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체국에 다녀왔다는 혜경님을 위해, '불과 얼음의 콘서트'에 실린 '우울한 샹송'을 올린다. 같은 시가 예전에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제목으로 나왔는데 검색해보니 절판이다. 이수익 시인의 최근 시집으론 '꽃나무 아래의 키스'가 뜬다.

어제 받은 테트리스 강도가 너무 쎄서 기분도 꿀꿀하니, 퍼머하고 영화 보고 심야에 귀가했다. 나돌다가 집으로 들어오며 하는 말, '역시 내집이 최고야!' ^^

   
 

우울한 샹송      -이수익-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
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중학교 2학년 때 충청도 산골에서 인천으로 전학 온 순오기에게, 하트를 그려 보냈던 악동들의 편지를 동창 동아리방에 공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니셜 P군의 편지 K군의 편지 하면서...... 그 때 태평양 건너 사는 동창이 불현듯 손으로 편지를 쓰고 싶다며 여행지마다 엽서를 보내왔다. 시드니와 알마티 밸리던가 데스 밸리던가~ 하여간 10년 후에나 공개하라며 세 장을 보냈는데, 내 그런 괴발개발은 처음이다. 몇 자 밖에 안되지만 스캔받아 공개해도 알아 볼 사람은 본인 밖에 없을거다. ㅎㅎㅎ

내 보물창고엔 초,중,고 친구들과 나눈 편지가 담겨 있다. 지금 보면 틀린 글씨도 많고 웃기는 내용이지만, 추억이 묻어나는 편지는 볼때마다 나를 그 시절로 실어 나른다. 백 튜더 퓨쳐~~~~~ ^^   우울한 샹송을 읊으며, 편지를 끄적여 우체국에 부치러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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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2-05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들려주시는 줄 알았어요^^ 아흑, 카드 보내려고 우체국 가려고 결심했는데, 어차피 구정 연휴 전에 도착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또 다시 미뤄졌습니다..;;;;;
담주에 부지런을 떨어보겠다고 결심했어요. 순오기님 테트리스 떨궈내셔요(>_<)

순오기 2008-02-05 18:28   좋아요 0 | URL
흐흐~ 불혹이 지난 세대는 '우울한 샹송'하면 이수익 시를 떠올릴걸요.^^
테트리스는 어제 떨궈내고 들어왔죠~~그래서 또 내 집이 좋은 것이죠.^^
마노아님은 설날에 세뱃돈을 주는 쪽이려나 받는 쪽이려나? ㅎㅎ

마노아 2008-02-05 12:28   좋아요 0 | URL
어릴 때도 주는 사람 없었는데, 이젠 오로지 제가 주는 쪽이 되어버렸어요. 윽...생각해 보니 왕 억울...ㅜ.ㅜ

순오기 2008-02-05 18:50   좋아요 0 | URL
ㅎㅎ 친척들이 많아야 세뱃돈도 많이 받는데...^^
조카들한테 세뱃돈 주고, 형부한테 복돈 주라고 하세요~~~^^

bookJourney 2008-02-05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죠? 시를 읽었는데 정말 샹송을 돋고 있는 기분이 드니 말이에요. 역시 시인의 힘이란 .... ^^
테트리스 떨쳐내시고 힘 내세요 !!

순오기 2008-02-05 10:56   좋아요 0 | URL
호호~ 님의 댓글 읽고 나도 소리내어 읽었어요. 샹송처럼 들리는가 하고...^^
테트리스 떨쳤어요. 설 잘 보내시고 행복하세요!

무스탕 2008-02-0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노래 들려주시나 했어요 ^^;;
문득 조용필 노래 가사중 '베고니아 화분이 놓이 우체국 계단..' 하는 부분이 생각나네요.

순오기 2008-02-05 11:00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노래 옮겨오는 건 할 줄 몰라요~~ㅠㅠ
아~ 난, 조용필 매니아인데..... 저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뭔지 모르겠네요.^^
설 쇠러 먼데로 가시나요? 가가우면 그것도 한 부조하는데... 저는 광주에서 목포로 간답니다. 님도 명절 잘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시와요!

