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눈부셔 창을 열어젖힌다. 이런 날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야는데......  쑥이라도 뜯을 수 있던 산자락 논자락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휭~ 한차례 나갔다 오면 반찬거리 소쿠리에 가득  담아오던 그 시절이 그. 립. 다.

  이 아침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는 대신 어머니 독서모임에 가면서, 내게 시와 시조를 가르쳐 주신 교수님의 시를 올린다. 해남 출신으로 광주여대에 있다가 몇년 전 경기대로 가셨지만, 그분은 해마다 '해남에서 온 편지'로 내게 봄소식을 전한다.

   
 

 해남에서 온 편지       -이지엽-

  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간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브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놈의 농사는 지먼 뭣 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동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 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시인이 있던 학교, 제자 중에 수녀가 한 사람 있었다. 몇 해 전 남도 답사길에 학생 몇이랑 그 수녀의 고향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다 제금나고 노모 한 분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생전에 남편이 꽃과 나무를 좋아해 집안은 물론 텃밭까지 꽃들이 혼자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흐드러져 있었다.

이지엽 시인은 '해남에서 온 편지'로 1998년 '한국 시조 작품상'과 1999년 제18회 '중앙시조대상'을 받았다. 2007년 '북으로 가는 길'이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고, 우리의 시조 보급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호인 2008-03-10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은 정말 종다래끼와 호미를 챙겨서 들판으로 나가 냉이 등을 뜯어도 될 만큼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이번주까지 날씨가 좋다고 하니 이번 주말에는 냉이와 쑥까지 뜯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12 10:10   좋아요 0 | URL
아~ 종다래끼, 반가운 이름이에요.^^
몇년 전만 해도 아이들 데리고 쑥 뜯으러 나갔는데, 이젠 아파트현장으로 바뀌어서. 요새 아이들은 이런 맛을 모르니 참 짠해요.ㅠㅠ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우리 부모의 셋째딸이며 두 딸과 아들 하나를 둔 엄마다. 내 큰딸은 책 속의 위녕이처럼 교대를 갔고, 아들은 둥빈보다 서너 살 많은 중3이다. 막내는 제제보다 훨씬 커서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우리 가정이 책 속의 가정처럼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했던 경험이 두번이나 있었다. 첫번째는 큰딸이 세 살 때, 두번째는 큰딸이 중3, 아들이 초등5학년, 막내가 초등3학년 때였다. 이때는 정말 이혼서류도 다 준비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는 이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면서 이혼을 생각하지 않은 부부가 얼마나 될까 싶지만, 정말 인내심이 없다면 홧김에라도 이혼할 수 있는 게 부부다. 내 인생만 생각한다면 이혼해서 생길 나쁜 것, 좋은 것 다 책임지고 살 수 있지만, "신이 내 행실을 적은 치부책을 펼치면서, 너는 아무래도 지옥으로 가야 하겠지? 물으면, 아니에요, 이건 이래서 그랬고, 저건 걔가 그래서 그랬던 거에요.......하면서 박박 우기려고 했는데, 신이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럼 위녕은? 하면 엄마는 넵! 하고 바로 지옥으로 내려갈 거 같다" 고, 책 속의 위녕엄마처럼 나도 말할 것이다. 자녀에게 부모의 이혼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죄악이거나 상처일 수 있다. 나도 아이를 셋이나 두고 이혼한다는 게 미친 짓 같아서 멈추었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운 나의집'이 되지 못한 상처는 끝까지 남을 것이다. 이제는 그 아픔의 시절이 지나 그런대로 살만하다.  어른들 말씀처럼 인내하면 또 좋은 시절이 오는 것이겠거니 믿는다.

  이 책을 읽은 2월 24일은 딸의 대학 입학을 마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잠시 동생집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신경 쓸 일이 많아서였는지 계속되는 두통에 눈이 빠질 것 같아 쇼핑도 할 수 없어 두통약을 먹고 쉬는 중에 읽었다. 그 와중에 주체못할 눈물이 쏟아진 건 위녕에게 외할머니가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

   
  네 에미 원망하면 안 된다. 네 에미처럼 노력했던 사람은 없어. 할머니도 그만큼 노력하면서 살지는 않았다...... 너를 떠나보내고 난 후, 네 에미가 몹쓸 일을 겪을 때마다 외할아버지하고 나하고 밤새 번갈아 네 에미 방 앞을 지켰다.  
   

