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딸이 겪은 5.31부터 6.1 아침까지 시위현장

7월 5일 촛불집회에 중학생 아들녀석이 서울로 가고 싶어한다. 거기엔 대학생 딸의 부추김(?)도 있었지만, 5.31 촛불시위에 동참했던 누나가 보낸  e메일을 보고 그때부터 서울 집회에 가고 싶어 했었다. 문제는 아들녀석이 7월 7일 월요일부터 기말고사다. 뭐~ 별로 공부에 열심을 내는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험을 앞두고 보낸다는 건 망설여졌다.

며칠전 진보신당에서 문자가 왔는데, 아주 혹하는 내용이었다.
"5일 서울상경 1시 반 비엔날레주차장 집결, 3만원지참. 참가문자답변바람"
이렇게 진보신당에서 단체로 움직인다면 보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통화를 했다.
당일 행진에 동참하고 늦어도 자정에는 광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제 아들녀석 의향을 물었더니 가겠다고 한다. 민경이는 안가고... 민경이도 가겠다고 하면 엄마까지 출동하려고 했는데, 남매만 보내도 될 것 같다. 민경이는 시험 공부하겠다니 엄마는 금남로로 가야지!

단, 아들녀석에게 조건을 붙였다. 누나랑 같이 행동하고 돌아와선 반드시 성의있는 후기를 써야 하며, 가기전까지 시험공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녀석은 얼마나 가고 싶었는지 흔쾌히 좋다 하며, 어젯밤부터 제방에 들어가 공부에 올인하는지 들락거리지도 않는다. 평소엔 10분이나 20분마다 물 먹으러 나오고, 화장실 간다 나오고... 이러는 녀석을 지켜보는 엄마는 심하게 열리려는 뚜껑을 애써 눌러야 했었다.^^ 

시험을 이틀 앞두고 시위현장에 보내는 나를 보고 주위에선 미쳤다(?)고 할지 모르지만, 아들녀석을 보내는데는 큰딸이 날린 한방(?)에 손들었기 때문이다. 그 한방이 바로 메가톤급이었다. 아들녀석은 아직까지 꼭 하고 싶은 것이나 해보고 싶은 것도 별로 없으며, 그저 빈둥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 백수가 부러울 뿐이란다.ㅎㅎ 그런데, 엄마는 이녀석에게 박재동, 혹은 박광수 같은 만화가를 꿈꾼다. 게다가 며칠전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고는 완전 '최규석 팬'이 되어, 아들이 최규석 같은 만화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 날라온 우리 큰딸의 한방~~

"엄마가 정말 성주한테 최규석 같은 만화가를 꿈꾼다면, 시험공부보다 촛불현장에 보내야 돼!"

방금 전, 진보신당으로 대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참여한다는 문자를 날렸다.
내가 잘 한걸까? 잘 한거겠지~~~ 녀석이 역사현장에 서보면 뭔가 느끼는 게 있겠지?

그제 최규석 만화를 주문했는데 아직 안 왔다. 그 책이 오면 이제 우리집에 최규석 만화는 다섯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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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매를 서울 시청앞으로 보내다~될때까지 모이자!
    from 파피루스 2008-07-06 12:28 
    한시간 전, 진보신당 집결장소로 남매를 보냈다. 김밥도 싸고 생수랑 복숭아도 담아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려보냈다. 대문에서 지켜보다 따라가며 불렀다.   "아들아~ "   "왜? 설마 사진 찍으려는 건 아니겠지?"     "흐흐~ 왜 아니겠어?"   "어이쿠~ 엄마가 부르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어."   "야~ 니들한테 10만원 들려보내는데, 증거를 남
  2. 아들녀석의 7.5 촛불시위 현장 체험기
    from 파피루스 2008-07-25 09:34 
    기말시험을 앞두고 촛불시위에 가고 싶어한 아들녀석을 서울까지 보내면서, 반드시 다녀와서 성실한 후기를 쓰기로 했는데...... 이 글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도 흘렀고, 큰소리도 났었다지 아마~ ㅜㅜ 그래도 어제 담임샘과 반 전체가 강천사로 1박 2일 캠프를 가기 전에 마무리 했으니 그도 다행이다!^^ ----------여기서부터 아들녀석이 남긴 기록   시험을 이틀 앞두고 나는 서울에 가서 촛불시위를 했다. 주위 친구들은 미친 XX라는
 
