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헤더 로즈 지음, 황가한 옮김 / 한겨레출판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헤더 로즈의 장편소설인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이 잘 된 소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여기저기에 자잘한 인물들을 많이 배치한다. 예술에 대한 것을 나타내고자 수많은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등장시킨다.

 

"수란이 익기를 기다리는 소년, 공원에서 음악을 듣거나 빗속을 걷는 사람들과 센강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벽 앞의 사내들을 겨냥한 총살형 집행대의 총, 활짝 핀 수련과 비통한 절규, 누구 마음속에나 있는 빨간 사각형, 밀밭을 가로지르는 색채의 리듬, 밤하늘에 소용돌이치는 별들."

(조르주 쇠라의 '아니에르에서의 물놀이',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이 루시엔데스의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2차원 농민 여성의 회화적 사실주의' 속칭 '빨간 사각형', 빈센트 반 고흐의 밀밭 연작과 '별이 빛나는 밤' -옮긴이 주) -p378

 

이 책에는 저렇게 나열된 문장들이 많다. 책의 뒷편에 책에 등장한 예술가들의 목록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물론 번역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앞뒤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문장도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굉장히 흥미롭다.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플롯이 있다. 이 두 개가 스토리를 이어가는 기둥이 된다.

 

첫번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처음으로 이 작가를 알게 되었다. 2010년 MoMA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의 아트리움에서  '예술가와 마주하다' 또는 '예술가가 여기있다' 라는 제목으로 마리나는 3월 9일 부터 75일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한 의자에는 마리나가 앉아있다. 빨간 색 드레스를 입고 하루종일 거의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아주 꼿꼿이 앉아 있다. 마리나의 맞은편 의자에는 관객중 누구나 앉을 수 있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고만 있다. 시간제약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물며 자신의 내면을 세상 사람들이 보거나 듣거나 비판하게끔 확대해서 보여줄 리 만무했다. 어쩌면 그것이 《예술가와 마주하다》의 핵심일지도 몰랐다. '이리 와서 당신 자신이 돼라' 는 초대가. 의자에 앉아본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도전적이고, 낯선 일인지를 알게 됐다.-p242 〕

 

우리는 매일 매번 누군가를 바라보지만 사실 눈을 끝까지 맞추는게 쉽지 않다. 둘이서 계속 눈을 마주보며 바라본다면 사람마다의 반응은 다 다를 것이다. 마리나와 마주 앉은 사람들은 그녀의 눈을 보며 점점 그 너머를 보게 된다. 환각을 보기도 하고 지금 당면한 사실을 깊이 새겨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갔을 때의 울림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반응인 것 같다.

 

두번째는 이 소설의 주인공 아키 레빈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레빈은 영화 음악 작곡가이다. 그녀의 아내 리디아는 잘 나가는 건축가인데 선천적인 유전병으로 인해 병약한 사람이다. 그런 리디아가 얼마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사람을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른다. 그런 그녀는 요양원으로 가고 법적으로 남편인 레빈이 그곳으로 오지 못하게 조치를 한다. 많이 아프기 전에 미리 그런 법적인 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레빈은 아내를 볼 수 없다는 것에 여러가지 고민에 빠진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라면 이 부분에서 누구나 생각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레빈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예술가인 레빈은 자유가 중요하다. 병든 아내를 돌보면서 창작을 해나간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고 아내를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일만을 한다면 도덕적인 책임에 직면한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서약을 한 부부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리디아의 입장도 있다. 그러한 조치가 남편을 사랑하기에 그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의미도 있겠지만, 어쩌면 푹 꺼진듯한 자신의 육체와 초점잃은 눈빛을 남편에게 보여주기 싫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그 모습은 슬프다.

 

이 소설에서 또한 작가는 이러한 것들을 통해 결국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

창작은 자유와 고립의 상태에서 일상적인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제거해야만 가능한가?

 

레빈은 그러한 고민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보러 아트리움으로 간다. 그곳에서 만난 제인은 "칼과 저는, 우리는 28년 동안 같이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 칼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생전에 못 한 말을 할 기회가 다시는 없어요. 제 생각엔, 오지랖 넓게 충고를 한다면-남자들이 항상 싫어하는 건 알지만-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셔야 해요. 저는 그냥 사랑이 부질없이 허물어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라고 말해준다.

 

마리나가 '예술가와 마주하다'의 작품을  끝내기 하루 전에 드디어 레빈은 그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그는 그녀의 눈을 통해 리디아를 본다. 그리고 마리나가 말하는 듯한 소리도 듣는다.

 

중요한 건 편안함이 아니예요. 그는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마치 그녀가 그의 머릿속에 직접 단어를 말하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편리함이 아니에요.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예요. 중요한 건 기억하는 거예요. 중요한 건 헌신이에요.

당신만이 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겁내선 안 돼요.-p371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75일 716시간 30분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고 1500명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85만명이 그 장면을 관람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은  '예술가와 마주하다'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허구이다.

 

마지막에 레빈은 리디아를 찾아간다.

 

이 책을 다 읽고, 유튜브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와 마주하다' 영상을 찾아 보았다. 그녀의 작품 시작 첫날에 울라이가 찾아와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울라이는 수 년 동안 마리나의 연인이었고 같이 공동 퍼포먼스를 한 작가였다. 그녀는 그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그에게 손을 내민다. 둘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고 난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울고 말았다.

