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구꾸러기

깐따님과 메피님의 글에 이어, 한때 태그쓰기에 동참했고 또한 야양청스교의 다섯번째 신도인 순5기인지라 한소리 지껄여야 할 분위기다. ㅎㅎ

깐따님은 츄리닝 바람에 목도리 둘둘 감고 산책나가 지청구 먹었다는데, 나는 따끈한 아랫목에 누워있던 아들녀석을 갈궈댔다. 바로 어제 밤에... 성장기에 그렇게도 듣기 싫어했던 엄마의 잔소리를 이제는 맘껏 쏟아내는 '잔소리쟁이 엄마'가 된 것이다. 잔소리 듣기 싫어 나도 일찌기 독립하려 했건만, 결혼 외엔 절대 독립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추상같은 호령에 스물아홉에 결혼하고야 비로소 독립(?)했다.^^

사실은 나도 남편에게 퍼부어대고 싶은 잔소리를 아들한테 하는거다. 우리 아들넘 일찌기 이 사실을 간파하고 "아빠, 아빠 때문에 내가 엄마한테 욕 먹잖아!"라고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도둑질은 못 한다더니, 어쩜 그리 지 애비를 닮아가는지......'으이구, 내가 못 살아!' 이러면서 내가 산다. ㅋㅋ

경제적 상황도 뭐 호기 부리며 학원 보낼 여건도 아니지만, 집에서 공부 안하는 넘 학원 간다고 하겠나 싶어... 그냥 시간 쥑이며 노는 꼴 보기 싫어도 중2까지 학원을 안 보냈다. 이제 노는 게 몸에 밴 아들 녀석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고등학교에서 심화반은 커녕 인간 취급도 못 받는 상황이 될까봐, "이제 중3 되는데 공부 좀 하지." 라고 점잖게 권면했다. 전에 태그 쓰기에서 '전설의 56점'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욘석이 그래도 중학교 입학할 때 대표로 선서하고 들어갔는데 수학 56점을 비롯하여 성적이 말이 아니다. 뭐 길게 본다면 그깟 중학교 때 점수나 전교 등수가 그리 대수겠냐 싶어 없는 여유를 부리며 봐줬다. 그래도 이참에 영어든 수학이든 해야될 거 같아 학원가서 테스트를 받고 오라 해도 감감... 1월 초에 그도 안하면 엄마한테 밥 얻어먹기 어렵겠다 싶었는지 한 날은 동생따라 학원에 갔다 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냥 나 혼자 해본다고 했어." 이러는거다.

그래, 공부야 지가 맘 먹으면 하겠지 싶어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20일이 지나도 날마다 빈둥거리지 도통 공부를 안하는 거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아니면 수학문제라도 한 장씩, 그도 아니면 영어단어라도 30개씩... 이참 저참 얘기를 해도, 공부 계획을 짜보라 해도 무반응이다. 겉으론 덤덤한 척 해도 사실 엄마는 속이 탄다.

이녀석이 중 1때 자기반 카페에 남긴 좌우명이 '오늘은 편하게 내일부터' 였었다. 그땐 참 너 다운 좌우명이다 웃었지만, 이런 정신이 아들을 지배하고 일생을 저런 자세로 산다면 눈앞이 캄캄할 일이다. 내일은 죽을 때까지 내일이지 않는가! 우리 남편이 이런 정신으로 오늘을 편하게 살다보니 지금의 상황이 되었을거라 생각돼, 원형탈모가 올 정도로 심각한 테트리스를 받았던지라 그냥 웃을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들을 심하게 갈궈대기도 했다.

내가 순오기인지라 딸들은 나를 닮았으면 제 앞가림을 하고 살거란 믿음이 있다. 헌데 아들에겐 그런 믿음이나 신뢰가 생기지 않으니 문제다. 그래서 어제도 점잖은 말로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큰딸년이 대변인 노릇을 하는거다.

"애들 다 그렇지, 나도 중학교 때 저렇게 지냈고, 엄마가 나한테도 똑같은 말을 했어.

"넌, 니 목표가 있었고 거기에 합당할 만큼의 노력은 했잖아. 그래서 결과를 얻었고!"

"그건 면접용 멘트지, 나도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야. 그래도 제일 나을거 같아 선택한거지" "엄마는 괜히 애를 갈구지, 그렇다고 대책을 세우거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

"환경? 환경탓하며 아무것도 안하면 뭐가 달라져? 다 자기가 노력한 결과를 얻는거지!"

"그래서 엄마 결론은 공부하라는 거잖아. 엄마는 중학생 때 목표를 세우고 공부했어?"

"그래, 엄마는 그랬다. 고등학교 떨어지면 공장가서 돈 번다고 2차 지원도 안 했다."

