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보먹보 호랑이 안 알려진 호랑이 이야기 3
이진숙 글, 이작은 그림 / 한솔수북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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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안 알려진 호랑이 이야기' 세 번째 책이다. 내가 보기엔 잘 알려진 이야기라 전편의 두 작품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진다. 나이 자랑이나 달리기 내기는 옛날이야기에 잘 등장하는 뻔한 이야기라 참신하지 않다. 두꺼비의 등딱지는 팥고물이 달라 붙었기 때문이란 것도 많이 아는 이야기다. 게다가 시루떡을 만드는데 떡메로 친다니, 이런 엄청난 오류를 아이들 그림책에 버젓이 써도 된다는 거야? 떡메는 인절미를 만들 때 치는거지,  아무리 찰시루떡을 만든다 해도 떡메로 치지 않는다. 찹쌀을 가루로 만들어 시루에 팥고물과 켜켜이 얹어 찌는데 무슨 떡메가 등장한단 말인가! 차라리 찹쌀을 빻기 위해 디딜방아던지 절구나 맷돌로 빻는 장면이 나와야 맞는다. 내가 어려서 시골서 살았기 때문에 직접 보고 겪은 일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떡 전문가에게 알아보면 확인 될 일이다. ^^

이렇게 거두절미하고 잘못을 지적할까 봐 리뷰를 안 쓰고 있었는데, ㅎㅎ 마노아님이 찜해 놓은 책이라서 이실직고하는 것이다. 이런 오류와 신선도 때문에 별점은 하나 감했지만 그림은 좋다. 호랑이와 여우, 두꺼비가 어울려 놀다가 배가 고파 떡을 해 먹으려고 공동작업을 했지만, 그만 욕심이 난 호랑이는 혼자 차지하려고 잔꾀를 부린다. 내기로 나이자랑을 하는데 다들 거짓말인 걸 아는지라, 두번째는 달리기로 겨룬다. 과연 누가 어떻게 이겼을까? ㅎㅎ 결과를 알려주기 전에 아이들한테 질문을 던지면, 답을 맞추는 아이도 있다. 애들이 똑똑한 건지 유사한 이야기에서 눈치를 챈 건지는 모르지만, 역시 신선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된다. 어쨌든 내기는 삼세번을 해야 한다? ㅎㅎ 세번째도 역시 신선도가 떨어지지만 궁금하다면 읽어볼 수밖에.......

1,2편과는 또 다른 호랑이 캐릭터에 웃음이 절로 나고 친근감이 마구 생긴다. 눈알이 뱅뱅 돌아간 표지 그림의 호랑이를 보고 안 웃을 수 있을까? 숲 속 풍경도 동양화적인 요소와 서양화적 요소가 어우러졌고, 내기 그림을 보면 배꼽이 빠질까 봐 잡아야 한다. 그 중에 압권은 호랑이가 달리는 그림, 속도감이 절로 느껴지고 승자의 비밀이 담겨진 그림이다. 그림만 봐선 아주 좋은 그림책이다. 해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땐, 떡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잘 못 된 걸 알면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에 그냥 비겁하게 함구했다. 이건 출판사에 연락해야 될 일인데 내가 직무유기를 하는 중이다. 리뷰에 썼으니 연락을 해 봐! ^^

2학년 명지가 호랑이게 쓴 편지를 엿보면, 재미있게 읽고 공감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호랑이에게   --------- 2학년 노명지

호랑아, 니가 아무리 무서워도 지혜 많은 두꺼비에게는 못 당해. 두꺼비가 약하다고 무시하면 안돼. 왜냐면 지혜와 생각이 있으면 호랑이 너를 혼내줄 수 있어. 몸집이 크다고 다는 아니야. 그리고 힘이 쎄다고 다는 아니야. 그리고, 욕심을 내면 나중에는 벌을 받아. 우리반에도 호랑이 너 같은 친구가 있어. 그 친구도 너처럼 욕심이 많고 달리기를 무지 잘해. 하지만 나중에는 혼이 난단다.  그런데, 나는 여우를 닮은 것 같아. 나도 우리집에서 어린이중에 공부를 2등으로 잘해. 그리고 운동도 2등으로 잘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떡은 찹쌀떡이야. 나는 떡을 좋아해. 찹쌀떡은 쌀을 갈아 떡에 붙여 찹쌀떡이야!