 

이 소설에서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라는 장치를 사용한 건 탁월했다. 그것이 너무 강렬해 작품속의 허구들을 조금 작게 만드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중심에 그것을 놓고 펼쳐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사랑에 대해, 예술에 대해, 인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가 많아 천천히 다시 정리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모든 프로젝트에는 일곱 단계가 있다:

인식, 저항, 굴복, 작업, 숙고, 용기, 선물

이 책의 순서이다.

작가는 이 모든 것을 '수렴'이라는 단어에 넣는다.

 

우연은, 내가 듣기론, 하느님의 조심스러운 손길이다. 하지만 수렴은 그 이상이다.

그것은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미지의 결과를 가져올 무언가다.-p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1-03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페넬로페님 이작품은 읽으면서 조루주 쇠라부터 모네 고야 고흐 그리고 현재 활발하게 활동중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까지 20세기 부터 21세기 예술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질것 같아요. 제목만으로는 오르한 파묵에 순수 박물관을 떠올렸는데 ㅎㅎ

페넬로페 2021-01-03 21:42   좋아요 1 | URL
네 많은 작가와 작품들이 나와요~~
제가 모르는 작가들도 많이 나오구요^^
와 정말 알고 있어야할것들이 너무 많아요^^
 
결혼, 죽음
에밀 졸라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결혼과 죽음】이 있다. 거기엔 각자 나름의 사연들과 이유가 있고 그 결과들도 다 다를 것이다. 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작가인 '에밀 졸라'는 그 다양한 결혼과 죽음을 계층별(귀족, 부르주아, 상인, 서민 그리고 농부)로 분류하고, 거기에 세태를 반영해 놓았다.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돈의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기의 결혼과 죽음을 작가는 사실적이면서도 간략하게 말해주고 있다.

소설이지만 실제로는 각 계층에서 샘플링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난다.

 

〈결혼이란 얼마나 야릇한 제도인가. 인류를 두 진영으로 나누어 한쪽엔 남자. 다른 한쪽엔 여자를 배치해서 각 진영을 무장시키고는 이제 그들을 합류시키며 "평화롭게 살아보라니!" 〉

〈여기서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일반적인 자료를 특정화시켜 더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겠다. 대신 몇가지 예를 보여주련다.〉

-p14~15 ,서문에서

 

서문에서 밝힌 작가의 말대로 여기에서의 결혼은 각 계층별로 철저히 일반화된다. 귀족과 부르주아는 한치의 양보가 없는 서로간의 거래로 계약서를 교환하고 결혼을 성사시킨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 결과는 우리가 예상하는 그대로이다. 그들은 얼마되지 않아 결혼이라는 허울만 유지할 뿐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제일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하는 연인은 서민인 스물 다섯살의 발랑탕과 열 여섯살의 클레망스이다. 돈이 없어 성당에서 결혼식도 못 올리지만 그들은 행복했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된 클레망스는 그동안 아이 세 명을 기르느라 금발 머리는 누렇게 변했고 얼굴도 많이 상했다. 아이들은 울어대고 부부싸움이 나고 남편을 찾으러 술집에 가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래도 그들은 사랑한다?????????

 

이 소란하고도 구차한 생활 속에서 어떤 땐 데울 불도 먹을 빵도 없지만, 낡고 뜯어진 커튼 아래 놓인 침대에서는 밤이면 사랑의 애무가 날갰짓이라도 하듯 파닥거렸다. - p61

 

모든 것이 많이 변했지만 19세기 프랑스, 결혼의  세태를 반영한 그들의 일반화에 지금 우리를 넣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삼포세대를 넘어 완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기는 요즘, 결혼은 자유의지에 의한 거부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한 삭제이기도 하다. 최소한의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포기하고 제외시키는 삶은 젊은 세대의 것만은 아니다. 이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결혼의 위기는 만만치 않다. 

 

19세기 프랑스의 결혼식에서는 계급의 차이를 불문하고 시청에서의 예식 후에 꼭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이 행해진다.

그들의 그 행위와 정서가 참 좋다.

 

죽음 역시 계층별로 일반화되지만 결혼보다는 다양하다.

 

각자 속으로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며 생활하면서도 겉으로는 좋은 관계의 부부 사이를 유지하는 드 베르트백작은 품위있는 죽음울 원한다. 고통을 표현하지 않고 아내의 간병도 원하지 않는다.

 

백작은 성가시게 고통을 끌면서 요란스럽게 만들지 않고 조용히 혼자 떠나려는 쓰디쓴 이기심을 오히려 음미했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아무도 귀찮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고 떠났다고 세상이 말해줄 남자로

깔끔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이었다.- p68

 

귀족의 죽음답게 성당에서의 장례식은 웅장하고, 성당 밖을 나서는 사람들의 행렬은 길다.

 

상류 부르주아에 속한 게라르 부인은 망나니같은 세 아들들을 믿을 수 없어 죽기 직전까지 돈 걱정을 하며 

장롱 열쇠를 움켜쥐고 있다.

