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추억하는 어머니의 손맛

  최근 상영한 영화 ‘식객’에선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사형수의 고구마(식객2권)가 나온다. 먹고 살기 힘들어 개가한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어린 아들은 4시간 길을 걸어 찾아간다. 어머니는 그 먼 길 온 아들을 위해 가마솥에 고구마 몇 뿌리를 넣어둔다. 아들은 엄마의 새 남편에게 도둑이라고 매를 맞아도 고구마를 훔쳐 먹으러 또다시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날마다 훔쳐 먹은 가마솥의 고구마가 그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것을......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어머니의 숫자와 같다’고 말한다. ‘맛은 혀끝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원작자 허영만의 생각에 나도 동감이다. 어머니의 음식은 바로 어머니의 사랑을 추억하는 자녀들의 또 다른 사모곡이기 때문이다.

 

  나는 89년에 광주로 내려와 살면서, 어쩌다 친정에 가면 김치만 먹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턴지 친정김치가 맛이 없어 속없이 물었다.
  “엄마, 김치가 왜 이리 맛이 없어? 엄마 솜씨가 변했나 봐?”
  “얘, 엄마 솜씨가 변한 게 아니고, 네 입맛이 바뀌었지.”
  라는 큰언니의 말을 듣고서야 내가 전라도 입맛으로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후론 내입에 맞는 전라도식 김치를 담그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의 입맛이 간사하기도 하지만, 어린시절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이 못 견디게 그리울 때도 있다.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는 그 음식이 결코 귀하거나 고급의 음식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한 뿌리 고구마거나, 온 집안에 냄새 가득 찼던 청국장이 될 수도 있다. 내게는 엄마의 손맛으로 추억하는 음식이 충청도 시골에서 먹었던 ‘지지미’이다. 고등어나 동태 같은 생선에 무를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고 국물 자작하게 조린 지지미의 맛은 내 고향에나 가야 제대로 맛 볼 수 있다. 지금은 내가 재현하듯 요리하지만 예전에 먹었던 어머니의 그 맛은 아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음식에는 어떤 맛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이 추억으로 배어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엄마의 손맛을 추억하는데, 이 다음 우리 애들은 어떤 음식을 추억할지 궁금했다. 우리 애들은 시험 때마다 해 주었던 육개장과 주말이면 즐겨 먹은 묵은지 넣은 김밥과 부침개, 칼국수팥죽을 꼽았다. 지금이야 엄마의 음식이라고 주절주절 읊어대지만, 정말 이 다음에 못 견디게 그리운 엄마의 손맛으로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요즘 엄마들은 직장생활로 바쁘고 피곤해서 매식이나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이다. 나도 최근에는 게으르고 귀찮아서 김치도 사다 먹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외식이나 매식보다는 아이들 성장기에 직접 해먹인 음식이 많다는 위안이었다. 전에 TV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이 있는데, 스무 살이나 된 아들딸이
  “엄마가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어요? 엄마는 음식을 사다만 놓았지 우리가 알아서 찾아먹었고, 차려 먹기 싫으면 배달시켜 먹으며 살았다고요.”
  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엄마는 아이들 위해 돈을 번다고 고생했지만, 엄마의 따뜻한 밥상을 받지 못한 자녀들이 자라서 엄마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요즘의 추세라면 어떤 가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풍경이다. 엄마의 경제 활동이 가정에 물질적 여유는 줄 수 있지만, 엄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가족에게 소홀해서 잃는 것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서 추억의 음식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엄마의 손맛으로 정성을 담은 따뜻한 밥상을 많이 차려주자. 무슨 음식을 해야할지 생각나지 않으면 식객에서 힌트를 얻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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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을 보면 요즘 김치를 담구는 집도 장을 담구는 집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하네요..나라도 김치나 장 담구는 법을 배워야 할까 생각중입니다.^^

이팝나무 2007-11-1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예전에 자주 찾는 서재로 순오기님을 등록해 놓았어요..게다가 책 읽어주는 카페에 회원이기도 한데...반가워요..저도 광주에 산답니다. 순오기님 덕분에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예뻐지고 있답니다.

