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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지 않을 때
나는 나를 잃어가고 다른 내가 된다.
다른 나는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지나온 나를 잊게 된다. 그 순간 가치없는 사람으로 전락한다.
전락하는 순간은
짧지만 그 밑은 깊고 넓다, 빠지만 다시 올라오기가 그만큼 힘들다.
그
순간 호랑이 같던 힘과 용기는 사라지고 포효하던 울음은 모기 소리보다 작고
연약하고 헛된 존재가 된다.
그랬다.
집중하지 않은 시간은 그저 시간을 흘러보내는 것에 불과하다.
오늘은 어제이고 어제는 오늘이며 내일은 다시 시궁창에 빠져지내는 오늘과 같은 시간일
뿐이다.
그저 해가 뜨고 졌던 것이지 가치 있는 시간은 절대 아니었다는
말이다.
때론 그렇게 살아도 좋다.
대신 굵고 짧아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면 아마추어이고 미성숙한 존재로가는 지름길일
뿐이다.
요즘 안일한 삶을 살았다.
안일한 삶은 귀차니즘을 동반하고 현재의 나를 수렁속에 빠지게
했다.
사는 게 그저 별 재미가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또 재미나지도 않았다.
술을 마시는 그순간만 몽롱함속에 쾌락을 주지만 더 갈증만 일으키고 중독을 동반한다.
나는 알고 있다.
내 안의 나를 자극할 만한 뜨거운 것이 없어서였다.
그것은 작은 것일 수도 큰 것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느냐?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느냐?
톨스토이의 <부활>을 뜨겁게 씹어 먹었다.
오래 굶주린 맹수처럼 예리한 이빨로 자근자근 오래도록 씹어
먹었다.
<부활>은 갈증나는 내 속의 심장을 차갑게 식혀주었다.
왜 그토록 <톨스토이>를 찬양하고 좋아하는지,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있는 분이지 알게 되었다.
<부활>이 나를 부활케했다.
<네휼류도프> <카튜샤> <톨스토이> <귀족과
농노> <러시아속의 또 다른 러시아> <범죄 속의 또 다른 범죄>
사람의 내면속으로 파고 들어가 매섭게 채직질하는 그런 고통과 아픔을 동시에 느껴
보았다.
아직까지 어린 내 독서의 세계에서 청년으로 가는 사다리를 주었으며 매듭을 지는 한
순간의 공부가 이 책이었으리.
역시 나는 읽고 쓰는 이순간이 나는 진정 살아있고 심장이 뛰며 깊이 생각 한다.
그래, 다시 무소의
뿔처럼 홀로 외롭게 가리라.
이 어찌 책을 안 읽을 수가 있다는 말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