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빛고을 독서마라톤 7월 일지, 7월 31일까지 13,060쪽

7월 1일, 새가 날아든다

사람들이 갈수록 도시로 몰리면서, 남겨진 고향은 점점 우리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간다. 더이상 명절에 고향집을 가지않고, 친척들 간에 왕래가 뜸해지면서 나누는 얘기라고는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 땅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 이런집이 적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가 날아든다'는 그런 우리가 외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쟁통에 헤어진 부부, 아이들을 찾는 남겨진 사람들. 남북전쟁때 아내와 헤어진 할아버지가 수많은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보살펴준다. 마지막에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만나 항상 같이있었다며 구리반지를 넘겨주고, 곁에있떤 손주아이가 정신차려보니 할아버지는 죽어있었다. 영혼에 홀리기라도 한 것마냥. 나는 겪어보지못한 그분들의 아픔이 이 책을 읽는내내 가슴에 꽂혀왔다. '새가 날아든다'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들가족의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월 3일, 흑산도 하늘길 (청소년용-이미지가 안 뜬다) 

다음주 토요일날 이 책의 저자 한승원씨를 만나러 가기때문에 준비 해 갈 겸 읽은 책이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유배지가 바로 흑산도로 이 책은 청소년용이다. 처음으로 간 소흑산도에서는 앞에서는 미소를 띄지만 뒤에서는 자신이 수상한 짓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섬사람들에게 절망을 느낀다. 함부로 들어가고 나갈 수 없는 섬의 특성상, 섬사람들은 그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또 그만큼 외지인에게 경계가 심한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나마 기쁨이 된 게 첩으로 맞아들인 거무라는 여인. 사람을 각각 섬에 비유하면서 나는 그 섬 사이에서도 혼자라고 하는 장면이 약전이 얼마나 고독한지 알게 해 주었다. 좌랑까지 지냈던 양반인데 얼마나 힘들었을가. 그나마 아우 약용과 가끔 하는 편지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나중에 거주지를 옮기며 현산어보를 지은 약전은 임종을 맞을때, 자신이 조개에서 나온 파랑새라며 편안히 임종을 맞는다. 

7월 5~6일,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흑산도 하늘길'의 저자 한승원씨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책이다.1부 글쓰기는 무엇인가, 2부 글 쓰는 이의 정신을 살짝 읽었는데 역시 녹록치 않은 내공을 지니신 분이라 문장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고 범상한 것 같았다.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글 쓰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좀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다 봐야 할 것 같다. 나도 나름 소설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조금 두껍긴 했지만 소설쓰기의 기본이론에서부터 '설정한 인물들이 갈등하고 대립하게 하라', '서두에서 독자를 사로잡고 결말에서는 긴 여운을 남겨라',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수사법을 익혀야한다'는 식의 조언들도 많았고, 구체적인 소설 속의 문장들도 많아서 좋았다. 특히 그냥 이론서 같은 게 아니라 무려 40년의 글쓰기 내공이 숙성되신 한승원 선생님의 방법인데 오죽하랴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언젠가는 동화책을 쓰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나도 엄마처럼 언젠가는 좋은 책을 한 번 써 보고 싶다. 

 

7월 7.12일, 비밀의 요리책 

거리의 한 소년이 우연찮게 총독의 집에서 시골농부가 독살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시작한 후로 이 소설은 다른데로 눈 돌림 없이 이야기에 끝까지 집중하게 하며 나를 데려갔다. 베네치아의 소매치기 소년은 석류를 훔치던 도중 자신을 도와 준 주방장에게 이끌려 간 주방에 온통 매혹된다. 온갖 감각들이 넘쳐나 마치 에로틱했다고 느껴졌다는데, 주방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몰라서 놀랐다. 소년은 곧 주방에서 잡일을 하게 되는데, 이게 웬 걸. 그 당시에 베네치아를 휩쓸던 사랑의 묘약에 대한 소문과 함께 페레로 주방장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점점 드러난다. 주방장이 숨기고 있는 그 비밀이 과연 무엇일까, 손이 떨리게 궁금했다. 부엌이라는 장소를 이렇게 숨가쁜 사건의 무대로 삼을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했다.
역시,페레로 주방장은 예상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비밀의 책을 지키는 수호자 중 한 사람이었고 책이 위험하게 되자 몇몇 구절만 베낀 후 루치아노에게 넘겨주고, 그를 탈출시켜준다. 루치아노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그래도 루치아노가 스페인으로 무사히 도망가서 다행이다. 루치아노는 스페인의 다른 수호자의 제자가 되고, 마침내 자신도 주방장이 되어 수호자의 임무를 맡게 된다. 거리의 널려있는 지저분한 꼬마들에서 비밀의 책의 수호자가 될 때 까지 숨막혔던 시간들! 새삼 생각하지만 작가의 역량은 대단한 것 같다. 그 시대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 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눈 앞에 보이는 듯한 요리들의 상세한 묘사하며, 굉장히 자료 조사에 힘 쓴 것 같다. 역시 아버지가 전세계에 14명뿐인 '세계요리사협회'의 회원답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시선을 꽉 잡아두는 것 같다. 

7월 8.10일, 핀란드 공부법 

일본인이 핀란드에 유학을 가서 지낸 후 핀란드의 공부법에 대해 쓴 책이다. 한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신기한 것은 그들을 또다른 부모,가족으로 인식하고 호칭도 아버지,어머니라고 했던 점이었다. 재작년 우리 집에 한 미국 원어민이 홈스테이를 했는데,그와 우리는 참 무덤덤했다. 서로 친하지 않고, 게다가 이방인이 있다는 생각에 뭔가 더 조심스럽고 불편한 기분이었다. 그런면에선 마유가 부러웠다. 핀란드의 학교는 좋았다. 쉬는시간에는 절대 문을 열어놓지 않고, 북유럽답게 파티에도 가고 술,담배도 하는 그런 자유분방함! 나도 외국을 가고싶어는 했지만, 핀란드는 생각하지 않아봤는데 핀란드에 가도 좋을 것 같다. 공부법이래서 약간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다음쪽도 읽어봐야겠다.
그토록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도 일등을 못하는 우리나라, 핀란드는 과연 어떤 공부방법이 있길래 일등을 하는 건지. 일본인인 마유가 핀란드로 홈스테이를 가서 그곳에 학교가 어떤지 직접 체험하고, 핀란드의 학교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나도 재작년에 원어민 미국교사와 함께 우리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지만,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라 서로 또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유가 부러웠다. 핀란드의 학교는 참 특이하다. 자연이 깨끗하다 보니까 숲으로 소풍가는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나도 언젠가는 외국에 유학을 나가서 그 나라의 자연환경도 보고, 언어도 배우고, 신나게 돌아다니고 싶다. 마유가 일본으로 돌아와서도 유학에서 얻은 자신감을 잃지않고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이 왠지 대견했다. 제목은 핀란드 공부법이지만, 그냥 핀란드에서의 생활을 담은 책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7월 14일,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이 책의 마지막 쪽을 봤을 때는 뭔가 벙-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뭐지?' 이런 느낌.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난 뒤 다른 그룹으로 가 버린 단짝친구 키누요, 외톨이인 하츠, 모델 '올리짱'에게만 열광하는 음침한 남학생 니나가와. 하츠가 상상한 키누요가 자기 그룹에게 자신을 잘 봐달라고 한 말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공감됐다. 하츠는 선생님께 졸라 연습시간을 단축시키는 육상부원들, 반 친구들을 유치하게 생각하면서도 육상부 선생님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단단한 갑옷이 흔들릴만큼, 사실은 여리고 정에 굶주린 아이 같다. 올리짱에게만 열광하고 괴이한 집착을 보이는 니나가와를 볼때마다 발로 등짝을 차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하츠. 그 둘의 미묘한 감정이 이해가 될 듯 말 듯 했다. 표지의 차분한 녹색 같은 분위기가 책 속에 있는 것 같다. 

