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지음 / 김영사on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 마노아님한테 생일선물로 받은 책인데, 10월 후애님과의 경복궁 만남 상경 길에 읽었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아서 많은 이들이 노희경 극본의 드라마에 빠져들어도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곤 뒤늦게 왜 사람들이 노희경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우리집에선 막내 탄생에 얽힌 얘기가 자주 거론된다. 나는 결혼전부터 아이가 많으면 좋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생활에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보니까 셋째를 낳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의 섭리로 우리에게 와야 될 생명이었는지, 둘째가 17개월이고 임신주기도 아닌데 덜컥 품게 되었다. 임신을 확인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아는지 뜬금없이 백설기가 먹고 싶어 이웃 아짐들하고 쌀 걷어서 떡을 해 먹었는데, 그게 입덧이었던 거다. 백설기를 먹은 덕분인지 삼남매 중에 가장 뽀얀 아이를 낳았다.^^

문제는 셋째 임신과 더불어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덜컥 그만두었고, 대책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두번째여서 좀 겁을 줄 양으로 "대책없이 직장을 덜컥 덜컥 그만두니, 어떻게 셋째를 낳겠느냐?"고 위협했었다. 그때 우리 남편은 진지하게 받아 들여 "어떻게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냐? 평생 책임질테니 그런 말은 하지도 말라."고 했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비화를 들려줬더니 '셋째는 아빠가 살려낸 목숨'이라며 자주 입에 올리게 된 것이다.

어쩌면 상처가 될 얘기를 이렇게 대놓고 하냐고 큰딸이 퉁박을 주고, 막내도 같이 웃다가  "나 상처받았어."라고 하지만, 정말 아이를 지울 마음을 가졌다면 드러내놓고 우스개로 삼지 못할 테니까 내 양심에 걸리지는 않는다. "너는 우리에게 '덤'으로 온 선물이야! 엄마아빠가 이혼하지 않은 건, 셋째가 있기 때문이지."라는 말로 치하를 한다. 이혼만이 해결인 듯 감정이 극으로 치달을 때 '애를 셋이나 두고 이혼하는 건 미친짓'이라고 정신이 번쩍 들었으니까. 그땐 정말 치열하게 미워했는데, 지나고 보니 '미움도 사랑'이었다는 걸 알겠더라.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란 걸 깨달은 건 훨씬 이후의 일이었기에, 노희경이 주장하는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노희경 탄생 비화를 읽으며 울컥 눈물나서 지하철 환승 구간을 지나 동대문까지 갔었다. 딸이라고 윗목에 밀어놓고 젖도 주지 않은 엄마는 할머니가 그랬다며 거짓말을 지어냈지만, 엄마의 죄의식을 이해하고 보듬은 노희경은 이미 상처를 극복한 사람이다. 

   
  그때 내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한 살의 꽃다운 나이. 자식은 여섯에, 남편은 남만 못한 남자. 힘도 들었겠다. 자식이 짐스럽다 못해 원망도 스러웠겠다. 없었으면 천번 만번도 바랐겠다. 굳이 출생 즈음의 이야기는 안 해도 되는 걸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에게 해준 건, 죄의식이었겠다. 너무도 미안해서였겠다. 이후에, 나를 참 예뻐라 했으니, 그것으로 다 됐다.(32쪽)  
   

'어른이 된다는 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없어지고 투덜거리지 않게 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상처받을까 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성을, 자기 체험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말하는 그녀가 예쁘다. 

그녀의 드라마를 꼬박꼬박 챙겨 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그녀가 어떤 철학과 소신으로 드라마를 썼는지는 알겠다. ’드라마라고 무조건 재밌어야 하는가? 드라마를 왜 소설보다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가?’ 끊임없이 성찰하며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인간을 말하는 드라마를 만든 표민수씨와의 만남은 찰떡궁합인것 같다. 오십 중반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그녀는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엄마로 그 한을 풀어내는 듯하다. 젊은날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돌아가시기 전 수발을 들며 화해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이었다. 

