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느 블로거가 ‘한명숙’이란 세 글자로 삼행시를 짓는 이벤트를 열었습니다(자신의 블로그를 ‘즐겨찾기’를 해 놓은 사람의 수를 맞추는 것도 있었음). 

봄맞이 서가 대방출 이벤트, 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들을 나눠 주겠다는 이벤트랍니다.

저도 거기에, 순전히 재미로 참가했는데, 제가 뽑혔지 않았겠습니까.

오늘 당첨자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 당첨되었습니다. 

다음은 당첨된 블로거들의 삼행시입니다.

감상해 보세요.



조선인님

한 : 한명숙 선생님, 얼마 전 먼 발치에서 뵙고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명 : 明鏡을 가꾸시던 분이 어떤 각오로 오물 뒤집어쓰길 자처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숙 : 숙연한 각오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존경을 담아 옛제자 올림.


순오기님

한 : 한명숙은 절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명 : 명줄이 끝나도 저는 변함이 없습니다.

숙 : 숙명처럼 청렴결백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입니다.


세실님

한 : 한방이면 됩니다

명 : 명약관화 하잖아요.

숙 : 숙명이지요. 서울시장은^*^


전호인님

한 : 한방에 어찌해보려는 검찰의 삽질은

명 : 명경지수같은 님의 맑음만으로도

숙 : 숙명처럼 이어온 난관을 극복하고 이름처럼 밝고맑음으로 승화시키리라 믿습니다.


pek0501님

한 : 한번쯤 누구나 산모퉁이를 돌아서 가버린 시간들을 그리워한다.

명 : 명확하지 않은 기억으로 과거를 추억하기도 한다.

숙 : 숙연히 어느날 깨닫는, 지나온 세월의 두께여!


.....................................................................................

그래서 저도 책을 선물 받게 되었습니다.

책의 목록을 보여 주며, 받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공짜로 받는 것만 해도 황송해서 ‘아무거나 주십시오’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찾지 않는 책으로, 남은 것을 받겠다고 했어요.

굳이 말하라면, 동화책으로 받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동화책은 사 보게 되지 않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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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4-0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벤트를 열어 주신 글샘님께 감사 드립니다.

글샘 2010-04-03 12:30   좋아요 0 | URL
집에 책이 쌓여서 책꽂이가 붐비거든요. ㅎㅎ
저도 좋은 시들을 읽게 되어 기분 좋았습니다.
워낙 시절이 꿀꿀해서... 이런 일이라도 벌여야 좀 이야기도 건네고 하는 거죠. 주말 잘 보내시길...

페크pek0501 2010-04-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글샘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순오기 2010-04-0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당첨된 문제의 삼행시는 순오기가 지은게 아니고, 이웃에 진짜 이름이 '한명숙'씨가 있는데 삼행시의 달인이라 전화로 읊으라했더니 바로 나왔답니다. 물론 글샘님 서재에도 그런 사연을 댓글로 남겼고요.ㅋㅋ
님의 삼행시는 다른 분들과 다른 시각이라 더 돋보였어요.^^

페크pek0501 2010-04-03 13:0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즘 제 나이가 많은 것에 대하여, 하루하루의 시간이 쏜 화살같이 빨리 가는 것에 대하여, 지난 시절로부터 꽤 많이 흐른 세월에 대하여, 생각이 많았기에 그런 걸 쓰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을 보내시길...

전호인 2010-04-05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덕분에 저도 님의 서재를 방문하게 되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서재를 통해서 종종 뵙게 되길 바랍니다.
즐찾 꾸욱 누르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10-04-05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갑습니다. 전호인님의 서재엔 이미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글샘님의 서재에서 보고 들어갔을 거예요. 오늘은 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 다음에 님의 서재에 방문하여 글을 찬찬히 보고 저의 흔적을 남겨 드리지요.

