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8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열두달의 전통문화를 초등저학년 눈높이에 맞추어 알려주는 이금이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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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아침 10시, 어머니독서회 모임이었어요. 오늘 토론도서였던 '아름다운 위인전'과 '세상을 감동시킨 위대한 글벌레들'을 읽고, '나누는 삶을 살았던 역사 인물들 - 김만덕, 이지함, 이헌길, 이승휴, 을파소'의 아름다운 삶에 감동한 토론회였어요. 우리도 생활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되자는 다짐으로 마무리했지요. 부자들이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들은 위인이 될 수도 배부른 돼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 소설, 일기, 편지, 서사시, 관찰기록문을 남긴 위대한 명문장가들도 살짝 소개하며 감탄했고요. 이제는 어떤 직업을 갖든, 어떤 일에 종사하든 글쓰기는 기본이라는 확인과 더불어, 기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새겼답니다.

 우리는 토론을 마치고 새내기 부부의 나눔(?)에 편승하여 고창청보리밭으로 봄소풍을 갔답니다. 룰루랄라~~~~ 금강산도 식후경! ^^ 보이시나요? 푸짐한 보리새싹비빔밥, 침이 꼴칵~~~~ ㅎㅎ

수경재배로 키운 요 보리새싹을 얹어 쓱쓱 비벼먹는 맛이란~~  꿀맛이었어요.^^


음, 적당한 포만감으로 보리밭을 거니는 즐거움과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밭 물결, 상상이 되시나요?  키가 크지는 않았지만, 이삭이 올라온 녀석들이 예뻤어요. 보리밭 능선이 마치 지평선 같죠?


이 사진은 우리 독서회 부매저가 찍어서 올린 걸 퍼 왔어요.^^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





보리밭 사이사이 하얀 꽃대를 피워 올린 냉이들도 한폭의 그림이었어요. 냉이 꽃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트 모양의 씨방을 주렁주렁 달고 있답니다. 위 사진에 보이죠? 바로 내 마음이에요. ^.~


보리밭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감독을 하고 쓰레기도 줍는 관리아저씨가 보리피리를 만들어 주셨어요. 음~~~~보리피리의 추억이 있는 분들은 부럽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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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청보리밭은 '웰컴 투 동막골'을 비롯해 많은 영화를 촬영한 곳인데, 4월 12일부터 한달간 축제를 하더군요. 보리를 거두면 메밀을 심고 밭 둘레엔 해바라기를 심어 또 한번의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랍니다.

진달래 꽃 그늘에서 쑥을 땄어요. 손톱에 진초록 쑥물이 들었지만, 저녁 식탁을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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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이 씻은 쑥을 절구에 콕콕 찧어 국물에 된장 폴폴 풀어서 살짝 끓이면~ 음, 구수한 쑥향기!! 우리 아들녀석은 쑥국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어요. 오늘 보리밭 나들이는 쑥향 그윽한 식탁으로 마무리했어요. 사랑하는 님들도 봄향기 물씬나는 쑥국 끓여 드셔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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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4-15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외갓집 뒤에 보리밭이 있었는데, 거기서 보릿대를 꺾어다가 아궁이에 구워먹기도 하고 보리피리도 불고는 했었지요 ... 너무 그리운 풍경이에요~

순오기 2008-04-15 08:09   좋아요 0 | URL
아~ 외가집은 언제나 좋은 추억을 가져다 주지요.
보리피리 부는 내 사진을 숨겨놓았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안 떠서 다시 수정했더니 이젠 보이는군요. ㅎㅎ

하늘바람 2008-04-15 0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고창 청보리밭 아주 근사하네요 가고 파요

순오기 2008-04-15 08:11   좋아요 0 | URL
고창 보리밭도 좋지만 가을의 메밀밭도 굉장하다네요. 메밀밭은 못 봐서 올 가을엔 꼭 가보려고요~
태은이 손잡고 외출하기 좋은 날이 계속~~~ 자연을 많이 많이 보여주세요!^^

