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바다의 기별'을 읽은지가 벌써 일주일이 넘어서니 가물거리지만, 내 딴에는 읽은 감동을 숙성시켰다고나 할까! 그의 책을 읽고 어줍잖은 몇 마디로 리뷰를 쓴다는 게 송구할 뿐이다. 그의 문장에 감탄하며 압도되듯 밑줄을 좌악 그었고, 무엇보다 그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좋았다. 에세이는 저자의 삶이 담겨 있기에 나와 같이 숨쉬는 김훈을 만난다는 것, 그의 살내음을 맡는다는 것이 좋았다.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카리스마의 그도 따듯한 인간애가 물씬 풍기는 아버지라는 것! 

허클베리핀의 아버지 같았다는 그의 아버지. 광야를 달리는 말이었지만 달릴 광야가 없었던 시대에, 그의 아버지는 기자였고 무협소설도 썼다니 그의 글발은 아버지로부터 유전이구나 짐작해본다. 그의 아버지 이야기는 짠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병석에 계신 아버지의 아랫도리를 살필 때, 아버지도 울고 자신도 울었다는 이야기는 내 아버지가 생각나 눈물을 떨구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 파이프를 훔쳐내 담배를 태우다 뺏겼을 때, 학교에서 찾아 아들에게 건네며 한마디 하셨다. 청소년들은 이런 아버지가 부러울까?^^
"너 가져라, 학교에는 가져가지 마라. 너, 담배 줄여."

그는 딸이 취직해서 첫 월급으로 사온 핸드폰과 용돈 15만원을 즐거이 받는 아버지다. 일상에 자지러지는 행복이나 기쁨이 없더라도, 무사한 순환이 계속되는 걸 행복으로 삼는 평범한 아버지다. 그는 귀가가 늦어지는 딸에게 전화해서, "운전 조심해라." 말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와 다르지 않다.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라는 글에서, 긴급조치 4호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형법 상의 내란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던 사위 김지하가 형집행정지로 영등포 교도소에서 출감하던 날, 10개월 된 손자를 업고 마중 나온 박경리선생을 관찰했던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기어이 나를 울렸다.

   
 

"나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다만, 그 여인네의 등에 매달린 아이가 발이 시려우면 안 될 텐데. 그런 걱정만을 했다. 지방판 마감이고 뭐고 간에 어서 빨리 저 여인네의 용무가 끝나서 그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이 추운 언덕의 바람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했다. 그러자 내 마음속에서, 나에게 없었던 따듯한 것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울음에 가까운 따듯한 것들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이었던가, 나는 지금 그 20년 전의 따스함의 정체를 겨우 입을 벌려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것은 나에게 감염된 그 여인네의 모성이었으며 허름하고 남루한, 그 풀포기와도 같은 무력과 무명의 모습이야말로 그 여인네의 힘의 모든 원천이었음을."(89~90쪽)

 
   

스물두 살 영문과 학생이었던 그가 만난 '난중일기'는 그의 인생을 통째로 흔들어버렸다. 낭만과 이상을 꿈꾸는 문학이 현실을 말하기엔 얼마나 빈약한지 깨닫고 학교를 접고 군대를 갔고, 제대해선 내 밥을 벌어먹으려고 신문사에 들어갔단다. 난중일기를 만난지 27년이 지나 '나의 언어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날, 난중일기와 이순신이 처한 절망에 대해 무언가를 쓸 수 있겠구나' 생각했고, 37년이 지나서 두 달만에 엄밀히 말하면 40일만에 '칼의 노래'를 써버렸단다. 일체의 수사 없이 사실만을 기록한 난중일기에서 글쓰기의 진수를 발견했고, 언론과 담론이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은 의견처럼 말해버리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 말한다.  

자신이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사명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고귀함을 언어로써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말미엔 부록으로 그의 소설과 소설집 서문과 에세이집 서문, 문학상 수상소감이 수록되어 그의 작품과 그를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바다의 기별은 작가이며 아들이고, 아버지이며 시민인 김훈이 말하는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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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1-1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김광주 씨의<정협지>가 나오던데요.저에겐 김광주 단편 몇 편이 있어요.아직 안 읽어봤지만...

