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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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막 나왔을 때, 읽어보기도 전에 ’박완서’ 작품이니까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거란 믿음 하나로, 세살 위의 내 언니와 이웃 언니에게 생일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정작 내 책은 지인에게 선물을 받고도 두달이나 지나서 읽었다. 지난 주부터 밤참을 먹듯이 단편 하나씩 야금야금 먹는 그 맛이 참 좋았다. 단편집은 한번에 쭈르르 읽어버리면 제목과 내용이 헷갈리기 때문에, 단편집을 읽어내는 내방식은 매번 이렇다.

지난 월요일, 아이들 중학교에서 방과후학교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화요일 집에 돌아와오니, 중3 아들녀석이 아무것도 신청하지 않았다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삼남매 중에 특히 아들에게 믿음을 덜가진 나는 대뜸 뚜껑부터 열렸다. "니 알아서 신청한다더니~ 아무것도 안 했단 말야?" 자기발전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지, 왜 그런 기회를 그냥 보내는지 안타까웠다. 아들녀석은 해봐야 별로 득되는 것도 없고, 배우고 싶은 것도 없노라고 항변했다. 이 녀석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딱히 없다는게... 3년간 장래희망에 '한의사'라고 써서 내긴 하지만, 그닥 공부에도 열심내지 않는다. 그날 모자간에 엄청난 설전이 오갔고, 분이 충천한 녀석은 이를 뿌드득 갈아대며 "시험에서 성적 올리면 될 것 아니냐? 중학교때 그렇게 열심히 안해도 된다고 담임샘도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내가 바닥을 기는 것도 아닌데..." 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런 녀석을 놔두고, 나는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 내 눈물을 씹어 삼키는 밥을......

이런 진통을 치르고 나면 한동안 살맛이 나지 않는다. 그날 밤, 나는 저녁밥상을 차리지 않았다. 그냥 누워서 내가 아들을 너무 못 믿고 몰아세우나 반성도 하고, 지가 웬만큼 했으면 이렇게 불신할까? 눈물과 반성이 교차되면서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공황상태가 지속되었다. 녀석도 한숨 자고 났는지 배가 고팠는지 제방에서 나와, 모른척 밥상을 차려주지 않아도 주섬주섬 꺼내어 밥을 먹었다. 미운 마음에 밥도 주기 싫었지만, 그래도 짠한 맘이 들어 치나물을 내어주고 비벼먹으라 일렀다.

그날 밤, 곱게 잠이 올리 없어 한밤중까지 뒤척이다 '친절한 복희씨'와 벗하려고 책을 펴 들었고,  세번째 단편인 '마흔아홉 살'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나는 울었다.

   
 
 그 여자는 요새 부쩍 더해진 식탐이 걷잡을 수 없이 도지는 걸 느꼈다. 조금씩 같이 먹을 줄 알았는데 김밥과 순대는 거의 그냥 남아 있었다. 그 여자는 그 소박하고도 느글느글한 것들을 짐승 같은 식욕으로 먹어치우고 인삼차를 한 잔 더 시켰다. 금년부터 치수를 28로 늘려 입었는데도 바지 허리는 만복을 이기지 못해 짤룩하게 뱃살과 허릿살을 갈라놓고 있었다. 명치가 등에 붙을 듯이 날씬하다가도 생명만 잉태했다 하면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풀어오르던 배는 이제 두꺼운 비계층으로 낙타 등처럼 확실한 두 개의 구릉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의 후크를 풀자 역겨운 트림이 올라왔다. 자신이 비곗덩어리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면서 메마른 설움이 복받쳤다. (107~108쪽)
 