우리네 인생이란 게 사랑하기에도 부족할진대, 우리는 미워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가? 돌아보며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도 갖게 하는 책이었다. 2009년에 맘껏 사랑하지 않았다면 2010년엔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살자. 새해에는 더 사랑하며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 노력을 해야 할 듯.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0-01-14 0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의 드라마를 가끔 보면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등장하는 '엄마'들을 각별하게 그려놓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상처에 얽매여 사는 사람과 극복한 사람과는 참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군요.

순오기 2010-01-14 23:39   좋아요 0 | URL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모두 각별하군요. 그녀는 분명 상처를 극복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해요.

메르헨 2010-01-14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살지 않았는데 살아보니 그냥 다 괜찮더라구요.
미워하는 마음도 원망하는 것도 다...때가 되니까 괜찮아지더라구요.
아...특히 가족간의 감정이란게 미움은 정말 한때였다는걸 ... ^^
노희경씨의 에세지 아직 못 읽었어요.
그의 작품은 현실적이면서도 가슴을 좀 후벼파기도 하고...글도 그런가
싶어서 혹 아니면 어쩌나 싶어서...순오기님 리뷰를 보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듭니다.^^

순오기 2010-01-14 23:40   좋아요 0 | URL
어른들 말씀에 '세월이 약'이라고 했지요.^^
그냥 가볍게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 에세이니까~ 주르르 보기 좋아요.^^

치유 2010-01-1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말씀이 맞는것 같아요..진짜로 그렇게 맘 먹었더라면 미안해서라도 아이에게 그런 말 못해주겠지요??덤으로 온 선물로 인해 지금 행복하시고 미워할수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엇지만 지금은 그것조차도 사랑이었단란걸 알고..인생이 이런건가봐요..
님의 리뷰 제목이 맘에 콕 와 닿아요..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인생 사랑하진 못하더라도 미워하진 말자..맘에 새기네요..

순오기님..새해 들어 처음으로 댓글 남기네요..
새해 더욱 좋은 일들로 행복하시길..

순오기 2010-01-14 23:42   좋아요 0 | URL
우리 막내는 어딜가도 사랑받을 캐릭터에요.^^
진정한 사랑은 치열한 미움을 겪어봐야 아는 것 같아요.
배꽃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나날이 행복하시기를...

마노아 2010-01-14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를 보다 보면 온몸으로 글을 쓴다고 느끼는 작가들이 있기 마련인데 노희경씨가 꼭 그랬어요. 책은 드라마보다 오히려 울림이 덜했지만, 그 진심은 그대로 전해졌지요.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인생인 것을, 우리가 가슴으로 체득해야 할 진리예요. 자꾸 망각하니, 자꾸자꾸 더 자각해야 해요.

순오기 2010-01-14 23:44   좋아요 0 | URL
나는 고두심이랑 배종옥이 모녀로 나오는 거는 몇 버 봤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에 빠지면 매일 같은 시간에 거기 얽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잘 안봐요.ㅜㅜ 마노아님 덕분에 좋은 책 잘 봤는데 리뷰는 엄청 늦었지요.^^

같은하늘 2010-01-15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책 아이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왔다가 못보고 반납했는데... 순오기님 리뷰를 보니 다시 빌려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순오기 2010-01-15 03:26   좋아요 0 | URL
가볍게 읽기 좋아요~

. 2010-01-1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어른되면 이해할지도 모르지.
근데 엄마 저번엔 '엄마가 진심으로 했으면 이런 말을 했겠니'이 말 안 했는데 요즘 한다..?ㅋㅋㅋㅋㅋ

순오기 2010-01-16 02:06   좋아요 0 | URL
사랑하는 우리 셋째, 엄마가 진짜 그런 맘 먹은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었는데...막내가 없었다면 사는 재미를 많이 모르고 살았을 거야! 엄마가 사랑하는 거 설마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장바구니담기


전형적인 형태의 불행한 인간은 어린 시절에 정상적인 만족을 누리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24쪽