깐따삐야 2008-02-05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시 좋아해요.^^

순오기 2008-02-05 10:59   좋아요 0 | URL
물론 님이 좋아하시니 제게도 보내주셨으리라 생각해요.^^
설날 맛난 거 많이 드시고, 떡국은 딱 한 그릇만 드세요! ㅎㅎㅎ

프레이야 2008-02-05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어요. (박박 우겨야쥐~)
그러고보니 우체국이 들어가는 노랫말도 좀 있네요. 윤도현의 '가을우체국'이
생각나요. 목포 잘 다녀오세요.~~

순오기 2008-02-06 05:31   좋아요 0 | URL
우체국~~~ 광주엔 '우다방'으로 불리는 전설의 우체국이 있답니다.
아마도 사랑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이들도 많으리라 짐작되죠.^^
윤도현 '가을 우체국'도 좋지요~~~
 

어제는 '엄마' 생각에 눈물 줄줄 흘렀는데, 오늘은 '이수익 시인'때문에 깔깔 웃었다. 이 변화무쌍한 감정이라니~~~~ 깐따삐야님이 책임져야 해! ^^

나남시선은 내가 한번도 접해 본 적이 없는 시선이다. 주로 창비나 문학과지성시선집을 즐긴 듯하다. 또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출판사가 어디든 가리지 않았고. ^^ 유안진의 '봄비 한 주머니'를 주욱~ 읽으며 마음에 끌리는 것들을 동그라미 쳐두고, 바로 이수익 시선집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수익 시들은 명쾌하게 읽히는 느낌이었다. 그대로 들어와 꽂히는 느낌! 뭔 뜻일까? 머리를 굴리거나 의미를 찾아보려 끙끙대지 않아도 그대로 이해되는 시. '맞아, 시는 이렇게 한 눈에 확 꽂혀야 잘 쓴 시야!' 혼자 주절거리며 즐거웠다. 그 중에 특히 내가 웃어제끼며 우리 큰딸한테 읽어 준 시를 올린다.

   
 

 그리운 악마       -이수익-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몰래 나 홀로 찾아 드는

외진 골목길 끝, 그 집

불 밝은 창문

그리고 우리 둘 사이

숨막히는 암호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祝杯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

 

찾아가는 발길의 고통스런 기쁨이

만나면 곧 헤어져아 할 아픔으로

끝내 우리

침묵해야 할지라도,

 

숨겨 둔 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

머언 기다림이 하루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

악마 같은 여자.

 
   

엄마가 읽어주는 이 시를 듣는 우리 큰 딸, '마누라 알면 죽음이군!' 이러면서 듣더라는~ ㅎㅎ

그런데, 요건 남정네들만의 로망이려나?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그리운 악마'는 조신한 아낙네들도 때론 꿈꾸고 싶은 불순한 로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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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4 0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옆지기 하나 관리하는 것도 힘에 부칩니다. 숨겨둔 정부 너무 귀찮고 부담스러울것 같아요. ㅎㅎ

순오기 2008-02-04 03:50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러니까 이런 로망은 반드시 '불혹'이 지나야 생긴다? ^^

bookJourney 2008-02-0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를 하면 저희 옆지기도 '기운이 남아도느냐?'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저도 요즘 같아서는 힘에 부쳐서 못하겠습니다만 .. ㅋㅋ

순오기 2008-02-04 08:51   좋아요 0 | URL
ㅎㅎ~ 기운이 남아도느냐?
공선옥의 표현대로 '라일락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면 그런 로망도 꿈꾸게 되더라고요! ^^

깐따삐야 2008-02-0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것도 부익부빈익빈이라죠. 남편은 커녕 애인도 없구만 남편에다가 숨겨둔 애인까지 바라시는 순오기님은 욕심쟁이! 우후훗! ㅋㅋㅋㅋ

