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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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읽기책에 실렸고, 또 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책에도 실렸다. 중학교 국어에는 더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아니 원작의 전문을 충실하게 실은 것이다. 저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 책은, 원작에서 어린이가 읽기 적절한 내용과 분량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림이 곁들여져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읽힌다. 길가 모퉁이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라고 울먹일 때, "너는 쓸모 있단다. 네가 있어야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으니 도와 주지 않으련? " 친근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민들레꽃의 말에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는 철학서이다. 결코 어렵지 않은 소재와 말로 삶을 가치있게 살도록 이끌어주는 권정생선생님은 정말 가슴이 따뜻한 분이다.

얼마 전(5월 17일) 세상을 떠나셨지만, 작품으로 우리 곁에 남아 당신의 쓸모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주신다. 문학의 힘이, 펜의 힘이 어린 독자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조단조단 말씀하시는 작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평생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고 청빈의 삶을 사셨으면서, 우리에게 아주 많은 것을 남기신 분. 정말 강아지똥처럼 소리없이 수많은 민들레꽃을 피워내신 선생님의 삶에 고개를 숙인다.

엄마가 아이에게 읽어주면,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읽어주면 저절로 가슴이 촉촉해지는 책.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아무도 내 친구가 돼주지 않는다고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책이다. 강아지똥을 날마다 한번씩 읽으면, 가슴에 따뜻함이 피어나 마법같은 사랑이 당신의 가슴에 가득찰 것이다. 아이들은 여러번 읽어주어도, 뻔히 아는 내용인데도 읽어줄 때마다 촉촉히 젖어드는 감동을 느끼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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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2. 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억하며...
    from 파피루스 2008-05-17 16:35 
    2007년 5월 17일,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과 다섯 평짜리 흙집을 남기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곁으로 가신 동화 작가 권정생님. 바로 오늘은 하늘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올려봅니다. 살아 생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화를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은, 유언에서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
 
 
 
몽실 언니 - 양장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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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권정생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우리 문학계의 큰별이신 선생님의 따뜻함을 이제는 작품속에서만 만날 수 있다.

'몽실언니'는 해방후 1947년 봄, 변화무쌍한 격동의 우리 현대사를 일곱 살 몽실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원망하지  않는 몽실이,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 새아버지와 살아도, 또 친아버지를 만나 새어머니와 살아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착하게만 사는 몽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화도 난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몽실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바보 같은 몽실이라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시절을 지낸 우리야 남의 일 같지 않은 동변상련을 느끼지만 말이다.

6.25를 겪으며 사상 대립으로 형제의 가슴에 총질을 해야했던 아픈 역사를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로 작가의 분신 같은 몽실이를 통해서...  한반도의 총제적인 비극을 몽실에게 닥친 온갖 불행으로 보여주며, 모두가 사람으로 만난다면 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해시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작가가 그려낸 몽실이의 삶이 현재 이 땅에서 가능한 것인지 자문한다. 나는 그렇게 못 살거라고 아우성이 터진다. 끝없이 닥치는 고통과 불행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해와 사랑으로 베풀 자신이 없다. 무조건 희생할 마음도 없다. 이런 바람직한 인간상을 그려내는 동화를, 중2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는 우리 아들은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말한다. 하긴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삶을 산다면 굳이 문학과 예술로 형상화시키지 않아도 될 것이다.

1984년에 태어난 몽실언니가 2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동화임엔 틀림없다.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은 수난의 한국현대사를 생생히 인식케 하는 역사교과서이기도 하다. 꾸준한 사랑의 비결이 무얼까? 바로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몽실이와 같이 살아내며 눈물 흘리고 가슴 찡한 감동으로 남기 때문이리라!

전쟁 중에 피어난 한떨기 꽃과 같은 몽실이를 그리며, 우리 역사와 따뜻한 마음을 잘 담아낸 권정생 작가의 마음을 닮아보자. 그러면 우리 눈에도 세상이 더 살만한 가치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비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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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바람 - 책 읽는 가족 책읽는 가족 6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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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신애라 부부가 둘째 아이를 입양한 뉴스가 나돌 때,  밤티마을 블로그에 이금이 선생님이 쓴 심경고백을 보았다. 꽃바람은 작가가 처녀적에 쓴 것이라서 자신의 삶에 적용하지 못했기에 자신의 삶과 글의 거리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고, 입양에 관해 마음의 빚처럼 남아 있다는 말씀이었다. 이제 1987년에 나왔던 꽃바람이 20년이 지나 김재홍화가 그림의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

나는 꿈 많은 열다섯 살에 '저 파란 하늘가에'라는 제목만 생각나는 만화(?) 같은데, 그걸 읽고 '고아원 원장'이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적었다. 고아원이 어떤 곳인지 배우고 의지를 굳게 하려고 금요일마다 아이들과 만나 공부도 봐주고 놀아주기도 했다. 딱 1년 동안....... 그러다 꿈을 접었고 결혼하여 삼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입양에 대해서도 가족회의에 붙였다가 4대 1로 완패했다. 자기들이 돌봐야 하니까 절대 안 된다고! 이런 이유로 이금이 선생님의 심경이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