 

어머니가 사망하면 다시 부자가 된다는 것을 그들도 아는 만큼 아무 일도 안 할 이유는 충분했다.-p80

게라르 부인은 그런 식으로 스스로 고민거리를 사서 만들었고 의구심 때문에 속이 타들어갔다. -p81

죽어가면서도 그녀가 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집안의 소비를 관리할 수 없다는 현실이었다. -p82

자식들이 자신의 재산을 갈취한다는 끔찍한 생각을 품고 숨을 거두었다.-p86

돈을 뺏기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구두쇠 기질의 망자 성향이 그들에게서 깨어난 것이다. 돈이 죽음을 오염시키고 나면

죽음에서 뿜어나오는 것은 분노뿐이다. 그래서 관을 앞에 두고도 서로 싸워댔다.-p90

 

항상 기침을 달고 사는 병약한 아델은 남편 루소와 함께 문방구를 운영한다.

아프지만 가겠세를 내며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쉬지를 못한다.

 

장사라는 게 그렇다.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이 그 안에 파묻혀 죽어간다.-p92

그에게 아델은 아내일 뿐만 아니라 일을 할 줄 아는, 그것도 영리하게 할 줄 아는 동업자이기도 했다. 그녀를 잃으면 애정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장사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힘을 내야 했다. 슬픔에 잠겨 가게문을 걸어 잠글 수는 없는 일이니까. 눈물 그득한 눈으로 아델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렇게 일상은 또 계속되었다.-p93

루소 씨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우는 그를 아델이 되레 위로하며 여러 가지 조언까지 보탰다. 혼자 되어 외로우면 결혼도 하라고. 대신 젊은 여자 말고 좀 나이 든 여자를 선택하라고. 젊은 여자가 홀아비와 결혼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니까.-p98

루소 씨는 무겁디무거운 슬픔에 눌려 목이 메어왔다.

머리가 멍하고 사지까지 얼얼한 상태에서 더 열이 빠지 이유는 주중에 가게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p103

 

일도 없고 빵도 없고 집을 데울 불도 없는 가난한 모리소 가족의 열 살 난 아들 샤를로는 아프다. 돈이 없어 아이에게 치료를 해줄 수가 없다. 빈민 구제소에 등록하러 구청에 가봤지만 신청자가 너무 많아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만 듣는다. 그렇게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샤를로는 죽고 그때 빈민 구제소에서 구호품을 가져온다. 아이 옆에서 굶는다고 아이가 되살아날 것도 아니라며 이웃이 권하는 음식을 모리소부부는 게걸스럽게 먹는다. 그들은 샤를로를 허연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넓고 황량한 땅에 묻는다.

 

빈민 구제소는 항상 기차가 떠나버려야 도착한다면서 모리소는 허탈하게웃었다.- p111

지글거리는 프라이팬이 흐뭇할 지경이었다. 그 옆으로 어둠 속에서 백지장 같은 아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엄마의 두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고이더니 커다란 눈물방울이 빵 위로 뚝뚝 떨어졌다. -p112

비참함과 초상으로 덮인 들판,

파리 외곽의 추위와 배고픔으로 가득 찬 시체들 때문에 힘겹게 땀 흘리고 질질 끌리며 황량해진 들판.-p114

 

농부인 장 루이 라꾸르의 죽음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아주 힘들게 곡괭이질을 열심히 해야만 끼니를 이을 수 있는 형편이다.

농사일은 다 때가 있기 때문에 자식들을 추수하러 보내고 그는 혼자서 덤덤히 죽음을 맞이한다.

 

일하러 나가는 수밖에. 거기 남아 있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지금 더 돌봐야 하는 것은 아버지가 아니라 밭이었다.

만일 아버지가 숨을 거둔다면 그건 결국 아버지와 하느님의 일 아니겠는가. 대신 추수를 망치면 가족 모두가 힘들어진다.

그는 피로로 쓰러지고 나서 한구석에 죽도록 방치해둔 늙은 말과 비슷했다. 장 루이는 육십 년 동안 일해왔다.

그러니 이제 떠나도 된다. 삐걱대는 나무나 마찬자기인데 자르는 것을 망설일 필요가 있겠는가?-P139

젊은이들은 앞서간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지 않은 채 서서히 늙어가고 각자의 차례를 기다린다.

햇볕을 잔뜩 받는 평화로운 죽음, 시골의 고요함 속에 자리하는 영원한 숙면이다.-p127

 

죽음은 그 무엇이라도 슬프다.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이지만 자신이 살아 온 삶과 철저히 연결되어 있고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영화 '봄날은 간다' 의 테마곡인 'one fine spring day' 의 음률처럼 인생의 화려한  한 부분이 지나가면 누구나 그저 쓸쓸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인생이, 그리고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19세기의 죽음 역시 우리와 비슷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우리보다 자연적이고 조용하다. 그 이유가 어쩌면 의학의 발달일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는 몸의 어딘가가 아프면 그때부터 병원을 계속 다녀야하며,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치매에 걸리고 요양원으로 가야한다.  우리의 죽음은 번잡하고 점점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

 

에밀 졸라의 '결혼, 죽음' 은 책의 크기가 작고 분량도 전체 153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책에 실린 9개의 단편들은 1875년 러시아 잡지 '유럽의 메신저'에 실린 것이다. 마지막 편인 '어떤 사랑'은 1866년에 발표되었고, 그 후 '테레즈 라캥'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로 출간된다. 이 짧은 소설은 잘 읽힌다. 그러나 휘리릭 읽으면 그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삶의 중요한 두 개의 축일 수도 있는 '결혼과 죽음'이 지나치게 일반화된 것일 수도 있지만,

한번씩 이런 대표성으로 나타내어진 것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12-26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결혼과 죽음, 그 두 가지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삶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시대도 계층도 다르지만 인용하신 글 속의 삶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9개 단편에 153페이지라니 의외로 얇군요.

