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빔 - 남자아이 멋진 옷 우리 문화 그림책 8
배현주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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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수 없는, 우리문화를 이해하고 자부심을 갖기에 부족함 없는 그림책이다. 어릴 적 설날에나 새옷을 얻어 입었던 추억을 생각하며 이번 설에 내 설빔으로 장만한 사랑스런 그림책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 아시려나?^^

혼자서 한복을 꿰며 혀를 낼름 내민 요녀석 너무나 사랑스럽다. 장대같은 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수만 있다면 늦둥이라도 낳고 싶은 유혹을 느낀 장면이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표현하자면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남자 아이 한복을 하나씩 입는 장면 사이 사이 개구장이 사내아이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컨셉이다. 옷을 입다 말고 방안에서 연을 날린다고 설치는 녀석이 사랑스럽지 않나요?^^

버선, 바지, 저고리에 이어 배자까지 챙겨 입고 단추를 여미는 것은 식은죽 먹기란다.^^ 하지만 실제로 요만한 아이가 혼자서 한복을 챙겨입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들도 버선 수눅을 구별하고 바짓부리를 모아 잡아 대님을 제대로 매는 것은 만만치 않다. 오른섶은 안으로 왼섶은 밖으로 놓고 긴 고름으로 고를 내어 묶는 옷고름 매기도 헷갈릴지 모른다.

배자까지 챙겨 입은 녀석은 이번에 윷을 높이 던졌다. 온 방으로 흩뿌려진 윷가락은 설날 놀이를 알려주는 작가의 배려다. 방 안의 가구나 소품 하나도 섬세하게 표현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까치두루마기에 금박 물린 남색 전복까지 차려 입었다. 정자관을 쓴 뒤 담뱃대를 물고 할아버지 흉내를 내는 녀석은 금세 호통이라도 칠 기세다.
"여봐라! 게 목 있느냐~."

녀석은 태사혜를 찾아 신고는 제기도 잘 찰 거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다.
"에험, 물렀거라! 도련님이 나가신다."
바탕지의 전통 문양은 먼저 출간된 여자아이 설빔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남자아이 한복을 다 갖추고 호건까지 쓴 녀석은 이제 복 받으러 가면 되겠다.^^
요런 사랑스런 녀석, 아들 삼고 심지 않으세요?ㅋㅋ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와 누나까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설날 풍경이 정겹다. 어린 아이들이 있어야 한복을 입고 세배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우리도 아이들 어릴 때는 온 식구가 한복을 챙겨입고 세배했는데, 백수도 넘긴 시할머니 돌아가시고 시어머님마저 돌아가시니 이젠 한복도 챙겨입지 않고 평상복으로 세배를 드린다.ㅜㅜ 그

이야기 끝에는 설을 맞는 우리 풍속과 설빔에 대한 해설과, 남자아이 설빔 차림새를 알 수 있게 설명도 곁들였다. 여자아이 옷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겠다.

이번 설에도 설빔을 차려입고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 대이동의 경이로운 풍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찾아 갈 고향과 부모 형제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교통대란으로 점차 역귀성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불편을 감수하고도 우리 풍습을 지켜가는 것은 아름답다. 설날에만 얻을 수 있었던 설빔의 추억은 앞으로 세대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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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10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 삼고 싶어요~ ㅎㅎ
아이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아요.

어릴적에 어른들한테 세배 많이 했는데 이제는 세배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어요.ㅜ.ㅜ
작년에는 추석을 가족과 함께 보내서 좋았는데... 설날도 가족들과 보낼 날이 오겠지요.^^

순오기 2010-02-10 22:07   좋아요 0 | URL
정말 너무 귀엽죵~ ^^
미국에서는 더구나 세배할 사람이 없겠군요.
옆지기랑 두분이서 서로 맞절하며 세배돈도 주고 받고 해 보세요.^^

하늘바람 2010-02-1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빔책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할 것같아요. 저도 태은이 하나 사주어야겠어요. 남자아이 책은 궁금했는데 이런 거였군요.

순오기 2010-02-10 22:08   좋아요 0 | URL
예~ 하나씩 소장해도 좋을 책이죠.^^
우리도서관에도 여자아이 옷만 있어서 결국 두 권 다 샀어요.