순오기 2008-02-04 11:42   좋아요 0 | URL
그럼 이게 깐따님껜 염장페이퍼? ㅋㅋㅋ
하지만~~~ 꿈도 못 꾸냐고욧! ^^

전호인 2008-02-0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두의 로망이라...... 긍정반 부정반이라고 하면 재미없는 멘트가 되겠죠.
모두가 나를 기준으로 볼 때를 이야기 하는 것이니 알아서 추측하시면 저의 마음을 알게 되겠군요.
조신한 아낙네의 기준이 참 모호하긴 합니다.

순오기 2008-02-04 11:45   좋아요 0 | URL
조신한 아낙네의 기준은 '순오기'야요! ^^
'불혹'이 어느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지만, 제가 '불혹'이 되어보니 비로소 '흔들리기 시작'하더라는 거~ 바로 그걸 겪어봐야 흔들림 없다는게 뭔지 알겠더라는... ^^

마노아 2008-02-04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들었더라. 경쟁심리가 작용해서 남의 사람일 때 더 뜨겁게 타오른다는 야~기!
아, 이렇게 위험한 발언을 대낮부터 하다니... 부끄러워욧!

순오기 2008-02-04 11:48   좋아요 0 | URL
위험한 발언을 대낮에 하는 사람은 절대 안 위험하고 안 부끄러워요!^^
겪어보니, 지나치게 금술 좋은 척 하는 부부가 문제 있고, 지나치게 조신한 척 하는 사람이 부뚜막 올라가더라는...^^ 추천하면 속마음 보일까봐 안하나 봐~~ 추천이 하나도 없당!ㅎㅎㅎ
설연휴에 결강이라 오늘 보강하러 학교 갑니다. 이제==333

프레이야 2008-02-04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혹이 왜 불혹이게요? 비로소 흔들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구요.
옛사람들도 그랬으니 스스로 다잡기 위해 그런 이름을 지어붙인 거라고 박박 우겨봅니당~
오늘도 마구 흔들리며 사는 저이다보니..ㅎㅎ
우울한 샹송, 생각나요.

순오기 2008-02-05 01:32   좋아요 0 | URL
불혹이 왜 불혹인지는 지나본 사람만이 알거예요.
정말 옛사람들이 다잡기 위해 지어붙인 거라고 박박 우겨봅니당~ 2 ^^
오늘도 테트리스에 마구 흔들리느라, 파마하고 영화'명장'보고 들어왔어요.
오늘은 '우울한 샹송'이나 올릴까? ^^

2008-02-04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5 01:32   좋아요 0 | URL
^^불혹이 가깝군요. 라일락 향기 흩날리는 봄날엔 지금도 흔들리고 싶어요.ㅎㅎ
조신한 아낙네라~~~~ '남편에게 허용 못하고 우리 애들한테 말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는다'가 제 행동 기준입니다! 이 정도면 조신한 것 맞죠? ㅎㅎㅎ

2008-02-11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04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5 01:33   좋아요 0 | URL
에구~ 바쁜가보다 했어요. 그럼 기다리는 즐거움을 맛보기로 하죠! ^^

웽스북스 2008-02-05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흑, 불혹하려고 40살만 기다리고 있는 츠자의 가슴에
돌맹이를 던지고 가시다니 ㅜㅜ

순오기 2008-02-05 01:34   좋아요 0 | URL
나도 그 나이때는 그런 줄 알았다는... ^^
돌맹이의 파문도 만만치 않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온다죠! ^^
 