순오기 2009-01-18 10:22   좋아요 0 | URL
김광주씨가 김훈의 아버지군요. 책에선 이름이 안 나오고, 무협지가 잘 팔릴 때 장안의 술값을 다 내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당대의 글쟁이들이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벼락을 맞아 '우리들의 시대는 이미 갔다'고 밤새 술마시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이야기가 나오죠.^^
아무래도 노이에님과 같은 광주에 사니까 한번 만나야겠어요.ㅋㅋ 우리딸은 요즘 작은할아버지(6.25때 돌아가셨을거라 짐작됨)가 남긴 6.25때 일기를 읽고 있는데, 태백산맥과 남부군에 묘사된 것들과 같은 상황을 보고 있지요. 현대사 관련 과제물에 적용한다고 연구하고 있어요. 나중에 일기를 사진으로 한번 올려볼게요. 노이에님도 관심이 생길거예요. 다른 분들이 남긴 일기도 있거든요~~ 아마 귀중한 자료가 될 거예요.^^

노이에자이트 2009-01-18 16:21   좋아요 0 | URL
그런 중요한 일기는 순오기 님 가문에서 먼저 연구해야겠는데요.어느 정도 해당 시기에 대한 공부를 한 다음 그 당시를 체험한 고령자와 이야기를 해보면 생생한 지식을 얻을 수 있지요.따님이 그 방면에 관심이 있나 보군요.

프레이야 2009-01-1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은가요? 그런 것 같군요, 오기님 리뷰를 보니.

순오기 2009-01-18 10:16   좋아요 0 | URL
김훈의 에세이는 많이 읽지 않아서, 그를 알아가는게 즐거웠어요.
도서관에 있으면 한번 보셔요.^^

메르헨 2009-01-1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
소설 이외의 글은 별로라 계속 어쩔까 했는데 순오기님 리뷰를 보니 봐야겠네요.^^

순오기 2009-01-18 10:17   좋아요 0 | URL
저도 김훈의 소설만 봤기에, 그가 이런 사람이구나~ 알아가는게 좋았어요.^^

소나무집 2009-01-1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한산성> 읽다가 짜증나서 그의 글이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순오기 2009-01-18 10:19   좋아요 0 | URL
흐흐~ 남한산성, 정말 읽기 힘들었어요. 나도 재작년 8월1일부터 사흘간 삐대며 읽었어요. 리뷰 제목을 '답답한 남한산성'이라고 붙였지요.^^

가시장미 2009-01-1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시어머니께 선물로 드렸어요. 읽고 싶었던 책인데, 저도 김훈의 책이라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답니다.
좀 어둡고 무거운 면이 많을 것 같아서요. 나중에 아이낳고 봐야겠죠? :)

순오기 2009-01-18 21:40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선 어둡고 무거운 면은 없어요. 편하게 볼 수 있어요.^^
 
나도 내 방이 있으면 좋겠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40
로렌 차일드 지음, 조은수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들어가면 혼자서 방을 쓰니까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까? 이 동화책을 읽으며 공감할 독자는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들일 거다.ㅋㅋㅋ 엄마들은 적어도 3~4남매는 됐으니 각자의 방을 갖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나는 5남매로 바로 위 언니와 같이 방을 썼다. 티격태격 미운정 고운 정 든 것도 방을 같이 쓴 덕일게다. 다행히 언니가 결혼을 일찍 하는 바람에 고1때부터 혼자서 방을 쓰는 행운을 누렸다.^^  

찰리와 롤라 시리즈와 클라라스 빈 시리즈로 세계의 독자들을 맘대로 쥐락 펴락 하는 로렌 차일드의 작품이다. 이 책은 글씨들이 춤을 추고, 그림들도 제멋대로 배치돼 클라리스 빈 가족 산만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클라라스 빈은 늘 북적북적하는 대가족 속에서 산다. 기본적으로 식구가 많은데 잠깐 다니러 오는 사람까지 늘 시끌시끌하다.



언니와 오빠는 자기 방이 있는데, 클라리스 빈은 바보 귀뚤이 동생과 한방을 쓰는 게 불만이다. 얼마나 싫었으면 금을 그어놓고 발가락 하나도 넘어오지 못하게 한다. 언니랑 나도 싸웠을 땐, 서로 자기쪽으로 건너오지 말라는 유치한 선언을 하곤 했었다.ㅋㅋㅋ애들이란,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유치한 정서까지 통하나 보다.^^



자기 방을 가진 언니 오빠는 북적이는 속에서도,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자기 맘대로 방을 꾸밀수 있다는 게 한없이 부러운 클라리스 빈.



