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비 오는 월요일 아침.

비 온다고 숲체험 일정이 취소돼 영화를 보러 갈 참이다.

알라딘 서재에서 책구경을 하다가 골라 담는다.

 

글샘님 서재에서 리뷰를 읽고 반했다.

쉽게 이해되는 연설문 쓰는 법 뿐 아니라

훌륭한 대통령을 추억하는 행복을 맛보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이 "체력과 집중력이 허락한다면, 내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나 행사에 자유롭게 배석하도록 하게."라는 부탁으로 세상에 나온 책 <기록> 찬찬히 살펴보고 싶다.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작가 '한 강'을 작품으론 알지 못한다.

그저 한승원 작가의 딸이라는 것,
그리고 내 사랑하는 딸이 한강교수의 강의를 듣는다는 것 밖에는...

 

그런데 80년 5월을 소재로 쓴 작품이 나와서 반갑다. 작가라면 80년 5월에 부채감을 더 크게 갖고 있지 않을까 짐작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엘리자베스 길버트 신간이 2권으로 나왔다. 표지도 예뻐서 기대치가 높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주고 미국으로 떠난 00님이 보고 싶다.

 

 

 

 

 

 

 

<꾸뻬씨의 ~ 여행> 시리즈도

아직 소장하지 못한 책에 눈길이 머문다.

꾸뻬 시리즈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책이다.

 

 

 

 

 

 

 

 

 

진중권의 신간도서가 노란표지로 나왔다. 미워할 수 없는 사람~ ^^

어제 자원봉사하러 왔던 여대생 둘이 우리서가에 꽃힌 책을 보면서 "진중권교수가 서양미술사도 냈었네~"하고 말했다.

그리곤 들춰보기에 "대출해줄게~" 말했더니 "다음주 기말시험이라 보고 싶지만 시험 끝나고 빌려갈게요!'라고 말했다.

도서관에 봉사하러 오는 이쁜 여대생들이 진중권의 세계에 입문하기를 기다리면 담아보는 책들....

 


 

 

 

 

 

 

 

이금이 작가님 책은 모두 다 읽고 소장해야지, 생각했는데 이 책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엄마는 글쓰고 딸은 표지를 그리는 아름다운 조합이 부럽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와 <소희의 방>을 잇는 마지막이라 더욱 더 궁금하다~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3가지를 다 소장했는데 표지가 다 다르네.

 

 

 

 

고3 수험생을 둔 엄마가 부탁한 책


댓글(9)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남매맘 2014-06-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의 이름으로>으로 표지가 이뻐서 눈길이 머물더군요.
요즘은 참말로 표지가 이쁜 책들이 많아요.

순오기 2014-06-03 19:49   좋아요 0 | URL
그렇죠~ 표지가 이뻐서 끌리는 독자도 많지 않을까...^^

꿈꾸는섬 2014-06-0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학교도서관에서 진중권 미학오디세이1,2,3권 빌려왔어요. 정글만리는 여전히 연체중이라 ㅜㅜ 다시 읽는 미학오디세이도 재밌네요.^^

순오기 2014-06-10 06:59   좋아요 0 | URL
정글만리는 인기도서라 계속 대출중이네요.
진중권 미학오디세이는 없어요.ㅠ

2014-06-12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6-15 0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2-12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따뜻한 애증이 느껴지는 리스트입니다.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
순오기님..꿈 섬님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ps.슈퍼 맘 님..맨 앞줄 이라 안보였어요..인사 남기고 갑니다.(^o^)b

순오기 2015-02-13 01:41   좋아요 1 | URL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이 중에 몇 권은 선물받았는데 여직 제대로 못 읽었어요.ㅠ

[그장소] 2015-02-1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읽으시면 좋은 추천 글 부탁드려요~
싱싱한 하루 보내시구요~^^
 
새 나라의 어린이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거의 계절이다. 후보들마다 공약을 쏟아내고 목청 돋운 선거유세에 피로감이 쌓인다. 그럼에도 관심을 갖고 TV토론을 지켜보는 것은 좀더 나은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힘과 권력, 부와 권력이 함께 따른다는 것을 이미 몸으로 익혀온 우리들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은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간다. 허나 그런 사회를 만들어낸 것도 우리들이고 그 폐해를 는 것도 우리들이다.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주자고 선거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지만,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죄가 세대를 이어 대물림되고 있다. 법과 정의는 가진자의 편이 되고 없는 자에겐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원죄를 잉태한 친일파 문제를 제대로 알려주고자 머리끈 질끈 동여맨 동화가 나왔다.