**명지는 일곱 살에 들어가 많은 부분에서 위축이 된다. 게다가 3학년인 언니가 워낙 막강한 실력자라 스스로 2등이라 생각한다. 비록 글자는 많이 틀리지만 글쓰기는 아주 즐기는 사랑스런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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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1-05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도, 명지의 글도 너무 재미있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 다른 아이들의 글을 보면 자꾸 '우리집 녀석은 ...' 을 생각해서 큰일이에요 ^^;;

순오기 2008-01-05 09:09   좋아요 0 | URL
ㅎㅎ솔직히 말하면, 다들 남하고 비교하잖아요. ^^
용이랑 슬이랑님 댁 '우리집 녀석'도 꽤 쓸만하던데요~ 뭘!!

비로그인 2008-01-05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에서 무지 흥분하셨네요.
저도 같이 흥분되었어요.
저도 떡 좋아하거든요.
저같이 떡 못 만드는 사람도 그 정도는 아는데...

순오기 2008-01-05 09:10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흥분했나요?ㅋㅋ 이 나이에도 이런 걸 두고 흥분씩이나 하다니? 털썩~~
진짜 출판사에 알려야겠죠? ^^

마노아 2008-01-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저같으면 오류인지도 모르고 읽었을 거야요. 명지 얘기 진짜에요? 찹쌀떡이 쌀을 갈아 떡에 붙인 것??? 전 순오기님이랑 책읽고 독후 활동 하고 싶어요. 히힛, 그럼 같이 떡을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순오기 2008-01-05 11:55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몰랐지요~ 우리 동네에 고수가 한분 있어서 발견했지요.^^
명지얘기요? ㅎㅎ 명지 나름의 해석이지요.ㅋㅋ 오히려 그게 더 신선하죠!
저랑 독후활동 하려면 눈높이를 최대로 낮춰서 방바닥에 낮은 포복으로, 같이 밀가루 떡이라도 만드실까요? ㅎㅎ
 
야광귀신 국시꼬랭이 동네 5
한병호 그림, 이춘희 글,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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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세상에서 나온 국시꼬랭이 자투리문화 찾기는 정말 좋은 책이다. 어느새 잊혀진 우리 풍습에서 조상들의 해학과 기지를 한껏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의 점잖은 성품이 이런 지혜를 만들어냈구나 싶어 참 감동을 받는다. 나는 시골에서 살았기에 대부분 체험했거나 기억하는 풍습이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그러니 어찌 자녀들에게 알려 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잊혀져가는 우리 풍습과 조상들의 지혜를 재발견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설날 아침, 구름에 올라타고 은실이네 마을을 구경하던 도깨비 키다리와 큰눈이는 신발 속에 복이 들어있다며, 아이들의 신발을 훔치러 옵니다. 문제는 집 앞에 구멍이 엄청 많은 체가 걸려 있어, 그 쳇구멍을 다 세어야 된다는 것. ^^ 호박에 구멍을 뚫어 세기 연습까지 하지만, 키다리는 하나 둘 셋도 몰라 엉터리로 세고 왕눈이는 눈만 컷지 밤눈이 어두워 잘 못 본다는 약점이 있답니다.

모든 게 귀하던 시절, 신발 한 켤레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아이들의 밤마실을 금하려던 어른들의 지혜가 모아져 '야광귀신'을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귀신 보단 도깨비가 더 친근할 텐데 여기선 야광귀신이라 이름 붙였답니다. 한병호 님의 그림인 '도깨비와 범벅장수'에 나온 도깨비가 여기서도 보여집니다. 어리벙벙한 모습이라 절로 웃음이 나오는 도깨비, 어린 독자들이 만만하게 여길만한 캐릭터라 생각됩니다. 검정과 회색이 주조를 이룬 배경이 한 밤중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시골집 풍경도 정겹게 다가옵니다.