심심해진 클라리스 빈이 가끔은 할아버지와 동무해 드리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대부분 혼자서 조용히 지낸다. 엄마는 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면 욕조에 몸을 담그고, 향내나는 촛불도 켜놓는다. 외국어를 배운다고 열심을 내면서. 엄마가 하는 덴마크 말, '이거 되드트라트 아프예 알레삼멘'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ㅎㅎㅎ 애들 키우다 보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온갖 묘기를 부리며 법석을 떠는 클라리스 빈, "그렇게 법석을 떨려면 마당에 나가서 해!" 라고 소리치는 엄마는 생전 심심할 틈도 없지만, 집구석에서 온갖 난리부르스를 추는 클라리스 빈을 봐줄수 없나 보다.ㅋㅋㅋ 하지만 마당에 나와서도 옆집녀석 때문에 내맘대로 할 수가 없다. 결국 심통을 부린 클라리스 빈, 아빠한테 한소리 듣는데 곁에서 낄낄거리는 동생 머리에 스파게티를 부어 주시고~~~~ 큰 말썽을 부려 세 시간 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는 벌을 받았다. 



하지만, 클라리스 빈은 벌 받는게 신난다. 드디어 혼자 조용하고 평화롭게 쉴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내 방이 갖고 싶었으면, 벌을 받느라 혼자 차지한 방에서 행복을 느낄까? 클라리스 빈, 나도 오붓한 내방이 있으면 좋겠다~~ 요즘은 서재가 된 거실을 차지하고 살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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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6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평생 제 방이란건 한 번도 가져본적이 없네요. 결혼전에도 없었고 결혼하고는 모든 방이 옆지기와 같이 쓰는 방이니.... ㅠ.ㅠ

순오기 2009-01-17 11:27   좋아요 0 | URL
흐흐~ 나는 거실로 독립해 나왔어요. 우린 잠자는 시간이 달라서요~

후애(厚愛) 2009-01-16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방을 가져 보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지요. 친구들 집에 놀러가면 친구들이 자기 방들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너무 부러웠답니다.^^

순오기 2009-01-17 11:28   좋아요 0 | URL
다들 내방을 갖고 싶은 로망이 있었군요.^^

미설 2009-01-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제방이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 읽어주기는 곤란한데 아이들은 재밌다 하더라구요. 별로 아이들 감성 아니지 싶은데 말이에요~

순오기 2009-01-17 11:29   좋아요 0 | URL
애들은 왜 좋아할까~ 산만해서 동질감을 느낄까요?ㅋㅋ

행복희망꿈 2009-01-1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시리즈로 계속 나오나봐요.
그림이 참 특별해서 눈에 띄는 책인것 같아요.
저도 제방이 있으면 좋겠어요. 책도 읽고 낮잠도 자구요.^*^

순오기 2009-01-17 11:30   좋아요 0 | URL
하하하~ 다들 내방을 갖고 싶군요. 남편과 같이 쓰는 방은 내방이 아니니까~ㅎㅎㅎ

2009-01-16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1-17 11:30   좋아요 0 | URL
예~ ^^

프레이야 2009-01-1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차일드 그림책은 참 재기발랄하고 독특해요.
그림도 글도, 엉뚱하고.

순오기 2009-01-17 11:30   좋아요 0 | URL
엉뚱과 재기발랄~ 좋은데요.^^
 

제 8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안녕하세요?
푸른책들입니다. 2009년을 맞이하며 추위를 잠시 잊게 해 줄 기쁜 소식 하나 전해 드립니다.
아동청소년문학 전문 출판사 (주)푸른책들에서 8기 신간평가단을 모집합니다. 2009년도 책과 함께 마음과 생각의 키를 키우시고, 삶의 지혜도 얻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 신청 자격 및 선정 방법
    책읽는가족(www.bookfamily.or.kr) 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평소 아동청소년문학에 관심 많으신 분들을 중심으로 책읽는가족을 비롯한 문학관련
    커뮤니티(블로그, 카페)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을 모집합니다.
    그리고 신청 회원님들께서 올려 주신 푸른책들과 보물창고 도서의 서평을 기준으로
    최종 선발하게 됩니다


