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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 보고 - 유용주 장편소설
유용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허름한 옷에 소주 냄새가 나는 한 사람이 있다.
맨발을 신고 괴인처럼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 삶을 초월한 눈빛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에도 흔들림이 없는 초연한 모습의 사나이. 언듯 기품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소주 냄새는 그래도 난다.
유용주 시인.
이 양반, 소설가 시인 작가라는 표현 중에 아마 시인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할 게다.
그런 이유는 지독하게 솔직히 써낸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어는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자기 자전적 소설이다. 거의 실화라고 보면 된다. 군대에서의 있었던 그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을 구수한 입담으로 표현했다. 암훌하고 힘든 삶에서 군대에 갔던 젊은 청년 유용주가 쫄병에서 일등병 상병으로 이어지는 양평에서의 군생활의 이야기다.
군대를 갔다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향수가 있는 저자의 이야기.
나는 더 공감 갈 수 밖에 없다. 단풍하사를 쥐어 패서 군대 영창에 갔다온 이야기가 나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쫄다구 폭행까지 더 해져 도합 군생활 중 6개월을 고생한 나의 이야기와 너무 흡사하다. 여인과 얽힌 이야기에서는 공감이 갔고 술에 대해서는 내가 더 잘 먹고 놀았음에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의 요지는 그의 솔직 담백함 속에 묻어있는 고독감이 가슴 아프게 내 마음에 온다.
열심히 살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그의 질긴 여정의 삶. 형무소에서 시인이 되기 위하여 문학잡지와 소설을 읽으며 공부하는 자세는 귀감이 될만하다. 그의 그런 집념이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잔 합시다>같은 명작을 남기는 힘이 되었다. 이 양반 언제 찾아가서 소주 한잔 받아 드리고 싶다.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밤을 새워서 가르침을 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