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펀투 임정현 캐논 변주곡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유튜브 스타 임정현의 스무 살 변주곡
펀투 지음 / 갈매나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유튜브에 기타로 연주한 캐논변주곡 동영상을 올려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펀투 임정현의 에세이다. 유명세를 얻었기에 세계의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기사화 된 행운과 더불어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으니 억세게 운이 좋은 젊은이다. 본인은 철학적 소신이나 뚜렷한 목표를 갖지도 못하고 마음가는 대로 젊음을 누리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 책은 그런 생각과 경험을 풀어 쓴 글이라 부담없이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유튜브의 동영상을 찾아보았고 리뷰에 먼댓글로 연결해 둔다. 

이 책을 읽은 중3 막내는, 정말 악기 하나는 잘 다룰 줄 알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도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로. 엄마도 이하동문.^^ 소지하기 쉬운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연주하면 되는 것이다. 피아노를 아무리 잘 쳐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기타처럼 갖고 다니며 길거리 연주를 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로망 중에 로망이겠다. 

고1때 뉴질랜드 유학을 가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교육환경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한 것은 부모 잘 만난 복이지만, 캐논변주곡 동영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부속고등학교 예배시간에 복음송가를 연주하고 인도하는 '경배와 찬양' 팀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두 달간 연습한 기타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특별연주를 한 선배가 '쟤가 친 거!'라면서 두배 빠른 속도로 깔끔하게 연주하는 걸 보고 패배감과 더불어 '반드시 저 형보다 기타를 잘 치겠어'라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임정현이 선배보다 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는 그의 연주솜씨가 증명했고, 그 결과 동영상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1984년 7월에 태어난 펀투. 어렸을 때부터 출중한 재능은 없었으나,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하모니카 등 클래식 악기들을 배워 얇게나마 음악적 기반을 쌓았다. 하지만 어린 펀투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으니, 6년간 악기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워오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어린시절 여러가지 악기를 배우게 했다. 이런 바탕에 뉴질랜드에서의 자유로운 음악 수업은,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는 싫어하는 것은 완벽하게 외면하고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했던 학창시절, 하기 싫은 것들로부터 무조건 도망친 자신이 비겁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여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일 것이다.  

2007년 1월, 교장선생님인 친구 아버지의 권유로 '세계가 교실, 세상이 교과서'라는 무한상상 대장정의 주제곡을 만들고, 300일 정도 그들과 세계 여행에 동참한다. 자유로운 여행과 모험은 그가 사람들과 좀 더 쉽게 사귀고 소심함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길거리 연주가 로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심한 그는 연주할 때마다 즐기지 못하고 매번 긴장한다. 그러나 길거리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에 상관없이 마음을 비우고 즐기게 되었다.  

세계여행에서 음악으로 소통하고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읽힌다. 무인도에서의 4박 5일, 남미에서의 탱고 레슨, 아프리카에서의 봉사 등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후회도 하지만 많은 것을 깨닫는 평범한 젊은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앞으로의 내 인생에 아무 소용이 없어 보여도,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열심히 파고들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 삼남매와 남편은 한줄 세우기 교육의 심각성과 사회적인 문제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이민 가자고 말한다. 물론 우스개소리로 잠시 기분을 환기하고자 하는 얘기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이민도 돈이 있어야 가는데 갈 수 있겠냐? 선씨들끼리 이민가라, 나는 여기서 혼자 남아 잘 살 거라고 말한다. 솔직히 임정현 이 친구가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유로운 교육환경에서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부럽다.    

이 책은 잦은 주어의 남발과 적절하지 않은 부사의 사용이 눈에 거슬렸다. 편집자가 꼼꼼하게 살펴서 좀 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듬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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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3-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민가기 싫어요. 그냥 잘 아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특히 걸리는건,, 저 영어가 서툴러요. 그런데 책을 맘껏 못 읽자나요. 그리고 어려운 용어를 영어로 말하기는 어려우니, 잘난척도 못 하고.. ^^

그런데 악기 잘 다루는 분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다시 피아노 배우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손가락도 너무 굳어서 속상해요~ 좋은 한주되셔여, 순오기 언냐~

