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좀 빌려주세요 작은도서관 27
이규희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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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이규희 선생님의 '아빠 좀 빌려 주세요'는 5학년 2학기 읽기에 실렸다. 교과서 뒤 원전 수록 목록엔 성 바오로 출판사의 '뱅뱅이의 노래는 어디로 갔을까'라고 돼 있지만, 이번에 푸른책들에서 새로 나왔다.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남과 비교함으로 상대적인 행불행을 느끼는 것 자체가 현대사회의 문제다. 어른들의 이런 삶이 아이들 세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 책은 이런 행불행의 문제를 서로 마음을 전하는 소통으로 잔잔한 감동을 보여준다. 혼자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빠의 얼굴'에선 의사와 수의사라는 아빠의 직업이 비교돼서 승표는 속상하고, '아빠의 날개'에선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 온 옥희네의 경제상황이 비교된다. 왜 이렇게 상대적인 빈곤이나 박탈감을 느껴야 하는지 참 마음 아프다. 우린 남과 비교하지 않고는 행복할 수 없는 걸까? 잘난 사람들은 좀 넉넉함을 베푸는 아량을 가지면 안되는 걸까? 동화책을 읽고 이런 주제로 서로 마음을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아빠 좀 빌려 주세요'는 아빠의 부재로 '부자캠프'에 갈 수 없는 종우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전, 이 다음에 아빠가 되면 절대로 일찍 죽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아들하고 같이 부자 캠프에 가야 하니까요."(49쪽)라고 말하는 종우의 마음이 독자의 가슴에 짠하게 읽혀진다. 이런 종우의 마음을 헤아린 엄마는 아주 밝고 긍정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바로 이웃집의 '솔지 아빠'를 하루만 빌리자는 거다. 그래, 바로 요런 엄마가 필요한 세상이다. 무엇이든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아빠 없는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던 엄마가 찾은 대안에 짝짝짝 박수를 쳤다. 부족함을 탓하거나 처량하게 신세 한탄하지 않고 밝게 해결하는 모습이 좋다!

'들국화'에서 송이와 아빠의 문제는 독자들이 많이 공감할 거 같다. 크든 작든 아빠가 맘에 안 들거나 부끄러웠던 경험이 있을테니까. 아빠의 화상으로 흉한 모습을 친구에게 보이기 싫은 송이의 마음도 이해되지만, 아빠에게 매몰차게 구는 송이의 모습에서, 사춘기 적 아버지를 부끄러워 했던 내가 떠올라 기어코 눈물이 났다. 편지를 써놓고 조용히 여행을 떠난 송이 아빠의 마음을 헤아린 독자들은 잠시나마 효녀 효자로 돌아갈 것이다.

'아라비아에서 온 유리병'은 부모가 안 계신 영진이와 영혜가 따뜻한 할아버지의 선물로 마법같은 보물을 얻어 행복하다. '언덕 위의 별'은 고구마 장수와 마음을 나누는 지웅이의 따뜻한 심성이 느껴진다. 세상을 살면서 이웃간에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일이 소중하다는 걸 어린 독자들이 알면 좋겠다.

단편에 삽화가 들어있어 초등 2,3학년 정도면 읽을 수 있고,  따뜻한 마음의 소통이 느껴지는 훈훈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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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10-2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좋은 책 정보 얻고 갑니다.

순오기 2007-10-25 08:41   좋아요 0 | URL
홍과 수가 몇학년인지 모르지만, 2학년 이상이면 좋을 책이예요.
 

  10월 15일 어머니독서회원들과 화순 운주사로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다.  바로 이 책 '시가 내게로 왔다' 30쪽에 실려 있는 정채봉님의 '엄마'를 가을여행 자료 표지에 넣었다. 회원들과 시를 암송하며 가이드 교수님의 안내로 공부도 열심히 한 일상탈출이었다.