무스탕 2008-04-15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마음의 하트가 제게도 보여요 ^^

순오기 2008-04-15 10:20   좋아요 0 | URL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마음이 착한 사람만 보일까요? ㅎㅎㅎ
님께도 물론 드립니다~~~~~

가시장미 2008-04-1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파란 사진들을 보니 - 가슴이 확- 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배고파요. ㅠ_ㅠ

순오기 2008-04-15 10:42   좋아요 0 | URL
우짜노? 저 비빔밥 택배로 보내고 싶어라~~~ ^^
앗, 나도 배고파요. 아침을 애들이 남긴 거 쬐금 먹었더니... ㅠㅠ

꿈처럼1 2008-04-16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저기가 청보리밭이군요...... 사진들을 몇 번이나 다시보고 갑니다. 못느꼈던 봄을 느끼고 갑니다~^*^

순오기 2008-04-16 17:15   좋아요 0 | URL
꿈처럼 님 반갑습니다~ 여기서 만나니 더 즐거워요.^^
너무 바빠서 봄을 느낄 겨를도 없었나봐요. 이벤트 대박나기를~~~~~

세실 2008-04-16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고창 청보리밭. 멋집니다.
순오기님의 밝은 얼굴 뵈오니 기분 좋아집니다.
아 밥 먹었는데 입에 군침이 돌아요. 먹고싶어요.

순오기 2008-04-16 17:16   좋아요 0 | URL
보리밭도 좋고 보리밥도 좋았어요.
제가 보리피리도 불었으니 ㅎㅎㅎ 할 일 다한것 같아요.^^

마노아 2008-04-1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같은 시간을 보내셨군요! 보리피리 처음들어요. 아, 이런 촌닭같으니...;;;;;;

순오기 2008-04-16 23:57   좋아요 0 | URL
영화같은 시간~ ^^
아하~ 도시 출신 '촌닭'은 보리피리를 모르는구나!ㅋㅋㅋ

웽스북스 2008-04-1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보리밭 사진 정말 멋져요

순오기 2008-04-17 01:14   좋아요 0 | URL
영화속 장면 같지 않나요?
거기에서 촬영된 영화를 커다란 판에 홍보했던데, 그걸 안 찍어왔더니 생각나는게 없어, 이런 기억력이라니!ㅠㅠ
 

푸른책들의 <책읽는 가족>www.bookfamily.or.kr에서 퍼 왔습니다.^^
여기에 가입해서 인사 남기고 글 올리면 동시엽서 세트와 책선물을 준답니다.
'책의 날'에 <책 선물하기> 이벤트

오는 4월 23일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그 날은 바로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랍니다.

여러분은 ‘세계 책의 날’의 유래를 아시나요?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방에서는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4월 23일이 되면,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 책과 장미를 주고받는
축제를 벌여 왔는데, 이 축제가 오늘날 전 세계 30여 나라에서
‘책의 날’로 확산된 것이래요.

이번 ‘책의 날’에는 세계 각지에서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지는데, 여러분도 한번
멋진 이벤트를 마련해 보세요.
바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하는 건 어떨까요?
선물한 사람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책 선물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갖가지 선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 간직되고
기억되는 소중한 선물이랍니다.

<책 읽는 가족>에서도
이번 ‘책의 날’에 <책 선물하기> 이벤트를 벌입니다.

여러분이 먼저 가족이나 친구나 이웃에게 책 선물을 한 다음,
①누구에게,
②무슨 책을 선물하고,
③왜 그 책을 선물했는지,
④카드에 어떤 말을 적어서 선물했는지..... 등
그 사연을 이 게시판에 올려 주시면, 사연을 올린 모든 분들에게
<책 읽는 가족>에서 책 선물을 드려요.

책 선물은 특별히 보급판으로 예쁘게 만든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나 이금이의 <너도 하늘말나리야> 중
1권을 드리니, 받고 싶은 책 제목도 꼭 함께 적어 주세요.