기분은 즐거운 사건이나 신체적 조건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는 있어도, 이론 때문에 바뀌는 일은 없다.-31쪽

일상적인 욕망에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욕망의 충족이 곧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짓는다.-32쪽

사랑은 그 자체가 기쁨을 빚어내는 원천이기 때문에 소중하다.-43쪽

사랑은 아름다운 음악과 산에서 보는 해돋이, 보름달 아래 펼쳐진 바다와 같은 최상의 쾌락을 더 증폭시키기 때문에 소중하다.-44쪽

글을 쓰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대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 세상으로 나가라. 해적도 되어보고, 보르네오의 왕도 되어 보고, 소련의 노동자도 되어보라.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생활을 해라.-49쪽

사람들은 경쟁을 하면서 내일 아침을 먹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을 뛰어넘지 못할까봐 두려워한다.-51쪽

돈이 있다고 품위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사람이 품위 있게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55쪽

책을 읽는 것이 좋아서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책을 읽었다고 자랑할 수 있어서 읽는 것이다.-58쪽

권태의 반대는 즐거움이 아니라 자극이다.-64쪽

삶을 풍요롭게 하는 권태는 약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나고, 삶을 황폐하게 하는 권태는 활기찬 행동이 없는 곳에서 자라난다.-68쪽

조용한 삶이 위인들의 특징이며, 위인들이 누렸던 기쁨은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결코 흥미진진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70쪽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현대의 부모들은 이런 점에서 크게 비난받아 마땅하다.-71쪽

현명한 사람은 고민을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때에만 고민하고, 고민을 해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다른 생각을 하며, 밤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79쪽

자신의 눈앞에서 형제나 누이가 더 귀여움받는 것을 목격한 어린아이는 질투하는 버릇이 몸에 배게 된다.-95쪽

부모에게 사랑받은 것과 같은 특별한 종류의 행복은 만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타고난 권리다.-95쪽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97쪽

행복의 필수조건은 단순하다.-101쪽

죄의식은 대부분 여섯 살이 되기 전에 어머니나 유모에게 받은 도덕 교육에서 비롯된다.-108쪽

다른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관대한 태도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도 남들에게서 호감을 얻기 때문에 무한한 행복을 누린다.-116쪽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입방아를 찧듯이, 다른 사람들도 자신에 대해서 입바아를 찧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123쪽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따뜻한 애정과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도 역시 자신에 대해서 그런 애정과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123쪽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은 사랑의 일종이다.-168쪽

사람들은 상대방이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을 참아주는 것이 아니라, 좋아해주기를 원한다.-169쪽

행복의 비결은 되도록 폭넓은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관심을 끄는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따뜻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171쪽

여성들은 자신이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자랑한다.-188쪽

가장 바람직한 사랑은 서로 생명력을 주고받는 사랑이다.-198쪽

여성이 겪어야 하는 부당한 대접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가족들 옆에서 충실하게 의무를 수행한 대가로 가족의 사랑을 잃게 되는 것이다. 만일 이 여성이 가족을 소홀히 여기고 쾌활하고 매력적인 생활을 유지했다면 아마 가족들은 이 여성을 사랑했을 것이다.-205쪽

예전 같으면 부모 노릇은 당당하게 권위를 행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부모 노릇은 겁나고, 불안하며, 양심에 걸리는 고민거리가 많은 일이 되었다.-208쪽

부모가 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볼 때, 인생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지속적인 행복이다.-212쪽

다른 어떤 행복보다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행복이 가장 크다.-212쪽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 자식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보는 순간, 부모의 마음속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솟구친다.-218쪽

자녀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자녀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하면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된다는 식의 정신분석학 교과서는 결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모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올바른 길을 찾게 될 것이다.ㅣ-219쪽

헌신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 어머니는 자녀들에 대해 유달리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221쪽

어머니가 되었다고 해서 다른 여러 가지 관심과 직업을 포기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어머니에게도 이롭고 자녀에게도 이롭다.-222쪽

대부분의 경우, 살림만 해서는 남성들이나 직장 여성들이 직업을 통해 얻는 것과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없다.-227쪽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하룻밤 자면서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주 현명한 셈이다.-238쪽