순오기 2010-03-08 12:24   좋아요 0 | URL
흐흐~ 이민 갈 돈도 없지만, 사실은 언어의 장벽에 지레 겁 먹은 게 본심일거에요.
악기 하나쯤 잘 다루는 사람들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또 어찌 한심스러운지...에고, 악기는 자신 없으니 판소리 한대목이라도 배워두려는데 그도 쉽지 않네요.ㅋㅋ

다크아이즈 2010-03-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딴 얘기지만 저도 막내녀석이 중3이에요. 괜한 동질감.
제목 멋지게 뽑으셨네요. 암요, 행운은 당연히 준비된 자가 누려야지요.

순오기 2010-03-08 12:26   좋아요 0 | URL
아하~ 우린 똑같이 막내가 중3이군요. 당연한 동질감에 므훗!
살다보면 '준비된 자가 누리는 행운'에 질투하면서도, 나는 행운을 누릴 준비가 안됐다는 걸 많이 깨달아요.
 

 


신간평가단 도서로 받은 이 책을 읽고 

유튜브에 올렸다는 개논변주곡 동영상을 찾아봤다. 

오호~ 저만큼 연주하려면 얼마나 연습했을까? 

역시,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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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어떤 행운도 준비된 자가 누릴 수 있다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3-07 23:34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유튜브에 기타로 연주한 캐논변주곡 동영상을 올려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펀투 임정현의 에세이다. 유명세를 얻었기에 세계의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기사화 된 행운과 더불어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으니 억세게 운이 좋은 젊은이다. 본인은 철학적 소신이나 뚜렷한 목표를 갖지도 못하고 마음가는 대로 젊음을 누리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 책은 그런 생각과 경험을 풀어 쓴 글이라 부담없이
 
 
꿈꾸는섬 2010-03-07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우울했는데 기분이 서서히 좋아지네요.^^

순오기 2010-03-07 23:53   좋아요 0 | URL
우울함에서 기분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네요.
여러가지 버전이 올라 있으니 골라서 듣는 재미도 있네요.^^

마노아 2010-03-08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확 뚫리는 연주에요. 덕분에 잘 들었어요. 본인의 노력도, 또 성장 환경도 모두 대단한 청년이에요.^^

순오기 2010-03-08 00:36   좋아요 0 | URL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은 익숙한 곡이라 언제 들어도 좋지요.
게다가 솜씨가 뛰어난 연주라 속이 확 뚫리죠.^^

세실 2010-03-09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아요. 몸을 흔들어주는 센스^*^ 절로 흥이 납니다.

순오기 2010-03-10 04:39   좋아요 0 | URL
몸을 흔들어 리듬을 타는 센스^^

같은하늘 2010-03-11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워요. 지금 시간이 늦어서 들어볼수가 없네요. 내일 다시~~^^

순오기 2010-03-12 06:21   좋아요 0 | URL
여러가지 버전이라 무한반복해도 좋아요~ 틀어놓고 일해도 좋을...^^
 
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푸른책들 카페에서 '작가와 토론을!' 이벤트에 참여해 사인본을 받았는데, 얄팍하고 경제적인 문고판의 네베엔딩스토리다. 일단 인증샷부터!^^



이 책은 도벽을 소재로 비밀과 거짓말에 감춰진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도벽은 단순한 절도가 아닌 '습관적으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로, 소질적인 것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나뉘는데 책 속에 나오는 도벽은 두 가지 다 해당된다. 성장기에 부모님 몰래 용돈을 슬쩍했던 경험은 많이들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어려운 살림을 꾸리는 엄마에게 손내밀기 죄송해서 엄마의 전대에서 슬쩍 했던 양심의 가책을 갖고 있다. 3월에 친정가면 엄마에게 이야기하고 '죄사함'을 받을 생각이지만, 잊고 살다가도 이런 책을 만나면 불쑥 튀어 나와 마음이 불편하다.  

열네 살 장하리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장하지 않은 도둑질로 붙잡혀 망신도 당하고, 들킬까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우연히 누군가 화장실에 놓아 둔 음악시디를 보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한다. 그걸 눈치 챈 같은 반 예주에게 꼼짝 못하고 그녀의 도벽에 동참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정쩡한 나이 열네 살이 매순간 올바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순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될 몫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걸 '뽀린다'고 하면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이런 현상도 진지한 토론이 필요할 대목이다.