라로 2007-11-16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요!!!!감동이 물씬,,,(요즘의 전 감동머신 ㅜ)

아영엄마 2007-11-1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 엄마가 해주신 요리들 먹고 싶은데 제가 하면 그 맛이 안나고, 해주실 어머니도 안계시고... 슬퍼요. ㅡㅜ 우리 아이들이 커서 저런 말 하지 않도록 음식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

순오기 2007-11-17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계 심야영화 보고 와서 댓글 남겨요.
메피님, 김치는 그런대로 하는데 장 담그는 건 아직 한번도 안 해 봤어요ㅠㅠ
이팝나무님, 저도 반갑습니다. 광주 사신다니 님 서재에 달려가서 인사하고 왔어요.
나비님, 잘 계시죠? 희망이와 N군이 주는 기쁨에 저도 동참합니다!
아영엄마님, ㅠㅠ 어머니가 안 계시니 그 맛을 다시는 볼 수 없군요...우리, 아이들에게 맛난 것 많이 많이 해주자고요!

이팝나무 2007-11-17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계 농도 짙은 정사씬이 있다고 홍보하는 그 영화 맞죠? 작품성은 있는 영화였나요?..저도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7-11-17 11:17   좋아요 0 | URL
색계...영화 괜찮았어요. 문제의 정사씬도 너무나 리얼하지만, 추하다거나 야한 생각 안 들고... 감동! 자세한 것은 페이퍼로 남겨야할 듯...

bookJourney 2007-11-17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끔하네요.
오늘부터 아이들에게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주어야 할 듯 하네요. ^^;;

순오기 2007-11-18 05:0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요즘에 귀찮아서 잘 안해요. 막내가 초등 6학년이니 다 컸기도 하지만, 그래도 끼니 밥은 그때 그때해서 먹인답니다. 막 지은 밥은 기름이 잘잘 흐르고 너무 맛있어요~ 음, 냠냠 ^^

asnever 2007-11-18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영만,,
국민학교 때부터 그 분의 작품을 좋아했었죠.
각시탈을 비롯해서,,제목도 아른 아른하네요,,,무당거미였던가? 극한의 경계를 넘나들던 복서이야기 등,,,주인공의 이름은 언제나 강토였죠?
꽤 다작 작가임에도 그 분의 작품은 만화가 담을 수 있는 영역의 가능성을 항상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순오기 2007-11-18 16:33   좋아요 0 | URL
저희는 식객 영화를 본 후에 만화를 샀어요. 우선 10권까지...
허영만님의 다른 책은 못 봤는데 기회되면 보고 싶군요. 강토가 어떤 캐릭터인지 궁금 ^^

마노아 2007-11-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의 추천이에요. 어머니의 손맛과 더불어 어머니의 존재의 힘을 느껴요. 정말 효도해야 하는데...ㅜ.ㅜ

순오기 2007-11-18 17:22   좋아요 0 | URL
어머니의 손맛...우리에겐 영원한 향수이자 추억이지요!
책은 님의 서재에 댓글로 남겼어요. 감사 ^^

프레이야 2007-11-1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전 어제 '세븐데이즈'를 봤는데 엄마가 어린 딸을 위해 정성스레 차리는
아침밥상 때문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그 영화도 참 좋더이다.^^ 잘 만들었더군요.

