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투표를 하기 전에 이 영화를 꼭 보면 좋겠다. 이 영화는 의료보험민영화의 폐해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미국의 현실과 의료선진국인 캐나다, 프랑스, 영국, 쿠바의 사례가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큐가 보여주는 리얼리티와 충격에 눈물이 흐르고 분노가 치솟는다.

잘사는 줄만 알던 미국의 진실, 의료보험 민영화로 돈없는 서민들은 병원진료를 받을 수 없다. 잘린 손가락의 접합수술비가 6만달러나 되어 잘린 손가락을 버려야 하는 나라.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를 택시에 실어다 버리는 나라, 암에 걸렸거나 교통사고도 제대로 보험 혜택받지 못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이익창출이 목적인 보험사가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치료와 지불을 거부한다. 고위 관리자들은 그렇게 창출된 이익금으로 엄청난 연봉을 받고, 그들이 거절한 환자의 가족은 열에 들뜬 아이나 암에 걸린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

9.11의 테러범들은 최고의 의료혜택을 받는데, 9.11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봉사한 구조대원들은 질병으로 죽어간다. 미국정부는 그들의 봉사를 인정하지 않고 헌신짝처럼 버린다. 악당들은 최고의 대우를 하면서 진정한 영웅을 버리는 국가, 국민들이 많이 알면 국가에 저항할까봐 정보와 지식을 차단하고 오직 '기'를 죽여 순종하게 만든다니? 이것이 오늘 날 미국의 정책이고, 모든 미국적인 것을 따라하는 대한민국, 곧 우리의 현실이 된다.

마이클 무어는 천연스레 정말 그럴까? 질문을 던지며 국민 누구나 공짜로 치료해주는 나라를 샅샅이 뒤진다. '안 되는 것도 있겠지? 에이~ 정말 무조건 공짜로 해주겠어?' 관객을 마음대로 끌고 다니며 궁금증을 확실하게 풀어준다. 이 나라는 의료뿐 아니라, 육아 교육 모든 걸 국가가 책임지는데, 그렇다면 미국은 왜 안되는 거지?  미국 국회의원의 4배가 넘는 로비스트들이 활동하는 나라, 보험사와 제약회사들이 건네는 검은 돈을 제일 많이 받은 자가 누구인지 1등, 2등... 말주머니에 그들이 처먹은 금액까지 넣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들이 왜 병폐가 명백한 의료제도를 통과시켰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부자만을 위한 나라, 미국을 따라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을 보듯 뻔하다. 닉슨부터 부시까지 그들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인지, 병원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치료받고 좋은 약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 법안에 싸인하는 걸 영광이라 말했다. 자아~ 이렇게 나쁜 제도로 검증된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2MB정부를 우린 어떡해야 할까? 이 영화를 보면 그 답은 확실하다.

이 영화를 보고도 의료보험민영화가 무엇인지, 그 폐해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면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39292&에 들어가 보시라.(메피님의 서재에서 옮겨옴) 그리고 이해된다면 '의료보험 민영화 반대'에 당당하게 서명하시라. 마이클 무어는 이제 알았다면,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고 외친다. 그래야 나쁜 것이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라고....

4월 7일 월요일 9;50 상무점 8관, 이 영화의 관객은 오로지 우리 9명뿐이었다. 이런 영화는 많이 봐야하는데, 전국에 개봉관도 몇개 못 얻었지만, 개봉해도 외면당하기 일쑤다. 택시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꼭 봐야 할 영화로 강추하면서, 독서회원들이 카페에 남긴 소감을 덧붙인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ㅅㅇ: 꼭 봐야할 영화. 이웃에게 널리널리 알려야 할 영화를 보았어요.

ㄱㅅ: 식코(sicko:아픈것들)..민영 보험과 영리병원이 압도한 미국의 의료 현실을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 너무너무 잘 보고 온 영화.

ㅈㅇ: 충격적인 미국의 의료현실을 고발한, 마이클 무어가 취재하고 알리는 형식으로, 일부 권력층의 비리가 얽혀있는 내용이다. TV에서 방영되어 모든사람들이 인식해 할 문제라 여긴다. 의료 민영화는 없는 서민들만 쥑이는 정책이다. 아! 열난다~~~

ㅇㅅ: 너무나 눈물나서 영화가 끝나고도 일어설 수 없었다.