   
아~ 여자 나이 '마흔아홉 살'이면 이렇게 꾸역꾸역 밥을 먹을 수 있는거구나, 분에 겨워 길길이 날뛰는 녀석을 두고 꾸역꾸역 밥을 먹은 내가 용납되지 않았는데, 여자 나이 마흔아홉 살이면 다들 그러는구나, 그럴 수 있구나! 그럴 수 있구나! 수없이 되뇌이며 100% 절대 공감으로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 화자 - 박완서의 모습이라 생각되는 - 들이 등장해 삶을 풀어낸다. 공선옥의 작품에 등장하는 구질구질한 삶에 치인 여자들이 아닌, 그럭저럭 살만하거나 그런대로 유복했다 여겨지는 여자들의 삶이 펼쳐진다. 작가가 추레한 생활을 하지 않았으니 신산한 삶을 그리진 못할거란 생각도 살짝 들었다. 마흔아홉의 나는 노후를 위한 연금도 없고 재테크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인지라, 노년에 자식들이 주는 용돈 몇푼으로 살겠구나 생각하니, 소설속의 여자들은 팔자 좋은 여편네일지도 모른다는 삐딱한 심사도 좀 생겼다.

내 나이 마흔이 넘어서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니까, 마치 박경리가 그려낸 '토지' 속의 '임이네' 같아서 스스로 혐오스런 감정을 한동안 갖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어쩜 이렇게 깍쟁이 같은 속내를 술술 잘 풀어내는지, 작가의 맛깔나는 수다에 빠져 들며 공감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기막힌 상황에서도 꾸역꾸역 밥을 먹듯, 어떤 상황도 이해 못하거나 용서 못할 것이 없는거구나 생각되었다. 노년을 맞는다는 것, 노년을 누린다는 건 작가나 작품속 주인공처럼 체면이나 허위를 벗어버리고, 제 나름대로 삶의 철학과 지혜를 갖는 거구나 짐작해본다. 

이 책에 수록된 '마흔아홉 살'뿐 아니라, '대범한 밥상'에서도 외동딸 내외를 졸지에 잃고, 세살, 여섯살 외손주가 남겨진 상황에서 '그 끔찍한 참척을 겪고도 눈이 초롱초롱해서 밥을 아귀아귀 먹은 것' 을 흉보는 동창들의 수다가 나온다. 그 외에도 그리움을 위하여, 후남아 밥 먹어라를 비롯한 거의 전편에서 밥 이야기가 나온다. 며칠 전 걸려온 큰언니의 전화에, 아들녀석과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내며, 내가 꾸역꾸역 밥을 먹었다고 토로하자, 쉰여섯이나 된 언니는 "그래,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살기 위해 꾸역꾸역 밥을 먹는거야. 너도 이제 그 나이가 되었구나!" 위로하였다. 7남매의 장남에게 시집 간 언니는, 장애와 모자람까지 있는 시동생과 얍삽한 시동생까지 그 형제들의 일에 치여 참으로 힘들게 살아왔다. 그러니, 꾸역꾸역 밥을 먹는 일이 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표제작인 '친절한 복희씨'가 남편이나 자신에게 느끼는 살의를 충족시켜 줄 죽음의 고약덩어리를 강물에 던져버림으로, 생에 친절한 복희씨가 되어 반신불수가 된 남편이나 자신을 위해서 이후에도 꾸역꾸역 밥을 먹었을거라 짐작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며칠 숙성시킨 결론은, "삶은 밥이구나!" 내 나이 마흔아홉 만큼의 어설픈 철학으로 마무리하며, 여든이 되어가는 작가의 건강을 기원하며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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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9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10 0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04-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리뷰에는 언제나 '삶'이 묻어 있어요.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고 깊이 공감해요. 꾸역꾸역 밥을 먹어가면서 억척스럽게 이어가는 모진 삶을, 우리 함께 경배해요.

순오기 2008-04-10 05:35   좋아요 0 | URL
억척스럽게 살아낸 우리 어머니들의 삶을, 우리도 이어가야겠지요?
부끄럽지만 저렇게 쓰고 나니 마음이 많이 녹아졌어요.^^ 알라딘은 해우소!

웽스북스 2008-04-10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손이 안가 못읽고 있는 책이에요 이책
얼마전에 명랑한 밤길 다 읽으면서 순오기님 생각 했어요
그리고 어제 식코를 다시 보면서
자꾸만 식코를 보고 일어나지 못했다는 순오기님 독서모임 회원 분이
계속 마음에 밟혔어요

휴일 잘 보내셨지요?