  위녕은, 밤새 방문 앞에 서있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숨죽임 때문에 엄마가 살았다고 느낀다. 부모의 사랑은 바로 이런 것, 어떤 고통과 좌절속에서도 자식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지켜내는 것처럼 신성한 일이 있을까? 우리가 이혼의 기로에 있을 때, 며느리의 방자함이 못마땅했을 시어머님도 내게 와선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손을 잡아 주셨고, 사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넘쳤을 내 친정엄마도 전화로 "열심히 살라!"는 말씀만으로 침묵하셨기에 우리 부부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거라 생각된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세상 어떤 것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 부모의 사랑으로 우리는 또 제 자식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살아나간다.

  가족은 세상이 모두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때도 무조건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힘인가! "아빠는 내 딸이 세번이나 이혼한 여자가 되는 건 싫다...하지만, 네가 불행한 건 더 싫어. 건강만 챙겨라. 앞만 보고 가라.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우리가 다 안다. 그러니 주눅들지 말고 당당해라.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지금은 오직 너와 아이들만 생각해라." 라고 말했던 외할아버지의 응원은 위녕엄마가 세 아이들과 살아가는데 힘을 실어주셨다. 위녕이 새엄마에게 맺힌 맘을 전할때 잘못인 줄 알면서도, 위녕엄마는 자신이 책임지겠다며 전적으로 동지가 되어준다. 이렇게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이 되고 내편이 되어주는 유일한 사람들이 가족이다.

  이 책은 작가의 체험을 소설화한 성이 다른 세 아이와 살아가는 특별한 가족이야기다. 세번의 사랑과 상처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갈등과 사랑, 감정폭발이 열아홉 살 위녕의 시선으로 잡아 낸 톡톡 튀는 문장으로 다가온다. 우리네 삶과 별다를 것 없는 위녕가족의 일상이 섬세하게 그려지며 감동으로 눈시울을 젖게 한다. 그러면서도 유쾌 상큼한 대사와, 치열한 설전에서 오가는 대화에 우리도 저런 말을 했었지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의 삶과 자녀 문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이혼을 했든 안했든 자기만의 무게를 감당하는 그 누구의 삶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상처를 감싸고 보듬어 안으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위녕엄마와, 오늘도 한부모 가정에서 버거운 삶을 살아갈 이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을 읽고 큰딸은 책과 비슷한 상황인 친구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불끈 힘이 솟아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힘이 들어도 행복을 찾아가는 인생역정을 잘 이겨내자고...

  위녕엄마는 아이들과 살아가면서 "밥을 먹는 일은 신성하다" 고 강조한다. 밥을 먹는 일이나 밥을 버는 일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가장 신성한 일이다. 오늘도 난 봄나물에 쓱쓱 비벼 신성한 일을 수행하면서, 기숙사에 있는 큰딸도 신성한 이 일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그리고, 넌 찬란한 청춘이니까 미모도 꼭 챙기길 바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 2008-03-10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공지영의 소설은 읽지 못했지만
리뷰에 섞여있는 순오기님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네요.

순오기 2008-03-10 08:27   좋아요 0 | URL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일거라는 생각에...부끄러운 내 얘기도 풀어봅니다. 화창한 봄날, 오늘도 열심히 삽시다!^^

마노아 2008-03-1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가 코끝이 찡해졌어요. 작가의 마음도, 리뷰를 쓴 이의 마음도 진솔되게 전해져서 그런가봐요. 저도 이 책 읽을래요. 나중에요~

순오기 2008-03-10 21:27   좋아요 0 | URL
눈물이 많은 난, 이 책 읽으며 여러번 울었어요. 그러면서도 곧 유쾌하게 깔깔거릴 수 있어요. 절망의 순간에도 '미모는 꼭 챙겨야 해'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어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 싶을 만큼...^^
 

또 날짜가 한참 지났지만, 작심 두달도 안될까봐 2월 독서기록을 남긴다. 2월엔 바쁜 일정과 부도덕한 몸관리로 독서나 리뷰쓰기에 많이 게을렀다.ㅠㅠ 이 기록을 남기며 3월엔 열심히~ 불끈 다짐한다.^^

1.2월에 읽거나 리뷰를 쓰느라 다시 읽은 책

 

 

 

 

 

 

 

 

 

 

 

 

2. 2월에 읽었지만 리뷰를 안 쓴 책

 

 

 

 