카스피 2010-02-1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설빔이라 오랫만에 들어보는 단어네요.예전에는 명절때만 새옷을 사주어서 아이들이 명절을 기다렸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물자가 풍족한 시대에는 그런 기쁨이 없는것 같아요^^

순오기 2010-02-10 22:10   좋아요 0 | URL
너무 풍족하니까 귀한 걸 모르고 진정한 의미의 설빔도 모르지요.
물론 지금도 어려운 사람은 어렵지만...

메르헨 2010-02-1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뻐서...당일 배송으로 주문했어요.^^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네요. 아...여자아이 설빔도 샀어요.
조카 주려구요. 매번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0-02-10 22:11   좋아요 0 | URL
제가 좀 빨리 올릴 걸 그랬군요.^^
받아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행복희망꿈 2010-02-11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쁜 책이네요.
전 여자아이 설빔만 있는데요.
남자아이꺼도 정말 귀엽네요.

순오기 2010-02-11 11:32   좋아요 0 | URL
남자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더 귀여워요.^^

오월의바람 2010-02-11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계절에 우리문화그림책도 있었네요. 예뻐요. 한복입는 법이 자세히 나오는군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겠어요

순오기 2010-02-11 11:32   좋아요 0 | URL
사계절 우리문화 그림책 시리즈는 소장할만한 책인거 같아요.
하나씩 사들이게 될 거 같은 예감~ ^^

후애(厚愛) 2010-02-1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0-02-11 11:33   좋아요 0 | URL
후애님 부부도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하늘 2010-02-1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두권다 빌려서 봤는데 나중에 저도 구입해야겠어요.^^

순오기 2010-02-11 11:33   좋아요 0 | URL
저도 빌려다 보고 욕심나서 사는 책도 은근 많아요.^^

꿈꾸는섬 2010-02-1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권다 있어요.^^ 여자아이 설빔은 구입했고 남자아이는 선물로 받았어요. 둘 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순오기 2010-02-11 23:50   좋아요 0 | URL
학교 아이들한테 책을 안 넘겨주고 내가 보여주고 읽어줬어요.
책 넘기면서 구김이 갈까봐 절대 안 보여주는 이세 히데꼬 책과 설빔!ㅋㅋ
 
앵초의 노란 집 베틀북 창작동화 6
황선미 지음, 한병호 그림 / 베틀북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저학년이 읽을 만한 황선미 작가의 동화 두 편이 실렸다. 도시인이라면 우선 '앵초'가 어떻게 생긴 꽃인지 궁금할거고, 더구나 노란 집은 누구의 집인지 호기심을 부추기는 제목이다.^^  

도시개발이란 미명하에 살던 마을을 떠나야 하는 아이, 앵초는 키가 작다고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이사한 곳이 못마땅해 부루퉁한 민우는 짝꿍인 앵초가 맘에 안 들었다. 보조바퀴를 못 뗀 민우에게 "유치원 다니니? 창피하게 네발 자전거가 뭐야? 내가 보조 바퀴를 뗐으니까 잘 연습해라." 핀잔을 주던 앵초에게 지기 싫어 나무타기 시합을 호기롭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둘 다 걱정이 되었던지 어둔 밤 몰래 나무타는 연습하다 딱 마주친다.^^ 그 일로 서로 마음이 통하고 친구가 된다. 앵초가 갖고 싶은 노란 집은 무엇이고, 왜 노란 집이 필요했는지 이해하면 가슴이 찡해진다. 

고양이와 사는 '괭이 할아버지'는 쓰레기를 버린 아이들을 잡아 강물에 들어가 쓰레기를 줍게 한다.  재수없게 걸렸다고 투덜대던 소연이는 종오와 기철이의 도움으로 빨리 끝냈지만, 아이들은 할아버지한테 이용당한거 같아 복수한다고... 할아버지 몰래 살구를 따 먹으러 들어갔다가 붙잡혀 감자밭까지 매게 된다. 방문이 열린 할아버지 방을 엿본 소연이는 많은 책에 빨려 들어가 책을 읽느라 할아버지가 오신 것도 몰랐다. 그 후 소연이는 할아버지 방의 책이 궁금해 자꾸만 발걸음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소연이를 알게 된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나면서 그 집을 아이들에게 남긴다. 아무때나 와서 책을 읽으라고.... 마을도서관을 꿈꾸는 내게는 눈물 글썽이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우리들의 고향 마을, 도시화로 밀려나는 원주민들이 가 닿을 곳은 어디인지 마음이 애잔하다. 농지가 사라지고 아파트가 빽빽히 들어차는 도시 개발만이 능사인지, 4대강 토목공사로 전국토를 들쑤셔대는 삽질이 잘하는 짓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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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2-1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지는게 너무 많아 씁쓸해요. ㅜㅜ