 
웽스북스 2008-07-0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쥬 멋진 가족이에요 ^_^ 성주가 그릴 만화들도 기대가돼요

순오기 2008-07-03 12:33   좋아요 0 | URL
잘한거죠?~~~ 아들은 직업으로 만화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네요~ㅎㅎㅎ나중에 우리 아들 그림을 페이퍼로 올려볼게요!^^

마노아 2008-07-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직업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을 못 그려서 포기했어요^^;;; 그것도 23살에. 그때까진 끈질기게 만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역시 민주의 한방이 컸어요. 이렇게 똑똑하고 의젓한 자녀분들이 있으니 순오기님은 진짜 부자세요!

웽스북스 2008-07-03 13:04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저도저도 만화 너무너무 그리고 싶은데 그림을 못그려요 ㅠㅜ

순오기 2008-07-03 17:32   좋아요 0 | URL
오홋~ 마노아님 서재에 올려진 그림이 보통은 넘는다 생각했는데, 역시 만화가를 꿈꿨군요.^^
민주의 한방이 컸지요~ㅎㅎㅎ 사실 인생 길게 보면 시험 한두개 더 맞는게 대수가 아니지요.

무스탕 2008-07-0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직업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림도 못그리고 글도 쓸줄 몰라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_-
민주.. 누나로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서 엄마아빠의 자랑으로서 손색이 없네요.
민주!성주!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무스탕 2008-07-03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소리 하나 더..
저도 작년에 2학기 중간고사 치루기 전 토요일에 애들 몽창 끌고 경주로 1박2일 여행갔다왔었어요.
그땐 꼭 가야만 제 맘이;; 살것같더라구요. 이런 엄마도 있는데요, 뭘.. ^^;

순오기 2008-07-03 17:35   좋아요 0 | URL
오호~ 만화가를 꿈꾸던 사람이 많았군요. 그래서 지금은 독자로만 만족하시나요? 알라딘에서 활약하는 만화가도 괜찮을 듯한데 도전해보시죠!^^
살다보면 불현듯 꼭 해야될것만 같은 강박적인 일이 있어요~ 그때 그걸 못하면 마치 죽을 것 같은... 님께는 경주여행이 그랬군요, 잘하셨어요~ 짝짝짝!

책먹는냥이 2008-07-0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기말시험앞두고 서울상경한 하루가 성주인생의 빨간 밑줄이 되겠지요. 모든 걸 작파하고 서울상경하겠다던 울 남편 말린 내가 부끄럽네요.
순오기님 덕분에 최규석을 만나네요~
내가 좋아하는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봐도 가슴 찡해지지요~
<느티나무의 선물>과 <열네살> 진짜 좋은 만화!

순오기 2008-07-03 17:38   좋아요 0 | URL
남편은 아들한테 고급공무원이 되면 좋겠다고 하지요~ 요즘 보면 공무원들이 특히 고급공무원이 어떤 마인드와 철학을 갖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걸 실감하지만...기회가 왔을때 참여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외국만화는 별로 본 게 없어서 다니구치 니로도 처음 듣는 이름인데 검색해봐야겠어요. 감사^^

miony 2008-07-0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기말고사 좋은 성적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 올 것이라고 믿어요.^^

순오기 2008-07-03 18: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토,일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도 미지수지만...일단 보내준다니까 열심히 공부하는 척(?)은 하고 있습니다.ㅎㅎ저도 그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기에 보내는거죠.^^

글샘 2008-07-03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나가 있으니깐... 뭐, 안심하고 보내셔도 될 듯... 사실 서울 가면, 좀 심심해요. 간혹 바퀴벌레들이 '사진 만들러' 튀어나올 때 충돌이 있기도 하고, 사람이 적어지면 이넘들이 밀고 연행하기도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그넘들이 차벽 뒤에 가만히 숨어 있을 겁니다. 넘 걱정 마시고... 많이 배울 거예요. ^^

순오기 2008-07-03 18:21   좋아요 0 | URL
누나는 밤샘을 하고 싶다는데 진보신당 차로 자정에 돌아와야지 따로 오게 하기는 좀 맘에 걸려서요. 밤샘은 못하지만 역사의 한복판에 서본다는 것만으로 의미있고~ 뭔가 느끼고 배우는 게 있으면 되는 거겠죠.

