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 네버랜드 클래식 11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타샤 투더 그림,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4월 23일, 어머니독서회의 토론도서였다. 봄꽃으로 설레는 마음을 달래려고 동심에 노닐던 그 시절이 그리워 선택한 책이었다. 어린 시절 세계명작동화로 만났던 책을 지천명에 다시 읽는 맛은 행복했다. 더구나 타샤 튜터의 삽화가 있어 더 좋았다.^^   

우리집엔 세 권의 '비밀의 화원'이 있었는데, 큰딸이 초등때 끼고 살던 세계명작 '비밀의 화원'은 동네 아이가 빌려갔다가 잊어버린지 10년 됐다.ㅜㅜ    

이 책의 전반부는 가슴이 쓰리고 아프지만, 후반부는 흐뭇함과 기쁨으로 마냥 행복해도 좋다. 아마도 이런 요소가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고전으로 자리매김 된 듯하다. 더구나 타샤 튜터의 그림이 '비밀의 화원'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냈다.

 

인도에서 태어나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유모에게 맡겨져 자란 메리는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무리 원하지 않는 출산이라도 아이를 뒷방에 밀어놓고 파티만 즐기며 살았다는 게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았다. 하긴 모성이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현실에서도 분명 있다. 인도를 휩쓸었던 콜레라로 졸지에 부모와 유모까지 잃은 메리는 영국 요크셔 지방에 사는 고모부, 아치벌드 크레이븐 씨의 미셀스와이트 장원으로 온다. 고모부 크레이븐 씨는 아내가 죽은 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운둔자로 산다. 하지만 메리는 크레이븐씨가 출입금지시킨 비밀의 뜰을 발견하고 활기를 찾는다. 

 

아내를 더없이 사랑했던 크레이븐씨는, 아들을 낳고 죽은 아내의 눈을 닮은 아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콜린은 아버지처럼 곱추가 되거나 곧 죽게 된다는 수군거림을 들으며 스스로 죽음의 공포에 갇혀 자란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 콜린은 죽음이란 두려움에 히스테리를 부리지만, 한때 콜린처럼 제멋대로였던 메리는 한방에 제압한다. 그 후 그들은 친구가 되어 마사의 동생 디콘과 합류하여 비밀의 뜰을 가꾼다. 작은 동물들의 소리를 들으며 소통할 줄 아는 디콘은 진정한 자연의 친구다.

 

비밀의 뜰을 가꾸는 행복한 아이들이 보기 좋았다. 성장기에 사랑받지 못한 불행을 몽땅 보상받는 기분이다. 콜린은 비로소 자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확신한다. 10년 전 정원을 가꿔 달라는 크레이븐 부인의 부탁을 받은 벤 웨더스타프 노인은, 비밀의 뜰에서 아이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비밀에 동참한다. 그는 날마다 살이 찌고 건강해지는 콜린을 보면서 감격한다. 콜린은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한 자신을, 아버지 앞에 당당하게 보일 때까지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게 연극을 한다. 

디콘의 어머니는 막 짠 신선한 우유와 맛난 빵을 날마다 보내준다. 아이들은 엄청나게 먹어대고 정원을 가꾸며 마냥 행복하다. 마사와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은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현명한 어머니다. 열두 명의 자녀를 바르게 키운 넉넉한 어머니는 우리가 추구할 어머니의 표상이다. 마사가 자랑하는 어머니이고, 가정부 메들록 부인이 인정하는 현명한 부인이고, 의사 크레이븐 박사가 최고의 간병인이라고 칭찬한다. 크레이븐씨도 소어비 부인의 충고는 거부하지 않고 받아 들인다. 