페넬로페 2020-12-26 21:35   좋아요 3 | URL
마지막 짧은 단편까지
총 10개가 실려있는데
버릴 문장이 없을 정도로 작가가
압축적으로 잘 썼더라구요~~
저도 이 책 읽으며 먹먹했어요^^

scott 2020-12-26 2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기침을 달고 사는 병약한 아델은 남편 루소와 함께 문방구를 운영한다. 아프지만 가겠세를 내며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그녀는 쉬지를 못한다. 장사라는 게 그렇다. 자신을 돌볼 시간도 없이 그 안에 파묻혀 죽어간다.] 이구절 참 슬퍼요 ㅜ.ㅜ

2020-12-27 0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0-12-2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결혼과 죽음을 계층별로 분류했다니 흥미가 확 생기네요~ 에밀졸라는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었나봐요~ 읽고 싶은 책장에 넣었습니다. 제 뉴스피드에 페넬로페님의 후기가 추천으로 떠서 서재 구경 왔는데 매번 엄청난 독서량과 정성스런 페이퍼에 감동 받고 계속 받아보고자 친구신청도 살포시 누르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0-12-27 11:5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붕붕툐툐님!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
결혼과 죽음은 분량이 아주 적은데도
사회의 모습을 세밀하게 잘 표현한 소설인것 같아요~~
아마 작가의 힘이 아닌가해요^^
붕붕툐툐님~~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냥 열심히 쓰려구만 하고 있어요
독서량은 이곳에서는 전
하수에 속하구요**

2020-12-27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27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연년세세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년세세(年年歲歲)

파묘(破墓)
하고 싶은 말
무명(無名)
다가오는 것들

황정은의 연작소설 <연년세세>는
한세진, 한영진, 이순일, 세 모녀가 화자가 되어
사람 사이에 완벽한 공감과 이해는 어려우며
가족일지라도 각자의 입장과 느낌이
우선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가족이지만 어떤 말로 인해 상처도 받고,
결국 하지 못할 말도 있으며
언짢고 불편한 것도 많다.
그러나 또한 가족이기에
남들이 해주지 못하는 것을 서로 해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을까?
그게 궁금한 적이 있었고 실은 지금도 궁금하다.

‘작가의 말‘ 에서 작가는 이렇게 질문한다.

처음엔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연년세세‘ 를 읽어 갈수록
구절구절마다 나자신과 내가 아는 사람들의 삶이 겹쳐져
그 사람들을 생각하느라 소설은 그저 배경이 되었다.
신산스럽고 위태로운 각자의 삶속에서
연년세세되는것은 다 다르고
그것이 관계속에서 이해되기도 하고 비난받기도 한다.
억지스럽고 불필요한 것들이라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본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나쁘게 행동하면
나쁜 사람이 되는것이다.

가족이든 타인이든
완벽하고 절대적인 관계는 없다.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려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나의 친구 K는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그러한 이유때문인지는 몰라도
늙어 병들고 치매를 앓으시는 노모를 혼자 모시고 있다.
어머니는 거동을 못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계신다.
음식을 해서(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정성스러운) 그것을
믹서기로 갈아 어머니에게 떠먹인다.
하루에 음식을 떠먹이는 일이 무려 4시간이나 걸린다,
K의 나머지 가족들은 거의 어머니를 돌보지 않고
한번씩 K가 불만을 터뜨려야 조금 돈을 보내준다.
밤에도 몇 번 잠에서 깨어 누워있는 어머니의
자세를 바꾸어준다.
그런 K에게 내가 너무 고생한다, 힘들겠다, 라고 말하면
K는
힘들지만 자신의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가 살아온 일생을 돌아보면
˝당신은 나에게 충분히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고 한다.
K의 말에 울컥했고
나는 그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가를 돌아보게 된다.

‘다가오는 것들‘ 은 이 책에 실린 4번째 작품이기도 하고
동명의 프랑스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에 대해 짤막하게 나오는 구절이 있는데
궁금해져 영화를 봤다.
프랑스 영화답게, 사람답게
주인공 나탈리는 그야말로 쿨한 사람이다.
고등학교 철학교사인 그녀는
성실하고 화도 잘내지 않는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가도
나탈리가 집필한 책이 더이상 수익을 낼것같지 않아
출판사가 포기할 때도,
자신을 따르던 제자, 파비앵에게 가치관에 대해
비판받을 때도 그녀는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한번씩 혼자서 꺼이꺼이 우는 정도이다.
그저 바쁘게 걸으며 성실히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은 무엇일까?
책을 읽을때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나를 생각했다.