 

 

7월 15일,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주인공 복동이는 태어난 순간 엄마가 죽고 그 사실에 아버지가 분노하여 미국으로 이민가 이모 손에 키워졌다. 출판사에 넘겨 준지 2년 후에야 책으로 나왔다는 이 책. 약간 밍숭맹숭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별로 성장소설 틱한 느낌이 안 들었달까. 별다른 갈등 없이 너무 짧게 끝나버려서 그런가? 미국으로 가서 아버지의 새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을 향해 적개심을 내 보이는 남동생과의 일도 밍숭하게 끝나 버렸다. 그래도 복동이의 씩씩한 점은 마음에 들었다. 외국 친구들과도 스스럼 없이 친해지는 사교성도.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생각되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7월 16일,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  

슬프게도, 이런 미술 종류의 책은 전부터 봐 왔지만 정작 미술관에 간 적은 별로 없다. 옛날에 배웠던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라는게 이럴 때 쓰이는 걸까.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여러 그림들은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예쁘고 매력있다. 명작은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는 법. 그림 그리는 스타일들이 다 달라서 화가별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나타내는 화가들에게 존경심도 느껴졌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 워낙 유명한 그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음에는 진짜 미술관에 갔으면 좋겠다. 

 

 

 

7월 17일, 마법사 똥맨 

우리 학교에도 동수처럼 학교 화장실에서 똥 싸다가 아이들에게 놀림받고 울었던 여자애가 있다. 마법사 똥맨을 보고 모 양과 너무 흡사한 그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우리 학교는 중학교라는 점 빼고는. 우리 학교에 모 양은 설상가상으로 문이 고장나서 잠기지 않아 싸는 장면까지 보여졌다고 한다. 그 뒤로 한동안 '똥'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고. 다른 아이들이 놀리면 어떻게 하지,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들로 동수 같은 아이들은 차라리 똥을 참고 만다. 그러나 똥맨은 다르다. 평소에도 특이한 행동으로 아이들을 웃기는 똥맨은 아이들에게도 당당히 똥 싸러 간다고 한다. 그렇다, 똥맨의 답이 명답이다. 똥은 그냥 시원하게 싸는게 똥이라고!! 마법사 똥맨은 어찌보면 저학년 아이들의 심각한 고민 중 하나에 가장 밀접한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시원하게 똥 싸자. 

 


7월 19일, 비트 키즈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멋있다. 얼마전에 피아노에 관련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봐서 피아노에 빠졌는데, 비트키즈를 보니 이젠 기타나 드럼이라도 배워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나는 몰랐는데, 전편이 있고 이건 속편인 모양이었다. 주인공 에이지와 친구들은 록밴드로,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진 그룹이다. 학교에서 좋지않게 보는데도 꿋꿋이 연습을 하고, 또 비밀리에 도와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훈훈했다. 복이 많은 녀석이다, 에이지는. 재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진짜 친구들이 있기때문이다. 아버지의 실직과 어머니,여동생의 입원으로 자신들을 뽐낼 큰 무대에 나갈 기회를 잃어버린 에이지, 그런 에이지를 이해하기에 다른 친구들 모두 무대를 함께 포기한다. 밴드를 하면 다들 저렇게 멋있어지는 건 아니겠지. 굉장히 밝고 톡톡 튀는, 청소년 소설이다. 

 

 

7월 21일, 나는 죽지 않겠다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인데,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요구르트 배달일을 하는 어머니와 오빠.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고3선배들을 응원하려고 모은 돈을 반장 대신에 맡아 보관하게 된다. 100만원쯤 되는 돈을 하룻동안 맡아 보관하려 하던 주인공은 그만 가난한 생활에 한 번도 사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고 만다. 자신의 돈으로 충당하면 되겠지, 하고 무심코 쓴 것들이지만, 어머니의 요구르트 수금에 필요한 50만원은 도저히 넘기지 못하고 50만원을 몰래 주고 나머지는 오빠가 훔쳐가버린다. 하지만 그 백만원을 갑작스럽게 돌려달라고 한 아이들에게 돈을 쓴 것이 들통나고, 안개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내가 설명을 잘 못했지만, 돈을 쓰면서 느꼈던 그 비참한 마음들이 나는 너무나 공감이 갔다. 욕심에 그 돈을 가져간 것이 아닌데, 그런것은 아닌데. 안개속에서 깔깔대는 연인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남자는 다짐이 눈물겨웠다.  

 

7월 23일, 2인조 가족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유쾌함, 이해할 수없는 황당함들이 넘쳐났다. 자신이 이백 년전에 태어났다고며 시체 흉내를 내 우편집배원을 기절시키고, 한바탕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해 연설하는게 취미인 바넥 할아버지. 야나는 그 할아버지와 허름한 집에서 단둘이 산다. 밑창이 닳고달아 '접착제 덩어리'인 신발을 신으면서도 야나는 자존심으로 자신을 감싼다. 다리를 저는 남학생 이르카와 첫키스를 기대하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이르카가 몇번씩 싫어졌다 좋아졌다 하는 나름 평범한 사춘기의 소녀다. 괴팍한 할아버지와 살아서인지 일반인인 나는 이해할 수없는 분위기가 풍겼지만, 어쨌든 유쾌했다. 양로원에 가서 간호사를 꼬시고, 기숙사에서 야나를 데려오기 위해 할아버지들과 납치극을 꾸미는 할아버지가 어디 있을까!비록 친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야나의 남자 친구로 손색이 없는 이르카,괴짜 할아버지와 친구들,야나 등 인물 모두 사랑스러운 책이었다.중간 중간 나오는 할아버지의 철학은 듣고 있으면 진짜 같다. 

