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책 (100쇄 기념판) 웅진 세계그림책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돼지를 소재로 한 책이 많이 있지만, 이 책은 긴 말이 필요없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이다. 내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라 더 애정이 간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도 정말 돼지엄마가 된 기분으로 읽어주면 아이들에게도 느낌이 전달되는지 같은 기분으로 호응해 주어서 신났다. 앤서니 브라운 특유의 그림이 주는 매력도 이 책에서 물씬 느낄 수 있다.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가

"너희들은 돼지야!"

소리치고 가출한 뒤로 아빠 피곳씨와 두 아들은 돼지로 그려졌고, 집안의 벽지나 커튼과 모든 소품들도 돼지가 그려져 있다. 요걸 발견한 아이들은 엄청 깔깔대며 좋아한다. ㅎㅎㅎ 어떤 것들이 돼지로 그려졌는지 찾아보는 것도 한 재미다.

"엄마, 모든 책은 쓸모가 있어!"

이 말은 큰딸이 고2던 작년에 외친 말이다. 왜냐고요? ㅎㅎ 학교에서 국어 듣기평가를 보는데 바로 요 '돼지책'이 나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고2 여학생들이 아주 즐겁게 깔깔 웃으며 들었다는군요. 헉~ 깔깔 웃고 났는데 문제가 출제되니까 무슨 얘기였었지... 질문에 답하느라 다시 줄거리를 물어보느라 법석대었고, 자기는 엄마 책상에 올려 있던 이 책을 읽었기에 여유있게 주제에 접근한 답을 쓸 수 있었다며, 꼬맹이들 책이라고 무시하다가 심심해서 읽었는데 횡재했다는 얘기였어요. ^^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표도 안 나는 집안 일, 내가 도대체 뭐하는 거지? 내가 꿈꾸던 삶이 이런 거 였나? 때론 회의에 빠지는 주부들의 가사 문제를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보여준다. 아하~ 우리도 엄마를 도와줘야 겠구나! 저절로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아이들 손에 해답을 꼭 쥐어 주는 책!

엄마의 가출 후 엉망이 된 집안 꼬라지와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돼지가 되어버린 아빠와 두 아들을 보면서, 우리도 엄마가 없으면 이렇게 되겠구나! 아이들은 작은 불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가족이 후회하고 반성할 쯤 돌아온 엄마가 너무나 반가운 돼지네 가족을 이해하지요.^^ 그 후 집안일을 나누는 가족들의 일상, 편안하게 앉아서 쉬는 엄마의 행복한 표정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게 되지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7-12-21 0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의미심장한 책이네요. 읽어보아야겠어요.
(아 ~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 많아요. ^^)

순오기 2007-12-21 21:00   좋아요 0 | URL
외국 가정도 우리네 가정과 다르지 않은거 같아요.
가사노동이 버거운 주부이야기, 가족이 함께 하는 가사분담 ^^
 
타협

메피님의 글, 배부른 돼지를 보고 생각나서 리스트를 정리했다.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 3~8세
존 셰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 황의방 옮김 / 보림 / 1996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7년 12월 20일에 저장
일시품절
명바기가 생각나는 책이다. 늑대가 들려주는 게 진실일까? 잠시 갸웃거리게 되는... 어떤게 사실이고 진실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씁쓸한 맛을 새기는 책!
돼지책 (100쇄 기념판)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7년 12월 20일에 저장
절판
가사노동에 지친 엄마를 통해 우리네 가정의 문제를 간단 명료하게 보여준다. 긴말이 필요없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
꼬마 돼지 도라는 발을 동동
프란치스카 비어만 글.그림, 배수아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8월
8,900원 → 8,01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5% 적립)
2007년 12월 20일에 저장
구판절판
돼지도 날 수 있어!
에밀리 로다 지음, 박미낭 옮김, 노엘라 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7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7년 12월 20일에 저장
품절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12-20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부 다 좋은 책입니다.^^
제 페이퍼에서 언급한 돼지로 묘사된 부류들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7-12-22 00:26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죠.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하지만,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이야기는 한번 봐 보세요. 정말 명바기가 생각나죠! 제가 올린 리뷰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책으로만 골랐으니까요. 님의 글에 어울리는 책이라면,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어울릴가? 동물농장 지금 보는 중이거든요 ^^
 

파란여우님, 가시장미님, 마태우스님의 글까지 읽으면서 현장에 갈 수 없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동시에 갖게 되네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카페에 실어나르고, 옷장과 서랍을 살펴 면옷 몇가지 챙긴 것 뿐, 그것도 차일피일하면서...