집앞에 걸린 쳇구멍을 밤새 세다가 닭울음에 놀라 줄행랑을 치는 도깨비, 어린 독자들은 수도 셀 줄 모르는 멍청이 도깨비라고 깔깔댑니다. 그러면서도 '체'를 몰라서 그려진 그림이 배트민턴 라켓 같다고 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런 건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으니 무리도 아니지요. ^^ 새해 첫 날에 신발을 잃어버리면 운수가 나빠 집안에 우환이 생기고 복이 달아난다고 생각한 조상들이, 새해에 닥칠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복을 지키기 위한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답니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찰흙으로 도깨비를 만들면 아주 신납니다. 요즘엔 천사점토라는 게 있어 물감을 섞으면 맘대로 색깔도 낼 수 있어 좋아합니다. 사진은 아이들이 천사점토로 만든 도깨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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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마노아 2008-01-0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독후활동 정말 완소예요. 국시꼬랭이 시리즈가 조카한테도 있는데 저는 아직 똥떡 밖에 못 보았어요. 차차 보려구 해요^^

순오기 2008-01-04 17:52   좋아요 0 | URL
후후~ 똥떡은 애들이 우웩~~하는 책!! ^^

bookJourney 2008-01-0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너무 재미있었겠어요.
우리 아이들도 순오기님의 독후활동을 같이 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요 ~~

순오기 2008-01-05 00:05   좋아요 0 | URL
용이랑 슬이랑 같이 독서하는 것으로 후활동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엄마신데요!
엄마랑 같이 하는 활동이 더 의미있지요.^^
 

2007년 한 해 동안 극장에서 내가 본 영화를 정리했더니, 지기님들이 몇 편이 겹친다는 댓글을 달아서 깜짝 이벤트로 급전환! ^^ 알고 달았든 모르고 달았든 선물은 주는 사람 맘이니까...... 두 분을 선정했어요.

26편이 겹친다고 하신 아프님이 당당 1등!! 빰빠라빰빠~~~~~~^^ 축하 축하!

2등은 19편이 겹치고, '2007 내가 본 영화' 페이퍼 백 열네번째까지 수많은 알라디너에게 큰 감동 주시는 혜경님입니다. 와아~~~~~~~~짝짝짝!!

두 분은 받고 싶은 책과 주소 연락처 남겨주세요~~~~~~

음, 선물을 주면서 실명을 알게 되는 즐거움은 덤이당!  헤헤~~~

실명안다고 어따 써 먹을거도 아님시롱~~~~~ㅋㅋㅋ

 

2008년에도 같은 영화로 교감할 수 있기를...... 2009년 첫 이벤트도 정해진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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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년,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
    from 엄마는 독서중 2008-12-31 09:21 
    2007년엔 45편의 영화를 보고 후기도 25편이나 남겼는데, 2008년엔 32편을 보고 후기는 딸랑 6편 남겼다. 게다가 두번 본 영화가 3편이니까 실제론 29편을 본 거잖아.ㅜㅜ 어저면 오늘 심야에 쌍화점을 보러 갈지도... ^^ 1월 1편 - 15(화)미스트   2월 2편 - 4(월)명장,  18(월)추격자  3월 2편 - 5(수)추격자(남편이랑 같이 보느라고 또 봤다^^), 7(금)밴티지포인
 
 
웽스북스 2008-01-04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아프님 좋겠다~ 영화 많이보고 상도 받고 흐흐흐흐흐

순오기 2008-01-04 13:0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내가 극장주도 아니면서 영화 많이 봤다고 막 선물주고 그래! ㅎㅎㅎ

마노아 2008-01-04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두 분 축하해요. 영화도 많이 보고 선물도 받고,굿이에요~

순오기 2008-01-04 17:56   좋아요 0 | URL
영화도 보고 선물도 받고~~~ 마노님 2009년 첫 이벤트를 노려보세요! ^^

깐따삐야 2008-01-04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무려 26편! 정말 많이 겹치네요. 암튼 두분 넘흐넘흐 축하드려요오!
(순오기님 기왕 좋은 일 하시는 김에 저에게도 훈남을 소포로. 연락처 남길까욤? 흐흐흐.)

순오기 2008-01-04 17:56   좋아요 0 | URL
훈남을 소포로~~~~~ㅎㅎㅎ 무튼 연락처 남겨보세요! ㅋㅋ
전국에 수배령 내릴테니까요~~~~

깐따삐야 2008-01-04 18:36   좋아요 0 | URL
살청님이 애들하고 비글 풀고, 순오기님이 수배령 내리면 올해 안에 시집 가고야 말겠는데요! ㅋㅋㅋㅋ

2008-01-04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04 18:18   좋아요 0 | URL
히히~ 동생 왔는가! ^^
바로 주문 들어갑니당~~~~ 1월 8일 도착예정으로 뜨는군요.

