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첫날, 추석에 수고한 자신에게 영화 한편 상으로 보여주자며 독서회원 12명과 하남점을 찾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하거나 짜증내지 않은 나를 위한 선물로! 개인적 영화 취향에 따라 새내기부부는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을, 젊은아낙들은 '사랑'을, 불혹 주변의 아짐들은 '즐거운 인생'을 선택했다. 이준익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좋아하는 난, 우리 세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 만땅이었다. 시작부터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며 즐거운 인생이 펼쳐졌다.

너무나 현실적인 우리네의 삶, 여성 최고의 직업이라 꼽히는 학교선생인 마누라 덕에 백수로 살아도 돈 벌 중압감 없는 철딱서니 남편 기영(정진영 분)~ 에구 백수면 일어나서 아침이라도 챙겨주면 좋으련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누라와 딸내미가 나가면 슬며시 일어나 혼자 룰루랄라 먹는 저 남자 꽁 쥐어박고 싶었다~~ ㅠㅠ 

회사 짤리고 낮엔 택배로 밤엔 대리운전으로 죽어라~~ 돈 벌어서 아들놈 학원 보내랴 뒷바라지에 등골 빠지는 성욱(김윤석 분)은 피곤하다. 요즘 자식들 학원보내느라 일터로 나선 주부도 많은데, 집에서 안 하는 공부 학원 간다고 할려나~ 의문이지만 학원에서 공부하겠지 믿고 싶은 엄마는 안심하고 싶을거다!  

'대학교수님이 타던 차라 믿고 사셔도 됩니다'라는 접대 멘트 날리며 중고차를 팔아, 캐나다 보낸 처자식에게 돈 보내는 대머리 아저씨 혁수(김성호 분)는 자신은 창고 다락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살아도 만족하는 모습이다. 그런데~~이 대머리 아저씨가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아, 저게 사는거야? 왜 마누라의 허영에 끌려가서 저 고생을 하느냐고? 저 마누라 저렇게 방치해도 되는거야?' 괜히 남의 일이지만 화가 치밀고 마음이 불안하다.

대학가요제에 참가하기 위해 '활화산' 밴드를 결성하고 세번이나 예선 탈락해서 해체됐다는 그들은, 멤버였던 성우의 죽음으로 다시 만난다. 참, 사는게 뭔지......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중년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당신이 꿈꾸는 '즐거운 인생'은 어떤 것인가? 하고 싶은 일 다 미루고, 그저 자식 새끼한테 올인하는 요즘 부모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혼하거나 집 나가고 싶을때는 또 얼마나 많았던고~ 동감하는 아짐들의 한숨이 들린다. 나는 저런 유형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망가진 인생, 놓쳐 버린 인생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이런 후회를 곱씹기 전에 부모들은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할 영화다.

죽은 친구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 분), '나는 한번도 아버지의 아들이었던 적이 없었고. 내 기타도 아버지가 부셔 버렸다'는 말이 가슴에 콱~~ 박힌다. 자기의 꿈을 좆아살면서 마누라는 도망가고 하나 있는 아들놈은 아버지처럼 생각도 안하는 우리의 현주소를 만나니, 참 가슴이 답답하다.


 젊고 멋진 장근석과 활화산 멤버들의 라이브에 열광하면서, 즐거운 인생의 맛을 물씬 느낀다. '그래~ 바로 저런 따뜻함이 이준익의 시선이다!' 지나간 청춘을 회상하는 우리 속에도 아직은 저런 열정이 남아 있을거라 위안을 삼아본다.

부부도 잘 나갈때는 사실 애정전선에도 이상없다. 하지만 잘 나가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긴다. 어쩌면 한번도 잘 나가 본 적이 없는 내 남편을 비롯한 가장들이 안쓰러워 눈물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사오정 세대로 지금은 힘들게 견디고 있을 평범한 가장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넣어주는 영화라고 느꼈다. '내 남편이, 우리 아빠가 저렇게 돈을 버는구나' 이제라도 그 수고를 알아줘야 할 마누라와 자식들이 보면 좋겠다.