"헐~ 이번에 외할머니한테 가서 엄마의 비리를 다 알아와야지"

"엄마는 치부와 비리를 다 공개하며 살잖아. 그 이상 뭘 원해?"

제 누나랑 엄마가 치열한 말싸움을 벌여도 아들녀석은 침묵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눈감아 버리고, 컴퓨터에 앉아 있던 막내가 "이제 그만하지, 그러다 진짜 싸우겠네." 라고 말리는 바람에 끝냈지만 나는 여전히 씩씩댔다.

"아니, 요것들이 대가리 커졌다고 따지고 들어? 어려선 엄마가 지존인 줄 알더니만... 자식을 낳았으면 행복하게 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박박 대들질 않나~ 니들은 부모한테 순종하고 기쁘게 해줘야 할 의무는 없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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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2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 딸내미 꼭 저같네요
우리 엄마가 저한테 제일 섭섭해하는 순간인데, 이 성격이 참 안죽네요

그나저나 엄마가 자식한테 하는 가장 일반적인 구박은 니아빠닮았다,군요
우리엄마도 그래요 ㅋㅋㅋ

순오기 2008-01-24 00:53   좋아요 0 | URL
지 애비 닮았단 말은 사실 대놓고 하지도 못해요.ㅠㅠ 그래도 눈치가 빤해서 다 알지만...우리 딸년은 꼭 지 애미 닮아서~~~~~ㅎㅎㅎ

bookJourney 2008-01-24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요즘은 아이들도 그냥 혼내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저 어렸을 때는 속으로는 꿍얼거려도 겉으로는 못대들었는데 말이지요.
제 조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엄마한테 혼나면서 하는 말이 "내가 왜 혼나야 하는지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설멍을 해줘야 하잖아요." 였답니다. ^^;;

순오기 2008-01-24 00:54   좋아요 0 | URL
ㅎㅎ 요새 애들 진짜 똑똑해서리...쩝!
근데 나도 우리 아버지랑 치열하게 싸웠어요. 내가 울 아버지랑 제일 닮았거든요! 씨도둑질은 못하는 그 아버지에 그 딸이죠.

깐따삐야 2008-01-2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씨도둑은 못 한다고 지애비를 닮아가지구~ 진짜 많이 듣는 말이에요.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한번 키워봐야 돼, 뭐 그런 말씀은 안 하시는지?
저희집은 아들인 오빠는 내놔도 끄떡없는데 딸인 제가 항상 문제라는. -_-

웽스북스 2008-01-24 00:55   좋아요 0 | URL
우리집은 그나마 내가 좀 나은데, ㅋㅋ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거 아냐? ㅋㅋ)

순오기 2008-01-24 01:04   좋아요 0 | URL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한번 키워봐야 돼. 내가 울엄마한테 들었던 말인데, 우리딸한테 써먹으면 "난 그럴까봐 결혼 안해!" "흥, 그런 말하는 사람이 더 일찍 시집가더라. 그러니 진짜 안갈거면 그런말 하지마!"
우린 이러면서 싸워용! ㅎㅎ

깐따삐야 2008-01-24 01:03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겠어요. 우리는 누가 봐도 오빠가 더 나은 것 같아요. -_-

근데 저는 정말 저를 닮은 딸을 낳으면 어쩌나 걱정이에요. 저를 닮은 아들을 낳으면 더더 걱정이구요. (사내자식이 저 같아서 어따 써.) 근데 결혼은 하고파요. 저를 안 닮은 남자랑. ㅋㅋ

순오기 2008-01-24 01:06   좋아요 0 | URL
난, 우리딸한테 '엄마만 닮아봐라! 어디 버릴게 하나라도 있어?' 막 이러면서 우긴다는...ㅋㅋ
결혼은 서로 안 닮은 사람이랑 만나야 하는거래요. 그래서 또 다르다고 싸우면서 싸는 게 인생이죠.ㅋㅋ

웽스북스 2008-01-24 01:08   좋아요 0 | URL
그게 아니고 제 동생은 밤새 게임만 하고요 애가 아직 철도 덜 들었고요
(내동생은 막, 우리누나는 밤새 알라딘질만 해요, 이러는거 아냐? -_-)

깐따삐야 2008-01-24 01:16   좋아요 0 | URL
우리 오빤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하느라 고로코롬 안 자더니만 나는 서재질 하느라 못 자구. 어느 집이고 인터넷이 문제로고! ㅋㅋ

웽스북스 2008-01-24 01:19   좋아요 0 | URL
우리엄마가 요즘 동생과 아빠와 내가 컴퓨터에 앉아있음 하는 말
PC방 같애....-_-

대화가 필요한 우리집 ㅋㅋ

깐따삐야 2008-01-24 01:33   좋아요 0 | URL
나도 밥 먹을 때 엄마 얼굴 잠깐 보구 아빠랑은 타이밍 안 맞아서 그나마 얼굴 마주하기 힘들고. 노트북 산 뒤로는 더 하네. 그냥. ㅋㅋㅋㅋ

