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었지만 감상후기를 못쓰고 지나가는 책이 어디 한둘일까마는, 송곳은 쓰고 싶었다. 그 무렵 공포의 외인구단도 같이 봤는데 그때 그 만화는 이현세가 어쩌고 엄지가 어쩌고 옛날 생각나네 하면서 행설쉬설은 했던 것 같다.
갑자기 <송곳> 얘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 읽고 있는 책 때문이다. 장정일의 최근 인터뷰집인데, 여기에 최규석이 나온다. 이제 막 읽기 시작했고 최규석의 순번(?)은 9번째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는 책이라 최규석부터 읽기로 한다. 근데 송곳 얘기가 없다! 이런.ㅜㅜ

43인의 인터뷰어 모두 쟁쟁한 사람들이고 장정일의 글발이 기본적으로 워낙 시크하니, 기대되는 지점이 분명 있다. 만난 사람들이 모두 다른데, 인물들 각각의 분야와 캐릭터, 인터뷰 당시의 상황이나 환경 등등이 모두 제각각이었을 텐데, 과연 장정일은 어떤 수작으로(?) 편집의 묘수를 부렸을까.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개성도 챙겨야하고 인터뷰어들과의 합의된(?) 방향성도 드러내야 하는, 그 모든 의도를 어떤 방식으로 도모했을까. 얼핏 느낀 바로는, 지독히도 장정일스럽게 한 것 같다. 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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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9-21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송곳 드라마 보고 싶었는데 아직도 못봤어요.^^; 갑자기 생각나네요.^^

컨디션 2016-09-21 20:56   좋아요 2 | URL
저도 드라마는 못봤어요.^^ 고구신 역에 누구였다더라,암튼 원작이 만화일때 캐스팅이 수월할수도 있겠지만, 미스캐스팅일 경우엔 타격이 더 클 거 같아요. 저도 갑자기 생각나서~^^

붉은돼지 2016-09-21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저 책 읽었사온데 기억나는 것이 없군요 ㅜㅜ

붉은돼지 2016-09-21 13:01   좋아요 1 | URL
아 제국의 위안부는 기억납니댜

컨디션 2016-09-21 21:08   좋아요 1 | URL
원래 단편소설집 같은 게 휘발성 끝내주듯이, 이런 인터뷰집도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뭐 피차간에(?) 또이또입지요 ㅎㅎ

hnine 2016-09-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곳, 저는 TV에서 드라마로 하는걸 봤어요. 재미있었어요!

컨디션 2016-09-21 21:11   좋아요 0 | URL
아, 드라마 보셨군요. 잘 만들었다고 하던데 저도 기회되면 꼭 보고 싶네요^^
 

아 햇빛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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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0 2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9-21 09:27   좋아요 2 | URL
아, 별탈 없기를, 그분도 맘에 드셨기를 바래봅니다~저도 고맙습니다.^^

2016-09-21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컨디션 2016-09-21 09:30   좋아요 1 | URL
어제 하늘 색깔 너무 파랗고 이뻤는데.. 워낙 바쁘시니까, 바쁘다보면 그런 순간들 놓치게 되더라구요. 저야 모 하늘 보는 게 일이다 보니 오히려 무덤덤해져요.
 

추석날 아침. 아주 간소하게 차례를 마치고 곧바로 친정으로 향했다. 2시간 30분 조금 안되는 길이었다. 극심한 도로정체를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구간별 정체가 가끔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속도만 조금줄었지 가다서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라디오 음악과 차창에 스치는 풍경과 몇개의 터널과 기타등등을 헤아리며 달리는 동안 남편이 불쑥 하는 말. 트럭이 한 대도 안보인다. 트럭은 우리밖에 없어. 우하하. 나의 웃음소리. 우히힉. 아이들 웃음소리.