 

7월 25일, 고3 생존 비기 

  

아~ 이거 교육청 사이트에 올린 500자 감상을 복사할 때 잘못돼서 이젠 어쩔 도리가 없구나~ ㅜㅜ


7월 26.27일,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 

김홍도의 그림들을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서 엮은 단편집이다. 나는 '무동'과 '서당'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신윤복에 그림에 관해 놀라운 음모를 생각해 낸 '바람의 화원'이나 궁정의 초상화를 보고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처럼 요즘에는 그림을 보고 그에 대한 얘기를 생각해내는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림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지만 그 안에 든 등장인물 모두 정감있고 생동감 있었다. 아픈 동생 순님이를 위해 도둑질을 할 생각가지 한, 삐딱하지만 다정한 무동아이 들뫼,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픈 순님이. 홍도는 이들을 보고 자신의 그림의 허전한 부분을 채운다. '천지개벽 서당에서'는 노비였다가 평민이 된 차돌이와 양반들의 갈등이 있었다. 그래도 양반아이인 범호가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어렸을때부터 신분제에 묶여있는 아이들이 불쌍했지만, 그래도 아이다운 순수한 면이 남아있어 마지막에는 모두 같은 서당에서 웃을수 있게 된다. 

'도깨비 놀음',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을 마저 읽어보았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김홍도의 나이도 들어 그냥 그림을 보고 상상해서 이야기를 지은 게 아니라 김홍도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도 되었다. 난 셋 중에서 '도깨비 놀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지위와, 명예를 받아 한없이 뻣뻣해진 김홍도의 모습. 뭐 결국 나중에는 뉘우치지만 말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다 한번쯤, 혹은 한번을 넘어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김홍도도 여기서 처음에 위안이 되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자신과, 지금은 궁궐그림과 어진화사 생각밖에 없는 자신을 비교하며 뉘우친다. 도깨비 놀음에서는 말 그대로 도깨비도 나와서 더 재미있었다.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가서인지, 연홍이를 구하기 위해 도깨비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7월 29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1 

해리포터 시리즈는 산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0쪽으로 해 놨다. 이미 전 권을 다 읽은 지 오래지만 갑자기 해리포터가 열렬히 읽고싶어지는 때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로, 얼마전 개봉한 혼혈왕자 영화도 봐서 다시 읽었다. 완결이 나오고 모든 이야기를 다 아는 상태에서 전 편을 보면 재밌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복선들이 보이고 '아,그래서 그 때 이런 말을 했구나?'하는 재미도 있다. 아즈카반은 내가 시리즈에서 좋아라하는 시리우스가 최초로 나온 권이다. 물론 2권 뒤에 죽지만... 시리즈 중에서 이 3권은 중요한 점들을 꽤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역할인 시리우스가 처음으로 나왔고, 루핀과 페티그루, 마법의 지도 등 해리의 아버지 세대인 친세대에 대해 많이 밝혀진다. 말과 새를 합쳐놓은 듯한 히포그리프, 마법의 지도, 빗자루를 타고 하는 스포인 퀴디치 등 롤링의 머리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해리포터가 있어서 정말 좋다! 

 

 

7월 30일,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는 대단한 사람이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이 책에 수록된 '나락과 진자'를 보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감옥, 중앙에 뚫린 커다란 구멍, 가슴을 향해 천천히, 정확하게 내려오는 진자와 쳐다보는 사형관들, 사방에서 좁혀들어오는 뜨거운 벽들!!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는 터라 어릴 땐 정말 무서웠다. 애드거 앨런 포는 공포를 섬세하고 세세하게 표현해서 독자가 그걸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공포는 결코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지만, 대단하긴 한 것 같다. '검은 고양이'야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때 이른 매장'은 내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다.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생매장이라는 가장 끔찍할 수도 있는 이야기. 게다가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 눈을 떴을 때 관 안에 갇혀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다가 정말 오싹해져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여름에 공포소설 하나정도는 읽어줘야 재미있다. 

7월 31일, 재미있는 그림을 그린 아르침 볼도

 아르침볼도의 여러 재밌는 초상화들을 애들한테 흥미 있게 잘 만든 책인 것 같다. 꽃, 제철 채소, 과일, 물고기 등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정말 사람 모습이 다 드러나 있는 게 신기하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화가같다. '봄'은 온갖 꽃들로 그려져 화사하고 다정해보이고, '여름'은 버찌,자두,복숭아 등이 섞여 눈이 반짝거리는 청년을 만들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답게 배,밤송이,호박 등이 모여 건강하고 다정할 것 같은 중년 아저씨다. '겨울'은 메마른 나뭇둥치와 오렌지와 레몬이 괴팍한 노인 같았다. 사계절이 사람이었다면 꼭 저 모습일 것 처럼 그 특징을 잘 잡아냈다. 그림에 재능도 있는데다 황제의 친구이기도 했으니, 개인적으론 부러웠다. 땅,물,불 등은 땅짐승과 물고기, 강철 등으로 표현해냈다. 그림맞추기도 있어 아르침볼도에 대해 절로 관심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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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독서마라톤, 민경이는 은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10 12:38 
       6개월간 빛고을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에 도전한 순오기는 26,523쪽을 기록했고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한 민경이는 19,692쪽을 달성했다. 날마다 못한 날도 있지만 같은 날 2회 올린 날도 있어 순오기는 총176회 140권의 기록을 남겼고,  민경이는 총 128회 104권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어젯밤 교육청에서 전화왔는데 민경이는
 
 
마노아 2009-10-2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찜해야겠어요. 읽고 싶은 책들이 무척 많아요. 일단 공선옥 책부터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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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양은 순오기를 잘 안다. 나도 웬디양을 그만큼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작년 6월 내 생일엔 최규석만화 '대한민국 원주민'을 선물해서, 모레 최규석작가 초청강연회를 갖는 인연까지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다. 올해는 '순오기님이 좋아할 거 같아서'라며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을 보내줬다. 그런데, '내가 훔친 여름'이라는 제목만 보곤 내용도 모르면서 도둑이 제발 저린 일이라도 있는지, 손에 잡기까지 장장 4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어제 드디어 이 책을 읽었다. 오후부터 밤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책만 읽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역시 웬디양은 나를 잘 안다. 아니 나의 취향을 정확히 아는 것 같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책은 추리소설도 아니면서 정말 추리소설을 읽듯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었다. 내가 훔친 여름과 60년대식, 두 편 다 작품의 결말을 보기 전까지 손에서 내려 놓지 못하도록 김승옥의 필력은 대단했다. 김훈이 '바다의 기별'에 쓴 것처럼, 김훈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김승옥이 등장했을 때 '졌다'라고 했다는 말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내가 훔친 여름'은 서울대 문리대를 다니다 주임교수의 심부름 돈 2만원을 제맘대로 쓰고 고향으로 도망쳐 온 이창수와 서울법대 뱃지를 달고 온 중학교 친구 장영일, 두 청년의 무작정 여행에 동참하며 한여름의 해프닝에 몰입됐다. 기차에서 만난 이화여대 뺏지를 단 강봉순과 왜호박 같이 생겼다는 여자와 다시 여수에서 만나는 인연은 사건의 밀도를 높인다. 가짜 서울대생이 유행이었던 60년대 풍경을 희화적으로 그렸지만, 머리 좋은 녀석들이 벌이는 촌극은 젊은 날의 치기로 흘려버리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년원에 갔다왔다는 영일은 예서제서 주워들은 것으로 법대생 노릇을 하면서도 당당하다, 강동우 일가가 추구하는 것도 손가락질 하기엔 우리도 떳떳하지 못하다. 젊은날의 회고록 같은 내가 훔친 여름, 아니 그들이 훔친 여름은 무엇이었을까? 놀라워라!
난, 네가 훔친 여름을 알고 있다.^^ 흠, 나는 지난 여름 무엇을 훔쳤을까?

