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 같은 날 왁스의 노래, 화장을 고치고도 좋지만 슬픈 화요일에 비가 내리면을 듣게 된다면, 아마 많이들 신청해서 여기저기 라디오 같은데서 한두번은 틀어줄 것 같으니 그렇게 어쩌다 우연으로, 그러나 더 완벽한 우연이 작동되는 거리의 스피커에서 듣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한편의 영화나 뮤비 그 이상의 감동으로, 두고두고 잊지못할 한 개인의 평생의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헥헥)
오늘 이름 모를 가을꽃을 만났다. 너무 밝게 무더기로 피어 있어서 깜짝 놀란 나머지 깜박한 게 있다. 아주 가까이 피어 있었는데도 향기를 맡지 못했다.그리고 나머지는 요며칠 전후로 찍어놨던 사진들. 여름부터(어떤 건 봄부터) 피기 시작했던 꽃들인데 요즘도 있다. 신기할 것까지야 있을까마는 신기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아 신기하다 신기해 신기방기해. 해해..
가을이 10월이고 시월이 가을이라면아, 그러고도 모자라 그 한가운데햇빛도 스스로를 못이겨 눈부신 날, 누구의 이름이었나. 설핏 지나치자니 단단히 붙들린 마음.아름따다 드리오리라던, 그 이름을 불러 본다던아름답고 아름답기를 바란다던 그 더딘 마음을어떻게 할까 어떻게 좀,잘 해볼까.
해가 떴다. 비 온 뒤라 더 반갑다지? 나도 얼른 뜨자. 사과가, 익은 사과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꼭 돌아와서 할 일이 있다. 기다림이란 언제나 좋은 것이다.
읽은 책이 없다. 정말 없다. 완독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다. 언제나 그렇다. 심지어 영화도 그렇다. 엊그젠 `500일의 썸머`를 봤는데 주인공 남자의 극중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중반쯤 되었을때부터 졸음이 몰려왔고, 계속 졸다가 썸머와 조셉고든래빗이 벤치에 앉아 사랑에 대한 서로의 엇갈린 생각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완전히 잠이 깼다. 결국 이거였구나.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굳건한 아집과 얄팍한 믿음 위에서 집을 짓는지. 혹시 나에게 끝까지 남을 만한 신념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의 허상에 대해 잘 냉소할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정도? 마지막 장면은, 면접장에서 `가을`이라는 이름의 여자를 만나 잘 될 조짐을 보이면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사랑은 언제나 조짐으로 시작해서 조짐의 과정을 겪다가 결국 조짐으로 끝이 난다는...아침부터 뭔소리를 하자는 건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