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알을 낳았대!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2
배빗 콜 글.그림, 고정아 옮김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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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깜찍한 발상으로 생명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숨기고 싶어하지만, 작가는 감추거나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어쩌면 다 알고 있는 어른은 민망하겠지만, 아이들 수준에 요렇게 딱 맞추어 그려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도 이제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면서 책 속의 엄마 아빠는 엉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는 그것도 모르냐면서 자기들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한다. 후훗, 요즘 애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요즘은 개방적인 성교육 때문에 유치원만 다녀도, 아기가 어떻게 해서 태어나는지 모르는 아이가 별로 없다. 난자, 정자라는 용어는 거침없이 쓰지만,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  이 책은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아이들의 리얼한 그림으로 보여준다.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들은 요 장면을 읽어주고 보여주기가 민망하다 했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의 눈높이로 보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얼굴 붉힐 장면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난, 아주 뻔뻔스럽게 열심히 사랑하는 엄마 아빠 그림을 보여주고 읽어주면서 외친다.

"요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사랑을 해서 일등한 아기씨가, 바로 여러분이 된 거에요!"



그림이 민망한가요? 그래도 애들이 그린듯한 그림이라 좀 낫지 않나요? ㅎㅎ 이 책을 읽고 정말 엄마 아빠가 어떻게 해서 아기를 낳는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아이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초등 1,2학년 아이들인데... 그러니 이 그림 때문에 굳이 얼굴을 붉힐 필요는 없을 듯해요.

자, 엄마 아빠가 어떤 엉뚱한 말로 웃겼는지 아이들과 헤아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여자 아기는 설탕에 양념에 온갖 향기로운 것을 넣어서 만들고, 남자 아기는 달팽이와 강아지 꼬리를 넣어서 만든단다. 또 아기를 붕어빵 굽듯이 구어낼 수도 있고, 돌밑에서 나올때도 있단다. 씨앗을 화분에 심고 물을 주면 쑥쑥 자라기도 하고, 튜브에서 짜내거나 엄마가 소파에 알을 낳았는데 그 알이~ 뻥 터지더니 너희들이 나왔어. 라고 마무리 짓는다.

하하하~~ 정말 엉뚱한 발상이지만 이중에 몇가지는 맞는 이야기도 있다. 어떤 이야기가 맞는지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살펴보자. '내멋대로 공주'도 쓰고 그린 배빗 콜은, 이 책에서도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그림으로 우리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야호~ 난 일등해서 태어났대요!" 어린이가 자기 출생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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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교육 걸음마 책이예요
    from 파피루스 2007-12-15 09:46 
    정자라는 꼬마의 여행을 통해 아기가 어떻게 생겨나고 자라는지 설명해 줍니다. 아주 깜찍하고 귀여운 발상이죠. 알록달록 예쁜 꼬마들이 출렁이는 파도에 밀려 여행을 시작합니다. 떠나기 싫은 녀석, 겁을 내는 녀석도 있지만 용감하고 모험심 강한 꼬마가 제일 앞장섭니다. 터널 끝에 나타난 동굴 속으로 떨어져 엄마의 아기 씨인 동글이를 만나 같이 놀다가 쏘옥~~~~ 들어갑니다. 한몸이 된 꼬마와 동글이는 또 여행을 떠나 크기도 적당하고 알맞게 따뜻한 집을 발견해
 
 
프레이야 2007-11-2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 그림책 보면 대책없이 유쾌발랄해져요.

순오기 2007-11-26 08:29   좋아요 0 | URL
ㅎㅎ 정말 재미있지요. 배빗콜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다는 말이겠지만, 요즘은 번역본이나 우리 작가들 책도 많이 나온다. 국내 출판사들도 많이 애쓰는 분야인 것 같다. 푸른책들의 푸른도서관 시리즈는 우리 작가들의 책으로만 구성된 청소년에게 딱 맞는 좋은 책이라 리스트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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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블로그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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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남행 비행기-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12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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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렌드
이경혜 외 4인 지음,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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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쥐를 잡자-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임태희 지음 / 푸른책들 / 2007년 6월
12,800원 → 11,520원(10%할인) / 마일리지 6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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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사는 귀신 -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3
한선자 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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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란 이름표를 달고 나온 한선자, 박방희, 이옥용, 박영식 시인의 수록작 외에도,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던 여덟 분의 초대시인 작품이 실려 상상력과 기지가 발휘된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다.

