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숭례문이 불타서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며, 억장이 무너지던 대한민국 사람들~~~~~ 모두가 역사앞에 '죄인'된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은 불에 타지도 무너져 내리지도, 더구나 '죄인'이란 의식은 없는 듯 보였다. '네탓'이라 떠넘기기에 급급한 관리자들, 새 정부가 아닌 현 정부를 비난하기에 바쁜 그들은 -초등생도 눈물흘리며 몸둘바를 모르는데- 부끄러움이 전혀 없었다.

반성하거나 자기성찰을 모르는 그~~~~~들을 보며 '윤동주'가 생각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서시'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들은 불타는 숭례문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았을까? 숭례문이 무너져 내릴 때, 그들의 가슴은 무너지지 않았을까? 아~~ 부끄럽다~~~~~~

   
 

 서시       -윤 동 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006년 9월, 학부모독서회에서 '정본 윤동주전집'을 읽고 토론하며, 우린 많이 부끄러웠다.
초등생들도 2학년 2학기 <쓰기>에서 '눈'이란 시로 윤동주시인을 만난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이런 예쁜 마음과 감성을 키워가야 할 아이들이, 오직 입시를 위한 성적위주의 교육에 내몰리면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공부는 잘 했을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겸손할 줄 모른다면 금수만도 못한 것이 아닐까? 심정이 착잡해서 무수히 출판된 '윤동주'를 만나며, 오늘은 '침묵'하고 싶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8-02-12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박완서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가 떠올랐어요.
제발 ... 누가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8-02-12 06:11   좋아요 0 | URL
안 주무세요?
나도 일찍 자서 일찍 깨어났지만...정말 많이 부끄러운 날이에요.ㅠㅠ
학교에서 국영수만 가르칠 게 아니라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돼요.
부끄러움을 알아야 사람인데...

무스탕 2008-02-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숭례문 태워먹고 니 탓이네 내탓 아니네 따지고 있는 꼬라지들이 정말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뭐든지 너네들한텐 정치적 비판 꺼리밖에 안되는구나 싶어서 정치판 꼴도 보기 싫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굳혔어요.

순오기 2008-02-12 17:13   좋아요 0 | URL
참, 이래저래 하는 짓거리 보면 심사만 뒤틀리고 심란하고...ㅠㅠ
우리 모두 겸손해져야겠단 생각이 마구 듭니다~~

전호인 2008-02-1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대로의 변명꺼리는 다 있더라구요.
속상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무너진 문화국치일!(어떤 신문에 있더라구요)

순오기 2008-02-12 17:13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우리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린 날...

비로그인 2008-02-12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에 있는 마늘 이야기 보느라 이 페이퍼 내용은 다시 읽었답니다.
그냥 마늘 이야기 할게요.
저도 마늘을 전부 빻아놓고 냉동실에 넣어뒀다 씁니다.
마늘과 파만 정리해두면 요리하기 정말 수월해요,그죠?
마늘을 기억하며 부끄럼도 같이 기억합니다...(뭔얘긴지...)

순오기 2008-02-12 17:15   좋아요 0 | URL
마늘, 파만 손질해 놓으면 할 일 다 한것 같은 마음.^^
우리 모두 부끄럽죠 한없이......

프레이야 2008-02-12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보기 민망한 장면이더이다. 네 잘못만 따지는 측들이나 그걸 따져묻고
있는 국회의원들이나, 성금 걷겠다고 하는 사람이나..

순오기 2008-02-13 01:56   좋아요 0 | URL
참, 민망이 하늘을 찌르는데 그들은 모르다는 게 또 아이러니?ㅠㅠ
착잡한 이 심정을 그들은 모르는지......
 