 

새 나라의 어린이란 제목을 보니, 동요 하나가 떠오른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이 노래는 광복 후 처음으로 창작된 동요로 광복의 기쁨과 다짐이 담겨 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요즘엔 잘 부르지 않지만, 과거 우리가 꿈꾸던 새 나라 모습이라 할 수 있다.새 나라의 어린이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이 버무려진 역사동화다. 1945년 일제치하에서 해방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친일파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어린이 눈높이로 풀어냈다.

 

  부모를 여의고 당숙네 가게에서 심부름하며 춥고 배고픈 설움을 견디는 열세 살 노마가 주인공이다. 노마는 일제강점기 징용에 끌려간 형 정식이 돈을 많이 벌어 돌아오면 고생이 끝날 거라 믿는다. 하지만 남루하게 돌아온 형은 친일파 앞잡이였던 야마다(노칠득)를 잡으러 쫒아 다닌다. 형과 배고프지 않게 살기를 바라는 노마와 친일파 처단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는 형,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돈만 벌면 된다는 당숙의 갈등이 그려진다. 친일파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이들은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한다.

 

해방 뒤 서울은 곳곳이 싸움터로 변했다. 좌익은 소련을 지지했고 우익은 미국을 지지했다. 좌익은 우익을 민족 반역자라 불렀고 우익은 좌익을 빨갱이라 부르며 서로 피 터지게 싸웠다.’ (14~15)

 

  일제강점기 친일파로 부와 권력을 누렸던 이들은, 남한의 독립된 정부에서도 요직을 차지했다. ‘반민특위가 거물급 친일파를 잡아들여 곧 친일청산이 이루어질 거라 기대했지만,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친일파와 이승만 정권의 결탁으로 반민특위가 해체되고 친일파 척결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민족의 숙원이었던 친일파 청산을 위한 반민특위 활동을 중심으로, 위험에서 노마와 만난 앨리스와 미군정의 딘 중위, 앨리스 가족의 뒤를 봐주며 또 다른 욕심을 채우려는 최남수 사장, 정식이 찾는 첫사랑 순희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삶과 진실이 드러난다. 노마는 친일파 순사에서 경찰로 변신한 노칠득에게 잡혀 허물어진 형을 보면서, 친일파보다 힘센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는 거 같다고 느낀다. 친일파를 건드리면 다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사회를 배우며 어른이 돼 가는 노마의 생각이 정말 옳은 것일까? 친일파 청산도 사라져 올바른 역사세우기도 할 수 없는 사회가 과연 우리가 꿈꾸던 새 나라인지 되짚게 된다.

 

  앨리스 일기장은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한숨짓던 독자에게 반전을 선사한다. 앨리스는 미국인이 아닌 프랑스인이라며 친독파를 철저히 심판했던 프랑스 얘기를 들려준다. 신분을 숨기고 비겁하게 숨어 살아 온 진실을 밝히고 죗값을 치르기로 결심했다는 앨리스 고백은, 노마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게 한다. 비록 반민특위 해체로 친일파 청산은 실패했지만, 정식이 형이 꿈꾸었던 정의가 바로서는 새 나라를 만들어 갈 과제가 남은 것이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서해 카페리호 사고에서 얻은 교훈을 망각한 우리는,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고 세월호 침몰로 고귀한 생명들을 수장시켰다. 총체적 부정과 부패한 사회를 만들어버린 우리의 죄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잘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직도 친일파들이 득세하는 나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애국지사의 후손들은 가난하고 타국에서 살게 하는 나라가 새 나라인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새 나라를 세워갈 수도 없다.

 

   노마와 같이 만들어야 할 새 나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고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한 나라가 우리들이 꿈꾸는 새 나라다. ‘새 나라의 어린이노래로 각인된 새 나라는 이미지가 고착되었지만, 우리들이 꿈꾸며 날마다 만들어갈 새 나라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진정한 의미의 새 나라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런 새 나라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이 진짜 새 나라의 어린이’가 아닐까?

