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공원 '2009 최고의 책' 시상식에 참여했다가, 행사 끝날 시간에 맞춰 그랜드 힐튼 호텔 정문까지 와 준 마노아님을 만났다. 둘이 홍제역으로 걸어 와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포옹과 사진촬영으로 작별했다. 우린 만나면 열심히 이야기 나누느라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꼭 헤어지면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올해는 6월, 10월, 12월까지 세 번의 만남을 가졌다. 이 정도 만남이면 공식애인임을 증명하지 않을까?^^ 

홍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 와서, 11시 30분에 출발하는 광주고속에 올랐다. 내 뒤에 표를 산 분은 마지막 번호였고 나는 1번 좌석을 받았다. 옆자리엔 나보다 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있었다. 올라갈 때도 정신없이 자느라 마노아님의 애타는 전화와 문자를 받을 수 없었지만, 돌아오는 차 속에서도 정신없이 잤다. 요즘 거실을 바꾸느라 육체적인 무리와 간만에 온 큰딸과 동침하느라 깊은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잠들기 전에 마노아님께 받은 책 네 권과 ㅇㅇ공원에서 준 기념품 쇼핑백을 발끝이 아닌 옆자리 사이에 두면서 '내릴 때 이거 두고 내리는 거 아닐까?' 걱정을 했었다. 고속버스를 타면 항상 통로쪽이 아니고 창쪽에 앉았기 때문에 발치에 물건을 두었는데, 이번엔 통로쪽에 앉아 발치에 놓지 못하고 옆에 두니까 그런 불안이 들었던거다. 

그런데.......
새벽 2시 40분에 광주에 도착해 잠을 깬 순오기, 아무 생각없이 그냥 내렸다. 그리곤 줄줄이 대기한 택시에 올라 10분만에 집 현관에 들어서면서 '아뿔사~ 짐을 놔두고 내렸구나!' 깨달았다.ㅜㅜ그야말로 잠이 퍼뜩 깨는거다. 114에서 고속터미널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를 시도, 내가 타고 온 금호고속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3시 10분, 당직하던 직원은 졸린 목소리로 기사님이 들어오면 확인해서 연락주겠다더니 감감무소식이다. 10분을 기다렸다 다시 전화했더니 기사님이 안 들어왔다고 들어오면 연락준다고... 30분을 기다려 다시 확인하니 자기가 나가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전화가 왔는데, 기사님이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분실물을 맡기고 차를 고치러 갔다면서 내용물을 확인해주었다. 그 시간이 4시 22분, 내가 전화를 걸고 한 시간 이상 기다린 것이다. 그래도 물건이 잘 있다니 내일 수업마치고 찾으러 가면 되겠다. 참~내 살다 살다 별짓을 다하고 산다. 이래서 어른들이 '늙으면 죽어야 해!'라고 하셨을까?ㅋㅋ  

아이를 셋 낳아 키워보니 남의 자식한테 무슨 말이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배웠는데, 건망증에 대해서도 이제는 뭐라고 할 자격을 상실했음을 확연히 깨달은 사건이었다.ㅜㅜ

마노아님, 귀한 선물을 품어보지도 못하고 잃을 뻔했는데 찾게 됐으니 이제 잠자리에 들어요.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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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고생 많으셨어요. 그 새벽에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르셨을까요ㅠ.ㅠ 무사히 찾아서 다행이에요. 여독이 다 풀리게 푸욱 주무셔요~

순오기 2009-12-23 20:32   좋아요 0 | URL
차에 두고 내렸으니 없어지기야 했겠나 싶어서 발을 구르지는 않았어요.
답변이 안오니까 잠을 못 자기 했지만요. 오후에 찾아왔어요.^^

무스탕 2009-12-2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바쁘게 다니셨네요 @_@
그래도 짐을 찾으실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시간상으로도 많이 주무시지 못하셨을것 같은데 오늘 피곤하시겠어요.
따끈한 차 드시고 족욕도 하고 그러면서 여독을 푸셔야 겠습니다 ^^

순오기 2009-12-23 20:38   좋아요 0 | URL
아침에 아들 밥차려 주곤 그대로 잠들어서 민경이랑 남편은 스스로 밥을 퍼서 먹었어요. 뭐 한두번 그런 것도 아니지만.ㅜㅜ
오늘부터 오전수업이라 어쩔 수 없이 8시 40분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갔지요.ㅋㅋ