**이 영화의 제목인 <식코>는 사전을 찾아보니 미국의 속어로 정신병자를 이른다고 나왔던데, 이 영화는 단순히 아픈 사람들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과연 어떤 자들이 미친놈이고 정신병자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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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8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에 7명만 보이네요. 아홉분이 가셔서 여덟 분은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예요.
이 영화 모두가 봐야 하는데 선거날보다 좀 더 일찍 개봉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순오기 2008-04-08 10:24   좋아요 0 | URL
ㅎㅎ 두 사람은 우리 회원이 아니라 따로 찍은 네명속에 있어요.^^
그러게요. 더 일찍 개봉했으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끼쳤을텐데 아쉬워요.ㅠㅠ

Mephistopheles 2008-04-0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같이 보신 분들은 아무래도 이번 선거에 영향이 되었을 다큐멘터리 겠습니다.^^

순오기 2008-04-08 09:55   좋아요 0 | URL
예~ 이중엔 경부운하가 필요하다는 회원도 있었는데... 어제 엄청 충격받은 영화였다며 현실에 좀 눈을 뜬 것 같아요. 어제 회원들이 이런 영화 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메피님 덕분에 제가 인사 받았어요.^^ 좋은 영화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뽀송이 2008-04-08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저도 이 영화 꼭! 보려구요.
우리도 미국처럼 의료보험이 민영으로 돌려지면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할까요.ㅡㅜ 거기다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병원마저 난립한다면 생각만해도 병 날것 같아요.ㅡㅡ;; 영화 보신분들이 많이 충격적이라고 하시더군요.

순오기 2008-04-08 10:36   좋아요 0 | URL
혼자 보지 말고 주변에 누군가를 꼭 보게하세요~~ 많이 많이 알려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우리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도록요.^^

가시장미 2008-04-08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이 영화 꼭 봐야겠어요. 엊그제 친구들이랑 소풍다녀왔는데, 이제는 단체로 영화관람 해야겠어요. 으흐 기대되는 영화에요! :)

순오기 2008-04-08 11:45   좋아요 0 | URL
단체영화관람이 때론 좋지요.^^ 함께 보고 울분을 나누며 우리의 의료보험 민영화를 저지하는데 힘을 보태야죠.불끈!!

bookJourney 2008-04-08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희 어머님께도 보여드리면 좋겠네요. 어머님과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섰더니 요즘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대화를 피하시는 ... ^^;;

순오기 2008-04-09 03:47   좋아요 0 | URL
정치적으로 반대입장이면 참~ 그거 난감해요. 정서적으로 한맘일 수 없을때의 묘한 분위기...이 영화 하나면 끝이겠어요. 아~ 그런데 투표하기 전에 봐야 좋은데, 이거 먼저 보여드리고 투표하면 안될까요?ㅎㅎ
 
조지 아저씨네 정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35
게르다 마리 샤이들 지음, 베너뎃 와츠 그림,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리뷰를 쓴 '오소리네집 꽃밭'이 우리나라의 자연스런 꽃밭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외국의 자연스런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가 반듯하게 인공적으로 가꾼 정원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그림을 곁들였다. 색연필과 파스텔로 칠했다는 부드러운 그림만큼이나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좋은지 어린 데이지꽃을 통해 보여준다. 그림만 봐도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조지 아저씨네 정원이야기는, 유치원 또래와 저학년들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구렛나루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조지 아저씨, 아저씨만 봐도 푸근한 정이 묻어나온다. 아무렇게나 나고 자라듯 헝클어진 것 같은 정원이지만, 아저씨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준다. 꽃과 새와 동물들과 말을 나눌수 있는 아저씨는 조그만 정원이라고 속상해하지 않고 충분하다고 말한다. 꽃들에게 물을 주면서도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란다."말하는 아저씨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어느날 높은 담으로 둘러친 이웃집 정원을 들여다 본 조지아저씨, 정원 식구들에게 옆집 얘기를 들려주었다. 눈부신 장미와 기품있는 백합, 우아한 카네이션에 대해서도... 아저씨는 자기 정원을 좋아하니까, 어린 꽃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데이지꽃은 이웃집 정원을 동경했다. 장미와 백합 옆에서 활짝 피어나고 싶어서 조지 아저씨네 정원에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마음 착한 조지 아저씨, 데이지 꽃이 원하는 대로 해주려고 밤중에 몰래 옆집 정원에 심어놓았다.