요즘엔 이혼과 재혼, 입양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된 듯하다. 하지만 20년 전 미혼일 때, 입양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기는 '꽃바람'을 썼다는 작가의 가슴이 얼마나 따뜻한지 새삼 느꼈다. 물론 세상을 모를 때라 겁 없이 숭고한 삶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보려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졌다. 모든 이가 실천하기 어려운 삶이기에 작품 속에서 빛을 내며, 독자를 감동시키고 대리만족을 주는 것 아닐까?


인생의 봄을 맞기 전, 성장기의 진통 같은 꽃바람을 겪어내는 입양아들 정호가 봇물처럼 쏟아내는 통곡에 같이 울었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온 정호를 맞아주는 부모님, 이렇게 가족의 사랑으로 정호는 꽃바람을 이겨냈다. 정호와 정빈이 둘 다 입양아인가?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 막내에게 물으니, 아이는 정호만 입양아 같다고 하였다. 엄마는 정빈이도 입양아라고 생각되는데...  막내가 다시 찾아보더니, 자기 아이를 안 낳고 둘 다 입양한 거 맞다며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과 그래서 소원하게 지낸 게 아니냐고 했다. 형제를 입양아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간 작가의도를 우리가 살짝 놓쳐버릴 뻔 했다.


은혜를 저버리고 떠난 태식이 대신 할아버지를 목부로 모셔온 정빈 아버지는, 고아로 자랐던 자신의 아픔과 한을 선한 마음으로 풀어나간다. 이런 남편과 뜻을 같이 한 정빈이 엄마가 더 대단하다. 나중엔 태식이도 돌아와 용서를 빌고, 정호 정빈이는 큰형으로 받아들인다. 실향민 할아버지와 늙은 개 워리의 관계나 친할아버지처럼 대하는 정빈이가 솔모루목장의 정을 따뜻하게 펼쳐간다. 천사원 아이를 동생으로 데려오고 싶은 정빈이처럼 사랑은 동변상련으로 저렇게 당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정호는 훗날 진짜 작가가 되었다면, 동산에서 바라 본 저 달빛 때문일 거라고 말한다. 아마도 정호의 입을 빌어 작가의 고백을 살짝 풀어 놓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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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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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후 1947년 봄, 변화무쌍한 격동의 우리 현대사가 일곱 살 몽실이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원망하지 않는 몽실이,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 새아버지와 살아도, 또 친아버지를 만나 새어머니와 살아도 현실을 받아들이며 착하게만 사는 몽실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화도 난다. 요즘 아이들이 이런 몽실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바보 같은 몽실이라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시절을 지낸 우리야 남의 일 같지 않은 동변상련을 느끼지만 말이다.

6.25를 겪으며 사상 대립으로 형제의 가슴에 총질을 해야했던 아픈 역사를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바로 작가의 분신 같은 몽실이를 통해서...  한반도의 총제적인 비극을 몽실에게 닥친 온갖 불행으로 보여주며, 모두가 사람으로 만난다면 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이해시키고 있다.

과연 그럴까? 작가가 그려낸 몽실이의 삶이 현재 이 땅에서 가능한 것인지 자문한다. 나는 그렇게 못 살거라는 아우성이 터진다. 끝없이 닥치는 고통과 불행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이해와 사랑으로 베풀 자신이 없다. 무조건 희생할 마음도 없다. 이런 바람직한 인간상을 그려내는 동화를, 중2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맞는 우리 아들은 가식이고 위선이라고 말한다. 하긴 모든 사람이 다 이런 삶을 산다면 굳이 문학과 예술로 형상화시키지 않아도 될 것이다.

1984년에 태어난 몽실언니가 20여년의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사랑받는 동화임엔 틀림없다. 아동문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은 수난의 한국현대사를 생생히 인식케 하는 역사교과서이기도 하다. 꾸준한 사랑의 비결이 무얼까? 바로 보편적인 정서에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몽실이와 같이 살아내며 눈물 흘리고 가슴 찡한 감동으로 남기 때문이리라!