3. 페이퍼를 쓰느라 다시 들여다 본 시집들

 

 

 

 

4.민경이 독서활동으로 리뷰를 올린 책

 

 

 

5. 어린이책 읽었지만 리뷰는 게으름 부린 책

 

 

 

 

 

 

 

 

 

  

 

 

 

 

*리뷰는 달랑 12개뿐이고, 페이퍼는 '시가 내게로 왔다' 카테고리 만든 덕에 끄적거린 시 페이퍼를 포함해 17개. 1월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8-03-09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2월에만 읽으신 책이 이 정도? 대단하십니다. 아이들이 초등 중학년이 되면서 그림책읽기 게을러지고 있는데 님의 글로 인해 다시 마음 잡아 봅니다. 화이팅!

순오기 2008-03-09 11:05   좋아요 0 | URL
오잉~ 제 독서는 아이들 그림동화가 주종이잖아요.ㅋㅋ
제대로 읽은 성인도서는 달랑 네권뿐이구만유.ㅠㅠ

L.SHIN 2008-03-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데요...저는 한 달에 몇 권 읽는데...( -_-)
앙~ 그런데 저렇게 어린이책이 많다니. 너무 부럽당~ (>_<)

순오기 2008-03-09 11:06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주로 애들이랑 놀기 때문에~ 애들 책은 많이 읽어대지요.^^

bookJourney 2008-03-09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 바쁘신 중에도 많이 읽으셨네요~~ (전 반성중입니다. ;;)
큰곰과 작은겨울잠쥐의 <숲 속의 단짝 친구>가 궁금해요~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를 재미있게 보았었거든요. ^^

순오기 2008-03-09 13:05   좋아요 0 | URL
숲속의 단짝친구는 곧 올려볼게요.
읽기는 해도 리뷰 쓰는 것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할 듯...^^

뽀송이 2008-03-09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심각한 수준입니다.ㅡㅡ;;
마음이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제는 뭐든 맘먹고 해야할텐데... 님이 존경스러워요.^^
이제 곧 지천에 피어날 봄꽃들 생각하니 3월도 책읽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8-03-09 15:35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리가 뭐 독서에 목숨 걸 필요있나요?
놀거 다 놀고 쉬어쉬엄 즐기면서 읽자구요!^^
 

큰딸은 학교 기숙사에 있으니 잘 살거라 믿고, 떨어져 있어도 큰 걱정하지 않는다. 이제 홀로서기를 시작했으니 문자나 전화로 원격조정할 필요도 없어, 그냥 잘하겠거니 믿고 편안히 지내는 중이다. 그래도 너무 심했나 싶어 좀 전에 문자를 보냈더니, 엠티 갔다왔고 오늘에서 햇반이랑 컵라면을 풀었는데 생각보다 맛있단다.^^ 그냥저냥 사 먹거나 햇반이라도 먹다가, 집밥 먹고 싶으면 외숙모한테 가서 먹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고 고맙다. 이래서 큰딸은 뚝 떼어놓고도 안심이다.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된 막내에게 시선을 좀 돌려보자. 중학교 생활이 버거운지 어제 오늘 마냥 늦잠이다. 개교기념일인 6일 '일제고사'를 보느라 7일에 쉬었고, 오늘은 또 놀토니까... 몸상태가 최악인 엄마도 덩달아 어제, 오늘 늘어지게 잤다. 아함~ 그 덕인지 많이 좋아진 듯하다.^^

배치고사와 일제고사가 끝난 어제 초등문제집을 싹 정리했다. 이제 중학교 교과서만 꽂혀 있으니 제법 중학생답다. 민경이는 막내라 엄마의 관대함과 짠함이 동시 교차된다. 때론 귀찮아서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학습에 대해서는 이런 귀찮음이 발동되면 안 되겠다 싶어 챙겨본다. 엄마가 모든 과목을 일일히 챙기지는 않지만, 삼남매 모두 국어교과서에 실린 원작은 충실히 볼 수 있도록 신경써 주었다. 그래서 일부는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다 주었는데, 막내까지 내려오니 집에 있는 책이 많아 수월하다. 민경이는 책이 오는 즉시 읽은 책도 많지만, 이제 단원에 맞춰 틈나는대로 한번 더 읽으면 좋겠다.