음, 나는 푸른책들의 지함필통이 갖고 싶어서 다독어린이에게 줄 책을 몽땅 구입하고 필통을 두개나 받았답니다.^^ 어릴 때 이런 걸 누려보지 못해서 아직도 유년기에 머물러 있어요.^^

이 책을 사고 나중에 또 사서 필통이 두개나 되었어요. 6개월간 애들 줄 선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이제 사연만 올려서 '너도 하늘말나리야' 한권 받으면 되겠는데, 요 책도 6학년에게 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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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4-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렇구나!
그렇다면, 저는 23일날 돈키호테 책을 봐야겠습니다. 어릴 때 만화로만 봤거든요.^^

순오기 2008-04-14 17:18   좋아요 0 | URL
돈키호테가 하늘로 돌아간 날을 책의 날로 정했다는건 처음 알았어요.
'바르톨로매는 개가 아니다'에서도 돈키호테가 강렬하게 나와서, 제대로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실천이 안 되네요.ㅠㅠ

L.SHIN 2008-04-14 18:09   좋아요 0 | URL
플란다스는 확실히 개에요. ㅎㅎ

마노아 2008-04-14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알라딘 달력을 보니 책의 날이라고 적혀 있네요. 나한테 선물해야지....했는데, 읽고 나서 조금 부끄러워졌어요.^^;;;

순오기 2008-04-14 17:19   좋아요 0 | URL
나한테 선물하는게 어때서요.ㅎㅎ
나야 직업상 사탕발림으로 책선물을 하는 거잖아요.^^

다락방 2008-04-16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정보예요!
마침 다음주에 선물할 사람이 있는데 월요일에 할까 목요일에 할까 요일을 고르고 있었거든요. 화요일날 보내야겠어요. 수요일인 23일에 받아볼 수 있도록.

이 페이퍼 참 좋으네요. :)

순오기 2008-09-02 10:50   좋아요 0 | URL
앗, 다락방님의 댓글을 이제야 봤당~~ㅎㅎ 한참 지났지만 고마움에 덥석!^^
그래서 책선물은 잘 하셨겠죠?

희망찬샘 2008-12-04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함 필통 탐나서 저도 푸른 책 삽니다. 땡쓰투~
 
메타포 4
패트리샤 맥코믹 지음, 전하림 옮김 / 메타포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컷>이 메타포의 네번째 책으로 나왔다. 청소년기의 예민한 문제를 다룬 전작들이 좋아서 메타포를 기다렸는데, '컷'은 회색표지의 검은손 붉은 핏자국으로 섬뜩하게 다가왔다. 청소년 자해의 거부감으로 초반엔 몰입하기 힘들었으나, 끝까지 조마조마한 긴장감으로 내려 놓지 못했다. 엄마로서의 무게가 더 느껴지는 책읽기여서, 캘리가 아버지와 화해하고 자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에 비로소 안도할 수 있었다.  제목이 주는 이중성, 손목을 칼로 긋는 'Cut'과 자해를 끝내라고 외치는 'Cut'의 울림이 마음에 담겼다. 청소년 성장소설은 독자가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제공하는게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된다.

거식증과 약물중독, 자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은 청소년들을 치료하는 '식마인즈'에 오게 된 캘리를 중심으로 같은 그룹인 베카, 타라, 데비, 시드니, 아만다가 나온다. 치료과정으로 정신과의사인 브라이언트와 상담하는데, 캘리는 말하지 않고 속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낸다. 캘리의 심리묘사가 마치 독자도 캘리의 마음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얼마나 힘들었기에 자해하고 침묵하는지 가슴이 아팠다. 의사 브라이언트, 그룹지도자 클레어, 간호사 루비의 친절과 배려에 캘리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인다. 전문가들이 서두르거나 다그치지 않고, 존중하고 기다려줌으로 문제를 치료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좋았다.