 

  부록으로 실은 동화로 역사 읽기에는 반민특위에 관한 정보와 사진 등 친일파 청산 배경과 의의를 담아 새 나라의 어린이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4-05-27 0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총체적 부정과 부패한 사회를 만들어버린 우리의 죄는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잘못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네, 순오기님.
일제 때 친일한 사람들이 새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독립운동했던 사람들을 또 잡아가고. 뭔가 잘못되기는 했는데, 아...
이제는 너무 시간이 많이 흐른것 같기도 하구요. 지금이라도 '새 나라'가 가능할까요?
요즘엔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나네요...

순오기 2014-05-28 20:34   좋아요 1 | URL
예~ 첫단추를 잘못 끼운 죄가 큽니다.ㅠ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꼭 해야 할 일이지요~ 새나라가 될려면!!

2014-05-28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28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4-05-30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새나라의 어린이는~~~하고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네요.
제가 요새 읽고 있는 <행복의 추구>에는 미국의 4,50년대의 공산주의자 색출에 대한 부분이 나와요. 그 부분을 읽으며 숨이 막히더라구요. 어떤이는 밀고자로, 어떤이는 피폐한 삶에 자살을 선택하게 만드는데 무섭더라구요.
세상은 변하고, 그 변화가 더딜지라도 결국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요.

순오기 2014-05-31 02:37   좋아요 1 | URL
'새나라의 어린이'를 불렀던 세대~ ^^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정말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은 세상으로 변화되기를 바라며 투표 결과에 관심 집중!!
 
새 나라의 어린이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은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만들고 세월호 침몰로 고귀한 생명들을 수장시켰다. 총체적 부정과 부패한 세상을 만들어버린 우리의 죄는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16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날마다 눈물을 찍어내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미안하고 부끄러워 고개 들 수 없었다.

시신을 먼저 찾은 이들은 그렇지 못한 유가족에게 미안해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바다에서 찾지 못한 이들의 지옥같은 날이 길어질수록 책도 잡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쓰고 먹고 일하고....

삶을 이어가며 부끄러운 세상을 바꾸는데 우리는 힘을 써야 한다.

그들을 잊지 않고, 그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3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0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5월 31일에 저장

딸은 좋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5월 31일에 저장

누구 그림자일까?
최숙희 지음 / 보림 / 2000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5월 28일에 저장

엄마가 화났다
최숙희 글.그림 / 책읽는곰 / 2011년 5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4년 05월 28일에 저장



3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수퍼남매맘 2014-05-1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이 손에 잘 잡히지도,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나날입니다.

순오기 2014-05-15 15:24   좋아요 0 | URL
저도요~ ㅠ

꿈꾸는섬 2014-05-3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책이 있어 다행인 날들이었어요.

순오기 2014-05-31 02:37   좋아요 0 | URL
그림책만 보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박성우 시인의 글이 창비논평 메일로 들어와서 옮긴다.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박성우 / 시인,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박성우초췌한 얼굴이다. 눈에는 투명한 물방울이 아슬아슬 맺혀 있다. 가까스로 서 있는 유가족의 다리는 위태로워 보이나 손에는 호소문이 들려 있다. 섬세하게 떨리는 손이 조문객에 호소문을 내민다.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 입은 차라리 마스크로 가렸다. 앙다문 입을 가린 흰 마스크가 흘러내리는 물을 빨아들인다.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린 물은 분명 피눈물이나, 핏기 없는 낯빛에서 나오는 물이기에 탁할 수조차 없다. "저희 아이를 보러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호소문을 받아든 사람들은 슬프고 분한 표정을 감추며 글썽인다. 몇몇은 애써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본다. 조문객들은 몇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조문행렬은 점점 길어진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안쪽. 깜장 치마에 깜장 양말 깜장 구두 신고 조문 온 앞줄의 여자아이가 운다. 엄마 아빠 손 잡고 운다. 사내아이의 거침없는 울음소리도 두어줄 뒤쪽에서 보태진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와 '합동분양소' 사이에 쓰인 '정부'라는 글씨는 같은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유독 커 보이는 건지. 그 커 보이는 글자는 어쩜 이리도 초라하고 공허해 보이는지. 한숨을 내쉬다가 눈가를 손등으로 슬며시 닦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휴지조각이나 손수건으로 짠 물기를 훔치고 있다. '세월호'와 '정부'와 각자의 '나'를 오가는 분노와 무기력과 환멸, 층층이 올려 진 영정사진을 올려다보는 것도 머리 숙여 조문을 하는 것도 염치없고 미안하다.

 

 

박성우 시집은 언제 어디를 펼쳐도 쿵~ 하고 울린다.