비로그인 2008-07-0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막내딸(5학년)은 시험 이틀 앞두고 제가 빌려와 감춰두었던(시험끝나면 읽게하려고) 만화책 '맨발의 갠'을 어디서 발견하고 하루에 다섯권씩 읽어대더군요.^^ 요즘들어 간신히 책읽기 맛을 들여서 빼앗지를 못하겠더라구요.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하면서 그냥 모른 척 했는데... 책을 하아도 많이 읽어서인지 국어는 만점, 다른 과목들은 두 손 다 사용해도 모자랄 정도로 틀려대고 ㅎㅎ . 만화 잘 그리시는 분도 많고 좋아하는 분도 많으시네요.

순오기님, 그 용기에 박수보냅니다. 훌륭하게 자랄 걸 확신합니다.!

순오기 2008-07-04 00:22   좋아요 0 | URL
ㅋㅋ우리애들은 시험때만 되면 '해리포터'를 보고 또 봐요. 아마 수십번은 봤을 거에요~ 나름대로 시험공부 스트레스 해소라네요.^^ 책읽는 아이들은 국어는 공부 안해도 만점 받는 듯... 세상이 아이들을 올바로 키워야 할텐데 걱정이에요.

마늘빵 2008-07-0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대학생과 중학생이 있는데 어찌 나가지 않을 수 있으리오. 토욜날 어딘가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

순오기 2008-07-04 08:57   좋아요 0 | URL
어딘가에서 함께 하는 알라딘 서재인들이 많겠죠! ^^
 
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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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만화가 최규석이 사람을 울린다. 자기 얘기를 풀어냈는데, 그게 바로 내 얘기고 우리 시대 이웃집 얘기가 된다. 마치 내 앨범을 펼쳐 빛바랜 사진으로 추억을 더듬는 듯하다. 만화의 색감이 빛바랜 사진처럼 강렬하지 않고, 캐릭터의 표정과 절제된 대사로 슬픔과 기쁨을 고스란히 전한다. 따뜻한 시선과 솔직한 감정으로 독자를 울리고 웃길 줄 아는 최규석, 사진 보니 꽃미남이던데 완소남으로 다가온다. 아~~ 이사람, 내 맘대로 동생 삼아야겠다.^^ 책에서 보니까 누나가 넷이던데, 나이로는 내가 제일 위 누나가 될 것 같다. ㅋㅋ

내가 광주댁으로 산지 20년, 유일하게 나를 '당진댁'으로 부르는 지인이 있다. 내가 충청도 시골에서 못 먹고 못 살았던 이야기 - 그때 먹었던 보리밥에 질려 지금도 보리쌀 넣어 밥하는 게 싫고 내 돈 주고 절대 보리밥 안 사먹으며, 74년에 인천으로 이사왔는데 그해 8월 15일 육영수여사가 총탄에 돌아가신 날 내 고향에 전기가 들어왔다 - 를 했더니, 그렇게 살았던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때 우리집만 혹은 나 혼자만 그렇게 산게 아니고, 다들 그렇게 살았으니까 억울할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런 긍정의 마인드가 오늘의 순오기를 있게 했다며, 그때부터 내 고향을 따와 '당진댁'이라 부른다.

최규석의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면 정말 우리집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같은 세대를 살면서 다른 시대를 살았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다. 77년생이니 나보다 엄청 늦었는데도, 그가 살아온 시대는 나보다 훨씬 이전의 시대를 살아온 듯하다. 내 고향보다 더 시골이었거나 더 가난했기 때문일까? 7~80년대 현대사의 한 귀퉁이에서 밀려난 원주민의 삶이 리얼하다. 그의 큰누나가 동생들은 도시락을 싸주고 본인은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린 먹을게 없어 배를 곯지는 않았다. 하지만, 74년 인천으로 와서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참 힘겹게 살았다. 가장의 짐을 져야 했던 엄마는 생선다라를 이고 나섰고, 생선이나 새우젓을 팔아 이문이 너무 많으면 가슴이 벌렁거렸던 우리 엄마, 최규석의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난 이 책을 보며 또 울었다.