황정은의 문장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천천히 음미하듯 읽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이 조금은 평범했지만 나에게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함과 의미를
주어서 좋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삶은 지나간다 바쁘게
(........)
울고 실망하고 환멸하고 분노하면서
다시 말해 사랑하면서.
ㅡ 뒷표지에~~

[밑줄긋기 ]

누나가 수고했다, 수고가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누나, 너무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지는 마.
그런 거 아냐.
너무 효도하려고 무리할 필요는 없어
효?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답했다.
그것은 아니라고 한세진은 생각했다.
할아버지한테 이제 인사하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하라고 권하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팠을 거라고,
언제나 다만 그거였다고
말히지는 않았다.ㅡp43~44

그는 그냥.....
그 사람은 그냥, 생각을 덜 하는 것 뿐이라고 한영진은 믿었다. 한영진이 생각하기에 생각이란 안간힘 같은
것이었다. 어떤 생각이 든다고 그 생각을 말이나 행동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고 버텨보는 것, 말하고 싶고 하고 싶다고 바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버텨보는 것.그는 그것을 덜 할 뿐이었고,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 하는 일. ㅡp70

망실된 그들의 이름은 이순일의 삶이 끝날 때 비로소 완전한 망(亡)이 될 것이다.이순일이 그 문서를 닫은 사람이었다. 이순일은 거기 적힌 이름들이 겪은 일을 누구에게도 넘길 생각이 없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로든 기록으로든 사람은 무언가를 세상에 남길 수 있고, 남기는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을 이순일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숱하고 징그러운 이야기를......그것을 내가 다시 생각하며 말해야 하는가. 이순일은 아이들이, 한영진과 한세진과 한만수가 그 일을 이야기로도 겪지 않기를 바랐다 ㅡp132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0-12-15 2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여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멋져요. 연하남이랑 연애도 하고 ㅋㅋ셔츠 니트 늘어진거 걸쳐도 멋짐 . 가족이든 타인이든 완벽하고 절대적인 관계는 없다. 좀 더 들여다보고, 이해하려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동감합니다

페넬로페 2020-12-15 22:39   좋아요 1 | URL
네, 그냥 아무거나 걸치는데 멋지더라구요~~
주인공이 철학교사인데 책을 많이 보거든요^^
그것도 멋지고~~
저 위의 영화포스터는 한국에서 상영할때의 포스터인데 연년세세에서 비판을 해요^^
나탈리와 파비앵이 사제지간인데 연애는 하지 않거든요**

서니데이 2020-12-23 17: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제 서재에서 소소한 이벤트를 합니다.
시간되시면 구경오세요.^^

scott 2020-12-23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하여 트리나무 한그루 심어드려요 ㅋㅋ

┼..:..:..:..:..:..:..:..:..:..:..:..:..:..:..:..:..:..┼
│*** Merry ☆ Christmas! ** ★
│Merry..........:+☆+:............Christmas!
|........... ..:+☆+:....:+☆+:..
|..............:+☆+:....:+☆+:..
|........:+☆+:....:+☆+:....:+☆+:..
|..... ..:+☆+:....:+☆+:....:+☆+:..
|...:+☆+:....:+☆+:....:+☆+:....:+☆+:..
|........:+☆+:....:+☆+:....:+☆+:..
|.........:+☆+:....:+☆+:....:+☆+:..
|......................I I
│ *** Merry ..:+ +:.. Christmas! ** ★
┼``:``:``:``:``:``:``:``:``:``:``:``:``:``:``:``:``:``┼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

페넬로페 2020-12-23 23:55   좋아요 1 | URL
와! 너무 감사합니다^^
scott님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맞이하게 되었어요**

페크pek0501 2020-12-23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페넬로페 2020-12-24 00:0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페크님!
건강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서니데이 2020-12-2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되세요.^^

페넬로페 2020-12-25 18:3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서니데이님**
 

요즘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만 있어 시간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하루가 터무니없이 빨리 지나가 버린다. 누군가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또다른 하루가 있었는데 지금은 잠에서 깨서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일직선으로 그냥 하루가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어떤 하루의 오후에는 가슴이 텅 비고 나를 둘러싼 공기에 주눅들고  허무해져 울어버리고 싶어진다. 연암 박지원이 끝없이 넓게 펼쳐진 요동벌판을 지나며 '인생이란 본시 어디에도 의탁할 곳 없이 다만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채 떠도는 존재일 뿐' 이라며 그곳이 훌륭한 울음터라고 했듯이 한번씩 나에게도 통곡할 울음터가 필요하다.

 

 지난 가을엔 책은 많이 읽었는데 거의 정리를 하지 못했다. 시간은 가고 기억은 사라져 가서 안타까웠지만 할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우 정신이 좀 돌아와 그동안 읽은 책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정리를 해야겠다. 이 해가 가고 있고 내년엔 또 새 책을 읽어야 하기에 어서 내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이 두 문장가는 우리들에게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광활한 우주의 한 점 초록별에 사는 지구인들에게, 벌써 망해버린 명나라의 유령들을 여전히 붙잡고 살아가는 답답한 이들에게 편협한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새롭고 합리적인 곳으로 나아가라고 한다.