어제 아침, 출근하는 남편에게 헌 옷 챙긴거 한 상자 실어보냈어요. 우체국에서 보내달라고...... 아침에 일찍 투표하고 일터로 간다면서 어제 보낸 영수증을 주고 가는군요. 조금이라도 미안함이 덜어지며, 우체국에서 무료로 보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 딸 표현대로 한다면 '너무나 익숙한 절망감'을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느끼지만, 자원봉사하는 사람들과 높은 수준의 국민의식에 희망을 갖게 됩니다. 오늘 투표도 그런 것에 희망을 걸며......

이제 부지런 떨어 아이들 점심과 간식으로 샌드위치, 고구마튀김 준비해 놓고 나가려고요. 동사무소에 가서 투표도 하고, 12시부터 선거참관인으로 배정된 학교 강당에 6시간 앉아 있으려면...... 일당은 3만원, 시급 5천원인가? 그까짓거~~하는 사람과 '땅 파봐라~ 단돈 10원이 나오나'하는 사람으로 나뉘더군요. 누군가 해야될 일, 작년에도 6시간 3만원 받아서 우리식구 돌솥영양밥 먹으니 땡이었지만, 엄마가 열심히 산다는 것과 그런 수고로 자기들이 큰다는 것만 알아줘도 족하지요!

(아~ 어제 투표참관인 수당 25,000원, 급식 2끼X5,00원 해서 모두 35,000원 주더군요. 작년엔 급식이 한끼였는데...  우리 학교 강당이어서 아는 얼굴이 많아 눈인사, 손인사... 사람들 반응이 다양했어요. 그래서 졸립거나 심심치는 않았다는...... ^^)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웽스북스 2007-12-1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의 그런 수고로 아이들이 크고 있다는 거, 지금은 당장 모르더라도, 자라면서 두고두고 감사하게 될 거에요 순오기님은 정말 좋은 엄마에요 ^^

순오기 2007-12-20 09:40   좋아요 0 | URL
지들도 나중에 부모가 돼 봐야 알겠죠? 내가 그랬던 것처럼... ^^
좋은 엄마 되기... 항상 숙제죠!

무스탕 2007-12-19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전에 우체국에 가서 무료로 보냈어요.
우리동네 우체국에서도 그렇게 보내는 사람이 있었던지 말하니까 바로 알아듣고 무료처리 해주더라구요.
오늘 수고 많이 하셔요~ ^^*

순오기 2007-12-20 09:2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무스탕님 ^^
이렇게 한마음을 갖는다는 게 참 중요하죠!

이매지 2007-12-19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내려고 하는데 집에 찾아보니 의외로 없어서 아쉬웠어요.

순오기 2007-12-20 09: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막상 필요한 거를 찾으면 많지 않더군요.
함께 모아서 보내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마노아 2007-12-1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체국으로 보내려 했는데 학교에서 단체로 모아 보낸다길래 학교로 가져가려고 해요. 거기까지 들고 가는 것도 일이지만 그게 뭐 수고 축에 끼겠어요. ^^;;

순오기 2007-12-20 09:26   좋아요 0 | URL
제가 딱 보내고 나니까 애들 학교에서도 연락이 왔어요.ㅠㅠ
어떤 경로를 통하든 현장에 전해지면 되겠죠! ^^

2007-12-19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2-20 09:41   좋아요 0 | URL
옙, 알려주셔서 감사 ^^ 좋은 시간 되시길...

Hani 2007-12-1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어제 회사에서 모은 헌옷 몇 박스 우체국에서 무료로 보냈어요. 우체국 직원이 그런 지침 못 받았다고 해서 당황했지만 전화로 알아보고 바로 처리해줬어요. 첨으로 글남깁니다. 자주 뵈어요^^

순오기 2007-12-20 09:2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하니님.
알라디너들의 서재에서 님의 이름을 여러차례 봐서 친숙한 느낌이에요.
저도 님의 서재 답방할게요. 감사 ^^

뽀송이 2007-12-1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따뜻한 마음의 순오기님^^
저는 옆지기 아픈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엄두도 못내고 있어요.ㅡㅜ

순오기 2007-12-20 09:42   좋아요 0 | URL
새해에는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바랍니다!