이 책엔 가슴 찡하고 코가 먹먹할 이야기가 많지만, 다섯번째 이야기 '25년 만의 손님'을 보면서 나는, 그만 최규석에게 손들고 항복했다. 2페이지 17컷의 만화로 나를 압도한 사람, 그 장면을 여기에 옮긴다.



어느 날 새벽 불쑥 달려든 25년 전, 다섯 살 소년이었던 자신을 안고 울었던 사람 최규석. 분명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일거라 믿는다. 이 만화의 특징은 자신과 가족이 시대에 동참하지 못하고 원주민으로 밀려나 살아왔던 시절을 얘기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등장시켜 연결고리를 갖게 한다. 그래서, '우리가 옛날엔 이렇게 살았었다.'로 끝나지 않기에 더 깊은 울림이 있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만화, 눈가에 따스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 사람이 좋다.

어머니 아버지의 입을 빌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현대사를 관통하는 가족이야기로 우리 시대를 진단한다 볼 수 있다. 자본주의에 밀려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대한민국 원주민으로 살아온 최규석 가족이 살았던 시대에 공감하고 이해하며, 가족에게 쌓인 앙금이나 사회와 등진게 있다면 개인적인 화해를 시도하는 것도 독자의 몫이라 생각된다. 한국전쟁 이후 다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나, 물질만능이 된 지금이나 없는 사람에겐 별반 나아진게 없는 것 같다. 있는 자는 풍족하게 누리고, 없는 자는 주리는 게 당연시되는 각박한 이땅에 그래도 따뜻한 가슴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 이 책을 보며 공감하는 독자들이 있고, 광장에 꺼질 줄 모르는 촛불이 있음을 우리는 희망으로 새긴다. 오늘도 대한민국에서 원주민으로 등떠밀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할, 우리들의 대한민국을 위해 촛불을 든 만화로 자리매김 해본다. 그래서, 난 '대한민국 원주민'도 최규석도 다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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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한민국 원주민 - 최규석
    from make it better 2008-07-25 19:35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까웠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줄어드는 양을 아쉬워하는 것처럼. 한가족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사회 변화를맛있게 버무렸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통해 들은 옛 시절 이야기가 나보다 두 살 많은 작가 형님의 생활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한 번 펴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우리나라의 역사, 가족,사회변화 등 생
  2. 따끈따끈한 책 100도씨~ 최규석을 만나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06-08 15:54 
    6월 6일 친정엄마 생신쇠러 갔다가 최규석 작가를 만나고 왔으니 순오기 땡잡았어요.^^ 대한민국 원주민을 보고 필이 꽂혀 자칭 큰누나를 자처했는데, 최규석 작가가 사는 가까운 곳이 친정이라했더니 올라오면 연락하라는 접대성(?)멘트를 남겼었다. 그걸 기억한 우리딸이 이번에 만나냐고 하기에 모과넷에 상경한다는 글을 남겼더니 6일 밤 8시 42분 '최규석입니다~~ '라는 문자가 날라왔다. 9시15분 뒤늦게 발견하고 전화통화로 다음날 1시에
 
 
마노아 2008-07-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둘리를 사놓고 못 읽어서 이 책은 좀 더 뒤에 사야지 했는데 담번 주문 때 같이 해야겠어요. 리뷰 보고서도 눈물 그렁그렁인데 직접 보면 통곡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땡스투도 미리 해야겠습니다.^^

순오기 2008-07-03 03:09   좋아요 0 | URL
원주민 읽고 며칠 지나서 썼어요~ 덕분에 감정을 좀 누그러 뜨릴 수 있었달까?
사이시옷 마지막에 '창'이란 제목으로 군부대 병영의 인권을 얘기했는데, 그땐 미처 알아보지 못했거든요. 젊은 사람들이 '최규석'을 왜 좋아하는지 이해됐어요. 최규석 보석같은 젊은이에요!^^

bookJourney 2008-07-0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7년생이 그린 거라니 믿기질 않아요.
저는 리뷰 보고도 울어서 ... 책은 못볼 것 같아요. ;;

순오기 2008-07-03 03: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77년생이 겪은 세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기막힌 현실이더군요.
리뷰에 내 얘기를 더 많이 썼다가~~~ 많이 잘라냈어요.
우리 아들이 저런 만화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어요.^^

웽스북스 2008-07-03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정말 사랑스럽죠 ^_^ 앞으로 아쥬아쥬 기대하고 있어요
게다가 잘생겼구요... 에헴 ㅋㅋ

순오기 2008-07-03 22:55   좋아요 0 | URL
잘생긴 최규석~~ ^^ 그가 진단하는 세상에 많이 공감해요!