중학교는 국어와 생활국어로 나뉘어 문학과 실용적인 글로 구분된다. 국어는 문학을 접할 수 있어 시와 소설, 수필 등 10대 정서함양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교과서 뒤에 실린 출처를 보면 년도가 오래되어 구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라 도서관을 이용했고, 관련된 시인과 작품이 실린 다른 책으로 도움을 받았다.

1권은 '정지용에서 천상병까지' 돌아가신 시인 22명이, 2권은 '김지하에서 안도현까지' 23명의 생존시인이 수록되었다. 이 책에 나온 시인 중 1학기에 김지하, 정지용 시인이, 2학기에는 윤동주, 김영랑, 도종환, 안도현, 조태일 시인이 나온다. 이 시인을 찾아 생애와 작품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또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시인의 생가나 배경지를 답사할 수 있어 일석이조, 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필독도서다. (중,고등에서 만날 모든 시인이 담겨있어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1.2권 합본이다. 하나로 모아진 건 좋은데 읽기엔 너무 두껍지 않을까? 

 

 

 

1단원의 '강아지똥'과 7단원의'옥상의 민들레꽃' 2학기에 나온 '나비'를 비롯하여, 중학생들이 읽어야 할 감동적인 단편들이 실려있다. 책이 크기도 작고 부피도 작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화장실에 꽂아두고 한 편씩 뚝딱 해치우기 딱 좋을...^^

 

별다른 설명 없이 읽기만 해도 시의 정서가 온몸으로 전해오고 느낌이나 생각이 고이는 시, 눈높이에 맞는 시를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엮은 시집이다. '아~ 이 정도면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7단원의 기형도의 '엄마 걱정', 하대원의 '아버지 오실 때'(1권) 2학기에 나온 정일근의 '바다가 보이는 교실'(2권) 도 만날 수 있고, 이름을 들어본 시인들이 엄청 반갑고, 새로운 시인과 학생들의 참신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3학년 교과서에 수록된 시도 있다.

동서양의 작가나 시인, 수필가를 비롯한 이 시대의 지식인과 예술인들이 쓴 수필을 만날 수 있다. 우리말 어휘나 사전적 개념이 약한 학생들을 위해 친절한 뜻풀이가 되어 있어 좋다. 먼저 관심있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는 재미도 있다. 또한 어디선가 읽은 듯한 글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글쓰기는 기본이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일기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글쓰기, 수필쓰기에 도전할 생각이 폴폴 솟아날 책이다.

이제 기본적으로 읽으면 좋은 책을 골랐으니,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찾아보자.

2단원의 '촌스러운 아나운서'가 실린 원작으로 방송국 생활과 그녀의 삶을 엿볼수 있는 에세이다. 현재 절판이지만, 지역도서관에 가면 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잘 나가면서도 겸손하고 따뜻한 이금희 아나운서를 만나는 행복한 책읽기라 좋았다. 자신들의 꿈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의 10대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3단원의 '어린왕자'는 많은 출판사에서 엄청나게 쏟아내지만, 최근에 청소년을 위한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로 나온 보물창고의 '어린왕자'를 추천한다. 어린왕자 삽화도 컬러와 흑백으로 삽입돼 있고, 예전에 나온 책과 비교해 보니 번역도 훨씬 매끄러워 밑줄긋기를 하기에도 좋을 듯!

특히, 책 뒤에 앙투완 드 생텍쥐페리(199-1944)의 연보가 자세히 잘 정리되어 있고, 법정스님이 '어린왕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덤으로 실려있다.^^

어린왕자를 초등 저학년부터 많이 읽어 다 안다고 생각하는 10대에겐, 장 피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왕자'를 추천한다. 이 책은 고등학생들이 논술할 때 많이 도움받는 책으로 유명하지만, 어린왕자를 여러번 읽은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땐 시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두번 세번 읽으면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음~ 중학생에게 좀 어렵다면, 고등때 다시 읽으면 좋겠다.^^ 

 

 3단원에 나온 '탈무드'도 수많은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최근에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 있어 올린다.

 

 

 

4단원 '바보 의사 이야기'가 수록된 300쪽이 넘는 책이라 중1에겐 버겁다. 좀 쉽게 장기려박사의 생애를 이해하려면, 초등고학년이 읽기 좋은 '할아버지 손은 약손'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의사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많은데 '돈을 많이 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며, 진정한 의사의 삶이 무엇인지 알려면 '성산 장기려'와 요즘, 매스콤의 주목받는 박경철 공심위원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도 권할 만하다.