마노아 2008-01-24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새 듣는 잔소리는 정리 좀 하고 살라는 거랑 책 좀 그만 사라는 거요. 근데 아까 책 주문 이미 넣었...;;;

bookJourney 2008-01-24 01:17   좋아요 0 | URL
음, 저랑 비슷한 얘기를 듣는군요.
퇴근하면서 책 보따리를 들고 가면 아이가 사색이 됩니다. "또 책 샀어?"라고 하면서요. "아니, 빌린 거야."라는 말에 아이가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말이지요. 가끔 엄마랑 아이랑 바뀐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절 안 닮은 것 같고요 ㅠ_ㅠ

순오기 2008-01-24 01:19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애들한테 한소리 들어요. 엄마도 맨날 알라딘만 하잖아?
엄마가 우리집에서 컴터 제일 오래 차지하는거 알아? 엄마는 새벽에도 하잖아~ ^^
우리딸도 '엄마 책 사는 것만 줄여도 ... 해줄수 있잖아?'
그래, 엄마가 유일하게 부리는 지적허영이다 왜? 이러면서 또 싸우죠! ^^

웽스북스 2008-01-24 01:21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도 완전 비슷해요- ㅋㅋ
엄마가 방에 들어와 한숨을 쉬고는... 내가 널 잘못 키웠나보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방이 너무 지저분해서

오늘은 청소 싹 하고 엄마한테 막 자랑했어요 ㅋㅋㅋㅋ

순오기 2008-01-24 01:44   좋아요 0 | URL
저도 청소는 대충하고 살아요. 알라딘에서 놀 시간은 있어도 다들 청소할 시간은 없잖아요. 우리가~ ㅎㅎ 그래서 우리 애들한테도 청소로 잔소리는 못해요.^^
"큰딸~ 요즘 사람 살만한 방은 되냐?" 물어보면, "응 수일내로 살만하게 치울게~ " 이런답니다! 이것도 날 닮아서~~~~ 말 못해욧! ㅋㅋ

깐따삐야 2008-01-24 01:31   좋아요 0 | URL
크크크큭! 아... 야밤에 웃겨서 쓰러지겠어요. 순오기님네 아이들 완전 대박이에요. 정말 멋진 가족이에요.^^

마노아님은 책 좀 그만 사란 말을 들으시는군요. 저희 엄만 책은 읽어서 뭐하냐고 하세요. 읽어도 읽어도 멍청하다구. ㅠㅠ

순오기 2008-01-24 01:45   좋아요 0 | URL
그러잖아도 엄마가 알라딘에 지들 팔아먹는다고 난리에요.ㅎㅎㅎ

Mephistopheles 2008-01-2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는데...순오기님은 벌써(?)부터 밀리시는 것 같다는...ㅋㅋ

순오기 2008-01-24 01:49   좋아요 0 | URL
요것들이 엄마가 최고인 줄 알더니만, 요샌 엄마의 무식이 들통나서 잘 먹히질 않아요.^^ 흥, 어림없지~~~~ 지들이 내 속에서 나왔는데 나를 이겨! 이러면서 절대 안 밀리는 용감한 엄마야욧! 그래서 또 우리 딸이 엄만 궤변쟁이라고...^^

Mephistopheles 2008-01-24 01:55   좋아요 0 | URL
계엄령을 선포해버리세요!

웽스북스 2008-01-24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지들 팔아먹는다니 ㅋㅋㅋㅋ

순오기 2008-01-24 01:49   좋아요 0 | URL
내가 팔아먹고 있잖아요. 전설의 56점부터... ^^
'엄마의 어록'이라고 만들까 하다가 너무 팔아먹는 거 같아 자제중!ㅋㅋ

웽스북스 2008-01-24 13: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회사사람들, 친구들 막 팔아먹고 있네요 그럼 ㅋㅋ

비로그인 2008-01-24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똑소리나니 애들도 그런것 아닌가요?
애들은 엄마의 거울이라잖아요.
한참 웃고 갑니다.

순오기 2008-01-25 02:29   좋아요 0 | URL
우리 딸이 그러잖아도 '엄마 닮아서 똑부러진다고~~' 원성이 자자해요.
"그래서, 뭐 잘못 된거 있어? 나만 닮아라, 버릴거 하나나 있어?"
막 이러면서 들이밀죠~~~ 내 거울이란거 진즉부터 이실직고 했어요!ㅠㅠ

무스탕 2008-01-2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애들 구박할때 아빠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저 전주이씨녀석들.. --+' 하며 구박해요.
저도 애들한테 구박받아요. 엄마책좀 그만사! 하고요.. ㅠ_ㅠ
아직까지는 애들을 잡고 사는데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죠. 걱정이야요.. ( ")

순오기 2008-01-24 14:08   좋아요 0 | URL
그댁은 전주 이씨군요. 저는 덕수이씨...충무공, 율곡 막 읊어대요. 뒤집어지는 건 순간이에요. 뭐 같이 뒤집어지는 엄마들 많으니 혼자 슬퍼하지 마셈! ^^

2008-01-2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청님의 페이퍼에서 '장진주사'를 보고 생각 나서 끼적여본다.