부끄럼쟁이 바이올렛
지젤 포터 그림, 캐리 베스트 글, 하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사서인 세실님의 추천이라 입학선물로 찜한 바람돌이님 예린이에게도 한권, 나를 위해서도 한권 구입했다. 이 나이에도 애들 동화에 사족을 못 쓰는 걸 보면 역시 난 철이 안 들었다.ㅎㅎ 누가 뭐래도 난 동화를 읽을 때면, 어린시절 책에 굶주렸던 아픔이 치유되고 보상받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특히 쑥스럽고 부끄러워 나서거나 발표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좋을 책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 선생님도 책 속에 나오는 '맥스웰 선생님' 같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선생님들이 꼭 봐야할 책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일부의 선생님들은 기다려주거나 배려하기 보다는, 다그치거나 몰아부쳐서 아이를 더 주눅들게 하기에 이런 성향의 선생님이라면 꼭 보셔야 할 책이다. ^^

세심하게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남의 목소리 흉내도 잘 내는 바이올렛, 하지만 앞에 나서는 것은 자신이 없다. 친구들의 눈길만 쏠려도 몸에 두드러기가 나듯 가려워 긁적거리고 머리카락을 배배 꼬면서 안절부절, '아무한테도 안 보일 만큼 작아져 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아이다. 바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된다. 아~ 이런 바이올렛을 어쩌면 좋을까? ^^

단짝인 오팔이나 다른 친구들은 격려하고 용기를 주지만, 우리네 교실처럼 심술쟁이 녀석 하나는 꼭 끼어 있다. 바로 '어윈'이 그런 녀석, '바이올렛은 털투성이, 다리는 뚱뚱해' 라고 놀려대며 즐거워하는 악동이다. 요런 녀석은 꼴밤 한대 먹여주면 좋으련만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은 그러지 못한다. 그래도 단짝 오팔과 같이 '입 냄새는 블루 치즈처럼 고약하고 입술은 라마 같아' 소리치며 수다로 풀어버리니 다행이다. 이래서 애들이고 어른이고 단짝은 꼭 있어야 된다니까! ㅎㅎ

드디어 반 전체가 태양계 연극을 하는데 행성 9개, 소행성 8개, 별똥별 7개, 혜성 6개, 항성 5개에 인공위성까지 모두 출연해야 한다. 온 몸이 가려워 여기저기를 긁으며 머리카락을 배배 꼬아대는 바이올렛, 선생님은 바이올렛에게 '우주의 여왕'을 맡긴다. 과연 바이올렛이 '우주의 여왕'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맥스웰 선생님은 바이올렛의 특기이자 장점인 '목소리 흉내내기'를 잘 알고 있을까? 어쩌면그 장점을 살려내어 부끄럼쟁이 바이올렛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킬 것 같은데...... 자~ 바이올렛의 놀라운 변신은 책으로 확인하세요! 

선생님은 행성의 자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뒤죽박죽인 아이들을 위해,

 "리수리수리 마하수리 방 외울 수 있어! 천히 반복하다 보면 결 못 할 일은 없어. 심하렴 금은 잘 안 되더라도 내지 말자. 표를 향해 라지지 말고."

라는 노랫말을 지어 완벽하게 외우게 하는 멋쟁이시다. 아이를 잘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역할을 맡겨준 맥스웰 선생님 같은 담임선생님을 둔 아이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이렇게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고 배려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제 아무리 부끄럼쟁이 바이올렛 같은 친구라도 자신과 용기를 가질 수 있겠다.

이렇게 좋은 내용인데 그림책 치고는 글씨가 좀 작고, 첫눈에는 그림의 호감도가 좀 떨어질 것 같다. 아이들은 동글동글 변화무쌍한 표정을 좋아하는데, 이 그림은 표정에 인색하고 코쟁이 나라답게 한결같이 코만 오똑하다. 얼굴에 비해 머리숱이 적게 표현되어 언밸런스한 분위기라 아이들 같지 않고 마치 어른을 그린 듯하다. 모딜리아니 그림 같은 느낌의 개성있는 그림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서 호감을 사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보고 또 보면 화가 '지젤 포터'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좋다. 미리보기로 그림을 확인하면 좋을 듯하다. 글을 쓴 '배리 베스트'는 처음 만나는 작가라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에서 빠졌다는 걸 어린 독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흠~~난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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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 찌이~~ㅁ.