하리의 도둑질은 자꾸만 비밀과 거짓말을 낳게 되지만, 하리를 괴롭히는 비밀과 거짓말은 엄마의 도벽이다. 열네 살 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엄마의 도벽을 알고 있는데, 정작 엄마는 하리가 알고 있다는 걸 모른채 일하는 식당에서 계속 훔치다가 쫒겨난다. 엄마의 도벽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하리는 엄마의 고백을 듣기 전까진 이해하지 못하고, 도둑의 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괴롭다. 모녀의 비밀과 거짓말 속에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클라이막스는 가슴 아프다. 

'자신의 행동을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내가 한 행동이 들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그 순간 작은 비밀을 만든다. 그때는 양심이 발바닥을 빠져나와 땅속으로 들어가 버린 뒤다.'(72쪽)

작가는 '범의귀'라는 꽃에 주목하도록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간다. 우리가 흔히 바위취로 아는 식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우리집 화단에도 한두 뿌리 심은 것이 지천으로 퍼져 5월이면 꽃대를 피워 올리는데 바로 요렇게 생겼다.^^ 

 

범의귀는 날씨가 더워 조금 시들었지만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두 개의 꽃잎만 기형적으로 큰 것인지 아니면 세 개의 꽃잎이 기형적으오 작은 것인지 볼수록 알 수 없다. 내가 도둑질을 하다가 엄마한테 들킨 건지 아니면 엄마가 때문에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건지, 희한 꽃, 범의귀. 이 꽃처럼 내 머리는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내 눈에는 범의 귀가 나를 향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다 알고 있어. 어쨋든 넌 도둑질을 했어! 너에게 도둑의 피가 흐른다고.'(76쪽)  

따뜻한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친절하지 못한 아버지, 생활전선에 서는 일이 벅차 딸에게 관심을 갖지 못하는 엄마는 하리에게 상처가 된다. 에픽하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에 마음을 열었던 성민이의 이중성에 실망하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사람취급도 하지 않는 담임선생님께 분노하는 평범한 여학생이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던 하리가 선생님의 부당한 편애를 당당하게 지적하는 건 청소년들이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명장면이다.  

열네 살의 비밀과 거짓말을 풀어낼 출구가 필요했던 장하리는, 잘못을 고치려는 아빠 엄마의 노력으로 행복한 가족으로 자리 잡는다. 도벽이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로 진실을 깨닫고 진정한 자아찾기는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바꿔가면서 범의귀를 새롭게 발견하는 플롯은 돋보이지만, 지극히 모범적인 결말은 작가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큰 것은 아니었나 살짝 아쉽다. 

어른들은 우리 중학생을 보고 덜 자란 것 같아 불안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가 다 자란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전에 난 꽃잎이 두 개인 범의귀가 불안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꽃의 꽃잎 크기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범의귀 자체로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를 불안하게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처럼.(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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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이끼 2010-03-0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범의 귀 꽃도 함께요^^

순오기 2010-03-07 21:37   좋아요 0 | URL
범의귀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인데
보통은 이름 모를 식물이라 생각하지요.^^

꿈꾸는섬 2010-03-07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에요.^^ 읽고 싶은 책이네요.^^

순오기 2010-03-07 23:53   좋아요 0 | URL
괜찮은 책이었어요.^^

오월의바람 2010-03-08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범의귀가 토끼귀처럼도 보이는데요.'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를 만든다' 멋진 대사네요.우리를 불안하는 만드는 어른들의 시선이라... 청소년 도서는 늘가슴을 후비는 힘이 있어요. 늘 반성하게 되죠.도벽이라 정답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네요.