행복은 마치 무르익은 과실처럼 운 좋게 저절로 입안으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행복의 정복'이라는 제목을 붙였다.-249쪽


댓글(6) 먼댓글(1)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당신들 처마실 술도 살 줄 아는 아버지를 위하여!
    from 그냥 헛짓! 2010-01-13 22:43 
      당신들 처마실 술을 내가 왜 사는데? (56쪽)     단지, 자신을  배려하려고 술 자리에 앉히려는 한기철 일행에게 저렇게 쏘아 붙이는 아버지 엄시현. 융통성 없는 소갈머리의 소유자. 엄시헌에게  밥벌이의 비루함과 숭고함은 오직 가족의 무사를 위한 것이란다. 가부장적 책임감은 원만한 사회성에의 요청보다 앞서는 것일까?     &#
 
 
2010-01-13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13 18:33   좋아요 0 | URL
님 서재에 댓글로 남겼어요.^^

다크아이즈 2010-01-1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밑줄긋기 덕분에 리뷰 한 편 편하게 썼어요. 감사의 의미로 먼댓글 덜컥 연결했어요. 용서해주실거죠? 사랑님 이벤트 책, 단숨에 읽고 쓴 거예요. 얼마 전 조두진 작가 초청회가 있었는데, 전 딸내미 입시 일정과 겹쳐 못 만났지만 '문장을 흔들어서 불필요한 것은 죄다 버려라'는 요지의 강연록이 기억에 남네요.

순오기 2010-01-14 03:19   좋아요 0 | URL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는 게 즐겁네요. 덕분에 저도 님의 리뷰를 감상하고 좋지요. 작가들 말씀 들어보면 쓰는 것보다 문장을 골라서 버리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하더군요.^^

2010-01-13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4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의 몸과 영혼을 망가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이버 스토킹, 그 폐해를 파헤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절판


인생에는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8쪽

동물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한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파내지 않는다. 어쩌면 까마귀가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10쪽

"어디 출신인가요?"
독일인이라고 대답해도 계속해서 물었다.
"어느 나라에서 왔나고요. 러시아? 아니면 유고슬라비아?"
그럴 때마다 장벽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높다란 장벽이었다. 부딪히면 상처가 나 금세라도 피가 흐를 것 같은 장벽.-33쪽

"세상에. 아울렛 매장이라니. 아이고 창피해라."
단 네 마디 말에 온갖 경멸이 다 담겨 있는 듯했다.
그 아이는 머리를 뒤로 확 젖히고는 의기양양하게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나는 어이가 없어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너무 화가 나서 몸을 떨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맹세코 창피해서가 아니었다. 정말이지 그건 아니었다.-70쪽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서로 잔혹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때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내게는 아주 사소한 일이 그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 아이들에게는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따위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73쪽

나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식탁마다 웃고 떠들며 부지런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즐거운 시간과 슬픈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였으니까.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좋아 보였다. 언젠가는 나도 저기에 끼게 될 거라고.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80쪽

엄마에게는 미안했지만, 정말이지 나는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일어난 일을 이제 겨우 반쯤만 '소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서, 엄마를 위해서 말하기 싫었다.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엄마가 모르길 바랐다.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86쪽

우정이란 서서히 싹트는 것이다. 서로를 위해 옆에 있어 주면서 믿음과 함께 천천히 자라는 것이다. "우리 이제부터 친구야."라고 한다고 해서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97쪽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언어, 몸짓이나 시선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암호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휴대전화 문자와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더해졌다. 아이들은 각자의 매체를 통해 생각이나 의견을 교환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게임의 규칙을 정했다. 그러나 나는 그때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98쪽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같았다. 물론 내 상상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106쪽

라비는 나에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기네 식탁에서 식사를 하라고 말했다. 정말 기뻤다. 적어도 식사 시간에는 냉대를 받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내가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또다른 피난처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고 질투심에 불타올랐다. 부러워했거나 분노했거나.... 아이들 눈에 나는 추락한 게 아니었다. 그 애들은 나를 짓밟으려 했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으니까. 나는 그런 상황을 즐겼다. 아이들이 이 일로 나에게 복수를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112쪽