하늘바람 2009-12-23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식 애인. 암것도 안하며 왜이리 부러울까?
와 순오기님 서울 오셨는데 인사도 못 드리고
그래도 마노아님 만나 잘 다녀가셔서 마음이 놓임니다.
아무리 짐을 놓고 내리셨다해도
에너지 여사 맞아요

순오기 2009-12-23 20:39   좋아요 0 | URL
흐흐~ 50년 인생에 이젠 안해본 짓 없이 다 해봅니다.ㅋㅋ

비로그인 2009-12-23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 다는 건 남의 연애편지에 밑줄 긋는 짓이라 생각합니다.
만... 어쨌거나 한 줄 긋고 갑니다. 씨익 웃으면서요.^^

순오기 2009-12-23 20: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연애편지에 밑줄긋기도 환영해요.^^

메르헨 2009-12-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고생하셨어요. 그렇지만 잘 찾으셨다니 다행이어요.^^
오늘은 좀 푹 쉬셔야겠어요. 새벽까지 동동거리셨으니....^^
곧 크리스마스네요. 즐건 성탄절 되시기 바래요.

순오기 2009-12-23 20:41   좋아요 0 | URL
클스마스를 위해 미니트리에 불 밝혔더니, 애들이 전기세 나간다고 꺼놔요.ㅜㅜ 애들이 크니까 그런 재미도 없지만 내일은 케익을 사오려고. 우리가족은 2월부터 6월까지 생일이 달달이 있어 수반기엔 케익 먹을 일이 없으니 예수님 생일 덕에 먹어야지요.^^

같은하늘 2009-12-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책을 못 찾는줄 알고 제가 다 놀랐네요.^^
먼길 다녀가시느라 힘드셨을텐데 오늘 푸~~욱 쉬셨나요?


순오기 2009-12-23 20:42   좋아요 0 | URL
헤헤~ 책 찾아왔으니 인증샷 할게요.^^

꿈꾸는섬 2009-12-24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려가셔서 고생하셨어요. 저도 건망증이 심해놔서 늘 걱정이에요.

순오기 2009-12-24 01:38   좋아요 0 | URL
못 말리는 건망증이 아니고, 잠결에 그랬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중입니다.ㅋㅋ

루체오페르 2009-12-2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순오기님 하핫
정말 다행이네요. 찾으러 가야하는 수고를 이 추운 날 해야하나 ^^;
그래도 다행입니다!
대중교통-지하철,택시,버스 를 탈때는 정말 내 손에 쥐고있지 않으면 깜빡하면 놓쳐버리죠; 고가일수록 ㅎㄷㄷ한 타격!

순오기 2009-12-24 01:46   좋아요 0 | URL
광주는 오늘 춥지 않았어요~ 버스비도 환승이라 추가되지 않았고요.^^
아줌마는 이런 사소한 푼돈에도 연연합니다.ㅋㅋㅋ
맞아요~ 고가일수록 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해요.^^
 

00공원의 2009 '최고의 책' 시상식에 초대 받아 서울 갑니다. 

처음엔 매달 한양 나들이 교통비가 만만찮아서 정중히 거절했는데,

12월 22일은 출강하는 학교가 방학식이라 오전에 수업이 끝나니까

그만 욕심이 생겨서 다시 초청장을 보내 달라 했지 뭡니까....^^ 

일반 독자(북피니언) 12명이 초대되고, 그 중에 일부는 시상에도 참여하는데 

순오기는 가정/실용부분 시상을 맡았어요.

음, 광주 촌넘이 홍제동 그랜드 힐튼호텔을 찾아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데 

홍제역 3번 출구로 나와 국민은행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라니까 그대로 해보죠 뭐~ ^^

>> 접힌 부분 펼치기 >>

이웃집 잔치를 알라딘에 올리는 건 실례지만, 

혹 순오기의 행보가 궁금할 분들을 위해 포스팅했어요.  

공식행사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리허설을 위해 한시간 일찍 오라니까 

오후 6시까지는 도착해야 되고,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돌아와야 되는 일정이지요.

