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늦가을 밤을 시와 음악과 문학 강연으로 수놓은, 광산하우스콘서트 신형철 포엠콘서트 ‘시, 재즈로 읽다‘는 진정한 힐링 시간이었다.

샌드 아티스트인 주홍의 진행으로 광주국악방송 ‘주홍의 무돌길산책‘ 녹음도 병행됐다.

무대에 오른 신형철교수는 국문학사에 가장 오랜 고조선의 ‘공무도하가‘로 학창시절 기억을 소환하며 시심을 열어주었고, 한충은의 대금과 포레스트 연주로 소리꾼 이**은 공무도하가와 쑥대머리를 노래했는데, 역시 우리 소리 참 좋다!

남도의 ‘서정‘과 ‘저항‘이라는 키워드로 시의 보편성과 남도라는 지역성을 고려해 김영랑과 박용철, 황지우와 한강의 시를 소개했다. 시민이 참여한 시 읽기로 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와 ‘북‘, 용아 박용철의 ‘밤 기차에 그대를 보내고‘를 들은 후 신영철교수가 영랑과 용아 관계 및 일제치하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살린 시문학을 강의했다.

윤난실공익지원센터장이 읽은 황지우 시인의 ‘윤상원‘을 들으며 먹먹한 감동이 스며들었다. 5.18 마지막 수배자인 윤한봉선생 조카라는 윤난실센터장이 윤상원과 영혼결혼을 한 들불야학 박기순과의 인연을 얘기했다. 초등 5학년인가 고향가는 길을 함께 걸어갔다고...

신형철교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5.18과 윤상원 열사를 소개했다. 윤상원은 ‘제대로 살고 있는가?‘ 자문하며 부끄럽지 않으려고 ‘죽기 위해 살자!‘는 혈서를 썼다고...역사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색동회 고미란이 읽은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시낭송 전문가처럼 잘했다는 칭찬과 더불어 시해설을 곁들였다. 시 강독과 해설 사이에 퓨전재즈밴드 ‘더블루이어즈‘의 노래와 연주로 시심과 분위기를 업시키는 기획도 좋았다.

운명을 의인화한 한강의 ‘서시‘를 직접 읽고, 운명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를 언급했다. 인생은 예습복습과 연습도 할 수 없지만, 문학작품을 읽으면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을 연습하고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두 번째 삶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76년 대구에서 태어난 젊은 비평가 신형철은 4년 전 조선대 교수로 오면서 짐싸서 내려와 광주시민이 되었다. 몇 해 전 송정역에서 우연히 황지우 시인을 만났을 때 ˝고맙다˝고 하셨단다. 앞뒷말 없이 ‘고맙다‘고 하셨지만 ‘내가 고맙다는 말을 들을만 한가?‘자문하며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남도의 문학과 정신을 배우고 소개하며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황지우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고맙다‘고 말했는지 온전히 알것 같았다. 오늘 내가 받은 가장 큰 감동은 광주시민이 된 신형철교수 자체였다. 남도의 서정과 저항은 ‘징하다‘는 말에 담긴다 했고, 진행자 주홍은 ‘징허게 귄있다‘는 말로 답했다. 신형철교수는 광주시민 4년차답게 ‘귄있다‘는 말도 알아듣는다고 화답~^^

시를 잘 읽고 싶다는 주홍의 마무리 질문에 소중한 것은 공짜로 얻을 수 없으니 시간을 쏟으라고 말했다. 89년 광주시민이 된 내가 앞으로 문학평론가 신형철과 그의 책을 더 많이 사랑할 듯하다.♥^^

2시간을 꽉 채워 9시 30분에 끝났는데도 사인회를 가졌다. 동행한 지인은 하현우의 팬으로 그의 노래로 ‘몰락의 에티카‘와 신형철의 팬이 되었다 고백했고, 나는 ˝알라딘에 선생님 팬 많은거 아시죠?˝ 했더니 ˝요즘엔 많지 않던데요.˝하셨다. 알라딘에 신형철 팬이 많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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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12-02 0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형철씨가 조선대 교수가 되셨군요. 조선대가 광주에 있는 줄도 모르는 무식한 일인~~~ㅠㅠ
언니의 글을 읽으니 충만한 모임이 느껴집니다.