"우린 모두 깨진 가정에서 왔어. 나도 마찬가지야.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기숙 학교에 버려지는 거야. 알겠어? 이곳 아이들은 누구의 부모님이 얼마나 자주 찾아오는지. 누가 편지나 소포를 얼마나 자주 받는지. 그 소포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다 알아. 여기서는 비밀을 간직할 수 없어. 아주 단시간 내에 학교 전체에 소문이 퍼지니까.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해.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할 만한 뭔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이런 생활이 싫다고 해도 도망칠 수 없어.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집으로는 못 가. 여기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해. 그게 문제야. 우리는 마치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것처럼 살아. 쇼는 금방 끝나지만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니까 훨씬 더 끔찍하지."-118쪽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갈 때면 공연히 배와 가슴이 답답해졌다. 거의 매일 그랬다. 배 속에 소화시킬 수 없는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 있는 듯했다. 아주 심하게 구토를 하고 난 뒤처럼 입에서 쓴맛이 났다. 나는 실제로 구토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면 배 속의 돌덩이와 가슴 답답함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138쪽

우리 먼지털이.....속이 메슥거렸다. 그 아이는 쓰레기를 치워 주는 사람을 존중하라는 가정 교육을 받지 못했던 모양이다. 엄마는 막시밀리안을 바라보고는 잠깐 미소를 지었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 엄마는 정말 자존심이 강해 보였다.
히죽거리는 소리가 곧 멎었다. 아이들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듯했다. 그 순간 엄마가 몹시 자랑스러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가서 봉투를 건네받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엄마."
그대 엄마 얼굴에 스치던 미소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그제야 엄마가 여기로 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는지 깨달았다. 혹시나 딸아이가 자기 때문에 창피해 하지는 않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터였다.-149쪽

엄마가 우리 교실에 나타나기 전까지 나는 그저 아이들에게 따돌림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치밀하게 희생양으로 몰렸다. 아이들은 수백 가지 방법으로 나를 끝장내려 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아주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고 결코 자기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 했다.-151쪽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왜 나를 그토록 미워하는 거야?
기어코 나를 무너뜨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래서 너희가 얻는 게 뭔데?-173쪽

나는 부모님을 창피해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를 무시하듯이 우리 엄마 아빠를 경멸하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182쪽

엄마 아빠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 없었다면, 나는 이런 옷은 단 일 초도 입을 수 없다고 반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엄마 아빠의 마음을 또다시 아프게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우리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 주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빠가 사 온 옷을 입지 않을 수가 없었다.-189쪽

라비는 무척 특별한 아이였다. 정말이었다. 비열한 행동을 보면 참지 못했고, 언제나 약자 편에 서 있었다.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착하고 어른스러웠다.-196쪽

나는 밤에 일어나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건 마치 중독과도 같았다. 이런 행동이 결국엔 나를 망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거기서 도망칠 수 없었다. 이런 심리를 마조히즘이라고 하는 걸까? 어쨋든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206쪽

'그래, 더 이상 희생양이 되지 말자.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키지 말고 당당히 내뱉자. 이젠 당하고만 있지 않겠어. 너희가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209쪽

혹시 좋은 옷을 입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이런 부러움은 나의 이성을 완전히 갉아 먹고 판단력을 흐려 놓았다. 오로지 비싸고 멋진 옷을 입어야만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218쪽

도둑질은 정말 끔찍했다. 설령 내가 원수처럼 여기는 사람일지라도 물건을 훔쳐서 생계를 꾸려 갈 만큼 추락하지는 않기를 바란다.-223쪽

나는 잠을 잘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숙제를 한다거나 단어를 외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욕망의 대상만을 좇았다. -226쪽

물건을 훔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어떤 물건으로 우리 반 아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더욱더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는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227쪽

