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벤츄라, 에일리언, 베트맨,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등의 영화에도 이 곡이 쓰였다고도 하는데 충분히 그럴만 하겠다. 몇 개의 매듭으로 묶여져 있고 그 매듭을 툭 건드리면 스르륵 풀어지면서 다음 공간으로 이어지는 방식. 메인 멜로디가 저마다 독자적으로 의미를 다하면서 제 갈길을 가는데 지루할 틈을 안준다. 상승과 하강. 가파르게 질주하다가 완만하게 숨을 고르다가 다시 휙 돌아앉으며 나 잡아보라고 한다. 이게 아닌가 의심하는 순간, 어느새 자신 없으면 없는대로 아님 말고식으로 도망치는 고삐풀린 연인을 붙잡아 세우기란 쉽지 않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하더니 다시 끊어지는 형식의 반복 속에 어느덧 인생은 끝이 난다. 지휘자는 박수소리에 몸 둘바를 모르는 것처럼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허리를 숙이지만 다른 연주자들의 검은 복사뼈에 입맞춤 하는 방법은 모를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