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9월 기록

2010년 4월 19일부터 10월 17일까지 6개월 26주 182일 제5회 빛고을 독서 마라톤이 끝났다. 
중3 막내랑 둘이 가족 풀코스를 도전해 목표는 무난히 달성했다. 민경이는 93권 23,539쪽을 읽었다. 


84. 10월 1~2일, 나쁜 사마리아인들 

학교 논술대회의 책이라 읽었다. 그동안 말은 몇 번 들어봐서 흔쾌히 집었는데, 음.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일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경제학 관련 책이라 어려운 용어와 설명에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대충 이해는 가능한지라 읽다 그만두다 읽다 그만두다 했다. 제목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란 바로 강대국들을 뜻한다. 성경에 나온 나쁜 사마리아인들처럼 곤경에 처한 개발도상국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이들에게 장하준은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부자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마치 '선진국에 오르는 왕도'처럼 제시하고 있다니, 우습다. 먼저 보호무역으로 경쟁력을 갖춘 다음에 세계의 시장에서 자유무역을 하는 것이 맞지, 자기들도 그렇게 성장했으면서 개발도상국들이 발전하는 걸 막는다니 참 이기적이다. 만약 우리나라도 바로 자유무역을 시행했다면 아직도 텅스텐과 인조가발을 팔고 있을 것이다. 자유무역주의의 신화가 장하준에 의해 하나하나 벗겨지는 걸 보니 통쾌했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복잡져서 이 책을 제시한 학교가 원망스러워졌다. 아니면 교육청인가? 어쨌든 1학년, 2학년들에게 해당된 소설책과 달리 3학년에게는 경제학 책이라니, 너무 격차가 커서 원망스럽다. 그래도 다 읽었을 때는 후련했다. 이젠 어디가서 이런 얘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란 무엇인가, 이것들이 지금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가 정도만 알아두고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단순히 '강대국들이 자유무역의 신화를 만들어 칭송하는 것은 잘못됐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럼 어떤 경제 발전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책까지 서술해 놔서 더 좋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의 경제는 어떤 식으로 변해갈까. 마냥 놀고만 있고 정신 빼놓고 있었는데 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준 것 같다. 

 

85. 10월 3~4일, 한국인 전용복 

은은한 색깔과 광택, 반만년 이상의 지속력과 보존력을 자랑한다는 옻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가까이 가면 옻이 오르고, 가구 같은 곳에 칠한다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전용복씨의 화려한 옻과 자개작품들, 메구로가조엔에서 복원한 수도없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자 감탄이 터져나왔다. 보석처럼 반짝이면서도 장인의 열정이 들어간듯한 아름다운 작품들. 갑자기 옻칠에 대한 관심이 확 틔이는 것 같았다. 똑똑하고 집안의 희망이었던 형이 죽은 후, 아주 어려부터 장사와 고된 일을하며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했던 전용복씨. 그 후로도 수많은 시련과 고난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온갖 역격들과 부딪쳐 살아왔기 때문에 다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공부까지 해내는 전용복씨가 대단했다. 합판회사에서 일하다가 가구를 만들게 되고, 오겐의 복원을 인연으로 일본의 거대한 예술품 집합체, 메구로가조엔까지 인연을 맺게 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 2년간 메구로가조엔의 작품들을 샅샅이 연구하고 복원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이 그가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다.  

2년간 고생한 진심이 통했는지, 전용복은 수많은 일본의 장인들을 제치고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을 담당하게 된다. 흡사 설국같은 산골 마을에서 처음엔 단 7명과 함께 시작했던 작업이, 후에는 100명을 넘길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분명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었지만 일본의 어떤 장인들도 해내지 못했던 복원을 기막하게 자신만의 방법과 몸으로 부딪친 연구로 헤쳐나가는 걸 보면 하늘이 내린 칠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옻말고년 평생 붓에 묻힐 생각이 없다는 그는 자신의 직업에서 참 행복해보인다. 마늘의 선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일본의 권위 있는 대회에서 대상을 탔다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그 다음 순위로 밀려난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서가 일본에서도 크게 통하는 것 같다. 원래 우리가 전수해주었던 것인데, 지금 우리와 일본의 환경을 비교해보면 쓴웃음만이 난다. 전용복씨가 한국에서 메구로가조엔 복원같은 일을 했으면 참 좋았을테지만, 그 가치를 깨닫고 모두 보존한 일본은 대단하다. 악기에도, 가구에도, 예술품에도 넓게 쓰일 수 있는 옻칠. 우리나라에서 꽃 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86. 10월 5~6일,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아 

어머니독서회와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에 변산공동체 학교를 간다고 해서 읽었다. 1980년대,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독재 정권 하에 있었을 때 써졌던 글들이다. 대학교수에서 농사꾼으로 전직한 아버지가 딸에게, 딸이 친구 민주에게, 아버지가 민주에게 편지형식으로 보낸 글들을 다시 모아서 낸 책인데, 80년대의 글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게 씁쓸했다. 읽어 보아도 별 차이가 없어 더 그랬다. 편지글을 읽어보니 과연 철학교수와, 그런 어른을 보고 자란 딸과 그 친구답게 고등학생들인데도 그 성숙함이 마치 어른 같았다. 사회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도 그랬고, 그걸 자기식으로 표현해나가는 것도 그랬다.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입시 제도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농촌의 현실과 가난한 이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그랬다. 보고 배워야 할 점 같다. 이 책의 제목처럼 '똑같은 것보단 다 다른 것이 좋다'며 아버지처럼 친절하게 말하는데, 물론 그 말이 옳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 윤구병씨가 꿈꾸는 일터가 딸려 있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일을 하며 지내고,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상관없는 꿈의 학교! 제발 그런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래가 친구 같던 미술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면서 만든 이야기 그림이 인상 깊었다. 서로 싸우던 두 잎사귀가 잎을 모두 잃을 뻔하고, 나비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난 후 화해하고 우거진 잎을 피우게 되었다는. 고작 중학생이었을텐데 꽤 완성된 이야기라 깜짝 놀랐다. 비록 학교에서는 칭찬 받는 과목 하나 없다는 나래지만, 평범한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아이인 것 같다. 자살을 꿈꿨다는 민주를 도닥이며 위로하는 모습도 어른스러웠다. 그래도 공부 못 하던 친구의 바느질 재능을 발견하고 반 아이들 모두 깜짝 놀라며 그 아이를 달리 봤다는 걸 보면, 그 땐 참 아이들이 다 순수했던 것 같다. 남을 비웃고 무시하는 편이 많은 요즘 아이들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고, 혹시 나도 그러진 않는가 하고 조심하게 된다. 도시와 시골의 다른 점, 서양과 동양, 혹은 너의 집과 나의 집의 차이점 등. 꼭 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다는 책 제목은, 가끔 그 간단한 것을 잊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듯 하다. 

 

87. 10월 8~10일,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고즈넉한 절과 산의 모습,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와 햇살을 받아 빛나는 탁 트인 숲의 사진들이 예뻤다. 백양사의 매화꽃이 활짝 핀 매화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덕사 보화루 앞 호두나무, 만개한 옛 운교역 터 밤나무 등등.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부터 나무는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나무를 통해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알아보려는 시도가 참신했다. 단종1년에 심어진 백송나무는 그 후 역사의 흐름을 모두 지켜보며 아직까지 서울의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다. 나무는 옛날 조선시대의 왕들도,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숨 막히는 급변도, 그 후 우리나라의 현재까지 모두 봐 왔을 것이다. 나무가 보기엔 우리 모두 한 순간일 것이다. 그 짧은 순간을 아등바등 살아가려 노력하는 우리들을 보며 어떻게 생각할지. 새삼 나무가 봐온 시간과 깊이가 느껴지는 듯 했다.  

추사 김정희가 자주 찾아와 시를 읊으며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달랬다는 제주의 안덕계곡 상록수숲은 인간의 고민을 모두 품어줄 수 있을만큼 아늑하고 편안해보였다. 물론 지금이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그런 고즈넉한 풍경은 상상할 수 없지만, 추사가 살아있었을적에는 적잖은 위로가 됐으리라. 주로 당산목 위주로 지정되던 천연기념물에 서울 영휘원의 산사나무가 지정됐는데, 이런 나무들이 오히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보다 선조들의 실생활에 더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창덕궁의 향나무는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말 없이 묵묵히 서 있는 나무들이 지켜본 역사의 인물들은 과연 어땠을까? 말을 걸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역사책 속에서나 봤던 그들의 생생한 삶을 바로 앞에서 봐왔더니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보은법주사에 있는 양반나무, 정이품송은 예전에 한 번 본적이 있어서 반가웠다. 지금은 나뭇가지가 휭하니 잘라져 입간판 속에 당당했던 옛 모습을 볼 수 없는게 아쉬웠다. 양반나무가 정이품송만 있는 줄 알았더니 정부인송도 있다는 걸 알았다. 나무팔자가 상팔자다. 

초가을 백암계곡의 비자나무 숲의 모습은 그야말로 그림의 한 풍경이다. 사실 숲과 맑은 날씨라면 멋있지 않은 풍경은 없는 것 같다. 비자나무 열매가 옛날의 구충제 역할을 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만개한 매화나무와 동백나무가 마치 내 눈앞에 피어 있는 듯 생생했다. 그리고 화엄사의 올벚나무! 아름다운 꽃과는 다르게 군수물자로 이용되기 위해 심어진 나무라 하니, 군사들에게는 고마운 나무인 셈이다. 또 '세상의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세계에 도달한다'란 뜻으로 피안벚나무라 부르기도 한단다. 지금까지 기억 속에 꽃놀이를 간 적이 없어 사람들이 왜 벚꽃, 벚꽃 하는지 몰랐는데 이 사진 한장으로 알게 되었다. TV에서 본 것도 예뻤지만 바람이 불어 벚꽃이 떨어지면 정말 예쁠 것 같았다. 역사를 지켜보며, 현재까지 문화유적이나 전통사찰에 남아있는 나무들. 그리고 옛 선비들과 인물과 엮인 나무들까지. 나무는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서로 앞으로도 쭉 계속될 것이다. 