메스꺼운 문자 메시지 한 통쯤은 별 문제가 안 되지만, 지속적으로 굴욕적인 문자를 받는다면 자존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매일 조금씩 더 심하게..... 이런 식의 정신적인 폭력은 소량의 독이 담긴 음식을 매일 먹는 것과 같다. 한두 번은 몸이 정화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독이 오랫동안 몸속에 쌓이면 나중에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242쪽

나는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 내 위장에 마치 자물쇠가 채워진 것만 같았다. -257쪽

나에게 예쁘다고 말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 말이 내 목숨을 부지하게 했다. 어처구니없게 들리겠지만 정말로 그랬다.-261쪽

헛간은 나에게 일종의 중간 세계였다. 현실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삶은 안전했다. 이따금 내가 동화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이런 피난처가 있었기에 나는 그다지도 오랫동안 학교생활을 견딜 수 있었으리라.-261쪽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 우는 모습을 마음 놓고 보여 주어도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누구든 끝장이다.-267쪽

자녀의 학교생활에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는 부모님은 무척 훌륭하다.-269쪽

내가 정말 끔찍했던 것은. 그 아이들이 나의 마지막 은신처를 찾아내어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그 아이들을 피해 달아날 곳은 이 세상에 한 군데도 없었다. 단 한 군데도......-276쪽

갑자기 복받쳐 오르는 감정의 물결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끝내야 했다. 드디어 끝을 낼 때가 왔다. 이 학교에 온 후로 반 아이들이 나에게 가한 모든 고문, 그리고 내가 스스로에게 가한 고문들을 끝내야 했다. 그동안 너무나 고통스러웠다.-289쪽

인생이란 '앞으로'만 살 수 있다고 했다.-305쪽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뽀송이 2010-01-14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은가 봐요? 밑줄이 좍좍~~~~^^
순오기님~~ 날이 너무 차가워요. 건강 관리 잘 하셔요.^^

순오기 2010-01-14 23:46   좋아요 0 | URL
청소년들이 꼭 봐야 할 책, 우리도 이런 현실에서 비켜나지 않으니까요.
뽀송이님도 바쁘지만 건강하게~ 아셨죠!^^

2010-01-15 0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15 03:25   좋아요 0 | URL
참 잘했어요.^^

2010-01-15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의 정원>은 꽃을 통해 친구가 된 토바 마틴이 글을 쓰고, 리처드 브라운이 사진을 찍어서 펴낸 책이다. 곁에서 지켜 본 사람의 증언이라 실제 타샤 할머니의 생각과 다른 부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조명됐을 거 같아 오히려 신뢰감이 든다. 타샤 할머니는 90세에도 장미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욕심쟁이(?^^)다.

타샤 할머니는 매력적이지만, 타샤 할머니처럼 사는 건 흉내 낼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이 30만평이라는데 얼마만큼의 넓이인지 나는 가늠이 안 된다. 내가 가늠할 수 있는 넓이는 겨우 몇 백 평 정도라 천이나 만이 넘는 땅은 감이 안 잡힌다. 게다가 손수 그 넓은 정원을 가꾼다는 건 평생 일 구덩이에서 살아야 된다는 얘기다.

난, 어릴 때 시골 살면서 콩밭 보리밭 매는 것도 끔찍했기에, 전원을 꿈꾸는 사람들의 로망에 편승하지 않는다. 자기 혼자 먹을 푸성귀를 가꾸는 거라면 일에 치이지 않겠지만 자식들 주고 이웃과 나눠 먹을 만큼 가꾸는 일도 여간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해보지 않고 자란 남편은 광주에 내려와 살면서 무등산 자락 선산에 딸린 2백 평쯤 되는 땅에 채소를 심고 싶어 했다. 우리집에서 무등산자락까지 다니는 기름 값이면 그냥 사먹고 말지, 농사는 취미로 할 일이 아니라고 극구 말렸었다. 하지만 고집을 부려 열무와 배추를 심고 주말에 몇 번 가더니만 제풀에 나가 떨어졌다. 이파리가 올라오는 족족 벌레가 먹어 그야말로 사람이 먹을 게 없었다. 그렇다고 농약 팍팍 쳐가면서 가꿔서 식탁에 올리려면 뭐하러 그 고생을 하겠는가 말이다.^^   

