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을 갔을 때, 양철북 사장님이 이 책을 가져오셔서 '태양의 아이 보육원'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펼쳐 보았다. 게다가 여행 가기 전, 알라딘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부탁한다는 메일이 들어와 흔쾌히 승락했기에 관심이 깊은 책이었다. 검색해보니, 양철북에서 2002년에 펴낸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이란 책도 있었다. 기회가 되면 살펴볼 목록에 추가한다.^^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야누슈 코르착이란 분의 생애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타적인 삶을 산 위인들을 접할 때마다 한없이 작아져 쥐구멍으로 쏘옥~ 들어갈 것 같은 나를 추스리는 독서는 편치 않지만, 그래도 이런 배움과 깨우침이 있기에 책을 읽는 것이리라 위안을 삼는다.

초등저학년들에게 분량도 많고 어려운 듯하지만, 이렇게 남을 위해 살다 간 분들이 있어 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믿기에 소개하려는 마음으로 읽어주었다. 생각보다 집중도 잘했고 몰입하는 아이도 있어 즐거웠다.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형식의 독후활동을 했는데, 편지글이 많았다. 아이들은 편지형식에 맞춰 길게 썼지만, 나를 감동시킨 부분을 발췌해 옮기니 아이들의 솔직함이 묻어나는 편지를 감상하세요.^^

1학년 정수지 - '너희들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고아들이구나. 다른 고아들이 와도 환영해주는 너희들 마음 알 수 있겠어. 너희들의 꿈을 못 이뤄서 정말 안됐구나. 나는 커서 병원 사장(?)이 돼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줄거야. (어쩌면 병원은 이미 기업이 되어 사장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학년 양우진 - 할아버지는 왜 아이들을 먹여 살릴려고 의사를 그만두셨어요? 의사도 좋잖아요. 돈도 많이 벌고 좋잖아요. 그래도 아이들을 구한게 더 좋아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같이 살고 같이 죽고, 같이 살았다는 게 너무 훌륭한 것 같아요.

2학년 백송이 - 저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제가 왜 의사가 되고 싶냐면, 다른 사람들이 아플 때 치료를 해주고 싶기 때문이에요. 저는 할아버지가 분명히 하늘 나라에서 보고 있다는 걸 믿고 열심히 할 거에요.

2학년 정인선 - 여긴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야누슈 코르착 할아버지는 너희들을 안 버린다고 약속했어. 할아버지가 여름 소풍을 간다고 했지만, 기차를 타면 죽음의 가스실에서 너희들과 할아버지는 죽을 거야. 난 안가고 집에 있을 건데...... 너희들은 겁을 내지 말고 할아버지를 잘 따라가. 그리고 너네들은 진짜 천사가 될거야. 코르착 할아버지랑 같이 하늘나라로 갔으니까.

2학년 이선우 - 저는 코르착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끝까지 보살펴 주신게 정말 정의로웠어요. 저도 치과의사가 되면 번 돈으로 불쌍한 아이들을 보살펴 주고 치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도와줄 거에요. 아픈 사람이 없도록 말이에요. 저는 그 죽음의 기차에 안 탈 거에요.

2학년 최나람 - 할아버지는 대단해요. 거지와 바보가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거에요. 제가 만약 코르착 할아버지라면 저도 할아버지처럼 죽을 거에요. 왜냐하면 아이들을 버리지 않고 약속을 지켜서 아이들과 함께 죽으면 천국에 가니까요. 또 같이 죽지 않으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나중에 지옥에 가야 하니까요. 전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2학년 안주영 - 의사를 그만두고 고아원을 지었다는 게 대단해요. 할아버지가 고아들을 도우니까 저도 커서 고아들을 돌볼 거에요. 전 죽는 것은 끔찍해요. 수술하는 것도 무서워요. 그래서 저 혼자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 때문에 성실한 사람이 되기로 했어요. 저도 죽으면 할아버지를 만날게요.