엄마      -정채봉-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하지만, 이 시처럼 와불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울 수는 없었다. 들어가지 못하게 줄이 쳐 있는데, 문화시민을 자처하는 사람이 들어갈 수야 없지 않겠나~~~ ^^

와불님 옆에 보이는 바위는 사모관대가 떨어진 것이라는데, 왜 제자리에 맞춰 놓지 않을까?

음, 이 표정~~~ 정말 옆에 눕고 싶은 마음이 와락~~



운주사 천불천탑을 조성하면서 이 와불이 일어서는 날, 바로 새 세상이 열린다는 염원을 담아 열심히 쪼고 다듬고 했다지요. 드디어 와불님을 일으켜 세우는 날, 오랜동안 뒷수발에 지친 행자승이 새벽이 오기도 전에 닭소리를 내었고, 와불을 일으키기 위해 발치부터 바위를 떼어내던 석수장이들은 혼비백산, 와불은 끝내 일어서지 못하고 말았다는.... 발치에는 떼어낸 흔적이 역력하더이다.


와불님의 표정을 보니 곁에 눕고 싶었다는 시인의 마음이 헤아려젔다. 엄마 없이 자란 시인은 그의 작품 속에 그런 소년을 그려 넣었다. '오세암'의 길손이와 누나 감이, '초승달과 밤배'에서 만나는 서난나가 바로 시인의 모습인 듯 가슴이 짠했는데, 와불님 곁에 누워 '엄마~'를 부르는 시인이 내 눈시울을 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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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0-21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 멋진 곳 다녀오셨군요. 저도 이 시 참 좋아하는데....

순오기 2007-10-22 08:21   좋아요 0 | URL
가을여행 참 좋지요. 이런 삶의 여유를 찾으며 살아야 하는데...
사진을 엄청 찍어와 날마다 한 코스마다 정리해서 카페에 올리는 것도 일이네요.
정채봉의 시나 동화... 추워지는 계절에 따뜻하게 읽으면 좋지요~~~~~~ ^^

BRINY 2007-10-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다 저렇게 못들어가게 해놨군요. 하긴 제가 가봤을 때가 벌써 17년전(!!!)이니.

순오기 2007-10-22 10:58   좋아요 0 | URL
님 서재 들어가 기웃거리고 왔어요. 반갑습니다!
전 광주에 와서 산지 19년만에 운주사 처음 가 봤어요~~ ^^
기대만큼 충분히 감동이었답니다!

마노아 2007-10-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불님 미소가 몹시 평화로워보여요. 와, 정말 저도 저 옆에 누워 하늘바라기를 하고 싶어요^^

순오기 2007-10-22 11:00   좋아요 0 | URL
나무 그늘 때문에 사진으로는 좀 그렇죠? 그래도 그 미소...마음에 담아왔어요.
다들 와불님 곁에 눕게 한다면 닳아지겠죠... 아쉽지만 줄 쳐 놓은 것 이해돼요!

홍수맘 2007-10-22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있네요.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고 싶어요.

순오기 2007-10-23 05:16   좋아요 0 | URL
사람들이 섬으로 가기는 쉬운데, 섬에서 뭍으로 여행 오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기회되면 꼭 가 보세요....^^

비로그인 2007-10-2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번 가봐야 겠네요.^^ 좋은 곳 알아갑니다.

순오기 2007-10-23 05:17   좋아요 0 | URL
화순 운주사는 저도 처음이었는데, 참 좋았어요.
물론 가이드 교수님의 안내 때문에 더 그랬을테지만요.
좋은 곳, 들러보며 살 여유는 있어야 되는데 말이죠!

프레이야 2007-10-23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가을이 가려는 요즘 좋은 곳 다녀오셨네요. 와불이 평안해 보여요.

순오기 2007-10-25 08:42   좋아요 0 | URL
가을나들이는 어떤 곳이든 좋을 것 같아요~~~
와불의 평안한 미소는 더욱 좋았고요!

치유 2007-10-2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보는 눈과 마음은 모두 같은가 봐요..저도 보며 느낀점이 평화로움...