'60년대식'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작정한 김도인의 이야기다. 도인은 시대가 답답하여 견딜 수없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자기가 죽으려 한다며, 신문사에 유서를 보낸다. 하지만 신문사는 유서를 싣지 않았고 도인은 자기의 죽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게 억울해 죽음을 하루 늦춘다. 짐을 정리하면서 친구나 고향집으로 보내기도 난감한 애물단지가 된 책을 물려줄 아들이 있었으면, 간절히 소원하는 대목은 공감이 되었다.^^ 수첩을 정리하다 8년 전 하숙집 딸 애경과 각별한 사이였지만 도망쳐 온 죄를 용서받고자 찾아나선다. 애경과 엮이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여곡절 많은 인생의 단면을 경험한다. 결혼상담소를 통한 맞선으로 만난 애경의 정체를 알면서도 사랑하게 된 화학기사, 그는 사람들이 정작 잃어버리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던 것은 배고픈 고향이었고 참담한 과거였다.  하지만 그보다 세상을 살아갈 열정을 잃어버린 것이 진짜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중동 특수 이전의 베트남 특수와, 책을 처분하려던 헌책방의 이야기들은 시대상을 가늠하기에 좋았다. 

1967년과 68년에 발표된 두 작품은 당시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고민하며 어떻게 청춘을 보냈는지 알게 한다. 80년 집권한 군부세력의 광주 만행을 보며 집필의욕을 상실하고 동아일보에 연재하던 '먼지의 방'을 15회로 중단했다는 그분의 성품도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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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20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던가 그제던가, 이 책이 중고샵에 있었는데 건졌어야 했는데 놓쳤군요! 순오기님의 리뷰를 그 전에 보았으면 옳커니~하고 잡았을 거예요.^^

순오기 2009-10-21 01:39   좋아요 0 | URL
다시 기회가 오면 확 잡으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꿈꾸는섬 2009-10-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승옥 작가는 글쓰는 사람들의 본이에요. 글쓰기 연습으로 김승옥님 글을 열심히 옮겨 쓴다고 들었어요. 이 작품은 안 읽어보았지만 순오기님 리뷰대로 참 좋았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09-10-21 01:40   좋아요 0 | URL
그런다고 하네요. 해설을 쓰신 분은 무진기행을 100번 읽었다고 하네요.

라로 2009-10-2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 한번 멋지다요!!!ㅎㅎ
전 김승옥님의 글을 무진기행만 읽었는데 이렇게 좋다고 하실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기필코!!ㅎㅎㅎ

순오기 2009-10-21 01:41   좋아요 0 | URL
흐흐~ 제목 멋지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 읽고나서 리뷰를 쓰기 전에 제목부터 떠올랐어요.ㅋㅋ

같은하늘 2009-10-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순오기님 페이퍼에 떠다니던 바로 그책...
드디어 읽으셨군요.^^ 그리고 저도 찜하고 갑니다.

순오기 2009-10-21 11:57   좋아요 0 | URL
헤헤~ 오랫동안 둥둥 떠다녔죠.^^

몽당연필 2009-12-04 0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리뷰를 읽으면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겠는걸요. ^^
장바구니로 직행합니다. ㅋㅋ

순오기 2009-12-04 07:11   좋아요 0 | URL
하하~ 제가 굉장히 반한 작품이라 침을 튀겼나요?ㅋㅋ
2010년 독서회 토론도서로 찜해뒀어요.^^

몽당연필 2010-09-05 13:36   좋아요 0 | URL
도서관 자원봉사 회원들과 독서모임을 꾸리려고 합니다.
순오기님에게서 많은 비법을 전수받고 싶어요. ^^
 


지난 6월 7일, 최규석작가를 만나 따끈한 100도씨 사인본을 받았다는 건 다들 아시죠? ^^
그때 광주엔 한번도 못 와 봤대서 제가 초청한다고 했는데, 드디어 디데이 4일전입니다. 

우리 막내 중학교 학부모독서회에서 2학기 특별행사로 최규석작가를 초청한답니다. 장거리라 오후 2시 강의여도 일찍 나서야 돼서 작가에겐 고역이겠지만, 그래도 자칭 큰누나 순오기의 청에 응해줘서 감사하지요. 



최규석 작가 초청 강연회 
장소: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2동 하남중학교 후관 2층 방과후공부방 
시간 : 2009년 10월 22일 목요일 오후 2시
 
 

학생들 수업시간이라 많은 학생을 참석시키긴 어려워서
만화부 학생들과 관심있는 소수만 참여한다는 게 아쉽지만...  

70~80명 제한이라서 독서회원과 자녀들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져  
토요일 22명의 명단을 제출했고
오늘은 만화부를 비롯한 희망 학생들이 정해질 것 같습니다.
어렵게 모셔오니까 150명 수용하는 시청각실에서 하자고 했더니
학생들의 수업결손 때문에 많이 동원하기는 어렵다네요.ㅜㅜ 

하여간 말이 씨가 되어서 최규석작가를 빛고을까지 모시게 됐으니 영광이지요.
강연이 끝나면 5월 광주의 현장을 둘러볼 예정입니다.
독서인문부장님이 마침 사회과 선생님이라 안내를 해주신답니다.
광주이벤트 때 알라디더와 식사했던 전통식당에서 임금님 수랏상으로 저녁도 대접하면 좋고...

모과사이트, 학교홈페이지, 광주시교육청학부모독서회 사이트에 올리고
제게 없는책 '가난뱅이의 역습'과 '밀양'도 주문했어요. '만화 짜장면'은 품절인데 중고가 있군요.


이제 최규석 작품은 모두 갖게 됐어요.^^
 

 

 

 

 

 

 

 

 
혹시 광주에 사는 분 중에 강연회 참석하고 싶은 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면 자리 마련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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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19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놀라운 실행력!!