타샤 할머니의 30만평 정원에 이 책에 보이는 것처럼 다 꽃을 심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꽃이든 채소든 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만으로도 후덜덜이다.  타샤의 정원은 부지런한 사람의 몫이라, 나처럼 일하기 싫어하고 게으른 사람은 거저 줘도 못 꾸민다. 타샤 할머니는 부지런하고 성격도 치밀해서 정원의 꽃들도 제멋대로 아무 곳에나 피어나게 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도록 씨를 뿌리고 알뿌리를 옮겨 만들어낸 수고의 결과물이란 걸 확인하면 경외감이 더한다. 장미, 튤립, 수선화, 접시꽃, 안개꽃, 작약, 양귀비, 붓꽃, 층층이부채꽃, 제비꽃 등 철따라 피어나는 크고 작은 꽃들은 타샤 정원의 초절정 환상이다.

 
 
타샤의 정원에 놀러가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타샤의 일을 거들어야 한다는 걸 보면, 타샤 할머니도 일에 치여 산다는 걸 알 수 있다. 제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도 그 넓은 정원을 가꾸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긴 타샤의 눈부신 정원을 본 사람이라면 감사한 맘으로 저절로 일을 돕고 싶은 것 같다.

  

타샤의 정원을 보면 확실히 서양 정원과 동양 정원의 차이를 알겠다. 예전에 영화 '비밀의 정원'에서 봤던 그런 정원, 내가 읽은 비밀의 정원은 타샤 튜터의 삽화라서 더욱 타샤의 정원과 닮아 있다. 우리의 대표 정원인 '소쇄원'은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 배치와 여백의 미에 감탄하지만, 타샤의 정원은 빈틈없이 꽉 찬 느낌이다. 정원 뿐 아니라 꽃꽂이도 동양은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데 서양은 꽉 찬 포만감을 준다. 타샤가 정원에서 꺾어 집안에 꽂아 둔 꽃꽂이를 봐도, 우리 꽃꽂이를 한 내게는 그닥 멋져 보이지 않는다. 내가 배운 꽃꽂이가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동양 꽃꽂이라서 그렇겠지만, 타샤의 꽃꽂이는 화에서 보는 전형적인 서양꽃꽂이라 많이 아쉬웠다. 타샤 할머니가 동양의 미를 알면 이제라도 배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타샤는 23세에 결혼해 2남 2녀를 키웠고, 42세에 <1 is One>이란 그림책으로 칼데곳 상도 받았다. 56세에 버몬트 주 산골에 당신이 원하는 형태의 18세기풍의 농가를 짓고, 좋아하는 꽃들을 맘껏 가꾸고 그리며 살았으니 이 얼마나 멋진 삶인가! 더구나 오랜 전 드레스를 버리지 않고 다락방에 두었다가 손주들이나 손님이 오면 맞을 만한 옷을 내어 입히고 모델 삼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타샤 할머니는 정말 타고난 마술사 같은 분이다.^^ 



이 책을 보면서 위 사진에 나온 꽃이름을 알게 돼서 기뻤다. 재작년에 어떤 식당 정원에 이 꽃이 있어 사진을 찍었는데 여태 이름을 몰랐다. 꽃대마다 제각각 다른 색의 꽃을 피워 올리지만 한 가지에서도 꽃송이마다 다른 색깔의 꽃을 매달고 있어 신기했는데, 타샤 할머니의 정원에선 2미터도 넘는 이 꽃 이름은 '디기탈리스'란다. 앞으로 절대 이름을 잊어버리진 않을 거 같다.  