순오기 2007-11-19 01:07   좋아요 0 | URL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 같던데...
아침밥상을 정성껏 차려 줘야 하는데 저는 대충하게 되더라고요ㅠㅠ
 

이제 날이 밝으면 우리 딸은 수능 시험을 보러 간다. 어영 부영 대충 고3 엄마 노릇을 했기에 좀 미안한 마음이다. 어제는 학교에서 일찍 보내줘 점심때 집에 왔다. 도시락 반찬은 뭐냐고 묻기에, 학교 갔다와서 장보러 가야지 했더니 "고3 엄마 맞아?" 한마디 던진다. 내가 이러면서 짬만 나면 알라딘에 드나드니, 정말 수험생 엄마 맞나? 반성하는 중... 남들은 100일 기도도 한다는데, 그래서 이번 월요일 쉬는 날은 영화도 안 보고 나들이도 안 가며 조신하게 있었다.

며칠 전 이웃에서 보온도시락도 빌려다 놓았고(아니, 그 엄마가 가져왔다. 수능날 가져갈 고급 초콜릿까지 사 가지고... ) 반찬은 제가 좋아하는 장조림, 두부부침, 스팸을 부쳐주기로 했다. 워낙 나물을 안 먹는지라 싸줘도 안 먹을거 같다기에 제외시켰고 따끈한 국물은 된장국으로 정했다.

집에 올때마다 '집밥'이 맛있다는 딸을 위해 저녁엔 청국장을 끓였다. 요즘 영화 '식객'을 본 후, 만화 '식객'을 구입해 읽는 중인데, 4권에 '청국장'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오늘 우리 식탁에 오른 청국장이다. 우리 딸이 워낙 매운거를 못 먹어서 청,홍고추 대신 청,홍피망을 얹었다. 사진을 봐선 그냥 된장찌개 같지만, 맛은 좋았다!(믿거나 말거나 ^^)  다행히 버논이 친구와 저녁 먹는다며 나가서 온 집안에 청국장 냄새 폴폴 풍기며 보글보글 긇였다. ㅎㅎㅎ


큰 딸이 중학교에 가면서 시험때만 되면 꼭 '육개장'을 끓였다. 그 세월이 벌써 6년... 수능 시험을 위한 준비기간이었달까?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육개장을 준비했다. '식객'에도 나오지만, 순종의 대령숙수가 마지막으로 임금께 올린 음식이 '육개장'이란다. 임금은 국물 한방울 남김없이 다 드시고 통곡하셨다는...  육개장에 담긴 의미(나중에 자세히 확인하고 올려야지)가 저렇게 심오하구나! 감동하며 뭉클했던 장면이다. 만화에선 몇 편에 나오는지 아직 모르겠다. 책을 다 읽은 우리 애들에게 확인하니, 8권에 나온다고 한다. 

이웃들이 시험을 잘 치라며 선물을 가져왔다. 시험에 철컥 붙으라는 의미의 엿이랑 찰떡, 에너지가 떨어질 때 먹고 기운내라며 초콜릿이랑 비타민에 금일봉까지 하사한 손길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선물에 우리 딸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기를 소망한다.

우리 딸이 6학년이던 2001년 10월 15일, 교육청 학생종합예술제에 운문부 대표로 나가 금상을 받았던 시가 있다. 주제가 선물이어서 아빠한테 받은 생일선물 이야기를 쓰다가~~번쩍! 삐리릭~~ 필이 와서 확 바꿔썼다는 자연이 주신 선물이다. 전국의 수험생 가정에도 따뜻한 선물처럼 뿌듯한 결과 있기를 기원하며......  선물을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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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수능이 끝나는 시간까지 마음이 두근두근 하실테죠.
엄마의 마음 구석 애틋한 사랑의 힘으로 따님이 멋진 성적 내리라 기대합니다.^^
시가 아주 서정적이고, 가을이 확~ 느껴집니다.^^
이렇게 가을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따님을 두셔서 좋으시겠어요.^^
오늘 하루 건강하고, 소중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아자!!!

순오기 2007-11-15 23:04   좋아요 0 | URL
그래도 수시합격을 한 상태라 엄마나 아이나 큰 부담없이 편안하게...무난히 들어갈 성적은 나온듯해요 ^^ 성원에 감사~꾸벅!