순오기 2008-04-10 05:38   좋아요 0 | URL
어제 새벽에 이 리뷰 쓰고는 늦잠 잤어요.ㅠㅠ
빈둥거리다 오후 늦게 투표하고..결과 보다가 살맛 안나서 그냥 자버리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알라딘 즐기는 중이에요.^^
지역영화관 사이트에 투표하기 전에 '식코'보라고 후기 올렸는데, 많이들 봤으려나?~~~ 이동네야 식코 안봐도 녹색동네지만...^^

프레이야 2008-04-10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 순오기님, 쉰여섯의 언니에게도 경배를 보냅니다.
꾸역꾸역 밥을 먹는 나이,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나이인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4-10 17:33   좋아요 0 | URL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가 되어야 하는데, 머리가지 뜨거워서 문제랍니다.ㅠㅠ 꾸역꾸역 밥을 먹는 나이가 제대로 사는 삶이어야 하는데 그도 아닌 것 같아서 착잡했어요.

희망찬샘 2009-02-17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사서 읽고는 책꽂이에 고이 꽂아 둔 책... 꼭 읽어야 겠네요.
 
우리 독도에서 온 편지
윤문영 글.그림, 신용하 감수 / 계수나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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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목청 높여 '독도는 우리땅'을 부르던 때가 있었다. 일본인의 망언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부르던 노래, 정말 이 노래만 부르면 아무도 넘보지 못할 우리 땅 독도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독도 사랑을 심어줄 책으로 초등 저학년 눈높이에 맞는 분량과 그림을 담은 설명으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독도경비대가 된 삼촌이 조카 허일과 주고 받는 편지 형식으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독도의 사계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편지와 해설은 다른 글씨체로 확연히 구분되어 좋다. 삼촌의 편지에 실려오는 독도의 풍경이 눈에 잡힐 듯 떠오른다. 물론 윤문영 선생님의 그림이 어린 독자들의 이해를 충분히 거들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동도와 서도 두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섬 주변에 촛대바위, 장군바위, 물개바위등 89개나 되는 크고 작은 바위섬이 흩어져 있단다. 쇠무릎, 기린초, 구절초, 방가지똥, 개여뀌 등 우리의 야생초도 볼 수 있고, 다른 나라엔 없는 토종 '섬괴불나무'도 있단다. 또한 새들의 천국으로 괭이갈매기, 바다제비, 도요새, 가마우지, 홍조롱이, 슴새 등 온갖 새들이 살고 있단다. 특히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까닭에 '괭이갈매기'가 되었다는 설명은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독도경비대인 삼촌을 만나러 우리땅 독도에 가는 허일이네 가족이 한없이 부럽다. 나도 꼭 가보고 싶은 섬 1순위가 독도다.

삼촌과 주고받는 편지로 독도를 알아가며 편지쓰기도 좋아할 재미있는 책이고, 우리땅 독도 사랑을 키워주는 책이라 초등어린이의 필독서로 추천한다. 책을 펼치면 독도학회 회장인 신용하선생님의 추천사에서, 서기 512년부터 우리의 영토로 1905년에 일본이 빼앗았다가 1946년 연합국의 결정으로 한국에 돌려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책 뒤에도 사진을 곁들인 4쪽의 '독도이야기'가 실려 있어 독도를 알고, 독도사랑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은 고학년들은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김병렬/사계절)'을 읽으면 독도의 역사까지 잘 알 수 있다. 또한 우리 역사자료로 남아 있지 않아, 툭하면 망언을 일삼는 일본인을 봐야하기에, 기록의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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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마다 독도 수업을 할 때면 Lee.J의 '독도아리랑'을 들려주었는데 금년엔 못했어요. 이 학교는 기자재를 갖추고 있질 않아서 영상이나 음악 들려주기가 아주 망하더라구요ㅡ.ㅜ
힙합 음악이지만 랩 가사가 아주 절절해서 근현대사 수업에 좋은데 말예요. 저는 김탁환의 '독도평전'을 아주 재밌게 읽었어요. ^^

순오기 2008-04-08 17:10   좋아요 0 | URL
독도아리랑?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지금 생각나지 않아요.ㅠㅠ
'독도평전'이라니 검색해봐야겠어요.

bookJourney 2008-04-0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의 소중함 ... 용이가 '독도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읽으면서 말을 하더군요.
이 책도 용이에게 권해줘야겠네요.