사실 부지런한 주부라면 해가 바뀌기 전에 마늘을 까서 보관하지만, 주부보다는 알라딘 놀이터를 더 즐겨찾는 순오기다보니 자꾸만 할일이 미뤄진다. 그래도 설 쇠기 전엔 마늘을 까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1월 일요일 아침에 두어 시간 걸려 마늘을 다 까놓고 혼자 뿌듯해서 찍은 사진이다. 사실 요 마늘도 너무 늦게 까서 싹이 길게 나온 것들도 있다. 주부 새내기 시절엔 몰라서 마늘을 몽땅 썩혀 빈껍질만 남아 버린적이 있었다. 이렇게 살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거지만, 살다보면 알면서도 게으름 피우다 버리는 것도 많다. 음, 마늘을 다 까놓으니 반찬할 때 일이 수월해서 좋더라! ^^

우리 한국사람들은 마늘 먹는다고 남의 눈치보거나 구박받을 일 없겠지만, 외국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그게 좀 문제가 되는가 보다. 1958년생 목포 사람으로 미국에 살면서 SOLO라는 청바지 브랜드로 사업에 성공한 '김동찬시인'이 쓴 마늘이란 시가 생각나서 사진과 같이 올린다. 예전에 사회교육원 시창작반에 다닐 때, 고향에 왔다고 강연하러 와서 만났고 내가 정기구독하는 '열린 시조' 편집인이기도 하다. 또 LA에서 내 친구목사가 관리하는 대안학교라 할 수 있는 '젊음의 집Green Pastures Academy)'에 후원하고 졸업식에 갔다와서 쓴 글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 글이 실린 책을 보고, '어~ 이거 내 친군데!' 싶어 인터넷으로 그 친구와 쪽지 나누다 국제전화까지 걸려 와 한참 수다 떨었던...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다섯 사람만 건너면 다 안다는 말이 실감났다. 내가 아는 사람 없다고 맘 놓고 사는 '광주살이'가 사돈에 팔촌에, 알지도 못하던 동창남편(고재종시인)까지 다 연결되더라. 그래서 결론은, '어디 가서도 아는 사람 없다고 남한테 못할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불끈! ^^

   
 

 마늘      -김동찬- 

우리들이 갖고 있는 향기 하나가
다른 사람에겐
지우개로 박박 문질러
후욱 불어버리고 싶은
악취일 수 있다.
비누칠해 깨끗이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생선 냄새처럼
당신의 향기가 내 몸에 배인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
돼지고기를 구울 때처럼
살짝 마늘 몇 개를
더 올려놓는다.
그러면 당신은 말하겠지
코리언은 마늘 냄새가 지독해요.

감기에 걸렸다고
정력에는 그것이 최고라고
만병통치까지 끄집어내며
시도 때도 없이 풍겨내던
내 고향 친구 녀석의
마늘 냄새가
문득, 잃어버린 내 향기인가 싶은
아메리카의 저녁 한 때
도대체
무엇이 나를 끌고 다니며
이토록 지치게 만드는지
알고 싶어서
꼭 알고 싶어서
마늘 한 쪽을
눈물을 흘리면서 먹어 치웠다.

 
   
*나비님의 페이퍼에 고무되어(누구는 신비주의 혹은 신기주의 하면서 베일에 싸이는데) 나는 남들이 알리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인연까지 다 들추어 내며 페이퍼를 쓴다. ㅎㅎ 이게 바로 아줌마의 수다라는 거겠지만... ^^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2-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내가 20,000 이벤트 할까 했는데, 오늘 벌써 차버렸다.
오늘 144, 총 20000 방문
요것이 뭔 일일까? ㅎㅎ 나비님 때문인가?

세실 2008-02-10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74, 총 20030 방문
빠른 속도로 늘어나시네요~~~ 벌써 174분? 대단하십니다.
마늘 전 친정에서, 시댁에서 빠놓은거 가져다 먹습니다. ㅎㅎ
삼겹살 먹을때 마늘 구워먹으면 참 맛있죠~~
시 좋으네요.

순오기 2008-02-10 18:46   좋아요 0 | URL
보통은 바쁜 며느리와 딸을 위해 빻아주는거를 가져다 먹더군요.ㅎㅎ
저는 그렇게 해줄 시어머니도 안 계시고 친정엄마도 멀리 계셔요.
하긴 나는 노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니까...^^

웽스북스 2008-02-1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마늘을 못까고, 못먹고, 냄새를 못맡아요
(그러면서도 마늘빵이나 매드포갈릭은 좋아하는 -_-)
특유의 톡쏘는 매운 냄새 때문인데, 마늘 양파 파를 죄다 가까이 두지도 못해서
엄마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ㅜㅜ

전 아마 빻아놓은 마늘만 사다 쓰게 될듯 ;;