사실 이번에 친정 나들이는 애초에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갑자기 가게 되었다. 그것도 명절당일날 찾아뵙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엄마가 차려주신 점심을 먹고 몇시간 같이 있지도 못하고 곧바로 일어서야만 했지만 아무도 서운해 할 일도 아니고 그럴 이유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저녁 전에 평창에 도착해서 어머니랑 같이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을 엄마가 차려주신 음식보다 더 잘 먹었다. 남편은 장모님이 차려주신 점심을 더 맛있게 먹었고 나는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저녁을 더 맛있게 먹었다. 둘이 짠 것도 아니데 어라? 호흡이 척척 맞네. 2인1조 도둑이 여기에 있었구나.(뻥카도 이런 뻥카는 없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쓰고싶은 걸 어떡해)
다음날 아침을 먹고 어머니가 챙겨주신 음식과 이런저런 것들을 차에 싣고 내려오는 길. 따사로운 햇빛과 길가에 핀 꽃들.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집에 도착. 다행히 쉬지 않고 무사한 남은 밥을 다시 데워 가벼운 점심으로 때우고, 피곤했지만 피곤하지 않다는 게 신기해서 밭으로 갔다. 주말 태풍소식도 있고 해서 비오기 전에 사과를 좀 따야 할것 같았다. 비 때문에 당도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안될거 같아서. 열몇짝을 따고 나니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른 서둘러 갈무리를 하고서 집으로 왔다.

아직도 비가 비린다. 비가 좀 그치면 밭에 가볼까 하는데. 비가 안그쳐도 밭에는 가야 할 일이 있긴 하다. 내일 해도 되는 일이긴 하지만 요즘은 유독 쫓기는 마음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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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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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7 15:19   좋아요 3 | URL
일하다가 만나는 동물 중에 깜놀하는일이 더 많지만 요 청개구리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만나게 되면 천우신조구나 하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사진 찍으려고 한답니다^^이번 연휴는 저에겐 좀 특별케이스여서 여기저기 일이 많았네요. 오후엔 밭에 가야지 했는데 남편이 내일 가자고 하네요. 비도 계속 오고있구요. 넘어진김에 쉬어간다고 말씀대로 오늘은 집에서 쉬어야겠어요. 편안한 오후 보내시길요^^

hnine 2016-09-17 15: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소 가는 길에 보니까 벼가 조금씩 색깔이 변해가더라고요. 저 농사를 지으신 분들은 힘 드셨던 만큼 저렇게 익어가는 벼를 볼때 얼마나 보람있으실까 생각했어요. 컨디션님 페이퍼를 읽으니 다 수확해서 제 갈길로 보내질때까지 마음을 푹 놓지 못하실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과 이렇게 다 키워서 혹시 잠깐 때를 놓쳐 당도가 떨어지거나 태풍의 영향을 받거나, 조마조마 하는 마음이 느껴져서요.
차례 모시고, 양가 다녀오시고, 다음날 사과 수확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홍로도 맛있지만 홍장군도 저는 좋아하는데 (제가 워낙 사과없인 못사는 사람이라 사과라면 다 좋아해요) 너무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컨디션 2016-09-17 15:28   좋아요 1 | URL
저도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면서 이제는 아 아름다운 풍경이야 마냥 감탄만 하게 되지는 않아요. 비록 저도 농사를 안다고 할순없지만 이렇게 어느새 나이 먹어가면서부터는 그런 생각이 들게 되나봅니다. 사과는, 또는 과수원 농사는, 예전엔 막연히 참 이쁘게(우아하게) 농사하는 것중에 하나겠구나 했엇는데 닥쳐서 해보니 전~혀 아니라는 거, 허상 속에 살면서 잘 몰랐다는 거, 여실히 느끼게 됩니당. hnine님 사과 엄첨좋아하시는데, 홍장군이 잠깐 나왔다 어느새 쏙 들어가버린다는 것도 알고계신데, 제가 좀 (시간)여유가 되면 보내드리고도 싶은데. 아,이런 얘긴 비댓으로 해야하나요^^

2016-09-18 16: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9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6-09-19 16: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연휴 좋은 시간 되셨군요..물론..사진이 있어서 더 ^^.