"엄니는 이렇게 말씀하세이, '자석을 열둘이나 키우면 여자는 글자 말구두 뭔가를 배우게 되는 벱이다. 자석덜을 키우다 보면은 에이비시 만치나 여러 가지를 깨치게 되지'라고이"(115쪽)   

"소어비 부인이 꼭 너를 만나봐야 한다고 하기에 오늘 널 불렀다. 너한테는 신선한 공기와 자유와 뛰어다니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더군."(162쪽)

"우리 엄니가 그러는디, 어린이헌테 일어날 수 있는 질루 나쁜 일 두 가지는유, 절대로 지 마음대루 허지 못허게 혀는 거하고 은제나 지 마음대루 혀게 해 주는 거래이. 어느 짝이 더 나쁜지는 엄니두 모른대유."(249쪽) 

"두 아이헌테야 많이 웃을수록 좋지! 어떤 경우에라도 건강하고 아이답게 웃는 건 약보담 훨씬 나은 벱이여. 둘 다 틀림읎이 통통혀질 거구먼."(340쪽) 

"한창 쑥쑥 자라는 애덜인디다가 둘 다 튼튼혀지구 있는 중이니께 그런 겨. 그런 어린 애덜은 늑대 새깽이 같어서, 먹은 게 그대루 피가 되구 살이 되는 겨."(341쪽) 

"아줌마는요, 제가..... 제가 바라던  그런 사람이에요. 난 아줌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디콘의 엄마인 것처럼요!"(381쪽)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요크셔 지방의 사투리를 우리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듯, 전라도와 충청도 말을 버무렸지만 소리내어 읽어보면 읽는 맛이 난다. ^^소어비 부인은 작가의 분신인 듯.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소어비 부인을 통해 말한다. 아이들은 흙과 같이 자라야 한다는 것, 황무지에서도 저절로 싹이 트고 꽃이 피듯이, 아이들도 자연과 더불어 크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마법을 발견한다. 

 

외국을 떠돌던 크레이븐씨가 아내의 음성에 이끌려 10년 만에 정원으로 돌아온 날, 그의 눈앞에서 튼튼한 두 다리로 달리는 아들과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을 발견하는 장면은 짜릿하고 황홀했다.  아이들은 역시 자연속에서 뛰어 놀며 커야 한다는 걸 새기면서, 10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고전의 힘을 다시금 느꼈다.



타샤 튜터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밀의 화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기쁨을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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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2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구매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순오기 2010-04-27 22:26   좋아요 0 | URL
언제나 찜리스트가 풍성해요, 넣었다 뺏다 장바구니도 출렁출렁~ㅋㅋ

비로그인 2010-04-2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타샤 튜터의 삽화가 들어있는 비밀의 화원이 있군요!! 정말 건강하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책이지요. 중간중간 감정이 그대로 이입되던 장면들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황무지에서도 저절로 싹이 트고 꽃이 피듯이, 아이들도 자연과 더불어 크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이 회복되는 마법을 발견한다."라는 언니 말씀이 딱 맞는 책.

순오기 2010-04-27 22:28   좋아요 0 | URL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지만 비밀의 화원으로 행복해져서 읽는 나도 행복했어요.^^ 타샤 튜터의 삽화가 챕터마다 들어 있어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0-04-2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사 튜더의 삽화와 어릴때 읽은 추억 때문에 비밀의 화원 샀잖아요.. 아직 못 읽었지만.
무삭제 판이라니 꼭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근데 이래저래 먼저 읽을게 많아서.

전 시공사의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가 너무 좋아요. 딸 코알라 핑계대고 거의 다 사버렸어요. 실은 제가 소장할거예염~ ^^

순오기 2010-04-27 22:28   좋아요 0 | URL
네버랜드 클래식 저도 몇 권 갖고 있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섬사이 2010-04-2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버랜드 클래식의 <비밀의 화원>, 큰아이가 초딩시절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던 책이에요.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

순오기 2010-04-27 22:29   좋아요 0 | URL
우리 큰딸도 비밀의 화원 끼고 살았어요. 영화도 여러번 봤고요.
다시 봐도 사랑스런 책이에요.^^

마노아 2010-04-2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에 소공녀와 소공자를 참 재밌게 읽었어요. 꽤 오랫동안 비밀의 화원이 그 책들과 제목만 다른 같은 책이라고 생각했지 뭐예요. 작가만 같은 거였는데 말이에요.^^

순오기 2010-04-27 22:30   좋아요 0 | URL
소공자, 소공녀는 요즘에도 이 제목으로 나오나요?
원제는 세드릭 이야기, 세라 이야기던데...
일본번역본을 번역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듯...

