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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간 참새 ㅣ 그림책 보물창고 18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도서관협회가 전년도에 출간된 그림책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준다는 <칼데콧 상>을 받은 작가라 더 관심이 갔다. 모디캐이 저스타인은 실화를 동화책으로 만드는데 그의 매력이 있다.
<이민 간 참새>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 '존 바슬리'를 잘 그려낸 글과 그림이 멋졌다. 마치 벽면에 장식으로 걸린 액자속의 그림처럼 친밀하게 다가왔다. 어린 존이 참새잡이에서 참새를 사랑하게 된 경위도 그림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글과 그림을 직접 작업하는 작가는 참 좋을 것 같다. 남의 손을 빌지 않고 자신의 감성과 의도를 충분히 살려낼 수 있을테니까. 사각의 그림틀에 있는 자벌레는 마치 초록색 털실로 장식을 꾸며 놓은 것 같았다. 또, 어치, 굴뚝새, 유럽울새, 개똥지빠귀의 고개를 빳빳이 치켜든 모습이 "흥, 우리는 품위가 있는 새야~ 자벌레 같은 건 먹지 않는다고!" 거만하게 외치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왔다.
보통의 사람도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쉽다. 그러나 그것을 추진하여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다. 애초에 불가능할거라 생각하여 지레 포기하거나, 추진하다가 문제에 부닥치면 도중에 그만두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인공 존 바슬리는 의회가 경비 대는걸 거절하고, 고향 사람들이 비웃어도, 영국의 참새 천마리를 미국으로 데려온다. 그 심한 뱃멀미에 시달리고, 집 안에서 참새들과 겨울을 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봄이 되어 참새들을 날려 보내도 그들은 둥지를 틀고 알을 품을 뿐, 자벌레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지켜보던 필라델피아 사람들은 "흥, 참새도 소용 없군!" 실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와 삑삑거릴 때, 엄마 아빠 참새들이 날아올라 수천마리의 자벌레를 잡아다 먹이는 진풍경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감동한 사람들은 존에게 "참새 짹"이란 별명을 붙여주었고, 필라델피아 자벌레가 사라져 사람들은 행복했다. 그러나, 자벌레에게 해방된 사람들은 이제 참새 소리가 시끄럽다고 투덜거리는 불만쟁이 인간으로 돌아간다. 그래도 함께 살게 된 존과 참새들은 그들의 투덜거림에 신경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쉽게 까먹는다. 얻었을때의 기쁨으로 감사하다가도 잃은 것이 떠오르면 감사를 즉시 거두어 들인다. 에구~ 이것이 인간의 얄팍한 생각이고 처세이니 어쩌겠는가! 자연계의 먹이사슬이나 공존전략은 인간의 치외법권일진데, 인간이 해결사로 나섰다가 문제를 자초하는 걸 많이 보았다. '함께 사는 세상'이란 이 땅의 생명있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는 걸 <이민 간 참새>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최재천 교수의 <알이 닭을 낳는다>에 보면, 참새는 가슴팍에 검은 깃털을 가지고 있는 놈이 수컷이고, 검은 깃털이 많은 수컷일수록 더 많은 암컷들과 교미를 한다. 가슴에 검은 깃털이 많은 수컷일수록 나이도 많고 몸집도 비교적 큰 편으로 사회적 지위도 높아 수컷들 간의 우열을 가리는 신호로도 쓰인다고 나와 있다.
우리집 뜰 나무에 깃들이는 녀석들 때문에, 저녁이나 이른 아침이면 참새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정말 필라델피아 사람들의 투덜거림이 이해될 만하다. 이 책을 읽고 참새소리를 들어보려니, 여름내 발길이 뚝~ 끊어진 걸 발견했다. 웬일인가 책을 찾아보았더니, 번식기 이후와 겨울에는 대개 무리 생활에 들어간다고 나왔다. 그러니까 봄에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우는 번식기 이후로 단체 생활하느라 여름동안은 우리집 나무에 깃들지 않는 모양이다. 곁에 있어도 무심할 땐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새삼 발견한 자연의 신비다. 그래서 책은 항상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좋은 선생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