순오기 2010-02-11 11:38   좋아요 0 | URL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건 가히 기절할 지경이죠.ㅜㅜ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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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러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아이가 말 안 들을 때, 어른들이 겁주려고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내 고향 충청도에서는 망태 할아버지가 아니라 '행구엄마'한테 데려다 준다며 겁을 주었다. 그래서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듣지 못한 나는, 엄마가 되어서도 우리 아이들한테 이런 말을 써보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망태 할아버지를 모르고 자랐으니 불행인가 다행인가?^^ 

'어처구니 이야기'로 잘 알려진 박연철 선생님의 글과 그림이다. 순진한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이야기라 그림 분위기도 공포감이 확연히 느껴진다. 거기다 엄마는 툭하면 망태 할아버지를 들먹인다. 

"너,자꾸 거짓말하면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빨리 밥 먹지 않으면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효력 만점인 망태 할아버지는 가히 전설적인 인물이다.ㅋㅋ
이 세상 모든 나쁜 아이들을 잡아다 얌전하고 말 잘 든는 착한 아이로 만들어 돌려보낸다'   

아홉 시도 안돼서 빨리 자라는 엄마한테 바락바락 대들던 우리의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
문 밖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문도 스르륵 열리는 것 같은데
정말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왔을까?  

"너 잡으러 왔다!"
는 망태 할아버지의 소리에
"엄마~~" 
비명을 질렀는데 달려온 것은 누구였을까? ^^

어린시절 공포에 휩싸였던 망태 할아버지의 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열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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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2-1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망태 할아버지,이제는 살아져가는 이름이군요^^

순오기 2010-02-10 23:0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은 '망태할아버지' 공포를 체험하셨나요?^^
망태할아버지 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것들이 많은 시절입니다.

같은하늘 2010-02-1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은 지금도 존재하는 망태할아버지인데...ㅎㅎㅎ

순오기 2010-02-11 11:39   좋아요 0 | URL
하하~ 아들만 둘, 셋 있는 집은 필히 망태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할 듯.^^

왕유니션맘 2010-03-2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주에선 '곰쥐'라고 하던걸? ㅋㅋ

순오기 2010-04-28 22:35   좋아요 0 | URL
아하~ 곰쥐는 이쁘다.ㅋㅋ

희망찬샘 2010-04-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에게 공포감을 주는 책이라 저는 썩 달갑지 않았지만 아이는 거부감이 없는 듯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4-28 22:36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공연히 아이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도 사실 폭력이지요.ㅜㅜ
애들이 거부감 없으면 괜찮죠.^^
 

*전 KBS 정연주 사장이 MBC 엄기영 사장에게 보낸 편지 

엄기영 사장.

 

당신은 "오늘로서 36년 간 가족처럼 사랑해 온 MBC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는 말을 남기고 MBC를 떠났습니다. 36년의 삶을 온전히 함께 한 '정든 문화방송'을 그렇게 떠났습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사장으로 재임한 2년은 MBC 역사상 그런 2년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다사다난했"고, "상황은 저의 예상을 훨씬 넘을 만큼 더 복잡한 것"이었다고 되돌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떠나면서 남아있는 후배들을 헤아리며 그렇게 당부했지요. "후배들에게 무거운 짐만 넘기고 떠나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라고. 그러면서 "앞으로도 좋은 방송 만들고, 대한민국 최고의 일류 공영방송 MBC를 계속 지켜달라"고.

 

지난 금요일 당신과 만났을 때 결연했는데...