순오기 2008-02-03 12:06   좋아요 0 | URL
자꾸자꾸 들여다보니 그림도 정이 드네요. ^^ 글씨는 그림책 치고는 좀 작은 편이지만 재미는 좋아요!

세실 2008-02-0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빠르기도 하셔라~~
저두 어린시절 책을 등한시했던 보상이라도 하듯이 야곰야곰 그림책 보는거 좋아합니다^*^
참 재미있죠? 어릴때 이런 예쁜 그림책이 많았다면 분명 화가도 되었을겁니다. 푸훗~ 이상 오버걸이었습니다

순오기 2008-02-04 01: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세실님, 이미지 사진은 벌써 봄맞이야요? ^^
오버걸이라뇨~~ 이 책을 읽으면 다 동감할 겁니다!

마노아 2008-02-0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용을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 추천하는 이유를 알겠어요. 행성 이름 외우는 장면은 번역자의 공이 크겠네요. 멋져요. ^^

순오기 2008-02-04 02: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입학하는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잘 읽어봐야 할 듯해요.
학교만 갔다오면, "오늘 발표했어? 몇번?" 이런 엄마들이 다그치거나 몰아치지 않도록... ^^
 

알라딘에서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한 2007년 8월부터, 읽은 책의 권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게다가 읽은 책도 동화나 청소년 소설 정도였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반성하는 분위기로 어줍잖은 독서기록이라도 남겨볼 생각이다. 음~ 얼마나 갈지는 또 미지수지만, 그래도 1월에 처음 읽었거나, 리뷰를 올리느라 다시 읽은 책은 넣어야겠다. 워낙 없어서리... 하지만 읽다가 만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목록에 올려야겠다.(그래도 양심은 쬐매 있어서^^)

1. 1월에 처음으로 읽은 책 - 동화 2권, 청소년소설 2권, 시집 1권

 

 

 

 

2. 1월에 리뷰를 쓰느라고 다시 읽은 책 - 그림동화 10권, 동화 2권, 청소년소설 1권

 

 

 

 

 

 

 

 

 

 

 

 

 

3. 1월에 다시 읽었으면서 리뷰도 안 쓴 책 - 동화 2권

 

 

 

4. 1월에 다시 읽지는 않았지만 리뷰를 쓴 책 - 동화 3권, 장편소설 한강

 

 

 

 

5. 민경이와 성주의 독서활동으로 리뷰를 올린 책 

 

 

 

 

 

 

 

 

 

*쪽수는 얼마 안돼도 어쨌거나 내가 읽은 책은 20권이고, 리뷰를 올린 건 27(장편이나 세트도 1권으로)권, 끼적거린 페이퍼는 17편 ^^  책은 20권 밖에 안 읽었으니 손들고 무릎 꿇고 알라딘에서 노는 걸 확~ 줄여야 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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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02-0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을 많이 읽으시는 순오기님~ 즐독하세요.
설 명절 행복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순오기 2008-02-03 12:08   좋아요 0 | URL
결코 많이 읽었다고 할 수 없어요.ㅠㅠ
님도 설 잘 지내시고, 건강하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bookJourney 2008-02-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많이 읽으시면서, 손 들고 무릎 꿇어야 한다니요??
그러면 전 접시물 찾으러 갈래요 ==33

순오기 2008-02-03 12:09   좋아요 0 | URL
에구~~ 봐 보세요. 거의 다 애들 그림책이잖아요. ㅎㅎ
만날 알라딘에서 놀기 때문이야욧! ^^

웽스북스 2008-02-0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알라딘질은 정신건강에는 이롭지만 독서생활에는 살짝 해롭기도 하지요- 지식적 측면에서는 좋지만 시간의 절대적 측면에서는 ;; 게다가 보고 싶은 건 점점 많아지는데 노느라 볼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는거? ㅋㅋ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 것이냐

흠 이러다가 심각한 괴리감에 정신건강에까지 해로워지는 건 아니겠죠? ㅋㅋ

순오기 2008-02-04 01:26   좋아요 0 | URL
알라딘 놀이, 정신건강에 이롭고 독서생활에도 이로와요.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되잖아요. ^^ 그 이상 이로울 수가 있겠어요? 나~~ 알라딘 옹호자!!