컨디션 2016-09-20 07:13   좋아요 1 | URL
저야 뭐 사진이래봤자 아, 이건 남겨야해. 수준입지요.^^ 게다가 사진 올리는 재미(?)로 알라딘 페이퍼를 이어가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오늘(9월 9일) 사과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한동안 사과(농사) 페이퍼를 등한시(?) 한 것도 있고, 모두들 힘들었던 혹서의 시간을 어찌어찌 보내고 이제 선선한 가을바람도 불고, '농사와 노동 그리고 삶이라는 조건, 그 상관관계에 대하여' 라는 연구논문이 곧 출시(?) 된다는 소식도 왕왕 들려오고(왕왕 들은 것이므로 당연히 뻥입지요) 그리하여, 이 모든 걸 걸고 넘어지겠다는 객기를 안주로 삶아놓고 음주를 일삼는 등등의 둥가둥가 퇴폐적인(?) 나날을 보내던 차에, 사진을 좀 올려봅니다.

       

 

사과 사진을 올리던 중에 키보드 장애로 급조된 제목을 달았고,

수정 단계에서 황급히 비공개로 바꿨다.

마땅한 제목을 생각해보다가 '연분홍' 이라는 단어를 넣고 싶었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로 시작하는 <봄날은 간다>가 생각났다.

이미자 버전으로 잠깐(첫소절 30초) 들어보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 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아직 1단계에 머물러 있는 너.

이제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너의 이름은 대체로 이러하다.

 

희끄무레.(으흠)

허여스름.(흠흠)

허여멀금.(응?)

밍숭맹숭.(으응?)

 

 

 

 

 

이제 2단계로 접어든 너.

너의 이름을 불러 본다.

 

어정쩡.

어중간.

어물쩍.

어리벙.

 

 

 

 

 

드디어 3단계에 이른 너.

이름을 불...러 본..다.

(아이고 컨디션아, 도대체 뭔 짓을 하고 있는 거냐)

 

그래도 불러.. 본다..

연...

분홍..

치마..

 

(으.. 오글거린다는 게 이런거구나.ㅠㅠ)

 

 

 

 

 

 

 

찾아보니 8월 30일 찍은 사진도 하나 있네요.

 

 

마침 메뚜기가 앉아있길래 숨죽이며 찍은 건데,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색깔 차이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지만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억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군요.

 

 

시간이라는 것.

그 시간의 허락 뒤에 찾아오는 것들. 그 안에서 흘러가는 것들.

그 모든 자연스러운 것들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발 맞춰 간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도.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또 그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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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9-10 0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가 복숭아 같아요!!

침을 쓰윽 닦고 갑니다^^

컨디션 2016-09-10 05:38   좋아요 2 | URL
늦게 잤는데 웬일로 일찍 눈이 떠져서(웬일은 아니고 고담과 달수가 밥 달라고 양양거려서..) 이 꼭두새벽에 댓글 달고 있어요^^

사과 색깔이 도무지 사과스럽지 않아서 저도 작년에 처음 보고서는 우와, 신기하다 신기해(이상하다 이상해) 했더랬지요. 발그스름 한 것이 정말 복숭아를 닮았네요. ^^
홍장군이라는 품종인데 이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분홍장군으로요.ㅋㅋ 분홍장군이라니 정말 유치짬뽕 언발란스 그 자체네요 ㅎㅎ

2016-09-11 1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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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1 21:39   좋아요 2 | URL
요증은 어딜 가나 사과는 주로 홍로가 대세예요. 추석 맞춤형으로 나오는 품종이라 일단 크기가 월등히 큰데다 색깔도 진한 빨강이고 울륵블륵 근육이 붙어있달까요. 그에 비해 저희 홍장군(분홍장군)은 매우 수줍고 여리여리한 색감이죠. 그래도 다행인 건 크기가 딸리지는 않으니..맛도 절대 딸리지 않고..(괜한 자부심?ㅎㅎ)

2016-09-11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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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21: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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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2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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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1 23:10   좋아요 2 | URL
사과는 잘 크고 있어요.^^ 특히 올해는 작년에 비하면 병치레도 없는 편이구요. 올여름 기록적인 이상고온과 8월 가뭄으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요. 문제는 가격인데요, 주로 공판장 중도매인(중간상인)에게 납품하다보면 가격을 너무 후려친달까. 도무지 납득불가..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고..(앓는 소리 해서 죄송^^)

