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오늘의 태그 '올해의 책'을 보면서도 필이 오는 게 없었다. 마침 어머니독서회 모이는 날이라 토론이 끝나고 회원들한테 우리의 토론도서 중에서 '올해의 책'을 뽑으라 했더니 이렇게 나왔다.

 

 

 

 

저녁, 식탁에서 가족에게 물으니, 남편은 남한산성을, 큰딸은 해리포터, 둘째는 식객, 막내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꼽았고, 나는 구덩이를 뽑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시 말해도 되냐고 묻더니 셋 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치켜세웠다. 자신들의 10대와 온전히 동행한 친구라는 게 선정 이유였다. 큰딸이 초등 4학년이던 1999년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나왔고, 6학년인 2001년에 해리포터를 사 달라고 해서 2001년의 초판 46쇄부터 사기 시작했다. 계속 나오는 대로 시리즈를 다 구입했고, 영화가 나오면 목을 빼고 기다리다 달려갔다. 고등학생이 된 큰딸은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원서를 보겠다고 해서 5권부터 7권까지 사들였다. 날마다 일정량을 읽고 동생들에게 중계했고, 학교가는 스쿨버스에서 친구들에게 들려줬단다. 또 모의고사 영어지문에 해리포터가 나오기도 해서 아이는 엄청 좋아했다. 이렇게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한 해리포터와 고등학교 3학년 수능까지 동행했다.

지난 주, 해리포터 완결판 4권까지 다 읽은 아이는 "엄마,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해리포터를 대체하거나 능가할 책이 앞으로 없을 것 같아" 한숨 쉬듯 말했다. 자기의 10대를 온전히 차지한 해리포터, 10대의 마지막인 19살 고3까지 동행한 세월이 눈물겹도록 고맙다며, '아~ 이제 무슨 재미로 살지?' 여전히 넋두리하듯 날마다 중얼댄다.

큰딸이 초등 6학년부터 고등 3학년까지 동행했다면, 네 살 아래인 아들녀석은 초등2학년부터 시작했고, 여섯 살 아래인 막내는 언니 오빠 보는 것 부러워만 하다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엔 둘째와 막내는 무슨 말인지 몰라 묻는 것이 많았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질문도 줄었고, 저희들 셋이 뭉쳐 해리포터 책과 영화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간식을 먹으러 식탁에 모일 때마다 해리포터 하나씩 뽑아 들었고, 특히 시험기간이면 으레히 해리포터를 빼들었다. 아마도 시험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마법의 세계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기말시험중인 중2 아들녀석은 오늘도 여전히 해리포터와 함께 한다. 이렇게 우리 삼남매는 해리포터와 동고동락 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훌쩍 큰 것과 비례하여 우리집의 해리포터는 반질반질 닳았고, 친구들에게 빌려주다가 없어져 몇 권은 다시 사기도 했다. 한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인기를 끌었지만 20권으로 끝났고, 우리 집의 책꽂이를 채우고 있는 23권의 해리포터 시리즈와 원서 3권을 바라보는 내 눈에도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이리하여 우리 집의 '올해의 책'은 삼남매의 만장일치로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차지했음을 공포합니다. 꽝꽝꽝~~~~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ephistopheles 2007-12-11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히 제 초등학교 시절때를 생각해보니...
전 "마징가Z"와 유년시절을 함께 했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사나이의 로망을 로봇이라고 생각한다는..

순오기 2007-12-11 08:46   좋아요 0 | URL
ㅎㅎ~ 세대에 따라 함께 한 책이 다를거예요.
우리 남편은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가지고 있어 대를 이어 보고 있지요 ^^

bookJourney 2007-12-11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도 올해의 책으로 '해리 포터'를 꼽을 것 같네요.
물어보러 가야지~~ ==333

순오기 2007-12-11 11:07   좋아요 0 | URL
용이가 3학년인데 독서수 준이 상당히 높은가 봐요.
초등 고학년들도 책을 잘 안 읽는 아이들은 해리포터 잘 못 읽더라고요!
역시 독서는 내공이 중요해~~~ ^^

뽀송이 2007-12-1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 아이들에게 정말 많은 추억들을 주었군요.^^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렇게 시리즈책을 목 빼고 기다리고, 줄기차게 사 본 책은 아마도 드물 것 같아요.
뽑은 책들 좋아요!!