마녀고양이 2010-04-28 09:13   좋아요 0 | URL
요즘은 세라 이야기, 세드릭 이야기라고 해서 나와여, 언니~
제가 얼마 전에 샀거든요.. ^^

순오기 2010-04-28 22:52   좋아요 0 | URL
아~ 세드릭, 세라 이야기로 나오는군요~ 그래야죠, 암요~ 끄덕끄덕

다크아이즈 2010-04-27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샤 튜더가 그린 비밀의 화원이 있었군요. 꼭 살게요. 감사요~

순오기 2010-04-27 22:30   좋아요 0 | URL
타샤 튜터 그림을 보면서 그분의 정원을 보는 듯했어요.^^

메르헨 2010-04-2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죠...비밀의 화원...저는 이 책을 제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선물했답니다.
근데...선물하고 나니 더 보고 싶은건 왜 일까요.^^

순오기 2010-04-28 22:26   좋아요 0 | URL
비밀의 화원, 다들 좋아하시네요.^^
누구에게 주고 나면 새록새록 생각나는 책, 그래서 내 책은 못주고 사서 주게 되죠.ㅋㅋ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완역본은 꽤 두툼하던데 다 읽으셨군요.

순오기 2010-04-29 23:46   좋아요 0 | URL
예~ 꽤 도톰합니다.^^

꿈꾸는섬 2010-04-2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저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책인데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군요. 다시 보고 싶은 책이에요.^^

순오기 2010-04-29 23:46   좋아요 0 | URL
비밀의 화원, 어린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에요.^^

희망찬샘 2010-06-06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지 못했어요. 타샤튜더의 그림과 함께 즐독의 세계로 고고씽~ 해야겠어요. 학교에 있거든요.
 
집게네 네 형제 효리원 창작 그림 동화 6
백석 지음, 양나리 그림 / 효리원 / 2008년 2월
구판절판


백석의 동화시들이 눈높이를 낮춰 그림책으로 많이 나왔다. 초등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실리는 걸 보면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집게네 네 형제는 동화시이다. 동화처럼 재미있는 이야기에 시처럼 운율이 담겨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막내동생 하나를 내어 놓고, 집게네 세 형제들 집게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 했다. 그래서 세 형제는 남들처럼 굳은 껍집이나 고운 껍질을 쓰고 사는 걸 부러워했다.

바로 이녀석들이 주인공인 집게네 네 형제 되시겠다.
집게로 태어난 것이 부끄러운 세 형제는 남들처럼 굳은 껍집이나 고운 껍질을 쓰고 싶어, 남의 껍질을 둘러 썼다. 첫째는 강달소라, 둘째는 배꼽조개, 셋째는 우렁이 껍집을 제집인 양 차지했는데...

첫째는 오뎅이한테 잡아 먹히고.

둘째는 망둥이 미끼하는 낚시꾼에 잡혀 돌에 깨어 죽고.

셋째는 황새의 굳은 부리에 오싹바싹 쪼박났고.

집게로 태어난 걸 부끄러워 하지 않은 막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타고난 분수를 지키지 않고 남의 흉내를 내던 세 형제는 죽고, 소박한 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 막내를 보면, 굳이 교훈을 덧붙이지 않아도 무얼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백석 시의 백미인 고어의 맛을 그대로 살려냈다. 어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표을 달아 현대어 해설을 덧붙였다. 그림과 함께 보는 백석 시를 본 어린 독자들도 참맛을 알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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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4-2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하면 지는 거야, 하는 말이 생각나네요. 분수를 지키며 산다는 건 쉽고도 어려운 일인 듯해요.

그런데 남들을 부러워해야 삶의 발전도 생기는 것. 어느 선에선 만족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남을 부러워할 줄도 알아야 하니, 그 적절함이 우리의 과제인 것 같네요. 좋은 생각거리입니다.