지난 토요일 KBS TV '한국사 전'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에서 송강 정철이 나왔다. 기축옥사를 몰고 온 정치인 송강에 대한 평가와 시인으로 본 송강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지만, 내가 그것을 왈가왈부할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덮어두고, 엄청나게 술을 좋아해 늘 취해서 정사를 봤다는 송강. 보기 딱한 임금께서 "딱 한잔만 마시라"고 은잔을 하사하셨는데, 송강이 두드려 펴서 늘렸다는 그 은잔이 가보로 전해지고 있었다. 하여간 이렇게 술을 좋아했으니 '장진주사'는 당연히 송강이 쓸만한 시였다. ^^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에 실렸는데, 내가 사는 빛고을에서 가까운 담양은 가사문학의 산실로 송강 정철의 고향 마을인 지실마을과 그의 정자인 '송강정'을 둘러볼 수 있다. 마노아샘과 소곤거렸던 '여름방학 광주이벤트'를 한다면, 바로 가사문학의 산실인 담양을 안내하려고 한다. 소쇄원과 더불어 송강정,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명옥헌... 등 누정문화를 흠뻑 맛볼 수 있다. 식영정 옆에 거대하게 솟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멋대가리 없는 '가사문학관'까지 둘러 보면, 가사문학의 자료도 만끽할 수 있다.

자, 본론으로 돌아와 '장진주사'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유홍준선생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1'권 302~303쪽에 실린 내용을 옮겨본다. 물론 나도 공감하고 동의하기 때문이지만. ^^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하면서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에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지고 가나
화려한 꽃상여에 만인이 울며 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속에 가기만 하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쌀쌀한 바람 불 때
누가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 뉘우친들 무엇하리

  이만한 낭만과 호기라면 한번쯤 가져볼 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가 송강의 '장진주사'를 무작정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는 그럴 만한 풍류도 허무도 없다. 더더욱 마지막 구절 "원숭이 휘파람"이라는 표현은 아주 못마땅하다. 송강은 원숭이를 본 일도 없었을뿐더러 동시대 독자인들 그런 이국의 짐승을 알 리 만무한데 왜, 그것도 마지막 구절에 집어넣었는가? 만약에 '송장메뚜기 뛰놀 때'라고 했으면 확연히 그 의미가 살아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기에서 송강과 송강시대 지식인의 한 단편을 본다. 모든 것을 자기 정서에 내맡기지 못하는 불안감, 뭔가 남 모를 유식한 끼가 있어야 차원이 높아 보이고, 이국적인 냄새도 약간 풍겨야 촌스러움을 벗어날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자신감의 상실증인 것이다.

  나는 송강의 이 허구성을 우리 시대의 민족문학, 민족예술에서도 수없이 보아왔다. 평론, 시, 그림, 음악, 연극 모든 분야에서 부질없이 유식한 체하기도 하고 모더니즘 냄새를 풍기고 인용하지 않아도 좋을 명저의 구절을 인용하고......

  송강이 성리학의 세계관에 입각해 사물을 인식한 것은 그가 넘기 어려운 성벽 안쪽 일이었음을 용인하지만 나는 이 '원숭이 정서'만은 이해도 용서도 못한다.
--------------------------------------------------------유홍준의 글, 일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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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23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시리즈도 사두고 못 읽은 무수한 책 중에 하나였어요ㅠ.ㅠ
유홍준씨의 의견에 크게 공감해요. 여름방학 광주 이벤트 꼭 추진해요^^ㅎㅎㅎ

순오기 2008-01-23 08:36   좋아요 0 | URL
저도 줄줄이 사두었지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어요.
광주이벤트 참여하실분은 요 책부터 읽으라고~ 지금부터 분위기 띄울까요?^^
야양청스교 교주님부터 차례로 이벤트를 하시던데, 내가 순5기라 나도 이벤트 해야되는 분위기? ㅎㅎ

2008-01-23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14: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8-01-2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담양에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실행은 못하고 있지요.
그런데, 여름방학 이벤트가 뭐에요? 궁금*궁금 ^^

순오기 2008-01-23 23:12   좋아요 0 | URL
앗, 용이랑슬이랑님이시닷! 방가방가~^^
여름방학광주이벤트~~~~?? 조금 더 있다가 불어버릴게요!
오프에서 만나면 훨~ 먼저 불어버릴지도...^^

2008-01-24 0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24 00:5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시구나.
영어로? 헉~난 영어울렁증 300% 켁켁!!

