골 마을 가미카스의 ‘주식회사 이로도리‘를 이끄는 요코이시 도모지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이런 소리도 들었어요. 우리한테도 자존심이 있습니다. 산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워서 팔다니요.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렇지, 창피하지도 않은가? 그건 능력 없고 가난한 사람이나 하는 짓입니다.‘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현재 마을 도로변에는 이로도리의 상징인 너구리와 나뭇잎이 그려진 간판이 걸려 있다. 나뭇잎은 가미카스 사람들의 자존심이 되었다. 모든 것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장식잎은 일본 요리에서 잎사귀를 이용해 색깔이나 계절감을 나타내는 데 주로 쓰인다. 가미카쓰에서 출하하는 단풍잎, 감잎 외에도 벚꽃, 배실, 명자나무 등의 꽃잎, 호랑가시나무, 굴거리나무 같은 나뭇가지를 포함해 총 320종에 달한다.

 

   가미가쓰 마을은 총면적의 85퍼센트가 산림지대다. 인구는 약 2천 명으로 도쿠시마 현에서 가장 적지만, 65세 이상의 노인이 인구의 반을 차지하고 있어 고령화율이 제일 높다. 그러나 이 마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인구 감소나 고령화 문제 때문이 아니다. 190명이나 되는 장식잎 생산자의 대다수가 정정한 할머니들이라는 점이다. 평균연령 70세를 웃도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1천만 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농가가 있을 정도로 지역이 활성화 되어 있다.

 

“세상을 다 뒤져봐라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없어.”

“이거야 말로 사는 보람이라니까.”

할머니들은 모두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나뭇잎이 돈이 된다고 하면 보통 쉬운 장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나뭇잎을 파는 것이라면 이 정도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산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을 주워서 파는 건 창피하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삶의 보람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 기적을 만든 이노베이터가 바로 요코이시 도모지다. 다른 지역에서 따라하려고 해도 따라할 수 없는 비밀이 여기 숨어 있다. 208~210 페이지

 

 

   이 사례는 정말 유익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엇비슷한 축제로 가득한 지자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만든 요코이시는 어느 날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음식에 장식으로 놓인 단풍잎을 보았다. 그리고 옆 테이블의 젊은 처녀들이 그 잎사귀가 예쁘다면 모두 챙겨서 가는 모습을 보고 ‘아, 나뭇잎으로도 상품이 되겠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빌딩에 둘러싸인 오사카와 산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마을의 차이가 나뭇잎에 가치를 심어준 것이다. 이로써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한 요코이시는 일본 요리와 나뭇잎을 결합시키는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일류 식당을 출입하며 요리에 놓인 장식잎을 메모 연구하며 독학했다.

 

   아울러 주목해야 할 점은 마을의 공동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생산방식을 생산자 각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즉 경쟁심을 이용해 마을 사람 개개인을 한 명의 사업자가 되게 해서 매출순위를 본인에게 보여주고 평가하는 방식을 취했다. 방법은 이렇다. 주말에 날씨가 좋을 것 같으면 외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고, 제철음식이 무엇이며 어떤 음식이 인기가 있는지, 그에 어울리는 장식잎은 무엇인지 가설을 세우는 거죠. 예를 들어 결혼식 시즌이라면 녹색 잎의 수요가 높아질 거라고 예측하고 녹색 장식잎을 많이 준비해서 스스로 매출을 예측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경쟁을 유도한 것이다.

 

   저자는 이 예를 들어 이노베이터라면 비즈니스 모델의 공통점처럼 보이지 않는 관계성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맥락과 관계성을 간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강한 호기심에 있다. 하지만 나는 마을을 번영시킬 간절한 마음이 우연들을 세렌디피티 같은 필연으로 만들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 단체장들의 실적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간절함이 뭍어난 생각이 필요하다.

 

 

긴자, 화려한 쇼핑의 거리가 꿀벌의 천국이 되다

 

   “일본 제일의 번화가인 도쿄 긴자의 하늘에 수만 마리 꿀벌이 빌딩 숲을 날아다닌다. 꿀을 머금은 꿀벌들이 벌통으로 향긋한 꿀을 나른다.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긴자 거리 연구회원인 다나카 아츠오와 유기농 야채상 다카야스 가즈오는 긴자라는 지역에 의미 있는 이벤트를 찾다가 어느 양봉업자가 도쿄의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키울 장소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빌딩 옥상을 빌려도 좋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며칠 뒤 양봉업자가 긴자에 나타났다. 그는 메이지 시대부터 내려오는 일본근대양봉의 선구자 후지와라 양봉장의 3대손, 후지와라 세이타 였다.