정원 잔디밭 한가운데 있는 데이지꽃을 본 옆집 아저씨. "어떻게 잡초가 여기 있는거야?"투덜대며 파내어 거름더미에 버렸다. 아~ 지켜보던 조지 아저씨, 데이지를 살리기 위해 정원의 식구들과 의논을 했다. 궁리하던 식구들은 나이팅게일 새가 데이지를 물어와 제자리에 심어주자 비로소 편안한 잠자리에 든다.

어린독자들은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아낸다. "남의 집을 엿보거나 탐을 내선 안돼요. 자기가 있을 자리를 잘 알아야 행복해요. 조지 아저씨는 왜 잔디밭 한가운데 데이지를 심어놔요?" 등 자기들이 느낀 것을 제각각 풀어내며, 어른들이 생각하는 제 분수를 알라는 교훈 뿐 아니라 다양한 감상을 풀어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원하는대로 해줘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 조지아저씨가 멋지다! 아름다운 정원은 돈으로 꾸미는 것이 아니라, 꽃과 나무와 새들이 노래하며 행복을 느낄 때 이루어지는 천국이다. 정원이 아닌 우리집이나 우리학교로 바꾸어봐도 좋을 듯하다.

책 뒤에는 작품해설과 더불어 작가와 화가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충분히 이해하도록 친절히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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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0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 완전 좋아요! 그림 속 아저씨가 빨강머리앤의 매튜 아저씨 떠올리게 해요. 푸근한 인상이 편안합니다. 순오기님 서재에 봄이 활짝 피었어요!!

순오기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오호~ 푸근한 인상이 매튜아저씨를 떠오르게 했다니 좋아요.^^
봄이 활짝 핀 서재에서 님도 봄맞이 활짝 하셨나요?^^

bookJourney 2008-04-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따사로운 봄 햇살이 느껴질 것 같은 그림책이네요.

순오기 2008-04-07 23:09   좋아요 0 | URL
봄빛, 봄햇살...다 정겨운 느낌이지요.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들도요.^^

비로그인 2008-04-0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정말 예쁘네요.
저만 볼게 아니라 아이들도 보여주고 싶어요.

순오기 2008-04-07 23:10   좋아요 0 | URL
그림책 느낌이 정말 포근하고 좋아요.
이래서 제가 그림책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세실 2008-04-08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텔톤 그림이 참 따뜻해 집니다. 조지아저씨의 푸근함이 이곳까지 전해지네요.

순오기 2008-04-08 17:12   좋아요 0 | URL
그림도 좋지만 조지아저씨의 인간성은 더 좋아요.^^

희망찬샘 2008-05-2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이 너무 많군요. 어서 우물 안 개골이를 벗어나야 할텐데...

순오기 2008-05-25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서 좋은 책 정보를 많이 얻어요. 희망찬샘님께도요.^^
 

헉~ 이런 숫자가.... 오늘 100, 총 28000 방문

나도 3만 이벤트 해야지 벼르고 있는데, 오늘 밤 이런 숫자가 잡혔어요.

3만 이벤트는 한 열흘 쯤 뒤에 하겠지만, 그냥 저 숫자가 흐뭇해서 올려봤어요.^^ 

*비록 손바닥만한 화단이지만, '오소리네집 꽃밭'같은 우리집의 봄풍경이에요.^^


우리집 화단에 핀 민들레, 어찌나 이쁘던지...


한 열흘 전에만 해도 이랬는데, 해가 잘 비치니까 벌써 봉오리가 맺혔어요. 곧 활짝 핀 '매발톱' 꽃을 감상할 수 있을 거에요.^^

몇년 전 꽃대를 꼽아 놓았더니 잘 살아서 해마다 꽃을 피우는 머위(머웃대)의 생명력~~



계절마다 주인공이라고 알아서 피어나는 꽃이 있어 좋아요. 요 하얀꽃이 무슨 꽃일까요?
제 이미지를 빨간 장미에서 하얀 꽃으로 바꿀건데, 1,2,3,4 중 어떤게 좋을까요?^^                   


1.                                                                 2.

3.                                                                4.

5.민들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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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4-0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이요 3번~~~

순오기 2008-04-07 00:41   좋아요 0 | URL
나도 처음에 3번을 찜했는데...^^ 노란 민들레가 섭섭할거 같기도 하고...

2008-04-07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4-07 0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랬어요.^^

bookJourney 2008-04-07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3만이 되시는군요~ 미리 축하드려요 ~~~
전 번호에 없는 노란 민들레요~~ (초등학교 때 1~4번 중에 답이 없다고 5번을 만들어서 쓰고 온 전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 ^^)

순오기 2008-04-07 08:35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노란 민들레가 자꾸 눈에 밟혀요. 5번을 민들레로 수정해야지.ㅋㅋㅋ빨강, 노랑, 하양... 이렇게 계절 따라 갈까봐요.^^
독서회원들과 영화 <식코>보러 이제 곧 나갑니다!