2007-12-19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7-12-20 09:42   좋아요 0 | URL
답은 전화통화로... 됐죠? ^^

세실 2007-12-1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옷 찾아봐야 겠습니다.
마음은 정말 태안으로 달려 가고 싶습니다.

순오기 2007-12-20 09:43   좋아요 0 | URL
진짜 마음 먹어도 실행하기가지 또 시간이 걸리더군요. ^^
마음이라도 보태는 것, 중요하죠!

조선인 2007-12-20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무료에요? 우리 동네는 그런 게 없나봐요. ^^

순오기 2007-12-20 09:43   좋아요 0 | URL
우체국에 지침이 내려젔다는군요. 창구에서 말씀하시면 확인해서 무료로 해 준다더군요.

비로그인 2007-12-2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이런, 뒷북쟁이 -_- 긁적)

순오기 2007-12-21 00:52   좋아요 0 | URL
뒷북, 저도 전공이거든요^^ 이런 공통점을 발견하다니!!
외계인과 지구인이 공통점이 있다는 게 신기하죠? ^^

향기로운 2007-12-21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체국무료로 보내드렸어요^^ 센터로 전화를 했는지 무료로 된다고 하던데요^^

순오기 2007-12-21 00:52   좋아요 0 | URL
향기로운님 반갑습니다~~~ 마음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지요!
 
[사진리뷰]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리뷰를 올려주세요~ 5분께 2만원 적립금을 드립니다.
축구 선수 윌리 웅진 세계그림책 2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린 모두 축구의 열혈팬이 되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목이 터져라 한마음 되어 붉은 물결을 이뤘던 그 장관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은 그 열기를 타고 다음해 출판되었다. 아주 아주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의 책으로, 주인공 역시 침팬지와 고릴라로 우리 눈에 친숙한 캐릭터!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섬세하면서도 곳곳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에서도 무심코 지나칠 것들을 곳곳에 숨겨 놓아 재미를 더한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그림에 숨겨 놓았다고 생각된다. 



윌리는 축구를 좋아하지만 축구화가 없다. 그래도 열심히 뛰고 달리지만, 덩치 큰 녀석들에 치여 좀체로 공이 오지 않는다. 어깨가 축 쳐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 보도블록의 금도 밟지 않으려는 윌리에겐 축구공이 없다. 윌리의 어깨를 좌악~ 펴 줄 방법은 없는 걸까?  



오래된 파이공장을 지날 때, 누군가 유행이 지난 축구복을 입고 축구를 하고 있다. 윌리의 기억엔 아빠가 입었던 옷이랑 똑같았다. 윌리는 지켜보다가 말없이 주거니 받거니 둘이서 축구를 했다. 그 낯선 사람은 축구화 끈을 풀고 신발을 벗더니 윌리에게 주었다.

 


윌리는 집으로 돌아와 광이 나도록 축구화를 닦는다. 앗, 같이 축구를 하고 축구화를 벗어준 사람이 윌리 뒤의 액자 그림과 똑같다.^^ 바른생활 어린이 윌리는 16개의 계단을 세면서 이층으로 올라가서 손과 얼굴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정확히 4분 동안 이를 닦은 다음 잠옷으로 갈아입고 맨 윗단추부터 4개의 단추를 모두 채운다.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곧장 침대로 뛰어 든다. 물 내려가는 물소리가 멈추기 전에...... 아침이면 윌리는 이 모든 것을 반대로 한다. 정말 규칙을 잘 지키는 바른생활 어린이다! ^^ 



자~~~ 축구화를 신고 열심히 연습한 윌리의 실력은 몰라보게 향상되어 시합에 나가게 되었다. 너무나 기쁜 윌리는 저녁마다 연습하며 축구화가 마법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합에 나가기 전날 밤, 너무 흥분한 탓에 잠도 잘 못 자고 악몽을 꾸다가 늦잠을 자버렸다. 시합이 10시인데 9시 45분에 일어나다니~~~부랴부랴 달려간 윌리, 세상에~ 축구화를 두고 왔다. 이를 어쩌나~~ 하지만 친구가 빌려준 축구화를 신고 열심히 뛰었다. 마치 축구공이 보이지 않는 실로 윌리 발에 매달린 듯, 상대편을 셋이나 따돌리고 정확하게 슛을 쏘았다. 성공~~~~ 윌리는 등번호 11번을 달고(11번은 아무나 달 수 있는 번호가 아니죠 ^^) 골키퍼와 1대 1로 맞서도 겁나지 않았다.