'마트에 사는 귀신'이란 제목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한껏 부추겼다. 책을 열기 전 "마트에 어떤 귀신이 살까?"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더니, ‘달걀귀신, 처녀귀신, 총각귀신, 도깨비, 강시요’ 제각각 상상의 나래를 펴서 답했다. 글쎄~ 주부인 난 표지그림을 보고 어느 정도 상상이 됐는데, 아이들은 전혀 깜깜이었다. 자, 어떤 귀신이 사는지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 엄마 하는 말이
마트에는
지갑을 터는 귀신이 산대요.

요기까지만 읽어도 녀석들은 “오호~~~ 아하~~~~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주머니에 든 현금이나
카드를 다 턴다고
보이지 않는 강도래요.


“맞아요, 맞아. 우리 엄마도 마트 갔다 오면 지갑을 다 털렸다고 그랬어요.”
아이들은 충분히 공감하는 분위기다.

웬만하면 우리 엄마
나는 데리고 다니지도 않아요.
내가 가기만 하면

달걀귀신도 아니고
달디 단 귀신에 홀린다고 그래요.
<마트에 사는 귀신 부분>


“아하, 그래서 우리 엄마가 나를 안 데려가는 구나!”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아낸 게 신기한 모양이다.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낸 듯 아주 쉽게 쓰여 설명이 필요 없이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아이들은
“그거 집에 빌려 가면 안돼요?”
라는 말로 반응을 나타냈고, 충분히 호응도를 짐작케 했다. ‘단골, 숟가락, 검은 콩, 벌, 와르르 와르르, 수영장에서, 양파 까기, 개기’ 등 어떤 시를 읽어줘도 고개를 끄덕였고, ‘요 정도라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만만한 맘이 들었는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는지 다들 한 편씩 끼적였다. ‘횡단보도 사다리 타기’에선 시인의 눈을 발견한 듯 모방작을 만들기도 했고, 말의 재미를 표현한 시를 읽고는 비슷한 것들을 찾아내느라 시끌시끌했다.


예전의 푸른문학상 수상시집에선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좀 무리인 시들도 눈에 띄었는데, 이번엔 아이들 눈높이에 잘 맞춰진 듯 어려울 것도 이해 못할 것도 없는 시가 어린 독자들의 맘을 사로잡는데 최대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다. 아이들은 책을 빌려다 맘에 드는 시를 골라 공책에 가지런히 쓰면서 감상했다. 덕분에 이 책은 손때가 많이 탔지만, 어린 독자에게 사랑받는 흔적이라 생각하며 감수한다.


어른들도 ‘마트에 사는 귀신’을 읽으며 순수한 동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 눈을 되살려내면 좋겠다.


*우리 동네에 수능 전날 '홈 플러스'가 오픈 했는데, 마트 귀신에게 지갑을 털릴까 봐 겁나서 아직 못 갔다. 6학년 막내가 친구들이랑 구경 간다며 방금 나갔는데, 마트 귀신에게 지갑을 털리고 오는지 지켜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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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7-11-2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어 보여요.
저는 최근에 책값으로 지출이 너무 많아 자중해야 하는 처지인데, 도서관에 이 시집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이 책을 보면 아마도 저희 아들 녀석이 제게 한 마디 할 거에요. "엄마, 알라딘에 사는 귀신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이지요. ^^;;

순오기 2007-11-25 10:35   좋아요 0 | URL
ㅎㅎ~ 알라딘에 귀신이 사는 거 맞아요!!
도서관에 신청도서로 올려놓으면 쫌 빨리 볼 수 있겠네요.

뽀송이 2007-11-24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동시집 저도 좋더군요.^^
신인들이라 신선하고, 책도 예뻐서 아이들에게 좋을 것 같아요.^.~
전 오늘 마트에 가서 마트귀신에게 털렸어요.^^;; 후훗

순오기 2007-11-25 10:37   좋아요 0 | URL
참신하고 쉬운 동시... 전체적으로 참 좋았어요.
마트에 사는 귀신에게 털리고 오셨군요~~^^
전, 무서워서 못 가요~
우리 집 아래에 재래시장이 있어서 거기 갑니다.
거기서도 물론 가져간 돈 다 털리고 오지만, 충동구매할 건 없으니까요!

