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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 속 열두 동물 이야기 ㅣ 동화 보물창고 9
이금이 지음, 한수진 그림 / 보물창고 / 2005년 5월
평점 :
구전으로 내려온 우리 이야기의 출처를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이금이님의 '팔만대장경 속 열두 동물 이야기'를 읽었다. <본생경>의 짧은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다는데, 할머니에게 구수한 옛날 이야기 12편을 들은 느낌이다. 어려운 한자말을 쓰지 않고 쉬운 우리말로 풀어내어 입에 착 달라붙어 읽기에도 편했다. 옛날이야기를 문어체로 풀어낸 책도 가끔은 만나는데, 이 책은 입말로 되어 이야기의 맛을 더한다. 또 동물들의 모습과 표정을 실감나게 표현한 그림도 이야기의 맛을 돋운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며 이야기를 읽으면 작가는 문장으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화가는 그림으로 열두 동물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이자랑이나 여우이야기, 이리저리 붙어다니는 박쥐같은 이야기가 불경에 있었구나 알게 되었고, 여러나라의 환경과 정서에 맞는 이야기로 탈바꿈 되었을거라 생각되었다. 코끼리가 없는 우리나라 얘기엔 두꺼비나 거북이로 나오는 것처럼 그 나라의 친숙한 동물로 바뀌었을 것이다.
나이 자랑하는 원숭이와 참새를 인정하고 자기의 삶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코끼리. 입에 발린 말로 아첨하는 여우의 간교함. 앞날까지도 가늠할 수 있어야 하는 진정한 지도자임을 알게 한 거북왕. 참을 수 없는 수다로 고니의 입을 열어 떨어진 거북이. 어른의 말을 듣지 않고 호기심으로 망쳐버린 원숭이와 비둘기들. 욕심을 버리고 아름다운 삶을 찾는 푸른용과 비늘 시녀. 교만한 까마귀와 변덕스러운 사람들. 작은손으로 더 움켜잡으려는 욕심쟁이 원숭이. 죽을줄도 모르고 놀고 먹는 돼지. 효성스런 앵무새. 이리 저리 붙어다는는 박쥐같은 이리 등. 등장하는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또 인간이나 동물은 자신의 선택이 삶을 결정하고 그 결과까지도 책임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아이에게 한 편씩 읽어 주어도 부답스럽지 않은 양(10분 정도)이라 잠자리에서 읽어줘도 제격이다. 어린애뿐 아니라 고학년도 엄마가 한번씩 읽어주면 아주 좋아한다. 이번 추석에 어린조카들 둘러앉히고 이야기선생님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 번에 한 편씩만 읽어주면 더 듣고 싶은 녀석들은 주변을 기웃거릴 것 같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다르게 해서 구연하듯 읽어주면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는 옛이야기를 맛 볼 수 있다.
읽어주고 교훈이나 지혜를 손에 딱 쥐어주지 않아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레 인성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 하나에도 의미를 새기고 내 삶에 적용하려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제대로 처신하고 있는가?" 충분히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