이제는 대머리에 희끗한 서리가 내려앉은 내 남편 속에도 저런 열정이 있었을거라 짐작해본다. 영화를 보고 나니, 잘 나가지 못하는 내 남편이 짠~하고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 주고 싶었다. 이마트에 들러 장을 보면서 그에게 건넬 '자일리톨' 한 통을 사왔다. 내 남편과 같이 '즐거운 인생'을 한번 더 보리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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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10-0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따뜻한 시선이 배어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보고싶어지네요. 하지만 세 살, 다섯 살 아이들이 언제 자라서 엄마를 영화관에 보내줄런지^^;;

순오기 2007-10-04 15:32   좋아요 0 | URL
음, 세살 다섯살이면 엄마 떨어지기가 쉽지 않지요~~
저도 삼남매 키우는 10년 세월은 극장에 갈 수 없었어요 ㅠㅠ
요즘은 한주에 한편은 보니까 한달에 네번쯤...음, 행복해요!!

비로그인 2007-10-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궁금해집니다. 요즘은 통 극장엘 못가서 ^^

순오기 2007-10-04 15:34   좋아요 0 | URL
체셔님, 아프셨던데 이제 생기발랄 원상복귀하신거죠?
영화는 정말 자기 취향에 맞아야 한다는걸 새삼 확인했어요.
최근 몇달간 본 영화중에서 젤 좋았던 영화로 추천~~~~~^*^

라로 2007-10-0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넘 멋져요!!!!
꼭 봐야겠어요,,,,저두 이준익감독작품을 좋아라하는데,,,ㅎㅎㅎ
남편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생길것 같아요,,,님처럼.
저두 미리 자일리톨 껌을 장만해놔야겠어요,ㅎㅎ

순오기 2007-10-04 18:01   좋아요 0 | URL
ㅎㅎ~ 나비님은 자일리톨 말고 다른 멋진 걸 준비해 보세요.
출산 전 남편을 감동시키면 아마 두세배는 불어서 돌아오지 않을까요~~~~~^*^
 
금단 현상 - 5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가)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5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9월 30일 초판으로 나온 이금이작가의 '금단현상'은 2006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였으며, 2007년 제39회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으로도 선정됐다.  ‘금단현상’은 아이들의 눈높이와 아이들의 마음밭에서 아이들의 살아있는 말로 글을 쓰는 작가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한겨레, 경향신문 기사)

금단현상에 실린 다섯편의 단편에서 작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벌어지는 사건마다 섬세한 심리묘사로 독자의 공감을 자아낸다. 결코 길지 않은 분량에도 웃음과 눈물을 담았고, 깔끔한 반전으로 멋지게 마무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아이들 학교나 우리집에서도 일어날 별것 아닌 소소한 일상에서 어쩜 저렇게 멋진 작품을 건져내는지 작가의 시선이 부럽기만 하다.

삽입된 김재홍 화가의 그림은 부드러운 색감으로 이야기를 한결 진지하게 보여주어 좋았다. 김재홍 화가는 동화집이든 시집이든 그림이 삽입된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화가로, 이금이 작가의 작품에도 많은 그림을 그렸다.

표제작이 된 '금단현상'은 인터넷 사용 금지로 컴퓨터 대신 전화중독에 빠져 든 효은이를 따라가면서 공감하는 나를 발견한다. 다시 성규에게 전화 거는 효은이가 내 모습은 아닐런지...... '꽃이 진 자리'는 외국에 나가 있는 손녀가 보고 싶어 스웨터를 떴다 풀었다 하는 할머니가 가슴을 아프게 했다. 끝내 전해주지 못하고 가신 할머니 때문에 벚꽃이 꽃비처럼 내리던 날, 현실의 노인문제를 생각하게 했다.

'촌놈과 떡장수'는 사내녀석들의 심리와 우정을 느낄 수 있었고, '나의 마니또'는 내숭떠는 혜주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 어릴 적 추억이 떠올라 배시시 웃었다. '십자수'는 남아선호 사상이 남녀평등으로 나아가며, 초등 실과에서 다루는 스킬이나 십자수, 뜨개질을 하게 된 고학년들이 충분히 공감할 소재였다.  