순오기 2008-02-10 17:11   좋아요 0 | URL
아~~ 그래도 주부가 돼서 음식하려면 마늘이 필수에요 필수! ㅎㅎ
마늘빵은 맛있죠? ㅎㅎㅎ 요즘은 돈이 해결해주기도 하죠.^^

bookJourney 2008-02-10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번에는 마늘을 까두지 않았어요. 저장용 마늘 샀을 때 바로 아파트 베란다 선선한 곳에 펼쳐두고 며칠을 말린 후에, 양파망 같은데 나누어 담고, 베란다 그늘에 두었더니 ... 아직까지도 말짱해서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까서 쓴답니다. (일주일 정도 사용할 것은 한 번에 까기도 하지만요 ^^)

* 오늘 227, 총 20083 방문 ~ 순오기님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 숫자네요 ^^

순오기 2008-02-10 17:36   좋아요 0 | URL
어머~ 아무리 저장마늘이라도 설 지나면 싹이 날텐데 괜찮단 말이죠? 보관을 잘 했나봐요~~~ 며칠 쓸 거 까놓으면 할 일이 없는 듯해요.^^
볼거리도 없는데 방문자 수만 늘어나 있으면 미안하던데...ㅠㅠ

마노아 2008-02-1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새해 되기 전에 마늘 까는 풍습이 있는 거야요? 오옷, 처음 알았어요!
오늘 1, 총 20238 방문

순오기 2008-02-11 04:06   좋아요 0 | URL
ㅎㅎ풍습이라기보단, 늦어도 설되기 전에 해야만 마늘을 건질 수 있단 거죠.
설 지나면 날이 푹~ 해지니까... ^^

2008-02-11 0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11 04:08   좋아요 0 | URL
어머낫~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님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즐거운 알라딘 놀이터라 감사해요!

산사춘 2008-02-11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무이가 까고 아부지가 빻아서 얼려놓으신 마늘을 냉장고에서 훔쳐왔습니다.
그 수고로운 일을 하신 순오기님께 박수마당 한 판을... 짝짝짝~!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8-02-11 04:36   좋아요 0 | URL
ㅎㅎ 춘님~~~~ 실은 그게 훔쳐오는게 아니라죠!
그분들의 사랑과 수고가, 또 속아주심이 우리를 살게 하지요~~~ ^^

프레이야 2008-02-11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엄마가 마늘을 까라고 하면 참 싫었던 기억이 나요.
손에 냄새도 나고 손톱밑도 아리고 그러면서요..
전 지금 다 까놓은 마늘에 다대기까지 사서 먹지만
순오기님은 대단하세요^^

순오기 2008-02-11 18:18   좋아요 0 | URL
바쁘면 사서 먹어야죠~ ^^
나는 노는 시간이 많으면서도 게으름 피워서 꼭 싹이 난다죠! 헤헤~

전호인 2008-02-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로 마늘 찧는 일을 합니다.
항상 찧는 일은 저의 차지랍니다 ㅎㅎ
건강한 한해 되시고 행복하세요 ^*^

순오기 2008-02-11 18:19   좋아요 0 | URL
아우~ 마늘을 콕콕 찧어주는 전호인님, 너무 멋지시다~~~~~
행복하시고 즐거운 마늘 찧기 계속 하세요!! ^^

향기로운 2008-02-1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199, 총 20436 방문 제 담에 방문하시는 분이 200번째에요^^;; 저도 마늘 얼마전에 다 깠어요^^;; 에휴~

순오기 2008-02-11 18:20   좋아요 0 | URL
님의 댁에서는 마늘에서도 마구 향기가 날 거 같은~~~~ ^^

뽀송이 2008-02-1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설은 잘 보내셨어요?
마늘까는 거 정말~ 내키지 않지요.^^;;
저는 재미난 드라마보면서 아들들하고 같이 까요.
녀석들~ 뭐 한 열개도 못까고 포기하지만 말입니다.ㅡㅡ;;
전 요즘 묵은 마늘 다 먹고 조금씩 사다먹습니다.^^
말끔히 다 까놓은 놈으로요.^^

순오기 2008-02-11 18:22   좋아요 0 | URL
후후~ 아들 녀석들 여남은 개 깠으면 된거죠.^^
고 녀석들 이 담에 제 각시가 마늘 깔때 잘 도와줄려나? ㅎㅎㅎ