 

 

 

 

5단원에 실린 '소설 동의보감'은 우리 아들이 중1때 읽고 감동 받아 '나도 한의사 될까?'라고 생각했던 책이다.^^ 그러나, 작가 이은성의 죽음으로 그 다음 이야기가 나올 수 없어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요새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읽은 아들이 '소설동의보감에선 허준이 스승 유의태에게 배워 침을 잘 놓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록엔 허준이 침을 못 놓고 약만 지을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며, 소설과 실제의 차이를 밝힌다.^^

5단원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와 2학기에 실린 황순원의 '소나기', 하근찬의 '흰종이수염'은 많은 출판사에서 나왔으니 눈높이에 맞는 선택이 중요할 듯...단편이라 표제작 외에 여러 작품이 수록되었고 해설이 곁들여져서 학습에 도움된다

 

 

 

 

6단원의 '헬렌켈러'는 아이들이 유치원기부터 만난 인물이라, 수준을 높여 자서전이나 평전을 읽으면 좋을 듯하다.

 

 

 

7단원의 '홍길동전'도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중학 1학년이 읽기엔 창비에서 나온 '재미있다 우리고전'시리즈나, 나라말에서 나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시리즈라면 딱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삽화도 있고 초등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눈높이가 높은 책으로 질리기보단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 아들도 중1때 창비 시리즈로 읽고 알라딘 서재에 올렸다. 홍길동전 뿐아니라 중,고등 교과서에서 만날 우리 고전을 두루 읽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7단원 보충 심화과정에 나오는 '안네의 일기'는 초등때부터 명작이나 만화로 접했을테니, 한 단계 높여서 영문으로 된 책을 도전해봐도 좋을 듯...

 


댓글(18) 먼댓글(1)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너에게 묻는다
    from 파피루스 2008-03-19 04:10 
    아들녀석이 중학교 1학년 때 제법 진지하게 써 놓은 글이 감동스럽다. 나름대로 충격과 감동을 받았음이 잘 드러난 솔직한 글이라 스캔받아 올린다. 이렇게 시 한편이 내 가슴으로 들어오는 날, 우린 시적 감성을 가진 시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7단원에 기형도의 '엄마 걱정'과 하대원의 '아버지 오실 때'가 실렸는데, 아들은 그 시보다 안도현의 이 시에 상당히 충격받은 듯하다.
 
 
bookJourney 2008-03-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굉장하십니다. 이렇게 챙겨주는 엄마가 있어 민경이는 좋겠어요~~ (부러워요 ^^)

순오기 2008-03-09 01:39   좋아요 0 | URL
용이는 엄마와 같이 실험까지 하잖아요. 님은 저보다 '한 수 위'십니다!^^

애물단지no.1 2008-03-08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은 외숙모 댁.
잘 지낸다는 말을 너무 반복하는 거 같아서 그냥 소소한 근황을 얘기할게.
나는 여전히 토요일은 '무한도전'을 꼭! 챙겨보고 (완전소중유재석! 사랑해요유재석!),
대학교에서 여자애들은 꼭 하나씩 있는 공식지정 단짝도 생겼고,
교대근처맛집탐방을 하며 어디는 뭐가 맛있다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있어.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니까 강의 계획표도 뽑고,
tv나오시는 그 유명한 교수님께서 월요일까지 읽어오라는
막스베버의 글도 슬슬 읽을 계획(...).
'한국사의 재조명'강의에서 막스 베버의 글 두개와 퀜틴 스키너의 글을 읽게 시키는데
학자 이름과 책 제목만 간략하게 나오던 고등학교 수업하고는 확실히 다르더라구!
지금까지 그 이름들이랑 책 제목은 주로 논술 처음 쓰면서 뭔가 있어보이고
싶을때 써먹는 용도로 쓰였잖아.
예: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따르면 쏼라쏼라어쩌고저쩌고~
(사실 그렇게 쓰는건 교수님들의 비호감을 유발시킬 위험성이 매우 높지만!)
뭔가 글이 댓글이 아니라 포스팅이 되어가네; 이만 줄일게.
결론은 나는 very very very okay!
*영어배우라고 난리야.-_-
이죽일놈의어륀지...혹은오륀지,혹은오뤤지,혹은오린지,혹은어린쥐...(무한생성가능!)