순오기 2008-04-09 03:42   좋아요 0 | URL
흠~ 독도를 지키는 사람들을 벌써 읽었군요. 용이의 독서수준도 상당히 높아요! 정말 그 책을 읽고나면 '기록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지요.
편지형식이라 쉽게 읽히고 이해도 쉬운듯...
 
선녀와 나무꾼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15
이경혜 지음, 박철민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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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셋째 딸로 태어나 셋째 며느리가 되었고, 세 아이의 엄마다. 셋이 기본이라고 큰소리를 치며 지인들에게 셋은 낳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셋을 낳아보니 셋째는 쉽게 쑥 나왔고, 키우기도 수월했다. 엄마도 셋을 키우면서 별스런 경우를 다 겪게 되니, 비로소 남의 자식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안하고 다 받아들이게 되더라. ^^

우리가 잘 아는 '선녀와 나무꾼'은 날개옷을 감춘 나무꾼이 결혼하여 아이 셋을 낳자 날개옷을 보여주었고, 선녀는 세 아이를 업고 양 팔에 끼고 하늘로 올라갔단 이야기다. 그 후 나무꾼이 하늘에 올라가 행복하게 산다는 '혼인형'과 끝내 만나지 못하는 '이별헝', 그 후일담인 '수탉 유래담'의 세 유형이라는데, 이 책은 그 후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져서 유치원기보다는 초등 저학년에 더 알맞을 책이다.

그림은 차분한 색조로 분위기를 잘 맞추고 표현 기법도 옛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그림이나 바탕이 너무 어두운 감이 있으나 이야기 진행상 너무 밝은 색조면 안 어울릴 것 같다. 이 책은 그림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아이들이 알고 있는 아야기로 끝나지 않고, 그 후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충족시킨다.

문제는 나무꾼이 너무 한심하게 나온다는 것. 아내와 아이들을 잃고 통곡하니 노루가 다시 나타나 방법을 알려주지만, 자꾸만 주의사항을 어겨 하늘에 오르지 못한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마지막 세번째 박씨를 심어 박넝쿨을 타고 하늘에 오르며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아 굴러 떨어지지 않는다. 마침내 하늘에 올라가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만, 옥황상제의 세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삼 세번을 좋아하는 것 같다. 옛이야기에 익숙하게 나오는 삼 세번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옥황상제의 시험 세가지는 변신한 옥황상제 찾아내기, 나무꾼이 보이지 않게 숨기, 옥황상제가 쏜 세개의 화살을 찾아오기다. 그런데, 나무꾼이 자기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모두 아내의 도움으로 해결한다는 설정은 마음에 안 든다. 하긴 천상의 선녀와 인간세계의 나무꾼이 어찌 견줄만 하겠냐만, 그래도 한가지라도 제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게다가 아내의 주의사항을 듣고도 지키지 못하는 나무꾼의 한심함은 마지막 시험에서 극에 달한다.

아~ 이런 사람은 우리 곁에도 많이 있다. 어쩌면 나도 저런 한심한 모습일지 모르겠다. 나무꾼의 노력이나 지혜로 하지 않고 아내의 도움으로 해결하니까, 이런 한심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것이구나 쓴웃음의 교훈을 찾는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금기를 어기는 약한 사람이 하늘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성장하는 이야기라지만, 어린 아이들이 그런 성장통을 이해하기엔 버겁다. 그저 여러번의 시련을 거쳐 끝내 가족과 하늘나라에서 잘 살았대! 라는 결말에 휴우~ 다행이다 숨을 몰아쉬는 것으로 재미있는 옛이야기의 후일담을 접수하면 족하다.