홍수맘 2007-11-1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1시간 남은 건가요?
님도 지금쯤 맘속으로 안간힘을 쓰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부디 흡족한 결과가 나오기를 함께 빕니다.

순오기 2007-11-15 23:05   좋아요 0 | URL
다섯시에 끝나고 여섯시에 돌아왔어요.
지금까지 너무 여유로와서 행복하다는 우리딸, TV속으로 들어갔어요^^

아영엄마 2007-11-17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님이 수능을 보았군요. 시험 잘 치렀기를 바랍니다.

순오기 2007-11-17 03:08   좋아요 0 | URL
예~ 교대 수시 합격했기에 아이가 편안하게 치뤘어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겠어요! 감사^^

2007-11-17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7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8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17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논 없을 때 보글보글 끓여드신 청국장이 넘넘 맛나보여요. 캬~
시험때마다 육개장을 끓여주셨군요. 역시 순오기님^^
수시합격도 해 놓았겠다 편안하게 잘 쳤겠지요. 조금 쉬어도 되겠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아직 일들이 남아있겠지만 다 순리대로 될 것이구요^^

세실 2007-11-18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험 잘 보았죠? 수시합격한 자랑스러운 따님. 부담없이 봤을 듯.
청국장도 먹고 싶고, 육개장도 먹고 싶어요...
저두 시험때마다 먹일 아이템을 개발해야 겠습니다. ㅎ


순오기 2007-11-18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세실님 감사^^ 너무 부담없이 봤는지 마지막 사탐이 복병이었네요. 그래도 교대입학은 지장없으니 만족합니다!

행복희망꿈 2007-11-1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시합격을 했다고 하니 축하드려요. 그 뒤에는 순오기님의 관심과 수고가 있었겠죠? 수고 많으셨네요. 따님의 더 많은 발전과 행복한 미래를 위해 기원드립니다. ^*^

순오기 2007-11-18 16:32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꿈님~~~~ 아이의 미래가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이 되기를 저도 바란답니다!
 
오늘 고흐 아저씨를 만났어요
닐 윌드만 지음, 김이경 옮김 / 파란자전거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쓰고 그린 '닐 윌드만'은 아주 어렸을 때, 고흐의 그림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바로 고흐의 그림에 넘쳐 흐르는 기쁨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 추억을 갖고 있던 작가는 고통받는 고흐를 뉴욕으로 데려와 도시 곳곳을 구경시키고 싶다는 상상으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소년 버나드는 뉴욕에 온 고흐를 만나, 곳곳을 다니며 그림 그리는 고흐와 이야기 한다. 함께 다니며 북쪽의 할렘가와 남쪽의 자유의 여신상, 동쪽의 브루클린 다리까지, 그리니치 빌리지, 차이나타운, 타임스 광장과 5번가 거리...... 이 책의 장점은 뉴욕의 아름다움을 바로 고흐 스타일로 그려낸 그림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 또한 표지 그림으로 겹쳐진 고흐와 별이 빛나는 밤도 들어 있고, 책이 커서 삽입된 그림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고흐의 특징을 살려 낸 또 다른 화가의 고흐를 만나는 기쁨도 있다. 



고흐와 같이 미술관에 간 소년 버나드는 '별이 빛나는 밤' 그림을 보며 숨이 막히고 온몸이 부르르 떨리는 듯했다. "이 그림은 바로 고흐 아저씨의 그림이죠?"  소년 버나드는 소리쳤지만 고흐는 대답이 없다. 버나드는 슬픔에 잠겨 미술관의 고흐 그림 앞으로 돌아온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 고흐의 그림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 바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책의 속지에 실제 어린이들이 따라 그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여러작품 들어 있다.