프레이야 2008-01-04 22:41   좋아요 0 | URL
우히힛~ 8일날을 기다리고 있을거에용~

행복희망꿈 2008-01-04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두분다 정말 많은 영화를 보셨군요.
이벤트 당첨 되신거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8-01-04 17:58   좋아요 0 | URL
무슨 이벤트든 당첨되면 무조건 좋다는 거~~~ 맞죠? ^^

마늘빵 2008-01-04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올해 엄청난 물량의 영화를 본 게 이렇게 새해 선물로 둔갑(?)하는군요. ^^ 감사합니다아.

순오기 2008-01-05 00:06   좋아요 0 | URL
역시 무슨 일이든 한 우물을 파면 뭔가 나오죠! ^^

2008-01-0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05 01:41   좋아요 0 | URL
아프님께 땡스투하고 주문했어요.^^
1월 8일 배송예정으로 뜨는군요. 즐거운 책읽기 되시기를...
 
하얀 늑대처럼 - 세계의 그림책 023 세계의 그림책 23
에릭 바튀 글 그림, 양진희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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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읽으면 딱 제대로 느낌이 사는 책이다. 에릭 바튀, 별로 친근한 작가는 아니지만 '내 나무 아래서'라는 책으로 낯을 익힌 작가다. '하얀 늑대처럼'은 예전에 읽고 상당히 충격받은 작품이다. '어~~ 이건 애들이 볼 동화가 아니라, 어른들이 봐야하는 책이잖아!' 라는 느낌에 선뜻 읽히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여러번 음미하면서 아이들 나름의 눈높이로 이해하겠지 믿고, 오늘 초등생들에게 읽어 주었다. 빨강과 검정의 강렬한 색채 대비가 우선 녀석들의 시선을 끌었고, 토끼라는 귀여운 캐릭터가 과감하게 변신되었음에도 상당히 흥미로워 했다. 빨강에 글씨가 쓰였다면 피곤하겠지만, 왼쪽 흰색 바탕에 정갈하게 쓰여 읽기가 편하다.



이렇게 평화로운 토끼 마을에 혼자 잘난 녀석이 나타나 마을을 초토화시킨다. 강자에게 대들지 못하는 힘없는 토끼들은 바로 우리네의 모습 아닐까? 잘난 자기와 다르다고 다 떠나보낸 하얀 토끼는 더 강한 녀석이 나타나자 접대에 여념없다. 하지만 결과는~~~~~~~~ㅠㅠ

혼자 남은 하얀 토끼에게 나타난 더 큰 하얀 토끼의 정체를 아이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당근은 싫어하고 식탁보를 홱~ 잡아당기더니 먹기 시작했다는 말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약간의 질문을 곁들이며 제목 '하얀 늑대처럼'을 상기 시켰더니, "아하~~ 더 큰 하얀 토끼가 늑대였구나!" 이해했고, 잘난 체하다 늑대에게 잡아 먹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이해하고 남긴 다양한 독후활동 중에 멋진 편지가 있어 옮겨본다.

잘난 척하는 토끼에게 --------1학년 안주영

잘난 척하는 토끼야 안녕? 너 그렇게 잘난 척하니까 잡혀버리지, 너 늑대 뱃 속에서 뭐하니? 키작은 토끼, 수염 짧은 토끼, 하얀 털이 아닌 토끼 그리고, 눈이 빨간색이 아닌 토끼들이 모두 너의 친구야. 토끼마을에도 눈 왔어? 우린 많이 쌓여서 눈싸움을 할 수 있어. 그럼 안녕!

흰색 토끼에게 -------------1학년 윤예린

하얀색 토끼야 안녕? 잘 있었니? 너가 이상한 계획을 세우니까 하얀 늑대한테 잡아먹혔잖아. 다른 토끼를 안 쫓아냈다면 다른 토끼랑 힘을 합쳐서 그 하얀 늑대를 쫒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넌 흰색 늑대 뱃속에서 잘 살고 있니? 궁금하다 궁금해!

