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활자 중독증도 아니고 난독증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아니 그것과 전혀 상관없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에는 번번이 실패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사실에 별로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인간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햇빛 속에서 8시간을 일했다. 일했다, 라고 쓰고 보니 사실 별반 일한 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늦었지만 하게 된다. 글은 이렇게 뭔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구나..아, 이 문장은 마치 사람의 인격마저 돌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가만 보면 이 역시 착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글은 아메바이거나 럭비공이다. 단순하거나 종잡을 수 없거나 둘 중 하나다. 글은, 마치 글은, 정연한 체계속에서 잘 짜여진 구조 안에서 최적화된 피트니스의 절차를 밟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그게 아닌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아무도, 아니 나는 글을, 그렇다고 확신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