 







  
엄기영 MBC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나오며, "사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 권우성
엄기영



2년이 참으로 힘들고, 고통스럽고, 외로웠을 겁니다. 잘 압니다. 이 무지막지한 정권의 야만성과 잔혹함을 직접 겪어본 터여서, 너무나 잘 압니다.

 

그런데 8일 오전, 당신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한동안 멍했습니다. 2년의 그 고통과 외로움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번뇌와 고통이 있었을지 다 짐작하지만, '지금은 아닌데'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지난주 금요일(5일) 오후, 내가 엄 사장 당신을 MBC 사장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당신은 결연했습니다. 금요일 그 자리는 내가 KBS를 그만 둔 뒤 처음 당신을 만난 자리였기에, 자연스레 지난해 8월말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당신에게 띄운 나의 편지 이야기도 나왔고, 또 지난 주 <오마이뉴스>에 실린 내 글 이야기도 있었지요.

 

그 때 엄 사장 당신은 요즘 가슴에 품고 있는 성경 구절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이런 저런 분들로부터 받는 격려와 위로에 가슴 가득한 고마움을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면서 방문진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결연한 뜻도 보였습니다. 그랬기에 나는 당신의 사퇴 결정이 뜻밖이었고, 그래서 한동안 가슴이 멍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니, 그동안의 고통과 혼자 감당해야 했던 그 무거운 짐을 생각하면 당신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모와 굴욕적인 요구들이 있었으면 이랬을까, 당신처럼 점잖고, 무리하지 않는 인품을 가진 이에게 얼마나 혹독하고 냉혹한 수모를 주었으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니, 당신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에게 몹쓸 짓들을 한 무리들에게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딱 1년 6개월만에 반복되는 방송 장악의 역사

 








  
8월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KBS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경찰 수백명이 토입된 가운데, 이사회 개최와 공권력투입에 항의하던 직원들이 본관 3층 이사회실앞에서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 권우성
KBS이사회

지금 MBC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2008년 여름 KBS에서 일어났던 일과 너무나 많이 닮아있습니다. 감사원이 동원된 점이라든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이사회의 친여 이사들이 중심이 되어 사장에게 몹쓸 압박을 가한 점이라든가,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는 점 등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하루의 오차도 없이 만 1년 6개월 만에 역사는 반복되었습니다. 경찰이 KBS 본관에 난입한 가운데 열린 KBS 이사회에서 친여 이사들 6명은 사장해임 제청을 의결했는데 그게 2008년 8월 8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만 1년 6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8일, 방문진의 친여 이사들은 엄 사장 당신이 원하지도 않는 인물들을 임원으로 임명하면서 당신더러 허수아비가 되라 했지요.

 

당신은 "대체 뭘 하라는 건지…"라며 차마 말도 맺지 못했습니다. MBC 노동조합은 "방문진의 허락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 사장의 마지막 선택이었다"며 "낙하산 이사 투입 - 엄기영 사장 사퇴 유도 - 낙하산 사장 투입 - MBC 장악'이라는 저들의 노림수가 노골적으로 그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습니다.

 

2008년 여름에 그랬습니다. 올림픽 개막식이 8월 8일이었고, 바로 그날 KBS 이사회 친여 이사 6명이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켰지요. 그날은 금요일이었는데,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인 8월 11일, 이명박 대통령은 올림픽 개막식 참석 뒤 귀국하자마자 나를 해임했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에서 불어오는 금메달 소식에 온 나라가 묻히면서 나의 해임을 둘러싼 파문도 묻혀버렸습니다. 수영, 야구, 양궁, 태권도 등 각 종목의 금메달 열기는 한반도를 녹였던 것이지요.

 

정권 손아귀에 넘어간 KBS의 참담한 모습

 

그렇게 KBS는 정권의 손아귀로 넘어가버렸습니다. 그렇게 된 뒤 남아있는 KBS  젊은 구성원들의 좌절과 절망감은 처절합니다. 이들의 마음 한 단면이 8일 KBS 새 노조의 성명서에 나와 있더군요.