다락방 2008-07-0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이 책 보관함에 넣어야겠어요. 불끈!!

순오기 2008-07-03 22:57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웬디양 때문에 알게 됐어요. 그래서 두 권 주문했고요. 불끈~

이리스 2008-07-0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고 가요~ :) 두근두근~

순오기 2008-07-03 22: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최규석도 만나시고 행운도 잡으시고~ 축하합니다!^^

t 2008-07-0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두 리뷰쓸까 ..하다가 미루어 두었는데 다시 충동적으로 리뷰쓰고 싶은 마음이 밀려오네요.
아... 중간에 태클한가지.... 육영수 여사가 죽은 날은 74년 8월 15일로 기억합니다.

순오기 2008-07-08 17:22   좋아요 0 | URL
앗, 실수~ 내가 중2때 인천으로 전학온 그해였는데...착각했군요. 수정했고요~ 오류를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

젊은피 2008-07-25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글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
저도 책 읽고 나서 받은 감동을 글로 옮기려 했는데 잘 안되더군요.

최작가 형님은 젊으신데 거의 저의 부모님 세대 같은 경험을 하셨더군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

순오기 2008-07-25 19:59   좋아요 0 | URL
젊은피~ 라니까, 저도 막 같이 젊어지는 기분이에요.ㅋㅋ
님의 블로그 구경갔다 왔어요. 댓글도 남겼고요~~~ 종종 뵙도록 하지요.^^

반달 2008-08-2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샘, 알라딘 익숙지 않아 책 한 권 사기 넘 힘드네요. 그래도 thanks to(?) 눌렀어요. 잘 눌렀나 모르겄네...ㅋㅋ 아이들 수업에도 써야하고, 필독도서 목록에도 실을까 합니다. 일단 꼼꼼히 읽어보고요... 물론 좋을 거란 느낌이 팍팍들지만요. 십시일반 읽은 후 오랜만에 만화 수업입니다. 아이들은 같은 내용도 만화로 풀어내면 더 감성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역시 감성세대!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건강 먼저 챙기세요.)

순오기 2008-08-29 01:20   좋아요 0 | URL
어머 반달님, 둥지를 알라딘으로 옮기시는 거예요? 무조건 환영합니다~~ 이제 한솥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군요.^^
이 리뷰가 알라딘에 등록된 두번째 리뷰였는데 찾아서 땡스투를 눌러주셨다니 황송합니다. 제가 십시일반으로도 이주의 리뷰 먹었었지요.^^
감성세대에 의식있는 젊은이가 될 요소를 많이 담고 있어 도움이 될거라 생각됩니다. 좋은 수업하시고 추천도서 목록에도 올려준다면 자칭 최규석 누나인 제게도 기쁨이지요.ㅎㅎㅎ

건조기후 2008-09-02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주문한 책 받자마자 이거 먼저 봤는데.. 저 컷 보니까 또 울컥하네요. 에효ㅠ 최규석에 대한 순오기님 애정이 막 넘쳤던 게 기억나서^^ 주문 전에 리뷰 찾아가지고 땡스투도 했어요.ㅎㅎ

순오기 2008-09-02 20:08   좋아요 0 | URL
누군가 두분이 땡스투를 했더라고요. 아니~ 오래전에 올린 리뷰를 기어이 찾아서 땡스투 하신분이 누구야? 감동했는데 한분은 위에 반달님이고, 한분은 건조기후님이셨군요.감사~ 배꼽인사^^ 원주민은 다시 봐도 여전히 울컥거려요.
 

긍정적인 시각으론 '올해의 절반이 남았구나!'
부정적인 시각으론 '헉~ 올해도 절반이 날라갔네!'