저의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호적상 나이는 사십대이고(그것도 올해까지만), 육체적 나이는 오십대이고(체력이 약해서), 음악적 취향은 십대입니다. ㅋㅋ 그래서 제 엠피쓰리에 중2짜리 둘째애가 음악을 넣어준 답니다. SG워너비의 노래는 다 좋아하고, 비욘세의 헬로우, 쥬얼리의 러브스토리를 즐겨 듣는... 아마 정신연령은 이삼십대일턴데, 글을 쓸 때면 나이 먹은 만큼 진지해집니다(저도 모르게). ㅋ 그래서 혹자는 저와 제 글이 다르다고 합니다.ㅋ

즐찾은 님 덕분에 이제 10명이 되었습니다. 누구는 600명이 넘었다고 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저의 고정팬이 열명이 되었다고 착각?하며, 저의 이 올챙이 시절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나 프로가 되고 나면 아마도 아마츄어 시절이 많이 그리울 겁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즐거움은 아마츄어 시절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블로거 친구가 한 명 더 생긴 날을 기념하여 페크가 장난기 발동하여 씀. ^^^ - 올챙이 드림.






순오기 2010-04-06 04:59   좋아요 0 | URL
펙님 호적상 나이가 사십대라니까 부러움 작동~ 아, 옛날이여!!^^
둘째가 중2군요, 제겐 막내가 중3인데...우린 비슷하게 가는 듯해요.
여고 3년 동안 10번이었고, 대학 학번도 10번이어서 내겐 의미 깊은 10번인데...즐찾 친구가 10명이 되었다니 축하해요. 더불어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라며...

페크pek0501 2010-04-06 15: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제가 처음 블로거됐을 때 젊은 이삼십대들의 블로거들이 많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그들에게 이런 말을 할 뻔했어요. "나이 많은 아줌마도 친구해 줍니까?"

이건 모래시계 라는 드라마에서 대학에 가지 못한 최민수(극중 이름이 생각 안남)가 여대생 고현정에게 했던 말을 모방한 겁니다. 그녀를 좋아해서 사귀고 싶으나 그 절실함을 숨기고 태연을 가장해 그녀에게 건넨 말 한 마디 - "대학생 아닌 사람도 친구해 줍니까?"(내 기억이 맞다면)

최민수의 그 대사가 아주 맘에 들어서 제 머리에 바로 입력되었어요.
같은 분위기로 저도, "나이 많은 아줌마도 친구해 줍니까?"라고 말할 뻔했는데, 저와 비슷한 연배의 분을 만나서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다시 대사를 바꿔서, 파워블로거이신 순오기님께는 이런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군요.
"초보블로거도 친구해 줍니까?" ㅋㅋ

순오기 2010-04-08 02:36   좋아요 0 | URL
모래시계의 최민수는 '태수'였지 않나요?
그런 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파워블로거와 초보블로거라니 무삼 그런 말씀을...같이 친구먹은 사인데요.^^

페크pek0501 2010-04-09 11:51   좋아요 0 | URL
태수가 맞을 듯하네요.
결론은 쌩유^^^...
 


단상(5) 삶은 ‘우연’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살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우연’이 삶에 끼어들기 때문이다. 이 우연에 의해 애초 가고자 했던 삶의 방향이 틀어져서 엉뚱한 곳으로 가기도 한다.



1.

한 여성은 잡지사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우연이었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 김수현 작,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었는데, 그 드라마 속의 여성 기자가 멋져 보였던 것. 그때부터 잡지사 기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되고 싶은 직업이 있다고 해서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모회사에 이력서를 내고 나면 몇 백 대 일의 경쟁률에 깜짝 놀라곤 하였다. 그래서 한두 군데 이력서를 낼 게 아니라 아예 여러 장을 써서 여기저기 내기로 하였다. 그것도 기자직만 겨냥할 게 아닌 것 같아서 사무직의 직원을 구하는 회사에도 여러 군데 이력서를 내어 보았다. 그런데 먼저 합격한 곳이 어느 잡지사였다.


그렇게 해서 그녀는 잡지사의 기자로 일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우연의 산물이었을 뿐이다. 그때 만약 여성 기자인 주인공이 멋진 배역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기자직을 원하지 않았을 테니까. 실제로 기자직을 멋지지 않은 직업으로 그린 드라마나 영화가 얼마든지 있었는데, 하필 그 드라마가 방영되어 그 여성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합격 통보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녀가 사무직의 합격 통보를 먼저 받았다면 사무직에 취직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다른 회사에 이력서를 내는 일을 그만 두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것도 우연이 만든 일이다.