책향기 2008-02-11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몇년전에 케이블TV에서 마늘 까는 기계 광고하는거 보고 하나 샀는데 손으로 까는것처럼 깔끔하게 되진 않더라구요. 마늘 까는거 정말 싫어요....-.-

순오기 2008-02-12 04:55   좋아요 0 | URL
기계보단 손으로 하는 게 훨씬 좋은 게 많아요.
마늘 까는 건 다들 싫어하는구나!ㅎㅎㅎ

깐따삐야 2008-02-1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호인님처럼 마늘을 빻는 임무를 맡고 있어요. 저희 엄마는 마늘을 정말 많이 쓰셔서 자주 빻아야 되요.

순오기 2008-02-12 04:56   좋아요 0 | URL
ㅎㅎ 착한 깐따님은 마늘도 잘 빻는군요! 이런 츠자 별로 없을낀데... ^^

마늘 2008-07-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늘을잔뜩 까놓기는했는데 빠을일이 걱정이네요 빻는기계 어디서 삽니까좀 알려주세요

순오기 2008-08-01 07:26   좋아요 0 | URL
저는 마늘 빻는 기계 안 써봐서 모르는데 어쩌죠?
그냥 절구에 넣고 콕콕 찧어댑니다~~~ㅋㅋ
 
이쁜 조카들에게 줄 선물을 골라주세요

멜기세덱님이 조카들에게 선물할 책을 고른다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끼적여봅니다. 나비님과 마노아님이 추천한 책 중에서 다른 책은 제가 잘 모르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는 저도 강추합니다. 동혁이 은솔이 모두 좋아할 책입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의 반복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에 아주 흡족하지요.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해 줄 수 있어 제법 큰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마 멜기님이 마구 장가가고 싶을걸요. 요런 2세가 탐나서 절대 조카로 만족할 수 없는... 아웅, 깨물고 싶은 원초적 본능을 마구 불러오는 책! ^^

 동물에 따라 똥의 모양과 생김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좋고,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자기 머리에 똥 싼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드디어 범인을 찾아내어 응징(?)하는 두더지가 너무나 사랑스런...^^ 책을 읽어주고 찰흙으로 같이 똥을 만들어보면 최고의 삼촌으로 마구 마구 쏟아지는 입맞춤을 감당하기 어려울걸요! ㅎㅎ 

 은솔이나 동혁이가 크레파스를 갖고 놀 나이니까, 색깔들이 서로 잘난체 하다가 함께 어울려야 멋진 그림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 아주 교훈적(?)인 이야기책! ^^ 크레파스와 친해질 수 있는 책으로 거실이나 애들방 한쪽 벽에 전지 두세장 붙여놓고 마음대로 낙서할 수 있도록 해주면 최고의 환경이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들이 총출동하면서 숫자를 알려주는 책.  네살이면 수의 개념을 깨쳐갈 나이겠죠. 수의 차례를 알면서 하나 둘 세어보고 그려보기도 할 나이, 숫자 공부도 좋지만, 책에 나오는 강아지들이 하는 일이나 순서를 맞춰보는 기억놀이도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두 분이 추천한 목록에 우리 옛이야기가 없어서 몇 편 골라봤어요.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우리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 아주 중요하거든요.^^

이 책은 그림이 해학적이라 무섭지 않은 호랑이를 아이들이 좋아하고, 흉내내는 말의 리듬이나 구수한 입말이 제대로 살아나 누가 읽어주어도 옛날이야기 한편 뚝딱 들려줄 수 있답니다.

 

 같은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이지만, 한지 인형으로 만든 그림이 아주 훌륭합니다. 두 살이나 네살이면 위의 보림책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조금 더 나이 먹은 아이들은 한지 인형에 껌벅 넘어갑니다. 이야기는 다 입말체라 읽어주어도 구연해도 맛이 살아납니다.

 음, 옛날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작가의 창작동화고, 위 책에 한지인형을 제작한 백희나의 글과 그림이라 추천합니다. 우리 작가가 이런 상상의 작품을 썼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줍니다.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먹고 하늘로 두둥실 날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나요~ㅎㅎ 정말 아이들이 부러워할만한 환상이죠!