나의 선택은
"와아~ 아직 절반이 남았구나, 신나고 즐겁게 살아야지!"

내가 누리는 최고의 행복이자 호사를 위해 책을 몇 권 찜한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 욕심은~~~~~~~~ㅉㅉㅉ


대한민국 원주민을 읽고, 급호감인 최규석의 작품을 두권 구입할 예정이다.
사실 '사이시옷'을 봤을 땐, 최규석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원주민을 읽으며 여러번 내 얘기 같아서 눈시울을 붉히다 보니, 이 친구가 내 동생 같고 내가 누나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맘대로 꽃미남을 동생 삼기로 했다.^^
명색이 내맘대로 누나인데 유명한 동생 책을 안 봤다면 말이 안되잖아! ㅋㅋ

우선 요 두권을 질러줘야지.^^

 

 


오늘 경향신문에 책광고 나온 걸 보고 남편이 신청했다. '식객' 시리즈 20권도 사 들였는데, 요 한권이야 가볍게 OK! 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머리 깎고 3년간 준비한 관상만화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는 대전제로 출발한다는데
시리즈로 계속 나올 모양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타고나는 것인가? 왜 누구는 귀하게 누구는 천하게 살아가는가? 노력하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가?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단서는 무엇인가?" 인생의 모든 것을 밝혀준다는 광고를 다 믿지는 않는다.^^


어머니독서회의 7월 선정도서다.
사놓고 읽지는 못했는데 이참에 읽어보자!^^
회원들의 요청으로 몇 권 사들인다.


필요할 때마다 도서실에서 빌려다 봤는데
이젠 내 책으로 만들어야지.^^



*그리고 가격을 맞추기 위해 중고샵에서 몇 권 건져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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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7-0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순오기님 좋아하실 줄 알았당게요!

순오기 2008-07-01 12:06   좋아요 0 | URL
ㅋㅋ만족하시나요, 웬디양? 고마워요!!
7월 첫 리뷰로 원주민 쓸거야요!^^

2008-07-0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희망꿈 2008-07-0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독서하시는 순오기님~
앞으로 쓰시는 리뷰도 기대할께요.
7월을 새로운 출발로 해야겠어요.
년말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지요? 아자아자~

순오기 2008-07-01 12:27   좋아요 0 | URL
앗~ 꿈님께 문자 보내야지 퇴근 후에...
희망찬 7월 맞이했으니 잘 보내자고요!

무스탕 2008-07-01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절반이나 남았습니다. 뒷 말이 뭐가 붙느냐에 따라 또 달라지죠? ^^
전 오늘 큰 애 기말고사 시험감독을 하고 왔어요. 3교시까지 계속 서있다 왔더니 다리가 퉁퉁..
쌈빡한 7월 보내세요~ :)

순오기 2008-07-02 01:08   좋아요 0 | URL
저는 다음주 월, 수욜이 감독입니다~~ 우린 교실 뒤에 의자를 놓는데 저는 일부러 앉지 않아요.
쌈빡한 7월~ ㅋㅋ 탕님도요!!

건조기후 2008-07-0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도배(?) 새로 하셨네요^^ 들어서자마자 순오기님 활기찬 기운이 바로 느껴져요ㅎㅎ 파릇파릇

순오기 2008-07-02 01:08   좋아요 0 | URL
7월의 첫날이니까요~ 새로운 기분으로 UP!^^
 
뚱보 생활 지침서 메타포 7
캐롤린 매클러 지음, 이순미 옮김 / 메타포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표지는 '뚱보 생활 지침서'라는 제목과는 부조화스러운 에로틱한 느낌에 도발적이다. 표지만 본다면 청소년 자녀에게 권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느낌으로 책을 펴들어서 첫부분 보여지는 버지니아와 프로기의 애정행각이 거슬렸는지도 모른다. 나도 한때는, 아니 지금도 성적 묘사가 나오는 부분은 되짚어 읽으면서도, 10대 자녀를 둔 학부모 마인드가 작용했는지 처음엔 아이들에게 권하지 않았다. ^^