 

우리는 코스모스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자신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주변을 개선할 수 있는 필수 전제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다른 바깥세상이 어떠한지 알아내는 것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코스모스중에서, p386

 

오랑캐라고 하는 청나라는 중국의 제도에서 이익이 될 만하고 오래 향유할 만한 것들을 가로채 가지고는 마치 본래부터 자기 것이었던 양한다. 대개 천하를 위하여 일하는 자는, 진실로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도움이 될일이라면 그 법이 비록 오랑캐에게서 나온 것일지라도 마땅히 이를 수용하여 본받아야만 한다.-열하일기 상 중에서, p240~241

 

연암 박지원과 칼 세이건은 같은 것을 다르고 다양하게 말하고 있다.

 

엮은이 고미숙은 '열하일기는 이국적 풍물과 기이한 체험을 지리하게 나열하는 흔해 빠진 여행기가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뜨거운 '접속' 의 과정이고, 침묵하고 있던 '말과 사물' 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굴' 의 현장이며, 예기치 않은 담론들이 범람하는 '생성' 의 장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열하일기』를 통해 아주 낯설고 새로운 여행의 배치를 만나게 된다.'

고 했듯이 우리는 사람, 환경, 우주 모두를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만나야 할 듯 하다.

 

 

 

 

 

 

 

 

 

 

 

 

 

 

 

 

 

 

 

한 번씩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만약 내가 눈이 멀게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불편해질 것이고 결국 나 혼자서는 일상을 영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생각만으로도 암담하고 비참한 기분이 든다.

빽빽하게 채워진 글들과 쉼표와 마침표의 문장부호만으로 서술되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나의 상상으로 예상되는 눈멂의 세계를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해준다. 실명은 눈을 뜬 채 행해지는 온갖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경고이자,  눈을 뜨고도 볼 수 없는 것들을 실명을 통해 보게 하고 일깨우려는 것 같다.

 

여기서는 아무도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실명은 또 이런 것, 모든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기도 하다.-p294

 

인내심을 가져라. 시간이 제 갈 길을 다 가도록 해주어라. 운명은 많은 우회로를 거치고 나서야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아직도 확실히 깨닫지 못했는가. 여기에 이 지도를 세우기 위해, 운명이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왔는지는 운명 자신밖에 모를 것이다.-p330

 

 

 

 

 

 

 

 

 

 

 

 

 

 

 

 

 

 

 

 

오셀로, 리어왕, 멕베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인간이 겪는 비극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위의 4작품은 개인의 욕망과 욕심, 잘못된 판단. 질투로 인해 끝이 불행하다. 과실, 성격적 결함, 단순한 판단 착오나 실수라는 뜻의 '하마르티아' 로 인해 그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자초한다. 그것이 자기자신 한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아고와 멕베스 부인과 같은 주위의 사람때문에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 작품들을 읽어 갈 때 이미 우리는 주인공들이 앞으로 불행해지리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단지 나약하고 본성에 따르는 인간일 뿐인지라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많은 권력과 재산을 물려받은 딸들이 배반한다는 것을 리어왕은 인정하지 못했고, 당신은 왕이 될 사람이라는 예언을 들었을 땐 이미 멕베스는 왕이 된 것이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되지만 사랑에 빠져버렸기에 안토니는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비극이란 완결된 행동의 모방일 뿐 아니라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사건의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중에서

 

무대에 올려진 작품을 감상하며 배우들은 앞날을 모르는 것 처럼 연기하지만 관객들은 어느정도 비극적인 결말을 예상하며 '나'를 생각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내가 똑같이 그러한 행동을 한다면 나역시 비극적인 삶을 살거라는 공포를 느끼며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 막닥뜨린다면 나도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는(아니라고 부정하고 싶겠지만)  소극적 긍정을 하며 주인공들이 마치 나인양 불쌍해진다.

 

내일과 또 내일과, 내일과 또 내일이

이렇게 쩨쩨한 걸음으로, 하루, 하루,

기록된 시간의 최후까지 기어가고

우리 모든 지난날은 죽음 향한 바보들의

흙 되는 길 밝혀 줬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

인생이란 움직이는 그림자일 뿐이고

잠시 동안 무대에서 활개치고 안달하다

더 이상 소식 없는 불쌍한 배우이며

소음, 광기 가득한데 의미는 전혀 없는

백치의 이야기다.

-멕베스, 5막 5장, p459

 

 

 

 

 

 

 

 

 

 

 

 

 

 

 

 

 

 

 

 

'햄릿' 이라는 인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전에 읽었던 '아이스퀼로스 비극' 중 오레스테이아(오레스테스 이야기)에서 오레스테스는 그의 모친 클뤼타이메스트라와 그녀의 정부가 부친 아가멤논을 죽였음을 알 때 아무 망설임없이 복수를 감행한다. 그에 비해 햄릿은 망설이고 고뇌한다. 오레스테스와 다르게 햄릿은 르네상스의 인물이기 때문일까?

 

복수를 하는 자는 이유가 있고,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들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복수의 서사' 는 '고통의 등가교환' 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서사이며 거의 실현 불가능한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서사가 어떻게 창조적으로 실패하는가가 그 성패에 달려있다.-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중에서

 

억울하게 죽어 유령으로 나타난 선왕을 위해 햄릿은 아들로써 뭔가를 해야 한다. 당연히 아버지를 위해 어서 나서야 하겠지만 햄릿은 자신의. 자신만의 존재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고 햄릿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거의 죽게된다. 우유부단한 햄릿이다. 그러나 그 망설임속에 있는 이유와 슬픔을 알기에 우리는 햄릿을 이해한다. 햄릿의 우유부단함 속에 존재가 있다.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해와 대항하여 싸우다가

끝장을 내는 건가.