엄마는 잔잔한 추억 속 이야기를 끌어올린 감동으로 '역시 이금이 선생님이야!' 행복한 미소를 떠 올리며, 우리 애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작년에 고2, 초등 5학년이던 두 딸과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애들아, 금단현상이란 제목을 봤을 때 어떤 생각 들었어?"
막내: '뭐, 약물중독에서 벗어난 얘긴가 생각했지."
큰딸: "엄마 의도에 동참할 만큼 내가 순수하지 않은것 같은데..ㅎㅎ"
엄마: "엄마 의도가 그렇게 다 읽혀지니?"
큰딸: "엄마, 서평 쓰려고 우리 감상이 궁금한 거잖아!"
엄마: "응, 엄마는 너희도 이 책에 나온 아이들에 공감하는지 궁금해서..."
막내: "엄마, 요새 애들 그 책에 나오는 애들처럼 순진하지 않아."
엄마: "그래? 너는 읽고 그렇게 생각했어?"
막내: "여기 아이들 얘기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이야."
큰딸: "그건 '아이들은 순수하다'라는 명제에 세뇌된 어른들이 설정하고
         그려내는 어른들만이 공감하는 애들이야."
막내: "맞아, 난 동화를 읽으면 이런 애들은 동화속에만 산다고 느껴."
큰딸: "그건 캐릭터속에 나와 닮은 구석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내게 감춰진 악의성이 맞다며 손뼉칠 꺼리가 없다는 거지."
엄마: "엄마는, 나도 이랬어~ 바로 이런 마음이었지. 공감되는데... "
막내: "그러니까 엄마들만 공감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얘기지."
큰딸: '그래서 애들이 동화를 안 읽어. 물론 내가 너무 커 버렸지만,
         어른들 설정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들 얘기라 식상해. "
엄마: "그래도 전혀 공감이 없는 건 아니겠지? 내용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를 발견하는 게 독서의 참맛이잖아?"
큰딸: "엄마는 이금이선생님 왕팬이고, 글 쓰는 사람 무조건 동경하니까.
         문장 하나에도 밑줄 그어가며 감탄하고 순수하게 감동받는 거야."
막내: "내가 경험한 우리 반 애들은 이렇게 착하지 않아, 순수하지도 않고..."
큰딸: "야, 넌 5학년이 벌써 그렇게 생각하냐?  넌 정말 순수성을 잃었다. 
        언니는 중학교 가서 알았고, 고등학생 되니까 정말 기가 막히더라"
엄마: "얘들아, 세상이 험하고 어린이의 순수성이 사라졌다 해도
         작가는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해서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어린이의 순진함과 순수성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야."
큰딸: "그래, 문학의 보편적인 가치가 거기 있다는 거 인정해.  
         그래서 나도 고전을 읽고, 인간군상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해.
         많은 애들이 가벼운 연애소설이나 읽는걸 보면 나도 안타깝다고!"
막내: "교실에서 애들이 만화나 읽고, 도서관 책도 그런것만 대출하잖아."
엄마: '금단현상' 감상이 궁금했는데... 그거에 대해 할 말은 없어?"
막내: '소재는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어 인터넷 중독, 마니또, 십자수도.
         하지만 애들이 너무 착해서 우리들 얘기란 실감이 안나."
큰딸: "어른들은 자신의 추억속 동심에 갇혀 애들은 이럴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요새 애들은 어른들의 그런 동심과는 확실하게 달라."

두 딸과 진지한 독서토론을 했는데, 우리 두 딸이 너무 현실적인 세계에 성큼 빠진거 같아 안타까웠다. 어느새 저런 마음을 갖고 있으니, 엄마가 유치하고 순진해 뵈기도 하겠다. 하지만, 우리애들이 특별히 닳아빠진 영악한 아이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솔직한 요새 애들이 어른들은 공감하는 동화속 얘기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말은 동화작가들이 조금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나의 서평에 이금이 작가는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 열띤 토론의 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군요. 두 따님의 이야기에 마음이 뜨끔합니다. 사실은 우리 딸이 제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엄마 동화에는 너무 범생이들만 나와. 그래서 잘 공감이 안 가." 알면서도 자기만큼 밖에 못쓰는 것이 이금이라는 작가의 한계이자 특성이라고 생각해주세요.(따님들에게도 전해주세요.*^^*)

저는 물론, 동화의 주된 독자인 어린이들에게, 영합하지 않으면서 공감을 얻어내는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계속 치열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두 따님이 동화에서 멀어지기 전에 그런 글을 써야할텐데... 덕분에 저도 저의 동화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의 겸손한 댓글에 우리 딸들과 엄마는 미안해 하면서 그 후에 나온 작품도 다 읽어서, 이금이작가의 작품 27권 중에 23권을 읽었다. 금년까지 나머지 작품도 다 읽으려 작정...... 동화 모임의 10월 토론도서라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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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 2007-10-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작가가 직접 댓글을 달아준건가요?
좋은 경험이었겠네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대화 수준이 상당하네요.
큰 아이가 고2정도 되면 저런 말도 서슴없이 나오나봐요.
저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고 싶은데
제가 워낙 노는 분위기라 잘 안됩니다.
부러워요.