순오기 2010-04-27 22:25   좋아요 0 | URL
중용의 도를 깨닫는 게 쉽지 않지요.^^
여기 나온 게들은 개념없이 남을 흉내낸 거 같아요.ㅋㅋ
 
오늘 5.17 권정생선생님 2주기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청소년인물박물관 8
이원준 지음 / 작은씨앗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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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까지 기쁜 날도 많지만, 우리가 추모할 분들이 많아서 우울하고 슬프게 보낼지도 모른다. 5일은 박경리 선생 2주기, 17일은 권정생 선생 3주기,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2008년 6월에 마노아님께 생일선물로 받은 책을 이제야 읽었다. 그것도 <개똥이네집> 5월호에 실을 권정생님 원고 덕분에... 이 책은 여기저기서 몇 번은 귀동냥 했을 권정생 선생님의 삶과 작품세계를 그러모아 친절하게 들려주는 꼼꼼한 평전이다.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하면 늘 명치끝이 아리다. 그분의 자발적 가난한 삶이 아니라 평생 병마로 고통스럽게 사셨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프면 늘 찡그린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어서, 누가 찾아오는 것도 당신이 누구를 만나는 것도 자제하셨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를 생각하셨고, 세계의 평화와 우리의 통일을 염원하셨다.   


권정생 선생님은 당신이 쓰신 <강아지똥>처럼 몸과 마음을 온전히 녹여 거름이 되셨다. 누가 이 분만큼 철저하게 가난한 삶을 살 수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겠는가! 소위 지도자라는 이들의 말과 삶이 다른 이중성을 수없이 봐온 우리는, 철저하게 당신의 말씀과 삶이 일치되게 사신 분을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권정생 선생님은 1937년 9월 10일, 일본 시부야 혼마치 빈민가에서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나셨다. 아버지는 청소부였고 어머니는 삯바느질을 하셨다.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헌책을 가려 뒷간 구석에 쌓아두었다가 고물로 팔았는데, 어린 정생은 그 책더미에서 자신이 볼만한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골라 읽었다. 6~7세에 혼자 글을 익혀 책을 읽으며 감동받고, 세상을 배웠던 환경이 훗날 글을 쓰게 만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1946년 아버지의 고향 안동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가난했다. 월사금이 없어 초등학교를 열여섯에 졸업하고,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및 점원으로 전전하였다. 또한 서너달은 오로지 구걸로 연명하기도 했는데, 열아홉에 객지에서 얻은 폐결핵을 평생 떨치지 못했다. 1967년 조탑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살다가, 1983년 동네 청년들이 지어준 흙집으로 이사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안동시 조탑면 일직리에서 사셨다.



선생은 그 오두막에서 앉은뱅이 책상에서 글을 쓰고 읽었으며, 옆방에도 한 몸 누일만큼의 공간만 두고 책을 쌓아 두셨다. 다른 건 다 아끼고 절약했지만 당신이 보고 싶은 책을 사는 건 스스로 용납하셨다. 누군가의 과분한 선물이나 이웃들이 손수 만들어 주는 음식 외에는 절대 받지 않으셨다. 공직자들이 이 분의 삶을 십분의 일이라도 본받으면, 뇌물수수 사건으로 줄줄이 엮여 들어가는 뉴스를 우리는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리라. 



이오덕 선생님과의 만남은 권정생 선생의 삶에 비친 한줄기 햇살처럼 축복이었다. 이오덕 선생에게 원고료에서 생활비를 미리 보내 달라고도 하셨고, 이오덕 선생은 당신이 받은 월급에서 생활비와 책값을 보내기도 하셨다. 열두 살의 나이차에도 평생 서로 존경하며 지내셨지만, 이오덕 선생이 자신의 책에 권정생 선생이 허락지 않은 편지를 인용한 것과, 훗날 이오덕 선생이 국가에서 주는 훈장을 받은 것은 못마땅해 하셨다고 한다.  