초등 저학년들은 제 마음대로 후일담을 지어봐도 좋을 듯하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별로 끝내든 다시 만나게 하든 자유롭게 이야기를 꾸미면서 녀석들의 생각도 쑥쑥 자라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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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땐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뭇꾼은 선녀 입장에서 치한이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뭇꾼이 나중에 홀로 외롭게 지낸 것이 샘통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가만 보면 옛 이야기는 뒤집어 생각할 것들이 참 많아요. 토끼 간이 필요했던 거북이도 따지고 보면 사기꾼이라는 등 말예요^^ㅎㅎ

순오기 2008-04-08 17:12   좋아요 0 | URL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렇죠.
예전엔 보쌈해서 업어도 갔잖아요. 지금도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bookJourney 2008-04-0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뭇꾼이 너무 한심해 보였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군요. 마노아님의 '샘통'에 한 표~~

순오기 2008-04-09 03:44   좋아요 0 | URL
'샘통'은 이럴 때 '쌤통'으로 읽힌다는...^^
한심한 나무꾼...ㅎㅎㅎ
 

4월 9일 투표를 하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보면 좋겠다. 이 영화는 의료보험민영화의 폐해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미국의 현실과 의료선진국인 캐나다, 프랑스, 영국, 쿠바의 사례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큐가 보여주는 리얼리티와 충격에 눈물이 흐르고 분노가 치솟는다.

잘사는 줄만 알던 미국의 진실, 의료보험 민영화로 돈없는 서민들은 병원진료를 받을 수 없다. 잘린 손가락의 접합수술비가 6만달러나 되어 잘린 손가락을 버려야 하는 나라.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를 택시에 실어다 버리는 나라, 암에 걸렸거나 교통사고도 제대로 보험 혜택받지 못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익창출이 목적인 보험사가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치료와 지불을 거부한다. 고위 관리자들은 그렇게 창출된 이익금으로 엄청난 연봉을 받고, 그들이 거절한 환자의 가족은 열에 들뜬 아이나 암에 걸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

9.11의 테러범들은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는데, 9.11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봉사한 구조대원들은 질병으로 죽어간다. 미국정부는 그들의 봉사를 인정하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린다. 악당들은 최고의 대우를 하면서 진정한 영웅을 버리는 국가, 국민들이 많이 알면 국가에 저항할까봐 정보와 지식을 차단하고 오직 '기'를 죽여 순종하게 만든다니? 이것이 오늘 날 미국의 정책이고, 모든 미국적인 것을 따라하는 대한민국, 곧 우리의 현실이 된다.

마이클 무어는 천연스레 정말 그럴까? 질문을 던지며 국민 누구나 공짜로 치료해주는 나라를 샅샅이 뒤진다. '안 되는 것도 있겠지? 에이~ 정말 무조건 공짜로 해주겠어?' 관객을 마음대로 끌고 다니며 궁금증을 확실하게 풀어준다. 이 나라는 의료뿐 아니라, 육아 교육 모든 걸 국가가 책임지는데, 그렇다면 미국은 왜 안되는 거지?  미국 국회의원의 4배가 넘는 로비스트들이 활동하는 나라, 보험사와 제약회사들이 건네는 검은 돈을 제일 많이 받은 자가 누구인지 1등, 2등... 말주머니에 그들이 처먹은 금액까지 넣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들이 왜 병폐가 명백한 의료제도를 통과시켰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부자만을 위한 나라, 미국을 따라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을 보듯 뻔하다. 닉슨부터 부시까지 그들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인지, 병원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치료받고 좋은 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 법안에 싸인하는 걸 영광이라 말했다. 자아~ 이렇게 나쁜 제도로 검증된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2MB정부를 우린 어떡해야 할까? 이 영화를 보면 그 답은 확실하다.

이 영화를 보고도 의료보험민영화가 무엇인지, 그 폐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9292&에 들어가 보시라.(메피님의 서재에서 옮겨옴) 그리고 이해된다면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에 당당하게 서명하시라. 마이클 무어는 이제 알았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고 외친다. 그래야 나쁜 것이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라고....