순오기 2007-10-03 10:13   좋아요 0 | URL
너무 길어서~죄송 ^*^
아이들과 대화내용을 빼려다가 이금이 작가의 댓글을 넣으려면 꼭 있어야겠기에, 작년에 올렸던 출판사 사이트에 남겨준 작가의 댓글이에요.
큰딸은 고3이라 가끔 집에 오면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의 독서만 합니다.
집에 오는 책은 거의 다 독파하는 막내가 우리집의 문자중독 소녀라지요!
 
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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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안 선생님의 '초정리 편지'는 출판사 창비의 2006년 제10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짜장면 불어요'와 같이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2006년 겨울 책따세 추천도서였고, 2007년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작품이다. 초등고학년이면 재미있게 읽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한글은 24개의 모음과 자음으로 무려 11,172자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발명품이다. 가로, 세로의 직선과 네모, 동그라미 가지고 못 만드는 글자가 없는 자랑스러운 문자다. 과학적이며 우수하다고 세계가 인정한 우리글이 우리나라에서는 홀대를 받는 듯하다. 글로벌시대라며 우리글도 미처 깨우치지 못한 꼬마들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배우느라, 우리글이 뒷전으로 밀려난 현실이 안타깝다.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우리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은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다. 그래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5월 15일이 스승의 날이기도 하다. 이제 한글날을 맞아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을 기리고 우리글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세종대왕이 초정리로 눈병을 치료하러 갔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훈민정음을 만든 후 실험했을거라는 작가적 상상을 더하여 그려낸 이야기구조가 상당히 흡인력 있다. 토끼 눈 할아버지가 된 세종대왕은 초정리에서 만난 장운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장운은 누이 덕이와 오복에게도 알려준다. 그 후, 드난살이를 떠난 누이와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대목은 참 감동적이다. 또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석수장이로 대궐 공사장에 간 장운이가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치느라 바닥에 쓴 글자를 보고 토끼눈 할아버지인 세종대왕과 만나는 장면은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실제 있었던 일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 사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고,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자기 일에 열심인 사람이 있고, 어영부영 묻어가면서 남 잘되는 꼴은 못보는 시기쟁이도 분명 있는데, 이런 이들이 초정리편지에도 등장한다. 장인정신으로 돌확을 만드는 장운이는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정신과도 겹쳐졌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고운 마음씀씀이도 우리네의 소박한 정이 묻어 나와 좋았다.

어린 백성을 미쁘게 여기사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의 뜻을 아주 잘 담아낸 작품으로, 이 책은 이야기단락을 ㄱ,ㄴ,ㄷ으로 표시하며 끌어간다. 간간이 나오는 편지에선 지금과 다른 훈민정음 창제 때의 표기를 볼 수 있는데, 그때의 표기에 풀이를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재미를 주고 감동을 주지만, 한 면에 그려진 그림이 어찌나 고운지 우리 산수화를 보듯 그림에도 후한 점수를 줄만하다. 책을 읽고 나서 그림만 주욱~~살펴보는 맛도 아주 좋다.

이제 한글날이 공휴일이 아니라서 많은 사람들이 잊고 지내기 쉽지만, 한글날은 여전히 국경일이다. 또한 UN의 유네스코에서 까막눈(문맹) 퇴치에 크게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세종대왕상'을 수여하는데, 이것은 한글의 가치와 공적을 국제적으로 인정한 상징으로 우리의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세계가 우수하다고 인정한 한글을 바르고 곱게 쓰며 아끼고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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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0-0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한글날을 없앤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수님과 반대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느라 명동거리를 헤매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놈의 세미나를 명동에 있는 호텔에서 했는데
호텔이란 데를 처음 가봤다는것 아닙니까.
명동은 어디가 어딘지 모르고...
결국 너무 늦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근처에서 친구와 칼국수 사먹고 집으로 왔어요.
한글날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대한민국이 영어때문에 이렇게 미친 짓을 하지 않을텐데요.