순오기 2008-03-09 01:47   좋아요 0 | URL
오~ 외숙모집에 갔구나. 엄마는 또 자다 일어나 알라딘 들어왔지~~~ ^^
성주,민경이도 무한도전 끝나고 비빔밥 먹었다. 성주는 비빔밥하면 두 그릇, 민경인 요즘 덜 먹더니 완전 날씬이야~ 음, 새옷이 날개라 그럴수도 있지만.
공식 지정 단짝과 맛집탐방으로 잘 먹고 살아라~ 햇반, 컵라면 될 수 있는 한 자제하고. 오호~ '한국사전'에 단골로 나오시던 사회과 교수님!^^책 필요하면 문자날려 기숙사에서 받게 주문해줄게. 급하면 상품권으로 사고... 오늘도 어린쥐를 따라 Very verh Okay? Oh~ Thank you!!

뽀송이 2008-03-08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멋진 리스트 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원작을 찾아 읽기 좋습니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한번 보고 싶군요.

저희 집 큰 아들 녀석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야자까지 하느라 완전 녹초가 되었어요.^^;;
에휴... 이렇게나 오래오래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해야하는 고등학생들이 불쌍해요.ㅠ.ㅠ

애물단지no.1 2008-03-08 23:3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히히^^
'자매 시리즈 언니편' 잘 쓰고 있어요!
진짜 이뻐요~
감사합니다!
여기 인천에 있는 외사촌여동생도 이제 고등학교 올라갔는데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속으로 생각했죠. '훗, 이제 시작에 불과해...'
저같은 경우는 새벽에 학교가서 밤에 집에 오는 생활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학교에 오래오래 있는만큼 중학교 때보다 더 추억이 많이 생기더라구요.^^
(앗! 지금 이거 난 고딩탈출했다고 여유부리는 건가? ㅋㅋ;)
어쨌든 화이팅이에요!! ^^

순오기 2008-03-09 01:49   좋아요 0 | URL
우리 딸이 안다고 댓글 달았군요. 우린 애들이랑 알라딘을 공유해요.ㅎㅎ
아마 고딩 아드님 힘내라고 선배로서 응원하는 듯...^^

뽀송이 2008-03-09 14:32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렇게 댓글로 인사 나누게 되어 무척 반가워요.^^
예비선생님의 댓글을 읽으니 불끈!! 힘이 납니다.^^
고딩 탈출하시고 기숙사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있겠지요?
분명~ 너무 잘 하실꺼라 생각됩니다.^^
저희 집 아들 녀석도 곧 씩씩하게 잘 적응하겠지요?^^;;
참참!! 제가 정말 많이 엄마'순오기'님 부러워 한다는 거 아시죠?
건강하게 학업도! 추억도! 많이 쌓으시기를 바래요.^.~


세실 2008-03-09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중학교 아이를 둔 엄마는 필독^*^ 내년에 보림이도 중학생이 되니 꼭 기억해 두어야 겠습니다. 아직 동화책 수준인데 상당히 업그레이드 되겠네요. 겨울방학때 읽도록 해야 겠습니다. 과연 동의보감을 읽을수 있을까요? 음...

순오기 2008-03-09 11:08   좋아요 0 | URL
ㅎㅎ사서샘 자녀인데 어련하겠어요.^^
독서의 내공이 쌓인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가도 무리없이 읽어내는 것 같아요.

마노아 2008-03-10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 가득 페이퍼에요. 이 리스트 많은 분들께 큰 도움 될 것 같아요. 큰 따님과의 소통의 공간도 되고, 두루두루 멋지다니까요^^

순오기 2008-03-10 20:32   좋아요 0 | URL
ㅎㅎ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요. 이젠 생활국어 관련 책도 찾아서 올려야지요.
큰딸과의 소통공간으로 알라딘이 한몫 하는군요.^^

미나리 2008-03-1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등 1학년 친구들이 보면 좋을 책을 이리 자세히 올려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순오기 2008-03-20 08:42   좋아요 0 | URL
어머나,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미나리'님이 다녀가셨군요.^^
이거 정리하는라 시간 많이 걸렸어요. 누군가에게 유용하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감사^^

오월의바람 2009-05-1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1학년 국어를 담당하는데 우연히 동의보감을 검색하다가 보았어요. 감동입니다. 이렇게 꼼꼼이 정리 할 수가요. 엄마의 사랑이 묻어납니다.