5학년 배아영 - 코르착 할아버지의 삶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인정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못 살것 같아요. 그냥 평범하게 살면서 남들을 조금씩 도우며 살거에요.

5학년 오한영 - 나는 경찰이 되고 싶은데, 내가 좋아하는 경찰일을 하면서 도둑도 잡고 사람들을 도울거에요. 그리고 코르착 할아버지처럼 남을 위해 죽지는 못하지만, 절대 나쁜 짓하는 경찰은 되지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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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8-1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아이들도 의사가 돈 많이 벌고 영향력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꿰뚫고 있군요...;;;;
저렇게 헌신적인 삶은 자신 없어도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들이 예뻐요.

순오기 2008-08-16 11:54   좋아요 0 | URL
어른들이 하는 소리나 텔레비전을 통해 알겠죠~
그래도 솔직함은 역시 아이들이죠~ ^^

bookJourney 2008-08-1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글에서 현실에 대한 인식, 진지함, 정직하고 바른 자세가 보여요.
'나도 야누슈 코르착처럼 ...'라고 쓴 글보다 훨씬 마음에 다가오네요.

순오기 2008-08-16 11:56   좋아요 0 | URL
그래도 많은 아이들이 야누슈 코르착처럼 의사가 돼서 고아들을 돌보겠다고 했더라고요.^^
 
천사들의 행진 - 야누시 코르차크 양철북 인물 이야기 1
강무홍 지음, 최혜영 그림 / 양철북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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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부를 축적한 사람이 권력을 얻고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출판계는 이들을 앞세워 성공신화로 도색된 자서전과 자기계발서 출판에 열을 올리고, 어른들의 성공신화나 자기계발서는 어느 틈에 어린이용으로 둔갑해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세상의 가치를 물질에 둔 어른들의 기준에 어린이도 세뇌시키려는 이런 현상에 편승하지 않은 책이 나왔다. 이타적인 삶을 산 진정한 위인인 ‘야누슈 코르착’의 생애가 그림동화로 나와 어린이들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소재의 무거움이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한다면 초등 고학년에게 좋을 책이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과 어려운 낱말을 설명해주면 저학년도 이해할 수 있다. 그림책이라 부담 없이 집어 들고, 거칠고 투박한 전사 그림에 담긴 야누슈 코르착의 생애를 살펴 볼 수 있다. 자신만 잘 먹고 잘 살기를 꿈꾸는 현실에 깊은 반성과 자기 성찰을 주는 책이다. 이기적인 삶에 물든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해 주면 좋겠다. 

  야누슈 코르착은 촉망받는 의사였지만, 병원에도 올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찾아 거리로 나섰다. 그는 거리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돌봐줄 수도 가난을 치료할 수도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의사의 길을 버리고 고아들의 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다.

  야누슈 코르착이 고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은 다시 버려질까봐 두려워했지만, 자기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줄 것이란 믿음을 갖는다. 가난과 학대와 무관심으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쉴 곳을 찾아주고, 세상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되돌려 준 것이다. 그는 의사이며 교육자이고 작가였지만, 영원한 고아들의 아버지로 자신의 생애를 그들과 함께 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사는 게 쉽지 않기에, 그의 이타적인 삶이 더욱 빛난다.

  그는 자신의 철학이자 신념인 인권존중을 실현하고자 고아원에 ’어린이공화국’을 도입하여, 어린이들이 존중받는 것이 무언지 생활에서 깨닫게 한다. 혹 잘못하는 친구가 있으면 아이들은 법정에 세워 해답을 찾을 때까지 토론했다. 전쟁 중에도 인권을 존중받는 아이들의 행복이 밝은 색조의 그림으로 보여 진다. 고아원에서 존중받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독자도 잠시 즐거워진다.