마노아 2009-10-19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럼 저는 후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최규석 작가님께도 의미있는 시간이겠어요.^^

소나무집 2009-10-1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오시는군요.

행복희망꿈 2009-10-19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순오기님의 저력이 다시금 확인되는군요.
멋진 강연회 되시길 바랍니다.
멀리서 나마 응원할게요.

같은하늘 2009-10-19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오기언니 멀리서 응원하고 있을께요~~
지난 6월에 최작가님 뵐때 따라 나섰어야 하는건데...
너무나 아쉽네요. 멋진 후기 보면서 마음을 달래야지요.^^

무스탕 2009-10-1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날 잡았군요!!
서로에게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당근 후기도 기대하고 있어요 :)

꿈꾸는섬 2009-10-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좋으시겠어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순오기 2009-10-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일일히 답글 달지 못하고 한번에 남겨요.
응원해 주신분들께 후기로 답례할게요.^^

파란 2009-10-2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들어왔는데 최규석님 오신다니..강연회에 참석할수 있을까요.

순오기 2009-10-21 01:21   좋아요 0 | URL
오호~ 파란님, 가까우니까 오세요~ ^^
 

 

4월 21일부터 10월 21일까지 6개월에 걸처 시행된 빛고을 독서마라톤 막바지다.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 목표는 부담없이 달성했지만 마감날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
그날 그날 읽은 책을 쪽수 확인해 올리고 한줄 평을 500자까지 남길 수 있는데, 대부분 500자 채워서 쓴다. 그리고 알리딘에는 장문의 리뷰로 올리고.... 아직 리뷰를 못 올린 것을 몰아서 500자로 남긴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보다 글밥이 적어 청소년들이 읽기 쉽고, 2009년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으니 우리 아이들도 읽으면 좋겠다. 2000년 4월 19일부터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글 21편과, 2003년 5월부터 북새통에 연재했던 글 6편을 더한 27편을 원고지 7매 분량에 조선시대 우리 그림의 매력과 의미, 숨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풀어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 우리 그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더욱 깊어졌고, 그림 뿐 아니라 화제까지 설명을 곁들여 좋았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을 김홍도의 '씨름'과 '송하맹호도'. 신윤복의 '월하정인도'와 '미인도'. 김정희의 '세한도'와 정선의 '금강전도'가 반가웠다. 김홍도의 스승이었던 강세황의 '자화상'은 처음 접한 그림이라 더욱 즐거웠다. 그림을 부분을 따로 떼어 크게 보여주며 설명해 줘 이해하기 좋았다.   

 광주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소설화했다. 당시 방송된 피디수첩도 봤기에 이 책을 보기가 두려워 예약주문을 했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28일 광주에 오는 공지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읽기 시작했다. '구속된 가해자들의 마지막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다는 판결을 수화로 들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는 한 줄 신문기사를 본 공지영 작가는,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서 다른 소설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1년 이상의 세월을 바쳐가며 이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여러번 아팠다고 한다. 삶과 현실은 참담함이나 거룩함에 있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정말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참담한 현실에 기가막혀 눈물이 났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노희경 탄생 비화를 읽으며 울컥했다. 딸이라고 윗목에 밀어놓고 젖도 주지 않은 엄마가 죄의식에 거짓말을 지어냈음을 이해하는 그녀 마음을 알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해하지 못할 일어 없어지고 투덜거리지 않게 된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상처받을까 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성을, 자기 체험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말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지 않아 그녀의 드라마는 잘 모르지만, 그녀가 어떤 철학과 소신으로 드라마를 썼는지는 알겠다. '드라마라고 무조건 재밌어야 하는가? 드라마를 왜 소설보다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가?' 끊임없이 성찰하며 시청률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인간을 말하는 드라마를 만든 표민수씨와의 만남은 찰떡궁합이다. 오십 중반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끔찍이도 사랑했던 그녀는 드라마에서 그려내는 엄마로 그 한을 푸는 듯. 젊은날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도 돌아가시기 전 수발들며 화해하는 것도 감동이다.


어린이 독서지도에 대모겪인 여희숙 선생님의 교실에서 독서토론에 대한 안내서다. 토론이란 서로간의 이해와 배려를 위한 소통이고, 생각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토론 후 글쓰기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다. 학급에서 한주일에 한 번씩 갖는 토론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발전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선생님의 즐거움도 나온다. 후반부는 토론의 실제와 교실에서 한 토론수업 따라 하기, 부록으로 교실에서 토론하기 좋은 안건을 소개했다. 나도 겨울방학에 역사토론을 해볼 생각이라 초등생을 위한 역사서와 토론책을 읽으며 준비중이다. 여희숙선생님의 노하우를 배워 실전에 적용해 좋은 토론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독서치료와 관련한 책이 많이 나온다. 나도 지첨서를 몇 권 읽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분야다. 이 책은 2~3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성실, 끈기, 준비, 나눔, 희망, 우정이란 여섯 개의 주제를 도입부의 짧은 동화로 상황을 알려주고, '증상, 처방전, 추천도서'의 순서로 진행된다. 주인공 작가는 200번 읽은 책은 뜯어 먹는 희한한 인물이다. 어느 날 하늘을 나는 우산을 잡고 섬마을에 도착해, 마법을 쓸 줄 아는 붉은 깃털 새의 부탁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독서치료사가 된다. 찾아온 아이들의 상황을 듣지 않고도 알 수 있도록, 붉은 깃털 새의 마법이 통하는 책이 있다. 이런 환타지 요소가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더하겠지만 어른인 내 눈엔 그다지 설득력 있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도 어린이들이 재미를 느껴 여기서 추천하는 책을 골라 읽는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겠다. 고학년들은 시시하다고 느낄지도... 

  
고대 이집트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패션 역사를 그림을 곁들여 보여주는 좋은 책이다. 패션과 헤어스타일이나 악세사리의 변천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전쟁이나 무역으로 변화를 가져오거나 사치와 허세로 한껏 멋을 내다가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바뀌게 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거쳐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코, 로코코, 고전주의 낭만주의 시대를 거쳐 크리놀린과 버슬시대를 지나 20세기 전후반으로 나누어 설명되었다. 나라마다 패션의 부분명칭이 다르고, 가발이나 모자를 비롯한 장신구의 명칭과 변천을 살피는 것도 재밌다. 지나치게 허리를 졸라매느라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종일 뻣뻣한 자세로 생활해야 했던 여성들, 머리장식을 바꾸면 3~4주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누구를 위한 치장이었는지 기가 막히다. 사람이 옷을 입는게 아니고 옷이 사람을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는 청바지시대라 다행이다.^^


과학과 친해지는 신비한 머리 속 이야기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머리 속 이야기를 고학년 눈높이로 쉽게 풀어내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예전에는 사람의 마음이 가슴에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마음은 '뇌'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리가 배웠던 대뇌피질은 대뇌겉질로, 뇌간은 뇌줄기라 표기해서 좀 놀랐지만 뇌구조와 역할들을 그림이나 만화로 넣어서 이해하기 좋았다. 사람은 뇌 전체를 골고루 쓰다가 죽는 것이지, 뇌의 10%도 채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말은 틀린 표현이라고 한다. 사람이 오각으로 느끼는 정보를 받은 뇌가 해석하고 판단해야 된다는 것, 신경세포의 연결망인 시냅스는 태어난 지 8개월이 될 때쯤 일생중 가장 빽빽해지고 이후는 시냅스의 수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것. 기억의 뇌인 해마 신경세포만 계속해서 만들어진다는 것. 시상하부가 포만감을 느껴야 음식을 그만 먹으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 등등 재밌다.