"고오오올인~~~축구 신동 윌리! 윌리는 축구 신동!"

관중들은 열광했고, 경기가 끝나 집으로 가는 길에 윌리는 낯선 사람을 생각하고 살며시 웃었다. 그가 누구였는지 직접 말하지 않지만, 윌리도 알고 독자들도 알 수 있다. 그가 바로 윌리의 아버지였다는 것을... 아버지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끝까지 응원해주는 분이다. 특히 사내녀석들이 열광하는 축구를 요렇게 정겨운 이야기로 그려낸 앤서니 브라운이 좋다.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축구선수 이름 알아맞추기나, 월드컵 우승국과 개최국의 국기를 알아보는 것도 좋은 독후활동이 될 듯하다. 실제로 축구를 즐기는 것은 고학년이 되어서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12-18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독후활동을 이렇게 하면 재미있겠군요.

순오기 2007-12-19 07:37   좋아요 0 | URL
좀 생각해보면 독후활동할 꺼리들은 무궁무진하죠~ ^^

가시장미 2007-12-18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쾌 상쾌 통쾌한 리뷰입니다! ㅋㅋㅋ
독후활동 정말 멋지네요~ 와우~ ^^*
저도 국기를 잘 모르는데, 독후활동 지도해 주세요. 으흐

순오기 2007-12-19 07:38   좋아요 0 | URL
유쾌 상쾌 통쾌하니까... 생각나는 게 그거? ㅎㅎㅎ
ㅋㅋ 저도 지나고 나면 어느 나라 국기인지 헷갈려요. ^^

bookJourney 2007-12-1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애도 요즘 들어 부쩍 축구에 재미를 붙인 것 같던데요,
이런 독후활동도 재미있겠네요.

순오기 2007-12-19 07:39   좋아요 0 | URL
초등3년이면 축구에 재미 붙일때가 되어오죠~~ㅎㅎ
독후활동은 생각해보면 많아요... 좀 귀찮아서 그렇지 ^^
 

태그 주제가 예쁜 우리말로 올라오는 게 나의 로망이라고 썼건만, 서재지기님은 '드라마' '로망'에 이어 꿋꿋하게 '징크스' '멘토'까지 끌고 가신다. ^^ 하긴 이런 말을 우리말로 뭐라 해야할 지 나도 난감하다. 그래도 필이 확~~~~ 당긴다면 써야지 어쩌겠나!

이상하게 태그 주제에 따른 내 페이퍼는 '인생' 시리즈가 되는 것 같다. 하긴 살아온 세월이 앞으로 살아갈 세월보다 많기 때문에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벽에 거시기 칠할 때까지 산다면 남은 세월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에구~ 그러면서까지 오~~~~~래 살고 싶지는 않다. 인생을 돌아볼 만큼의 나이테라서 오늘도 꿋꿋하게 내 인생의 멘토를 더듬어 본다.

내게 있어 최고의 멘토는 역시 '책'이다. 내 삶의 철학적 바탕을 만든 것도 책이었고, 희망을 갖고 꿈꿀 수 있게 이끌어 준 것도 책이다. 천방지축, 단점 투성이인 나 자신을 사랑하게 자존감을 회복시켜 준 것도 책이었으니, 내 인생 최고의 멘토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쳐 진정한 자아에 눈떠가던 여고시절, 루 살로메의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란 책을 만났다. 알라딘에서 검색하면 2005년판의 문예출판사 책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누렇게 퇴색한 1978년판 정가 1,200원인 책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당시 고3이던 내게 '루 살로메' 그녀는 충격이었다. 이 책은 당대 내노라 하는 남성들 - 니이체, 릴케, 바그너, 프로이드 등 19세기 유럽 지성들의 연인으로 뭇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증오를 받으며 신비 속에서 살다 간 루 살로메의 자전적 소설인데, 그녀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 굉장히 자극받았다. 난, 그녀처럼 미모가 빼어나지도 지적이지도 않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다 결심했다. 지금도 이런 삶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 비록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영향과 도움이 미미할지라도...... 내 인생 최초의 멘토로 '루 살로메'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 삶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준, 책에서 만난 그녀 '루 살로메'는 진정한 나의 멘토였다.