비로그인 2007-11-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귀여운 발상. ^^
(하지만 처음엔 제목보고 진짠줄 알고 깜짝 놀랐다는..-_-)

순오기 2007-11-25 10:38   좋아요 0 | URL
헤헤~ 엘신님, 진짜 귀신이 사는 거 맞아요 맞아!
주부들은 다 아는데......ㅎㅎㅎㅎ

비로그인 2007-11-25 15:16   좋아요 0 | URL
엉....정말요? =_=
 

매달 우리 집에 온 책 리스트를 정리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 마구 쌓인다는 즐거운 비명을 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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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의 유산
시오도어 테일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7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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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7일에 저장

나비님의 도서관 이름 짓기 이벤트에 당첨돼서 선물로 받은 책.
전에 혜경님의 리뷰를 보고 끌려서 신청했다. 우리 애들이랑 봐야지!^^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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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4일에 저장

서재가 사랑한 책 1순위에 오른 책.
수능을 끝낸 우리딸에게 마노아님이 선물로 보내준 책이다.
마트에 사는 귀신-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한선자 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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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사는 귀신은 누구나 공감할거다~ㅎㅎㅎ 아이들도 오호~ 이러면서 마구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
베스트 프렌드
이경혜 외 4인 지음,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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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이경혜의 '베스트 프렌드'. '쥐를 잡자' 임태희의 '가식덩어리', '느티는 아프다' 이용포의 '십팔', '길 위의 책' 강미의 '사막의 눈 기둥',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 이금이의 '늑대거북의 사랑'이 수록된 청소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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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1-2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리포터 완결편' 사야해요.^^;;
재미있나요? 끝이 궁금해요.^^;;
호호^^ 님이 보내주신 <자존심> 이 책! 옆지기가 읽는다고 가져갔어요.ㅡ,.ㅡ
옆지기!!! 내 <자존심> 돌리도~~~~~~`^^

순오기 2007-11-25 10:39   좋아요 0 | URL
'자존심' 저는 첫번째 진중권편만 봤어요.
워낙 봐야 할 책이 밀려서~그쵸?
해리포터와 함께 큰 우리 애들~~ 완결판까지 충실하게 구입 완료!
아~ 마지막 4권은 아직 출간 전이라 안 왔어요~~^^
 

영화 식객을 보고 나서 소장 가치가 인정돼 만화 식객을 구입했다. 아들의 아이디 '푸른학'으로 구입해서 순오기는 구매자로 뜨진 않는다. 게으른 엄마는 천천히 이 책을 읽으며 찔리는 구석이 많아 자꾸만 주절주절 페이퍼를 쓴다. 이름하여 엄마로서의 양심선언이다!

만 3년이 지난 일인데, 남편의 사업 부진으로 부부간에도 위기가 있었다. 뭐 살면서 이혼 생각 안 해본 부부가 없겠지만, 나도 홧김에 이혼하려고 했던 건 두번이다. 이번에 수능 본 딸 세살 때는 솔직히 남편을 어떻게 해볼까 하는 깜냥으로 그래본 거였지만, 그 딸이 중3이던 3년 전엔 정말 이혼하려고 했다. 아무 것도 없이 빚이 1억이나 되던 남편에게 위자료나 가사노동비는 기대할 게 못 되었으니 자의든 타의든 '합의이혼' 하기로 했고, 모든 서류를 준비했었다. 지금도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이혼하려는 건 아니다. ^^

그때 공과금부터 아이들 학교에 나가는 것까지 모두 남편 통장으로 바꾸고 가정경제에서 손을 뗐다. 사실 내 한 몸 살기 위해선 남편의 돈 10원도 필요치 않았고, 충분히 자급자족할 경제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거리낄 게 없었다. 부족한 가계를 꾸리느라 나는 나대로 부채가 생겼던 상황이라 친정엄마께 빌려다 정리하고, 엄마의 돈은 만 3년에 걸쳐 지난달까지 다 갚았다. (울 엄니 보내지 말라해도 끝까지 갚았더니 지독하다고 혀를 찼지만, 이게 나를 버티는 자존심이고 순오기다) 당시에 중3 딸, 초등5 아들, 초등3 딸, 이렇게 셋이나 두고 갈라선다는 게 미친짓이지만 그땐 정말 그랬다. 지금 이혼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이쯤으로 접어두자. 하여간 그때부터 남편이 장봐오는 대로 음식을 만들었고, 식단이 부실하여 먹을 게 마땅치 않아도 미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은 뭐해서 밥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한편으론 편했다.

그 전까진 진수성찬은 아니어도 열심히 음식을 만들었고, 외식이나 매식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친구들도 잘 불러들였었다. 비빔국수 하나를 하던 반지락 된장국을 끓이든, 소박한 밥상에도 누가 오는 것 자체를 꺼리지 않는 내 성격도 작용했다. 아이들 간식도 다 해 먹여 자타가 공인하는 '좋은 엄마'였다나~~ㅎㅎ 이랬던 내가 나이 먹으며 귀찮기도 했지만, 여유가 없던 경제를 핑계로 그해부터 김장을 하지 않았다. 이웃들이 한통씩 담아다 줘서 묵은지를 한여름까지 먹었으니 그도 내 복이지만, 4년째 김장하지 않고 버티는 우리를 먹여 살린 이웃들도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사먹어야 되는 우리를 생각하고, 자기들은 안 먹어도 시댁이나 친정에서 무엇을 주면 사양치 않고 다 가져오단다. 내가 빛고을 광주에 둥지를 튼지 19년이지만, 이렇게 정이 넘치는 전라도 사람들 덕에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내 인생도 성공한 인생이다!