수진샘 2009-07-0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 1학년 국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 놓으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감동적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지도를 해야 하는데 늘 부족하다는 생각만 하고 있답니다. "소설 동의보감"을 읽은 후에 "장기려" 박사님 전기를 읽으니까 감동이 더 배가 되긴 하더군요. ^^ 잘 보고 갑니다.

최상철 2009-07-0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생인 아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리스트입니다.
교과서 연계 찾아보던 제게 더 요긴하지만요~
감사해요. 오늘 그 중 한 권 먼저 구입하려해요~

태규맘 2009-08-29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님의 글 너무 감사합니다.
교과서 연계된 책들을 찾고 있는 중이였거든요.
감사합니다.
님과 같으신 분 덕분에 엄마들 수고를 덜 수가 있는거죠. 감쏴 꾸벅
 

내가 철들면서 신문을 보게 되었는지, 신문을 보면서 철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신문을 본 역사도 꽤 길다. 아~ 철들기 전에도 보았구나. 충남 촌구석에서 살때 볼거리가 없어 아버지가 보시는 '충남일보'였든가, 거기에 실린 '大미륵'이라고 기억되는 연재소설을 초딩때부터 살짝 엿보았더랬다. 나~ 제법 조숙했나 보다, 그 어린 나이에도 성적 묘사가 나오면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 장면을 다시 읽었던 것 같다. 신문 연재소설이란 날마다 그런 장면 하나씩 끼워넣는다는 걸 그 나이에 간파했었는지 날마다 우체부아저씨를 기다렸다.^^

이렇게 시작된 신문보기로 일찍 세상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과 결혼 전엔 아버지가 보시던 '동아일보'를 열심히 읽었고, 직장에서 보던 '조선일보'는 여자들이 볼거리가 많았던지라 스크랩까지 하면서 열독했다. 그땐 '조.중.동'이라 불리던 시절이 아니었던 듯하다. 결혼해선 '한겨레 신문' 창간부터 구독했고, 우리 큰딸 세살 때 살 뺀다고 '한겨레신문'을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만 60부던가 100부던가, 이제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딱 한 달 돌려봤다. 사실 더 돌렸으면 지금의 체중이 아니었을 텐데... 그만 한 달 돌리고 신문지국이 부도나서 돈도 못 받고 끝났다. ㅠㅠ 다행히 본사에서 사람이 와서 구독자 명단을 달라며 한 달 수고비로 91년에 6만원을 주었다. 그때도 기관지가 약해서 한달 새벽바람 쐬고 신문 돌렸더니 천식이 도져 결국 그 돈으로 한약 한재 먹으니 꽝이었다.^^

이런 인연과 워낙 '한겨레신문'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장기 구독했는데, 내가 워낙 비판적인 성향이라 그 신문을 오래 보니 세상 살맛이 없어지더라는 것. 그 후에 '중앙일보'로 바꿔 몇년을 보았나? 아마 10년은 훨씬 넘은 듯하다. 선거때마다 신문 바꾸자는 남편의 성화에도 꿋꿋이 봐 왔는데, 왜 그랬을까?ㅎㅎ 중학교 동창이 있어서 끊기가 그랬나, 사실 그 친구가 거기 있는 것은 5~6년 전에 알았는데.....

그렇게 투덜대고 빈정대며 '중앙일보'와 지속했던 관계를 2월 29일부로 끝냈다. 물론 남편이 지국에 연락해 3월부터 넣지 말라 했고, 무슨 신문을 보겠냐고 물으니 '경향신문'을 보잔다. 오우~ 거긴 또 초등동창이 있는데... 그 친구 때문에 2003~4년까지 열심히 '뉴스메이커'를 열독했다. 그 덕에 중학생이던 큰딸이 나의 비평적 성향을 충실히 따르게 된 것 같다. 당장 문자를 보내 통화하고 3월부터 '경향신문'이 들어왔는데 어제 아들녀석의 한마디,

"엄마, 중앙일보를 볼 때는 완전 2MB 찬가였는데, 확실히 경향은 다른 것 같아. 머릿기사부터 어~~ 이렇게 써도 되나? 놀랐어." 라는 말로 소감을 피력한다. 어~ 이 녀석도 비판성향을 제대로 따라주겠군. 물론 신문이 그런 성향을 키우기도 하지만, 그동안 쌓인 '독서내공'으로 신문보는 눈이 생겼을 거라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러는 나는, 거의 1년도 넘게 신문을 제대로 안 보았다. 대충 머릿기사나 부자 신문답게 찬란한 섹션을 자랑하는 '열려라 공부' 'Weekend' 'Book'정도나 가물에 콩나듯 훑어보았다. 내가 신문 안봐도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대한민국도 여전히 돌아가고 있으니, 굳이 누가 어떤 논조로 무슨 말을 썼을지 뻔히 아는 신문을 머리 아프게 보겠는가 아줌마스런 사고에 젖어버렸다.