  검은 군홧발과 철조망으로 그려진 1939년 9월, 침략군 독일에 무너진 폴란드 바르샤바에 '게토'가 설정되고, '고아들의 집'도 강제 이주 당한다. 이 세상에서 유대인을 없애겠다는 히틀러의 미친 짓거리인 참혹한 학살을 비켜갈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부족한 식량을 구걸하러 나선 코르착은 길에서 만난 아이들을 데려온다. 서로 존중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배운 아이들은 자기 것을 덜어주는 성숙함을 보인다. 코르착에게 본대로 배운 대로 사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독자는 잔잔한 감동에 뭉클해진다. 

  천사들의 행진이라 일컬어진 죽음의 행렬은 가슴을 울린다. 당시 저술활동을 했던 코르착은 게토지역에서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거라 짐작된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 닥쳤을 때, 그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신이라면 아이들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는 200명의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옷을 입히고 ’여름휴가’를 떠나자며, 놀라거나 겁에 질리지 않도록 앞장 서 나아갔다. 그들은 코르착 할아버지를 천사라 말했고, 코르착은 아이들을 천사라고 생각했으니 그들은 분명 천사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행진은 죽음의 가스실로 가는 기차, 죽음의 길을 알지 못한 소녀는 코르착의 품에 안겨 꿈을 말한다. "할아버지, 나는 농부가 될 거에요. 밀을 많이 길러서 언니랑 오빠들과 할아버지에게도 줄 거예요." 소녀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스며드는 가스에 졸린 눈을 감는다. 소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은 코르착도 1942년 6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그림책이라 그의 삶을 세세히 펼쳐내지 못한 아쉬움은, 말미에 덧붙인 생애를 조명한 글과 사진으로 덜 수 있다. 생명의 존엄성을 짓밟은 독일군의 학살에 맞서,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숭고함으로 저항한 그들의 죽음은 가장 아름다운 행진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담겨 있다. 1979년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제연합은 그의 정신을 기려 ’세계 어린이의 해’이자 ’야누슈 코르착의 해’로 제정하였다. 또한 1989년에는 코르착의 어린이 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어린이 권리 협약’을 제정 선포했다.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한 진정한 위인 야누슈 코르착은,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사는 세상이 되도록 헌신했음을 알 수 있다.

  이타적인 삶을 산 위인을 접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남을 위해 헌신한  분들이 있기에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라 발견하면 좋겠다. 어린이들이 ‘천사들의 행진’에서 야누슈 코르착을 만난다면, 이기적인 삶이 아닌 이타적인 삶을 살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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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8-15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의 <아이들>이라는 책은 제가 옆에 두고 수시로 들춰 보는 책 중의 하나이지요.
고학년들의 독후 소감은 역시 현실적이군요.
저도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순오기 2008-08-16 11:5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은 알라딘에서 미리보기만 했어요.
굉장한 교육자이고 실천가였던 듯...

마노아 2008-08-1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에서 생동감이 느껴져요. 양철북은 줄곧 번역서만 내왔었군요. 그건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다음 시리즈도 기대되어요. ^^

순오기 2008-08-16 11:58   좋아요 0 | URL
출판사들은 번역물을 내는 게 쉬운 듯...ㅜㅜ
국내작가들의 작품도 계속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기대해요.^^

순오기 2008-08-17 20:15   좋아요 0 | URL
리뷰를 2천자로 맞춰 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수정했더니 양철북이 처음으로 국내작가 책을 출판했다는 내용이 사라져 댓글이 안 어울리게 됐네요~ ^^

BRINY 2008-08-1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인천시내 소극장에서 연극으로 봤었어요. 다는 기억안나도 맨 마지막 장면의 인상은 강렬했었지요.