 떠난 토끼들에게 -------- 1학년 정인선

떠난 토끼아 안녕? 난 인선이야. 너네들 사는 곳에도 눈 많이 왔니? 광주는 눈이 많이 왔어. 너네들 떠나서 많이 추웠지? 큰 하얀 토끼는 늑대한테 잡아 먹혔으니까 괜찮아. 토끼야 건강해야 돼.

수염 긴 토끼에게 ----------- 2학년 박하은

수염 긴 토끼야 안녕? 난 하은이야. 너랑 똑같은 토끼는 하나도 없을 텐데 왜 그러니? 늑대 뱃 속에서 있으니까 좋니? 뱃 속은 불편할거야. 너도 골탕 좀 먹어보라고. 너가 토끼 마을을 떠나야 겠다. 자기 맘대로만 하잖아. 넌 아직도 내 쫒고 싶으니? 토끼들은 토끼 마을에 살고 있는데 이제 너도 뱃속에서 많이 깨달았을 거야. 다음부터는 너 혼자 다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광주는 하얀나라가 된 것처럼 눈이 많이 왔다. 수염 긴 토끼야 안녕! 

*아이들은 하얀 토끼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잘난 척하는 토끼, 흰색 토끼, 수염 긴 토끼라고 꾸며주는 말을 달리 표현했고, 대부분 아이들이 하얀 토끼에게 편지를 썼는데, 유일하게 떠난 토끼에게 편지를 쓴 인선이의 따뜻한 마음이 뭉클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늑대한테 잡아 먹힌 토끼가 죽은 게 아니라, 늑대 뱃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 발견했다. ^^ 뭔 까닭이지?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때문일까? ㅎㅎ 그리고 혼자 조용히 퀴즈로 내용을 정리한 아이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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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억하고 싶은 늑대 이야기
    from 용이랑 슬이의 책 이야기 2008-01-04 05:35 
    순오기님의 리뷰를 읽다가 첫쨰 아이가 어렸을 때 책을 읽으며 나눴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부는 순오기님의 리뷰에 댓글로도 쓴 얘기이지만 ... 나중에 잊을 것 같아 정리를 해 두려고 한다.   '빨간 모자', '빨간 두건', '빨간 망토' 여러 가지 이름으로, 여러 가지 판을 가진 이야기. 그림이 독특하여 이 책을 선택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보아왔던 책들보다 크레용으로 그린 것 같은 그림이 마음에 들어 흐뭇
  2.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22:15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3.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순 없을까?
    from 파피루스 2008-05-24 11:03 
    지난 겨울에 아이들한테 읽어주었을 때, 다양한 독후활동으로 건져낸 마인드 맵이지만 좀 알아보기는 어려울까? ^^ 빨강과 검점의 강렬한 색채 대비만큼이나 충격적인 책,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이렇게 강자만을 위한 세상이 될까봐 걱정스럽지만, 결국 잘난체하던 하얀토끼는 더 강자에게 먹혔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려나? ㅎㅎ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봐야 맞을 듯한 이야기다.
 
 
마노아 2008-01-0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멋져요. 이 책도 찜했었는데 조만간 사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 반응도 재밌고 독특합니다. 어른들과 다른 별천지를 보는 것 같아요. 순오기님이 와장창 부러워졌습니다(>_<)

순오기 2008-01-04 01:49   좋아요 0 | URL
ㅎㅎ 와창창 부러워졌다니요~~ ^^ 초등 아이들이 순박하고 정이 가긴 하죠!
책을 하나 읽어줘도 내 맘대로 신나고...그럼 다들 같이 신나하니까 좋고요! ^^ 오타가 여러 개 있어서 급수정함!

깐따삐야 2008-01-04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독후감을 읽다보니 어릴적에 종이인형 놀이 하면서 혼잣말 하던 게 떠오르네요.
"이 잘난척쟁이야! 드레스만 입으면 다야? " 막 이러면서 말이죠. ㅋㅋ

순오기 2008-01-04 01:50   좋아요 0 | URL
ㅎㅎ 그 종이인형을 만드느라 열심히 그리고 자르고 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현실에선 입어보지 못한 드레스, 종이인형에겐 원없이 입혔드랬죠! ㅋㅋ

bookJourney 2008-01-04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빨간 모자'를 기억하나 보네요, 그 책에서는 늑대에게 잡아먹혔던 할머니를 뱃속에서 꺼내지요? 저희 아이는 '빨간 모자'를 읽은 후에 '피터와 늑대'를 읽었는데 ... 잡아먹힌 오리를 왜 꺼내지 않느냐고 성화를 대는 바람에 애를 먹었었답니다^^;
아이들이 모두 흰토끼를 보고 눈 생각이 났나보네요, 광주에 눈이 많이 왔지요?