 

88. 10월 11일, 청춘의 독서 

민주화운동가, 칼럼니스트, 국회의원과 장관을 거쳐오며 유시민씨가 청년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어보며 쓰게 됐단다. 예전에 봤던 책을 시간이 흐르고 보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까? 아직은 내게 어렵게 느껴지는 책들이 많아 '죄와벌', '전환시대의 논리' 두 챕터밖에 못 봤지만, 이 책들을 통해 유시민씨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알 것 같았다.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는 늙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후 '비범한 사람들은 선한 목적을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한다. 얼핏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비범한 사람'이었던 스탈린과 히틀러의 광기 어린 결말은 어땠는가. 유시민은 이전의 유시민은 발견하지 못했던 착하고 진실한 여자, '두냐'를 발견한다. 결국 진부하지만, 그 착하고 진실한 사람들이 선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루어 내는 것 같다. 리영희씨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유시민씨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을 충격에 빠뜨렸고, 다른 책들 모두 다양한 시대와 나라의 젊은이들을 고민하게 했다고 한다. 내가 커서 이 책들을 읽으면 나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89. 10월 12~13일,  프랑스 여자처럼 

프렌치 시크. 모든 사람들이 감탄하는 이 프랑스 여자들의 특별한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비단 프랑스 여자들뿐이 아니라 프랑스 전체의 풍토나 분위기가 뭔가 특별하다는 걸 이걸 보면서 느꼈다. 인기 연예인을 길거리에서 만나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고, 혁명의 시작이 됐던 역사 등 하여튼 범상치 않은 면이 있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여기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프렌치 시크'를 보여주며 특별한 인생을 살았던 여자들이다. 가브리엘 샤넬, 프랑수아즈 사강, 시몬 드 보부아르 등의 '누가 뭐라 하면 어때? 난 내 인생을 살다 갈거야!' 이런 당당한 태도는 멋있었다. 그간 로댕의 여자로만 알고 있었던 카미유 클로델의 조각을 보면서 그녀의 예술가적 면모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단지 책에서만 살고 있던 인물이 태어나서, 숨 쉬고 먹으며 생생히 살아있었던 '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또 엠마누엘 베아르와 이자벨 아자니라는 멋있는 여배우들도 알게 되었다. 특히 배역에 완전히 몰두해 작가가 소름이 끼쳤다는 이자벨 아자니의 영화를 꼭 한번 보고 싶었다. 광기 어린 배역을 맡았을 때 그 후유증에 한동안 고생했다는 그녀는 과연 어떨지, 기대된다. 

세실리아 사르코지와 카를라 브루니가 연이어 소개되어있다는 점에서 기분이 묘했다. 한 명은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의 전부인이고, 한 명은 재혼한 부인이라니! 저자는 누구의 입장에도 서지 않은 채 그녀들의 삶을 소개한다. 단지 사르코지의 부인으로만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자의식과 존재감이 대단했던 세실리아, 그녀는 사르코지의 배반으로 당당히 그를 걷어차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고, 그 뒤를 이은 카를라 브루니는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인지해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고 그야말로 완벽한 영부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누가 더 낫다기보단 두 여인 모두에게 자신의 인생이 있고,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어쩐지 사르코지가 두 여자보다 더 못한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출생부터 결말은 천지차이였던 퐁파두르 부인과 마리 앙투아네트,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살았던 에디트 피아프, 프랑스 우아함의 상징인 카트린 드뇌브, 하이틴 스타에서 성공적으로 변신한 조니뎁의 애인 바네사 파라디, 나폴레옹의 황후 조제핀과 천재 작곡가 세르주 갱스부르와 커플이었던 제인 버킨, 그녀의 딸이자 디자이너들의 뮤즈인 샤를로트 등! 누구도 빼놓을 수 없는 정말 매혹적인 여자들이었다. 

 

90. 10월 14일, 함께 숨쉬는 생명들의 희노애락 흙 

농부들이 산에 모여 밥을 푸고 있다. 허옇게 밥길을 까는 사람도 있고, 나뭇가지 아래 조심스레 묻는 사람도 있다. 농부들이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폈다. 여태껏 제대로 된 흙을 보지 못하고 살았던 나에게, 생동감 넘치는 흙의 모습이 다가왔다. 수많은 미생물들이 살아가고, 식물, 동물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아가는 곳. 우리처럼 오염된 환경속에서가 아니라, 잔뜩 흙을 묻히고 돌아다니는 두더지는 자연스럽고 왠지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였다. 발 밑으 흙이,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와 생명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흙이 흙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도시는 그러지 못하니 안타깝다. 나중에는 자연이 남아있는 도시들이 더 많아져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랐으면 좋겠다. 프롤로그에 나온 밥길의 비밀은 맨 끝에 가서 밝혀진다. 미생물로 색색깔 물들여진 밥을 흙에 뿌리면 더없이 훌륭한 비료가 된단다. 흙에서 나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이 자연스러운 순환에 우리 인간들도 끼면 좋겠다. 

 

 

 

91. 10월 15일, 과학 시간에 사회 공부하기 

첫 이야기가 원자론이라 얼마 전에 친 과학 시험 생각도 나고 아주 미묘한 기분으로 읽었다. 얼마 전에 후련하게 헤어진 나쁜 친구를 얼마 뒤에 다른 곳에서 마주친 그런 기분. 어쨌든 돌턴의 원자설이 인정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시대의 생각이 벽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은 단순히 과학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와 분위기 등에 전반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시험 칠 때는 이런 게 왜 있나 짜증나지만, 그래도 없으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없을테니 그냥 공부나 해야겠다. 제목은 '과학 시간에 사회 공부하기'지만 보다보면 살짝 과학 쪽에 더 치중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과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MS사와 스크린쿼터 얘기로까지 발전시킨건 놀라웠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조금 위험성이 있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가져서 위험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는 감수분열과 비슷한 것 같다. 

  

 

92. 10월 16일, 15세 소년, 영화를 만나다 

영화는 참 매력적이다. 영화에는 판타지가 있고, 사랑과 우정, 꿈, 현실에선 얻을 수 없는 소소한 위안들이 있다. 더불어 현실을 조명하고 깨닫게 해주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15세 소년,소녀의 눈으로 보셔서 그런지 나도 알고 있는 영화들이 많았다. 알기만 하고 보지 않아서 문제지만. 여기 소개된 '슈퍼맨이었던 남자', '버킷 리스트', '어거스트 러쉬' '잠수종과 나비' 등은 그저 그러 뻔한 스토리인줄 알고 있었는데 보고 싶어졌다. 특히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자신이 사이보그라 생각하는 영군이 가족들이 할머니를 버린 것으로 상처를 입었고, 남의 능력을 훔칠 수 있다고 믿는 일순이 그녀의 동정심을 훔쳐서 다시 감정을 가지게 만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난 이 따뜻한 이야기가 좋았지만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는 봐야 알 것 같다. 결국 영화가 말할 수 있는 주제들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법에서 천차만별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니. 예전엔 영화를 그냥 보여지는 그대로 봤지만 이제는 좀 감독의 의도나 구성 등을 생각하며 보게 될 것 같다. 

 

93. 10월 17일 빨간모자 울음을 터뜨리다(아직 신간등록이 안 되었네요)

엄마가 가제본을 받고 한줄서평을 부탁받으셨는데 영광스럽게도 나도 한줄 서평을 남기게 되었다. 주인공 말비나는 동화 빨간모자처럼 음식바구니를 들고 할아버지 댁에 간다. 그러나 늑대인 할아버지는 그녀를 괴롭히고, 할머니는 손녀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외면한다.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을만큼 두렵고, 누군가에게 알려 도움을 받고 싶은 그녀의 절박한 심정이 내게도 느껴져 보면서 많이 울었다. 말비나가 할아버지의 성추행을 체념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아 왔을지 생각하니 더 그랬다. 그녀의 가족도, 할머니도 모두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고 넘어가려 했다. 피가 이어진 말비나의 일인데도 세상의 수군거림을 더 신경써 결국 방치하는 어른들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여기서 그녀의 구원자는 '폼쟁이'라 부르는 남자친구, 소중한 단짝친구, 할아버지 옆집의 부인, 그녀의 친언니다. 이들이 있어 말비나는 마침내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난 특히 폼쟁이가 좋았다. 경계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다가서 진심으로 그녀를 위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충격적인 소재이지만, 이게 현실이기 때문에 외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해, 다시는 말비나처럼 고통받는 아이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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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 독서마라톤 은상 수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2-22 01:37 
    2010년 4월 19일(월)~ 10월 17.일(일)까지 진행된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결과가 발표되었다.  작년 4회 대회는 개인으로 참여해 막내가 중등부 은상을 수상했고, 엄마는 수상권에 들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금상 수상자만 시상식에 참여하는데, 학교에서 잘못 알고 시상식에 참석케 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멀미하는 아이 때문에 중간에 내려 택시로 시교육청까지 갔었다. 이왕 왔으니 시상식 구경이나 하자고
 
 
마녀고양이 2010-10-20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3이 이런 책들을? 진짜 진짜? 우아...
언니,
중고등학교부터 이런 책들을 읽으면, 20대 초반에는 세상에 대한 선택 시야가 정말 넓어질듯 해요.
저는 그게 제일 아쉬워요. 참 멋진걸요......

순오기 2010-10-21 10:03   좋아요 0 | URL
흐흐~ 울 딸이 독서수준은 좀 높은 편이죠.ㅋㅋ
꾸준한 독서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으면...
 

10월이고, 여행하기에 좋은 가을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 길을 나서는 짧은 일정이라도 족하다~ 

10월엔 월.수.금요일까지 띵가띵가 노는 날이 많아서 신났다.^^
10월 1일은 오전, 오후 두 건의 회의가 있어 놀지 못했지만
4일 월요일엔 조조로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를 봤고, 6일 수요일엔 조조로 <방가방가>를 봤다.

먹.기.사는 좀 지루해서 40자평으로 대신했지만,
방가방가는 백만년 만에 영화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 청년실업, 얼굴이 밥먹여 주는 세상이 된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지만 많이들 봤으면 좋겠다. 

 
먹.기.사는 영화만 보고 책은 못 읽었는데, 영화보다 책이 정말 좋다는 분들이 많아 책도 읽고 싶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작가도 관심이 생겼고...

 

웃으며 보다가 편승엽의 '찬찬찬'에 눈물이 주르르~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에 정말 속까지 웃을 수 없는...  

 

 

 

10월은 내게 문학기행의 계절이다~ 
10월 21일(목)은 중학교 연합독서회에서 백제권으로 떠나는데, 그날은 수업이 있어 참여하지 못한다.
아이들 어릴 때 다녀와서 별로 끌리지도 않았고... 

10월 22일(금)은 고등학교 연합독서회에서 영주 부석사 떠난다.
부석사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라, 신청하라는 문자가 와서 바로 답했다. 아싸~ 신난다!!^^
2001년 이상 문학상을 받은 신경숙의 <부석사>에 묘사된 것처럼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

부석사의 당간지주 앞에서 무량수전까지 걸어 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집이 대개 산 속에 있게 마련인데 부석사는 산등성이에 있다고 했다. 개울을 건너 일주문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사과나무들이 펼쳐져 있다고. 문득 뒤돌아보면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 뒤의 능선이 펼쳐져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했다.
(부석사 15쪽)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더욱 유명한 곳,
최순우 선생의 강의도 빼놓지 않고 기억창고에 저장하고 가봐야겠다.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78쪽)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 진다.(79쪽)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2권에도 73쪽부터 99쪽까지,
사과나무밭 진입로부터 부석사의 모든 것이 자세히 나와 있다. 

 

 


10월 23일(토)은 고등학교 독서회에서 장성 필암서원과 홍길동 테마파크 및 축령산 휴양림과 영화마을로~
그래서 4권의 홍길동전을 읽었고 <허균, 최후의 19일>은 8일에 독서토론 예정이다.
아직 못 읽은 <허균 평전>과 이미지도 뜨지 않고 절판된 이이화 선생이 쓴 <허균의 생각>은 도서관에서 찾아봐야겠다.