 

권정생 선생님이 우리말의 맛을 살려낸 이야기로 그림이 아주 익살스러워 웃음이 절로 납니다. 이야기 한자락 들려주는 농부를 따라하는 할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할머니에게 들려주는 장면은, 아이가 따라하면서 같이 장단을 맞출 수 있지요. 훨훨온다. 성큼성큼 걷는다. 기웃기웃 살핀다. 콕 집어 먹는다. 예끼 이놈, 훨훨 간다. 이야기를 따라하다가 도둑을 쫒아냈다는 유쾌한 옛이야기 ^^

사람들의 속마음을 볼 수 있는 호랑이의 하얀눈썹이 갖고 싶은 여자아이는, 속마음이 선녀처럼 예뻐서 눈썹을 얻었지요. 은솔이가 선녀처럼 예쁜 여자아이가 아닐까 싶어서 추천하는 호랑이 이야기 책.

아기를 낳지 못하는 아주머니가 잉어를 세 마리 먹고 아들 셋을 낳았는데, 셋째는 잉어를 반쪽만 먹어 얼굴이 반쪽이고 손과 발이 하나씩만 있는... 잉어 반쪽을 훔쳐 먹은 고양이도 반쪽인 새끼고양이를 낳은 숨은 그림 찾듯 발견할 수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장애아인데 기죽거나 굽히지 않고 꿋꿋이 효도하는 아들. 게다가 엄청난 힘으로 호랑이도 잡아 이쁜 색시 얻어 장가가는 아주 착한 옛날이야기.^^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의 무릎학교가 없어져서 이제는 책으로 보여주고 읽어줘야겠지요. 쉬는 날 데이트 안 하시면 누님 집에 가서 '집밥'도 드시고 '좋은 삼촌'노릇도 많이 하시와요. 옛날 이야기랑 동화책 읽어주는 멜기삼촌 최고!!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8-02-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 사랑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구름빵' ~ 저도 추천합니다. ^^
저희 집에선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모두 보았는데 ... 저는 팥죽 할멈에 , 네살이던 딸애는 팥죽 할머니에 더 점수를 주었답니다. 둘다 좋지요 ~~

순오기 2008-02-10 17:1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이들은 보림에서 나온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를 더 좋아햐죠! ^^
아이들 눈높이에선 훨씬 재미있고 실감날거에요.
 
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0년이던가,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라는 산문집을 읽다가 그녀처럼 엎드려 울었다. 울다 보니 내 설움인지 통곡이 되었고, 놀란 우리 아이들이 "엄마, 왜 그래? 책이 그렇게 슬퍼?"라고 물었다. "아니, 너무 아름다워서, 자운영 꽃밭에서 울 수 있는 감성이 아름다워서..."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었다. 그 후 뒤늦게 그녀의 등단작부터 찾아 읽었고 새 작품이 나오는 족족 읽으며, 공선옥 그녀에게 전염되어 갔다. 사랑도 병이런가! 그녀에게 애정이 깊어가면서 내 삶도 신산해졌고, 그녀의 작품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삶이 지지리 궁상스러워 신물이 났다. 내 삶이나 그녀들의 삶이 왜 다 그 모양인지...... 굳이 책을 찾아 읽으며 스트레스 받을 이유가 없기에 '붉은 포대기' 이후 손을 딱 끊었다.

그리고 5년이 흘러 다시 만난 공선옥, 그녀는 여전히 상처뿐인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책임하고 뻔뻔하고 이기적인 남자도 여전하고,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는 여자들을 아주 가까이서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내 얘기를, 내 치부를 들춰내듯 속삭이는 그녀에게 빨려들었다. 바로 이것이 공선옥의 매력 아닐까? 한 발 물러나서 편안하게 관찰하는 독자가 아니라, 내 얘기를 주절주절 털어내는 주인공 같은 느낌으로 맞딱뜨리게 된다. 결코 편안치 않은 독서이면서 손에서 내려놓을 수도 없는 '명랑한 밤길'이었다. 12편을 하루에 한 편씩 내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듯 야금야금 씹어 먹었다.