전호인 2008-01-2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년에는 선조에게 완전히 찍혀(?) 귀양살이로 비참하게 살다가 가신 실패한 정치인이었던 셈이죠. 그렇게 말년을 살았기에 애환이 묻어나는 주옥같은 글을 많이 남긴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 봅니다.

순오기 2008-01-24 01:00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나오더군요. 너무 커버린 송강을 선조가 팽~ 해버렸다고!
그냥 시인으로만 있었다면 참 빛났을거란 아쉬움이...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따세 추천도서였던 '호밀밭의 파수꾼'은, 존 레논을 죽였던 그 남자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한 홀든의 절규 때문에 죽였다"라고 말하며 갖고 있던 책으로 유명했고, 이 책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도 '홀든이 싫어할 것'이라는 말로 거절하는 샐린저 때문에 상당히 회자되었던 책이다.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에 나오는 작가 포레스터씨가 바로 샐린저라는 것도 매니아들에겐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머니독서회의 1월 토론도서라서 어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 자녀가 어린 엄마들은 '무슨 얘긴지 이해되지 않는다'였고, 중고등 자녀를 둔 엄마들은 '우리 아이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었다'라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역시 세간의 평가처럼 갈라진 반응이었지만, 토론을 마친 후엔 다시 읽어보겠다거나, 처음 온 신입회원(중1딸, 중2아들)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꼭 읽어보겠다며 빌려갔으니 호의적이었다.

우리 큰딸이 중 1이던 2002년 7월 '중학교 학부모독서회'토론도서로 읽었을 때는, 우리의 문화와 상당히 다른 미국 청소년들의 이성교제와 자유분방한 생활에 공감하기 힘들었다. 또한 세상에 모든 흥미를 잃은 청소년의 삐딱한 세상보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왠지 내 아이에게 권하기가 꺼려지는 이유는 수위가 넘는 청소년들의 불량스러움도 작용했다. 그러나 딸은 중2때 읽고서 '어른들의 위선'에 치를 떨던 홀든에 충분히 공감하며 독후감을 쓰는 등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이었지만, 담배와 술, 섹스까지 거론하는 미국청소년들의 문화와 정서는 그들만의 것으로 인정할 뿐이었다.

이제 중2 아들을 둔 엄마로 다시 읽으니 많은 부분에 공감이 갔다. 큰딸을 통해서 들은 우리 청소년들의 이성교제 애정표현도, 일부에서는 이미 이 책의 상황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불과 5년 전엔 우리 상황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 청소년들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홀든이 불량한 문제아가 아닌, 지극히 순수한 영혼을 가진 예민한 청소년으로 받아들여졌다. 비록 학교 공부는 네 과목을 낙제했지만, 독서를 많이 하고 글을 잘 쓰는 똑똑한 홀든이 들어왔다. 성장기에 겪어야 할 통과의례지만,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순수함과 치열함이 정신적 성숙도 가져올 것이다. 신체적 성숙 뿐 아니라 정신적 성숙이 더해질 때, 진정한 성장을 하는 것이기에 이 책은 청소년을 성장하게 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홀든이 거론하는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그 반가움도 좋았다.^^)

네번째 학교인 펜시학교에서도 퇴학을 당한 홀든은, 부모님이 알게 되는 수요일까지 사흘간의 여유를 2박 3일의 방황을 통해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방황하는 홀든이 끊임없이 전화하고 싶어하는 그 외로움이 안타까웠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 자기를 털어놓고 싶어하는 녀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나 모처럼 만난 친구도 홀든의 얘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충고하기에 바쁘고, 건성으로 듣거나 자기 얘기만 한다. 우울증에 빠진 누군가도 자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그, 단 한사람이 없어 자살하는 것을 봐 오지 않았는가!

홀든이 열세 살 때 끔찍이도 사랑했던 동생 앨리의 죽음으로 받은 충격을 아무도 위로하거나 알아주지 않았다. 홀든은 그 이후 세상살이가 심드렁해져 모든 걸 불평불만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여섯 살이나 아래인 동생 피비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변호사인 아버지나 옷을 멋지게 입힐 줄 아는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걸 동생에겐 얘기할 수 있다.  집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동생을 만나러 간 홀든에게 야무지게 묻는 피비와의 대화.

"오빠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어린애들이 놀고 있는 호밀밭에서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야. 온 종일 그 일만 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거야."