순오기 2017-12-03 02:20   좋아요 2 | URL
조선대는 민족조대라고도 불리는 민립대학으로 자리매김했죠.^^ 나희덕시인도 교수로 있고...

2017-12-02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7-12-03 02:22   좋아요 2 | URL
현장감이 느껴졌다니 다행이어요. 차분하고 짧은 핵심강의가 나는 좋았는데, 지인은 힘이 넘치는 강의를 대했다고...^^

순오기 2017-12-07 0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000님의 요청으로 일부 사진 삭제하고 실명도 00으로 처리함!!

2018-01-10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광산구에서 신형철님을 만납니다~♥

문예회관에 도착해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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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9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헐 강의제목 끝내주네요. 즐거운 시간 되셔요^^

순오기 2017-11-30 02:16   좋아요 3 | URL
챕터별로 짧은 강연과 음악과 시가 어우러진...참신한 기획이 좋았어요!♥

라로 2017-11-30 01: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언니 나이를 거꾸로 드시나요???? 노랑모자 넘 이뻐욥!!!!!!>.<

순오기 2017-11-30 02:18   좋아요 3 | URL
이렇게 댓글을 달면 사진을 24시까지만 두겠다 했는데 지울수가 없잖아요.ㅋㅋ
동행한 지인의 핸폰이 좋아서 잘 나왔어요!!^^

라로 2017-11-30 02:41   좋아요 3 | URL
이뻐요 이뻐!! 😍
모자도 목도리도 뭣보다 언니가!!!

라로 2017-11-30 02:55   좋아요 3 | URL
저는 프야님 책 읽고 있었어요. 이제 수업 들어가려고요~~~ 좋은 꿈 꾸세요~~~❤️
근데 언니 설마 24시간 후에 삭제하시려고 안 주무시는 건 아니죵???ㅎㅎㅎ
 

 

 

 

 

 

 

 

 

 

최규석.하종강 강연 시작하기 전...

자칭 큰누나 자격으로
어제 도착한 6권을 가져와 싸인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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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최규석 강연에 참석하려고 ‘송곳‘1.2.3권을 다시 읽었다. 11월에 출간된 ‘송곳‘ 4.5.6권을 포함 5만원 이상 주문했더니 멋진 도자기 식판과, 2018년 송곳 다이어리도 같이 왔다.

다이어리도 좋지만 도자기 식판은 깔끔하고 예쁘다. 이 식판에 반찬 뿐 아니라 과일이나 비스킷 등 어떤 걸 담아도 예쁘고, 입안에 침이 절로 고일 듯...♥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일정액의 구매자에게 선물하는 알라딘 굿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알라딘에는 책보다 굿즈 상품을 받기 위해 책을 산다는 이들도 많다죠? 어쩌면 나도 굿즈를 받으려고 책을 사는 건 아닌지... 그얼다 아니다는 그대의 선택...^^

이제 송곳 4.5.6권 읽기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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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17-11-23 1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님을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정말 바른생활이고 마음 따뜻한 분이에요. 그 분을 보면서 저도 더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순오기 님 오랜만이에요^^ 서재 열었어요.

순오기 2017-11-25 04:20   좋아요 1 | URL
네~ 최규석작가, 겉은 차가워보여도 따뜻한 사람이지요!♥
오랜만에 승주나무님 서재 들러 좋은 소식도 접하고...건필하십시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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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에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를 읽었는데 리뷰를 안써서 뒤늦게 끄적인다.