순오기 2007-10-25 08:44   좋아요 0 | URL
사람의 보편적인 정서는 통하는가 봐요.
평화로움이 은은히 배어나는 그 미소..... 이제는 내 얼굴에도 그런 표정이 배어 있으면 좋겠어요!
 
될 수 있다! - 영화/애니/만화편
이태균 외 지음 / 청년사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2002년 겨울방학 책따세 추천도서였는데, 아들녀석 중학교 권장도서여서 망설이지 않고 샀다. 아들은 중학교 특기적성 만화부에서 기초과정을 배웠고, 제법 잘 그려 학교축제에 전시하고 교내 신문에도 나왔는데, 정작 본인은 아직까지 만화가에 뜻이 없다. 공부를 특히 수학을 싫어하니, 자기 적성에 맞는 학과를 적당한 성적으로 갈 수는 없는지... 중2 아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독서록을 뒤적이다 1학년 때 기록을 올린다.

만화가가 되고 싶다면      중1(2006. 6. 5)  선성주

이 책은 영화/애니/만화에 대한 책이지만, 내가 특기적성 부서로 선택한 만화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나는 만화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만화를 읽는 것은 좋아한다. 만화책더미에 쌓이는 것이 소원중 하나랄까? ㅎㅎ

'될 수 있다!' 이 책은 정말 직업 가이드북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만화작법부터 공모전, 자질, 만화가와의 인터뷰까지 단계별로 있다. 만화가가 되려면 우선 만화 그리기를 배워야 하고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출판사를 가면 된다. 만화선진국 일본에 대해서도 나왔다. 일본은 중학교 때부터 데뷔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많은 공모전과 큰 상금이 있다. 우리나라와 응모작 수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벌어진다. 역시 선진국과의 차이를 좁히자면 우리나라 만화인들이 더 많이 노력해야 되겠다.

내가 만화를 그려봐서 아는데 만화 그리는 일 보통이 아니다. 만화가도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화가가 되고 싶은 자들이여, 이 책을 읽고 열심히 노력하라, 노력한다면 꿈이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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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테이를 하면서 달라진게 있다면 우리 식단의 변화가 가장 클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 공급 1등 공신이던 '돼지고기가 '닭고기'로 대체된 것이다. 이슬람 교도인 버논이 '네 발 달린' 고기를 먹지 않고 '날개 달린' 새고기만 먹기 때문이다.

요리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닭고기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지 못하니 대개 뻔~한 메뉴를 돌아가며 내 놓는다. 또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이 친구가 한번도 먹지 않거나, 잘 먹은 요리를 다시 해주면 젓가락도 대지 않아서 맘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그가 잘 먹는 후라이드 치킨이나 핏자를 주문하는 일이 늘어나며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홈스테이 첫 달은 서로가 신선함에 탐색하며 적응하는 기간이었고, 두 달째 접어들면서는 편안함으로 한 식구가 되어갔다. 이 친구가 첫 월급을 타면서 주말이면 여행을 갔고, 우린 기다렸다는 듯 돼지고기 먹는 날로 정했다. 어제는 풀브라이트 재단에서 전국의 원어민강사들을 경주로 불러 세미나인지 중간점검인지 한단다. 그래서 버논은 어제 아침 경주에 갔고 월요일에나 돌아온단다. ^^

남편은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무엇이든 집에서 먹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본인이 먹고 싶으면 퇴근길에 돼지고기를 잘 사들고 온다. 내가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양도 훨씬 많고 고기의 신선도도 좋다. 도살장이라던가 고기를 취급하는 도매상이라던가 뭐 그런게 오는 길에 있단다. 어젯밤에도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목살과 수육용 전지를 두어 덩이 사왔다. 우리 식구들은 기름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지라 삼겹살보다는 목살을, 수육도 후지보다는 전지를 좋아한다. 

아이들은 이미 돼지고기 넣은 김치볶음밥으로 저녁을 먹었고, 남편은 양파와 마늘을 곁들여 구워 놓은 목살에 소주 한잔, 아니 (우리 남편 주량은 소주 한병이다) 소주 한병을 혼자 마시며 세상을 다 얻은 행복한 표정이다. 돼지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 곁들이는 소시민의 행복을 그 누가 막을쏘냐!