순오기 2007-12-11 11:09   좋아요 0 | URL
옙 뽀송이님, 이렇게 목을 빼고 기다리며 줄기차게 사 본 것도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책은 없답니다. 만화로 본 그리스로마신화가 있지만 20권으로 멈췄으니 단연 해리포터가 으뜸이지요!

마노아 2007-12-1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 페이퍼 찐하게 좋아요. 아이들의 십대와 유년 시절을 올곧이 함께 한 해리포터. 멋진 추억을 새겨버렸어요. 게다가 온 가족이 공유하는 멋진 추억이라니 살짜쿵 부럽기까지 합니다. 오늘의 태그 이벤트는 순오기님의 독무대 같아요^^

순오기 2007-12-11 12:06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십대를 함께 살아 준 해리포터가 저도 막 고맙답니다!
아마도 이 추억이 평생을 함께 가겠죠 ^^
 
지구를 떠나며 -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책읽는 가족 60
최금진 외 지음, 이영림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지구를 떠나며'엔 신인작가의 6편과, 전 수상자인 초대작가 작품 3편이 더해져 모두 9편이 수록되었다. ‘지구를 떠나며’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이 어두운 우리 현실을 조명하지만, 희망의 문을 슬며시 열어두어 가슴을 쓸어내리는 위안을 준다. 맞벌이 가정에서 방치되는 기범이, 나쁜 녀석들로 불릴 만큼 사랑받지 못하는 명수와 철수, 정신지체로 바보가 된 문식이, 아버지를 잃고 도벽을 갖게 된 정애, 부모의 이혼으로 갈등을 겪는 도빈이까지 작품 속 주인공들의 현실이 그리 밝지는 않다. 우리 주변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보는 만큼,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현실이 어둡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화의 장점은 희망을 속삭이기에 이 책을 읽고나면 슬금슬금 희망이 보인다.

*이혜다의 ‘책 읽어주는 아줌마’는 맞벌이로 방치되는 기범이가 TV에 빠져 살다가 책에 관심 갖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지만, 문제해결을 위해 갑자기 적극적인 아이로 바뀌는 건 좀 작위적이다. 무지개빌라 302호에 사는 나의 독자에게 바친다는 작가의 머리말에 가슴이 저릿저릿 코끝이 시큰해져 서둘러 집으로 가는 기범이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내 마음을 적셨다. 난 항상 10분 내외의 그림동화만 읽어주는데, 이렇게 장편을 드라마처럼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 이번주부터 해 봐야지! ^^

*표제작인 최금진의 ‘지구를 떠나며’는 나쁜 녀석들로 불리는 명수와 철수의 얘기를 꾸미지 않고 보여준다. 선생님과 엄마 아빠께 남기는 편지를 보면 나쁜 녀석인 명수와 철수가 아주 착한 영혼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어둡고 불행한 상황인데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작가의 힘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녀석들이 언덕 아래 펼쳐진 풀밭과 잔뜩 쌓인 퇴비 더미를 믿어본다니, 그 후 녀석들을 상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래 아무리 나쁜 녀석들이라도 지구 밖으로 밀어내거나 지구를 떠나서는 안 되겠지? ^^

*안점옥의 ‘바보 문식이’는 문식이 보다 500원 할머니가 눈에 들어와, 내가 작가라면 제목을 ‘500원 할머니’라고 붙였을 텐데...  생각하며 즐겁게 읽었다. 500원 할머니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모자란 문식이가 제 몫을 해내며 자리를 찾는 게 흐뭇했다. 우리 어른들이 500원 할머니처럼 보듬는다면, 외롭고 쓸쓸한 모자란 아이도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김일옥의 ‘할머니의 남자 친구’는 나와 상관없는 노인들의 사귐엔 박수를 보내면서도, 자기 부모의 로맨스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기적인 자식들에 찔끔한다. ‘나도 이 다음 저렇게 멋진 할아버지를 사귀어 볼까?’ 유혹이 생길만큼 열정적인 할아버지가 좋아 보였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사랑을 고백한 할아버지를 잡으러가는 할머니의 몸매는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웃음이 절로 났다. 내 부모가 혼자 보낼 노년이 길어지는데, 황혼을 동반할 이성 친구 하나 갖는 게 용납하기 어려운 일인지 곰곰 생각하게 된다.