 

  

 

 

 조선왕조실록 11 광해군 일기에 기록된 걸 보면, 허균은 이이첨에 의해 역모를 쓰고 제거된 것으로 이해된다.

부안기생 매창과는 연인이 아니라 평생 친구로 지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중학교 독서회는 변산 공동체학교를 탐방하려고 윤구병 선생님의 책을 토론도서로 정했다.
10월 13일(수) 토론모임을 하면서 날짜를 조정할 예정이다. 

 

 

 

 

 

 

 

 


마을 어머니독서회는 23일 구청 동아리 발표회가 있어 전시작품만 내고,
문학기행은 중학교나 고등학교 독서회에 얹혀 갈 생갈이다.^^


그리고 원주 토지 모임은 몇 개의 날짜에서 가능한 날을 조정중이고... 

  

내가 진짜진짜 탐나는 문학기행은 동서식품에서 진행하는 조정래 작가와 1박 2일 순천만 벌교 여행 

여기에 참여하려면 먼저 동서커피문학상에 응모하고 14명 속에 뽑혀야 하는 것~ 하늘의 별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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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학기행이 안되면, 조정래 작가와 김초혜 시인과 함께 하는 북한산 둘레기 걷기에 뽑히면 좋겠고...

 

관심있는 분들은 여기에서 댓글로 신청하면 응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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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은 나지만 목요일이라 신청도 할 수 없는 김 훈 작가와 함께 하는 남한산성 뮤지컬 관람과 뒷풀이~ 

관심 있는 분은 여기서 신청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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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10-07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나고 싶게 만드는 페이퍼에요, 언니.
어디 한 군데라도 묻어가고 싶어요.^^

순오기 2010-10-07 17:54   좋아요 0 | URL
어디 같이 묻어갈까요?
프레이야님은 동서문학상 응모 꼭 하세요~ 운 좋으면 같이 가게요. ^^

섬사이 2010-10-0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최순우 옛집 툇마루에 앉아서 그냥 멍~하니 하늘 바라보다가 오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가을 부석사도 참 좋겠군네요.
아이들과 변산공동체 학교 탐방도 부러워요.
어딘가로 떠날 생각이 많아지는 건 가을이 제대로 자릴 잡았단 뜻이겠죠?
먹.사.기는 책이 더 좋다더라,는 말씀에 영화를 포기하고 책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큰애들 시험도 끝났으니 조금 엄마가 바람 든 무처럼 실없어져도 괜찮겠지요...?^^

순오기 2010-10-07 17:46   좋아요 0 | URL
시험이 끝났군요~ 우린 오늘부터 다음 수욜까지 해야 남매가 모두 끝나요.
이틀은 하루씩 시험감독도 가야 하고...

최순우의 옛집 툇마루~ 나도 같이 멍~~ 하늘 보고 싶어요.^^
가을은 어디든 떠나야 해요~~~~~~~

전호인 2010-10-07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태양 축제를 여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황금빛태양은 아니더라도 이 가을 어디론가 마음가는 곳 발 닿는 곳으로
무념무상의 상태를 벗삼아 떠나고 싶네요.
아마도 그곳이 천국이겠죠?

순오기 2010-10-07 17:47   좋아요 0 | URL
황금빛 태양이 아니어도 가을이 반기는 곳 어디라도 좋지요~
그곳이 천국~~~~~~~ ^^

2010-10-07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7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8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0-0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가을 여행을 모두 책과 함께~ 군요?
언니의 열정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요.........

그나저나 가을이 짧게 날아가버릴거 같아요, 빨리 붙들어야겠는데. ^^

순오기 2010-10-07 17:50   좋아요 0 | URL
가을이 날아가버리지 않게 마고님이 꽉 붙잡고 있어요~~~~~`^^

라로 2010-10-07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어떻하죠?? 세실님이 청주번개 23일에 하고 싶다셨는데,,,ㅠㅠ
아니면 언제 할 수 있을까요?? 언니도 오셔야 하는뎅,,,벌써 10월도 중반으로 치닫고,,ㅠㅠ
암튼 원주모임까지,,,원주까지 평일에 다녀올 수 있을까요????
고민을 많이 해봐야 겠어요.

2010-10-07 1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7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0-07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서에서 하는 조정래 씨 문학기행이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전 지난 번 멘토링 클래스에 후기 남기면 그중에 뽑는 줄 알았더만.
14명이면 정말...근데 언니 2년전 가셨다는 그 문학기행도 알고보면 정말
천신만고 끝에 얻은 행운이었겠네요.^^

순오기 2010-10-07 17:44   좋아요 0 | URL
신규응모자 중에서 14명 뽑고,
동서문학상도 응모하고 스텔라님처럼 멘토링 클래스이신 분들 중에서 40명 뽑는다고 나와 있어요.
재작년엔 일반인 신청을 받아서 300명 뽑았어요. 문인들과 스텝까지 거의 400명 가까운 인원이었죠.
기차를 9량 전세냈고 행사비도 엄청 지출한 대단한 행사였어요.^^

stella.K 2010-10-07 18:33   좋아요 0 | URL
헉, 그랬군요. 역시 그런 기업에서 하는 행사는 빵빵하게 해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군요. 여행은 가고 싶으나 사람 많은 건 좀...ㅜ
많이 걷던가요?

순오기 2010-10-07 19:27   좋아요 0 | URL
많이 걷는지는 나도 모르지요.ㅋㅋ
일단 여행은 적당히 걸어줘야 좋지요.^^

양철나무꾼 2010-10-07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여행 떠나고 싶어요.
근데,참 부지런하기도 하셔요.
이런 귀한 정보를 다 어디서 알며,공유하기까지 하셔요?


순오기 2010-10-07 17:53   좋아요 0 | URL
가을여행~~~~~ 가자고요.^^
인터넷 세상이니 정보야 무궁무진하잖아요.
동서식품은 재작년에 문학기행에 참여했다고, 문자랑 메일이 들어와서 알았고요.^^
동서문학상 응모해보세요~

양철나무꾼 2010-10-07 22:06   좋아요 0 | URL
저 동서문학상 응모하면 순오기님이랑 가을여행 갈 수 있는 거예요?

전 근데...문학상 이쪽은 안 넘봐요.
그쪽으론 재주도 없고,
여력있으면 한 권이라도 더 읽고 가다듬고,
그래서 제대로 된 번역하는 밑천으로 삼고 싶어요.

순오기 2010-10-09 02:03   좋아요 0 | URL
하하~ 나도 동서문학상 응모한다고 장담하지 못해요.
그저 조정래샘과 떠나는 여행에 동참하고 싶다는 거죠.^^

꿈꾸는섬 2010-10-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주 부석사..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이에요. 요즘 가면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겠네요.
북한산 둘레길 걷기도 참 좋겠고, 남한산성 뮤지컬도 좋겠지만 그 어느것도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ㅠㅠ

순오기 2010-10-09 14:45   좋아요 0 | URL
그렇게 멋진 부석사를 가게 됐으니 횡재했지요.^^
북한산 둘레길, 남한산성 뮤지컬~ 그림의 떡인가요...
 
중3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6월 기록

10월 17일이면 광주시교육청 주최 6개월의 독서마라톤이 끝난다.
이번엔 개인코스가 아니고 엄마와 둘이 가족 풀코스(42.195쪽)로 참여해서 공동운명체다.^^ 

7월엔 17권을 읽었고, 마라톤 기간이 끝나면 볼 수 없는 기록이라 길어도 다 옮겨둔다.   

 

40. 7월 1일, 콩 하나면 되겠니? 

드디어 기말시험이 끝났다. 시험으로 빵빵했던 머리를 식히기엔 가벼운 동화읽기가 그만이다. 매일 복잡하고 긴 책들만 읽다보니 저학년 도서답게 훈훈하고 귀여운 동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맨 처음에 아이들이 은이에게 '콩깍지'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두부장사 한다고 왕따라도 시키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냥 같이 놀자고 부르는 것 뿐이었다. 은이도 두부장사 하는 할머니가 부끄러운 기색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도와드리는 걸 기쁨으로 삼고 있으니 이렇게 행복한 설정도 오랜만에 보는지라 살짝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두부를 갈면서도 개미들에게 콩을 한 알 한 알 나눠주시는 할머니, 그런 다정한 할머니가 지네에게 물리고 난 후 기운을 잃고 시름시름 앓아 누우신다. 그런 할머니가 걱정된 은이는 벽에 난 구멍을 따라 개미들의 세상을 만나고, 평소 도와주었던 개미와 함께 나쁜 지네를 물리치고 할머니 기운을 되찾아올 작전을 짠다. 여기서 이 행복한 동화의 절정이 드러나는데, 악당역할인 지네마저도 사실은 할머니가 개미들에게만 콩을 주니까 질투가 나서 그랬던 것이었다. 결국 지네와도 사이좋게 화해를 하고, 개미들에게 준 콩 한 알이 콩 백 알씩으로 돌아와 행복하게 마무리된다. 

 

41. 7월 2~3일, 중국 읽어주는 남자 

 과거의 중국, 현재의 중국, 미래의 중국에 대해 인문학적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제목처럼 중국에 대해 설명을 잘 해줘서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다. 중국은 분명 우리보다 엄청 넓고 인구도 많다. 우리나라만한 면적과 인구가 중국의 저장성 하나에 다 들어가는 셈이니, 새삼 그 크기를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들은 우리가 넓다고 느끼는 거리를 하루만에 왕복하면서도 별로 피곤해 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항상 주변에서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라는 말을 들어서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가 궁금했는데, 직접 들여다본 중국은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약간 불안한 땅인 것 같다. 정치에 관심이 없고, 과거를 별로 뒤돌아보려 하지 않는 중국 젊은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세뇌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공산당을 칭찬하는 교과서만을 배워오면서, 창의적인 생각이나 의심을 품을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비록 공산당을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지닌 기득권이나, 중국의 분열이 두려워 그걸 지지하고 만다. 이런 생각들을 바꿀 때 중국은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초강대국이 될 지도 모르는 중국. 불과 몇 십년전만 해도 낙후된 환경이라 무시했던 중국인데 이젠 그러지 못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상승하고 있다. '선전'이라는 조그만 어촌을 불과 30년만에 인구 1200만 명의 도시로 변화시킨 중국. 중국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피어 오른다. 중국인의 정체성은 '상인'이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중국인과 돈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다. 그런만큼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에도 많이 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기서 보면 중국인은 이기주의와 무관심이 심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살짝 우리의 민족적 우월감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책 전체의 분위기를 보면 그건 아닌 듯 하다. 하긴 우리 나라도 빨리빨리 기질에 서서히 이기주의에 물들어가고 있으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 어쨌든 과거의 강대국에서 변화의 시기를 놓친 낙후국으로, 이제 다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중국. 중국이 어떻게 변할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다.