2009 최고의 책으로 뽑힌 '엄마를 부탁해'를 가져가 신경숙 작가의 사인이라도 받아야겠죠. ^^ 

 

*이미 알라딘에서 보낸 문자로 아시겠지만 알라딘 5기 서평단이 발표됐으니 확인하시죠. 
 순오기는 이번에도 유아/어린이/청소년 분야로 선정됐네요.  

http://blog.aladin.co.kr/trackback/proposeBook/328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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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2-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벤트가 있는 줄 몰랐어요. 서울 나들이 반가워요~ 행사가 7시부터인데 호텔에서 하는 걸 보면 저녁을 제공하나봐요. 울 집에서 홍제동이 그리 멀지는 않은데 끝나고 바로 돌아가시니 얼굴 보기가 힘들겠어요ㅠ.ㅠ 바로 그 호텔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제가 예전에 다니던 피아노 학원이 나와요. 울 언니가 살던 동네고요. 아는 동네 나왔다고 갑자기 더 반가워지네요.^^;;;

순오기 2009-12-22 01:07   좋아요 0 | URL
공연과 시상식 저녁식사는 물론이고, 작년 행사 포스팅을 보니 책도 선물받고 작가와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앗더라고요.
거기서 가까우면 돌아오기 전에 잠간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요?^^

마노아 2009-12-22 07:03   좋아요 0 | URL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9시에 끝나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니까 제가 퇴근하고 서울역으로 갈게요. 서울역 몇 시 도착이에요? 제가 4시 퇴근해서 4시 반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듯해요. 거기서 호텔까지 동행하면 되지 싶어요. ^^

순오기 2009-12-23 20:42   좋아요 0 | URL
어제 내내 자느라고 전화도 문자도 모르고 쿨쿨~ 그래도 만났으니 됐지요.^^

행복희망꿈 2009-12-22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에도 어김없이 서울행이 준비되어 있군요.ㅎㅎㅎ
역시 순오기님의 파워를 느낍니다.^^
마노아님과의 만남도 이루어질 수 있다니 더 행복하시겠네요.

서울 나들이 잘 하시구요.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세요.
몸살나지 않게 잘 하시구요.^^

순오기 2009-12-23 20: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12월까지 나들이가 있을 줄이야~ ^^
다닐 땐 좋아도 카드 결제하려면 장난 아니거든요.ㅜㅜ

후애(厚愛) 2009-12-22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바쁘신 순오기님~
많이 추우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한양 나들이 잘 다녀오세요.^^

순오기 2009-12-23 20:44   좋아요 0 | URL
어젠 다행히 날이 풀려서 가볍게 입고 갔어도 괜찮았어요.
고속버스는 너무 더워서 땀이 날 정도고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2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부터 날이 제법 풀려서 다행입니다.
홍제역 3번 출구앞엔 사람 많으니까 아무나 붙잡고 국민은행 물으시면 알려줍니다 ^^ 오 마노아님이 모셔드리는 구나~ 안심~~

우왕 호텔음식 먹으시는거예요 재미난 시간 보내세요~~~

무스탕 2009-12-22 13:08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랑 이동하신다니 걱정이에요. 알라딘 공식 길치 ^ㅠ^
=3=3=3

순오기 2009-12-23 20:45   좋아요 0 | URL
3번 출구로 나갔더니 국민은행은 1번 출구로 나가야 했더라고요.
그래도 호텔셔틀 버스는 많이 기다리지 않았어요.^^
하하~ 알라딘 공식 길치와 건망증아줌마의 만남이었어요.ㅋㅋ

비로그인 2009-12-22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꽃다발이라도 갖다드려야 되는데.. 시상자에겐 꽃다발 안드리는거던가요? ㅎㅎㅎ 어쨌거나, 멋지십니다. 오기언니~

순오기 2009-12-23 20:46   좋아요 0 | URL
하하~ 내가 상받는 게 아니니까요.
좋은 모임이었어요. 후기도 곧 올려볼게요.^^

하늘바람 2009-12-2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세요. 부럽고 정말 대단하시단 생각이 듭니다

순오기 2009-12-23 20:47   좋아요 0 | URL
200명이 초대된 굉장한 행사였어요.^^

무스탕 2009-12-2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게 움직이셔야 겠네요.
조심해서 잘 올라오시고 좋은 시간 보내시고 조심해서 잘 내려가세요~
(22일이 언제지..? 한참을 생각했다는..;;;)

순오기 2009-12-23 20:48   좋아요 0 | URL
12시 30분에 집을 나갔다 새벽 3시 10분에 컴백 홈!^^
오늘은 23일이지요.^^

꿈꾸는섬 2009-12-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오라오고 계시겠어요. 신경숙님 사인까지 챙겨서 행사 잘 하시고 내려가세요. 오늘은 그래도 따뜻하니 좋으네요.^^

순오기 2009-12-23 20:49   좋아요 0 | URL
신경숙 책을 가져온 사람은 나 혼자였어요.
단독 인터뷰와 단독 샷까지~ 바로 내 옆 테이블에 등을 대고 앉았거든요.^^