 

   꿀벌의 일생은 30~40일로 매우 짧아서 꿀을 채취하기 위해 날 수 있는 기간은 단 10일 정도 밖에 안 된다. 꿀벌은 꿀을 들이마셔 위에 저장한 다음 벌집으로 가져간다. 벌집과 꽃을 아무리 왕복해도 꿀벌 한 마리가 일생 동안 모을 수 있는 꿀은 찻숟가락으로 반 스푼 정도일 뿐이다. 그래서 꿀벌에게 인간을 신경 쓸 시간 같은 건 없다. 꿀벌이 인간을 해친다고 생각했던 두 사람의 성격이 서서히 바뀌었다. “직접 한번 키워 보자.” 두 사람은 그렇게 결의를 다졌다.

 

   3월 28일, 택배 상자에 담긴 3만 마리의 꿀벌이 도착했다. 벌집의 입구를 열고 한 시간 뒤에 가보니 꿀벌들은 뒷다리에 꽃가루를 붙이고 돌아오고 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처음으로 꿀을 채취했다. 벌집을 원심분리기로 걸렀더니 꽃향기가 나는 끈적끈적한 꿀이 흘러나왔고, 양은 5~6 킬로그램이나 되었다. 멤버들은 도쿄타워와 시오도메의 고층빌딩을 배경삼아 벌꿀이 담긴 병을 들고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으며 ‘긴자가 벌꿀 생산지가 되었다’고 기뻐했다. 긴자는 의외로 양봉에 적합한 장소였다.” 232~238 페이지 정리

 

 

   도시의 기적이라 불리는 긴자 꿀벌 프로젝트는 정말 인상적이다. 우리로 보면 명동의 마천루에 양봉을 한다는 말인데 얼핏 불가능할 것 같은데 ‘긴자가 양봉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는 결과는 정말 신기했다.

 

   버터플라이 이펙트라는 말이 있다. ‘북경에서 나비가 날면 뉴욕에서 폭풍이 분다’는 말인데, 긴자의 꿀벌 프로젝트도 이런 나비효과 현상이 아닐까 싶다.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노베이션을 낳게 했기 때문이다. 긴자가 의외로 양봉에 적합한 장소였는데, 바로 꿀벌이 날아다닐 수 있는 거리는 사방 4킬로미터, 그 범위 내에는 황궁과 다양한 공원과 정원이 있다는 것이다. 황궁의 정원과 시내 번화가에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 꽃이 많고 농약 걱정이 없는 긴자는 꿀벌에게 상당히 살기 좋은 장소였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근처에 남산을 둔 명동도 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자 벌꿀 프로젝트의 시너지는 더욱 볼만했다. 소비의 거리 긴자에서 양봉을 하여 꿀을 생산한다는 소식은 언론에서 앞을 다투어 보도했고, 긴자의 상점들은 옥상 양봉을 잘 이용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했다. 긴자의 제과점, 화과점, 등에서 긴자의 벌꿀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효과는 전 일본에 퍼져 결국 ‘긴자의 농촌화 계획’을 세우게 된다. 다시 말해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높이를 10층 정도인 56미터로 제한하는 것을 법으로 정했고, 곳곳에 꽃이나 채소를 심는 녹화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노베이션을 일으키는 리더의 능력 6 가지>

1. 실천적 삼단논법을 익힌다

2. 모든 경험과 지식을 엮는다

3. 행동하며 생각 한다

4. 동사를 중심으로 사고 한다

5. 보이지않는 맥락을 간파 한다

6. 우연을 필연화한다

 

우리는 놀라운 혁신의 결과물을 보면 늘 그러한 혁신을 이끌어낸 사람에 주목하고 그들의 카리스마와 판단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리더의 의사 결정력을 보지 않고, 그들이 그러한 판단을 내리기까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주목했다. 이노베이션의 본질을 해설하고 지식사회의 리더가 갖춰야 할 능력 여섯 가지를 밝힌 노나카 교수의 정리는 주목할만하다. 혁신을 일으키는 이노베이터가 되고 싶다면 배울 것이 많겠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02월 14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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