  

42. 7월 3~5일,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시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내게 시란 각 행과 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서 이것은 어떤 의도고, 사용된 표현방식은 무엇이고, 운율은 무엇인지 암기해야만 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시를 가르치는 교육방법에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오호 통재라, 나는 그저 한 명의 학생일 뿐이라 시험에 나온다 하면 그 해부된 시를 억지로 암기해야 했다. 책의 앞머리에서 황인원씨가 이런 우리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줘서 기뻤다. 앞으로의 사회에 중요하게 될 창의성, 시에서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게 나를 기대하게 했다. 첫 시작은 '관찰'이었다. 사람은 똑같은 걸 보고 있어도, 서로 보이는 건 다르다. 이 관점의 차이를 잘 찾아서 세밀한 관찰을 해야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가시나무와 이슬을 표현한 시에서도, 관점을 이슬에 두느냐 나무에 두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시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사물이나 현상을 그대로 보기만 해서는 변하는 게 없다, 뭐든지 '왜?'하고 생각해보고, 재해석하고 단순화해서 요리조리 들여다봐야 보인다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왜 유명CEO들이 시를 읽는지 알겠다. 

사람이 감동하면 인체에 '베타 엔돌핀'이 생선된다고 한다. 체내 암세포를 죽이고 ,인체의 젊음을 유지시켜주는 이 호르몬은 남자보다 더 감탄을 많이하는 여자에게 많단다. 그래서 여자들의 수명이 더 긴 걸까? 감탄은 수명을 길게 해 주고, 아이같은 동심을 유지하게 해 준다. 70살이 넘은 노시인이 '비누가 나를 씻는것만 아니라 나도 비누를 씻어주고 있었다'는 걸 알아채고 기뻐할 수 있게 해 주는 동심. 정진규 시인의 '비누'라는 시를 보고서야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나도 비누를 씻어주고 있던 것이었다. 어쩌면 시인들이야말로 가장 아이들의 감성과 가까운 동심과 호기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살아있는 시를 읽으면 머리가 깨끗해지고 괜히 흐뭇해진다. 책은 간간히 상상력과 창의성 있는 사물의 사진을 실어 놓았는데, 그 중 신기했던 건 옆으로 벌어져서 수납 공간이 더 넓어지는 책장과 자기가 높이를 맞춰 조립할 수 있는 책장이었다. 언뜻 보면 별 거 아니겠지만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이 아닌가. 이런 것들이 시와 경영의 합작으로 일궈진 창의적인 아이디어 일것이다. 

 

43. 7월 6~7일, 감성지식의 탄생 

지식채널e는 유명한 코너다. 5분의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에게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해주고, 그 안에 깨달음을 일깨워주는 코너라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종종 시청각 자료로 많이 보여주시곤 했었다. 처음부터 지식채널e가 '지식채널e'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큐멘터리의 축약'정도의 역할이었던 프로그램이 피디와 작가들의 고민과 노력으로 점점 스스로 진화해나가는 걸 보니 감명깊었다. 지식채널e의 첫 방송인 '1초'는 딱 '필'이 오는 문장을 정해서 만들어졌고, 그게 곧 지식채널e의 스타일이 되었다. 자막이 위주가 되는 이런 진행 스타일은 생각해보면 e가 먼저였던 것 같다. 그만큼 참신하고, 또 색다른 연출방식으로 재미도 있었다. 책에 실제 방송의 캡쳐사진들도 실렸는데 그 표현방식이 너무 멋진 것 같다. 똑같은 자막이라도 단락을 나누고, 효과를 다르게 하면 또 다른 게 느껴졌다. 그만큼 참신한 방송이었으니, 지식채널e의 첫 시작은 '다르게 보는 것'이 중심이 되었던 것 같다.

분노에서 문제의식으로, 소재의 다양화로, 소재에서 아이템으로. 이런 과정들을 거쳐 지식채널e를 지금의 지식채널e로 만든 것이다. 유달리 '소외'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 김진혁 피디를 보고, 이런 소외된 사람들을 위하고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는 토론 동아리 언니가 생각났다. 김진혁 피디 말 중에서 특히 공감되는 건, 소외된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냥 불쌍한 대상, 동정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말아야겠다는 거다. 김피디는 자기 작품에 대한 욕심도 많아서, 드라마 장르에도 손을 대 봤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것들은 좀 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확실히 '드라마'라는 건 인간의 관심을 많이 끄는 것 같다. 내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우주선 이야기였다. 10년 동안 허공에 가만히 떠 있던 우주선, 사람들은 곧 적응했으나 사실 10년동안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들에게 '인간을 떠나라'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인간에게는 '스스로를 구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인간 몸에 있는 조그마한 미생물들이 떠나면 살아날 수 없는 인간, 과연 미생물들은 떠날까? 언제나 겸손해야 할 일이다. 

 

44. 7월 8일, 음악 또라이들 

요즘들어 음악에 관심이 생겨 빌려왔는데, 그저 그런 에세이일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생각외로 감동을 주었다. 말로, 현진영, 신대철, 남경주, 박미경 등 지금 내가 봤을 때 아는 사람들은 3명밖에 없어도, 다들 한 번씩 정상에 섰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인생 얘기에 삶의 고난과 경험이 묻어나온 듯 했다. 뭔가에 성공한 사람들은 그것에 미쳐야 하는 것 같다. 대개 그들의 얘기를 봐 보면 학창시절에 어떤 악기나 노래를 듣고 딱! 감이 왔다고 한다. 나도 그런 게 부럽다. 나도 내가 미칠만한 것을 찾을 수 있을지. 어쨌든 그렇게 음악에 빠지게 되고, 스스로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다니는 그들이 멋있었다. 특히 김태원은 예능 프로에서 자주 보는지라 그냥 웃긴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너무나 진지하고 음악인으로서 자기 신념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스운 줄만 알았던 그가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인기와 관심이 떨어지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의 방향이 달라 갈등을 겪었던 점들을 보면서 놀라웠다. 또 어린 나이부터 외삼촌의 사무실에서 홀로 작곡하는 법을 배우고 프로 작곡가로 시작했던 윤일상도 대단했다. 

음악이란,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게 무엇이든 그냥 자기 느낌대로, 마음대로 표현하면 그게 음악이 되는 것 같다. 재즈음악을 하시는 '말로'라는 여가수분은 내가 잘 모르는 분이었다. 하지만 재즈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많이 찾아다니는 말로를 보면서 '아, 이런 음악도 있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재즈에 푹 빠져 찾아다니는 걸 보니 나조차도 흘러나오는 재즈가 상상됐다. 인순이와 함께 불렀던 '친구여'로 알고 있던 조피디 또한 미국에서 이리저리 방황했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약으로 두 번이나 구치소에 가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현진영. 인생에는 참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힘든 일을 잘 이겨내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지금 음악시장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해서, 선호도가 좋은 직업들을 찾아 다니면 자신의 꿈이나 인생의 목표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성공만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경험들과 실패를 겪어 봐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그게 잘 녹아 있었다. 

 

45. 7월 10일, 통일이 좋아요  

요즈음, 모든 국민들을 식은땀 흘리게 만들었던 대형 사건들이 일어났다. 북한 핵 실험과, 천안함 사건이 바로 그것. 이것말고도 서해안 교전이라던가 금강산에서 시체가 발견 된 등등, 요즘들어 북한과 우리 사이의 관계는 불안불안 한 것 같다. 북한 핵실험이 알려졌을 때 신문에 연일 커다란 글씨로 '북한' '핵' '전쟁' 등의 글자가 나올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게 아닌지 하고. 우리반 아이는 새벽 2시에 전쟁이 일어난대서 그 때까지 깨어 있었단다. 천안함 사건은 개인적으로 북한의 소행이라 믿진 않지만, 사람들이 하도 그 쪽으로 확정(혹은 조작)짓는지라 그냥 그렇다고 하겠다. 어쨌든 북한과도 불편한 관계가 된 건 사실이니 말이다. 사실 이 두 사건들이 내게 분단국가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는 시초가 되었다. 그 동안은 관심두지 않고, 다른 나라 일처럼 생각했던 북한과 우리나라. '종전'이 아니라 '휴전'협정의 무서움에 대해서도 알았다. 시기적절하게 이 책을 읽은 셈이다. 살짝 초딩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통일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잡는데는 훌륭한 역할을 했다. 

 

46. 7월 11일, 명탐정, 세계기록 유산을 구하라! 

제13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이다. 그렇지만 창비에겐 미안하게도 보는 내내 실소를 감출 수 없었다. 아무리 저학년에게 우리의 문화와 기록유산들을 친절하고 어렵지 않게 알려주려는 목적이라지만, 이야기 구성이 너무 허술하다. 우선 역사신문 데이터가 도둑맞아 기록박물관의 개관식이 늦춰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찾아간 어린이 두 명을 탐정이랍시고 맞아주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게다가 꼬마들이 할 수 있는 신문기사 쓰기라면 그냥 처음부터 기사를 썼으면 안 되나? 이건 뭐 노박사님과 함께 하는 어린이 방학 숙제도 아니고, 너무 의도가 빤히 보여서 헛웃음만 났다. 게다가 김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어머니의 병환으로 돌아갔다니. 완전히 나 의심해달라고 떠들고 다니는 격 아닌가.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게 역사를 알려준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좀 더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 방법은 없었는지 안타까웠다.
하지만 유네스코에 등록된 우리의 자랑스런 기록문화유산 일곱 가지-직지심체요절, 팔만대장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훈민정음, 조선왕실의궤, 동의보감-을 알 수 있어 좋았다. 

 

 

47. 7월 12~13일, 마법의 미술관 다빈치의 암호를 풀어라!

구성이 재미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는 가운데를 잘라서 그 안 속지에 있는 모나리자 그림이 나오게 하고, 뒷면에 거울과 수수께끼 책을 달아놔서 책을 읽으면서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게 한다. 친구들과 함께 미술관 견학을 갔다가, 악당 남녀에게 위협받는 미술관 관장을 보고 똑똑한 개 파블로와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는 전개다. 미술관에 사는 개 답게 물감을 묻히고 다니는 개는, 파블로 피카소를 따서 이름을 붙인 것 같았다. 어쨌든 평범한 공간 미술관에서 그림의 눈을 마주쳐 그 화가의 시대로 들어간다는 마술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연필로 그려진 삽화가 나도 같이 여행하고 있는 듯 생동감 있었다. 수수께끼의 답을 원통형 상자에 차례차례 입력하면 그 안에 든 비밀이 밝혀진다. 이걸 보고 '다빈치 코드'에서 봤던 다빈치의 기계가 떠올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정말 진정한 천재였던 것 같다. 악기 연주도 하고, 무기와 시대를 앞서간 발명품, 그리고 뛰어난 그림까지. 다빈치가 키우던 아이 살라이는 말썽쟁이였지만, 매력적인 장난꾸러기였다. 어찌나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지 앞으로도 중요한 일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마법의 미술관의 마술은 그림과 눈을 맞추면 그 시대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었다. 2층에는 살아 있는 그림들의 방이 있어서, 마침내 네 번째 수수께끼를 풀 수 있었다. 과거로 가는 빨간 나침반과 현재로 돌아오는 파란 나침반을 보고, 작가님이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빈치는 '암굴의 성모'를 보여주면서 원근감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즉 검은색과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만 사용한다는 것도 재미있지 않소? 화가는 이 색만으로도 다른 모든 색을 만들 수 있소." 이 말이 화가라는 직업에 대한 매력을 알려줬다. 살라이, 다빈치와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나갈 무렵 하나의 반전이 일어난다. 바로 말파토 박사에게 살라이가 돈을 받고 암호에 대해 말해 준 것!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더니, 진짜 하기는 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말파토 박사와 바르트 부인의 음모를 제지하고, 수수께끼를 훌륭히 풀어서 원통형 상자에 들어 있는 다빈치의 붓을 발견했으니 해피 엔딩이었다. 구성이 귀여운, 재미있는 책이었다.