4월 7일 월요일 9;50 상무점 8관, 이 영화의 관객은 오로지 우리 9명뿐이었다. 이런 영화는 많이 봐야하는데, 전국에 개봉관도 몇개 못 얻었지만, 개봉해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택시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꼭 봐야 할 영화로 강추하면서, 독서회원들이 카페에 남긴 소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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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ㅇ: 꼭 봐야할 영화. 이웃에게 널리널리 알려야 할 영화를 보았어요.

ㄱㅅ: 식코(sicko:아픈것들)..민영 보험과 영리병원이 압도한 미국의 의료 현실을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 너무너무 잘 보고 온 영화.

ㅈㅇ: 충격적인 미국의 의료현실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가 취재하고 알리는 형식으로, 일부 권력층의 비리가 얽혀있는 내용이다. TV에서 방영되어 모든사람들이 인식해 할 문제라 여긴다. 의료 민영화는 없는 서민들만 쥑이는 정책이다. 아! 열난다~~~

ㅇㅅ: 너무나 눈물나서 영화가 끝나고도 일어설 수 없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식코>는 사전을 찾아보니 미국의 속어로 정신병자를 이른다고 나왔던데, 이 영화는 단순히 아픈 사람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과연 어떤 자들이 미친놈이고 정신병자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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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 7명만 보이네요. 아홉분이 가셔서 여덟 분은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예요.
이 영화 모두가 봐야 하는데 선거날보다 좀 더 일찍 개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순오기 2008-04-08 10:24   좋아요 0 | URL
ㅎㅎ 두 사람은 우리 회원이 아니라 따로 찍은 네명속에 있어요.^^
그러게요. 더 일찍 개봉했으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쳤을텐데 아쉬워요.ㅠㅠ

Mephistopheles 2008-04-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같이 보신 분들은 아무래도 이번 선거에 영향이 되었을 다큐멘터리 겠습니다.^^

순오기 2008-04-08 09:55   좋아요 0 | URL
예~ 이중엔 경부운하가 필요하다는 회원도 있었는데... 어제 엄청 충격받은 영화였다며 현실에 좀 눈을 뜬 것 같아요. 어제 회원들이 이런 영화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메피님 덕분에 제가 인사 받았어요.^^ 좋은 영화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뽀송이 2008-04-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저도 이 영화 꼭! 보려구요.
우리도 미국처럼 의료보험이 민영으로 돌려지면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할까요.ㅡㅜ 거기다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병원마저 난립한다면 생각만해도 병 날것 같아요.ㅡㅡ;; 영화 보신분들이 많이 충격적이라고 하시더군요.

순오기 2008-04-08 10:36   좋아요 0 | URL
혼자 보지 말고 주변에 누군가를 꼭 보게하세요~~ 많이 많이 알려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우리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요.^^

가시장미 2008-04-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이 영화 꼭 봐야겠어요. 엊그제 친구들이랑 소풍다녀왔는데, 이제는 단체로 영화관람 해야겠어요. 으흐 기대되는 영화에요! :)

순오기 2008-04-08 11:45   좋아요 0 | URL
단체영화관람이 때론 좋지요.^^ 함께 보고 울분을 나누며 우리의 의료보험 민영화를 저지하는데 힘을 보태야죠.불끈!!

bookJourney 2008-04-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희 어머님께도 보여드리면 좋겠네요. 어머님과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섰더니 요즘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대화를 피하시는 ... ^^;;

순오기 2008-04-09 03:47   좋아요 0 | URL
정치적으로 반대입장이면 참~ 그거 난감해요. 정서적으로 한맘일 수 없을때의 묘한 분위기...이 영화 하나면 끝이겠어요. 아~ 그런데 투표하기 전에 봐야 좋은데, 이거 먼저 보여드리고 투표하면 안될까요?ㅎㅎ
 