마노아 2007-10-01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었어요. 막 뿌듯해지고 자랑스러워지는 느낌... 아름다운 독서였어요^^

뽀송이 2007-10-0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너무 사랑스럽고, 흐뭇하게 읽었었어요.^^
국가적인 차원에서 행사도 다양하게 하고, '한글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외국의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에 감탄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해요.ㅡㅡ;;

순오기 2007-10-06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동화모임에서 많은 회원들이 좋은 책을 읽은 감동을 풀어놓았답니다. 세종대왕의 뜻과 작품을 쓴 작가의 뜻이 일치된 감동적인 작품이었고,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군요.

프레이야 2008-03-25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유안 작가는 부산사람이에요. 이 책으로 상당히 호평을 받았구요.
남구점자도서관에 예전에 사서였던 분의 친언니더라구요.
반갑게도, 저랑 종씨.ㅎㅎ
근데 이 책은 아직 못 읽었어요.

순오기 2008-03-25 21:23   좋아요 0 | URL
배유안작가 부산 사람이고 혜경님이랑 종씨고 아는 사람.ㅎㅎ
이 책은 한글날 즈음해서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듯...
 

'지혜의 바다'에 띄우는 한 척의 '종이배'라는 매혹적인 로고로 책을 만드는 보물창고의 '올에이지 클래식'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여 10살부터 100살까지 늘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소중한 친구 같은 책입니다. 초등고학년부터 중학생들이 읽으면 아주 좋을 책으로 상받은 외국작품을 번역, 출판합니다. 올에이지클래식은 양장본이지만 '동화보물창고'시리즈의 페이퍼북으로도 나옵니다.


1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루비 홀러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11,800원 → 10,620원(10%할인) / 마일리지 590원(5% 적립)
2007년 09월 30일에 저장
절판

사람이 아름답고 인생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성장소설~~~ 플로리다와 댈러스 쌍둥이 남매가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게 되는 아름다운 노부부 틸러와 세어리처럼 늙어가고 싶다!
문제아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7월 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7년 09월 30일에 저장

누가 문제아를 만드나 ~~ 따뜻한 심성을 가진 징코프가 사랑스럽기만 한데, 왜 문제아야?
그때 프리드리히가 있었다
한스 페터 리히터 지음,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8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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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30일에 저장

역사의 진실은 무엇인가? 저 표지의 예리한 눈빛으로 프리드리히의 죽음을 지켜본 소년 '나'가 고발하는 유대인 수난기.
니임의 비밀
로버트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7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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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9월 30일에 저장

"세상에~ 이렇게 똑똑한 쥐들이 있어? 도대체 '니임'이 뭔데? "
호기심을 100% 충족시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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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10-0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올에이지클래식'의 책들!!
어느 것 하나 쳐지지 않고, 다 좋아서 정말 마음에 듭니다.^^
 
루비 홀러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시골에서 살던 중학교때 장래희망에 '고아원원장'이라고 당당하게 썼던 기억이 있다. 중2때 인천으로 전학와 고아원원장 딸과 같은 반이었다. 그 고아원에 사는 원생들은 전형적인 고아였는데, 원장 딸은 완전 공주였다. 그래서 내 꿈을 접었다~~ 청춘의 피가 뜨겁던 시절, 고아원에 봉사하면서 만난 원장님은 당신 자녀들도 똑같이 먹이고 입히고 재우셨다. 그 자녀들 입장에서 보면 그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돼 철들어서 그 꿈을 또 접었다~~ 그 후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넷째를 입양하려다 가족들의 반대로 월드비전을 통해 우간다 소년을 후원하는 것으로 자족하고 있다.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일까? 나는 '고아원원장'에 대한 동경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트레피드 부부' 같은 고아원 원장이 될바엔 꿈을 접은 것도 잘 한 일이다 싶어 웃었다.

작가 샤론 크리치는 두번의 '뉴베리상'과 '카네기상'을 받은 작가로 미국과 영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모두 받았다고 한다. '루비 홀러'란 '루비 계곡'이란 말과 같은 뜻이다. 루비 홀러를 얼마나 아름답고 황홀하게 묘사했는지 정말 그 속으로 뛰어 들고 싶었다. 세어리가 루비 홀러를 떠났을 때, 틸러가 그녀에게 보낸 엽서는

"단풍잎이 루비 빛으로 불타고 있음"  "단풍잎이 금빛으로 물들었고, 버드나무 잎들이 냇물 위로 떠다니고 있음"  어떻게 첫눈이 내렸는지, 진눈깨비가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를 얼마나 많이 나무 위에 걸어 놓았는지, 6개월 간 수백개의 짧은 문장을 적어보냈다. (145쪽) 보라색 크로커스가 시냇가에서 피어나고, 새싹들이 에메랄드처럼 흔들린다는 틸러의 엽서를 받았을 때, 세어리는 가방을 싸서 루비 홀러로 돌아왔다.(146쪽)