 

48. 7월 14~15일, 권인숙 선생님의 양성평등 이야기 

엄마가 독서회 토론도서인데 술술 잘 읽힌다고 권해준 책이다. 예전에 6월 항쟁을 다룬 100도씨라는 만화책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권양 사건이 나온 적이 있었다. 그 사건의 '권양'이 이 책의 저자이신 권인숙 선생님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라고, 관심 가지게 되었다. 무슨 일에도 꺾이지 않고 이렇게 남들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시는 걸 보고 왠지 모를 감동이 들었다. 이런 엄마를 둔 선이는 참 바르게 자랄 수 있을 것 같다.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다,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사회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 아직도 사회 구석구석, 그리고 암암리에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양성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추석에도 우리 집은 외가에 가지 않고 친가만 갔다. 외가 사람들은 모임이 있어 일 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보긴 하지만, 명절에 외가를 들른 적은 한 번도 없다. 왜 아빠의 가족들만 봐야 하는 걸까? 이것도 하나의 남녀불평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외가와 친가 모두 들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내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게 양가 모두 들르도록 노력해야겠다. 

'우리 사회는 가족과 관련된 문제를 엄마의 희생으로 해결하려 했다.'라는 문장이 공감됐다. 나도 가끔 '엄마면서 왜 그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엄마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여자라는 사실은 잊어버리고 말이다. 그 밖에도 살을 빼려는 여성들의 다이어트 욕심 아래에 있는 마른 여자들을 찬양하는 사회의 분위기, 예뻐지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성형수술을 생각하는 일 등에 대해 고민하고 서술하고 있었다. 예쁘고 마른 여자만을 최고라고 생각하고, 닮으려고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알면서도 다들 조금 더 말라 보이려 하고, 조금 더 예뻐 보이려 한다. 사실 나부터가 살이 더 빠졌으면 싶다. 또 여자 연예인들이 TV에 나오기 위해 성상납을 하고,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면 그 여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등 사회 전체에 여성을 성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만연하다. 갈수록 사회는 흉악해지고, 심심치 않게 성폭력 사건이 뉴스에 나오는 시대다.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내가 조심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여자라는 것 때문에? 제발 그러지 않기를, 모두 다 평등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아 줬으면 싶다. 

 

49. 7월 16~18일, 지식e 4 

지식채널e 도 벌써 4권이 넘었다. 새삼 참 성공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자체도 사랑을 많이 받아서 장수하고 있고, 이렇게 책으로도 만들어질 지경이니 말이다. 생각할 게 많은 프로그램이다. 첫 번째는 국왕을 조롱한 댓가로 기소당한 화가 샤를 필리봉의 이야기였다. 요즘으로 치면 신문사 만평에 해당하는, 은근히 비꼬는 그림. 국왕의 얼굴을 '얼간이'라는 뜻도 되는 배 그림으로 바꿔 그린 그는 자신이 고소당한 법정에서 얼뜻 궤변으로 보이는 발언으로 자신을 변호한다. 힘을 주어 강하게 나가지 않아도, 은근하게 비판하는 그런 것들이 보였다. '그걸 바꿔봐'는 개의 목줄을 조금 늘려주는 것만으로도 많은것이 바뀐다는, 나비효과를 다룬 귀여운 동영사이었다.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본거라서 더 정겨웠다. 페터스 지도를 보면서는 우리가 진실로 믿고 있던 것중에서도 다른 진실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실이 담겨 있어야 할 지도가 사람의 이익이 섞이니 바뀌는 게 좀 씁쓸했다. 앞으로는 페터스 지도를 봐야겠다. 

재작년에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소록도에 간 적이 있었다. 한센인들을 보지는 못했지만 옛날 많은 억압을 당했던 건물이나, 부모자식이 헤어져야만 했던 장소들을 돌아보고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 국어시간에 배웠던 시 중에서 한센인 시인이 길을 걸어갈때마다 발가락, 손가락이 떨어지는 소록도 가는 여정을 표현했던 게 떠올랐다. 뉴딜을 보면서 얼마전에 있었던 전 세계의 경제위기가 떠올랐다. 돈이 돈을 낳는 현대의 연금술에서, 간과한 것이 있다면 위험을 너무 많이 나눠 누구에게, 얼마만한 위험이 있는지도 몰랐던 것이었다. 계속될 줄 알았던 경제성장은 뚝 떨어졌고 우리나라에도 닥쳐와 극복을 해 냈다고 믿는. 정말 극복이 된 것 같진 않아 불안하긴 하지만 말이다. 

개인이 세상을 보는 틀, FRAME을 통해 내용이나 본질과는 무관하게 왜곡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중에도 관점의 차이로 인해 왜곡된 것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중산층이 우리나라의 서민층과 같은 생활을 한다는, 아리송한 얘기가 다음에 올라왔다. 그게 정말인지는 몰라도, 감자굴 상학이의 얘기를 보면 북한의 빈민층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목숨이 위험할 줄 알면서도 친구들을 위해, 굶어죽지 않기 위해 독소가 가득 찬 감자굴로 들어간 상학이. 친구들은 며칠이 지나서야 양손에 감자를 꼭 쥐고 있는 상학이를 꺼내 줄 수 있었다. 북한의 고위층들은 분명 외국의 어느 부자들 못지 않게 잘 살 것이다. 모든 인민이 평등한 공산주의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먹고 살기 위해 거리로 나간 꽃제비 아이들의 고충이 느껴졌다. 모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지식채널e는 모르는 것들을 알게 해주고, 보고도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각성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 준다. 

 

50. 7월 19~20일, 봄봄 동백꽃 

한글타자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는 매뉴얼로 나오고, 우리 국어교과서에도 실려 친숙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봄봄은 좋게 말하면 착하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주인공과 장인, 딸인 점순이의 관계가 중심이다. '나'는 집에서 몇 년간 머슴으로 일하면 딸을 데려가게 해 주겠다는 장인의 말만 믿고 우직하게 일을 해 왔지만, 시간이 지나도 도통 혼례를 시켜줄 생각을 안 하는 장인에게 화가 난다. 주인공은 되게 욕심 없는 사람 같다. 점순이를 보며, 못생긴 참외처럼 툽툽하고 짜리몽땅한, 자기에게 꼭 어울리는 신부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자기 분수를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듯 싶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 이런 생각이 없는 것이다.ㅎㅎ 반면 장인은 소처럼 일하는 '나'를 좀 더 부려먹기 위해 이리 뺀질 저리 뺀질 자꾸만 혼례를 미룬다. 그래도 간교하고 사악한 정도가 아니라 치사하고 살짝 쪼잔한, 그런 귀여운 수준의 마음이다. 점순이는 언뜻 '나'를 응원하는 듯 싶었으나 막상 싸움이 붙자 자신의 아버지 편을 든다. 여자의 마음은 알다가도 모른댔더니, 영문도 모르면서 야단을 맞은 주인공이 귀엽기도 하고, 점순이 마음도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동백꽃이랑 봄봄이랑 살짝 헷갈렸었다. 봄봄도 그렇고, 동백꽃도 그렇고. 아기자기하고 풋풋한(?) 소설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마을에서 점순네의 땅을 얻어 소작하는 집의 아들이다. 그래서 함부로 점순이에게 대들 수도 없건만, 사사건건 점순이는 자신에게 시비를 걸어온다. 자기 집 수탉과 남의 집 수탉을 시도 때도 없이 시비를 붙여 놔 기도 못 펴게 만든다. '나'는 왜 그런지 몰라 답답해 했지만 내가 보기엔 용기 내서 건넨 감자를 무시한 점순이의 귀여운 투정이다ㅋㅋ. '느네 집엔 이거 없지?'라는 말 속에 숨겨진 점순이의 호의를 잡아내지 못한 걸 보니, 주인공은 아무래도 연애 쑥맥인 듯 싶다. 그러나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에서, 마침내 역사는 이루어지고 두 주인공이 그렇게 꽃 속으로 엎어진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꽃 향기만이 아찔하게 남아 있었을 뿐이니 참 뒤를 궁금증 가득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끝낸 것 같다. 

 

51. 7월 21~22일, 미실 

신라의 당당한 여장부, 미실의 생애를 다룬 소설을 읽게 되었다. 작년에 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을 생각하고 읽은 건데, 음, 뭔가... 전체적으로 좀 난감했다. 국사 선생님으로부터 신라나 옛날 왕국들은 자유롭고 당당하게 성을 즐겼다면서 '거시기'한 내용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 과연 그랬다. 상관을 색으로 모시는 게 임무인 '색공지신'이라는 것도 있고,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다보니 아이를 낳아서도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성을 비밀스럽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보지 않는 모습에 처음에는 놀랬다가 나중에는 그냥 많이 익숙해져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왕과 그 일족에게 몸을 바쳐 색으로써 모셨던 '대원신통'의 혈통으로 태어난 미실은 곧 태종의 아들 세종전군의 비가 된다. 첫 만남부터 그녀에게 빠졌던 세종은 그야말로 그녀밖에 모르는 미실바라기가 되는데, 소년의 사랑이 어찌나 풋풋하던지 보는 내가 괜히 흐뭇했다. 그러나 사도황후를 내쫓으려는 지소태후에게서 사도를 지켰다가 그녀의 분노에 궁 밖으로 쫓겨나고 만다. 쫓겨나는 미실이 '나는 무엇이기에 이토록 처참한 몰골로 버림받아 내쳐져야 하는가'라는 부분이 가슴 아팠다. 

궁에서 쫓겨난 미실은 마음을 다잡고 아름다운 화랑 소년인 사다함을 사랑하게 되니, 바야흐로 소녀 시절에서 벗어나 그녀의 화려한 남성편력이 막 시작된 것이다. 이 이후로 미실은 정말 지치지도 않게 동륜태자, 진흥제, 세종전군, 설원 등과 함께 사랑을 나누고 그것으로 권력을 휘어잡는다. 진짜 보는 내가 질릴 정도로 어찌나 정력적으로 사랑하는지, 신라의 팜므파탈이 따로 없었다. 그러나 가장 사랑했던 것은 오직 사다함뿐이었다. 그때만큼은 정말 순수하게 그를 사랑하는 모습이 여느 소녀와 같아 귀여웠다. 사다함이 전쟁에 출정하고 혼인할 계획을 세우다가 그녀를 잊지 못한 세종전군에 의해 다시 궁에 입궁하게 되니, 그녀의 의지 없이 휘둘리니 어쩌면 그게 미실을 권력에 집착하게 한 배경일 것이다. 하나같이 잘나고 빼어난 남자들이었으나, 미실에게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보니 사랑의 힘이란게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타고난 감으로 그걸 휘둘러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듯,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는 미실의 대단함도. 후에 미실은 사다함의 동생인 설원만 데리고 절에 들어간다. 설원을 먼저 보내고 미실도 고요히 숨을 거둔다. 참 한평생 열정적으로 살았던 여인이다. 