전쟁 중에 피어난 한떨기 꽃과 같은 몽실이를 그리며, 우리 역사와 따뜻한 마음을 잘 담아낸 권정생 작가의 마음을 닮아보자. 그러면 우리 눈에도 세상이 더 살만한 가치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어제 이 서평을 올렸는데, 그 두 시간 후 권정생님이 돌아가셨네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님을 추억하며, 그의 작품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6.25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6월을 기억하기 위해 독서모임의 토론도서로 '몽실언니'를 선택했는데,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읽고 시대의 아픔과 인간적인 삶을 토론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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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억하며...
    from 파피루스 2008-05-17 16:35 
    2007년 5월 17일,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과 다섯 평짜리 흙집을 남기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곁으로 가신 동화 작가 권정생님. 바로 오늘은 하늘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올려봅니다. 살아 생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화를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은, 유언에서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
 
 
 
진짜진짜 좋은 학교 그림책 보물창고 29
샤론 크리치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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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진짜 좋은 학교?’ ‘도대체 어떻게 하기에 진짜진짜 좋은 학교라는 거야?’ 아이들의 호기심을 풍선처럼 부풀리는 제목과, 큼지막한 배경그림이 일단은 시선 끌기에 성공이다! “빨리 읽어주세요!”라고 보채는 녀석들의 성화에 “진짜진짜 좋은 초등학교가 좋은지 여러분이 다니는 00초등학교가 좋은지 비교해보세요!”라는 말을 날리며 책 읽기에 들어갔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아이들의 눈과 귀는 빨려들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교 와서 공부하자고 했을 때, ‘이게 무슨 좋은 학교야!’ 라고 투덜대는 녀석들. 게다가 여름방학까지 공부하자고 했을 땐, “나 같으면 전학 갈 거야!” “난, 이 나라를 떠나겠어!”라고 외치는 녀석까지 있었다. 그리고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우리학교가 훨씬 좋아요.”라는 분위기가 압도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더 공부하자고 발표하는 교장선생님을 바꾸자는 아이도 있고, 우리학교는 여자교장선생님이라 정말 다행이라는 녀석도 있다. 거구의 킨 교장선생님과 자기들의 교장선생님까지 비교하며 흡족해 했다.


견디다 못한 틸리가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을 땐, 마치 자기들이 용기를 낸 것처럼 뿌듯해했다. 조심스럽게 말하는 틸리의 태도에 아쉬운 표정으로, “용기는 어디 갔어? 왜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거야!”라며 불만스런 녀석도 있다. 틸리의 이야기를 들은 교장선생님이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불러 놓고 중대발표를 했을 땐, 정말 책 속의 아이들과 일체감을 느끼듯 “만세~~~ 최고야!”를 외쳤다. 다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공부하는 학교가 되었을 때, “이제 진짜진짜 좋은 학교 맞아요. 하지만 우리학교가 더 좋아요. 우리학교는 운동회도 하잖아요!”라며 5월에 하는 운동회를 자랑하며 기다리는 녀석들의 얼굴이 빛났다.


‘진짜진짜 좋은 학교’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며, 진자진짜 좋은 학교는 공부만 많이 하는 학교가 아니라는 이해와 자기 학교도 좋다는 뿌듯함을 안겨준다. 그림 속 아이들은 마치 이야기 듣는 아이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반응을 예상하는 질문을 던져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책장을 넘기면, 거기에 바로 아이들이 말한 그림들이 펼쳐졌다. 이 책은 그림이 더 많은 것을 보여주며 얘기하는 진정한 이야기그림책으로, 전국 어린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리라 예상된다!


굳이 옥의 티를 찾자면,

우리 어법에 맞지 않는 '~과 ~과'의 반복이 좀 거슬리고, 동생이 틸리에게 하는 말에 ‘누나’라는 호칭을 넣었으면 자연스런 입말이 되어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싶다.


커다란 가방을 둘러멘 표지 그림을 보자. 포스트잇을 붙여 둔 틸리의 가방은 공부의 중압감을 충분히 보여준다. 마치 우리나라 고3을 보는 착각이 들었는지, '대학원서 넣기'라는 포스트잇이 보인다. 분명 주인공 틸리는 '진짜진짜 좋은 초등학교'에 다니는데도 말이다.^*^


첫 장을 넘기면 계단에 앉아 책을 보는 녀석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다. 아무리 고학년이라도 초등학생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은 무리다. 원화야 어찌됐든, 대부분 그림의 글자도 우리에게 맞는 것으로 고쳤으니 미국 동화 제목을 쓴다면, ‘샬롯의 거미줄’이나 ‘찰리와 초콜릿공장’정도로 바꾸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유리창을 닦고 있는 ‘뽀드득 창문 청소회사’라는 글자가 우리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것처럼......


다음 야구선수 카드에 적힌 ‘베이브 루스’ 보다 ‘이승엽’이나 ‘박찬호’였다면 우리 독자들어 더 알기 쉽지 않을까? 중간 정도에 보면 여름방학 시간표에 ‘7월은 과학의 달’이라고 되었는데, 넉 장을 넘기면 ‘6월은 과학의 달’이라고 쓰인 글자가 캐비닛 위에 커다랗게 적혀있다.


한번쯤은 그림만으로 책을 살펴보라는 옮긴이의 말처럼, 정말 책 내용과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그림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더구나 선생님과 아이들의 표정에 충분히 공감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지, 내 눈에 뜨인 몇 가지가 좀 아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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