 

"… MBC에 닥친 이 엄중한 상황을 보며 우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악몽을 다시 꾸는 것 같아 몸서리칠 지경이다. 불법으로 KBS를 장악하고 특보 출신을 낙하산 사장에 앉히더니, 이제 MBC도 KBS와 같은 전철을 밟게 해 만신창이로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지금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MBC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나마 비판언론의 명맥을 근근이 이어가던 프로그램을 갈아엎고,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상식과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을 숙청의 칼날로 쳐 내고, 마침내 '땡이뉴스'와 정권홍보방송이 활개 치게 되는 일이 KBS에 이어 MBC에서도 벌어지게 된다면, 이는 MBC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모든 시청자,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에 돌이키기 힘든 불행이다…

 

… 시대의 퇴행을 이미 온몸으로 겪고 있는 우리 KBS본부 조합원들은 지금 MBC에 벌어지는 일들이 얼마나 엄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MBC마저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결단코 막아야 한다. 공영방송의 원칙과 기본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일어선 우리 '새희망, 새노조' 언론노조 KBS본부는 정권의 MBC 장악에 맞서 싸우는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과 연대해 끝까지 함께 싸울 것이다."

 

이 슬프고 처절한 일들이 MBC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깨어있어야 하겠지요. 각자 선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우리사회가 이제 방송 독립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 있는 MBC를 지켜내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절박하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지난 주 MBC 사태를 걱정하면서 쓴 글에서 돌아가는 모양새가 심상치않다고 느낀 것은 바로 2008년 여름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이 정권은 이런 종류의 지저분한 정치공작에 능하기 때문에, MBC 장악을 위한 마지막 압박을, 구정 휴가 때인 13일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되는 동계올림픽 전후에 해치울 것이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에 온 국민의 관심과 열기가 넘칠 것이고, 그 속으로 이런 저런 문제들은 저절로 묻혀가 버릴 것이라고 여겼음 직하니까요. 아니다 다를까.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 소식에 이어 방문진이 칼을 빼들더군요.

 

임계점으로 몰고 가는 정권의 무모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2008년 5월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 권우성
광우병 쇠고기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게 올림픽 열기에 묻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 정권이 그동안 해온 온갖 무리한 짓들이 법원에서 심판을 받아 왔고, 그러한 불의와 모순은 지금 깨어있는 국민들 마음 속에 분노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지요. 그 분노는 이제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으며, 언젠가 화산처럼 터져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특히 태어난 뒤 의식이 깨어있는 대부분의 세월 동안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숨 쉬는 공기처럼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라 여겨 온, '민주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 지난 2년 가까운 세월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딱 '개그콘서트' 같은 모습이라, 이 젊은 세대의 매우 단순한 정치적 깨우침이 앞으로 어떤 동력으로 나타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정치적 깨우침은 사회과학적으로 정교하거나, 치열한 투쟁력을 갖는 과거 시대의 저항 정신, 저항 행태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유연하고, 생기발랄하며 신명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하지요. 그것이 갖는 폭발력은 2008년 촛불 때처럼 신명과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터져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어쩌면 선거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지 모릅니다.

 

김제동, 윤도현, 미네르바, 피디수첩 사건 등 이명박 정권 이후 저질러진 온갖 코미디성 무리수가 정치적 깨우침을 누적시켜준 터여서, 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이명박 정권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판단이 선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나오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피디수첩 무죄 판결'에 대해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월 25일, 19살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판사라면 피디수첩 제작진에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체 답변은 '무죄 57.6%, 유죄 30.3%'였습니다. 그런데 이 전체 여론조사 결과보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지요. 세대별로 나타난 엄청난 양극화 현상입니다. 20대의 74.7%, 30대의 65%, 40대 61.7%가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했고, 50대 이상은 40.6%에 불과했습니다. 

 

이 하나의 사건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서울신문>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4대강 개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반대가 47.8%, 찬성이 43.8%였습니다. 그런데 세대별 양극화는 이 조사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20대의 58.5%, 30대의 58.3%, 40대의 55.3%가 '반대'였고, 50대 이상의 '반대'는 30.3%에 그쳤습니다.