죽는 건----자는 것뿐일지니,

잠 한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가슴앓이와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간절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우리가 이 삶의 뒤엉킴을 떨쳤을 때

찾아올지 생각하면, 우린 멈출 수밖에----

그게 바로 불행이 오래오래 살아남는 이유로다.-햄릿, 3막 1장. p94~95

 

'To be, or not to be.'

햄릿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이 문장은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또는 '있음이냐 없음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여러가지로 번역되는데 내 생각엔 햄릿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나름 둘 다 맞는 것 같다.

 

 

 

 

 

 

 

 

 

 

 

 

 

 

 

 

 

 

 

 

 

 

직접 읽지 않아도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고귀하고 애절한 사랑의 대명사가 아닌가.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냥 덤덤히 책을 읽었다. 그 덤덤함의 이유는 뭘까.

 

캐플렛가의 딸인 줄리엣은 아버지가 정해준 결혼 상대를 거부한다.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대놓고 말한다.

 

뭐 뭐, 어쨌다고? 말을 돌려! 이게 뭐지?

"반갑다." "고맙다" 하다가 "고맙잖다."

게다가 "반갑잖다?" 버릇없는 것 같으니.

고맙다 반갑다 다 집어치우고

그 잘난 몸이나 추슬러 이번 주 목요일에

성 베드로 성당으로 파리스와 함께 가.

안 그러면 틀에 묶어 내가 끌고 가겠다.

나가, 누렇게 썩을 년아! 나가, 이 못난 것아!

허연 상판하고는! -로미오와 줄리엣, 3막 5장 p113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지배하는 시절에 자유연애는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올리비아 핫세' 로 연상되는 나의 줄리엣이 아버지에게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셰익스피어는 극을 쓸 때 '약강 오보격 무운시' 라는 형식을 주로 사용하였다. 모든 운문 형식 가운데 이 '약강 오보격 무운시' 가 영어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가장 가까우며 셰익스피어가 그 대표적인 사용자이다라고 〈민음사판〉의 번역자는 말한다. 그래서 번역자도 그 형식으로 번역을 했다고 하셨는데 우리말이 영어와는 달라서인지 책을 읽는데 사실 많이 불편했다. 역자의 노력은 가상하나 앞 뒤가 맞지 않고 억지스러운 데도 많은 것 같아 유감이다.

 

〈열린 책들〉 판은 그러한 형식에 완전히 얽매이지는 않은 것 같아 읽기는 민음사판보다 좀 쉬웠다. 그러나 너무 산문적인 느낌이 강해서 아쉬웠다.

 

 

 

 

그 밖에 읽은 책들.....

 

 

 

 

 

 

 

 

 

 

 

 

 

 

 

 

 

 

 

 

 

 

 

 

 

 

 

 

 

 

 

 

그리고

 

 

 

 

 

 

 

 

 

 

 

 

 

 

 

 

 

 

 

 

박상영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사랑에 관한 얘기인데 그 대상이 동성이다. 여자사람친구 재희와 엄마도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그냥 즐기려고 만나기도 한다. 아닌 것 같은데도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 그 사람을 만나야 하고, 진짜 사랑하는데 또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멀리 떠나보내야 한다. 이성을 사랑하든 동성을 사랑하든 사랑이란 비슷비슷한 유형이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p169

 

반짝,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나는 감히 규호를 따라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설렘도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밤이 끝나는 시점과 해가 뜨는 시점은 이어져 있으니까.-p248

 

그래,그래 맞는 말이다. 어쩌면 그 절절한 사랑들은 한여름밤의 꿈들일지도 모른다. 훼방꾼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휘청거리며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결국엔 만신창이가 된 자기자신만 남는다.  

 

사랑의 정체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자기 자식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안 부모들은 그 현상을 인정하기 보다 병으로 여기고 치료되기를 원한다. '대도시의 사랑법' 의 주인공 영의 엄마도 그랬다. 정신병원으로 보내진 영은 상처를 받고 엄마와 소원해지지만 그 엄마는 암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엄마를 용서할 수 없지만 엄마이기에 영은 엄마를 돌본다.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 있잖아

단 한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내마음을 짓밟은 것에 대해서. 나를 이런 형테로 낳아놓고, 이런 방식으로 길러 놓고, 그런 나를 밀어내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에. 무지의 세계에 놔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제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알지만, 나는 엄마를, 당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미안한데, 아마도 영영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영은 엄마를 용서할 수 없지만 엄마 역시 아들의 성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나와 똑같이 외동딸을 두고 있는 어떤 분이 소설. '딸에 대하여' 를 읽고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대상이 누구든 딸과 함께 있어 준다면  내가 가고 없을 때 홀로 남겨질 딸이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그러면 편안히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도시의 사랑법' 엔 올림픽 공원이 자주 나온다. 우리집에서 산책길을 따라 45분쯤 가면 올림픽 공원에 도착하는 지라 좀 반가웠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실내에서 운동을 할 수 없어서 올해는 자주 올림픽 공원까지 걸어갔다. 걷다보니 걷는 것의 매력에 푹 빠졌고 시간이 날 때마다 걸어갔다. 올림픽 공원에 도착하면 생수나 커피를 사서 내가 좋아하는 나무가 있는 곳의 벤치에 않아 그저 멍하니 있다 온다.  이 소설을 읽고 그 벤치에 않아 영을 생각하기도 했다. 무서운 병에 걸려버린 영!