어느 유능한 영업사원(남자)은 이렇게 말했다. “난 처음부터 영업직에서 일할 생각을 한 게 아니었어요. 다만 여러 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냈는데, 이곳에 먼저 취직이 되어 영업직에 근무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어느 연예인(여자)은 이렇게 말했다. “연예인을 해 보겠단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냥 길을 지나가다가 어느 유명한 감독님의 눈에 띄어 연예인으로 데뷔하게 되었죠.”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의 선택이다. 그런데 그것을 좌우하는 것은 우연이다.(파스칼)”



2.

혼자 사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화투’를 너무 좋아해서 그 도박에 빠져 전 재산을 날렸다. 그리고 노숙자가 되는 신세가 되었다.


수중에 돈이 없었으므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래서 여러 막노동을 하며 돈을 열심히 벌었는데, 6개월쯤 지나니 삼백만 원이라는 목돈이 만들어졌다. 그 돈을 생각하니 어쩌면 그것은 그동안 화투판에서 잃었던 돈을 찾을 수 있는 액수 같았다. 그래서, 이건 운명이야, 하는 생각으로 다시 화투판을 찾았다. 그러나 결과는 애석하게도 돈을 다 잃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 뒤, 재미로 사 두었던 복권이 당첨되어 또 돈이 생겼다. 오백만 원이었다. 그건 다시 화투를 해서 그동안 잃었던 돈을 찾으라는 ‘신의 계시’ 같았다. 신의 계시를 어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하여 또 화투판을 찾았다. 결과는 어이없게도 그 돈을 다 잃었다.


그는 한낱 우연일 뿐인 일들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자기 맘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다시 화투판을 찾은 것을 후회하였다.



3.

어느 인터넷 블로거의 이야기다. 그는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자신이 블로그를 스스로 만든 게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블로그든 홈피든 그런 것을 갖는다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었다. 왜 그런 걸 가져서 거기에 매어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으로부터 리뷰를 작성해 보라고 하는 메일을 자주 받았다. 아마 그곳에서 책을 자주 구입하니까 그런 광고 메일을 보내는 모양이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메일들을 삭제하곤 했는데, 어느 날은 리뷰를 써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침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어 그것에 대한 리뷰를 한 편 써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그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게 리뷰를 올리면 자동적으로 ‘서재’라는 개인 블로그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졸지에 생각지도 않은 블로거가 되었다.


그는 말할 것이다. “내가 블로거가 된 것은 우연에 지나지 않아”라고.




4.



숲속에 마른 열매 하나가 툭 떨어졌다. 나무 밑에 있던 여우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호랑이가 그 여우를 보았다. 꾀보 여우가 저렇게 다급하게 뛸 때는 분명 굉장한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도 뛰기 시작했다. 호랑이의 뛰는 모습을 숲속 동물들이 보았다. 산중호걸인 호랑이가 저렇게 도망을 칠 정도면 굉장한 천재지변이거나 외계인의 출현이다. 그래서 숲속의 모든 동물들이 다 뛰었다. 온 숲이 뒤집혀졌고 숲은 그 숲이 생긴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은희경 저, <새의 선물>에서.




5.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면 삶은 그저 우연들이 이뤄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떤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사람들의 버릇일 뿐이지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들일 때가 많다.


그러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삶은 그저 우연의 연속이다. 삶은 그런 것이다.



....................................................................................................................

<후기>

최근 몇 년간 ‘우연’이 만든 무의미한 일들이 많아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일어났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생기게 되면 그것에 대한 글도 써 보겠다. 그 글의 제목은 이렇게 될 것이다. ‘삶은 필연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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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4) 둘 중 누가 옳을까요? - 두 사람의 논쟁



갑 : 나는 증권과 보험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은 사람이라서 친구들이 나에게 자문을 구하곤 한다네. 친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기 위해 내게 증권이나 보험에 관해 자세히 물어서 지식과 정보를 얻지. 그럴 날이면 으레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나서 점심을 함께 하는데, 내가 아는 것을 총동원하여 말하면 친구는 고맙다는 뜻으로 식사비를 지불한다네.


을 : 그렇다면 자네는 한 번도 식사비를 내지 않는다는 말인가?


갑 : 물론이네. 낼 필요가 없지. 그건 정당한 일이니까. 왜냐하면 나는 친구에게 지식과 정보를 주었으니 친구는 돈을 써야 하지 않겠나?