수학과 친해지는 책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주인공 머루가 수학나라를 여행하면서 머리 아프게 생각했던 수학에 재미를 갖게 되는 환타지 동화다. 우리가 익히 아는 수학자들, 아메스, 탈레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유희, 디오판토스, 오일러를 만나면서 왜 그런 공식이 나왔는지 문제를 풀며 배워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머루가 수학자들을 만나 수학 용어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문재를 해결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고, 만약 문제를 풀지 못하면 책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나도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우리 삼남매도 수학을 싫어하는 타고난 문과생이라 수학을 멀리하는데 이런 책을 읽으면 수학을 좋아하게 되려나? 중.고.대학생이 되었지만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영화의 역사, 원리, 발전과정과 직접 영화를 만드는 일까지 초등 고학년을 위한 안내서다. 사진 자료와 만화기법을 이용한 삽화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에디슨이 발명한 카메라는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게 영향을 주어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카메라를 만들어 영화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무성영화에서 발전해 최초의 유성영화는 1927년의 '재즈 싱어'였고, 곧 컬러필름이 만들어져 컬러영화의 시대가 되었다. 지금은 특수분장과 특수효과로 못 만들어내는 장면이 없으니 가히 놀랄만한 영화판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 배우, 조감독, 스크립터,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녹음기사, 붐마이크맨, 의상 담당, 분장 담당, 편집 기사, 음향기사, 음악감독, 포스터 담당, 배급담당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맡은 역할을 소개했다. 어린이 눈높이 책이라 깊이 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맛볼수 있는 책이다. 영화 만들기 활동책이 보너스로 붙어 있다.  

 
열두 살 지효는 아버지가 무섭다. 왜 그렇게 됐을까? 용감하고 똑똑한 아이로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지만 잘 안된다. 아빠가 서울 가던 날, 동생에게 자전거를 양보하지 않는다고 된통 혼이 난 지효는 처음으로 자위를 했다. 억눌린 감정을 분출하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큰 잘못을 저지른양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반복하게 된다. 아빠가 돌아오시던 날,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을 모르는 동생(지민)은 아빠를 마중나갔다 멈추지 못하고 기차에 치었다. 지효는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억눌리고 엄마와 아빠도 웃을을 잃고 침묵으로 빠져든다. 아빠가 서울 교회에 일자리를 구해 이사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하느님을 거부하고 도망치고 싶다. 추수감사절 뮤지컬에서 최초의 살인자 가인역할을 자처한 지효는, 동생을 죽인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아빠는 비로소 지효의 마음을 알고 '네 잘못이 아니었어. 미안하다!' 말하고... 지효는 마침내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 오른다.   

 
저자는 독일 중견작가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인데, 추리탐정물이라 손에 놓지 않고 좌르르 읽었다. 파울리네 엄마아빠는 만날 싸우다가 결국 헤어졌다. 파울리네는 엄마랑 살다가 주말에만 아빠를 만난다. 아빠는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지만 완벽한 소풍은 나쁘지 않았다. 예정시간보다 늦게 돌아와 엄마 아빠는 또 소리치며 싸우고...파울리네는 그때마다 자기가 원인제공자 같아서 사라지고 싶다. 대체 엄마 아빠는 왜 내 생각은 해주지 않는가? 화가 나지만 분별있는 아이로 길들여져 어른보다 낫다. 폐쇄된 피자성에 어느날 사람들이 어린소년을 데려와 가두는 걸 목격하고 계속 관찰한다.그 아이는 다섯 살 로렌쪼, 이혼한 부부가 서로 아이를 차지하기 위해 꾸민 일이다. 부부가 아이의 한 팔씩 잡고 잡아당기는 현장을 목격한 파울리네는 소년을 구출한다. 이혼한 부부가 아이가 원치 않는 방법으로 사랑하는 건 아이에게 상처다. 노란기사 아서왕의 성으로 가고 싶어하는 로렌쪼... 자기만의 성에 스스로 갇힌 로렌쪼가 짠하다.

'난 원래 공부 못해'라는 말은 아이들이 종종 하는 말이라, 제목에 끌렸다. 스스로 '멋진 연희샘'이라는 신규 교사가 4학년 아이들과 좌충우돌 열정으로 빚어낸 이야기다. 시골이지만 도시 아이들처럼 실력을 키워주겠다고 날마다 5개의 영어단어와 한자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풀게 하는 '오오오작전'을 벌인다. 아이들은 어쩔 수없이 따르지만 결코 즐겁지 않다. 그중에 찬이는 구구단도 못 외워서 곱셉과 나눗셈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 '난 원래 공부 못해'라고 하지만, 연희샘은 '원래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없고 안하기 때문'이라며 찬이에게 특별숙제를 내준다. 하지만 찬이는 이웃의 진경이 도움으로 숙제를 낼 뿐,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다. 나머지 공부를 거부하는 찬이네 집에 왔다가 염소와 토끼와 닭을 돌보는 찬이가 자신보다 더 어른스러운 걸 보고, 모두가 행복하지 않았던 방법을 바꾼다. 우리 딸의 미래 모습일지도... 