무스탕 2008-04-07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이뻐라~~~ >_<
저렇게 알아서들 피어주는 이쁜것들.. 정말 봄인가봐요~ ^^

순오기 2008-04-07 23:11   좋아요 0 | URL
봄봄봄봄봄이 왔어요~ 순오기 마당에도 서재에도...탕님께도 나누어 드릴게요!ㅎㅎㅎ

세실 2008-04-08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이쁘네요. 매화?
아기자기한 화단입니다. 요즘 타샤의 정원 읽고 감동받고 있습니다.

순오기 2008-04-08 17:14   좋아요 0 | URL
찍을때부터 염두에 두었는데, 3번 왼쪽에 보이는 꽃잎이 망설이게 하길래...
'자두꽃'이에요. 작년 식목일에 심은 거라서 아직 어린 나무에요.^^

세실 2008-04-09 08:19   좋아요 0 | URL
아하 자두꽃~ 그렇군요. 꽃이 참 예뻐요

 
오른발, 왼발 비룡소의 그림동화 37
토미 드 파올라 글 그림, 정해왕 옮김 / 비룡소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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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는 여러번 읽어도 몰랐다. 이 책이 그렇게 눈물 나는지를...... 토요일에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울컥~눈물이 솟구쳐 계속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아, 이 난감함이라니! 잠시 쉬는 척하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읽었지만, 눈치 빠른 녀석들은 알아채고 숨죽였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보비'라 이름 짓고, 처음으로 한 말이 '보브'였다는 각별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려서 할아버지는 손자의 손을 잡고 '오른 발 왼 발' 걸음마를 가르쳐 준 분이다. 블럭쌓기를 할때마다 맨 위에 코끼리 블럭만 올리려면 재채기를 하는 할어버지. 와르르~ 무너진 블록쌓기였어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추억은 깊었다. 아, 이런 애틋한 추억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없이 부럽다.

우리 애들에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할아버지가 손주들과 놀아주기엔 너무 점잖은 어른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할아버지한테 친밀감을 많이 느끼지 못한다. 외할아버지는 잘 놀아주셨지만 너무 멀리 살아 1년에 한번이나 만나는 정도였고, 이젠 사랑이나 추억을 나눌 수조차 없다. 아쉽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이 다음 내 손주들이랑 같이 놀아주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자고 다짐한다.

보비가 다섯 살이 되고 할아버지가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보비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고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빨리 할아버지가 낫기를 바라며 석달이 지났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기에 집으로 할아버지를 모셔왔다. 보비는 반가움에 달려갔지만, 할아버지는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할아버지가 보비를 부르는데 괴물같은 소리만 나왔다. 보비는 놀라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가니, 할아버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보비는 "할아버지, 도망가려고 했던 게 아니에요. 무서워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데, 아~~~여기서 울컥 눈물나더라.ㅠㅠ



자기를 알아본 할아버지를 위해 보비는 블럭쌓기를 한다. 할아버지는 웃음 비친 얼굴로 바라보다 코끼리 블럭이 올려질 때, 역시 재채기를 하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다. 탑은 쓰러졌지만 손자와 할아버지는 즐겁게 웃었다. 이제 곧 할아버지가 나으실거라는 생각을 하며..... 할어버지는 조금씩 말하기 시작했고, 숟가락도 들었고 걸음도 걷고 싶어하신다. 보비는 할아버지가 자기의 어깨를 잡고 걸을 수 있게 '오른 발 왼 발'하며 걸음마 연습을 시킨다. 예전엔 할아버지가 보비에게 가르쳐준대로......



보비와 할아버지는 '오른 발 왼 발' 하면서 열심히 걸음마를 연습했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할아버지는 잔디밭 끝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 보비는 어떻게 걸음마 했는지 '오른 발 왼 발'하면서 끝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색과 선으로 할아버지와 손자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낸 그림이 분위기를 잘 전한다. 뭉클하면서 눈물어린 감동이 일렁이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 얘기가, 요즘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사랑은 추억이다.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사랑의 추억이 많이 있어야 나중에도 함께 나눌 수 있다.