순오기 2010-03-08 12:22   좋아요 0 | URL
흐흐~ 나도 범의귀보다는 토끼귀가 더 어울린다 생각했어요.^^
청소년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시선, 나도 여기에 동참할 때가 많아요.ㅜㅠ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문익점과 정천익 - 따뜻한 씨앗을 이 땅에 심다 푸른숲 역사 인물 이야기 5
고진숙 지음, 독고박지윤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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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중.고딩 남매에게 문익점과 정천익의 관계를 물었더니 모른다. 흐흐~ 이럴 땐 바로 엄마의 잘난척이 발동한다.^^ 정천익은 문익점의 장인이라고 했더니, 오호~ 단번에 엄마의 잘난척에 호응해 주었다. 고려말에 문익점과 정천익의 노력으로 목화재배에 성공하고 목면으로 의생활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공로를 알려주는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이상 일독을 권한다.

위인전기 영향인지 모두들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들여왔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박은봉의 '한국사 편지 2' 끝 부분에 문익점에 대한 고려사와 태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자세히 기술했는데, 붓두껍은 나오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왔다고 되어 있다. 역사왜곡은 국토의 영유권 주장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이런 경우도 해당된다.  

문익점은 스승 이곡에게 글을 배웠고 그 아들 이색과 친구였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를 섬기느라  왕에게 '충'자를 붙였다. 비로소 공민왕이 왕위에 올라 '충'자를 떼어 버리고 인재를 끌어 모아 독립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문익점은 서른두 살에 과거에 급제했는데 정몽주가 일등이고 그는 7등이었다. 원나라는 공민왕을 못마땅해 충숙왕의 동생인 덕흥군을 왕으로 세우려 했고, 원나라로 가는 사신 일행의 서장관으로 뽑혀 간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덕흥군 편에 섰기에 곧 귀국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문익점은 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벼슬에 나갈 수 없어 낙향했다.

문익점은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장인 정천익이 재배에 성공했고, 백성들에게 목화재배를 보급하고 비로소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있는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이 책은 문익점이 활동한 고려 말의 시대상황과 목화재배 과정을 풀어낸 한 편의 동화처럼 재밌게 읽힌다. 문익점과 정천익은 원나라에서 가져온 농사법 책을 보며 농사를 발전시켰고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실사구시의 선구자였다.  

나는 어려서 시골에 살았는데, 엄마가 짜던 베틀에서 내려오면 얼른 올라 앉아 제법 그럴싸하게 베를 짰다. 언니는 좀 성글게 짜서 다시 풀어야 했지만 꼼꼼한 나는 풀지 않아도 될만큼 잘 짜서 칭찬도 받았었다. 베틀의 추억과 더불어 목화를 심고 씨를 자아내던 물레를 돌리던 겨울밤도 떠오른다. 작년에 도서관 아래 철길 건널목에 보이던 목화가 반가워 찍은 사진이다. 




문익점이 가져온 목화씨를 정천익과 나누어 심었으나 문익점이 심은 씨앗은 싹이 트지 않았고, 정천익이 심은 씨앗 중 한 개만 성공했다. 달랑 한 개만 재배에 성공했지만 3년 후에는 백성들에게 보급하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목면 옷을 입게 되었으니 놀랍다. 또한 목화에서 실뽑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원나라에서 온 승려 홍원의 도움을 받아 물레를 개발하고 베틀을 만드는 등 온갖 노력을 했다. 목화로 만든 섬유를 무명이라 한 것은 문익점의 손자인 '문영'의 이름에서 유래했고, 목화 씨앗을 잣는 물레도 손자 이름인 '문래'에서 따왔다는 것으로 그들은 대를 이어 목화 보급과 섬유 개발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책 말미엔 우리 의류의 변천과 발전과정을 정리해 놓아 도움이 된다. 또한 역사의 진실과 오해가 엇갈린 부분을 추가로 설명해 놓았는데, 문익점이 붓두껍에 목화씨를 가져왔다는 것은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나무 붓두껍을 이용했을 거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보림에서 나온 전통과학시리즈 '옷감짜기'에 솜에서 옷감이 되기까지 전 과정을 12쪽에 펼쳐진 전면 그림과 더불어 자세히 알려주니까 같이 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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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06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친절한 리뷰라니! 눈에 콕콕 박혀요! 베틀이나 물레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이걸 설명해 놓은 책을 보아도 확실하게 이해되지 않는 게 아쉬워요. 베틀 짜는 순오기님이라니, 너무 근사하잖아요! 리뷰만 보면 별 다섯을 줄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었나봐요. 아무튼 정성스런 리뷰 잘 읽었어요.^^

순오기 2010-03-06 21:55   좋아요 0 | URL
하하~ 별 다섯으로 올려줄까요?
목화씨에 직접 거름을 묻혀 심었다고 나오는데, 그렇게 심었는제 우리 엄마한테 여쭤보려는데 전화를 못했어요.ㅜㅜ
물레와 베틀은 내 유년기 추억 속에 담겨 있지요.