*정민호의 ‘달리기’는 주체적인 결정을 한 준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밖에 나와서도 핸드폰으로 원격 조종하는 엄마들을 보면 참말 기가 막히다. 아이들도 일상적인 소소한 일조차도 엄마의 허락을 받고,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안타깝다. 단거리든 마라톤이든 자기가 즐거워지기 위해서 뛰는 주체적인 두 소년의 결정이 희망으로 다가왔다.

*최유정의 ‘친구’는 책을 읽기 전, 이금이작가의 광주대 강연에서 작가를 만나 사진까지 찍었기에 깊은 애정을 갖고 읽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구멍처럼 비어 있는 마음을 채우기 위해 시작된 정애의 도벽은 내 가슴을 짜르르 울렸다. 우리 큰딸 3학년 때 반 아이가 문구점으로 데려가, 인형뽑기 기계를 조작하다 걸려 엄청 혼났다는 말을 10년이 지나서야 했다. 잊고 있던 그 애를 고등학교에서 만나 심장이 뚝! 멈추는 줄 알았다면서. 충격으로 남아 있는 딸아이의 경험으로, 보영이가 선생님 부탁으로 정애에게 어렵게 다가왔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물론 우정이 동정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애나 보영이가 그런 일로 성큼 마음의 키가 자랄 것이라 희망을 가져본다. 긴장감이 고조된 훔치는 장면 묘사로 단박에 사로잡는 시작이 좋았다.


초대작가 세 분의 작품은 신인작가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역시 치밀한 구성과 묘사,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돋보였다.
*정은숙의 ‘짬뽕, 미키마우스, 그리고...... ’ 제목부터 참신하다. 이혼을 담담하게 겪어낼 수 없는 엄마와 도빈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큼함이 현실에도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도 지하철을 갈아타듯 갈아탈 수 없는 현실이듯이 이혼도 상큼하게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 ‘천타의 비밀’에서 인상적이었던 이영림의 그림을 만나 아주 반갑고 기뻤다.

*윤소영의 ‘복실이’는 유기견이 많아지는 현실을 대변한다. 농장 노부부의 사랑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행태에 부끄럽고 암담하다가도 이런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희망이 살아난다.

*박지숙의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은 제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었던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의 후속처럼 반가웠다. 무동이 단원 김홍도를 그려냈다면, 이 작품은 그 아버지의 길을 따르는 아들의 이야기라 마치 한편의 이야기처럼 연결됐다. 부모는 자신의 힘들 길을 따르지 말라 하지만, 아들은 그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모하매 힘든 길이라도 성큼성큼 따라나선다. 오늘날도 이런 아버지와 아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살만하다고 믿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7-12-10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두운 현실을 담고 있어도 희망이 보이는 책이라니, 저도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 저희 용이한텐 조금 빠르겠죠?

순오기 2007-12-10 23:42   좋아요 0 | URL
너무 길죠~ㅎㅎ 내가 이거 쓰고 올리다가 에러가 나서 다시 썼어요. 한글이나 알라딘에서 썼으면 그 고생 안했을텐데... 두번을 쓰면서 이렇게 길게 쓴 건~~~ㅎㅎ 놀보의 심술보! ^^
초등 고학년이 읽을만 한 책이라 용이에겐 아직 빠를거예요. ㅠㅠ
 

우리 지역에선 매달 구보를 발행하는데, 주제에 맞는 글을 보내어 채택되면 원고료 3만원을 준다. 작년부터 눈에 들어와 3만원을 벌려고(?)^^ 일년에 두번 참여한다. 단, 주제를 보고 삐리리~~~필이 왔을때만. 며칠 전 강연에서 이금이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마음속 방에 넣고 궁글리면서 숙성시킨다 하셨다. 나 역시 짧은 글을 쓰더라도 주제에 맞는 글감을 어떻게 꿰맞출까 궁리하는데, 11월 주제가 '추억'이기에 영화 식객 이야기와 맞물려 '어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는 이야기로 썼다.