한 때 뇌졸중으로 자유롭지 못했던 친정아버지가 생각나 더 가슴 아팠다. 아이들보다는 이런 사연이나 추억이 있음직한 부모가 더 좋아할 책이지만, 따뜻한 심성의 아이로 자라기 원한다면 자주 읽어주고, 할아버지 할머니와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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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4-0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울컥 ...
중풍과 치매로 고생하셨던 친할머니도 떠오르고, 돌아가신 시아버님도 떠오르네요.

순오기 2008-04-06 23:31   좋아요 0 | URL
울컥~~~ 다들 이런 사연 하나쯤은 있죠.
우린 건강관리 잘해서 이런 아픔 만들지 말아야할 텐데...

책방꽃방 2008-04-0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 저도 참 좋아하는 책입니다. 다시 보고싶네요^^

순오기 2008-04-06 23:32   좋아요 0 | URL
책방꽃방님 반가와요~~ 우리 만나게 한번 안 불러주시나?^^
저도 볼때마다 따뜻함이 느껴져 좋아요.

마노아 2008-04-0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찌르르 했어요. 아이의 솔직한 표현에 같이 울컥 했네요.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은 며느리되는 엄마에게는 참 힘든 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추억 한아름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울 할아버지는 잘 놀아주시기보다 TV채널 때문에 늘 손녀들과 싸웠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긴 했지만요^^;;;

순오기 2008-04-06 23:35   좋아요 0 | URL
그러죠. 며느리는 힘들지만 손주들에겐 좋은 추억...
우리애들도 할아버지 모시고 살자니까, '할아버지랑 별로 안 친하잖아!'이런 반응이었어요.ㅠㅠ 함께 살면 더 친밀감을 느끼겠죠. 요즘은 대부분 TV를 방에 따로 갖고 있으니 채널 싸움은 안 할 듯해요.^^

뽀송이 2008-04-0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마 이런 책 읽어주라고 하면 울컥~ 하면서 심하면 눈물까지 주룩주룩 흘릴거예요. 분명.ㅠ.ㅠ 전 이렇게 따스한 책이 좋던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요? 저희 집 아이들이 중고생이라 어린 친구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우리도 자식 낳고 이만큼 키우다보니 부모 마음 어렴풋이나마 알겠고, 우리도 이 다음에 나이 먹어 늙어가려니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 벌써부터 바늘에 콕!! 찔린 것 같아요.^^;;
어머나~ 또 말이 길어졌어요. 월욜~ 피곤하지않게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셔요.^.~

순오기 2008-04-07 13:19   좋아요 0 | URL
영화 식코 보고 왔어요. 독서회원들과 같이....
애들도 이 책 읽고나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편지 썼어요. 할아버지댁에 자주 가는 아이들은 깊은 정이 잘 표현되었더군요. 우리 마음 같지야 않겠지만, 저희들도 크면 알겠죠~ ^^

2008-04-0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4-07 23:1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천랑 2010-01-2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이 할아버지 기일입니다...
검색창에 무심코 할아버지를 쳤다가 어렸을 때 본 이책표지를 보고 왔네요.
저희 할아버지도 뇌졸중으로 말을 잃으시고 잘 움직이시지도 못했어요.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놀아주셨거든요...저도 항상 할아버지를 따랐구요...
할아버지가 잘 못걸으실때 제가 항상 잡아드린 기억이나네요...이젠 그러지도 못하지만...
자꾸 눈물이 날라고 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순오기 2010-05-01 02:41   좋아요 0 | URL
그런 추억이 있으니 할아버지가 많이 그립겠네요.
사랑은 역시 추억으로 간직되는 거 같아요.
 
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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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권정생님의 작품이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주게 하는 그분은 이 책에서도 역시 그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부자들이 많은 돈을 들여 꾸민 빛나는 정원이 아니라, 들풀처럼 소박한 우리네 꽃밭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준다. 유치원기나 초등저학년에게 좋은 책이다.

꽃과 나무를 심는 봄이다. 엊그제 식목일이라 나무 한 그루, 꽃 한포기라도 심은 가정은 뿌듯한 맘으로 보냈겠지만, 대다수는 식목일과 별 상관없이 살고 있다. 내가 나가는 학교는 식목일이라고 화단에 갖가지 꽃을 조르르 심어 놓았다. 그런데, 그게 대부분 외래종 꽃이라 이 책에 나오는 꽃밭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도 퇴근길에 꽃을 보면서 반가움에 빙그레 미소가 번졌다. 꽃은 이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

오소리네 꽃밭은 어디일까? 회오리 바람에 장터까지 40리나 날려갔던 오소리 아줌마, 장구경도 하고 오소리 냄새가 풍기는 길을 따라 돌아오다가 예쁜 꽃밭이 있는 학교 울타리도 슬쩍 넘겨다 본다. 봉숭아, 채송화, 접시꽃, 나리꽃......이름조차 모르는 꽃도 많이 피었다.