을 : 자네는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지식과 정보도 돈으로 계산하는 모양이지?


갑 : 물론이네. 친구 사이라도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네. 나는 그동안 증권과 보험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많은 책들을 사 보면서 공부했다네. 거기에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있었는데, 그 대가로 식사 대접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네.


누군가에게 점심을 사준다면 재화의 손실이 생기지만 지식은 누구에게 아무리 나눠주어도 재화의 손실이 없다


을 : 그래, 친구 사이라도 계산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 같네. 왜냐하면 그동안 공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은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네 자신을 위해서 그런 것 아닌가. 그래서 자네는 지식과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되었잖아. 그것으로 족하지. 또 지식이나 정보는 남에게 주어도 자신에게서 줄어드는 게 아니므로 손실이 없지만, 식사비를 지불한 친구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에서 식사비만큼 액수가 줄었지 않았나. 그러니 식사비는 반씩 부담해야 옳은 것 같네. 친구가 점심을 한 번 사면 그 다음에 만날 땐 자네가 사야 한다고 생각하네.


갑 : 그런 친구를 만나러 나가기 위해 빼앗긴 시간과 교통비도 생각해야 한다네. 난 남의 옳은 선택을 위한 자문에 응하기 위해 내가 소비한 시간과 교통비를 한 끼의 식사로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네.


을 : 그 대신 자네는 즐겁지 않았는가? 자네는 친구에게 지식과 정보를 주면서 자신에 대한 우월감과 자신감을 마음껏 누렸을 걸세. 그뿐인가, 친구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흐뭇함과 흡족함으로 기분이 좋았을 것이네. 그것은 바로 그 친구가 자네에게 선사한 선물과 같은 것이네. 오히려 자네가 친구에게 고마워하며 밥을 살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드네. 그러니 식사비는 똑같이 부담해야 된다네.


갑 : 내가 친구에게 지식과 정보를 주면서 우월감과 자신감과 흐뭇함과 흡족함을 느끼며 즐긴 것은 사실이라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공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니, 나는 돈을 쓸 필요가 없는 것이네.


둘 중 누가 옳을까요?


......................................................................................................................

<후기>


인터넷 신문을 유료화한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광고 수입 급감으로 고전해 온 뉴욕타임스(NYT)가 내년부터 온라인 독자들에게 구독료를 부과하기로 했다(조인스 1월 21일).”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신문인 뉴욕타임스는 “지난 1990년대에도 해외 독자들에게 구독료를 부과했었고, 2005~2007년엔 사설과 칼럼 등에 대해 구독료를 부과”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중국의 대표적인 신문인 인민일보가 전자신문의 구독을 이번 해부터 유료화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에 대해 돈을 지불해야 사는 사회에 살게 될지 모릅니다. 만약 그런 사회에 살게 된다면, 자신이 타인에게 준 지식과 정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풍토가 조성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무료가 아닌 ‘유료’라면 말입니다.


제도(사회)가 변하면 인간의 사고도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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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 2010-01-24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둘 다 옳지않다.뇌리에 어떤 신호가 왔을 때 찰나적인 판단에 의해서 행동하게 된다.이성적인 효과이냐.감성적인 인화인가에 따라 형이상과 형이하의 현실적인 비중을 노리게된다.그러나 오늘이 마지막인듯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는 인생사라면 가장 호의적인 것이 으뜸일 것이다.이왕지사 나왔으면 밥을 사주면서 설명 해주는 것이 다가올 희망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의무와보답을 따지고보면 공통분모라고 생각한다.모든 것은 평등에 기인한다는 말이다.

페크pek0501 2010-01-24 16:03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밥을 사주면서 지식과 정보를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는다면 참 좋은 세상이 될 듯합니다. 주는 기쁨도 받는 기쁨 못지않음을 아는 것, 소중한 체험입니다. 흐뭇함과 흡족함이야말로 행복한 기분 아니겠습니까.

옹달샘 2010-02-0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관계가 너무 계산적이면 만나면서도 즐거움보다는 부담감과 실망감이 싹트게 되고 결국엔 만나고 싶지 않은 관계가 되고 말지요. 정보를 얻은 친구가 고마운 마음에 식사비를 지불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수 있지만 그걸 매번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올바른 친구관계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친구를 만나는 건 무척 부담스러울 것 같네요.