조지 아저씨네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5
게르다 마리 샤이들 지음, 베너뎃 와츠 그림,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리뷰를 쓴 '오소리네집 꽃밭'이 우리나라의 자연스런 꽃밭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외국의 자연스런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가 반듯하게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그림을 곁들였다. 색연필과 파스텔로 칠했다는 부드러운 그림만큼이나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좋은지 어린 데이지꽃을 통해 보여준다. 그림만 봐도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조지 아저씨네 정원이야기는, 유치원 또래와 저학년들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구렛나루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조지 아저씨, 아저씨만 봐도 푸근한 정이 묻어나온다. 아무렇게나 나고 자라듯 헝클어진 것 같은 정원이지만, 아저씨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준다. 꽃과 새와 동물들과 말을 나눌수 있는 아저씨는 조그만 정원이라고 속상해하지 않고 충분하다고 말한다. 꽃들에게 물을 주면서도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란다."말하는 아저씨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날 높은 담으로 둘러친 이웃집 정원을 들여다 본 조지아저씨, 정원 식구들에게 옆집 얘기를 들려주었다. 눈부신 장미와 기품있는 백합, 우아한 카네이션에 대해서도... 아저씨는 자기 정원을 좋아하니까, 어린 꽃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데이지꽃은 이웃집 정원을 동경했다. 장미와 백합 옆에서 활짝 피어나고 싶어서 조지 아저씨네 정원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마음 착한 조지 아저씨, 데이지 꽃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밤중에 몰래 옆집 정원에 심어놓았다.

정원 잔디밭 한가운데 있는 데이지꽃을 본 옆집 아저씨. "어떻게 잡초가 여기 있는거야?"투덜대며 파내어 거름더미에 버렸다. 아~ 지켜보던 조지 아저씨, 데이지를 살리기 위해 정원의 식구들과 의논을 했다. 궁리하던 식구들은 나이팅게일 새가 데이지를 물어와 제자리에 심어주자 비로소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어린독자들은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아낸다. "남의 집을 엿보거나 탐을 내선 안돼요. 자기가 있을 자리를 잘 알아야 행복해요. 조지 아저씨는 왜 잔디밭 한가운데 데이지를 심어놔요?" 등 자기들이 느낀 것을 제각각 풀어내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제 분수를 알라는 교훈 뿐 아니라 다양한 감상을 풀어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원하는대로 해줘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조지아저씨가 멋지다! 아름다운 정원은 돈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꽃과 나무와 새들이 노래하며 행복을 느낄 때 이루어지는 천국이다. 정원이 아닌 우리집이나 우리학교로 바꾸어봐도 좋을 듯하다.

책 뒤에는 작품해설과 더불어 작가와 화가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충분히 이해하도록 친절히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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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완전 좋아요! 그림 속 아저씨가 빨강머리앤의 매튜 아저씨 떠올리게 해요. 푸근한 인상이 편안합니다. 순오기님 서재에 봄이 활짝 피었어요!!

순오기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오호~ 푸근한 인상이 매튜아저씨를 떠오르게 했다니 좋아요.^^
봄이 활짝 핀 서재에서 님도 봄맞이 활짝 하셨나요?^^

bookJourney 2008-04-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따사로운 봄 햇살이 느껴질 것 같은 그림책이네요.

순오기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봄빛, 봄햇살...다 정겨운 느낌이지요.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들도요.^^

비로그인 2008-04-0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예쁘네요.
저만 볼게 아니라 아이들도 보여주고 싶어요.

순오기 2008-04-07 23:10   좋아요 0 | URL
그림책 느낌이 정말 포근하고 좋아요.
이래서 제가 그림책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세실 2008-04-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텔톤 그림이 참 따뜻해 집니다. 조지아저씨의 푸근함이 이곳까지 전해지네요.

순오기 2008-04-08 17:12   좋아요 0 | URL
그림도 좋지만 조지아저씨의 인간성은 더 좋아요.^^

희망찬샘 2008-05-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이 너무 많군요. 어서 우물 안 개골이를 벗어나야 할텐데...

순오기 2008-05-25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서 좋은 책 정보를 많이 얻어요. 희망찬샘님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