결혼하여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난 여전히 꿈꾸며 산다. 꿈이 없다면 내 삶도 없기에 현실적인 가불가를 가늠하지 않고,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리라 믿으며 오늘도 꿈꾼다. 아이가 커가는대로 엄마도 성장해야 된다고 믿는 나는, 육아로 바친 세월 10년 후 막내가 두 살되던 해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늘 책을 펴놓고 있는 엄마를 보기에 "엄마 뭐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두 살짜리 막내는 주저없이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해서 흡족한 맘으로 나를 추스렸다. 그때 만난 사람이 '경청'의 저자 조신영씨였다. 내가 경청의 리뷰에도 썼듯이 그는 자신의 인생그래프를 보여주며 나의 인생그래프를 그리게 했고, 그때 구체적으로 그린 인생그래프대로 따라 살고 있으니, 내 인생의 두번째 멘토는 조신영씨라 할 수 있다.

 

 

 지금, 나는 이웃 아줌마들의 멘토로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너무 높은 나무는 오르기 어렵기에 평범한 아줌마인 나를 멘토로 삼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가장 오르기 쉽고 만만한 내가 그녀들의 멘토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기쁨이다. 루 살로메를 읽고 꿈꾸었던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 인생 목표에, 한 걸음 다가 선 지금의 내 모습에 자족한다. 내 인생에 멘토가 되어 준 루 살로메와 조신영, 그리고 이웃들의 멘토가 된 지금의 나는 결국 책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따라서 내 인생의 진정한 멘토는 역시 당신, 책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7-12-17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가 잘 안 읽는(아니 끝까지 잘 못 읽어내는)책들을 잘 보시는군요.존경스럽습니다.^^

순오기 2007-12-18 00:05   좋아요 0 | URL
한참때였으니 그랬을지도... 지금은 저도 편한 책만 읽게 돼요.ㅠㅠ

뽀송이 2007-12-1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잘 못 읽는 책들을 읽으시고, 거기다가 감동까지 받으신 거에요.^^;;
존경 존경!! 글고... 이웃들에게 진정한 멘토 역할까지 멋져요.^^

순오기 2007-12-18 00:11   좋아요 0 | URL
잘 못 읽는 책이란게 루 살로메... ^^
이거 올려놓고 괜한 얘기 썼나 싶어 후회했어요.
대단하지도 않으면서 멘토로 산다는 얘기가 과장 아닌가 싶기도 하고..ㅠㅠ

bookJourney 2007-12-17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 너무 멋져요 !!!

순오기 2007-12-18 00:12   좋아요 0 | URL
에궁~~~><
인생 멋지게 살고 싶어서 지금도 열심히 꿈꾸고 살아요.

깐따삐야 2007-12-17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 저도 저 책 있어요. 루 살로메, 넘흐 매력적이죠. 제가 남자였더래도 사랑했을 법한.

순오기 2007-12-18 00:13   좋아요 0 | URL
ㅎㅎ 전, 여자지만 사랑해요~~ 루 살로메를! ^^
깐따님, 저도 님이 쓴 '시지프스의 신화'를 올릴까 하다가, 더 먼저 만난 책이 이거였고 시지프스는 그 다음이었기에... ^^

세실 2007-12-18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여고시절에 전 뭐했을까요? 이리도 깊이 있는 책을 읽으셨으니 당연히 내공이 느껴집니다.

순오기 2007-12-18 08:20   좋아요 0 | URL
앗, 심야의 세실님 댓글 감사 ^^
에공~ 내공까지야... 그저 책 읽으면 행복하니까 무조건 읽지요!

비로그인 2007-12-1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변인의 멘토로 살아가시는 순오기님은 멋진 분이네요.

순오기 2007-12-19 07:40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에 아주 잘 나가는 분이 두어분 계신데, 그분들은 너무 높아 오르기 어렵고... 그저 제가 젤 만만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