페크pek0501 2010-02-02 14:05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들어 오셨네요. 반가워요. 옹달샘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정보를 주는 그 마음도 정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요.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도 선의가 없으면 불가능할 일이니까요.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 착한 것 같아요. 길에서 아무에게나 길 찾는 질문을 하면 열에 아홉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요.
 


단상(3) 운동회의 풍경이 달라진 이유


한 일간지(조선일보, 1월 4일)에 의하면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빗 등 저명한 미래학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세계미래학회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2010년 이후의 미래전망 10’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머지않은 미래에 휴대전화를 통한 ‘길거리 이상형 찾기’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원하는 이성의 외모나 취향을 휴대전화에 입력해 놓으면 유사한 프로필을 갖춘 이상형의 위치를 휴대전화가 찾아 통보해 준다는 것이다.”


이미 휴대전화는 우리의 삶의 풍경을 많이 바꿔 놓았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로 인해 길거리의 공중전화가 없어졌고 손목시계의 사용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도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 비하면 불확실하게 약속을 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 한 예로 ‘그 부근에 도착하면 전화해’하는 식의 말로 약속을 하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 중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나는 운동회 풍경을 꼽겠다. 언제부턴가 초등학교 운동회의 풍경이 달라진 것이다. 피자나 치킨을 파는 사람들이 아침부터 교문 앞에서 자신의 가게 명함(또는 광고지)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다. 교문을 들어서는 학부모들 대부분은 당연한 듯 그것을 받아든다. 운동회 점심시간이 되면 그 명함(또는 광고지)을 보고 피자나 치킨을 주문하기 위해서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학교로부터 초대되어 학부모와 아이들이 운동 경기나 놀이를 함께하며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이다. 아이들의 잔칫날인 셈이다. 이런 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점심시간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준비한다. 그것이 과거에는 엄마의 정성이 들어 있는 김밥이었다면 이제는 휴대전화로 주문하는, 남이 만든 피자와 치킨인 셈이다. 그것들은 음료까지 함께 배달이 되기 때문에 물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이제 김밥 대신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오는 학부모들


그래서 아예 김밥을 준비하지 않고 운동회에 오는 학부모들을 이미 볼 수 있는데, 앞으로 김밥 준비를 따로 하지 않는 어머니들이 점점 늘어갈 것을 예견하게 된다. 이제 직접 재료를 구입하여 김밥을 싸는 어머니의 정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단 하나의 소지품을 통해 음식 배달이 가능해진 까닭인데, 그것은 바로 ‘휴대전화’다.


운동회날 학부모들의 행동양식이 변하고 점심 메뉴가 변한 것은 젊은 세대의 먹거리 문화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휴대전화의 대중보급이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그것의 기능이 편리하기 때문인데 이 편리함이 우리의 삶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엔 휴대전화를 통한 ‘길거리 이상형 찾기’가 활성화된다고 하니, 또 어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질까. 나는 이런 변화가 가끔 두렵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편리함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지금의 세상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지, 두려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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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세계미래학회가 전망한 2010년 이후의 세상

1. 길거리에서 이상형 찾아주는 휴대전화 등장

2. 3차원 프린터로 물건 제작

3. 뇌 신경세포 신호를 이용한 텔레파시 대화

4. 기술개발 관련 문제를 입력만 하면 컴퓨터가 자동 해결

5. 바다에 땅을 만드는 기술로 초소형 국가 등장

6. 젊은이는 독서량 늘고 노인은 게임에 빠져

7. 암모니아, 새로운 자동차 연료로 각광

8. 친환경 생체연료로 조류 약진

9. 태양열 반사 거울 같은 ‘과격한’ 온난화 대책 속출

10.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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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지에는 휴대폰으로 표기되었으나 이것은 잘못된 표기 같아서 ‘휴대전화’로 고쳐 썼음. 한글과 영어의 합성어인 휴대폰보다는 한글로 ‘휴대전화’, 또는 영어로 ‘핸드폰’으로 쓰는 게 옳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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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1-1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도소에서 오랫동안 지냈던 사람들이 출소하면 세상살이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세상은 매우 빨리 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초등학생이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는 낯선 모습을 어떻게 볼까요. 내가 어느 날 초등학교 운동회에 갔을 때 그 새로운 풍경에 충격을 받았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세상은 이렇게 변했구나’하고.