※ 신청 방법
    A. 책읽는가족(www.bookfamily.or.kr) 회원가입
        기존 회원분들은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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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메일 주소로 보내 주세요.
       * 메일주소 : review@bookfamily.or.kr
    C. 신청서 접수 메일 확인
        - 신청서 접수 즉시 접수 확인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 신청 기한
     - 2009년 1월 21일 (수)까지

※ 결과 발표
     - 2009년 1월 30일(금), 책읽는가족(www.bookfamily.or.kr)

※ 활동 기간
     - 8기 신간평가단이 되시면 2009년 2월부터 7월까지 기본으로 6개월간 활동할 수 있으며,
       우수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 신간 평가단에게 드리는 혜택
     - ‘신간 평가단’이 되시면 6개월 동안 <푸른책들>, <보물창고>, <메타포>에서 나오는
        신간의 일부를 기증해 드리고, 작가와의 대화 등 각종 행사에 무료로 초대하며,
        어린이책 관련 자료와 도서목록 등을 보내 드립니다.
     - ‘신간 평가단’ 활동을 열심히 해 주신 분들께는 해당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우수 회원’으로 활동하실 수 있는 자격을 드립니다.

※ 활동 사항 및 규칙


신간평가단 자세한 활동내용 보러 가기★

아동청소년문학을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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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18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거 정말 좋은 정보네요. ^^ 감사합니다! 크크
근데.. 엄청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망설여지네요. 음~

순오기 2009-01-18 21:42   좋아요 0 | URL
출산과 육아와 병행하기 쉽지 않을거예요.
6개월 단위로 모집하니까 아기가 다음 기수에 신청해보면 어떨지...유아들 책을 받으면 희망이에게도 좋지요.
 
있잖아 그건 내 책이야 국민서관 그림동화 6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로렌 차일드의 찰리와 롤라 시리즈, 역시~~ 흐흐흐 웃어가며 보지만 쿵~~ 깨우침을 주는 묘미가 있다. 그림은 로렌 차일드스런 산만한 콜라쥬 기법에 실사까지 곁들여 신선함이 돋보였다. 

찰리같이 인내심 있고 자상한 오빠가 부러우면서도, 이런 꼬장꼬장하고 제멋대로인 여동생이 있다면 얼마나 힘들까 측은지심까지 생긴다.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롤라는 정말 골칫덩어리 캐릭터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꼬마아가씨다.^^ 여기서도 배반하지 않는 롤라의 역할에 웃지 않을 수 없다. 

오빠랑 도서관에 갔는데, 롤라가 보는 책은 딱 하나. '벌레랑 딱정벌레랑 나비가 있는 책'만 본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그 책은 찾을 수 없다. 누군가 빌려 갔을거라는 오빠 말에 도서관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는 롤라는 그 책만 고집한다. 아니~ 이렇게 책이 많은데 그 책만 좋은 책이라고 주장하는 롤라, 오빠에게 도서관에서 책 찾는 법과 도서관 이용 예절을 배우는 롤라는 여전히 '벌레랑 딱정벌레랑, 나비가 나오는 책'만 찾으며, 그건 내 책이라고 우긴다. 

 

아~ 끝없이 내 책이라고 주장하며, 누가 빌려갈수도 있다는 걸 이해 못하는 꼬마아가씨. 지혜로운 찰리는 롤라에게 여러 분야의 책을 추천하지만, 여전히 롤라는 안 좋은 이유를 들이대며 심드렁하다. '벌레랑 딱정벌레랑 나비가 나오는 책'은 무지무지 웃기고, 웃기고, 웃기다고 하니까 나도 정말 보고 싶다.^^ 간신히 치타와 침팬지가 나오는 책을 권해줬는데, 그때 롤라의 책을 빌려가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오빠, 저길 봐! 쟤가 내 책 가져 가. 저건 내 책인데!" 