순오기 2008-01-04 09:01   좋아요 0 | URL
트랙백이 연결돼서 깜딱(^^) 놀랐어요.
이렇게 느낌이나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죠!
빨간 모자 할머니도 늑대 뱃속에서 꺼내지만, '늑대와 일곱마리 아기 염소'에서도 늑대 뱃속에서 꺼내는군요. ㅎㅎ
광주는 정말 눈이 엄청 왔거든요. 아이들은 너무 신나 그게 자랑하고 싶었나 봐요. 하얀토끼, 하얀나라, 하얀 눈...자연스레 연결되지요. ^^

비로그인 2008-01-0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10년 그리고 20년전 초등생과 지금의 초등생의 수준차가 너무
난다는 사실. 그런데 왜 제목이 [하얀 늑대처럼] 일까요?
'하얀 늑대처럼 굴면 안돼'...뭐, 이런건가? =_= (긁적)

순오기 2008-01-04 14:10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읽고는 '하얀 토끼지 왜 하얀 늑대야?' 이랬다는...ㅠㅠ
강한 놈 위에 더 강한 놈 있더라는.....우리들의 현실풍자!
 
반쪽이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9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 / 보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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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반쪽이'를 판매량순으로 검색하면 첫번째로 뜨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반쪽이라는 제목의 책이 많지만, 보림에서 나온 이미애 글, 이억배 그림의 '반쪽이'만큼 사랑받는 옛이야기도 드물 것이다. 입말을 잘 살려낸 옛이야기라도 그림이 따라주지 않으면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이억배님의 그림으로 나온 옛이야기 책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이억배님의 그림인 '손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솔이의 추석이야기' 등을 본 독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우리 한국화의 특징을 잘 살려 해학적이며 정감있는 그림에 반하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ㅎㅎ

반쪽이도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신령님께 빌어 잉어 세마리를 구워 먹으면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점지에 잉어 세 마리를 먹다가~~너무나 배가 불러 마지막 한 마리는 반쪽만 먹었는데, 나머지 반쪽은 고양이가 날름 먹어 버렸대. ^^ 아주머니는 아들 하나를 원했지만 셋이나 주셨는데, 셋째는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다리도 하나씩, 입도 반쪽, 코도 반쪽이었으니 이를 어쩌랴! 현실에선 장애아가 태어났다고 통곡할 일이지? 하지만 이야기나 그림에선 그런 우울함을 찾을 수 없다. 얼마나 해학적인지~~ 아들 셋이 서 있는 귀퉁이에 엄마 고양이와 반쪽만 있는 새끼 고양이를 찾아낸 아이들은 박장대소한다. 잉어 반마리를 먹어 치운 고양이도 반쪽인 새끼를 낳았다니~~헉! ㅎㅎ 정말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라 반쪽이가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보이나요? ^^

  

반쪽이는 몸은 반쪽이지만 심성이나 힘에서 온쪽이인 형들보다 낫다. 질투하고 괴롭히는 형들을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 처한 상황을 묵묵히 해결한다. 형들이 반쪽이를 묶어 논 밧줄도 '끄응' 힘 한번 쓰니까 툭툭 다 끊어졌다. 그때 호랑이가 달려들었고, 반쪽이는 첫째 호랑이 꼬리를 잡아 뱅뱅 돌려 휘익 던지고...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요 부분에서 아이들은 또 신난다. 마치 자기들이 호랑이를 잡은 양 동작까지 해 보이며 호랑이를 잡아 휘익 던져댄다. 반쪽이는 이렇게 호랑이를 잔뜩 잡아 가죽을 짊어지고 집으로 가는데~~~ 자, 이제는 욕심쟁이가 등장할 차례겠죠? ㅎㅎ

  