그때 본 운동회 풍경을 글로 써 놨기에 그것을 토대로 이 글을 썼습니다. 과학발전의 속도를 좀 늦추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변화가 싫은 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요.



옥계 2010-01-2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새 세대에선 "변화"란 일상이지만 그들에게 또 하나의 미래를 교육하는 일이 오늘날 기성세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연일 다큐멘터리로 전해오는 소식이 그러합니다. 지구 온난화에다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고 야생이 바뀌고 하는 문제를 야기 시켜온 무조건적인 첨단 발전과 인류의 생활 방식에 있다고 봅니다 취학 전에 한글은 물론 기본 영어를 떼고 가는 세상이니까요.음식문화는 위험수위 그 자체입니다.

페크pek0501 2010-01-24 15:59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점점 먹거리 문제가 중요해질 듯싶습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을 듯해서요.
제가 변화가 두렵다고 한 것은 그만큼 적응하기 힘들다는 얘기도 됩니다.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컴퓨터를 배우고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운 것처럼 또 앞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다면 또 구입해서 익숙해질 때까지 배워야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더 큰 문제는 기존의 것을 다 폐기(낭비)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예전 LP판으로 음악을 듣다가 CD가 나왔는데 앞으로 전자책이 대중화된다고 하니 종이책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될까봐 걱정입니다. LP판처럼 말이에요. 이 무슨 낭비입니까. 티브이를 통해 아이티 참사를 보고 나니 불편하지도 않은 종이책을 없애고 전자책을 보느니, 차라리 거기에 들어가는 그 투자비용을 굶주림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썼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이젠 지구촌의 문제로 풀어야 할 듯합니다.

옹달샘 2010-02-0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애들이 어릴 때 보던 비디오 테입이 많이 있었는데 CD가 나오고나서 비디오와 테입을 모두 버렸지요. 그런데 이젠 영화도 CD가 아닌 usb에 다운받아서 보는 세상이 되었어요. 동생이 영화를 CD로 구워주었는데 이젠 이것도 안봐요. 새로운 기계가 나오면 편리해지지만 배우는게 버거워지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10-02-02 14:11   좋아요 0 | URL
이번에 넷북을 샀는데, 디스켓 사용 기능이 없고 CD도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더라고요. usb로만 사용하라는 거죠. 예전에 구입한 노트북이 디스켓과 CD를 사용하는 건데, 이젠 그게 구닥다리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된 거예요. 이제 디스켓과 CD가 쓰레기가 되는 시대입니다. 아까워라...
 


단상(2) 삶의 해석의 차이


나이 사십을 넘기면서 ‘이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할 텐데’ 하면서도 좀처럼 운동하게 되질 않았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워낙 운동에 취미가 없어서다. 학창시절에도 체육시간을 싫어했다.



어느 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날이 많아지게 되어 급기야 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위장에 큰 이상은 없으나 소화능력이 약하다는 것. 의사는 몸을 많이 움직이라며 방치하면 큰 병을 키울 수도 있다고 조언하였다.



의사의 이런 말에 걱정이 되기도 했고, 소화가 되지 않아 배가 더부룩하고 답답한 느낌이 심해져서 기분이 좋질 않았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그때부터 난 필요에 의해 스스로 매일 걷는 운동을 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걷고 나면 소화불량 증세가 없어졌다. 이것이 지금껏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하게 된 이유다. 이젠 걷고 싶을 정도로 산책을 좋아한다.


나는 산책을 하며 감미로운 음악을 듣기도 하고 아름다운 하늘과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햇살의 따사로움을 온몸에 받으며 만끽하기도 한다. 평소 소화가 잘 되었다면 산책의 즐거움을 모르고 살 뻔했다. 이런 즐거움은 ‘소화불량’이 내게 준 선물인 셈이다.



우리의 삶을 잘 관찰해 보면 이렇게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이것을 간과하며 살 때가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삶의 해석의 차이에 기인하는데, 매사 긍정적인 생각으로 삶을 해석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을 듯하다. 그래서 다음의 글처럼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려고 한다.




10대 자녀가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

지불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내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

파티를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다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고,


- 차동엽 저, <무지개 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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