순오기 2008-08-18 00:18   좋아요 0 | URL
헉, 인천소극장이라니 인천서 학교 다니셨어요?
나도 중2때 인천으로 전학와서 15년을 살았죠. 지금은 친정엄마와 형제들이 살고요~ 이번 주말에 올라갑니다.^^

BRINY 2008-08-1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서 중, 고교 다녔어요. 그 시절, 답동성당 건너편에 미추홀 소극장이라고 있었어요. 인천 출신의 유명한 배우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하던데... 그 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다방(!지금 생각해보니 무슨 문화다방 분위기였어요)에서 표를 팔았는데, 생화가 장식된 입구 카운터에서 아리따운 아주머니에게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얻은 학생할인권을 내고 표를 사면서 훔쳐본 다방 내부도 로망이었죠~ ㅎㅎ. 무대도 따로 없고 객석은 몇십개짜리 지하 소극장. 어린 나이때는 그런 체험이 대단한 컬쳐 쇼크였답니다.

순오기 2008-08-18 21:25   좋아요 0 | URL
헉~ 답동성당 건너편 미추홀 소극장은 우리땐 '돌체소극장'이었던 거 같아요. 인천에 판토마임의 대부로 불리는 최규호씨랑 부인이 된 박상숙씨가 활동하던 초기에 저도 몇번 공연을 봤거든요. 내 보물창고를 열어보면 그때 연극 팜플렛이 있을텐데. 오호~ 인천에서 중고교를 다니셨다니 더 반가워요! 나도 고등학교는 답동 아래 신생동에 있는 학교 다녔어요~^^

파란여우 2008-08-19 21:05   좋아요 0 | URL
저는 Briny님이 제가 나온 여고 옆 학교를 나오신거 알고
또 순오기님이 나오신 학교도 인천**이라는 거(남인천여중하고 한 교정)
짐작합니다. 이뭐, 학교 얘기가 아니고요.ㅎㅎㅎ
돌체극장은 기독병원 구관 앞에 있는 지하소극장입니다.
돌체다방에서 표를 구입했죠.
미추홀 극장은 답동 성당 아래 골목길안
연극배우 정진씨가 운영했던 2층짜리 건물이죠. 드라마 한명회로 뜬 이후
돈을 벌어 극장을 인수한걸로 압니다. 그 골목끝까지 나가면 율목교회가 나오고 율목교회 옆길로 돌면 인하대 최원석 교수집이 나오고 시립도서관이 나옵니다.
제가 다니던 때는 20원을 냈었죠.^^

순오기 2008-08-20 04:43   좋아요 0 | URL
하하~ 파란여우님, 정말 사악한 여우시군요~ 전부 꿰뚫고 계시다니 인천출신인가요?^^ 남인천여중과 같이 있다가 갈라져서 남인청여중이 먼저 이사했을 겁니다~ 그럼 두분중에 한분은 인일?ㅎㅎ
돌체랑 미추홀이랑 그렇게 다르군요~ 난, 처음엔 애관극장옆의 음악감상실 2001인가 했어요.결론은 내가 미추홀도 돌체도 확실히 몰랐다는 얘기~ㅋㅋㅋ 정진씨가 한명회로 나올때 열심히 봤는데~ 율목교회는 친구들이 성탄공연할 때 한번 가본거 같고, 최원석교수집은 모르고, 시립도서관은 알겠고... 아니, 20원 냈다면 파란여우님이 나보다 연배신가요? 급 궁금... ^^

순오기 2008-08-21 01:13   좋아요 0 | URL
헉~ 제물포에서 놀았다면 모자가 멋졌던 미션스쿨이거나 제물포를 장악한 00재단? ^^ 근데 Briny님 글에 우리 둘이 댓글 놀이 해요.ㅎㅎㅎ
시립도서관 입장료는 생각나지 않고 공설운동장 사격장에서 총쏘고 과녁표를 갖다 내야 했던 교련숙제가 있어서 200원인가 내고 사격했던 생각만 나요~ 공부를 안 했으니 시립도서관 입장료가 생각날 턱이 있나~ㅋㅋㅋ
알라딘에선 내가 나이테가 많은 측에 속할거라 생각은 해요~~~ 파란여우님 서재가 '뻥'이잖아요ㅎㅎㅎ밤에는 제법 서늘합니다~ ^^