식마인즈에서 한밤중 자해를 하곤, 피가 나는 손목을 누르고 간호사 루비에게 달려간다. "오, 아가, 너도 많이 무서웠을거야. 뭐가 널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말해 주면 안되겠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보다 더 아프진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루비가 있어 캘리는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드디어 브라이언트 의사에게 말문을 열면서 문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스스로 자해도구를 가져오는 캘리에게 "세상의 모든 자해도구를 가져와도 어딘가엔 남아 있을 거야.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너뿐이야."라는 말로 스스로 극복하도록 조언한다. 참 감동적인 장면으로 침착한 전문가들에게 존경심이 일었다.

착한 소녀 캘리는 동생 샘이 천식에 걸린 것과 부모를 근심하게 하는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엄청 나쁜 아이가 된 자신을 벌주기 위해 자해하고, 짜릿한 통증과 솟구치는 피를 보며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이런 자책감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침묵함으로 아무도 캘리에게 '니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픈 동생 때문에 충분한 사랑과 위로를 받지 못한 외로움이 죄의식으로 발전해 결국 자해를 반복하는 것이다.

엄마의 퀼트선물과 전화에도 사랑이 확인된 듯, 가족이 잘 있는지 보고 싶어 식마인즈를 빠져나오지만 두려움에 젖는다. 전화를 받고 당장 달려온 아빠의 품에서 따뜻한 사랑을 느끼는 캘리. 아빠에게 샘이 아픈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샘을 돌보지 못한 아빠는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고백한다. 비로소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위로 받은 캘리는 문제를 극복하고 자해에서 벗어나기를 희망하며 식마인즈로 돌아간다.

음, 범죄자들이 책과 영화에서 수법을 배웠다는 말이 생각나, 혹시 자해를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중학생 남매에게 이 책을 읽혀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걱정과는 달리 캘리가 침묵을 풀고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 감동하고 안심되어, 중학생 남매에게도 읽어보라 권했다. 미국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문제가 된 다이어트 폐해나 약물중독, 자해하는 소설 속 아이들을 보며 우리 남매는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주고, 이 책을 읽은 청소년들은 크고 작은 자기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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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4-1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그런데 범죄자들이 TV나 다른 매체에서 배웠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꼭 해당 매체가 두들겨 맞잖아요. 청소년 보호법 어쩌구 하면서요. 물론, 여과 없이 다 보여줄 순 없지만요^^;;

순오기 2008-04-14 01:01   좋아요 0 | URL
이중적 의미가 잘 살아나는 작품이었어요.
TV에서 너무 자세히 알려주는 것은 좀 그렇더라고요~ ㅠㅠ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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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학교 애들에겐 보여주지 말아야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내 책은 아이들에게 무방비로 보여주기 때문에 아무리 신신당부를 해도, 몇 녀석만 보면 구김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취급당하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아무리 이기적이어도 내 생각을 쉽게 바꾸지 않을거다.ㅎㅎ

왼쪽엔 소피, 오른쪽엔 를리외르 아저씨의 행보를 따라가는 그림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유화도 멋지지만, 살짝 연필 자국이 보이는 투명한 수채화가 좋다. 학창시절 상은 못 탔어도 몇번 작품을 출품했던 기억만으로도 행복하기에, 이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존경스럽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이세 히데코'는 파리의 아파트를 빌려 뒷골목 공방을 찾아가 수작업 하나하나를 스케치 했다고 한다. 제본의 60공정을 수작업으로 하는 장인을 알아본 화가도 역시 장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소피와 를리외르 아저씨를 따라 파리의 뒷골을 거니는 것도 즐겁다.



를리외르는 <Relieur(제본가) = Doreur(금박가)>를 이르는 말로 낡거나 망가진 책에 새 생명을 넣어주는 사람이다. 또한 '상업적인 책은 사지도 팔지도 않는'다고 하니 감동이 일렁인다. 이런 를리외르 아저씨를 만나 새롭게 태어나는 소피의 책을 통해, 오늘날 책의 홍수시대에 사는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얼지 생각해본다.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책 중에 대를 물릴 만큼 귀한 책 하나를 건지는 것도 참 복이지 싶다.