마노아 2009-12-2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과 연락이 안 닿아요. 어쩜 좋아요..ㅜ.ㅜ

순오기 2009-12-23 20:49   좋아요 0 | URL
얼마나 애탔을까요.ㅜㅜ 죄송~ ^^

카스피 2009-12-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왔다 가셨겠네요^^
근데 광주분이시라는데 어디 사세요? 저도 헌책사러 광주에 간적 있답니다.그게 충장로 지나서 무슨 고등학교 앞인데 헌책방이 꽤 많더라구요^^

순오기 2009-12-23 20:52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은 광산구라 송정리 쪽이고요.
헌책방이 있는 곳은 계림동 광주고등학교 앞으로 알고 있어요.

같은하늘 2009-12-2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사 다 끝나고 이제사 봤네요.^^
행사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지 궁금해요~~~

순오기 2009-12-23 20:52   좋아요 0 | URL
행사장에서 즐거운 일이 있었지요~ 후기로 보고할게요.^^
 
 전출처 : 순오기 > 우수리뷰대회 당첨자를 이미 발표했는데...

알라딘 서재 메인에 뜬 [알림] 우수리뷰대회 당첨자 발표 연기  는

12월 17일에 이미 우수리뷰 당첨자를 발표했으므로  

알림 내용을 '우수리뷰 당첨자 발표'라고 바꾸거나 알림 자체를 삭제하든지 해야 되는거 아닐까요? 

벌써 며칠 째 계속 버티고 있는데, 

내가 사랑하는 알라딘(담당자)의 이런 무신경이 너무너무 싫어요.ㅜㅜ

 

그리고 당첨자 발표도 우수리뷰를 바로가기로 설정하지 않아서 

내 서재에 복사해 올리면서 일일히 엔터키를 눌러 바로가기로 설정해 두었답니다.  

http://blog.aladin.co.kr/714960143/3275751 

담당자의 세심한 배려를 요구하는 게 무리일까요? 

작년까지는 바로가기로 돼 있어서 우수리뷰 순례하기가 좋았거든요. 

친절하고 세심한 마음 씀씀이는 알라디더에게 작은 감동을 준답니다. ^^ 

몸도 마음도 바쁜 한 해 마무리에 이해는 됩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시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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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장난>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시베리아와 우크라이나를 오가는 기차 안에서 태어난 아이, 우리의 주인공 스베트라나 올가 아이트마토바는 열네 살이다. 기차에서 출산을 도와준 두 여자의 이름이 스베트라나와 올가였기에 그 이름을 붙였다. "인생에는 자신이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말하는 스베트라나는 키 173센티에 O형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학생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독일로 이주한 엄마와 새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실업학교에 다니던 스베트라나는, 똑똑하고 공부를 잘해서 한 명의 통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을 받고 엘리트만 다니는 '에를렌호프 김나지움'으로 전학간다. 무한한 가능성과 행복을 꿈꾸며 전학 간 아이가 불과 4개월만에 킬 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진술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를렌호프 김나지움 아이들은 가정이 깨져 부모로부터 기숙사에 버려졌다고 생각한다.이혼으로 가정이 깨지면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사랑받거나 존중받지 못한 김나지움 아이들은 스베르타나를 괴롭히는 못된 장난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통학하하는 스베트라나를 질투하고, 자기들과 신분이 다른 가난한 이방인 주제에 공부를 잘하고 적응도 잘해서 왕따 시킨다. 명품만 걸치는 아이들은 스베트라나의 옷이 싸구려라고 대놓고 무시하고 모욕을 주며, 마치 투명인간을 대하듯 아무도 상대하지 않는다. 이방인이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스베트라나는 아이들과 같은 소속감을 갖고자 집착한다. 그애들과 똑같은 명품을 걸치면 친구로 받아줄까 싶어 도둑질을 한다. 덜덜 떨며 처음 물건을 훔치던 스베트라나는 점점 대범해져 옷과 신발, 벨트, 운동화, 향수 등 필요한 모든 것을 훔친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헛간에 숨겨두고 등하굣길에 갈아 입는다. 