 

'놀라운 2030 세대' 아닌가요? 그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달려가면 세상은 간단하게 바뀔 수 있지요. 불가능한 일, 결코 아닙니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정치적 깨달음

 

위에서 예를 든 사안 외에도 세대별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은 많이 있습니다. 정권의 오만과 무리수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적 깨우침을 준, 젊은이들 입장에서 보면 개콘 같은 사건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있었고, 이 정권의 행태로 보아 앞으로도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불의와 모순이 축적될 때마다 2030 세대의 정치적 깨우침은 더욱 넓고 깊어질 것입니다. 최근의 MBC 사태는 이런 흐름에 또 다른 큰 무게를 더해주는 것입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리사회의 수구 기득권 세력, 그러니까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홍보권력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이 이렇게 무리하게 우리사회를 한 쪽으로만 몰고 가는 과정이 마치 우리사회를 임계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피디 수첩 사건 무죄 판결 뒤에 나온 매카시즘적 마녀사냥도 그렇고, KBS와 YTN에 이어 MBC까지 저렇게 무리하게 장악하는 과정도 그렇고, 세종시나 4대강 개발, 미디어 악법 통과 등 각종 현안들을 다루는 방식도 그렇고, 국민을 일방적 홍보를 통해 충분히 세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유신독재 시절,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민을 유치원생 정도로 알던 그 사고와 별로 다르지가 않습니다. 그 유신독재가 어떻게 막을 내렸는지는 천하가 알고 있습니다.

 

이번 MBC 사태는 우리사회를,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을 임계점에 다다르게 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말 것입니다. 더군다나 MBC 노동조합은 KBS '노동조합'과 여러 면에서 달라 심상치가 않습니다. KBS '노조'야 2008년 여름, 나를 몰아내는데 조중동, 한나라당과 함께 황금의 삼각편대를 구성했지만, MBC 노조는 다른 것 같습니다.

 

모든 것 훌훌 털고 평안하시기를...

 







  
사퇴의사를 밝힌 엄기영 MBC사장이 8일 오후 여의도 본사를 떠나며 후배들에게 MBC를 부탁한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제공 독설닷컴(@dogsul)
엄기영



엄 사장 당신이 사표를 낸 뒤 8일 오후 '마지막 퇴근' 길에서 마주한 MBC 노조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MBC를 지키고 살리는데 힘과 지혜를 내달라"고 말했지요. 그리고 나서 "다 같이 MBC 파이팅을 외칩시다, MBC 파이팅!"이라고 외친 뒤 MBC를 떠났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도 "조합원들이 MBC를 잘 지킬 것입니다"라고 답했더군요. 그리고 당신과 작별인사를 건넨 조합원들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기도 하여 한 때 분위기가 숙연해 지기도 했다고 한 언론이 전했지요. 부러웠습니다.

 

그런 건강하고 든든한 후배들을 두었으니, 어쩌면 당신은 나보다 훨씬 홀가분한 마음으로 MBC를 떠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MBC 후배들의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사장과 조합원들이 함께 "MBC 파이팅!"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거 참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나 혼자만의 '심상치 않은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엄기영 사장.

 

우선 모든 것 다 훌훌 풀어놓고 그냥 편하게 지내십시오. '완전한 자유인'이 되어서 해방감을 만끽하십시오. 그리고 언제 만나 '이명박 정권의 잔혹사'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합시다. 늘 평안하시기를….

 

* 추신 :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환호하십시오. 그러나 거기에 매몰되지 말고, 그 환호 속으로 자칫 사라지기 쉬운 엄기영 사장과 MBC 사태, 우리나라 방송과 언론 현실, 이 정권의 마녀 사냥과 방송 장악 과정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잔혹사'를 반드시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 엄기영 사장, '이명박 정권 잔혹사' 잊지 맙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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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기영과 한나라당...강원도지사와 민주당??
    from Be a Gooner 2010-07-27 10:59 
    엄기영 前MBC사장이 지난 25일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한기호 후보의 양구 사무소를 격려 방문했다고 한다. 난 사실 엄기영에 대해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기론 문화방송MBC 의 사장이었고 젊은날 앵커로서 소임을 다했다는 것,, 그리고,,언론에 비춰지는 성향은 좌파??적이었다는 것 그정도뿐이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엄기영의 행보는 민주당과, 민주당적 성향을 지지하는 정당&언론&국민들에게 작은 파..
 
 
blanca 2010-02-10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순오기 2010-02-10 22:18   좋아요 0 | URL
새벽에 이 글 보곤 잠을 못 잤어요.ㅜㅜ

전호인 2010-02-1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대통령시절 코드인사가 어쩌구 저쩌구 하던 인간들 입을 모두 쫘악, 쩝.
자기들과 맞지 않으면 자르고, 뒤지고, 주어 패고, 이명박정권과 군사정권과의 차이는 총과 군화발만 없을 뿐 더 악랄합니다. 사람 악랄성의 한계가 없음을 시험하는 정권이 되었고, 에어리언보다 더 진화된 돌연변이 앞잡이들이 난무하는 끔찍한 세상에 치가 떨려요.