한 소년이 고흐의 작품에서 받은 강한 충격으로, 먼 훗날 그의 화풍으로 그리는 화가가 되었으니, 고흐의 작품이 소년에게 끼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또 이 책의 영향을 받은 독자는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기대되는 책이다. '모방이 곧 창조'라는 말이 실감나고, 요즘 요구되는 '창의성'을 멋지게 보여주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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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14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관심이 가는 책인 걸요.^^
'별이 빛나는 밤' 그림 좋군요.
그림과 더불어 함께 하는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순오기 2007-11-14 09:26   좋아요 0 | URL
그림에 관심있는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책이죠.
아래에 있는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도 정말 멋진데... ^^

개구리 2007-11-1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독특한 설정이네요. 읽고 싶어집니다.
고흐, 좋아해요 ^^
좋은 책 알아갑니다~ 댕큐!

bookJourney 2007-11-1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제가 먼저 보고 싶네요. (한 때 고흐에 열광했던지라 ^^)
아래에 있는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도 멋질 것 같고요.

비로그인 2007-11-1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지냈던 사람에게 색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기에 더욱 궁금해집니다.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순오기 2007-11-15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리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요? 저도 역시...
용이랑슬이랑님, 한때 고흐에 열광했군요. 지금은?
민서님, 익숙함에 새로움이 추가된다면 싫증나지 않겠죠?
 
피가소와 무티스가 만났을 때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5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35
니나 레이든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내가 지른 탄성은 "와~~ 이런게 창의성이구나!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이런 그림책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거지?" 감탄이 절로 나온 책이었다. 초등 저학년이나 고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해도 각자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한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오히려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를 아는 고학년들이 더 열광했다면 과장이 심한건가? 하여간에 아이들의 호응이 대단했던 책이다.

노란바탕의 표지에 그려진 돼지와 황소 캐릭터부터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속지와 본문에 펼쳐지는 그림은 이야기를 읽기도 전에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먼저 그림만 주루룩 넘겨보는 것도 재밌다. 좌우 페이지가 다르게 펼쳐지는 그림 스타일과 색채의 화려함에 현혹된다. 왼쪽은 모두 돼지가 주인공인 돼지그림, 오른쪽은 황소가 주인공인 황소그림의 절묘한 대비가 표현법과 색감으로 확실하게 구별된다. 오호~~ 피카소와 마티스 그림의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낸 '니나 레이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여간 참신함이 돋보이면서 다름을 이해하는 책으로, 님도 책을 보시면 나의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고 공감하실 것이다.

자~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피가소라는 돼지는 남들은 진흙에서 뒹굴며 노는데 아주 이상한 그림만 그렸고, 무티스라는 황소도 씨름을 하지 않고 매일 그림만 그렸다. 크고 화려하고 대담하게! 둘은 곧 유명해졌고 모두들 피가소와 무티스를 만나고 싶어 시장통처럼 시끄러운 돼지마을과, 법석대는 황소마을이 되어 둘은 조용한 곳을 찾아 떠났다. 공교롭게도 둘은 조용한 마을의 이웃이 되었고, 사이좋은 친구로 지내던 이들은 서로의 그림을 흉보기 시작했다.

무티스는 피가소 그림이 ‘엉뚱한 돼지, 두 살짜리 그림, 진흙색’이라고 비꼬았고,
피가소는 무티스 그림이 ‘날뛰는 황소, 야수 같은 그림, 물 장난감’ 같다고 소리쳤다.

마침내 둘은 엉망이 되도록 싸웠고, 서로 뿌려댄 물감은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보는 것 같다. 정말 이 부분이 압권이다. ㅎㅎㅎ~아이들은 자기들도 이렇게 맘껏 물감을 뿌리며 놀고 싶어 했다.

 

둘은 그림으로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둘은 자기 집에 어마어마한 그림을 그렸고, 서로 다른 그림이 보고 싶지 않은 돼지와 황소는 커튼을 닫아 버렸다. 서로의 그림이 보기 싫어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둘은 사이에 큰 담장을 만들었고 비로소 평화롭게 자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서로가 보고 싶어졌고, 상대편의 그림이 나쁘지 않다며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화해의 방법으로 자기의 담장에 그림을 그렸다...... 서로의 그림이 궁금해 달려간 그들은 서로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고 또 웃었다. 왜 웃었냐고요? ㅎㅎㅎ 그림을 보시라! 짠~~~~



             둘은 '피가소가 무티스를 만났을 때', '무티스가 피가소를 만났을 때'라고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모두들 그 작품을 '영원한 걸작'이라고 불렀다!