마노아 2008-02-04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언니한테 1월에 56권 읽었어! 하니까 바로 묻더군요. 동화책 만화책 빼고 몇 권?
작은 소리로... 5권...ㅡ.ㅜ 저도 같이 무릎 꿇고 손들었어요...;;;;;

순오기 2008-02-04 02: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5권! ^^
우리가 알라딘 놀이터에서 너무 오래 놀아요 그쵸? 야심한 시간에 또 만났잖아요~~ ^^ 우린 같이 무릎 꿇고 손들고도 놀을거야!! ^^

뽀송이 2008-02-0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책들이 많아서 추천이요.^^
이리 장편을 읽어내는 집이라 대단합니다.
책은 있으나 읽을 사람이 없는 집도 있답니다.ㅡㅡ;; 쿨럭!!
저도 이번달에는 밀린 책들 좀 읽어야겠어요.
저번달엔 괜히 영화보느라 일이 뒤죽박죽이었답니다.^^;;

순오기 2008-02-05 01:36   좋아요 0 | URL
책은 있으나 읽을 사람이 없는 집~ 쿨럭!!^^
저도 같이 밀린 책 독서행렬에 동참할래요~ 뽀송이님과 함께!
오늘 간만에 '명장'보고 왔어요.

글샘 2008-02-04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책을 이렇게도 분류할 수 있군요. ^^
세상은 보는 눈만큼이나 다양하단 걸 늘 잊고 사네요. 하나 배워갑니다.

순오기 2008-02-05 01:37   좋아요 0 | URL
괜찮은 분류였나요? 워낙 읽은 게 빈한해서 마구 갖다 붙였어요! ^^

프레이야 2008-02-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손들고 무릎 꿇어야해요
님이 이정도에 그러신다면 전 완전 머리 땅에 박아야한다구요. 흐흑..

순오기 2008-02-05 01:38   좋아요 0 | URL
혜경님 마노아님이랑 같이 복도에서 무릎 꿇고 손들고 우리 알라딘 얘기해요! ㅎㅎ 넘 재밌겠다 그쵸? ㅋㅋㅋ
 
순오기님께 그리고 詩

 깐따삐야님이 순오기를 위한 시로 '봄비 한 주머니'에 수록된 '여자다움'과 '자격'을 올려주었고, 또 시집까지 선물로 보내셨다. 음, 알라딘 놀이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런 따뜻한 사랑이 있어서다. ^^

여고시절, 교내 시 백일장에 '엄마에게 바치는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어줍잖은 자존심으로 버티던 시절이라, 단 두 줄 쓰고는 지금까지 미완이다. 늘, 마음으론 시를 쓰고 싶어서 문학의 주변부를 얼쩡거리며, 문학공부나 시창작교실을 기웃거렸다. 그 덕에 교과서에서 본 시인 외에 수많은 시인의 이름과 시를 아는 것으로 자족했다.

시를 쓰는 것은 재주가 아니라, 사랑이고 삶에 대한 철학이 농익어야 함을 깨달음에도 아직 미완인 두 줄짜리 시를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드리고 싶다. 치열하게 사랑하지도 못하고, 아직도 인간이 덜 된 나는 그 시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러움에 미루고 있던 시를 완성하기 위해 '시가 내게로 왔다' 카테고리를 시작한다. '봄비 한 주머니'에 실린 이 시 때문에......