매월 15일 마감인데 16일 아침 9시에 전송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11월에 실렸다고 구청에서 전화가 왔고 며칠 전 통장으로 거금(?) 3만원이 입금되었다. 원고료는 애들이 먹고 싶다는 핏자나 뼈없는 치킨 시켜주면서 기분낼 수 있는 정도다. 그런데 아직도 구보를 받지 못했고,  학교 엄마들이 "광산구보에 나온거 언니 맞죠?" 라고 물어서, "응, 그랬다는데 난 아직 못 봤어." 라고 답하며 아무리 기다려도 갖다 주지 않았다. 우리 통장님은 부지런해서 매월 26일이면 어김없이 넣어 주는데, 12월 하고 일주일이 지나도 감감무소식... 할 수없이 며칠 전, 문자를 보냈더니 오늘 아침 현관에 넣어두고 갔다. 별것은 아니지만 내 글이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은 해야니까...... ^^

글 내용은 11월 16일인가 페이퍼에 올렸던 '사랑을 추억하는 어머니의 손맛' 바로 그 글이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ookJourney 2007-12-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드립니다 ! 민경이도 글을 참 잘 쓰네요.
전 글 쓰는 게 영 서툴러서 ... 글 잘 쓰시는 분들 보면 존경스럽고, 부러워요 ~

순오기 2007-12-09 22:37   좋아요 0 | URL
잘 써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안 보내니까 채택되는 거 같아요.
나는 아줌마의 정신으로 3만원을 벌기 위해 열심히 보내고... ^^

마노아 2007-12-0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솜씨가 유전되나 봐요. 추카추카해요^^

순오기 2007-12-09 22:38   좋아요 0 | URL
에구~ 솜씨랄거 까지야. 그저 책을 읽다보니 끄적이기를 좋아하지요.

김중배 2007-12-10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처제잘보고갑니다 하이팅 하구 책 많이팔아 이화려한백수한데 용돈좀 줘 ~잉 ,,..ㅎㅎㅎ

순오기 2007-12-10 23:33   좋아요 0 | URL
오잉~ 형부 내 책 나오려면 10년도 더 기다려야 돼요.
회갑기념작품집이라도 낼 것이니까~~~~~ㅎㅎㅎ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 연산군일기, 절대권력을 향한 위험한 질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7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중 5,6,7,8권을 추가 구입했다. 6학년 민경이는 이제 10권까지 다 보았는데, 7권의 연산군이 가장 끌렸는지 컴퓨터에 독후감을 남겼기에 올린다.

-절대 권력을 꿈꾼 연산-  6학년 선민경

‘연산군’하면 내게 떠오르는 것은 영화 왕의 남자에서 봤던 비운의 왕 모습이었다. 혹시 공길과 장생의 이야기가 나올까 봤더니, 아쉽게도 그 이야기는 없었다.

절대권력을 구축한 연산도 초기에는 대간들의 반대에 많이 밀렸나 보다. 대간들에게 약했던 성종 덕분에 그 때 대간은 최고의 전성기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자기의 말을 안 듣는 사람은 파직하고, 이미 죽은 사람은 시체를 참수하는 등 아주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이런 정도라면 나도 왕 한 번 해보고 싶다. ^^

그리고 연산 말년, 그의 최측근인 장녹수를 만난다. 왕의 남자에서 봤던 장녹수처럼 그녀는 피부가 빼어나고 무엇보다 교태가 뛰어났나보다. 마치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나온 루이 15세의 애첩 듀바리 부인 같았다.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정치가 계속되던 어느 날,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때마침 문무에 능한 이장곤이 유배지에서 탈출을 했다. 그러나 정작 반역은 원산의 총애를 받던 박원종과 성희안, 신윤무가 행했다. 반역l 성공하여 연산은 왕자 신분인 군으로 강등되어 강화도로 보내져 두 달 후 죽는다. 그렇게 절대 권력을 세우고 밤이고 낮이고 연회를 벌렸던 폭군의 죽음으로 보기에는 참 허무했다. 역시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나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7-12-09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를 닮았는지, 민경이도 글 쓰는 게 예사롭지 않네요.

