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오월에 나는 기다린다. 흩어진 담배꽁초들이 깔린 자갈돌을 밟으며 기다린다. 10대 소녀의 짧은 커트머리를 기다린다. 곧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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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5-0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컨디션 2017-05-07 01:13   좋아요 1 | URL
넵! 잘지내고 있어요. 알라딘을 잊을만큼만(?) 잘 지내고 있어요ㅎㅎ 그나마도 읽던 책을 손에서 놓아버리니 다른 할일들이 줄을 섰다는 것이 요즘 저의 일상입니다.^^

2017-05-13 12: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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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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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9 16: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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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1 0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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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1 1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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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1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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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볼까 들어왔다가 그냥 가기는 뭣하고 아니 그냥 가기로 했건만 벌써 이러고있다. 버릇이 고약하게 들었다. 하긴 쏟아부은 물리적 시간을 생각해봐라. 그동안 나는 아무 것도 안한 게 맞다. 요즘의 나는 어쩌면 주름을 잡느라 여념이 없다. 미간을 펴서 잔주름을 처리하는 동시에 막강한 몇획의 주름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다. 대신 읽고 쓰는 일의 즐거움을 잃어버렸다. 잘 된 일이다. 그동안 나는 가짜였다는 판정패를 인정하는 순간이다. 상쾌하다. 봄꽃들이 지고 있지만 난 지고 싶지 않다. 나에게 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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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00: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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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1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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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2 1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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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3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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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거의 못잔 얼굴로 아침을 시작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다리와 어깨와 목과 무릎과 손가락과 발가락이 매일 못생겨지고 있다. 슬픈 일이다. 살면 살수록,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사람은 어차피 슬플 일이 많기 마련인데 나는 이딴 걸로도 슬퍼하는 걸 보니 나약하고 비겁하고 한심한 것이 맞다. 자학이 여전히 저절로 되는 걸 보니 요며칠 반토막으로 살았던 일들도 어째 좀 의미있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뇌를 거치기도 전에 가슴 속부터 사무쳐야 하는데 뇌를 거치는 순간 묵직한 돌덩이만 가슴에 얹히니 의미고 나발이고 없다. 내일도 비가 하루종일 온다는데 다행히 찢어진 우산은 아니지만 신고 나갈 신발이 고민이다. 모처럼(?) 사회적 인간이 되어야 하나. 좋은 표정을 지어야겠지. 좋은 얼굴만큼이나 좋은 표정도 쉬운 일이 아닌데. 심장을 꺼내서 안경을 닦듯 닦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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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6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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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07 0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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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8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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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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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한잔 했지만 술한잔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자각을 이 사진을 보면서 한다. 엄마가 들으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일이다. 이 미친 년아, 술꾼이 다 되었구나. 난 물론 엄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오빠로부터 동생으로부터 독립하다 못해 생까고 있는 처지다. 친구가 없는 나는, 피 한방울 안섞인 절대가족 한명를 부여잡고 술 좀 먹자고 외친다. 다행히 내게도 들리지 않는 외침이다. 하지만 오늘의 특수상황인 것이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책이나 읽다가 잠드는 게 마땅하다.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나 잘 일어나서 1교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국어도 영어도 아닌 수학스런 메뉴가 정해져 있어서 그나마 내일은 다행이다. 오늘 낮에는 1시간이 넘도록 봄볕을 쬐었다. 그 덕분에 길고양이 두 마리를 투샷으로 사진에 담았다. 그들이 작당하고 사라진 곳의 흙냄새가 따뜻하길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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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3: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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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9: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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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7-03-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이렇게 사진과 글이 정겨울까요!

컨디션 2017-03-30 22:36   좋아요 0 | URL
으흠? 블루욘더님..
반갑습니다!
아마도 이 모든 게 술의 힘이겠지요..넵 술때문 입지요.^^
 

넌 어떠니. 자랑, 좋아하니? 그래 좋아! 좋지, 좋아한다 치자. 좋아하지 않는 것보단 보기 좋으니까? 그래, 자랑이! 자랑을! 자랑은! 뭘까? 솔직히 말해, 자랑하는 법 따로 있다? 노골적인 거 좋다는 사람 따로 있고 싫다는 사람 따로 있듯이 비위장단 할 거 없이 그냥 상징이나마 잘 갖춰서 놀면 끝. 끝? 끝!


그래, 늦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그래 늦었다. 방법을 모를 리 없잖아? 잘 놀아보라는 폭언도 아까워. 그렇다면 난. 이제 와 보니 너무 늦은 게 분명해. 보고 들은 게 있으니 따라나 해보자고? 이거 참 이러지 마시지. 같잖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렇게라도 싫다면 의리는 남겨두겠지만, 싫다는데 아무 것도 소용은 없으니 남겨둘 것도 없지. 그러니까 널 응원해. 널 응원해 마지 않아. 정말이야. 이것마저 싫은 게 아니라면 내 응원을 받아. 널 응원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어.  


심자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 이름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은 누구나 자존을 앓을 나이라서 자존을 잃을 일이 허다했고 누구나 그 정도는 알고 있었는지 잘도 참았다는 생각입니다. 책걸상 사이를 누비고 다녔던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아득하게 명랑했는지 그 자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아름다운 얼굴에 다리를 절던 소녀였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그녀의 다리를, 아니 그녀의 다리가 아름다운 얼굴을 더 아름답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다름 아닌 불편한 다리에 있었음을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가, 아니 그녀가 처음부터 아름다운 얼굴이었는지 처음으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 채 졸업을 했습니다. 우린 모두 학교를 떠났고 다들 서로를 잊은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나를 친구로 알기나 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기억합니다. 아름다운 얼굴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이 그렇다면. 지금 그녀는 과연 다른 평범했던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인가.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을 것임을. 강렬한 존재로서 기억되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빛에 자신의 눈이 멀고 마는 것이죠. 그것이 스스로 의도했든 아니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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