   
 

말하지 않은 말    -유 안 진-

 

말하고 나면 그만

속이 텅 비어버릴까봐

나 혼자만의 특수성이

보편성이 될까봐서

숭고하고 영원할 것이

순간적인 단맛으로 전락해버릴까봐서

거리마다 술집마다 아우성치는 삼사류로

오염될까봐서

'사랑한다' 참 뜨거운 이 한마디를

입에 담지 않는 거다

참고 참아서 씨앗으로 영글어

저 돌의 심장 부도 속에 고이 모셔져서

뜨거운 말씀의 사리가 되어라고.

 
   

내가 30년 전, 여고시절에 쓰다 만 두 줄짜리 시,

.

.

'커단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어머니는 오늘도 새벽바람 대문을 민다'

.

.

.

그때나 지금이나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우리 엄마는 저렇게 우리를 공부시켰는데,

난, 죽었다 깨어도 저렇게는 못할 것 같다.

그 모진 세월이 15년.........

지금 엄마는 그 세월의 댓가를 치루느라

뼈마디 마디 안 아픈데가 없어서 편한 잠도 못 주무신다.

난, 우리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말을 한 편의 시로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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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2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3 07:26   좋아요 0 | URL
엄마는 영원한 눈물샘이고 사랑의 원천이죠. 내게도, 님께도...

마노아 2008-02-02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목욕탕 다녀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누굴까. 그건 당연하게도 '엄마'라는 이름이었어요. 엄마 외에 누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꼽을 수 있을까,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더라구요. 그 순간,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내게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했어요. 정말 살아계실 때 효도 많이 해야 해요(>_<) 정말 이름만 들어도 콧날이 시큰해지는 사람이라니... 카테고리 참 마음에 들어요. ^^

순오기 2008-02-02 19:28   좋아요 0 | URL
세상 모든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그 이름, 엄마......콧날 시큰해지는 엄마지만, 그런 엄마가 계셔서 너무 행복합니다!

세실 2008-02-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엄마'라고 입속에서 부르기만 해도 눈물 납니다. 그러면서도 늘 마음뿐이예요.
순오기님 시 두 줄 읽는데 눈물이 주렁 주렁.
님 꼭 완성하셔서 엄마께 읽어주세요. 부디...

순오기 2008-02-02 19:29   좋아요 0 | URL
부르기만 해도 눈물나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을거에요. 그쵸?
못다 한 내 숙제를 꼭 해내야 내 인생이 마무리 될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8-02-02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완성하지 못한 채로도 님의 마음이 다 담겨있어요.
감동입니다.^^

순오기 2008-02-02 19:39   좋아요 0 | URL
그럼, 저 두줄짜리로 그냥 드릴까요?^^
한참을 울다가 자고 일어났더니 마음이 좀 풀렸어요.
괜히 울고 싶었나봐요!

뽀송이 2008-02-0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라는 말만으로도 한편의 시가 되는 것을...
순오기님의 찐한 정이 시 속에 차고 넘칩니다.
멋진 님의 시들을 많이 많이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도 엄마 보고 싶어요.^^;;

순오기 2008-02-03 06:4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엄마'라는 말만으로도 한편의 시가 되는 것을...
지난 주말에 엄마를 보고 왔는데도 또 보고 싶어요~~~~~ㅠㅠ

바람돌이 2008-02-03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은 순오기님의 맘을 이미 다 알고계실걸요. 엄마라는 존재가 그런거잖아요. 그런데 전 참 제 어머니 같은 엄마는 우리 아이들한테 못될것 같아요. ㅠ.ㅠ

순오기 2008-02-03 06:4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엄마 같은 엄마'는 세상에 한 분일 뿐, 나는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겠다는 마음이~~~~~~ㅠㅠ

깐따삐야 2008-02-03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엄마한테 "엄마는 오만과 편견 덩어리야, 덩어리!"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단단한 오만과 편견이 어쩌면... 오빠와 저를 키운 힘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단 두 줄이지만 그 다음에 하고픈 말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감동이에요.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써주세요.^^

순오기 2008-02-03 06:47   좋아요 0 | URL
'난, 엄마처럼 안 살거야~~' 이랬죠.ㅠㅠ 왜 그렇게 모질었는지 그때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