순오기 2010-02-10 22:19   좋아요 0 | URL
참~ 이런 세상이 다시 올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ㅜㅜ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라고 믿어요. 불끈~

민주 2010-02-1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리는 기억할것입니다..ㅠㅜ 이 정권의 극악무도함을 기억하고 역사가 그들을 심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치를 모르고 관심도 없는 어느 주부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하고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이 정권을 두 눈 부릅뜨고 냉정히 지켜보고 오늘을 기억할 것입니다.

순오기 2010-02-10 22:20   좋아요 0 | URL
닉이 '민주'라 우리 딸이 썼나 했어요.^^
우리 모두 기억하고 힘을 모아야할 때 기꺼이 힘을 모아야지요.

hnine 2010-02-1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에효...한숨만 나옵니다.

순오기 2010-02-10 22:21   좋아요 0 | URL
이젠 MBC뉴스도 볼 게 없을테니 TV 뉴스도 다 봤네요.ㅜㅜ
지금은 한숨을 쉬지만 이게 끝은 아니니까요~

gimssim 2010-02-10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신문<모니퇴르>가 나폴레옹이 알바섬을 탈출했을 때 '괴물 알바섬 탈출'이라고 썼다가 그가 권력을 잡자 '황제 나폴레옹 퐁텐블로궁에 계시다'로 돌변했다구요. 신문방송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것이지요. 근데 말이지요. 그 나폴레옹이 '백일천하'로 끝났음을...에디슨이 한말 '한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을 잠시동안은 속일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

순오기 2010-02-11 00:40   좋아요 0 | URL
10일자 경향신문 기사군요. 우리딸도 이 얘기를 하던데...
에디슨의 말은 이 정부가 새겨들어야할 말이네요.

같은하늘 2010-02-1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데로 흘러가는 모습에 치가 떨리는군요.
가슴 한켠이 갑갑합니다. ㅠㅠ

순오기 2010-02-11 11:39   좋아요 0 | URL
그렇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데 희망을 걸어봅니다.

소문자mb여굿바이 2010-05-21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명박정권의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정치판~~
이건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 만도 못한 그 더러운 냄새!!
탄핵을 위한 몸부림은 왜 가슴속에서만 부글 대는지..
민주주의는 이들의 손에서 또 찢겨져야만 하는건지..?
소문자mb가 망가트려놓은 5년의 시간을 우리는 거듭 거듭 어떻게 치유해야 할런지..
그래~!!! 내 소중한 한표로 보여주자

순오기 2010-05-21 14:41   좋아요 0 | URL
정말 쇼도 이런 쇼가 없습니다.
소중한 한표를 잘 행사해야죠.

비로그인 2010-07-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엄기영前사장이 이번에 한 행동에 의문이 약간 가기도 하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첫 임금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1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논술 수업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이런 책은 어른이나 어린이 누가 읽어도 좋겠다. 우리 역사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비하하고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졌다면, 그런 마음을 싹 몰아내 줄 책이다.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시리즈에서 내가 읽은 건 1권 첫 임금 이야기 하나지만, 2권 명재상 이야기, 3권 전쟁영웅 이야기, 4권 선비학자 이야기, 5권 예술가 이야기까지 챙겨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자 박윤규 선생님이 열두 살 아들 민후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라  말하듯이 풀어써서 쉽고 재미있다. 역사란 사람들의 이야기로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통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인 '나'를 돌아보라는 아버지의 말씀은 독자에게도 주는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시조의 탄생신화나 건국신화를 들려주는 수준이 아니고, 우리 역사지식 뿐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역사가 제대로 된 역사인지 돌아보게 한다. 단군신화를 믿는가?  단군신화의 단군은 실존인물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이야기를 펼쳐간다. 신화는 무엇이고 신화 속의 단군과 곰은 어떤 존재였는지 역사 기록을 제시하며 흥미롭게 설명한다. 우리민족을 배달민족이라 하는데 무슨 뜻인지 풀어주는 아버지의 말이 참으로 자상하다.