서로 다름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그림과,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글은 화가 피카소와 마티스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준다. 책의 끝에 '피카소와 마티스의 진짜 이야기는 이래요'라는 페이지에선 20세기 가장 뛰어난 입체파 피카소와 야수파 마티스의 생애와 우정을 알려주며 마무리한다. 내겐 창의성이 무엇인지 무릎을 치게 했고, 미래의 꿈나무들이 기발한 착상을 한 수 배울 수 있는 그림책으로 별 다섯을 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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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순오기 2007-11-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난, 이 책이 더 좋아서 리뷰를 먼저 올렸는데 고흐한테 밀립니다요 ^^

bookJourney 2007-11-1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초등 3학년인 아이가 보기에도 괜찮아 보이는데... 알라딘 분류는 4-6세네요 ^^;

순오기 2007-11-15 08:04   좋아요 0 | URL
유아기나 유치원 또래가 읽으면, 서로 잘난체 해서 싸우면 안된다는 얘기로 알지 않을까요? ㅎㅎ 피카소나 마티스를 알아야 역시 제맛을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한때 "시를 써 볼까~' 사회교육원 시창작반을 기웃거렸던 적이 있다. 그때 같은 뜻을 가진 사람중에 시조 시인으로 등단한 언니가 있다. 2003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시조부분 수상자가 되었을 땐, 서울 시상식까지 갔었다. 물론 시상식 끝나고 친정가려는 속셈이 있었지만... ㅎㅎ

그 언니가 이번에는 2007년 광주문화예술진흥지원금을 받아 처녀시집을 내게 되었다. 시집에 담을 100여편의 시를 잉태하여 낳느라 얼마나 수고했을까 생각하니 대단하단 말이 절로 나온다. 아끼는 지인들이 조촐하게 마련한 출판기념회랑 우리 딸 수시 면접날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웃 언니편에 시집을 보내왔다.

표제는 중앙신인상 수상작이었던 '앵남리 삽화'인데 주욱 읽어나가다 딱 마주친 내 얘기 같은 시, 바로 '어느 날 독백'이었다. 딸 키우는 엄마들은 사춘기를 접어들면서 딸과 꽝~~부딪혔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때 '너 같은 딸 낳아 키워봐라. 그때 에미속 알겄지...' 하셨던 우리 엄니 말씀이 귓전을 앵앵거렸는데, 시인 언니는 요렇게 한 편의 멋진 시를 낳았다. 역시 시인은 시인이다!

어느 날 독백      -정혜숙-

아귀가 맞지 않아 딸아이와 엇나간 날
실파를 다듬다가 매운 눈물 쏟는다
파, 고게 매워서인지
마음이 아픈 건지

남루한 인격의 나, 어린 널 이기지 못해
부르릉 시동이 걸려, 이단 삼단 가속이 붙어
아뿔사!
터지고 말았다
사방으로 튀는 파편

머-언 길 에돌아서야 비로소 깨우친다
내 어머니 가슴을 까맣게 태워버린......
얼룩진 낡은 일기를
아무도 몰래 꺼내본다

마침 이 시집을 받아 보던날, 기숙사에서 딸이 나와 있었다. "민주야, 이 시 한번 들어볼래" 하면서 읽어주었더니, 저도 속이 있는지라 실실 웃었다. 우리 딸과 한번 꽝~~부딪히면, 나는 꽤씸한 마음에 말도 걸지 않고 눈길도 주지 않던 매몰찬 엄마였다. 형제들보다 더 치열한 사춘기를 보냈던 나는, 내 속에서 나온 딸이니 나를 닮았을텐데도 마음으로 용서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엄마 말씀 떠올려 맺힌 맘을 스르르 풀곤 했지만, 이 시를 읽으니 배시시 미소를 흘리게 된다.