맹랑한 통증으로 같이 한 숨 쉬며 체념하고 싶은 인생들, 무엇 하나 만족스럽거나 윤택과는 거리가 먼 그녀들의 삶에서 건져올리는 명랑함이라니? 작가의 사진을 보니, 예전보다 볼 살이 올라 좀 여유롭고 윤택해 보이기는 하는데, 그렇다면 작품 속 여자들의 삶도 좀 나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살짝 내 눈꼬리가 흘겨지려 한다. 그러나 12편의 단편을 다 읽고나선, 공선옥 그녀도 나이 먹었고 두어 살 더 먹은 나도 나이 먹었음을 발견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대하는 자세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닫는 것이다.

'불에 덴 혀로 왕소금을 씹어 삼키는 것 같은 나날들'이지만, 꿈에서나 상상속에서라도 행복이 다글다글 굴러다닐 것 같은 희망과 용기가 있다면 사는 거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울지 않는다고 구박 받으면서도 울 수 없던 영희가, 장례를 치르고 살기 위해 목놓아 통곡하는 것처럼.(영희는 언제 우는가) 아무리 힘든 파출부 일을 다녀도 쓰레기가 될 뿐인 온갖 도구에 흙을 채워 꽃과 채소를 가꾸고 있으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즐거움이 있기에.(도넛과 토마토) 스물한살 처녀를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격렬하게 떨면서도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에.(명랑한 밤길) 처녀가 애를 낳는 게 죄가 되는 세상에, 낳아서 버린 아이를 대신해 입양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79년의 아이)

12편 모두가 웃을 일 하나 없는 신산한 그녀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신산한 삶에서도 왜 명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삶이 신산할수록 웃어야 살 수 있다. 나도 근 1년을 웃지 않고 이를 북북 갈듯이 산 세월이 있었다. 그 결과 내 삶이 달라지는 건 없었고, 머리가 듬성듬성 빠지는 원형탈모만 겪었다. 지금도 숭덩숭덩 빠지고 나고를 반복하지만 이젠 탈모 자체에 신경쓰지 않는다. 웃지 않는 신산한 삶은 자기를 소모시킬 뿐, 결코 상황이나 현실을 바꿀 수 없었다. 그 상황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고 내 삶을 다른 시각으로 직시했을 때,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삶이 신산할수록 명랑해야만 살 수 있다. 명랑할 이유를 찾아 자기의 인생을 가꿔가야 한다고, 공선옥 그녀는 12편의 그녀들을 통해 독자에게 소곤소곤 풀어낸다.

동감이다~~~ 공선옥, 그녀의 삶이 누구보다도 신산했기에, 이렇게 분신같은 그녀들의 애정어린 삶을 얘기할 수 있는 거다. 나도 이를 갈며 웃지 않고 산 세월이 있었기에, 구질구질하다 여겨졌던 그녀들의 삶에 동감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신산한 삶을 살았기에, 비로소 남들의 신산한 삶이 눈에 들어오는 인생의 이치를 발견한 독서였다. 오늘 내 삶이 어이없이 황당하고 억울해도,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찾아내어 명랑하게 웃으며 살자. 그것이 신산하기만 한 우리네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길이기에......

*이 책을 선물해 주신 멜기님께 마구 고마움이 일어나는 독서였어요. ^^


댓글(12) 먼댓글(1)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순오기님을...
    from 나비의 오래된 감각 2008-02-10 10:14 
    알라딘의 친선대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사람들의 댓글(내것도 포함해서)에 다신 글을 읽으며 들었다. 알라딘에서의 생활에 활기를 넣어주시는 순오기님 화이팅!!
 
 
세실 2008-02-09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거짓말 같을때>,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랑 이름이 같아서 더 와닿았던 작가. '삶이 산산할수록 웃어야 살 수 있다'는 님의 말씀에 공감 갑니다.

순오기 2008-02-10 08:34   좋아요 0 | URL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는 내가 손을 끊었을 때 나온 책이라, 아직 못봤어요.^^
작가 또래의 연배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겠죠? 신산함을 겪어야 비로소 남들의 신산한 삶이 눈에 들어오는 인생의 이치를 발견한 독서였어요.

2008-02-09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2-09 15:5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삶이 그만큼 신산했음을 알기에 더 공감하지요.
올려놓고 수정하는 사이에 기다렸다는 듯 댓글이 달려 있어 깜짝 놀랐어요. 부족한 리뷰를 보고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니 감사해요.
인생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져야 명랑하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 듯해요.^^

라로 2008-02-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랑한 밤길...꼭 읽고 싶어졌어요.
명랑하게 웃는게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고, 세상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길이란 말씀 깊이 담아갑니다.