 

52. 7월 23~24일, 미식견문록 

 저자인 요네하라 마리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직업에 의해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느라 친구를 사귈 기회를 놓쳤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렇게 어릴 때 외국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그녀가 부러웠다. 난 아직까지 외국 여행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외국어도 배우고, 사고방식도 개방적이게 되고,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들도 먹고. 러시아어 통역사인만큼 러시아 음식이 맨 처음으로 소개가 됐는데, '여행자의 아침식사'나 '토마토에 삶은 다시마' 같은 독특한 통조림들이었다. 촌스럽지만 소박하고 무뚝뚝한, 러시아만의 풍미가 담긴 통조림들이어서 나도 한 번 먹어보고 싶었다. 러시아인들이 이 맛없는 통조림을 풍자하기 위해 우스갯소리까지 만들어냈다니, 어찌보면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그 중에서 내가 가장 반했던 음식은 할바! '터키꿀엿'이라는 이름부터, 그녀가 어린 시절 친구에게서 처음 맛 봐 조그만 스푼 한 숟갈로 조심스럽게 맛 본 장면이 눈 앞에 상상되서, 진짜 궁금했다. 세상에 다시 없을 맛이라는데, 어른이 되면 나도 먹어보고 싶다. 또 그녀가 소련의 학교에 다닐 때 하루 6끼를 먹었던 점을 회상할 때는 신기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안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거다. 나도 하이디가 마시는 염소젖을 보고 한 번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요네하라 마리 또한 그 생각을 했단다. 그래서 처음 염소젖을 먹게 됐을때 어떤 맛인지 잔뜩 기대하고 먹었는데, 시큼털털, 비릿하고 암내가 나서 그 후로 한 입도 못 먹었다는 걸 봤을때 나조차도 실망하고 말았다. 안타깝다. 하이디 말고도 내가 읽은 책에서 나온 요리가 나왔는데, 바로 '꼬마 깜둥이 삼보'에서 나온 핫케이크! 솔직히 이건 보자마자 굉장히 반가웠다. 아주 어렸을 때 본거라 나도 희미하게 기억났는데, 이 책을 보고 도로 기억이 났다. 그녀가 같은 책을 봤다고 느끼니까 반가웠다. 삼보가 호랑이들에게 쫓겨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호랑이들이 빙빙 돌다가 점점 빨라져 녹아 버터가 되서 삼보는 그걸로 핫케이크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다...라는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지 잔인한 이야기지만 그 때는 그 핫케이크가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그러나 핫케이크인 줄 알았던 그것은, '기이'라는 버터가 들어간 인도의 '난'인 셈이라는 새로운 지식도 알았다. 음식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새삼 알겠다. 음식은 대단하다! 

 

53. 7월 25~26일, 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풀도감 

도시에서 자란 나는 솔직히 풀꽃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책에 나왔던 거 몇 종과 엄마한테 들은 거 몇 가지 뿐이다. 그래서 항상 시골에서 어머니나 다른 분들이 '어머~ 저거 ㅇㅇ잖아? 앗, 여기는 xx가 있네!' 이런 대화를 나누시는게 신기했다. 눈에 식물을 알아보는 센서라도 장착하신 것 같았다. 우리 나라 사람으로서 우리의 산천에 나는 식물을 알아야지 않겠나 싶어 큰 맘 먹고 읽었다. 결과는 꽤 만족이었다. 세밀화로 그린 만큼 사진 보듯 정확하고 예쁜 그림들이었다. 설명도 자세했다. 무슨 계절에 나는지, 우리 삶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어디서 나는지 등등. 강아지풀을 서양에서는 여우꼬리, 중국에서 구미초, 남미초라고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왠지 강아지풀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것 같아서 뭔가 기분이 묘했다. 초등학교 전 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들을 소개했다고 하니까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분들께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꼭 책 리뷰를 올리는 엄마를 닮아가는 느낌이다. 

까마중이 왜 까마중인가 했더니 말 그대로 '까만 중 머리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보고 한동안 웃었다. 괭이밥도 이름 그대로 고양이가 잘 먹는 풀이라 그런 이름이 붙었고, 애기똥풀도 줄기에서 나오는 노란 물이 애기 똥을 닮아서 이름이 붙었다. 알고 보면 이름마다 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내가 잡초라고 무심히 넘겨왔던 풀들에게 미안해졌다.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데, 한낱 풀이라고 무시하고 넘길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름과 설명이 한자어를 안 쓰고 순수 우리말이 많아서 더 예뻤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를 만들고 더러워진 물을 정화시키며, 약재와 식용으로 쓰이는 등 풀이 하는 일은 참 많았다. 앞으로는 하찮아 보이는 풀일지라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겠다. 

 

54. 7월 27~28일, 프라하의 소녀시대 

미식견문록을 쓴 요네하라 마리의 과거가 드러난 책이다. 부모님을 따라 여기저기 해외로 이동하는 일이 많아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도 많이 사귀는데, 그게 부럽다고 느껴졌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제목 그대로 프라하에서 사귄 친구 3명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때 당시 동유럽의 상황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해 준다. 어릴 적 아버지가 공산당 간부라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공산당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낯설었다. 그러나 소련, 중국을 벗어난 다른 나라의 공산당은 어땠는지도 궁금했다. 게다가 어린 소녀들의 눈에 비치는 것이었으니, 어른들과는 다른 시점일 거라고 느꼈다. 당당한 소녀였던 리차는 자신이 태어난 그리스의 파란 하늘을 아주 자랑스러워 한다. 정작 자신은 한 번도 본적이 없음에도, '쨍 하고 깨질듯한 하늘'이라며 눈을 빛냈던 리차는 내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누구든 외국에 나가면 애국심이 생긴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보다.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았던 리차는 커서도 존경받는 의사로 살면서도, 노동자 남편과 결혼해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예쁘장한 얼굴에, 조금 통통한 몸을 이끌고 열렬하게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아냐. 본인은 우스울 정도로 공산주의를 찬미하고 신봉하는데, 정작 마리가 놀러가서 본 집은 대 저택에다가 가재도구 모두 호화로운 것들 뿐이었다. 입으로는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같은 동지들이다 하면서 정작 자기들이 가진 특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들. 누릴 건 다 누리면서 기분 좋게 사상까지 옹호하는 건 더 배신감이 들고, 비열하다. 안타까운 건 아냐가 스스로 그게 뭐가 문제인지 몰랐다는 거다. 다른 세상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이것이 옳고, 전부인 줄 아는 아냐. 어릴 때는 그렇게 고국 루마니아를 좋아하고 러시아어도 잘하더니, 커서는 영국인 남편을 따라 영국에서 살면서 어릴 적의 언어와 루마니아에 대한 애국심을 홀라당 버린 걸 생각하니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어릴 적에 친구들에게 하던 거짓말처럼, 그녀의 삶도 결국 새빨간 거짓이었다. 반면 야스나는 마리여사에게 가장 마음이 아프고, 애틋한 친구인 듯 싶다. 강직하고 바른 품행을 가지면서도, 엽서 한 장에 어쩔 줄 몰라하며 고마워했던. 그녀가 좋아하고 아꼈던 '하얀 도시'가 폭격기 조종사들에 의해 초토화 된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55. 7월 29~30일,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그 동안 교과서에 짤막하거나 간략하게 간추려진 홍길동 이야기만 알고 지내다가, 약 30종의 이본들을 종합한 완전판(?)을 읽게 되었다. 제목이 '춤추는 소매~' 여서 홍길동전이 아닌 줄 알았다가 첫 장 보고 깨달았다. '청학과 백학, 비취새와 공작새가 봄빛을 자랑하'는 풍경이 대감의 태몽에 나왔다고 했다. 새삼 우리 고전의 문장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해하려는 자객들과 매수받은 무녀를 죽이고 집을 나선 길동은 곧 도적단의 두목이 되어 활빈당이라 이름짓고 의적이 된다. 지금 보면 빤한 스토리지만, 그 때 당시에는 굉장히 인기를 끌 만큼 매력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천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신비한 도술을 부리며 고위 관료들과 나라를 손에 쥐고 흔드는 길동, 게다가 마침내는 벼슬까지 얻고 섬에 들어가 나라를 세워 왕이 되니 전무후무한 모험담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에 홍길동이나 그 때 당시의 백성들의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자료를 꾸며놓아 더 유익했었다. 

임금은 길동의 형 길현에게 명을 내려 그를 잡아오라고 하는데, 솔직히 길현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을 것 같다. 동생 하나 잘못 두어 도적단의 두목이 되었는데다가 아버지는 충격으로 병을 얻으시고, 임금에게도 화를 샀으니 말이다. 내가 길현이었다면 상당히 짜증났을 것이다. 그러나 착한 길현은 부임지에 길동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글을 써 방방곡곡 붙였고, 찾아온 길동을 안타까워 하며 조정으로 넘긴다. 하긴 형제간의 정이나 우애도 중요하지만 유교 사회에서 그 무엇보다도 '충'을 중심으로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겠다.  당연하게도 길동은 도술을 써 사라졌고, 그 후로도 한 번도 그를 잡을 수 없었다. 이 책에 쓰인대로라면 길동은 사람이 아니라 신선이나 귀신은 됐을 것이다. 비바람을 부리고 신장들을 부렸다는 귀여운 오버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동안은 길동이 신분제 사회에 대항했다고 들어왔지만, 읽어보니 결국엔 그도 병조판서 벼슬을 얻었다. 이게 뭐지? 싶어서 보는데 뒤에 '깊이 읽기'에도 그가 신분제에 저항한 것은 아니라고 나왔다더라. 자신의 행위에 의해 비탄에 바진 백성들이나, 탐관오리들에게 저항하는 것이지 유교적 사회에는 순응하고 있었다. 

 

56. 7월 31일, 숨그네 

처음에는 책의 분위기를 종잡을 수 없었다. 건조한 문장들과, 그 안에 숨어있는 여러가지 뜻들을 짐작하기가 벅찼기 때문이다. 게다가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그 때 당시의 시대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더더욱. 몇 쪽을 더 넘기고 나서야 간신히 파악할 수 있었다. 동성애자인 주인공은 '돌멩이에도 눈이 달려있는' 마을을 벗어나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한다. 나치의 전쟁이 끝나고, 총을 만져보지도 못한 독일인들은 그 전쟁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먹어도 먹어도 차오르지 않는 허기. 자신에 대해 '배고프다' 밖에 생각이 안 나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독한 상황에서도 그녀의 참신한 단어나 문장이 눈에 띄었다. 왜 심사위원들이 극찬을 했는지 알겠다. '허기진 천사'라던가, 시멘트가 어떻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지 풀어놓는 문장들은 뭐랄까... 예술같기도 했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고 시멘트가 그들의 우위에 있었다. 늙은 여인이 선물해준 손수건은 그를 보호해준 운명이었다. 이 모든게 독자를 그 시대의 상황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다. 