나도 중학교 2학년 4월에 충청도 시골에서 인천으로 전학했기에, 스베트라나에게 완전 감정이입이 됐다. 전학 초기에 똑똑해 보이는 이*우에게 친구하자고 쪽지 보냈다 거절당했고, 짝꿍이던 68번 윤*실 외엔 다른 아이들의 친절을 받지 못했다. 교과서가 달라 배우지 않은 인수분해 숙제를 못했을 때, "애들은 뭐 알아서 하는 줄 아냐? 다들 베껴내는 거야!"라면서 복도에 나가 무릎 꿇게 했던 주*동 선생님은 지금도 용서하지 못한다. 나의 자존심이 한없이 뭉개져, 인정받기 위해선 공부를 잘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촌닭 같았던 내 눈엔 아이들이 다 잘나 보여 엄청 떨었던 5월 중간고사에, 비교적 좋은 성적을 얻어 비로소 아이들에게 존재감을 인정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35년 전이라 지금 아이들보다는 순진했을 텐데도 전학생이 무리에 끼어들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저런 감상으로 스베트라나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두 번이나 펑펑 울었다.

청소부의 딸이라는 걸 알아버린 김나지움 아이들은 사람으로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른다.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극치를 보여주는 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스베트라나의 사진과 글, 삭제하거나 댓글을 달 수 없는 스베트라나가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수시로 보내는 비열하고 혐오스런 문자와 사이버 스토킹은 똑똑한 스베트라나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 먹을 수도 잠잘 수도 없는 스베트라나는 점점 마르고, 열성적이었던 공부에도 의욕을 잃는다.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아이들의 못된 장난을 피하기 위해 쉬는 시간은 화장실로 숨어들거나, 식당에도 가지 않고 도서실로 도피한다.

똑똑하고 활달했던 스베트라나는 불과 4개월 만에, 아이들의 왕따와 사이버 스토킹에 몸과 영혼이 파괴된다. 스베트라나에게 유일하게 잘해주는 라비가 심각한 상황을 알고 돕겠다고 말했지만, 스베트라나는 이미 아무도 믿지 못할 만큼 지쳐버렸다. 사춘기 소녀의 자존심으로 라비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기대어 울 수 없었다. 아~ 라비의 말처럼 선생님께 모든 걸 다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고 맘을 졸였다. 최진실씨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사이버 스토킹의 폐해를 알기에, 스베트라나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죽음 뿐이라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무조건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람, 우는 모습을 마음 놓고 보여주어도 괜찮은 사람이 없다면 누구든 끝장이다!"(267쪽)  
   

라비가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에게 모든 사실을 알렸지만, 스베트라는 마지막 도피처였던 헛간까지 아이들이 알아버렸기에 이미 끝내기로 작정한 후였다. 스베트라나는 도둑질을 고백하고 학교를 나와 철길에 몸을 눕힌다. 하지만 스베트라나의 죽음을 허락지 않고 목숨을 건져 낸 손길이 있었다. 아슬란 위츠귈은 달리는 기차에서 던져 버린 아들녀석의 비싼 가방을 찾으러 나왔다가 스베트라나를 구한다. 아슬란은 한 생명을 구한 알라신을 찬양하고, 스베트라나는 옷을 가다듬고 머리빗을 찾는다.  

그 후 아무도 못된 장난을 하지 않는 안전한 곳, 킬 병원 정신병동에서 지난 일을 기록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한다. 인생이란'앞으로'만 살 수 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며, 엄마 아빠와 프랑스 여행길에 오른 행복한 마무리에 마음이 놓였다.  

청소년 소설에도 죽음으로 끝내는 작품이 점점 많은데, 스베트라나가 죽지 않고 건강하게 본래의 삶으로 복귀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김나지움 아이들은 자기들이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고 개과천선 했을까?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김나지움 아이들도 상처받은 아이들이니 따뜻하게 품어줘서 사랑을 느끼면 좋겠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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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바람 2009-12-21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과 영혼이 파괴되는 잔인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왕따,스토킹이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 같아 가슴 아파요.스스로 의연하게 견뎌내고 주변사람들이 따뜻하게 감싸주면 좋겠어요

순오기 2009-12-21 17:42   좋아요 0 | URL
왕따나 사이버 스토킹은 본인이 의연하게 버틸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다는 게 문제지요. 우리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키워야지요.

소나무집 2009-12-2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얘들 전학시켜놓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먼 곳에서 전학 왔다고
호감을 보이며 잘 지내는 것 같아요.
님도 전학의 아픔이 있었군요.
저도 시골 중학교 다니다 천안으로 여고 가서는 비슷한 일 겪기도...