나는 주로 JTBC 뉴스를 본다. 특별히 손앵커님 나오는 월욜부터 목욜까지는 본방사수 한다. 혹 일 마무리가 안돼 퇴근이 늦어져도 jtbc 뉴스룸을 볼 수 없으면, 컴퓨터를 꺼버리고 그냥 퇴근한다. 이런 나에게 jtbc를 안 본다는 소설 제목은 반칙으로 느껴져 대체 어떤 인간 군상들이기에 jtbc를 안 보는지 궁금했다.

탄핵정국에서 촛불을 든 사람들과 태극기를 든 사람들로 나뉘었듯이, 우리 사회는 둘로 나누어지는 게 참 많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와 용이 날 수 없는 시대로 나뉘고, 소설 제목처럼 jtbc를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들로 나눈 세계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박생강 작가는 2015년부터 1년여 소설을 쓰지 않고 생계를 위해 일했다고 한다. 작가 경력 10년이 넘어도 전업작가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뜻이다. 근로 조건은 글과 관계되지 않을 것, 추가 근무가 없을 것, 월급은 적어도 상관없으나 지극히 게으르고 덧없이 나른한 망상에 빠지는 성정을 거스리지 않을 것 세 가지였다. 요건에 맞춰 대한민국 상위 1%만 이용한다는 신도시 피트니스 사우나에서 매니저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작가의 말에서 사우나 회원들의 대사 중 70%는 실제로 들은 것이며, 어느 것이 허구이고 현실의 복사판인지 추리해보는 것도 재밌을거라고 밝혔다.

일단 내가 모르는 남자 사우나에서 알몸의 군상들이 뭘 하는지 엿보는 재미와 가독성이 좋아 단숨에 읽었다. 상위 1퍼센트 인간들도 벌거벗으니 별 거 없구만, 가볍게 무시하며 조롱 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갑질하는 인간이나 을도 못되고 병이 되는 사우나 매니저도 똑같은 인간이라는 확인은 작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비록 어떤 모양이 될지 모르는 호떡 반죽같은 인생일지라도 웃을 수 있는 삶이면 좋지 않은가...

‘웃는 건 중요하다. 단단한 세계의 벽은 웃음 덕에 구멍이 나면서 조금씩 허물어진다. 그 벽에 구멍이 뚫리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우리가 사는 관념의 세계는 아주 단단하고 대단해 보이지만 웃음 때문에 작은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으로 빈틈이 보이면서 무너진다.‘(245~6쪽)

공교롭게도 주인공 태권이 사우나 매니저를 그만 둔 날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날이다. 사우나 이름을 ‘헬라홀‘이라 한 것은, 작은 구멍이 뚫려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고 갑과 을의 관계가 깨지며 양극화된 경제구조가 허물어질 것을 상징한 듯하다.

‘그들은 아랫것인 국민들의 항의에 중간관리자인 국회의원들이 표결로 1퍼센트의 권력자를 밀어내는 현실을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세상이 바뀐 거니까.‘(237쪽)

이 소설은 세계문학상에 응모할 때의 제목은 ‘살기 좋은 나라‘였다고 한다. 과연 누구에게 살기 좋은 나라인지 반어적 의미는 있지만, 최순실의 태블릿pc로 국정농단의 실체를 보도해온 ‘jtbc를 안 본다‘처럼 확실하게 치고 들어오는 제목이 좋다. 나도 이 책 제목이 ‘살기 좋은 나라‘였다면 끌리지 않았을지도. 역시 출판사 편집부의 감은 작가보다 한 수 위다.^^

박생강이란 필명으로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제1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진규라는 본명으로 쓴 ‘보광동 안개소년‘이 우리집에 있는데도 안 읽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작가에게 끌려 바로 보광동 안개소년도 읽어보았다. 박생강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할 만큼 두 작품이 다 좋았다.

※옥의 티: 249쪽 위 둘째 줄 오타
‘발화와 사건은 같은 ‘가‘기에=>‘시‘기에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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