이 시의 주인공인 시인의 딸은 지금 광주 00문고에 근무하는데, 엄마의 시집을 직원들에게 선물했더니, 바로 요 시를 본 직원들이 그후부터는 '아귀가 맞지 않아~!'라고 부른단다 ^^

지금 나를 닮은 따님과 꽝~~했거나 꽤씸해서 씩씩댄다면 위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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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2007-11-1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 아귀가 맞지 않아라니!!ㅎㅎ
저도 매몰찬 엄마에욥!!ㅜ
제 딸은 절 넘 안닮아서 그런데,,,ㅎㅎ
순오기님 시 쓰셔서 카테고리 하나 만들어 올려주세요~~~.^^

순오기 2007-11-12 17:09   좋아요 0 | URL
제가 시를 써서 올리는 건 장담할 수 없고요~ㅎㅎ
시 카테고리는 하나 만들까 생각하고 있어요 ^^
매몰찬 엄마를 안 닮았다니 다행이라 해야할까? ㅎㅎㅎ

홍수맘 2007-11-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애들하고 "아귀가 맞이 않으면" 먼저 눈물을 보이는 편이랍니다. ^^;;;
여섯살 수가 벌써부터 버거운데 사춘기가 되면 어찌 살려나....

순오기 2007-11-12 17:10   좋아요 0 | URL
오잉, 엄마가 먼저 눈물을 보이신다니 맘이 약하신가요?ㅎㅎ
애들이 커나가면서 엄마도 강해진답니다!

아영엄마 2007-11-1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이들과 종종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곤 해요. -.- (와~ 식객을 다 사셨군요! 저도 살려고 벼르고는 있는데 어느 세월에... ㅠㅠ)

순오기 2007-11-13 04:33   좋아요 0 | URL
다들 아귀가 맞지 않는 겨우가 종종 있지요~ㅎㅎ
식객은 우선 10권까지 구입했어요. 11권부터는 2차로 구입해야죠 ^^

프레이야 2007-11-1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도 필요한 시에요.^^

순오기 2007-11-13 04:35   좋아요 0 | URL
혜경님은 따님이 둘? 다 큰거 같던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모녀간이 부럽던데요!

세실 2007-11-12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내미가 아닌 아들내미와 아귀가 맞지 않아 삐그덕 거립니다. 어쩜 저랑 그리 똑같은지...ㅎㅎ
마음으로 와닿는 시입니다.

순오기 2007-11-13 04:36   좋아요 0 | URL
아들내미... 전 아들에겐 마음을 많이 비웠어요. ^^
엄마들이 공감하는 시라는 건 우리들 얘기라는 거겠죠 ^^

뽀송이 2007-11-1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귀가 맞지 않아~!'
인상적인 말입니다.^^
우리도 그러했듯이 아이들도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조금씩 알아가겠지요.^^;;
부보와 자식의 풀리지 않는 엇갈림!! 헤헤^^;;
근데... 순오기님 이렇게 일찍 일어나신 거예요??

순오기 2007-11-14 00:40   좋아요 0 | URL
예, 뽀송이님, 요즘 커피금단현상인지 머리가 아파서 일찍 잤더니, 신새벽에 일어나 알라딘 들어왔지요~ㅎㅎ 또 다른 중독현상이겠죠?
ㅋㅋ~ 아들만 키우는 뽀송이님은 요런 감정 절대 모를꺼야요~~~
하지만, '아귀가 맞지 않아'는 부모와 자식의 영원한 엇갈림! ^^

bookJourney 2007-11-1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공감이 가는 시입니다. ^^

순오기 2007-11-14 00: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딸 키우는 엄마들은 다 공감한다는...
아들만 키우는 엄마는 이런 감정 절대로 모를꺼야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