문제아거나 불량스런 청소년일 뿐인 홀든이 비로소 미래의 희망을 가진 젊은이로 다가오는 이 장면이, 바로 작가 데이비드 샐린저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순수한 영혼의 피비를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고, 가출을 실행하려다 함께 가겠다는 피비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다. 순수한 영혼 피비를 통한 홀든의 구원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정신병원에서 그 사흘간의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럼에도 홀든이 역겨워하던 룸메이트 스트라더레이터나 애클리 같은 친구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위선덩어리인 세상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오직 순수한 영혼으로 이 세상을 살려면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적당한 타협과 적당히 때묻은 영혼만이 제 정신을 갖고 세상을 살 수 있는 것인가?ㅠㅠ 홀든은 그토록 갈망하던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여전히 궁금하다! 중3 되는 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한번 읽어보라 해야겠다.

*내가 갖고 있는 2002년 판에는 '금세'가 '금새'로 나와서 출판사에 연락한다고 동그라미 쳐놓았었는데, 최근 출판된 책은 '금세'라고 제대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않았던 부분이 고쳐지지 않아서 별점 하나 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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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1-2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큰아이가 재미나게 읽더군요.
조금 아이들 수위를 넘는 장면들도 있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우리 때보다는 훨씬 빠르다는 걸 자주 느껴요.^^;;

순오기 2008-01-22 19:24   좋아요 0 | URL
이제 고등학생 되는 큰아드님에게 딱 맞을 것 같군요.
중학생이면 3학년 쯤에나 읽어야할 듯... 하죠? ^^

2008-01-2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1-23 00:52   좋아요 0 | URL
예, 이제 중학교에 가지요. 엄마의 초등학교 12년도 마감하는 거고요.^^

2008-01-23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3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8-01-2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보다는 님께서 쓰신 리뷰에 많이 공감합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 사이에 말이 많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
추천도 드립니다.

순오기 2008-01-23 13: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말이 많은 책이죠.부모 입장에서 자기 아이에게 권하기가 왠지 꺼려지는... ^^ 추천도 감사하고요!

프레이야 2008-01-23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문학과사상사 것으로 읽었어요.
당시 민음사 번역보다 낫다는 평이 있었는데 잘 모르겠지만요,
민음사 것이 좀 딱딱한 번역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반가운 책이네요. 근데 우리딸은 고전이나 명작을 안 좋아라해서
조금 걱정이긴 한데 다 때가 있으려니 하고 참아야겠죠?^^

순오기 2008-01-23 23:27   좋아요 0 | URL
그러죠. 민음사 번역이 좀 그렇더라고요~~ 어제 회원들이 가져온 문학과사상사였던가 더 나은거 같더군요. ^^

깐따삐야 2008-01-2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홀든에게도 공감했지만, 피비 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더랬어요.^^

순오기 2008-01-23 23:14   좋아요 0 | URL
깐따님은 피비 같은 동생일거 같은데요~~ 헤헤 피비같은 무수리! ^^

라로 2008-01-24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정성이 깃든 님의 리뷰를 읽지 않고 지나칠 수 없게 하세요~.
님께서 살아가는 방법 또한 그러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 마음에 와 닿는것 같아요,,

순오기 2008-01-24 01:29   좋아요 0 | URL
나비님 야심한 시각에~~~ 육아만도 힘든데, 레슨까지... 얼렁 주무셔용!
전, 대충 대충 엉망으로 그냥 사람 사는것처럼 살아요~~ㅎㅎㅎ
 
스켈레톤 크루-안개
최고의 이야기

2008년 첫 영화로 <미스트>를 보았다. 12월 영화후기 당첨으로 받게 된 관람권 지급이 15일까지인데 깜박 잊고, '라일락 피면'을 읽고 있는데, 20여쪽 남겨둔 밤8시 34분에 확~ 생각나서 부랴부랴 달려가 봤던 영화다. 스티븐 킹 매니아지만, 조금은 기대치에 못 미쳐서 후기를 쓰지 않고 있었다. 헌데 어떤 분이 콜롬버스 홈페이지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라고 제목을 달았기에 할 수 없이 끼적인다. 잘못 된 정보는 수정해야 할 것 같아서... 스티븐 킹 원작을 스티븐만 보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요기부터 2단락은 라주미힌 님 서재에서 복사했음을 밝힙니다 ^^ 허락은 안 받았는데... ) 
'미스트(The Mist)'는 스티븐 킹의 스켈레톤 크루라는 소설에 들어 있는 첫 작품이다.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로 함께 호흡을 맞춰 온 프랭크 다라본트가 아주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에 소규모 개봉을 하고도 제작비를 뛰어넘는 흥행 수입을 거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스티븐 킹 자신이 뽑은 영화 10위에 '미스트'를 뽑지 않을 걸 보면, 영화의 완성도를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관심이 많고 늘 영화를 즐겨보는 스티븐 킹은, 자신의 원작소설 영화를 스스로 순위에 올릴 수 있기를 간절히 빌고 있을 것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은 현재 '크립쇼', '셀', 'From a Buick 8'이 영화화 중이고, 이중 '셀'은 '나는 전설이다' 원작 소설에 바치는 헌정작으로 휴대폰 좀비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인데 흥행을 기대해 볼 만하다.