 

위 사진에 나온 것처럼 권정생 선생은 방문 위에 권정생이란 문패를 써서 붙였는데, 내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한 유일한 욕심이었다고 한다. 또한 같이 살았던 개 뺑덕이 집에도 '이뺑덕'이란 문패를 붙여준 걸 보면, 짖궂은 소년다움과 유머 센스가 엿보여 살포시 웃음이 났다.   

선생의 작품세계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 낸 함께 사는 세상과,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작품이 많다. 어떤 작품을 읽어도 선생의 정신과 철학을 짐작케 되며, 선생이 살아 온 세월의 아픔과 더불어 추구한 세계가 엿보인다. <몽실언니>가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라면, <무명저고리 엄마>는 민족 수난의 일대기가 엄마의 무명저고리에 다 배어 있어 눈물겹다. <사과나무밭 달님>에 실린 12편은 권정생의 삶과 문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엑기스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따뜻한 눈맞춤으로 쓴 <하느님의 눈물>은 어떤 걸 읽어도 따뜻한 감동이 스민다. 마지막 작품이 된 <랑랑별 때때롱>에서는 선생님이 꿈꾼 이상향을 엿볼 수 있다. <우리들의 하느님>에 드러난 날선 비판과 그 분의 삶은 우리들 스스로 부끄럽게 한다.  

나의 동화는 슬프다, 그러나 절대 절망적인 것은 없다. 어른들에게도 읽히게 된 것은 아마 한국인이면 누구나 체험한 고난을 주제로 썼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동화에다 무리한 설교조의 교훈을 담고 있는 것이 있는데, 과연 그런 동화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만큼 유익한지 알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것은 훈시나 설교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 문명 속의 인간보다 잘 보존된 자연 속의 인간이 훤씬 인간답다.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도다 푸른 하늘과 별과 그리고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130쪽)  

선생은 돌아가실 때,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을 남기면서도 극빈의 삶을 사셨다. 살아생전에도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옳고 그림을 알려주셨지만, 유언에서도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셨다.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소중하다고 하셨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선생님이 떠리는 손으로 쓴 마지막 글을 새기며 깨달아야 할 숙제일 듯하다.
정호경 신부님은 <비나리 달이네집>의 실제 모델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유서는 여기, http://blog.aladin.co.kr/714960143/2848250

정호경 신부님.

마지막 글입니다. 제가 숨이 지거든 각각 적어놓은 대로 부탁드립니다.
제 시체는 아랫마을 이태희 군에게 맡겨 주십시오. 화장해서 해찬이와 함께 뒷산에 뿌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지금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3월 12일부터 갑자기 콩팥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뭉퉁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날에도 가끔 피고름이 쏟아지고 늘 고통스러웠지만 이번에는 아주 다릅니다. 1초도 참기 힘들어 끝이 났으면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됩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재작년 어린이 날 몇 자 적어 놓은 글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2007넌 3월 31일 오후 6시 10분 권정생

권정생 선생은 이 편지를 쓰고, 4월 힘없이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한 열흘쯤 치료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포도나무를 살피며 잘 자랄 수 있겠다며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5월 16일 병원에서 의식을 잃어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나셨다.  

5월 17일 권정생 선생의 3주기를 맞으며, 그 분의 삶과 뜻을 헤아리고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다짐하는 자기 성찰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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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6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04-2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똥>으로 처음 알게 되었던 분인데 오기언니 덕분에 그분의 책을 찾아서 보았지요. 5월엔 참 마음 아픈일이 많네요.ㅜㅜ

순오기 2010-04-27 00:49   좋아요 0 | URL
권정생 선생님 작품은 워낙 여기 저기 실려 있어서 전작 읽기가 쉽지 않네요.
그래도 선생님 가신 5월이면 선생님 작품을 읽는 것으로 추모의 마음을 표하지요.

찌찌 2010-05-0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한 권정생 선생님 작품은 정말 좋죠!