8월 1~2일에 읽은 부분은 8월 페이퍼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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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3막내, 제5회 빛고을 독서마라톤 8월 기록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0-11 03:54 
    2010년 4월 18일부터 시작되 6개월의 빛고을 독서마라톤, 엄마와 같이 풀코스에 도전한 8월의 기록을 남긴다. 8월엔 너무 더워서, 혹은 꾀가 나서 그랬는지 많이 읽지 못했다. 8월 23일 개학이라 밀린 방학숙제 하느라 그랬나...   56. 7월 31~8월 1.2일, 숨그네  수용소에는 수감되어 노동을 하는 그들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더 있었다. 경비원 카티라는 여자는 백치였고, 인간이 아니라 수용소의 애완동물로 취급
 
 
치유 2010-09-29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렇게 정리해두신 걸 보니 전 정말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올한해를 보낼뻔 했구나..반성하게 되네요.
가을엔 눈을 조금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어요. 마법의 미술관을 눈 도장으로 콕..

가을이 너무 후다닥 달려와 안겨버리니 얼떨떨한 아침입니다.

순오기 2010-09-29 11:17   좋아요 0 | URL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내몸을 내맘대로 할 수 없잖아요.ㅜㅜ
그리고 가을엔 여행으로 눈도 호사시켜야 해요.^^
가을이 후다닥 달려와 안겼다가 변심한 애인처럼 금세 떠나죠!ㅋㅋ

라로 2010-09-2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그저 감탄만 나와요!!!중3인 학생의 읽기 수준이 저보다 더 높은거 같아요!!!!
정말 대단한 식구에요!!!ㅎㅎ

참 언니,,이번 금욜 서울가실 수 있어요???영화보게???ㅎㅎㅎ

순오기 2010-09-29 11:20   좋아요 0 | URL
정리해놓은 걸 보면 엄마보다도 나은거 같아~~~~~~라고 느끼는 고슴도치 엄마에요.ㅋㅋ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평일에 서울나들이는 곤란하죠.
이번 금욜은 오전10시 회의, 1시부터 수업, 오후 4시 회의~ 빵빵한 일정이라고요.ㅠㅠ

하지만 10월 17일 이후는 월.수.금요일도 괜찮아요.^^

라로 2010-09-29 23:05   좋아요 0 | URL
아까는 다 읽지 못하고 책만 보고 댓글 달았는데
지금 읽어보면서 더 감동하고 있어요!!!!!
민경이가 글도 참 조리있게 잘쓰네요,,,부럽부럽

프여사도 금욜은 시간이 안된다네요,,어쩔 수 없죠,,,세실님 번개 하실때나 뵐까요??

순오기 2010-09-30 00:46   좋아요 0 | URL
바쁜 시간에 읽기엔 너무 길지요.ㅜㅜ
그래도 옮겨 놓지 않으면 사라지니까 갈무리 했어요.^^
청주번개가 먼저일지 원주 토지모임이 먼저일지 모르지만...여튼 그때 만나요!^^

마녀고양이 2010-09-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짝짝짝!
전여,,, 지인짜 순오기 언냐를 좋아하고, 오기 언냐네 자녀분들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 마라톤 기록지를 볼 때마다, 왜 제가 뿌듯하냐고요!
진짜 진짜 진짜 억만번 진짜 멋지세요!

순오기 2010-09-29 11:23   좋아요 0 | URL
진짜 좋아해여~?? ^^
우리 애들이 엄마보다 읽기도 훨씬 빠르고 감상평도 잘 쓰는 거 같아요.ㅋㅋ
우리도 독서마라톤 덕분에 비문학 분야 도서를 보려고 신경쓰게 됐어요.
잘썼든 못썼든 기록은 소중해요!^^

꿈꾸는섬 2010-09-2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순오기 2010-09-30 00:45   좋아요 0 | URL
예쁘게 봐 주셔서 고마워요!^^

양철나무꾼 2010-09-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 또라이들,관심가요~^^
우와~무더운 7월에 참 많이도 읽었네요.
저도 '지인짜 순오기 언냐'를 좋아해요~^^

순오기 2010-09-30 00:4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은 음악에 조예가 깊어서 관심을 갖는군요.
나는 펼쳐보지도 않았어요.ㅋㅋ

그러게 이렇게 옮기며 확인하니 마라톤 덕분에 매달 그 정도는 읽었네요.^^

하늘바람 2010-09-3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대단하네요 제가 읽고팠던 책들 투성이인걸요

순오기 2010-09-30 21:18   좋아요 0 | URL
마라톤 덕분에 다양하게 보긴 했어요.^^
 

우리 큰딸에게 필요한... 


다문항 2000 해법과학 6-2 
학교 멘토링 교재로 쓴다고...  

 

  

 

 

 

  

 

 

 

 

>> 접힌 부분 펼치기 >>

 

중학생도 요거로 공부하면 좋을까? 

 

 

 


 

 

  

 

  

 

 

 

동생이 산 이어폰 구매자 40자평을 보고
"나도 이어폰 하나 사줘"라고 문자 와서 주문해줬는데...

싼게 비지떡이 아닐까 ...
고급스런 이어폰도 많은데,
좋은 걸 사줄걸 그랬나? 
그런데 모두 다 중국산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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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9-28 0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어폰 종류도 많네요

2010-09-28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0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8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10-09-28 19:32   좋아요 0 | URL
4번 좋아요

lo초우ve 2010-09-2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우지간.... 중국산은 오래 못가더라구요..
그러니 제품들이 싼것인지...
암튼 중국산 몇번 써본 저로서는
제품이 어디건지 꼼꼼이 확인하고 구입한답니다 ^^
왜냐하면 질렸거든요
그런데 대체적으로 중국산제품이 예쁘긴하더라구요 ㅋ

순오기 2010-09-28 20:13   좋아요 0 | URL
싼게 비지떡이겠죠.ㅋㅋ

2010-09-28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9-28 20:13   좋아요 0 | URL
차이나 차이~ ^^

2010-09-28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9-28 20:14   좋아요 0 | URL
예~ 고마워요!
독서마라톤 마감 2주전이라 올인이지만 잘 지내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0-09-2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끼가 젤 귀여워여!!! 아하하!

순오기 2010-09-28 20:15   좋아요 0 | URL
마고님은 토끼 팬!^^

카스피 2010-09-2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어폰도 참 이쁜것들이 무척 많네요^^

순오기 2010-09-30 21:18   좋아요 0 | URL
보기엔 이쁜데 성능은 어떤지 모르지요.^^
 

딸은 자라서 친구가 되고, 아들은 자라서 애인이 된다. 
친구보다 애인이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어떤 땐 친구가 그립고 가끔은 애인이 그리운 인생이 무한반복되니까. 

우리 애인은 요즘 모든 것에서 우선 순위다.
먹을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남편 셔츠는 다림질하지 않아도 애인 교복은 다림질한다.
하지만, 올 여름엔... 애인 교복을 다려 입히는 것도 거부할만큼 무더운 여름이었다.
이 녀석을 낳은 다음해,
녀석이 걸음마를 배워 하루내내 종종거리던 94년 여름은 내 생애 최고의 더위로 기억한다.
그리고, 올 여름이 두번째 무더운 여름으로 기억되리라. 

새벽에 나가 심야에 별을 보고 귀가하는 고딩이지만, 어제는 일찍 돌아왔다.
그제 '언제 시험 보냐?' 물어도 답이 없었고,
전날에도 늦게까지 컴퓨터에 붙어 있더니 모의고사를 봤단다.
말은 항상 잘 봤다고 하지만, '잘 봤다'는 수준과 개념이 큰딸과는 다르다.ㅜㅜ 

요즘 화려한 외출과, 광주에서의 일정도 만만치 않아 후유증이 몰려오기에
혼자서 저녁밥을 먹고 좀비처럼 잘려고 했는데~
막내도 학생회 일로 학교에서 저녁밥도 안 먹고 돌아왔고, 애인도 왔으니 간만에 피자를 시켰다.
큰딸이 왔을 때 사주려고 했는데, 급히 가는 바람에 못 사주고 피자값을 줘서 보냈는데... 

  

막내는 집에 와서 밥을 먹었다고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한 조각만 먹었고,
일찌감치 저녁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도 피자를 두 조각이나 먹어 치운 나는 뭐냐고?
놀러 왔던 와일드보이는 저녁을 안 먹었어도 피자 한 조각에 콜라는 절대 안 먹던데.
자기 누나가 아토피라 음식에 철저한 엄마 덕분에 초등 1학년임에도 콜라를 안 먹다니 놀랍다. 

그리고 책을 보다가 그대로 잠들어서 아침 6시 10분, 모닝콜이 울릴때까지 잤다는 야그다.ㅜㅜ
물론 세수도 안했고 피자 먹고 양치질도 안하고 잤다는...
내 피부가 좋은 이유는 이런 게으름이 한 몫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ㅋㅋ 
모닝콜이 울리기 전 잠이 깨어 몇 시나 됐을까 쌀 씻어야 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안 일어났지만
모닝콜에 후다닥 일어나 쌀 씻어 속성으로 밥을 해서 그래도 애인 아침밥은 먹여 보냈다.
후식으로 사과 한 알까지 먹고 갔으니 됐지 뭐. 

뭔 소리를 하려다 쓰잘데 없이 길어졌을까?  

아~~~~~ 이매지님께 요거 보여주려고 시작했는데.... 

난 쥐다. 그럼 인간은?
http://blog.aladin.co.kr/783768195/4124223 

어제 일찍 왔다고 이 책을 뚝딱 읽고는 자기 서재에 리뷰도 올렸다.
왜냐면... 돈이 필요했으니까.ㅋㅋ
춘추복 셔츠을를 줄인다고 세탁소에 맡겼으니 수선비가 필요했던 거다.
비록 애인일지라도 용돈을 그냥 주지 않으니까
녀석은 용돈이 필요하면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

그려면 내용과 분량이 만족스러우면 5,000원을 준다.
"땅 파봐, 단 돈 100원이라도 나오나!"
라고 주장하는 엄마에게 세뇌되어 군소리하지 않는다.^^
 


 
녀석이 어제 이 책을 펼치더니, 자기가 본 어떤 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프로필을 보곤 '오토제국의 아기도깨비'를 그린 화가라고, 역시 자기 생각이 맞다고 좋아했다.
오토제국은 이현주 목사님이 쓴 동화로 아이들이 좋아한 책이다. 
속지의 메모를 보니 2002년에 사줬는데 초등 3학년 때 읽은 걸 기억하다니~ 대단한 녀석! ^^  



녀것이 쓴 '난 쥐다' 리뷰를 보면, 재밌게 금세 뚝딱 읽었다 는 걸 알 수 있다. 
삽화만 봐도 아주 재미있을 거 같다. 청소년들이 보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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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0-09-1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리뷰 하나에 용돈 오천원. 저도 주세요오오~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이 시간에 피자 사진 보니까 침이 꼴깍.