소설 원작과 영화는 다르지만, 원작소설 '스켈레톤 크루'에 실린 '안개'를 읽은 우리 애들은 아직 영화보기를 보류하고 있다.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를 먼저 본 나는 그런대로 좋았다. 생존을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탈출한 결말이 너무나 허탈해서, 도대체 이 영화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2% 찜찜하긴 하지만 바로 이게 스티븐 킹 원작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안개에 둘러싸인 소도시, 그 안개 속에서 사람을 해치는 괴물을 목격한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마트에 갇혀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지구의 종말과 신의 심판을 예언하는 사이코 여자에게 빠져버린다. 귀가 얇은 인간들의 군중심리와 극도의 공포감이 사람을 어떻게 몰아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살 떨리지만 재미있다. 오로지 한 목숨 살겠다고 난리를 치는 그들을 보며, 정신을 제대로 챙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제 한 목숨 살려고 아둥바둥거리는 무리 속에서도 이타적인 삶을 선택한 용기 있는 행동이 감동을 준다.

나는 아직도 결말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없어, 영화의 제목처럼 여전히 안개에 휩싸여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에 대한 일침인지, 성급하게 목숨을 걸지 말라는 경고인지 모르겠다. 원작소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우리 아들이 서재에 올린 리뷰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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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2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밖에 있던 괴물들은 마트 안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재들 왜저래...좀 오바하는 거 아니야." 라고요.

순오기 2008-01-21 02:35   좋아요 0 | URL
쟤들 왜 저래? ㅎㅎ
요즘 TV에 나오는 인간들 보며 하고 싶은 말이에욧! ㅠㅠ

라로 2008-01-2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고보고 제 스탈의 영화가 아닌걸 알고 안봤는데~.ㅎㅎ
공포영화는 잘 안봐요,,,하지만 님의 리뷰를 보니 안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ㅎㅎㅎ
근데 아드님의 리뷰를 보니 이해가 더 잘되네요~.ㅎㅎ

순오기 2008-01-21 02:35   좋아요 0 | URL
난, 스티븐 킹 영화 잘 봐요. 명쾌하지 않다 하면서도 개봉하면 또 달려가는... 킹 영화는 단순 공포가 아니라면서! ^^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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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선님의 글맛과 이억배님의 그림이 어우러진 아주 아주 신나는 우리 이야기책이다. 그냥 그림만 봐도 입이 벙그러진다. 넉넉한 할머니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고, 옹기종기 모인 동물도 신명난 표정이다. 또한 이 책의 노랫가락은 어깨를 절로 들썩거리게 한다. 아이들도 반복되는 가락이 재미있는지 서로 따라하며 즐거워한다.

만두 만두 설날 만두 / 아주 아주 맛난 만두 / 숲 속 동물 모두 모두 / 배불리 먹고도 남아 / 한 소쿠리씩 싸 주고도 남아  / 일 년 내내 사시사철 / 냉장고에 꽉꽉 담아 / 배고플 때 손님 올 때 / 심심할 때 눈비 올 때 / 한 개 한 개 꺼내 먹는 / 손 큰 할머니 설날 만두 /

이 책을 보면서 '만두소, 만두피'라는 것도 알고, 만두 재료로 들어가는 '김치, 두부, 고기, 숙주나물'도 줄줄 읊어대게 된다. 또 '소쿠리'와 '함지박'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수 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날수를 헤아리는 것도 배우게 된다. 등장하는 숲 속 동물들의 이름도 줄줄이 꿰차며 자기 생김대로 만두를 만들었다는 것에 어린 독자들은 환호하며 부러워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압권은 할머니의 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만두소와 밀가루 반죽이다. 세상에 지붕으로 덮었던 함지박을 가져와, 삽을 들고 함지박 안으로 들어가 만두소를 버무린다니~~~ 게다가 밀가루 반죽은 방 문턱을 넘어 툇마루를 지나 마당을 지나 울타리 밖으로 한없이 밀려간다니 정말로 놀랄만한 큰 손이다. 아이들은 밀가루 반죽이 더러워서 어떻게 만두를 만드냐고 걱정이다! ㅎㅎ

  

신나는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현대의 최신 장비 하나! 바로 망원경을 들고 나무 위에 올라가 지휘 감독하시는 우리의 손 큰 할머니,  아이들은 마치 비밀을 찾아낸 듯 즐거워했다. 이억배 화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

 

이레 동안 만두를 만드느라 지쳐버린 동물들, 할머니는 남은 반죽을 보자기처럼 펼쳐서 남은 만두소를 모조리 쏟아 부어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만든다. 어이쿠~~~ 이렇게 큰 만두를 어떻게 붙일까? 양쪽에서 만두피를 잡고 "야아~ 야아!" 함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달리는 동물들, 얼마나 신이 날까? 싸리비만한 돗바늘을 가지고 만두 입이 터지지 않도록 꽁꽁 꿰매는 장면도 재미있다. 엄청나게 큰 가마솥을 끌어 와 이 큰 만두를 삶아 다같이 나눠먹는 모습은 함께 나누는 기쁨을 절로 느끼게 된다.