순오기 2008-02-09 15:51   좋아요 0 | URL
어머~ 나비님 안녕! 명절 잘 지냈죠?
이젠 희망이도 나이가 두 살이군요. 겨우 백일 막 지났는데 두살이라니?ㅎㅎ
명랑하게 웃는 게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라, 우리가 날마다 알라딘에서 웃잖아요! ^^

bookJourney 2008-02-0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신산한 소설을 감히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순오기님의 리뷰를 읽으니 ... 다시 시작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순오기 2008-02-10 08:35   좋아요 0 | URL
살다보면 그런 소설이 싫어지는 때가 있더군요.^^
역시~ 공선옥이다! 싶을만큼 괜찮았어요. 꼭꼭 씹어가며 먹을 책이에요!

프레이야 2008-02-09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랑한 순오기 님, 목포 잘 다녀오셨지요? ^^

순오기 2008-02-10 08:36   좋아요 0 | URL
옙, 혜경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셨나요?
알라딘의 즐거움이 명랑한 삶을 살 수 있게 하지요!!^^

마노아 2008-02-1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랑 가족 한 권 읽었을 뿐인데 참 오래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신산함... 공선옥 작가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 중 하나일 거예요. 신산함을 넘어선 명랑함을 만날래요^^

순오기 2008-02-11 04:10   좋아요 0 | URL
그래서 공선옥의 작품을 읽기가 버거울때가 있죠~~~
우리 다같이 신산함을 넘어 명랑함을 만나요! ^^
 
얘, 내 옆에 앉아! -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36
연필시 동인 엮음, 권현진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개정판을 거듭 내면서 끊임없이 사랑받는 책이다. 이 시집을 들여다 보면, 초등 교과서에 실렸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는 것은 아닌 듯하다. 1992년에 모인 <연필시> 동인들의 세번째 책이라는 점, 그 시인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시를 쓴다는 점, 연필을 주제로 한 시와 교과서에 실린 시를 모았다는 점, 아홉 시인들의 작품을 맛볼 수 있도록 따로 또 실었다는 점이 사랑받는 이유라 생각된다.

그래도 엄마들은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으로 높은 점수를 주기에 몇 편 소개해본다. 2부는 교과서에 실린 시를 따로 모았는데, 7차 교육과정에서 바뀐 것도 있어 확실한 것을 추려보았다.

2학년 1학기 <말하기,듣기>에 하청호님의 '돌다리' <읽기>에 노원호님의 '눈치 챈 바람'

4학년 1학기 <읽기>에 정두리님의 '떡볶이' 4학년 2학기 <읽기>에 박두순님의 '몸무게'

5학년 1학기 <읽기>에 노원호님의 '바람과 풀꽃', 이준관님의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6학년 2학기 <읽기>에 신형건님의 '그림자' 등이 실렸다.

교과서에 실린 하청호, 노원호, 정두리, 박두순, 이준관, 신형건님 외에도 손동연, 권영상, 이창건시인과, 초대시인인 허명희 시인의 작품을 모아 모두 12부로 구성되었다.

학교에서 '시암송대회' 때, 아이들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시 중에 하나인 '떡볶이'를 감상해보자.
떡볶이는 엄마들이 쉽게 해 주는 간식이고, 아이들이 즐겨먹기에 감정을 표현하기가 좋아서 가장 많이 암송되는 듯하다. 엄마도 실감나게 암송해 보면 어떠실지...... ^^

내가 갖고 있는 책은 2005년 판이라 흑백이지만, 2006년 개정판은 동시의 맛을 살려주는 그림이 컬러라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동시를 읊으며 아이와 교감하고, 떡볶이도 먹으면서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즐거운 추억여행이 될 것이기에 추천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ookJourney 2008-02-09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시는, 소리내어 읽을 때 운율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소개해주신 '떡볶이'도 재미있네요~~ 저희 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해야겠어요 ^^

순오기 2008-02-09 12:22   좋아요 0 | URL
요즘 교과서는 동시가 많이 실려 있어 좋아요.
소리내야 제대로 맛을 느낄수 있는 게 시의 매력이겠죠!

이소령 2008-03-3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jhkhkhjk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