순오기 2010-09-20 13:07   좋아요 0 | URL
리뷰 하나에 5천원이면 너무 후한가요?^^
질과 양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고 했으니, 5천원 받으려고 나름 최선을 다하는 거 같아요.ㅋㅋ

감은빛 2010-09-1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돈이 필요해서 서평쓰는 '애인' 참 기특하네요! ^^

순오기 2010-09-20 13:05   좋아요 0 | URL
그런 원칙을 정해 놓으니까, 용돈 필요하면 알아서 책읽고 리뷰 써요.
더구나 올해는 독서마라톤도 신청해서 주말이면 책을 좀 보더라고요.
그거 하나라도 기특하다 싶어서 한 편에 5천원 주는 거죠.ㅋㅋ

마녀고양이 2010-09-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코알라 때문에 피자는 안 되는뎅!!!!!!!
악!!!!!!!!!!! 오기 언니를 알고 나서 제일 미워지는 날이예요! 맛있는 피자 사진.. 흑흑.

순오기 2010-09-20 13:03   좋아요 0 | URL
흐흐~ 다이어트하는 코알라에게 피자는 물론 안 되겠죠.ㅋㅋ

꿈꾸는섬 2010-09-1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애인 자랑...늘 부러워요. 우리 애인은 언제 자라려나......

순오기 2010-09-20 13:03   좋아요 0 | URL
현준이도 날마다 콩나물 자라듯 크고 있잖아요.
어느 틈에 훌쩍 커서 엄마의 애인이 되겠지요~~~~~ ^^

책가방 2010-09-1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애인은 글도 잘 쓰네요. 5천원가지고는 안되겠는걸요..ㅋ

푸른학님 글을 읽노라니 (긴급출동 SOS)에 자주 등장하는 착취당하면서 도움을, 혹은 그 굴레를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던 그 분들 얼굴이 겹쳐지네요.
책은 안 읽어봤지만..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답니다.

책 리뷰 잘 쓰면 용돈 주는 제도... 꽤 매력적인데요..^^

순오기 2010-09-20 13:02   좋아요 0 | URL
하하~ 잘봐주셔서 고마워요!
저희들이 뭘 해서 용돈을 벌겠어요. 책 읽고 쓰는 수고라도 해야지요.ㅋㅋ

라로 2010-09-18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저도 책 리뷰쓰면 5천원 주겠다고 해야겠어요!!!(순오기언니 따라쟁이...ㅎㅎ)

푸른학님의 리뷰를 읽고 다시 이 페이퍼를 보니까 갑자기 왜 피자냄새가 날까요???ㅎㅎㅎㅎ

순오기 2010-09-20 13:01   좋아요 0 | URL
우리 애들은 정기적인 용돈을 따로 주지 않으니까
필요하면 리뷰라도 써야 용돈을 받아요. 때론 가불해서 타가고 나중에 리뷰를 쓰기도 하죠.ㅋㅋ

오늘은 피자보다 송편냄새가 솔솔 풍겨야 하는데~ ^^

양철나무꾼 2010-09-18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은 자라서 친구가 되고, 아들은 자라서 애인이 된다.

아~그런가요?
전 그래도 아직 애인 자리는 아들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은데...어쩌죠?
모전자전인가봐요~진짜 리뷰가 멋져요~^^

순오기 2010-09-20 12:59   좋아요 0 | URL
아들이 애인되려면 최소한 고딩은 돼야 해요.ㅋㅋ

재밌게 읽고 좋은 마음으로 리뷰를 쓰면 그런대로 쓰는 거 같은데
억지로 쓰면 별볼일 없는 리뷰가 되기도 하죠.ㅠㅠ

세실 2010-09-18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어제 저녁해주기 싫어 피자로 해결했습니다. 가끔은 유난히 귀찮은 날이 있어요.
요즘 전 말 안듣는 아들보다 옆지기를 그냥 애인으로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ㅋ

순오기 2010-09-20 12:58   좋아요 0 | URL
유난히 귀찮은 날, 이런 거 시켜주면 애들은 좋아하죠.ㅋㅋ
그댁 아들은 조금 더 커야 애인이 되지요.^^
난 비오는 날 우산 갖고 마중나가서 팔짱 끼었는데~ 남편 팔 끼는거라 느낌이 다르던걸요.ㅋㅋ

gimssim 2010-09-1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긴 온통 피자 풍년인것 같네요.
저도 어젠 추석이라 서울에서 아들이 내려와서 피자 한 판 시켜서 저녁 대용으로...
촌음을 아껴써야 하는터라.
마침 바른생활사나이가 모임이 있어서 집에 없는 틈을 타서...
피자는 우리가 먹는데 보는 사람이 너무 힘들어해서
감히 집에 있을 땐 먹을 엄두를 못낸답니다.
이번 추석엔 연휴가 길어서 친구도 애인도 옆에 두고 좀 살아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09-20 12:57   좋아요 0 | URL
저녁밥하기 싫을 때, 애들이 먹고 싶은 음식 사주는 것도 괜찮겠죠.
그댁은 바른생활 사나이 눈을 피해야 하는군요.ㅋㅋ

친구와 애인을 곁에 두고 행복한 명절 지내겠군요.
우리 딸은 이번에 안 내려온다고 마트에서 알바 5일 한다네요.

2010-09-19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9-20 12:55   좋아요 0 | URL
님은 시댁이 어디일까요?
우린 광주에서 목포로 가니까 한 시간도 안 걸려요.
추석 전날 갔다가 추석날 성묘하고 돌아와요.
명절에 친정은 한번도 안 갔는데
결국 올해는 엄마가 오빠 집으로 가셨으니 이젠 영영 못갈지도...

라로 2010-09-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바쁘신가요???
다시 왔어요~.^^
문자로도 한가위 인사를 드려도 되겠지만
저도 오늘은 바쁠것 같아서 알라딘 들어온 김에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오늘 일산으로 갈거에요~. 일찍 올라가서 엄마와 오붓이 송편을 빚으려고 했더니
어제 혼자 다 하셨다네요,,ㅠㅠ
언니도 넘 일 많이 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일도 하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몸과 마음 다 쉬 실 수 있는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순오기 2010-09-20 12:53   좋아요 0 | URL
바쁜게 아니라 금욜부터 일욜까지 좀비처럼 잠만 잤어요.
그동안 부족한 잠을 내 몸이 원한다고 생각해서요.ㅋㅋ
오늘도 빨래도 팍팍 삶아 널고 이것 저것 추석 준비해요.
내일은 한 시간거리의 목포 큰댁에 가서 음식하는데, 이젠 먹을 사람도 많지 않아서 조금만 해요.
그것도 먹을 사람 없다고 형님이 다 싸줘서 우리가 가져와요.ㅋㅋ
내일 친정으로 가신다니 부모님도 기쁘게 해드리고, 잘 다녀오세요!^^

꿈꾸는섬 2010-09-20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즐겁고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순오기 2010-09-20 12:50   좋아요 0 | URL
예~ 고마워요!
꿈섬님도 풍성하고 행복한 추석 보내셔요!!

무스탕 2010-09-2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전 내일 새벽에 시골로 떠날거에요. 순오기님이랑 조금은 가까운 곳으로 이동을 하는거지요 ^^
즐거운 명절 지내세요~ 맛있는것도 많이 드시구요 :)

순오기 2010-09-21 03:31   좋아요 0 | URL
가까이 오시는군요~ 조심해서 오세요~ ^^
저는 날새면 목포로 이동합니다. 한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지요.

blanca 2010-09-2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추석 인사드리러 왔어요. 저는 오늘 푸쉬업을 좀 해서 몸을 만들었어야 하는 건데 ㅋㅋㅋ 피곤한 상태에서 내일 전부치기 결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순오기님 삼남매와 함께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순오기 2010-09-21 03:32   좋아요 0 | URL
하하~ 푸시업으로 몸 만들려다 팔 아파서 일도 못하게 될지도...
우리 큰딸은 내려오지 않고 고딩아들은 학교에 갑니다.
막내만 데리고 먼저 가고, 아들은 저녁에 기차로 혼자 오던지 해야될거 같아요.

전호인 2010-09-2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람이는 이제 완죤 사춘기인가봐요. 뽀뽀한번 받아내기가 왜그리 어려운지ㅜㅜ 한편 커가는 구나를 느끼면서도 섭한면도 없지 않네요. ㅎㅎ
피자! 나이들면 그런 음식이 별로라는 데 저는 아이들 만큼이나 잘 먹습니다. 뭐 가리는 것이 없을 정도니 이 일을 어쩐답니까...ㅠㅠ

순오기 2010-09-21 03:34   좋아요 0 | URL
하하~ 사춘기 소녀 해람이의 뽀뽀를 받으려고 하시면 안되죠. 질풍노도의 중딩인데~ ^^
다음에 서울가면 전호인님 부부와 남산타워를 가던지 피자를 먹던지 해야겠어요.ㅋㅋ

같은하늘 2010-09-2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언니~~ 추석 인사차 들렸어요.
올해가 가기전에 얼굴보는 날 있겠지요?
행복하고 풍성한 추석되세요~~~

순오기 2010-09-21 03:34   좋아요 0 | URL
요즘 서재마실을 못 다녀서 님이 올린 글도 좀 전에 봤어요.
빵순이가 같은하늘님 빵맛을 꼭 봐야지요.^^

소나무집 2010-09-21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은 시댁이 가까워서 좋겠어요.
물 건너 가야 하는 저는 명절 때마다 급부담~
뱅기값이 너무 많이 들어요ㅜㅜ
오늘은 비까지 내리니 이러다 두 달 전부터 예약해놓은 비행기 취소되면 어쩌 걱정걱정.
추석 즐겁게 보네세요.

순오기 2010-09-23 10:07   좋아요 0 | URL
제주엔 잘 다녀오셨나...아직 안 돌아왔겠군요.^^
우린 전날 가서 추석날 돌아오는 일정이에요.

bookJourney 2010-09-2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는 애인이라, 멋진데요~.
저희 아들 녀석에게는 '쿠폰'을 걸었더니, 모든 일에 "쿠폰 몇 개 줄거냐?"는 밉살맞은 소리를 하고 있어요. ^^;

순오기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지요?
추석 전에 인사 못 드리고 이제서야 인사 드려요. 올 가을, 순오기님 가족 모두 건강하게 보내시고, 연초에 계획하셨던 일들 풍성하게 열매 맺기를 빌어요. (__)

순오기 2010-09-24 00:29   좋아요 0 | URL
쿠폰 몇 개 줄거냐고 하면 주기 싫어지죠.ㅋㅋ
추석연휴에 금요일은 학교장 재량 휴업이라 계속 쉽니다.^^
좋은 마음으로 빌어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