중요한 건 만두를 먹고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아이들은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지, 왜 만두를 먹고 한 살 더 먹는냐고 따져 묻는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ㅎㅎ 우리 어려서는 설날에 만두를 넣은 떡국을 먹었는데... 요즘엔 그렇게 하는 가정이 많지 않아서, 설날에 떡국만 먹는 것으로 아는 아이들이 많다. ㅠㅠ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손이 크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니, 이번 설날엔 나눠먹는 경험을 즐기지 않을까 싶다.

넉넉한 할머니처럼 우리네 손도 커서 이웃과 나눠먹는 풍경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 이번 설에는 큰집에 가서 만두를 만들자고 해야겠다. 식구들이 좋아하는데도 혼자 하기엔 엄두가 안 나서 번거롭다는 핑계로 안 만들게 된다. ^^ 자~ 이번 설에는 아이들과 같이 우리도 만두를 빚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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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01-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손큰 할머니 이시네요. 인정도 그 만큼 더 많겠죠?
저도 직접 만든 만두 먹고싶어요.

순오기 2008-01-20 11:58   좋아요 0 | URL
우리가 손 큰 할머니의 정신은 본 받아야겠죠? ㅎㅎ
저도 만두는 안 만들게 돼요~ 큰 동서한테 졸라서 만들어서 싸 올까봐요!^^

웽스북스 2008-01-20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상에서 만두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
고급 만두, 빚은 만두, 고향 만두까지 다 좋아요 ㅋㅋㅋ

순오기 2008-01-21 02:14   좋아요 0 | URL
님도 만두 팬이시군요. 우리 식구들도요~~ 문제는 내가 안 만들어준다는 것! ^^

마노아 2008-01-21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보니까 만두 먹고 싶어졌어요^ㅆ^

순오기 2008-01-21 02:14   좋아요 0 | URL
아~~~ 우리 실시간 댓글놀이 하는군요. 방가방가~~
난, 초저녁부터 자다가 일어났어요.^^ 광주에서 만나면 만두도 같이 먹어야겠당!

비로그인 2008-01-2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을 보고 이 책이 생각났는데 마침 이 이야기네요.
저는 겨울방학마다 김장김치로 만두를 만들어요.
아이들은 만두만드는것 아주 좋아해서 애들시켜 함께 많이 만들지요.
집에서 만드는게 가장 맛있는듯 해요.

순오기 2008-01-21 14: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아이들은 만두만들기 좋아하는데, 엄마가 귀찮아서리~쩝!
부지런한 승연님 집으로 만두 먹으러 가야겠다~~ㅎㅎㅎ
진짜 집에서 만드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bookJourney 2008-01-2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설에는 저도 만두를 빚어보아야겠네요.
먼저 이 책을 보여주고 만두를 빚으면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겠지요?! ^^

순오기 2008-01-21 14:4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정말 좋아하더군요. 점토로 만두 만드는 놀이도 좋겠죠?
올 설에는 꼭 만들어서 사진으로 보여주세요! ^^

프레이야 2008-01-2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엄마가 만든 왕만두가 먹고파요. 이북식으로 명절때마다 빚었어요.
엄마가 재료 다 만들어주면 저랑 동생이 척척 빚었죠. 저, 꽤 예쁘게 빚었다우.
냉동실에 꽁꽁 얼려두고 만두국도 해먹고 군만두도 해먹었죠. ㅎㅎ
이 그림책 저도 무지하게 좋아해요. 넉넉해지잖아요.^^

순오기 2008-01-22 14:16   좋아요 0 | URL
이북식 만두가 왕만두? 흠, 맛있겠당~~~~ 왕만두 먹고 싶어요.
넉넉한 할머니와 넉넉한 만두~~~~~^^

실비 2008-01-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잼있어보여요^^ 5,6살아이들이 보면 좋을까요?

순오기 2008-01-23 13:03   좋아요 0 | URL
실비님, 몸은 회복된거에요?
5~6살 아이들 이 책 읽고 찰흙이나 밀가루 반죽으로 쪼물락거리게 하면 최고죠! ^^

비로그인 2008-07-17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순오기 2008-07-18 06: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검색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