순오기 2007-12-09 12:16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자기 마음에 내켜서 하면 술술 잘 쓰지만, 어거지로 하면 잘 안되죠.
어제는 즐겁게 차르르~ 써놓고 컴에 빠졌어요. ^^

마노아 2007-12-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럽고 솔직한 독후감이에요. ^^

순오기 2007-12-09 22:39   좋아요 0 | URL
막내니까 아직은 엄마 말이 먹히지요 ^^ 책 사줄 때 "읽고 나서 후기 써야 돼." 이러면서 사주거든요. ^^ 솔직함은 우리 식구들의 지나친 장점이자 단점이라지요. ㅠㅠ
 

지난 11월 29일 호적상 생일날에 지역영화관인 콜롬버스시네마의 덕을 톡톡히 봤다.
MVP에게 주어지는 생일날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영화볼 수 있는 혜택이 있어도 이용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기필코 ... 날짜를 꼽아가며 기다렸고, 일찍 퇴근한 남편과 단 둘이서 저녁도 먹고 영화도 봤다. 외식이든 영화든 항상 아이들과 같이 했는데, 이번엔 정말 우리만의 시간이었다. 큰애가 세살일 때, 캐빈고스트너의 '늑대와 함께 춤을' 본 이후로 둘이서만 영화를 본 건 15년만이었나~~싶다.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지만... ^^

보고 싶은 영화는 대부분 봤기에 '세븐데이즈'를 선택했고, 무료로 주는 팝콘과 음료까지 받아들고 입장했다. ㅎㅎ 장어구이에 소주를 두병이나 마신 남편은, 영화가 시작되기 전 열심히 팝콘을 먹었다. "배 안 불러?" 물어보니, 그냥 자기도 애들처럼 이렇게 해보고 싶었단다! ㅎㅎㅎ

영화는 장면을 눈에 담을새도 없이, 상당히 빠르게 휙휙 지나쳤다. 스크린의 빠르기와 긴장감이 맞먹으며 진행되는 동안, 나름대로 범인을 추정하는 내 머릿속도 바빴다. 김윤진의 연기가 좋다고 찬사를 보내는데, 난 이상하게 김윤진의 발음 때문인지 그녀에게 항상 약간의 어눌함을 느낀다.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게 엄마의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 같아 좋았지만... 아이를 유괴하면서까지 일을 꾸며야 했던가? 모성이 모성에 기대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었을까 안타까웠다. 극적인 반전으로 전모가 드러나는 결말, 음~~ 좋았다. 내가 엄마라도 저렇게 응징하고 싶었을거라 공감하며, 아들이든 딸이든 반듯하게 키워야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빛을 내는거라 생각됐다. 뒤틀린 부모의 사랑이 자식을 망치는 길이기도 하니까... 잘 짜여진 플롯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했고, 빛나는 조연들의 연기도 한몫 단단히 한 영화다.

아이를 생각하며 정성껏 아침상을 차리는 장면에서 기어코 눈물샘이 출렁였고, 이제는 자글자글한 눈가의 주름과 나이듬을 피할 수 없는 손을 가진 김미숙이 얼굴을 덮고 우는 장면... 아~~~~ 모성을 저렇게도 보여줄 수 있구나! 감독의 연출에 진하게 감동했다.

멋진 반전, 녹음기에 담긴 음성을 증거물로 제시하며 던지는 한 마디,
'사람이 늙어갈수록 추하더라고!'
이 말을 기억하며 추하게 늙어가지 않도록 나를 다듬어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뽀송이 2007-12-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멋진 시간 가지셨군요.^^
15년만에 남편분이랑 단둘이!!
영화도 잘~ 선택하셨어요.^^ 저도 꽤 마음에 드는 영화였어요.^^

음... 이건 제 얘긴데요.^^;;
전 옆지기랑 영화보면 꼭! 열받아요.^^;;
당췌... 의견이 안 맞아서 말이에욧.^^;; 헤헤^^


순오기 2007-12-08 22:52   좋아요 0 | URL
헤헤~ 뽀송이님, 열 받아욧! 의견이 맞기가 쉽지 않지요~~~ㅎㅎ
저는 대부분 월욜 조조에 먼저 보고 나서, 애들이랑 남편을 세트로 묶어 보내거든요.ㅎㅎㅎ 그러다보니 저랑 단둘이 보기는 쉽지 않죠!
오랜만이라 둘이 보는것도 꽤 분위기 나던걸요~ 손도 한번 안 잡았는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