어떤 욕심쟁이가 나타나 반쪽이와 무슨 내기를 하는지 궁금하다면~~~^^ 호랑이 가죽이 탐이 난 부잣집 영감은 반쪽이와 장기 내기를 두는데 반쪽이가 이기면 자기 딸과 혼인을 시켜준댄다~ㅎㅎㅎ 내기는 삼 세번, 하지만 영감은 내기에 졌어도 딸은 못 주겠다 하고, 반쪽이는 오늘 밤 업어갈 테요~ 응수한다. 영감은 반쪽이한테 딸을 안 주려고 지붕 위, 대문 앞, 집안 곳곳에서 밤새 지키게 하지만....... 자, 반쪽이는 어떤 꾀로 부잣집 영감 딸을 업어다 혼인을 하는지 궁금하시죠? ㅎㅎ

이 책은 반복적인 이야기나 그림에서 재미를 더하고, 절묘한 구성에 또 한번 묘미를 느낀다. 우리 조상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나 보다. 잉어 세마리, 아들 삼형제, 장기 내기도 삼세번, 사흘밤 딸을 지키는 사람들이 잠들어 버리고...... 반쪽이에게 업혀 간 영감 딸은 혼인을 하고 호호백발이 되도록 잘 먹고 잘 살았대로 마무리 되는 전형적인 옛이야기 구조에 흐흐 웃으며 책을 덮게 된다.

옛날이야기에서 엄마들은 꼭 교훈을 찾아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넌즈시 던지는 질문으로 알려주려고도 한다. 하지만 옛날 이야기를 그냥 재미난 이야기로만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꼭 권선징악이니 효행이니 짚어내거나, 장애아에 대한 편견이 어쩌고 저쩌고 사설을 늘어놓아 아이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기엔 반쪽이는 너무 재미난 이야기다. 보고 또 보고 아이들이 빠져들면서 스스로 뭔가를 느껴 엄마에게 줄줄 이야기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엄마가 될 필요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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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번에 구입해야지...하고 보류하던 책이 바로 떠서 놀랐어요. 역시 뭔가 통하나봐요. 이 책 기대 이상으로 좋을 것 같아요. 아이 기뻐라^^

순오기 2008-01-04 09:10   좋아요 0 | URL
ㅎㅎ 통한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죠! ^^
보고 싶은 책 다 사려면? ^^ 저도 학교도서실에서 많이 빌려다 보는데, 이번에 받은 적립금은 거의 그림동화 사는데 썼어요! ㅎㅎ 이제 우리 애들은 다 컸고, 손주들을 위한 준비차원? 하하하~ 난 좋은 할머니가 될꼬얌!!

bookJourney 2008-01-03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책을 읽으면서 꼭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으면 책이 재미없어지지요.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새해에도 읽을 책이 정말 많아요 ~~~ 기뻐라 ^^

순오기 2008-01-03 17:55   좋아요 0 | URL
읽을 책이 자고 새면 마구 늘어나지요~~~ㅎㅎㅎ
2008년에도 열심히 독서하는 아름다운 가정 만들어가요, 우리 모두!!

시골사람 2008-01-0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같은 조라서 들어와 봤는데 이 풍성한 정보란!
가끔 엿보기를 넘어 훔쳐가겠슴다...^^

순오기 2008-01-03 23:4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저도 같은 G조라서 방문하려 했는데 먼저 오셨군요. 감솨~^^
댓글 달고 숑==)) 달려가겠습니다!!

sooninara 2008-01-03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반갑습니다. 전에 몇번 눈팅만 했었는데..
이벤트를 기회로 이렇게 인사도 하게 되네요.
메피님이 이런저런 정보를 바탕으로 같은 조를 짜셨나 봐요.호호
앞으로 자주 놀러 올께요.

순오기 2008-01-03 23:50   좋아요 0 | URL
저도 몇 번은 님의 서재에 갔었는데, 댓글을 달았었는지? ^^
메피님 덕에 새로운 식구들을 알게 돼서 감사하지요.
님의 서재에도 종종 마실가렵니다!

프레이야 2008-01-0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우리조에요^^
반쪽이, 참 오래전 봤던 그림책인데 너무나 정겹고 재미나지요.~

순오기 2008-01-03 23:51   좋아요 0 | URL
옙, 혜경님과 같은 조라 반가웠어요~ㅎㅎ 따지고 보면 경쟁상대인데요...^^
요즘 책을 많이 못 읽으니까 아그들 그림동화라도 날마다 끼적여 봅니다!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