고담이 고달수도 잘 크고 있고 아이들도 착하게(고심도치 사랑?ㅋ) 잘 크고 있고 뭐 남편도..이만하면 좋은 인격체의 훈남 아재에 속하고..남부러울 게 없는 컨디션으로 살고있죠ㅎㅎ

요즘은 댓글 쓰다보면 자꾸 말이 길어져요. 원래 이렇게 수다쟁이였나 싶다니까요.ㅎㅎㅎ
덕분에, 늘 따뜻하게 북돋워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더 고맙지요^^

2016-09-11 2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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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2 07:18   좋아요 2 | URL
급히 나가야 해서 급히 댓글 달아요. 오늘 보내드릴수 있을것도 같아요. 번거롭고 굉장히 부담되실 텐데, 그래도 이기적으루다가(?) 마음먹은 저로선 물론 콜이죠^^

2016-09-13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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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09: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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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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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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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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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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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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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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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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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2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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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2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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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4 10:07   좋아요 1 | URL
다른 이웃분들 글 읽으며 놀다보니 아콩, 정작 여기 답장이 늦어졌네요^^;

분명 썼는데 댓글이 사라지는 경우가 저도 가끔 있었어요. 길게 썼을 땐 더 황당하죠.ㅜㅜ

2016-09-14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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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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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4 12:57   좋아요 2 | URL
늘 이렇게 섬세한 배려, 감사드려요.^^
연휴때 특별한 일정을 잡으셨다니, 계획하신대로 잘 소화하셨음 좋겠어요. 그렇다고 귀 너무 혹사하진 마시구요ㅎㅎ
식구가 많지도 않고 특별히 어디 멀리 갈 일도 없고.. 매번 그래왔듯이 이번 추석도 소박하게(?) 보낼 거 같아요.

2016-09-14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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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16: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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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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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4 18:43   좋아요 2 | URL
아무리 베테랑 경력자라 해도 명절음식이란 게 워낙 가짓수가 많다보니 일의 순서도 그렇고 하다보면 빼먹는 게 꼭 있더라구요. 저도 지금 몇개 빼먹은 게 있어서 슈퍼 다시 가야해요. 두부랑 새송이버섯이랑 또, 아 맞다 계란도 한판 사와야 하고요.^^
맞아요. 저희도 그래요. 명절 전날 제대로된 끼니 챙기기 힘들어요. 여기저기 음식 냄새만 진동했지 뭐하나 입에 제대로 들어가지는 못하니까요.ㅎㅎ
 

8월 29일 월요일 아침. 시골의 어느 작은 우체국에서 편지봉투와 우표를 샀고 편지봉투에는 편지지를 넣고 겉봉에는 우표를 붙이고 그곳에 비치된 물풀로 봉투를 봉했다. 그렇게 편지를 부쳤다. 부침개 한 장을 부치는 것보다 열배의 공력을 들여 편지를 부쳤다. 벌써 열흘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편지가 도착했는지 아직 모른다. 9월 1일과 9월 4일자로 보내온 편지를 어제 한꺼번에 받긴 했는데, 그건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이 아니었다. 인터넷 편지조차(일명 전자우편) 출력 당일 바로 전달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 손편지는 오죽 하겠나 싶지만 이건 이해의 차원을 넘어섰다고 본다. 국방부가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다. 입이 써서 더이상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지만, 사단이 있고 연대가 있고 대대 중대 소대 분대까지 있다는(잘 모르고 하는 소리?) 철저한 위계집단이, 그런 엄중한 위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군대조직이, 사서함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소인 찍힌 우편물을 지난 시절의 파발마보다도 못한 취급을 한다는 건 납득이가 울고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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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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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20: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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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4 17: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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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디션 2016-09-14 18:47   좋아요 2 | URL
군대 간 아들은 요즘같은 명절에 훈련소에서 뭐하고 지내나, 얼마나 ㅅㅣ간이 안갈까, 암만 생각해도 안쓰럽죠. 편지 몆통 부치긴 했는데 도착하려면 아주 세월아네월아 하니까 마음 비우고 있어요. 대신 전자우편을 더 많이 쓰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