 창비 독서감상문대회 고학년 도서다. 사육장에서 도망친 개를 만나 키우게 된 민호는 삼총사의 '달타냥'이라 이름 붙인다. 고부간의 갈등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민호부모는 교통사고로 할머니가 돌아가신다. 할머니의 죽음을 엄마의 잘못으로 인식한 아빠는 수시로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민호는 엄마를 지키지 못한 죄의식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아빠가 두렵다. 마음을 열지 못한 민호와 달타냥의 눈은 슬픈 눈이다. 사육장에서 도망쳤지만 동생을 돌보다 잡혀간 형은 싸움개가 된다. 원망과 분노가 가득찬 형, 태풍을 만나고 온 달타냥은 슬픔과 민호의 슬픔도 같다. 민호는 아빠도 할머니를 사랑했고, 할아버지의 폭력에서 구하지 못한 죄스러움을 갖고 살았다는 걸 이해하고 미움과 원망을 버린다. 진정한 용기란 용서하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동화다. 달타냥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아빠를 용서하고 사랑의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신시아 라일런트 시집인데, 표지 그림은 이금이 작가 따님인 누리양이 그려서 더 반가웠다. '미용 학교에 간 하느님'은 미국에서 2004년 보스턴글로브 혼북상을 받았고, 도서관협회추천도서였다고 한다. 시 형식으로 쓴 소설로 미국에선 일반화된 장르라고 한다. 하느님도 우리 사람들처럼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느낀다고 생각하고 쓴 시들이 놀랍고 즐거웠다. 이런 책을 볼때마다 느끼지만 창의력이라는 게 참신한 발상을 전제로 한다고 새삼 깨닫는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늘 감탄만 하며 부러울 뿐이다. 신이 먼 곳에 있는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내 안에 있다고 느끼는 행복한 독서였다.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보시라.^^ 하느님은 어떻게 하면 파마를 잘 할 수 있는지 배우러 미용실에 갔다가 손톱에 반해서 '짐 네일케어'라는 가게를 내고, 사람들의 손톱을 예쁘게 가꾸며 '아름다워!' 감탄하신단다.

 어느날 해변으로 떠밀려 온 수많은 나이키 운동화를 보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하게 된 해양학자 에비스메이어박사, 해류에 따른 바다 쓰레기의 이동을 추적하며 바다 살리기에 노력하는 분이다. 바다공부를 하면서 바다를 이해하고 결국은 바다를 보호하는데 나서는 실천하는 사람이다. 함께 해류연구에 도움을 준 해양학자 에침스 잉그러험2세도 같은 길을 가는 학자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바다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학자들이 있다는데 감동받았다. 콘테이너 선적 화물들이 풍랑을 만나 콘테이너를 유실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데 놀랐다. 바다쓰레기가 해류에 따라 한 곳으로 모이는데 플라스틱 쓰레기에 부유물질들이 달라붙어 먹이인줄 알고 먹은 새나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그걸 먹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먹이사슬 때문에 결국은 인간에게 재앙이 미친다는 얘기다. 바다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간들의 겸손함이 요구된다.

알라딘 4기 서평단 첫번째 서평도서로 온 책이다. 이 책은 국내외 17명의 인물이 어떤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었는지 아빠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이다. 한국인은 옥수수박사 김순권선생님과 한비야언니 뿐이라 아쉽지만, 지구촌시대에 걸맞게 세계인에 대해 아는 것도 좋다. 작고 볼품없는 것들의 힘 센 이야기라고 저자가 말했듯이, 잘나지 않은 누구라도 꿈을 갖고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 부풀려진 허황된 성공신화를 부추기는 책은 아니다. 나만 잘 살려는 욕심쟁이가 아니라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더불어 잘사는 아름다운 가치관을 갖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어린이 인권선언에도 불구하고 노예처럼 학대받는 어린이를 위해 애쓰다가 12살에 죽은 이크발 마시흐는 가슴을 아프게 했다.  

 

후애님 부부 경복궁 만남 이벤트 선물로 구입했다.  왕의 하루는 해뜨기 전 시작되어 어떻게 보내는지, 궁궐은 어떤 곳인지 경복궁의 이곳 저곳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해설과 더불어 사진이 아닌 실사 그림이라 좋다. 왕의 역할과 존엄성을 상징하는 의복도 의식에 따라 달랐고, 왕이라고 해서 뭐든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왕에게만 쓰는 높임말에서, '지'에 소변을 보고 '매회틀'에 대변을 보면 시중드는 사람이 비단으로 뒤를 닦아주었다니 왕은 뒷처리조차도 신하들이 해주었다는게 놀랍다. 역시 지존이라 대변의 색깔과 냄새에 따라 건강을 관리했다고 한다. 왕의 침소인 강녕전과 왕비의 침소인 교태전엔 용마루가 없다는 것, 아미산 굴뚝과 자경전 꽃담, 십장생 굴뚝도 빼놓을 수없는 곳이다. 이번엔 물에 어린 경회루와 향원정 사진도 찍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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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16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마라톤 대회 기간에 읽은 책만 리스트 뽑아보면 어마어마하겠어요. 열정의 순오기님.^^

순오기 2009-10-17 08:38   좋아요 0 | URL
끝내고 만들어 볼까요?ㅋㅋ

라로 2009-10-16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해요!!!!가족부문도 참가하시는 건가요????

순오기 2009-10-17 08:39   좋아요 0 | URL
오~ 노오, 막내랑 나만 참여해요.
고딩아들은 책읽을 짬도 없고, 남편은 읽지만 올리는 건 안하니까요.ㅋㅋ

같은하늘 2009-10-17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안그래도 책 많이 읽으시는데 더 열심히 읽으셨겠어요.
그리고 그 결과를 남긴다는게 쉽지 않다는걸 알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순오기 2009-10-17 08:40   좋아요 0 | URL
대단할 일은 아니고요, 학교 독서회 총대 메고 있으니 참여해야될거 같아서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오히려 못 읽었어요. 수상자의 경우 구입영수증이나 대출기록을 제시해야 돼서 인정받지 못할 책을 못 읽었으니까요.ㅜㅜ
이제 끝내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지요.ㅋㅋ

꿈꾸는섬 2009-10-2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순오기 2009-10-31 07:28   좋아요 0 | URL
^^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정혜윤씨가 내로라 하는 독서가들을 만나 그들과 자신이 경험한 책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덕분에 진정한 독서가들이 만난 훌륭한 책을 알아가는 것도 즐거웠다. 대부분 내가 못 읽은 책들이라 기죽기도 했지만,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며 찾아 읽는 것 또한 독서의 맛이 아니겠는가 위로하며 오늘도 독서중!^^ 책 순서에 관계없이 내 맘대로 골라 읽었다.

진중권은 어려서 읽은 마크 트웨인의 짓궃은 유머 감각을 배우게 되어 지금도 짓궃은 장난을 잘 친다고 한다.^^ 베를린 자유대학 시절, 개가식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펼쳐보면 다른 책의 인용으로 이뤄진 게 책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창성이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자기 식으로 배치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고. 정말 그렇다, 내가 읽은 책도 소설이나 에세이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른 책을 인용하지 않은 걸 못 본거 같다. 진중권은 발터 벤야민의 ’베를린의 어린 시절’과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등을 꼽았다.

공지영은 살기 위해 책을 읽었다는 말에 그녀의 삶을 아는 독자라면 공감할 듯. 안셀름 그륀 신부의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한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깨어나십시오’도 그녀가 꼽는 책이다. 공지영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딸 위녕이 읽으면 좋은 책을 줄줄이 소개했기 때문에, 이미 다 아는 듯이 생각됐다.