순오기 2011-07-15 08:12   좋아요 0 | URL
예~ 선생님 작품은 읽고 또 읽어도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gimssim 2010-05-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는 정갈한 삶의 희망을 선생님의 동화에서 자주 느끼곤 했어요.
어쩐지 봄에 어울리는 글들이 많죠.
이 봄 다가기 전에 다시 선생님을 만나보아야겠어요.

순오기 2011-07-15 08:12   좋아요 0 | URL
선생님 작품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어도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결정적 순간 / READING BOAT 1,2>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결정적 순간 - 위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황근기 지음, 이동철 그림 / 글담어린이 / 2010년 3월
절판


성공신화에 편승해 쉽게 묻어가는 출판물 같아서,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게 할수도 있단 생각에 너그럽게 마음을 먹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무엇이고, 정말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변하는 꿈은 성장기의 특징이다.

위인들은 어떻게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켰는지, 20명의 위인들에게 배우라고 소리치는 책이다. 재능은 저절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관찰하고 도전할 때 발견되는 것이라 안내한다. 20명은 언제 어떻게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됐는지 호기심이 땡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만화로 소개하는 건 신선하다.
내가 편집자였다면 시작을 김연아로 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힐러리로 시작했다. 초등생들에게 힐러리보다는 김연아가 당근 인지도가 높고 호감을 주지 않을까?

위인이라는 표현도 살짝 거슬리긴 하지만, 소개된 20명의 위인은 누구일까?
힐러리 클린턴, 안철수, 반기문, 스티븐 스필버그, 한비야, 김연아, 손정의, 용재 오닐, 미야자키 하야오, 정명화, 이현세, 강영우, 이창호, 박태환, 오프라 윈프리, 빈센트 반 고흐, 백남준, 로앤 롤링, 파블로 피카소, 알버트 아인슈타인
대개는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인물인지 초등생들이 알만한 사람이지만 낯선 인물도 더러 있다.

만화나 삽화가 실제 인물과 썩 닮아보이진 않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간간이 보이는 오탈자도 살짝 거슬린다.

연아는 스케이트에 타고난 재능을 발견한 코치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아무리 연습해도 생각처럼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미셸 콴의 경기를 보고 그만 압도당했다. 연아는 미셸 콴을 멘토로 삼고 연습한 결과 슬럼프에서도 벗어났고 실력도 일취월장했단다.

지금은 쓸모없어 보이는 공부가 네 꿈을 이루는데 힘이 되어 줄거야!
물론 옳은 말씀이다. 그러나 한 줄 세우기의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이 쓸모없는 공부를 하는 걸 잠자코 봐줄 부모나 선생님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나부터 시험을 앞두고 아이가 딴짓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제방으로 몰아넣게 된다.ㅜㅜ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은 역시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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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04-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험을 앞두고 아이가 딴짓하고있으면 마음이 편치 않은 부모예요. 그 딴짓이 아이의 인생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데... ㅠㅠ

순오기 2010-04-26 17:35   좋아요 0 | URL
우리 삶에서 이론과 실제는 좀 차이가 있지요.ㅜㅜ

꿈꾸는섬 2010-04-2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정적 순간, 준비된 자에게 온다, 정말 그렇죠. 준비를 잘 해두어야하는데 말이죠.

순오기 2010-04-26 17:36   좋아요 0 | URL
주부들의 취업도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더라고요.ㅋㅋ

같은하늘 2010-04-26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모레가 중간고사인 아들이 공부하라고 시켜놓았더니 딴짓하고 있더군요.ㅜㅜ
이를 어찌하오리~~~

순오기 2010-04-27 00:50   좋아요 0 | URL
엄마들의 마음은 다 같을 듯...
우리도 막내는 어제부터 내일까지 중간고사고 아들은 5월 4일부터인데, 여전히 TV에 눈독 들이거나 책읽기에 빠져 있어요.ㅠㅠ

BRINY 2010-04-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은 역시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온다->이게 닥쳐보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잖아요...우리학교도 내일부터 중간고사인데, 답답한 학생들 많습니다. 이제서라도 좀 공부하는 척하면 그나마 다행이구요.