호타루쨩- 2010-03-07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ㅂ-중딩입니다지금현제요 ㅠ
아정말감명깊습니다그리구
숙제도정말잘해갈수 있어서 진심으로감사드립니당...
아.....야누슈 코르착....
대단한 사람입니다라고생각됩ㄴㅣ다...... ㅠ.ㅠ
그에비해 저는 왜이렇게 초라한지....아....ㅠ_ㅠ;;
 
마법의 원 올 에이지 클래식
수산나 타마로 지음, 김혜란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보물창고의 '올에이지클래식'시리즈로 오래 전에 예고된 책이라 출간을 기다렸다. 표지의 푸른 숲은 마법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로 폭풍전야의 숨죽임이 느껴진다. 아~ '마법의 원'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긴장된 기대감으로 충만했다.

쓰레기통 옆에서 발견한 사람의 아이를 데려다 기르는 늑대 엄마 구웬디와 릭의 이야기는 정글북의 모글리가 생각났고, 보물창고의 그림책 '와일드 보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또한 교육학 시간에 배운 인도 숲속에서 발견된 늑대어린이 '아밀라와 카밀라'도 생각났다. 혹시 그런 모티브로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성장환경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 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랑과 자유가 있고 슬픔은 없다는 '마법의 원'은, 모든 창조물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도시 공원 안에 있는 숲이다. 인간 세상과 구별된 곳으로 숲 한 가운데 호수가 있고 온갖 동물이 살고, 사람들은 가까이 갈 수 없는 공포의 숲이다. 인간과 단절된 곳이기에 사랑과 평화가 유지된다는 설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사랑과 평화의 수호자가 아니라 자연을 파괴하고 정복하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존재로 그려진다.

누군가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걸 소원했기에 별이 떨어져서 생겨났다는 '마법의 원'은 사랑과 행복을 얘기한다. 로켓에 실려 우주까지 날아갔다 온 우르슬라는 이곳의 첫 거주자로 나이도 많고 가장 지혜로운 동물로 인정받은 침팬지다. 어느 날 인간들에 의해 숲은 파괴되어 릭의 늑대엄마 구웬디는 죽는다. 시장으로 출마한 트리폰조는 숲을 파괴하고 개발하여, 인간을 순종하는 로봇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갖고 있다. 세상의 대형 슈퍼마켓과 공중 통신망을 소유한 팔라치치아의 지지를 받으며 일을 밀어 부친다. 마치 불도저로 상징되는 그가 떠오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ㅜㅜ

"깨끗하고 순종하는 세상, 가득 찬 배와 텅 빈 머리"라는 노래로 인간을 조종하려는 그들은 텔레비전의 광고로 쇼핑과 쾌락만 추구하도록 세뇌시킨다. 오직 세뇌되지 않은 어린이만이 세상을 구할 힘을 가진다.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말살하기 위해 텔레비전으로 통제하고 온갖 장난감과 먹을거리로 조종한다는 설정은 정말 섬짓하다. 함께 어울려 뛰놀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과 겹쳐지고, 돈이 권력이고 우상이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한 공포감에 오싹해진다. 사랑으로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치보다 개인의 욕심과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살벌한 인간 세상의 미래를 경고하는 이야기로도 읽힌다.

도도아줌마로 불리는 고양이 한 마리와,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꽃을 가꾸며 유일하게 세뇌되지 않은 치폴로니 여사가 릭을 도와 음모를 파헤치고 막아낸다. 고양이 도도아줌마와 치폴로니 여사가 릭이나 동물과 말이 통한다는 것 자체가 환상이다. 우리가 꿈꾸는 환타지 세계의 구현이 바로 '마법의 원'이다. 모든 것이 끝날지라도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으며, 다시 시작되기 위해 끝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새겨진다.