60여쪽 읽다가 중단해서 중1 막내가 먼저 읽었는데 은근히 걱정되었다. ^^ 하지만 막내는 "미국 애들 정말 조숙한 것 같아. 나보다 겨우 한 살 많은 열다섯인데 이렇게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다니 놀라워! 그래도, 버지니아가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게 펼쳐나가는 결말이 좋았어!" 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로써 엄마의 염려는 기우였음이 확인되었다. 역시 청소년을 위한 메타포의 일곱 번째 책 '뚱보 생활 지침서'는 10대의 공감을 얻으며 좋은 책으로 자리매김 할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처음 시작과는 다르게 손에서 놓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주인공 버지니아는 열다섯 살 고등학교 1학년이다. 우리 큰딸도 고등학교 1학년때 중학교보다 넓은 학군에서 만난, 반 친구들의 서슴없는 애정표현과 자랑하듯 성경험을 얘기하는데 충격을 받았다. 아이는 역겨워하며 그런 이야기를 버젓이 하는 것에 놀랐다.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미국 고등학생들의 애정표현 수위에 충격 받았던 느낌 그대로였다. 그 딸이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방학을 맞아 돌아왔기에 '뚱보생활 지침서'에 묘사된 청소년들의 성과, 그들의 애정행각, 애정표현 수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일독을 권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청소년 성문제만 다룬 건 아니고,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는 정체성 찾기다.

이 책에서 새삼 놀란 것은 버지니아 부모가 자녀보다 부부의 삶에 우선한다는 것과, 그러면서 자녀에겐 부모의 결정에 따르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사회적인 규정과 부모의 뜻을 거부하던 청소년기를 거쳤으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그걸 요구하는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심리학자인 버지니아 엄마는 완벽한 가정으로 보이는데 신경 쓰면서, 정작 자녀들의 소리엔 귀기울이지 않았다. 엄마가 제시한대로 따르도록 요구해 큰딸과 마찰을 일으켰고, 자랑스러웠던 아들은 술에 취해 여학생을 강간한다. 부모가 쌓은 성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하지만 부모는 그 소리에 정직하지 못하고 없었던 일처럼 가장하고 살기 바란다. 우상이었던 오빠 행동에 충격받은 버지니아를 배려할 여유는 없었다.

다이어트를 하던 버지니아는 미친듯 먹어댔고 자신을 학대한다. 오빠 바이런이나 엄마 아빠 누구도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이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한 여자의 인생을 망쳐 놓은 오빠를 용서할 수 없었던 버지니아는, 섀넌 가족의 초대로 시애틀에 가서야 상처를 위로 받는다. 오빠가 애니 밀스에게 한 짓이 자기에게 한 짓이 아니라는 것과, 오빠는 완벽하지도 않았고 항상 자기를 무시했다고 깨닫는다. 시애틀에서 섀넌과 자유롭게 지낸 후, 버지니아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망설이던 애니 밀스를 만나 오빠의 잘못을 사과하고, 드디어 남들의 규정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깨닫는다. 애니 밀스의 말을 듣고 자기 삶의 해답을 얻은 것이다.

   
  바이런이 한 일은 끔찍했어. 그래서 학교 당국에 보고했던 거야, 난 바이런이 다른 여자에게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하길 바라거든. 하지만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만큼 내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았어. 그가 나를 지배하게 두진 않을 거야. (중략)  앞으로 미래의 내 인생은 내게 달려 있어. 사람들은 스스로 희생자가 될 수도 있고, 자기 자신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야. 내가 선택권을 갖는 것.  
   

버지니아는 뚱보지침으로 '다이어트 조언 목록'을 적던 것을 멈추고, 비록 뚱보일지라도 '쉬리브스' 가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행동한다. 시애틀에서 눈썹에 피어싱도 하고 옷도 제맘대로 고르는 버지니아가 못마땅하던 엄마도 결국 인정한다. 학교 생활도 재미없고 친구로부터 자신을 격리하던 버지니아는, 웹사이트를 추진하며 친구들과 소통하는 중심인물이 된다. 정체성을 회복하고 자기 인생의 당당한 주인으로 사는 버지니아에게 박수칠 수 있어 좋았다. 우리 청소년들도 남의 시선이나 규정에 매이지 말고, 뚱보라도 상관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하라는 '뚱보 생활 지침서'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 좋겠다.