전지 덩어리를 솥단지에 넣고 다시마, 양파, 마늘, 대파, 생강에 된장과 커피도 살짝 풀고 팍팍 삶아서 묵은지 곁들여서 상추나 배추에 싸 먹으면 그야말로 놀부네 보쌈이 부럽지 않다. 바로 오늘 저녁, 우린 이렇게 돼지고기 먹는 즐거움을 누릴거다. ^*^

2002년이던가 작가 한승원님을 모시고 문학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 하셨던 '돼지고기 예찬'이 생각난다. 작가는 집필을 위해 고향 해남에 내려와 오두막을 짓고 '해산토굴'이라 이름 지어 살고 있다. 부인은 서울에 계시며 간혹 내려오신다고 했다. 이렇게 혼자 살면서 설거지를 하다보면, 쇠고기 기름은 안 닦이는데 돼지고기 기름은 잘 닦인다며, 당신은 쇠고기보다 돼지고기가 더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날 문학강의가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곁들여 점심을 대접했다.

그런데, 이 양반 강의는 정말 졸립고 재미없다. 그의 작품도 내게는 잘 읽히지 않는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래도 그날 텍스트였던 '멍텅구리 배'는 재미있었다. 작가는 '인간탐구'가 작가로서의 소임이라고 말씀하셨다. 그후에 나온 '초의'를 토론도서로 정하려다 회원들의 반대로 못했다. 독서회엄마들도 그의 작품은 읽기 어렵고 재미없다나!

작가도 강의를 재미있게 잘 하는 분이 있는데 대학원에서 이 양반 강의를 듣는 후배는 정말 죽을맛이라고 하더니만, 나중엔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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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7-10-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돼지고기 드신다는 제목보고 총각이 어디 갔구나~ 짐작했습니다. 아이들도 부군도 한동안 돼지고기 자주 못 먹어서 그야말로 꿀맛이겠어요. ^^

순오기 2007-10-20 14:41   좋아요 0 | URL
토요일이라 일찍 오는 아이들 시간 맞춰 삶았는데~~ 아들녀석은 친구집 갔다 온다며 그냥 나가고, 막내는 예고도 없이 아직 귀가를 안 했어요.
그냥 나 혼자 쬐금 먹으며...음, 이맛이야!!

세실 2007-10-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 아이들은 돼지갈비를 좋아해서 가까운 곳으로 먹으러 간답니다. 달랑 네 식구이고 신랑은 고기를 즐겨하지 않아 집에서 먹는것과 별반 차이가 없네요.
저두 삼겹살 좋아합니다. 보쌈 먹고 싶네요..

뽀송이 2007-10-21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이방인과 함께 잘 타협해서 살아가는 모습 뵈니 존경스럽습니다.
저라면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을 듯 합니다.^^;;
순오기님^^ 돼지고기 수육 정말 맛나겠어요.^^
저도 어제 삼겹살에 소주는 아니고 포도주 한잔 했답니다. 캬~아

순오기 2007-10-2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뽀송이님. 한국사람들은 돼지고기 없으면 뭘 먹고 살았을까~~~싶어요.
요런 걸 안 먹으니까 뭐 해줄게 없는 거 같아요. 요리 솜씨 없는 건 생각 안하고? ㅋㅋ
 
훨훨 간다 옛날옛적에 1
김용철 그림, 권정생 글 / 국민서관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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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날씨 때문인지 우리 이야기가 확~땡기는군요. 아이들도 같은 생각인지 우리 옛이야기를 뒤적이는 녀석들이 많아졌어요. 자연스레 독후활동으로 이어지고요~~ ^*^

권정생선생님의 '훨훨 간다'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책이예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같은 말의 반복이 재미있는지, 해학적인 그림 때문인지 무척 즐겨봅니다. 이야기와 그림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읽어줄 때는 역할을 나누어서 하지요. 선생님이 빨간코 아저씨를 하면 아이들이 할아버지 목소리로 따라하고요, 이야기를 배워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들려줄 땐, 아이들은 천연스레 할머니 목소리로 따라합니다. 혹은 절반으로 나누어 역할을 나누면 경쟁하듯 하늘을 찌를듯한 목소리로 흉내냅니다. 우리 이야기가 입말로 옮겨질 때 그 맛이 더하는 걸 아이들도 충분히 느끼는가 봅니다.