이럴수가~~~ 내 책을 찾아 달라고 떼쓰는 롤라를 다룰 줄 아는 찰리는 역시 오빠다. 방금 네가 치타와 침팬지가 나오는 책을 본다고 했잖아, 말하니까 롤라는 한번 읽어는 보겠지만 내 책보다 재미있진 않을거라며 마지못해 펼친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기대하시라~~~~ ^^



"와! 이것 좀 봐, 치타는 엄청 빠르고, 침팬지는 무지 장난꾸러기야. 그리고 있잖아, 오빠! 이 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인것 같아. 무지 재밌고 정말 예쁜 책이라니까.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림도 가득해. 이 아기 침팬지 좀 봐. 정말 귀엽지?" 

어느 틈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이 '벌레랑 딱정벌레랑 나비가 나오는 책'에서 '치타와 침팬지가 나오는 책'으로 바뀌어졌다.^^ 어쩌면 롤라의 감탄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을지 모르겠다. 오직 '벌레랑 딱정벌레랑 나비가 나오는 책'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책이라고 외치던 롤라는 어디 간거야?ㅎㅎㅎ 자기 것만 최고인 줄 아는 유치원 또래들에게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너무 많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편식하면 안된다는 걸, 사랑스런 롤라를 통해 알려주는 로렌 차일드의 설득력이 아이들에게 먹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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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1-14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리와 롤라는 현준이가 무척 좋아해요. 좋은 책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편식하면 안된다는 걸 알려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애들에게는 오빠와 여동생 설정이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순오기 2009-01-14 17:18   좋아요 0 | URL
오빠와 여동생~~ 잘 맞으면 환상적인 조합이죠.^^
이 시리즈 은근히 매력있어요. 저도 도서관에 가서 보이기만 하면 빌려와요.ㅋㅋ

2009-01-14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8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Journey 2009-01-14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책을 편식하면 안된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저는 그저 단순 빵으로 '도서관에는 재미있는 책이 정말정말 많'으며, '도서관의 책은 내 책이 아니라 함께 보는 책'이라는 얘기를 한다고만 생각했지 뭐에요. ^^

순오기 2009-01-15 20:26   좋아요 0 | URL
하하~ 저는 독서편식이 크게 부각되는 책으로 이해됐어요~ ^^

메르헨 2009-01-1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희 아이는 팥죽할멈에게 빠져있는데...^^
사촌누나와 책을 바꿔 보는게 조금 도움이 되긴 하더라구요.^^

순오기 2009-01-15 20:27   좋아요 0 | URL
팥죽할멈은 여러 버전이 있던데 누가 쓴 책일까 궁금하네요.
저는 이야기로는 조대인님이 쓴 보림책이 재미있던데...
백희나 그림책은 한지 인형이 짱이고요.^^

메르헨 2009-01-1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이지요.^^
요즘 "집채만 한~"에 빠져 있어요.
아빠한테 전화해서 "아빠, 집채만 한~피자 사주세요."
이런식으로요~

순오기 2009-01-17 11:35   좋아요 0 | URL
백희나 그림책은 정말 감동이예요. 중고샵에 나오면 건져야지~^^
집채만 한 피자~ 한 판 사주면 몇날 며칠을 먹겠군요.ㅋㅋ
 
할머니와 고양이 그림책 보물창고 4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장부찬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패트리샤 폴라코 책을 하나 더 읽었다는 것으로도 감격이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선생님 고맙습니다, 천둥 케이크, 크리스마스 벽걸이, 레첸카의 알~~ 등 패트리샤 폴라코의 책은 항상 뭉클한 감동을 불러온다. 친숙한 할머니가 등장하는 것도 반갑다.^^ 

유대계 할머니와 흑인 소년이 나누는 우정이 발전해 가족이 된 사연에 가슴이 뭉클하다. 요즘 이스라엘이 하는 짓을 보면 결코 선민답지 못하고, 그들이 섬기는 하느님조차도 전쟁의 신일 뿐이라고 생각되지만.ㅜㅜ 이 책은 핍박받고 차별 받았던 그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며 이웃이 되고 가족이 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종종 카츠 할머니댁을 방문해 말동무가 되어 주던 엄마를 보고 자란 라넬은, 자연스레 할머니와 친구가 된다. 라넬은 지하 건물에 살던 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할머니에게 돌봐 달라고 한다. 삐쩍 마른 고양이를 받은 할머니는 꼬리도 없는 고양이 이름을 송곳니라는 뜻의 유대말 '터시'라고 이름 짓는다. 물론 라넬이 같이 돌봐 주면 키우겠다는 조건으로 수락한다.