특히 오늘 아침에 펼쳐본 '아직은 연두'는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진 세월호 아이들 생각에 눈물이 난다.

 

 

 

 

아직은 연두   -박성우-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우물물에 설렁설렁 씻어 아삭 씹는

풋풋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옷깃에 쓱쓱 닦아 아사삭 깨물어 먹는

시큼한 풋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한 연두

풋자두와 풋살구의 시큼시큼한 풋풋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풋내가 나는 연두

연초록 그늘을 쫙쫙 펴는 버드나무의 연두

기지개를 쭉쭉 켜는 느티나무의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초록이 아닌 연두

누가 뭐래도 푸릇푸릇 초록으로 가는 연두

빈집 감나무의 떫은 연두

강변 미루나무의 시시껄렁한 연두

난 연두가 좋아 늘 내 곁에 두고 싶은 연두,

연두색 형광펜 연두색 가방 연두색 팬티

연두색 티셔츠 연두색 커튼 연두색 베갯잇

난 연두가 좋아 연두색 타월로 박박 밀면

내 막막한 꿈도 연둣빛이 될 것 같은 연두

시시콜콜, 마냥 즐거워하는 철부지 같은 연두

몸 안에 날개가 들어 있다는 것도 까마득 모른 채

배추 잎을 신나게 갉아 먹는 연두 애벌레 같은, 연두

아직 많은 것이 지나간 어른이 아니어서 좋은 연두

난 연두가 좋아 아직은 초록이 아닌 연두

(난 빨강, 16~17쪽)

 

 

 

콩나물 

너만 성질 있냐?
나도 대가리부터 밀어올린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정말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쁜 놈이라고 선원들을 탓하면서 내 속에도 그런 게 들어있음이 부끄러웠고,

무능한 정부라고 분노하면서도 그런 정부를 만들고 부패한 사회를 키운 게 우리였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안하고 부끄럽다고 고개만 숙이고 있을 순 없다. 

부끄러운 어른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에 콩나물처럼 대가리라도 밀어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5-09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5-09 22:59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ㅠ

수퍼남매맘 2014-05-1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두를 더 좋아하는데....
이 시인은 초면인데 시가 좋네요.

순오기 2014-05-15 15:25   좋아요 1 | URL
눈부신 연두와 초록의 계절인데 참으로 아픈 나날입니다.ㅠ
박성우 시집을 만나보시면 좋아하게 될 거에요!

단발머리 2014-05-27 0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 정말 좋네요. 저는 제목만 알고 있던 시인데, 순오기님 방에서 전문을 읽고 가네요.
시집이름이 '난 빨강'인가봐요.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4-05-28 20:37   좋아요 1 | URL
박성우 시인, 만난 적은 없지만 시만 봐도 어떤 사람일지 짐작이 돼서 무조건 좋아합니다.
언제 한번 모시고 강연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요.
꿈꾸면 수년 내에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기다하며... ^^

꿈꾸는섬 2014-05-30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성우 시인의 시 정말 좋아요.
저도 다시 찾아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4-05-31 03:10   좋아요 1 | URL
박성우 시인과 코드가 맞는 거 같아 좋았어요.^^

희망찬샘 2014-05-30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빨강-읽고 싶은 맘 들어 장바구니에 담고 보니 배송비가 발생하네요. 또 다른 책을 기다려 함께 사야겠어요. 저도 연두 좋아하는데...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 함께 얹어 봅니다. ㅜㅜ

순오기 2014-05-31 03:11   좋아요 1 | URL
1만원 미만이면 배송비가 붙는 듯....
잊지 말아야지, 새롭게 바꿔가야지, 가만히 있지 말아야지~ 다잡으며 살아야지요.

희망찬샘 2014-06-20 06:59   좋아요 1 | URL
전 이 책이 소설인 줄 알았어요. 소설 속의 삽입 시 정도!
책을 받고는 저 혼자 웃었답니다. 시집이라서요. 것도 모르고 사다니!!! (위에 보면 다 써 두셨는데... ㅋㅋ)
옛날부터 이 책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머리에 꽉 박혀 있어서 그랬나 봐요.
희망양에게 읽어보라고 먼저 줬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아직 이른 것 같았아요. 그 안에 든 '성'과 관련된 단어들을 어떻게 설명해 주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안 읽었다 하더라고요. 조금 더 뒀다 읽혀야겠어요. 여러 편에 공감하면서 잘 읽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