이 책은 정말이지 그림이 너무 재미있어요. 이야기 맛을 그림이 살려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거예요. 채도가 낮은 몇가지 색깔만으로 분위기를 잘 그려냈어요.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아주 실감나게 그려졌고요, 우리 옛이야기의 해학성을 잘 드러낸 권정생 선생님의 글맛과 그림이 잘 어우러진 책이랍니다. 2학년 어린이(최은용)가 재미있다면서 이야기를 정리했어요.

할아버지가 빨간코 아저씨께 이야기를 잘 배운것 같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더 잘한 것은 바로 그날 밤에 할머니께 이야기를 해준거다. 도둑이 왔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이야기로 도둑을 쫒았다.

'훨훨 온다'는 도둑이 온다는 거고

'성큼성큼 걷는다'는 도둑이 부엌으로 숨어 들어가는 거다.

'기웃기웃 살핀다'는 도둑이 부엌 안을 두리번 거리는 거고

'콕, 집어 먹는다'는 도둑이 누룽지를 콕 집어 먹은 거다.

'예끼 이놈'은 그 소리에 도둑이 깜짝 놀란 거고

'훨훨 간다'는 도둑이 도망가는 거다.

이야기가 도둑을 쫒아 낸게 재미있다. 또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똑같이 따라 하는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따라하면 기억하기도 쉽고, 언제나 심심할 때 외울 수 있어서 좋다. 그냥 황새가 하는대로 지어낸 이야기인데 할아버지집에 든 도둑은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속담과 딱 맞게 꽁지가 빠지게 도망갔다.

*무명을 가지고 이야기 한자리랑 바꾸러 장에 간 할아버지가 나오자, 아이들은 '무명'이 무어냐고 물어보네요.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아이라면 '전통과학 시리즈의 옷감짜기(보림)를 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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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등 1학년에게 추천하는 책
    from 파피루스 2008-01-30 01:21 
    처음으로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설레임과 더불어 걱정이 많을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자칫 기쁨을 누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나 근심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씩씩하고 활기차게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테니까, 아이가 심리적인 불안을 갖지 않도록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용히 지며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옆에서 자칭 선배 엄마들이 이런 저런 말로 부추켜도, 삼임선생님에 대한 엄마의 믿
  2. 故 권정생 선생님을 추억하며...
    from 파피루스 2008-05-17 16:35 
    2007년 5월 17일, 10억여 원의 인세 수익금과 다섯 평짜리 흙집을 남기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 곁으로 가신 동화 작가 권정생님. 바로 오늘은 하늘로 돌아가신지 1년이 됩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을 기리며,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유언을 올려봅니다. 살아 생전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아름다운 동화를 선물해 주셨던 선생님은, 유언에서도 우리들에게 아름다움과 부끄러움을 남겨주고 가셨습니다. -----
 
 
마노아 2007-10-2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학이 넘치는 그림이에요. 좀 전에 황소 아저씨를 읽었는데 이 책도 권정생 선생님 작품이네요. 찌찌뽕!

순오기 2007-10-22 08:12   좋아요 0 | URL
찌찌뽕~~~~ 요건 무슨 뜻이래요?
요새 애들이랑 소통하려면 별 걸 다 알아야 되던데...
음, 황소아저씨도 애들이 좋아해요.
오늘 아침엔 책 반납하면서 이 책으로 바꿔와야겠어요. ^^

fdfdsfds 2007-12-13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fdsgfdsgsf

희망찬샘 2010-06-10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 준비하면서 필요해서 삽니다. 순오기님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