   
 

예전에는 우리 말과 글의 뜻이 똑같지 않았어. 그리고 말뜻이 변하기도 했지. 처음에는 한자의 뿌리가 되는 녹도문자라는 걸 썼는데, 한자로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는 고구려나 백제나 신라가 다 이두를 썼어. 이두는 뜻보다는 소리를 중시했거든. 그래서 소리가 비슷한 한자로 적었는데, 배달은 '박달'을 한자로 적었다고 보는 학설이 있단다.  

'박'은 '밝'으로 밝음을 뜻하고 또 하늘과 태양을 뜻하기도 해. '달'은 달이고 땅이면서 나라를 뜻하기도 하지. 지금도 달에는 땅을 뜻하는 말이 남아 있어. 햇빛이 드는 땅을 양달이라 하고, 그늘이 진 땅을 응달이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배달'은 '밝은 나라'라는 뜻이 돼. 처음 환웅천왕이 내려 온 산을 태백산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이거든. 또 배달은 '하늘과 땅', '양과 음'이란 뜻도 되니까 온 누리를 다 일컫는 말이야. 알고보니 '배달'은 참 엄청난 말이지?(46~47쪽)

 
   

저자는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이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와 전통을 알지 못하게 하라. 조상들의 무능력함과 나쁜 점을 들추고 부풀려서 후손들에게 가르쳐라."고 요구했기에, 전국을 뒤져 20만권의 역사서를 모아 불태워버렸으며 식민사관으로 왜곡된 역사를 주입했음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역사의 진실 찾기는 중국의 역사서와 아직 학계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환단고기'나 '단기고사'의 기록도 제시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단군이나 환웅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황제와 같은 큰 임금을 뜻한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이 다스린 게 아니고 47명의 단군이 대를 이어 2천년 이상 통치했다는 것, 우리 역사의 시작을 단군조선 이전 환웅천왕이 신시에 나라를 세운 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6천 년이나 된다는 것, 단군신화의 '곰'은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짐승을 가르키는 말이 아니라, 곰의 옛말이 '고마'인데 고마는 신이라는 뜻과 땅을 일컫기도 했으니 '땅의 신'이란 말이 되는데 한자로 적다보니 곰 웅(熊)자를 썼고, 훗날 진짜 곰으로 오해했다는 학설도 있다고 들려준다.  

이와 같이 단군신화와 시조들의 건국신화에서 의문점을 짚으며, 다양한 학설이나 역사해석을 들려주지만 어느 것 하나로 단정짓지 않는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어떤 관점에서 기록되었는지 알려주고,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단군조선의 계통을 이은 부여의 기록을 뺀 것이야말로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즉 단군조선을 잇는 부여와 그 뒤를 이은 나라가 고구려였는데, 김부식은 신라의 후손이며 사대주의에 물들어 신라를 우리 겨레의 뿌리로 삼기 위해 그렇게 꾸민것이 아닐까? 의문을 남긴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 고주몽, 백제를 세운 비운의 왕자 온조, 가야 왕국을 세운 김수로, 천년 왕국 신라와 박혁거세, 꺼지지 않는 대진국의 불꽃 대조영, 민족 통일의 영웅 왕건, 조선을 세운 신궁 이성계까지 여덟 명의 첫 임금의 탄생신화와 건국신화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우리가 아는 신라의 석탈해, 김알지, 알영신화와 후삼국의 궁예, 견훤의 탄생과 건국신화도 들어 있다. 특히 발해는 당나라가 제멋대로 부른 이름이고, 실제로 '진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기에 중국 역사서에도 정식 이름은 '진국'이라 기록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역사에서도 '발해'가 아닌 '진국'으로 기록하고, 현재 러시아, 중국 땅이 돼버린 진국의 역사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끄덕이게 된다. 

TV드라마에서 본 시조의 탄생신화나 건국과정이 실제 역사와는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고, 곧이 곧대로 믿기엔 황당한 시조의 탄생신화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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