이렇게 결혼하고 네 아이를 키워 세상으로 내 보낸 노부부는 평생을 루비 홀러에서 살았다. 자신들의 꿈 - 루타바고에 가고 싶은 틸러와 캉가둔에 가고 싶은 세어리는 여행에 동행할 아이들을 복스톤 고아원에서 데려온다. 고아원 앞에 놓여진 바구니 속 지도, '플로리다'와 '댈러스'위에 있었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진 쌍둥이 남매가 그들이다. 이 쌍둥이 남매는 수차례 입양되었지만 부당한 대우와 가혹한 처벌로 문제아가 되어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어른이란 피해 달아나야 할 대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 받아 본 적이 없어 사랑할 줄도 사람을 믿을줄도 모르는 가엾은 아이들이다. 하지만 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똘똘 뭉쳐 있다.

열세 살 플로리다와 댈러스는 루비 홀러에 살면서 노부부의 의연한 보살핌에 차차 마음을 열게 된다. 그저 밤기차를 타고 떠나는 게 꿈이었던 쌍둥이 남매에게 사랑과 믿음을 주는 노부부의 모습은 정말 독자에게 아름다운 인생을 맛보게 한다. 마음을 열지 못한 플로리다와 댈러스에게 슬쩍 지나듯 한마디 던짐으로 아이들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노련함은 노부부의 인생철학을 느끼게 한다. 물론 처음부터 노부부가 아이들에게 적응된 건 아니지만, 기다려주고 에둘러서 말하는 것으로 진심을 느끼게 한다. 자기 아이들을 키울때는 잘 몰라서 실수하고 시행착오도 있었다는 그들의,

"아이들도 조금은 선택권이 있어야 되고, 항상 지켜보는 어른들의 간섭 없이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168쪽)는 생각은 오늘의 부모가 배워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됐다. 또 아이들 마음을 다독여 주기 위해 부부가 생각해 낸 '병 낫기 스프 요리 - 고아 극복 과자, 악몽 잊기 약' 등은 정말 대단한 지혜로 감동이었고 실천해봐야지 다짐까지 했다.

한편, 틸러와 세어리가 많은 돈을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는 걸 안 트레피드씨는 훔칠 생각을 하고, 그의 하수인이 된 z는 루비홀러에 사는 노부부의 이웃으로 모든 일을 돕는 사람이다. 혹시 그가 배신하는 게 아닐까 염려했지만... 잔잔하게 그려지는 이들에게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여행에 앞서 예행연습에 들어간 그들 네 사람을 따라가 보자. 틸러와 플로리다는 배가 뒤집혀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길을 잃은 세어리와 댈러스는 가방까지 잃어버린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위험에 처했음을 느끼고 구하러 간다. 그들은 이렇게 체험으로 계속 성장하면서 사랑으로 하나 된 가족이 되어 간다. 인생의 노년기에 팔팔 뛰고 소리치는 플로리다와  댈러스 때문에 삶의 활력이 넘치게 된 틸러와 세어리 부부의 삶이 그 아이들과 계속 되었으리라 그리며 책을 접을 수 있어 행복했다.

육체적 정신적 성장기인 초등 고학년이상 중학생이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만한 책이다. 이 책 외에도  보물창고의 '올에이지 클래식'은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좋은 외국 책을 모아 놓은 시리즈로 어떤 책을 읽어도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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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 11일 입양의 날, 읽으면 좋을 책
    from 파피루스 2008-05-13 18:12 
    가정의 달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혈통주의 때문에 국내입양이 많지 않아 해외입양 1위인 우리나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라는데, 2006년부터 시행되어 올해 3회를 맞는다. 입양의 날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책을 골랐다. *유치원기 아이들에게 입양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외국 그림책이다. 이웃에 조카를 입양한 가정이 있는데,
 
 
프레이야 2007-09-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보여요^^ 보물창고 올에이지클래식, 기억해야겠어요.

순오기 2008-01-02 12:08   좋아요 0 | URL
왜 아직까지 댓글을 안 달았죠? 내가 못 봤을리가 없는데.. 죄송^^
보물창고 올에이지클래식 시리즈 몇 권 빼곤 다 읽었는데 흡족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