'와아~~~ 예쁘다. 우리집도 꽃밭을 가꿔야지!' 감탄하고 돌아와 남편에게 꽃밭을 일구자며, 꾸벅꾸벅 졸다가 날려갔던 건 시치미 뚝 떼는 귀여운 오소리 아줌마.^^ 괭이를 들고 나선 남편 오소리, 괭이질을 하려는데 모두가 꽃천지다. 패랭이꽃, 잔대꽃, 용담꽃, 도라지꽃... 어디를 파서 꽃밭을 일구어야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우리집 둘레엔 일부러 꽃밭을 만들지 않아도 이렇게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구나!"   "그건 그래요. 이른봄부터 진달래랑 개나리랑, 늦가을 산국화까지 피고 지고 또 피니까요."  "겨울이면 하얀 눈꽃이 온 산 가득히 피는 건 잊었소?"

부부는 하하 호호 웃으며 자연이 준 꽃밭을 맘껏 즐거워한다.^^ 이 책 속의 모습은 나 어릴때 눈만 뜨면 보이는 모습이었다. 누구네 집이나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멋진 꽃밭이 있었고, 들판이나 산자락 길모퉁이까지 지천으로 피는 꽃을 내내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꽃이름 나무이름을 절로 알게 되는 자연공부였는데, 요즘엔 식물원에 가거나 도감을 찾아서 이름을 익혀야 되니, 아이들은 슬기로운 생활을 어려워한다.ㅠㅠ

이 책의 비밀 하나. 표지만 들추면 살짝 숨겨놓은 그림처럼 오소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잘 드러나지 않게 비밀그림처럼 숨겨놓은 건, 무심코 넘겼다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배려일까?^^ 정승각선생님이 그린 검은바탕에 굵은 붓자국과 검은선의 그림이 좀 산만스럽지만, 여러번 보면서 그림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아이들 반응도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자꾸 들여다보며 그림의 맛을 느끼는 듯했다. 나오는 꽃 이름중에 아이들이 아는 것은 봉숭아, 채송화, 나리꽃 정도... 접시꽃은 그나마 할아버지댁이 시골에 있는 아이들만 알았다. 

 

자~ 권정생선생님이 들려주는 오소리네 꽃밭을 읽고, 아이 손잡고 나서기 좋은 계절에 어딘가에 남아 있을 자연 꽃밭을 찾아 봄나들이라도 떠나실까요? 더불어 '이름모를 꽃'이라 하지 말고, 꽃이름 나무 이름도 익히면 더욱 좋은 체험학습이 될 듯하다.^^


댓글(4) 먼댓글(1) 좋아요(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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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억하며...
    from 파피루스 2008-05-17 16:35 
    2007년 5월 17일,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과 다섯 평짜리 흙집을 남기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곁으로 가신 동화 작가 권정생님. 바로 오늘은 하늘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올려봅니다. 살아 생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화를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은, 유언에서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
 
 
bookJourney 2008-04-06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볼 땐 잘 모르다가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보면서 더 정이 드는 책이지요~ 꼭 오소리네 집 꽃밭처럼요. ^^

순오기 2008-04-06 16:54   좋아요 0 | URL
아하~ 님도 그러셨군요. ^^ 오소리네집 꽃밭같은 자연이 그립군요.

마노아 2008-04-0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판 리디아의 정원 같은 느낌일까요? 우리 꽃이라니 더 정겨워요.
그나저나 한약은 다 드셨어요? 요샌 밀가루 먹을 수 있어요??

순오기 2008-04-06 23:41   좋아요 0 | URL
리디아의 정원은 리디아가 손수 가꾼 거지만, 오소리네 꽃밭은 자연이 주신거라는 게 다를까요! ^^ 하여간 꽃피는 봄이라 꽃이야기 책이 읽히네요.
한약은 다 먹었고, 선식을 안 먹어서 어제부터 수요일까지 쉬니까, 하루 세끼 다 선식 먹고 있어요. 한 2Kg 빠지려나 기대하며...^^ 한약먹으며 덕분에 커피도 끊었고, 밀가루음식이나 고기류는 가급적 먹지 않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