"어, 우리도 김치를 담그네!"

6학년인 막내가  어젯밤, 깍뚜기와 파김치를 담그는 나를 보고 던진 이 말이 우리의 현주소다. ㅎㅎ 그렇다고 3년간 김치 한 번 안 담근 건 아닌데도......  요즘 식객을 보면서 그동안 대충 먹고 살았던 게 미안해져서 반찬도 만들고 김치도 담그게 된다. 자~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어제 담근 김치 사진으로 구경 좀 하실래요? ㅎㅎ


 맛은 어떨지 익어야 알겠지만, 요렇게 사진발을 위해 통깨도 솔솔 뿌렸다. 먹음직스럽나요? 이번 주말엔 배추김치도 담글 예정이지만, 요 파김치도 남편이 공판장에서 감자와 양파를 사오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파김치가 먹고 싶었는지 파를 두단 사와서 담갔다.

 식객 6권에 '마지막 김장'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염치없어도 올해까지는 이웃들한데 얻어 먹고 내년엔 '마지막 김장'이 아닌 앞으로도 주욱~이어질 김장을 해야겠다. 내가 또 한다면 하는 순오기인지라 맛도 제법 전라도스럽게 한답니다.(믿거나 말거나 ^^) 친척 형제들이 모여 김장하는 집도 있지만, 요즘엔 이웃 사촌이라고 가까운 이웃들과 어울려 김장 담그는 풍경도 참 보기 좋은 모습이죠!

자, 엄마의 양심 선언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지만, 부끄러운 치부여도 이렇게 끼적이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는 거 다 공감하시죠? 그렇게 읽어주시고 이해해주신다면 감사~~~~^^

오늘도 난, 내 마음을 음식 만드는 엄마의 자리로 되돌려 준 허영만의 식객을 예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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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만화를 보면 그들의 음식을 예찬하는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는 예전에 100권이 넘어가 버렸습니다. 우리나라 먹거리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허영만 선생의 "식객"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만화라고 생각됩니다. 옥의 티라면 입맛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인지라 식객의 에피소드 말미에 나오는 식당의 전화번호나 상호를 보고 찾아간 사람들이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큰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더군요.(예를 들면 하동관이라는 곰탕집) 아울러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불만은. 하고많은 신문 중에 하필이면 동아일보에서 연재를 하는가...가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입니다.^^

순오기 2007-11-22 11:39   좋아요 0 | URL
ㅎㅎ 동아일보~~ 저는 결혼전에만 아버지가 보시니까 보았고요. 지금은 문제의 중앙일보를 보고 있다지요.ㅠㅠ 최근엔 신문도 안 들여다 보니까, 남편과 울 애들만 보고 있지만...
그리고 여수사람인 허영만 씨의 입맛에 따른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 생각돼요. 전라도 맛에 길들여지는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
전라도, 정말 특유한 맛의 고장... 내 입맛도 이제는 전라도!

라로 2007-11-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은 저도 열독했던 만화~.^^;;;
깨소금이 뿌려져 더 맛나 보여요~.^^
근데 전 아직두 김치도 못담근답니다~.(쉿)
내년엔 기필코 배워보려구요~.(오기만땅)
근데,,,,
순오기님의 닉네임의 뜻이 '순오기'일 줄은 알았는데요,,,
존경스러워요...

뽀송이 2007-11-2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진솔한 님의 이야기에 가슴이 뭉클합니다.
전 이런 님이 좋아요.^^
저도 파김치 무척 좋아합니다. 손맛이 느겨지는 것이 맛있어 보여요.^^
위가 민감한 편이라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도 어찌나 많이 먹어대는지...
친정엄마는 제가 간다면 얼른 파김치부터 감춘다니까요.^^;;


마노아 2007-11-22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이야기들을 들여다보았어요. 저도 어제 식객 8권 조금 읽었는데, 이미 읽은 부분도 다시 소장하려고 해요. 2권이랑 8권만 있는데 차차 채워가야죠.^^
빛고을 광주 이야기도 너무 아름다워요. 좋은 이웃을 둔 순오기님의 내공과 인덕도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

miony 2007-11-2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닉네임에 그렇게 깊은 뜻이!^^

순오기 2007-11-24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뽀송이님, 마노아님, miony님의 댓글에 감사^^
글 올려놓고 너무 사적인 얘기를 끼적거렸나 후회도 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