소나무집 2010-03-0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목화 사진 보니 반갑네요.
저는 시집 올 때 친정에서 직접 심어서 키운 목화로 이불 해가지고 왔어요.
저 초등 때부터 심은 건데 목화도 따고 겨울이면 할머니랑 엄마랑 둘러앉아 씨를 빼던 기억이 나네요.
근데 서른이 넘도록 제가 시집을 안 가는 바람에 엄마한테 욕도 많이 먹은 목화솜이에요.^^

순오기 2010-03-07 20:55   좋아요 0 | URL
오호~ 직접 키운 목화솜으로 혼수이불을 해주셨군요.
서른이 넘었으면 제집을 못 찾은 목화솜이 욕 좀 먹었겠네요.ㅋㅋ

같은하늘 2010-03-1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동네의 눈꽃의 보니 여기서본 목화꽃이 생각났어요.^^

순오기 2010-03-12 06:22   좋아요 0 | URL
눈꽃과 목화솜~ 잘 어울리네요.
넓은 목화밭에 솜꽃이 피면 정말 장관이지요.^^
 

2010년 5월 17일은 권정생 선생님 3주기. 선생님은 돌아가셨어도 해마다 개정판이 나오는 듯.. 
신간 알리미 메일로 건진 반가운 소식! 
권정생 선생님의 '학교놀이'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아기늑대 세 남매, 아기 소나무'가 나왔다. 
그 외에도 한겨레에서 나온 '똑똑한 양반, 닷발 늘어져라' 도 못 봤고... 꼭 읽자 우리 동화 2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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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3-0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이렇게나 많았나요? 제가 읽은건 몇권이나 되는지 다시 세어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03-06 03:40   좋아요 0 | URL
내가 빠뜨리고 안 담은 것도 있을지도...

후애(厚愛) 2010-03-0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책은 <몽실 언니>밖에 없어요.^^;;;
<한티재 하늘>은 구매해서 본다고 했는데 기회가 없었고요.ㅜ.ㅜ
<무명저고리와 엄마> 이 책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순오기 2010-03-07 03:34   좋아요 0 | URL
몽실언니는 권정생 선생님 최고의 책이지요.
한티재 하늘과 무명저고리와 엄마는 일단 도서관에서 찾아 사보려고요.

행복희망꿈 2010-03-0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좋은책들이 참 많네요.
<엄마 까투리>는 저도 있는책이네요.

순오기 2010-03-07 03:34   좋아요 0 | URL
엄마 까투리는 도서관에서 빌려봤어요.
빌려보고 나서 사는 책도 많아요, 특히 그림책인 경우에는 더.

꿈꾸는섬 2010-03-0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선생님처럼 마음 따뜻해지는 글을 쓰고 싶어요.^^ <강아지똥> <엄마 까투리> <랑랑별 때때롱> <오소리네집 꽃밭> 그리고 문고판으로 나왔던 건데, 제목이 생각 안나요. 순오기님 올리신데 없기도 하구요. 읽고 조카를 주었더니 우리집에 없어 제목을 모르겠네요. 저도 천천히 찾아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0-03-08 01:15   좋아요 0 | URL
글쎄~ 제목이 뭘까요?
출판된지 오래된 책들은 개정판으로 나오니까 찾아보면 있을지도 모르죠.^^

희망찬샘 2010-03-14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권 읽었네요. 가지고 있으면서 못 읽은 책 3권 더 있고요. 저도 권정생 선생님 책 열심히 모으고 있어요.

순오기 2010-03-14 17:11   좋아요 0 | URL
많이 읽으셨네요. 가지고 있는 책은 이상하게 리뷰 쓰기를 미루게 돼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