1915년 보스턴에서 태어난 타샤 할머니는 2008년 6월에 돌아가셨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멋지게 사신 타샤 할머니, 당신의 그림책과 더불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1-12 0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2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0-01-12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원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름모를 꽃들도 많고 참 이뻐요.
정말 구경하는 건 괜찮은데 가꾸는 건 절대로 못할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해요!^^

순오기 2010-01-12 15:41   좋아요 0 | URL
이름 모를 꽃~ ㅋㅋ
예전 책에는 이름 모를 꽃, 이름 모를 새~ 이런 문장이 많이 나왔죠.^^
우린 그냥 구경만 하면서 즐기자고요.

프레이야 2010-01-12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기탈리스, 전 청남대에서 처음 봤어요.
약재로도 쓰이는데 독도 있다고 하네요.
저도 가꾸는 건 자신 없고 그저 보는 것만 좋아요.^^

순오기 2010-01-12 15:43   좋아요 0 | URL
디기탈리스가 청남대에도 있군요. 나는 가을에 가봐서 못 봤는지...
약재였군요~ 우린 구경꾼만 하자고요.ㅋㅋㅋ

hnine 2010-01-12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도 흉내 못낼 듯 싶은 타샤할머니의 아름다운 집, 정원, 그림 등은 외로움을 극복한 댓가로 그녀에게 주어진 선물이 아닌가 싶어요.
디기탈리스는 프레이야님 말씀대로 심장약의 재료로 쓰이는 식물이지요.

순오기 2010-01-12 15:45   좋아요 0 | URL
정원도 놀랍지만 그림으로 담아낸 것도 경탄할 일이에요.
외로움을 극복했다니 힘든 일이 많았겠네요.
오호~ 심장약의 재료군요.^^

BRINY 2010-01-1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절대 동감입니다. 지금 화분 3개를 5개로 늘리려는 어머니의 시도를 저지중이에요. 디기탈리스는 심장약 재료이기도 하지만 독도 있어서,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독약으로 많이 나왔던 기억이 나요. 사건이 일어난 집 정원에는 이상하게도 늘 디기탈리스가 있더라구요.

순오기 2010-01-12 15:46   좋아요 0 | URL
화분 3개에서 멈추려고요, 5개 정도는 돼야죠.^^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에 나온다고 댓글 읽어주니까 큰딸이 아하~ 그게 디기탈리스였구나, 하네요~ 알라딘은 살아있는 백과사전이에요.^^

마노아 2010-01-12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두요! 대단하긴 하지만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하나도 부럽지 않았어요. 효재도 마찬가지였구요.^^;;;

순오기 2010-01-12 15:47   좋아요 0 | URL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세상은 공평치 않지요.ㅋㅋㅌ
효재도 부럽지 않은 사람 여기도요~

하늘바람 2010-01-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동감이에요 어제 튼 보금자리에 작은 화분하나 만들까 생각중이에요.

순오기 2010-01-12 15:47   좋아요 0 | URL
화분 하나도 다 관심을 기울여줘야 제대로 자라니까요.
하늘바람님은 잘 가꾸는 거 같던데~

2010-01-12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1-12 15:48   좋아요 0 | URL
타샤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몰랐어요~ 새벽에 리뷰 쓰면서 검색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관뒀는데... 수정했어요, 고마워요!

꿈꾸는섬 2010-01-12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답고 보기 좋아요. 근데 전 정말 못할 것 같아요. 담양 소쇄원을 아직 못가봤어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요.^^

순오기 2010-01-13 02:37   좋아요 0 | URL
광주에 오면 소쇄원은 필수코스랍니다. 오세요~ ^^
구경하는 모임을 결성해야할 듯...

희망찬샘 2010-01-17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나서 비밀의 화원을 읽고 싶어 졌더라니까요. 제대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게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비밀의 화원을 못 읽었네요. 흑흑~

순오기 2010-01-17 21:41   좋아요 0 | URL
어려서 비밀의 화원 영화를 여러번 우리 애들은 이 책을 보더니, 비밀의 화원에 나온 정원이 바로 이런 컨셉이었다는 걸 알겠대요. 그땐 그 정원이 비밀의 화원이란 제목을 잘 살려내지 못했던 거 같아서 아쉬웠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