순오기 2010-04-27 23:13   좋아요 0 | URL
살아보면 정말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거 팍팍 실감하죠.^^
하지만 우리도 학생때는 그런 걸 어찌 알았겠어요. 그저 잔소리해다는 선생님이 미웠지요.ㅋㅋ
 
내 동생 달로 보내 버려 마음이 자라는 그림책 1
로비 H. 해리스 지음, 김향금 옮김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5월
절판


심통이 가득한 저 얼굴, 동생을 본 형아의 마음이 보이지요?
아동 심리학자가 말하길, 동생을 본 형아들의 마음은 바로 첩을 둔 본처의 마음과 같다네요. 본처의 마음은 엄마들이 잘 알지 않을까요?^^

동생은 엄마를 빼앗더니 할머니의 무릎도 빼앗고, 결국은 형아의 바나나까지 넘보는 겁없는 녀석입니다. 대체 이 귀찮은 녀석을 어찌해야 할까요?

어제는 형아한테 토하기까지...
동생 해리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야 할까요?

아니면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까요?

그도 아니면 동물원 우리에 넣어 버려야 할까요?
형아는 오늘도 보통 고민이 아닙니다.

아무리 궁리해도 좋은 해결책이 없는데,
해리가 집이 떠나가도록 울어버려서 같이 으아아아앙~~~~~

당장 해리를 달로 보내버려! 소리쳤습니다.

어~ 갓난쟁이 해리가 어디 갔을까요?
옹알거리거나 트림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요.

엄마 뱃속으로 들어갔나 확인해 봐도 없고,
아무리 찾아봐도 해리가 보이지 않아요.

어~ 엄마 아빠가 정말 해리를 달로 보내버렸을까요?
해리는 아직 혼자 있기엔 너무 어린데...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던 형아는
당장 동생을 찾으러 로케트를 타고 달나라로 부아아아앙~~

아~ 내동생 해리가 여기서 잠들었네요.
형아는 안심이 되어 동생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어요.

이제 형아는 심통난 얼굴이 아니에요.
사랑스런 동생과 함께 방긋 웃어요.^^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동생 때문에 속상한 형아 마음을 알아주는 좋은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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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4-26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이거 꽤나 재미있네요.
솔직히 제가 가끔 울 딸아이에게 써먹는 말 들이예요.
딸네미, 동물원 우리에 들어가 버려! 딸네미, 달로 가버려! 이런~
좋은 한주의 시작되세요, 오기 언냐~

순오기 2010-04-26 17:36   좋아요 0 | URL
오호~ 진짜 그런 말씀을 하는 엄마가 여기 계셨네요.ㅋㅋ

꿈꾸는섬 2010-04-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동생에 대한 형의 마음이 어떨지 잘 보여주네요. 그래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순오기 2010-04-26 17:37   좋아요 0 | URL
첩을 둔 본처의 마음이라는 말로 모든 게 다 이해됐어요.ㅋㅋ
역시 동생은 있으면 귀찮지만 없으면 또 아쉬움이 많지요.
그러면서 알콩달콩 정이 드는 형제 남매~ ^^

카스피 2010-04-2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동생을 둔 형이나 언니의 마음은 다 똑같은것 같아요^^

순오기 2010-04-26 23:22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나도 어려서 마실갈 때 떼놓고 가려는 언니를 엄청 귀찮게 했어요.ㅋㅋ

같은하늘 2010-04-26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첩을 둔 본처의 마음이라는 말 저도 들어보았어요.^^
울집 큰아이도 매일 동생 갖다 버리라고해요.ㅜㅜ 사이좋게 놀때는 정말 가끔이지요.
두넘이 싸우면 정말 갖다 버린다고 손 잡고 나가면 작은넘은 안간다고 울고, 큰넘은 아니라고 동생 잡고 그래요.ㅋㅋㅋ

순오기 2010-04-27 00:51   좋아요 0 | URL
ㅋㅋㅋ 어느 집이나 비슷한 풍경일지도... 그러면서 정드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