자~ 이제는 우리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라도 슬슬 '경향신문'을 봐 주셔야 할 것 같다는 맘을 먹었는데, 9시 뉴스에서 재밌는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께서 미국을 방문해 대통령을 부시별장에서 만날 거라나~ 대단해용 부라보! '고이즈미'부럽지 않겠구만!ㅎㅎ'영어올인'한다고 자랑하려나, 아니 내친김에 이라크 파병 늘리겠다 알랑거릴까 심히 걱정되어, 손택수시집 '목련전차'를 보다가 큰딸한데 읽어주었던 '콘돔전쟁'이란 시가 뜬끔없이 생각나더이다.^^

   
 

콘돔전쟁     -손택수-

걸프전 때도 그랬고

아프카니스탄 침공 때도 그랬다.

사막에서 전쟁이 시작되면

콘돔 회사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막이용

총구덮개로 콘돔이 힘을 쓰기 때문이다

주도면밀한 강간범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총열에 덮어씌운 콘돔

드르륵 드르륵 교성을 지르며

총알은 단번에 콘돔을 찢고 뛰어나가

모래언덕 깊숙이 파고들어가 박힌다

무진장의 석유를 애액처럼 핥아댄다

CNN을 타고 생중계되는 미국식 포르노

바지를 까내린 점령군들 허여멀건 엉덩짝이 보이지 않도록

빙 둘러서서 망을 봐주고 있는 이십일 세기

뭔가 더 짜릿한 장면이 없나, 드르륵드르륵

나는 충혈된 눈으로 밤새 채널을 돌린다

 
   

 

흐흐~~~~ 난, 이런 맛에 시인이 좋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8-03-0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특이한 시네요..

순오기 2008-03-07 01:27   좋아요 0 | URL
정말 특이하지요. 그러면서 통쾌한 느낌이~ㅎㅎㅎ

bookJourney 2008-03-07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바꾸는 거 귀찮아서 계속 ㄷ 일보를 받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바꿔야할까 봐요. 방송에서 다룰 정도로 2MB 찬가라서 말이지요 ㅠㅠ (용비어천가가 따로 없어요, 정말.)

순오기 2008-03-07 01:29   좋아요 0 | URL
우린 참 찬가가 많았어요. 용비어천가를 필두로 서울의 찬가와 정권마다 나오는 수두룩한 찬가들~~ 참 발전없는 모양새라니!ㅉㅉ

2008-03-07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3-07 12:31   좋아요 0 | URL
옙, 저도 동감합니다. ㅠㅠ
열심히 살펴서 권면할랍니다~~~~^^

L.SHIN 2008-03-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또 하나 시집을 사게 생겼군 ㅋㅋ
저 출판사에서 나오는 시집 시리즈는 다 저런 깨끗한 이미지인데다 좋은 시인들이
많아서 좋은거 같습니다.^^

순오기 2008-03-07 17:25   좋아요 0 | URL
S님, 신문 바꾸라는 페이퍼인데 시집을 사시겠다고라~ㅎㅎ 그럼 땡스투 해줄실거죠?^^ '목련전차'에 실린 시들이 제 정서엔 딱 맞더군요.'자전거 연애학'은 전번에 올렸고 앞으로도 '닭발'과'단풍나무 빤스'등 올릴 게 많아요.^^

L.SHIN 2008-03-07 21:49   좋아요 0 | URL
그럼요, 당연히 오기님한테 Thanks~♡ 해야죠 ^^
좋은 시 자주 올려주세요~

순오기 2008-03-08 14:57   좋아요 0 | URL
좋은 시인과 시가 있어, 그래도 숨통이 트이고 살만한 세상입니다!^!

다락방 2008-03-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시 좋은데요!

순오기 2008-03-09 01:50   좋아요 0 | URL
손택수 시인이 '목련전차'로 무슨 시문학상인가 받았던데...찾아보긴 귀찮고 가물거려요. 암튼 좋은 시가 많은 시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