트리폰조와 팔라치치아가 코끼리 똥에서 나오는 가스로 세상을 파괴하려는 계획은 웃기지만,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죽었지만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릭에게 힘을 넣어주는 구웬디 엄마나, 엄마가 죽은 후 역할을 대신하는 치폴로니 여사는 모성이며 사랑의 표상이다. 또한 끊임없는 릭의 질문에 답하고 지혜를 가르쳐주며 마지막에 구원투수로 나타난 우르슬라... 릭은 파괴를 막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독자의 바람대로 메시아 같은 절대 구원자는 아니다. 파괴를 막아내려고 용기를 내는 평범하고 순수한 아이다. 

세상이 끝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던 릭은 세상은 동그란 원이며 바퀴이기에, 모든 것은 가고 다시 돌아오며, 다시 시작하기 위해 끝이 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좀 더 긴 장편으로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초등 고학년이면 환타지에 빠져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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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양장)
로버트 뉴튼 펙 지음, 김옥수 옮김, 고성원 그림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사계절출판사의 1318문고로 책따세 추천도서였다. 미국도서관협회 선정 우수 청소년 도서로, 우리나라에선 1994년 1월에 초판이 나왔으니 15년이나 줄곧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중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다면 필독서로 꼽아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우리 애들도 재미와 감동으로 책을 읽었고, 다음 편인 '하늘 어딘가에 우리 집을 묻던 날'도 보고 싶어해 즉시 구입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성장소설로 책따세가 추천하는 책은 사거나 읽고서 후회한 적이 없다. 중1 막내의 독후감으로 청소년의 감상을 엿보기 하자.

로버트 펙의 성장 이야기     -중학교 1학년 선민경-

처음 제목을 보고는 그다지 재미없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는 날이 뭐가 어쨌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얘기는 한 시골 소년인 로버트가 점점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이야기로, 작가 로버트 뉴턴 펙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어느 날 로버트는 집에 오던 중 이웃인 테너 아저씨의 소가 새끼를 낳는 걸 도와주고는 아기 돼지 ‘핑키’를 얻게 된다. 핑키가 얼마나 예쁜 돼지였냐면, ‘코와 귀가 분홍색이고 발가락에도 분홍색 점 두어 개가 있는’ 새끼돼지였다. 이 설명을 보고 정말 새끼돼지 한 마리가 가지고 싶어졌다. 돼지는 새끼일 때 진짜 너무 예쁜 것 같다.

로버트는 핑키를 받고 감격 받는다. 처음으로,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을 가졌기 때문이다. 난 그 장면을 보고 좀 신기했다. ‘자기 것’이 생겼다고 이렇게 좋아하다니,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쉽게 상상이 안 갔다. 핑키를 받은 후로 로버트는 어디든 핑키와 함께 다녔다. 핑키에게 우리도 지어주고, 러틀랜드 박람회에 핑키도 데리고 가서 파란 리본을 받는다. 어린 소년은 이렇게 해서 점점 더 어른이 되어 간다. 나는 이런 성장물이 좋다. 내가 그의 일생을 바라보면서 그와 함께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 핑키는 이웃 테너 아저씨네 수퇘지와 교미를 하지만, 씨를 받지 못한다. 결국 돼지잡이가 직업인 아빠는 핑키를 도살한다. 로버트도 핑키를 도살하는 걸 도운다. 살아 숨쉬던 핑키는 순식간에 내장이 꺼내지고 피를 흘리며 죽어 갔다. 그건 더 이상 핑키가 아니었다.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는 돼지고기에 불과했다. 소중한 것을 잃는 것도, 어른이 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성장통일까? 그러기엔 로버트가 너무 불쌍했다. 

그러나 로버트에게 또 다시 슬픔이 찾아온다. 아버지가 병에 걸려 돌아가신 것이다. 난 로버트가 어떻게 대처할지 조마조마 했지만, 로버트는 의외로 담담하게 대처한다. 장례 절차를 준비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아버지가 죽은 날이 바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이었다. 참 아이러니 하다. 아버지가 죽어서 도살장의 사람들이 아버지 장례에 오느라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은 것이다.