’엄마를 부탁해’로 나를 울렸던 신경숙, 그녀는 외딴방에서 자신의 삶을 풀어낸 것처럼 공장에서 일하며 산업체 야간학교를 다녔다. 어릴때 책을 읽으면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지 않아서 더욱 책 속에 빠졌고, 고등학교에서 만난 국어선생님이 소설 써 보라는 말씀에 고무되어 소설가가 되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필사했다니 놀랍다. 바슐라르의 ’몽상의 시학’에 매료되었고, 자신을 낮추고 싶을 땐 ’스콧 니어링 평전’을 읽는다고 한다.

우생순의 감독 임순례는 고2때 꼴등에서 두번째인 자기 성적을 보고 놀라서 학교를 그만두고, 2년간 빈둥거리며 오직 책만 읽었다고 한다. 그러다 퍼뜩 정신이 나서 고졸 자격 검정고시를 보고 프랑스 영화와 문학에 빠져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 되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따르다 보니 영화감독이 되었다. 어려운 형편에도 ’알았다’ 한마디로 모든 걸 감당해준 오빠가 있었기에 유학을 떠난 것도 부럽다. 공선옥의 소설을 좋아해 그녀 가까이 곡성으로 이사가 살기도 했고,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과 ’동행’을 좋아했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온 이진경, 우리 아들이 가고 싶은 학교와 학과라 관심이 갔다. 그는 어려선 읽을 책이 없었고 중2때 친구 집에 가서 읽었다고 한다. 그는 카프카를 좋아했고, 감옥에서 김현의 ’시칠리아의 암소’를 통해 푸코를 알았단다. 우리 아들과 다르게 수학을 좋아하고 잘했다는데, 수능 보기 한 달 전 팔을 베고 잠들어 글씨를 쓸 수가 없어 시험을 망쳐 경제학과를 못가고 사회학과를 갔단다. 헐~ 대체 공부를 얼마나 잘했으면 망쳤는데도 서울대를 간 거야? 수학책을 혼자 풀어보고 대학에서도 수학 강의를 듣고 ’수학의 몽상’이라는 책을 썼단다. 그가 썼다는 ’철학과 굴뚝청소부’도 궁금하다. 

역사소설을 주로 쓰는 김탁환은 결핵에 걸린 열세 살에 ’절대로 뛰면 안된다’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축구선수의 꿈을 접고 책읽는 소년이 되었다. 중학교 1학년 백일장에 나가 일등을 하면서 글 잘쓰는 아이가 되었지만 중학교때는 독서보다 시쓰기에 주력했다. 장정일의 시를 열심히 읽었고 비평가가 되고 싶었단다. 현실이 지리멸렬해 역사소설을 쓴다는 그도, 미친듯이 책을 읽는 사람이기에 글쟁이가 되었다는 걸 확인한 독서였다.

정이현이 어려서 읽었다는 에이브 전집 88권은 우리집에도 있는 책이다. 우리 삼남매도 에이브와 더불어 자랐다.^^ 정이현은 존 치버의 ’다리 위의 천사’를 좋아하고, 은희경은 소설을 쓸때마다 책을 사는 거로 시작하는데 쿤데라의 ’느림’을 읽으며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를 소설로 묶어낼 단서를 찾았다고 한다. 변영주감독은 어려서부터 성애를 표현한 책들을 읽었고, 나쏘메 소세키와 박완서 소설을 읽으며 현대사와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문소리는 초등학교때 부산에서 야반도주한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와서도 공부 못한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공부해 1등을 유지했단다. 선생님이 되려고 사범대에 갔으나 연극에 끌려 배우가 되었고,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을 좋아한다고. 신생 러시아의 운명에 따라 박노자의 인생도 달라졌는데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인 여자와 결혼한 귀화 한국인으로 동양고전을 한자로 읽은 게 행복하단다. 장자를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읽고 싶은 책이란다. 

독서가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을 얘기하는 것보다 정혜윤의 책 이야기가 비중이 많아서 좀 헷갈리기도 했지만, 누구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미친듯이 책을 읽으면 길이 보인다는 걸 발견했다. 

*정혜윤의 첫번째 책인 '침대와 책'도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세번째 책 '런던을 속삭여 줄게'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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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15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책이군요. 좋아하는 작가나 감독들의 독서 이야기, 흥미로워요.ㅎㅎ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철학의 전반을 제대로 정리한 책이 아닐까 싶어요. 똑똑한만큼 책도 쉽게 잘 쓰시죠.^^

순오기 2009-10-16 09:32   좋아요 0 | URL
작년에 이 책 사서 부산에서 이금이작가 만났을 때 선물하고 여직 못 봐서 중학교도서실에서 빌려왔는데 다시 살까 생각중이에요.^^
철학고 굴뚝청소부~ 아이들과 같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세상엔 정말 똑똑한 사람도 많아요.^^

qualia 2009-10-15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순오기 님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정말 엄청난 열정이십니다. 부럽습니다.

순오기 2009-10-16 09:33   좋아요 0 | URL
흐흐~ 존경씩이나요? 21일까지 빛고을독서마라톤 참여하느라 열심을 내고 있어요.^^

같은하늘 2009-10-1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바쁘신 분들이 책은 더욱 많이 읽으시는것 같아요.^^
이 책을 보니 <내 인생을 바꾼 한권의 책>이 생각나는군요.

순오기 2009-10-16 09:34   좋아요 0 | URL
이 책 5일에 걸쳐 한두 명씩 읽었어요.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우리도 꼽아보면 있겠죠~ ^^

마노아 2009-10-16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자세한 소개 고마워요. 책 제목에 이런 의미가 있었군요. 임순례 감독이 제일 인상적이에요.

순오기 2009-10-16 10:19   좋아요 0 | URL
5일에 걸쳐 읽어서 마라톤에 500자씩 남기다 보니 꼼꼼하게 적게 됐어요.^^

2009-10-17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0-18 02:49   좋아요 0 | URL
^^감사

노이에자이트 2009-10-1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순례씨는 개고기 식용반대운동 등 생명사랑운동, 채식운동에 열심이던데 그녀가 이런 운동할 때 자양분이 된 책을 알았으면 더 좋겠어요.

순오기 2009-10-18 02:55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임순례씨가 '우생순' 만들기 직전까지 유기견을 챙겨주고 돌봐주는 개들의 어머니 생활을 하다가 주민들의 항의도 받았다고 나오더군요.
어떻게 인간은 개의 친구가 되었는가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면서 수의사 해리엇의 책과 제일구달의 책들, 희망의 이유, 내가 사랑한 침팬지, 데이빗 로로우의 월든, 스톳 니어링 부부의 책을 다 읽었는데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고 채식을 하게 되었다고 126쪽에 나옵니다. 답이 되었을까요?^^

노이에자이트 2009-10-18 10:16   좋아요 0 | URL
오...답이 되었습니다.우리모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착한 사람이 됩시다!

순오기 2009-10-19 10:12   좋아요 0 | URL
예~
'아멘'이라고 할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