 

혼자 살던 할머니는 고양이를 예쁘고 튼튼하게 키운다. 요리와 빗질도 해 주고 뜨개질실로 장난감도 만들어 준다. 가족이 없는 할머니에겐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톡톡히 한 몫을 한다. 카츠할머니도 썩 괜찮은 고양이라며 사랑하게 되었다. 이 그림들은 역시 패트리샤 폴라코 표 할머니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카츠 할머니는 유대인의 명절과 전통에 대해 설명해 주고, 캐츠킬스(미국 뉴욕주 동부에 있는 유대인 집단 거주 지역)에 살던 이야기도 들려준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마음만 조금 너그럽게 갖는다면~~ 카츠 할머니는 유대인과 흑인들은 온갖 고난을 겪었기에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지냈던 즐거운 추억을 들려주며 춤추던 시절을 재현하며 즐거워한다. 친밀해진 두 사람은 마치 가족 같은 정을 느끼며 마이런 할아버지의 위령기도에도 같이 다녀온다.그리고 가장 맛있는 쿠겔(유대인이 넉는 동그란 모양의 빵)도 만들어 준다며 집에 왔는데... 고양이가 없다. 열어진 창으로 나간 것이다. 아~ 어쩌나~~~  

할머니와 라넬은 고양이를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한다. 이미 고양이의 발정을 암시하는 장면을 복선으로 깔고 있어 눈치챌 수 있었다. 간밤에 폭퐁우가 사납게 몰아쳤고, 라넬의 아버지와 이웃들이 고양이를 찾아서 데려온다.  

 

돌아온 고양이는 이제 밖으로 나돌지 않고 늘어자게 잠을 잔다. 훗훗~ 아이들은 잘 모르지만 어른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고양이가 새끼를 품었다는 걸~ ^^ 유대인의 최고 명절인 유월절 축제에 같이 저녁을 먹겠다는 말로 할머니를 감동시킨 라넬은 사랑스런 녀석이다. 할머니는 기꺼이 츄파(결혼식에 쓰는 덮개)를 식탁에 깔고 유월절 만찬을 준비한다. 누룩을 넣지 않은 빵(마처)과 붉은 포도주 대신 라넬이 먹을 음료수와 양고기와 닭고기, 쓴나물과 유대식 스프와 감자 부침도 먹었다.

 

유월절이 지나고 터시는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낳아 드디어 카츠 할머니를 진짜 할머니로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카츠 할머니와 터시, 그리고 터시의 새끼들과 또 그 새끼의 새끼들까지 라넬의 가족이 되었다. 라넬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카츠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라넬은 카츠 할머니의 무덤에서 기도문을 읽고 할머니의 비석에 새겨긴 글자를 아이들과 같이 읽었다.
우리들의 할머니가 된 카츠 할머니, 정말 좋으신 분!

인종이 다르고 민족이 다른 이방인들도 사랑을 나누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걸,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주는 이 책은, 핵가족화 된 현대인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사촌보다 나은 건 우리도 충분히 느끼고 있으니까! 이제 이웃과 가족같은 사랑을 나누며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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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맘 2009-01-12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저도 열심히 글 올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번 방문해주세요..

순오기 2009-01-13 00:20   좋아요 0 | URL
방문도 하고 방명록에 인사도 남겼어요. 열심히 하자고요.^^

노이에자이트 2009-01-13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을 매개로 하는 우정.역시 우정의 참맛은 나이와 민족을 뛰어넘는 데 있는 게 아닐까요.

순오기 2009-01-13 00:20   좋아요 0 | URL
나이와 민족을 뛰어 넘죠.^^

소나무집 2009-01-1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패트리샤 폴라코 참 좋아하는데...
창고님은 이 책 왜 안 보내준 거야요?

순오기 2009-01-13 20: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 책은 다들 안 받았는지 리뷰가 별로 없더라고요.^^
신간이 아니고 재출간이었나? 아니 초판이던데...

쟈니 2009-01-1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너그러워진다면, 얼마나 이 땅이 살기좋을지.. 입속에 되뇌어집니다.

순오기 2009-01-15 20:2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국가간이나 개인간에도 말입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