 

이제 아무것도 몰라도 됐던 소년시절은 끝나고, 아버지를 대신해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로버트가 너무 일찍 어른이 된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분명 힘든 일도 많겠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로버트는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파이팅!

2편이 궁금하다~~~'하늘 어딘가에 우리집을 묻던 날'이라니~ 집이 없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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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8-14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2편도 있어요?
2편의 제목을 보니 해피엔딩이 아닐 것 같아요 ...

순오기 2008-08-14 01:18   좋아요 0 | URL
민경이랑 성주는 2편도 읽었는데 엄마는 아직이에요.ㅜ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끄러운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감추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개인이 아닌 사회나 국가의 과거라면, 아니 우리 역사의 흔적이라면 지워야 할까 남겨야 할까 갈등하게 될 것이다. 내일 모레의 광복절을 '광복'이 아닌 '건국'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이들이 있듯이~~~ 80년 5월의 광주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있다. 특히 '경제'라는 잣대로 들이대어 모든 걸 거기에 맞추려는 사람들이 있다.

며칠 전 지역뉴스에서 접한 소식에 울분(?)이 일었는데, 막내를 데리고 조대치과병원에 다녀오다가 그 현장을 디카에 담아왔다. 80년 5월의 상처이고 흔적인 전남도청을 보존하자는 이들과 헐어버리고 새로 짓자는 이들의 첨예한 대립... 출근할 시간이라 사진으로 내 말을 대신 한다.





금남로의 YMCA


그리고, 광주시내버스엔 518 노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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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8-1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말입니다. 착잡해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광주항쟁이 폭도들의 역모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졌어요. 더 심한 경우는 무장간첩들이 선동한 대남적화통일의 방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제법 보이더군요.. 하긴 이번 정권이 유족회에 할당된 국가예산을 사정없이 반토막내버렸다죠..쩝.

순오기 2008-08-13 22:27   좋아요 0 | URL
정부도 정책도 2MB수준에 맞게~~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ㅜㅜ

마노아 2008-08-1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80년 광주를 가리켜 그 새끼들 다 빨갱이였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고 무서워요. 이런 나라이니 광복이 건국이 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게지요ㅠ.ㅠ

순오기 2008-08-13 22:3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기회주의자들이 재빠른 눈치로 시류에 편승하는거겠죠.ㅜㅜ

노이에자이트 2008-08-1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회주의자들 뿐이 아니라 애초부터 굳건히 광주 빨갱이론을 신봉하는 자들이 꽤 있었죠.그런 이들이 결혼해서 애 낳고 그 애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악순환입니다.
저는 구 도청 원형 보존에 찬성입니다.우리나라에 그동안만 해도 사라진 역사의 현장이 한 두 군데입니까!!!

순오기 2008-08-13 23:34   좋아요 0 | URL
철저하게 반공에 세뇌된 사람들의 머릿속을 바꿀수도 없는 일이고...ㅜㅜ
구, 전남도청 원형보존은 당연한 일인데...왜들 그러는지...ㅜㅜ

paviana 2008-08-1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원형대로 보전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어떻게 그걸 철거할 생각을 하지요? 정말 그런 말이 광주에서 나온말인가요?

순오기 2008-08-14 01:15   좋아요 0 | URL
정말 당연한 것을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한다는 게 용납할 수가 없어요.
아직 결과는 안 나왔는데~~ 힘을 가진 자들이 철거를 주장하니 어찌될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산다는 게 슬퍼요.ㅜㅜ

bookJourney 2008-08-14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숨만 나옵니다 ...

순오기 2008-08-14 01:16   좋아요 0 | URL
스위스라던가요~~ 총알 자국이 난 건물이 역사의 흔적으로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라고 하던데요. 에휴~ 우린 너무나 후진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