순오기 2009-12-21 17:43   좋아요 0 | URL
전학은 참 두려운 일이기도 해요~ 적응을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니까요. 선우랑 지우는 잘 할테니 걱정마셔요! 제가 보증합니다.^^

카스피 2009-12-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어린아이가 어른들보다 좀더 잔혹한 데게 있다고 합니다.뭐 일종의 성악설이라고 할수 있는데,그런것을 잡아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할수 있지만 요즘 어른들이 안하니 아이들이 비뚤어 질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순오기 2009-12-24 01:39   좋아요 0 | URL
갈수록 어른도 아이도 잔혹해지는 거 같아요.ㅜㅜ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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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인 최영미가 부러운 건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솔로로 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때론 솔로인 삶이 부러워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기쁨을 대신해 줄만큼은 아니니까!^^ 아이들 다 키워놓고 여행을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도 있고... 사실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하지 딸린 식구들 때문에 못하는 건 아니란 말이다. 

국내의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여행 관련 글을 1부에 싣고, 2000년에 출판되었다 절판된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에 실렸던 원고 일부와 예술가에 대한 에세이를 2부에 실은 책이란다. 아주 유혹적인 제목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에 낚였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최영미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구시렁거리는 그녀의 속내를 보는 즐거움도 나쁘진 않다. 

소설 '무늬와 흉터'에 매달리느라 4년간 여행다운 여행을 못한 자신을 위해 미련없이 훌쩍 떠난 여행. 희대의 별난 건축가 가우디의 환상적인 건축물을 보는 여행이라니 멋지다. 가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과 건물, 박물관이나 미술관 순례도 나쁘지 않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베네치아의 티치아노 그림, 일본인 히로시게의 목판화를 모방했다는 반 고흐의 '자두나무 정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반 고흐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살았던 마을을 방문하고, 주변사람들과 평화롭지 못했고 집을 마련하지 못해 떠돌았던 고흐를 자신처럼 불쌍한 영혼이었다고 말한다. 

여행길에 맛보는 음식과 예기치 못한 계획의 어긋남, 또는 생판 모르는 사람과의 만남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둔 봄날, 파리로 가는 국제열차에서 만난 독일의 유명한 배우 한나 쉬굴라와의 인연이 아름다웠다. 옷깃을 스치는 인연으로 끝나는 사람도 있지만, 정말 억겁의 인연이 쌓여 만났을지 모를 사람과의 지속적인 만남은 여행과 삶을 더욱 윤기나게 한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초청으로 문인들과 동행했던 시낭독회를 겸한 여행에서, 행사를 마치고 혼자 남아 더 여행하는 그녀가 솔직히 부러웠다.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부터 CNN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한 그녀가 오바마의 도시 시카고에서 오바마의 행적을 따른 순례였다. 오바마와 미셸이 데이트 했던 곳, 젊은 오바마가 자주 다녔다는 식당과 이발소를 찾아가며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나도 참 주책이지. 사춘기도 아니고 웬 정열이람."하고 구시렁대는 그녀가 귀여웠다. 오바마는 연설 뿐 아니라 글솜씨도 탁월했다며 그의 승리는 '오바마 문학의 승리고, 양심의 승리'라고 말한 그녀 때문에 오바마가 쓴 '담대한 희망'도 급호감이 갔다.  



후반 박수근 그림과 영화 꽃잎과 일 포스티노 이야기는 좋았고, 음악가와 작가나 화가 이야기 등은 사족같았지만, 마지막에 실린 김용택 선생님 이야기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쓴 김용택 시인의 발문에 의아했던 수수께끼가 풀렸다. 남들이 보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친분이 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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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2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절대 공감요. 하지만 가족이 주는 행복도 크다는 말에 더 많이 공감요.^^

순오기 2009-12-21 01:57   좋아요 0 | URL
제목을 참 잘 지었어요.^^
우리는 가족이 주는 행복에 하트를 뿅뿅 날리며 여행을 못가도 잘 살아요.ㅋㅋ

같은하늘 2009-12-2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홀로 떠나고 싶은 마음 굴뚝같을때 많지만 오기언니 항상 말씀하시는 아이를 키우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순오기 2009-12-21 01:58   좋아요 0 | URL
아이들 키우는 재미도 좋고, 다 키우고 내맘대로 시간 보내는 건 더 좋아요.^^

소나무집 2009-12-21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이 있는 우리들은 삶 자체에서 존재감을 찾을 수 있지만
솔로들은 여행도 떠나고 책도 쓰면서 존재감을 찾으려 애쓰는 건 아닐까요? ^^

순오기 2009-12-21 17:45   좋아요 0 | URL
그럴지도 모르지요~ 가족에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