소피는 아끼는 나무도감이 망가졌지만, 새로 사지 않고 정든 책을 고치고 싶어 를리외르 아저씨를 찾아 간다. 아저씨는 책이 망가지도록 보고 또 들여다 본 소피의 도감에 새 생명을 준다. 소피와 를리외르 아저씨가 만나는 과정도 짧은 한줄 글과 그림으로 따뜻하게 보여준다. 아저씨의 작업실에서 구경하며 간섭하는 귀여운 소피, 충분히 사랑스럽다! 아저씨는 소피의 책으로 제본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나무옹이 같은 손으로 모든 걸 다 해내는 를리외르 아저씨. 가죽 안쪽을 조심스럽게 갈아내어 종이 두께로 얇게 펴는 일이 만만치는 않은가보다. 여기까지 작업을 하고 소피와 공원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아저씨, 소피는 아저씨가 출근길에 사들고 온 빵을 들고 따라나선다. 공원에서 400살도 더 먹었을 아카시아 나무를 보고 감탄하는 소피에게, 를리외르 일도 그만큼의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고 가르쳐 준다. 400살도 더 먹은 아카시아 공원의 그림은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정말 그림이 더 많은 말을 들려주는 느낌이다. 나중에 크면 온세상 나무를 다 보러 다니고 싶다는 야무진 소피를 돌려보내고, 아저씨는 "아들아, 저 나무처럼 크게 되어라" 말씀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한다. 마법의 손을 갖고 있던 를리외르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음을 떠올리며...



책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를리외르가 된 아저씨는 누가 알아주지 않고 이름을 남기지 않아도 좋단다. 아저씨는 세상에 딱 하나뿐인 아카시아 표지 '소피의 나무들'을 만들어 새생명을 주셨다. 이 책 제목이 그 누구의 를리외르가 아닌, 오직 소피를 위한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였음을 알겠다. 아름다운 손을 가진 를리외르 아저씨는, 그 책이 두번 다시 뜯어지지 않았으며 훗날 소피가 식물학자가 된 것을 아실까? ^^

일본의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다는 이 책은 별다섯으론 모자란다. 짧은 글에 마음속까지 비쳐보일 것 같은 수채화로, 잔잔하지만 뭉클한 감동을 주는 책은 어른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그림이 더 많은 얘기를 들려주는 책으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나누는 감동속으로 한번 들어가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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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절대 안 빌려주는 책,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25 00:42 
    팜므느와르 님의 서재에서  <죽어도 못 빌려줘 - 다시 정리하는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페이퍼를 읽었다. 바로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1920~1940 를 아무도 못 빌려준다는 것.^^  이 책은 아직 못 봤지만, 얼마 전 KBS스페셜에서 방송한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방송일자 : 2010.02.21(일) 8시  
 
 
마노아 2008-04-1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하고 부르니 더 감동이 뭉클!해요. 정말 너무 아름다운 책이죠. 저런 장인이 생활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해요. ㅠ.ㅠ

순오기 2008-04-13 09:23   좋아요 0 | URL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나도 불러봐요. ㅎㅎ 그래서 이 책은 나만 볼거에요!!^^
한가지에 평생을 걸고 산 장인들이 대우받는 사회가 돼야겠지요.

bookJourney 2008-04-1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인 책이지요~
우리나라 옛책의 장정도 멋지던데 ... 이제는 보기 힘들게 된 것 같아 안타까워요.

순오기 2008-04-14 01:04   좋아요 0 | URL
를리외르 아저씨~ 너무 좋아요. 를리외르도 멋지고...
우리나라 옛 책도 멋지죠~~ 보존이 중요해요. 장인의 경지가 후세에게 대물림되는 것은 필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