버지니아가 적었던 다이어트 조언 목록은 '뚱보 아줌마'인 내겐 여전히 유효하다. 사람들의 이목이 아닌 내 건강을 위해 버지니아의 뚱보지침을 기억해야 겠다.^^

다이어트 조언 #1 배가 고플 때마다 위가 가득 차도록 생수를 마신다.
다이어트 조언 #2 한 입 먹을 때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랫동안 입 안에 넣고 씹는다
다이어트 조언 #3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매니큐어를 집어라. 바르는 동안 먹겠다는 갈망이 사라질 것이다.
다이어트 조언 #4 몸의 매력 없는 부분을 운동하기 위한 독창적인 방법을 찾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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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희망꿈 2008-07-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읽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괜찮은 책 같아요.
너무 자세한 묘사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죠.
저도 뚱보지침 꼭~ 기억하고 실천 해야겠는데요.
저도 빨리 읽어야겠어요.
긴 서평 미리 잘 읽고갑니다.

순오기 2008-07-01 12:07   좋아요 0 | URL
긴 서평 읽느라 애쓰셨어요. 줄거리 소개를 안해야 짧아지는데 말이죠.ㅠㅠ
갈수록 잘 안된다 말에요.ㅋㅋ

다락방 2008-07-0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저도 이거 읽어야 겠어요!!
순오기님이 읽으신 책을 아들딸들도 함께 읽는다니. 정말 멋진 가족이예요!

순오기 2008-07-04 01:0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끌린 이유가 무얼지 궁금해졌어요.
오히려 애들이 읽는 책을 제가 미처 못 읽지요~~ ㅜㅜ
 
돌려 줘, 내 모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2
우메다 슌사쿠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은 이름이나 신체적인 조건을 들어 놀려먹는 걸 즐긴다. 악동들의 놀려먹기가 잘 드러난 작품에서 뭉클한 사랑을 발견한다. 그림도 마치 아이들이 그려댄 것처럼 만만해보인다. 목탄에 수채 그림이라 따뜻한 느낌이다. 할머니의 뜨거운 사랑에 가슴이 뭉클 파도가 출렁인다.

머리에 동전만한 구멍이 있어 동무들에게 놀림당하는 나는, 머리에 흉터를 만든 게 할머니라서 슬퍼하실까 봐 흉터로 놀림 받았다는 말은 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돋보기를 쓰고 모자를 떠 주셨다. 하지만 다음날 녀석들은 또 모자를 벗겨 던지며 놀려댔다. 모자를 쓴다고 빵구가 가려지냐며... 나쁜 녀석들, 씩씩거리며 집에 돌아와 할머니 앞에 모자를 팽개치며 하지 말았어야 할 모진 말을 뱉는다.
"다 할머니 때문이야! 내 머리에 난 흉터, 다 할머니 때문이라고! 이런거 필요 없어!"



그날 밤, 어쩌다 내 머리에 흉터가 생겼는지 아빠한테 들었다. 갓난 아기때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다 갑자기 달려든 오토바이를 피해 유모차를 밀어내고 할머니는 오토바이에 치었다. 그래서 아기는 머리에 상처만 나고 탈이 없었지만, 할머니는 한쪽 눈을 못 쓰게 되었다는 것을... 아빠는, 네 상처는 할머니의 사랑과 용기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그날 밤, 베개를 들고 할머니 방 앞에서 녀석은 사랑을 고백한다. ^^
"할머니...... 나, 할머니랑 같이 자도 돼요?" 

이제는 동무들이 놀려도 울거나 할머니에게 화내지 않는다. 녀석들이 은행나무 위로 던진 모자를 돌려 받기 위해 싸움을 한다. 아무리 걷어차이고 나뒹굴어도 요지 녀석의 손을 놓지 않고, 기어이 항복을 받아낸다. 하지만, 요지는 나무에 오를 줄 모른다고 울어버린다. 할머니의 사랑을 확신한 녀석은 나무에 올라 모자를 내려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둘러섰던 아이들의 도움으로 나무에 오른다.



모자를 찾아 쓴 녀석은 씨익~ 웃음을 짓고... 다리가 후둘거려 내려올 수 없는 녀석을 위해 동무들은 사다리를 찾아 온다. 놀려대고 싸우던 녀석들이 화해하고 서로 돕는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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