내내 영이 한 말이 걸린다. 영이 좀 편안히 잘 살면 좋겠다.

 

지난 시절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써왔지만 결국 나의 몸과 나의 마음과 내 일상에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더 열심히 깨달을 따름이었다. 공허하고 의미 없는 낱말들이 다 흩어져 오직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만이 남는다. 어깨를 잔뜩 구부린 채 미간에 짙은 주름을 짓고 있는 내가 나 자신의 호흡만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세상.-P307~308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0-12-13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읽으셨는데요!!!!! 더구나 제가 오래 벼르던 [코스모스]!! 저도 책을 받았으니 조만간 따라서 읽을게요~~!!^^

페넬로페 2020-12-13 16:59   좋아요 1 | URL
이번에 읽은 책들은 워낙에 유명한 책들이라 글쓰기가 조심스러웠어요 ㅎㅎ
코스모스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읽기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유튜브에 칼 세이건이 만든 영상도 있는데 옛날거라 좀 그렇더라구요^^

scott 2020-12-13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페이퍼 한글자 한글자 음미하면서 읽어야할 구절이 많네요 연암박지원에 책을 제외하고 코스모스부터 셰익스피어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까지 2020년에 제가 읽었던 책들의 흔적과 똑같네요 지금은 이덕무 산문과 도끼선생에 죽음의 집을 그리고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 마무리짓지 못하는 2020년이네요

페넬로페 2020-12-13 20:04   좋아요 2 | URL
scott님과 읽었던 책이 겹치는게 많아서 영광입니다^^
2021년도엔 어떤 책들을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파이버 2020-12-13 2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성애에 대한 인식도 최근에서야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영이 엄마한테 느끼는 감정도 이해가고 아들의 성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도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가을 동안 다독하셨네요! 이제 연말에 읽은 책들 페이퍼를 기다리겠습니다~

페넬로페 2020-12-13 20:3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파이버님과 같은 생각이었어요~~
영과 그의 엄마의 입장이 둘 다 이해되더라구요^^

모모 2020-12-14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그동안 글소식이 뜸하여 바쁘신가 아님 슬럼프이신가 했는데...역시나 였네요! 좋습니다^^

페넬로페 2020-12-14 23:03   좋아요 2 | URL
조금 바빴고 많이 슬럼프였습니다~~
모모님!
안부 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조심 하세요**

scott 2021-01-09 1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추카~
어제보다 덜춥다고 해도 밖은 꽁꽁
건강 잘챙기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1-09 11:52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아직 몰랐어요^^
살며시 얼굴에 미소 한모금!
기분 좋네요**

초딩 2021-01-09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피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진심 추카드려요~~~!!!

페넬로페 2021-01-09 11:53   좋아요 1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제 서재에 오셔서 축하해 주셔서요^^
 

외출했다 돌아온 딸아이가 나에게 책을 두 권 내밀었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엄마에게 책선물 하고 싶어서 사왔다고 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선물을 받아 놀랐고 기뻤다.
그런데 한편으로 알라딘이나 **24에서 책을 샀다면
할인도 받고 적립금도 챙길 수 있었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얘기하니 딸아이는
책이 많은 곳에서
ㅡ그것도 베스트셀러나 주력 상품이 있는 곳은
빨간 조명도 빵빵하게 비쳐주는 ㅡ
여기저기 다니며 책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계산대에서 직접 돈을 지불하는 기쁨을
몇천원 더 내고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래, 그건 너의 선택이지.
고마워.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20-12-06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에 있었을 때 따님처럼 그런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교보니 그런 큰 서점에 가서 사곤 했어요. 인터넷으로 클릭해서 사면 마일리지등 혜택이 있지만 책에 둘러싸여 어떤책을 고를까 만져보고 살펴보고 하는 그 기쁨을 가끔은 느끼고 싶더라고요. 야무진 딸, 책 선택도 기특하네요. 👍❤️

페넬로페 2020-12-06 11:37   좋아요 0 | URL
네 전에는 저도 그랬던것 같은데
지금은 거의 서점에 나가지를 않는것 같아요~~
코로나로 낭만이 사라지는 느낌이예요 ㅠㅠ

scott 2020-12-06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쁜딸,엄마사랑^.^

페넬로페 2020-12-06 11: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

mini74 2020-12-0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저도 그래서 가끔 동네서점을 찾는답니다. 그 장소가 주는 기쁨이 있지요 ~

페넬로페 2020-12-06 11:41   좋아요 1 | URL
요즘은 거의 주변에 서점을 찾아보기 힘든것 같아요~~
소소한 기쁨들이 사라지고 있네요^^

모모 2020-12-06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중한 선물이군요, 전 책 선물 받을때가 제일 좋아요..
읽고 느낀점 올려주세요^^

페넬로페 2020-12-06 16:0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책선물 받으면 좋더라구요^^
열심히 읽고 글 쓸께요**

파이버 2020-12-06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께서 재밌는 책만 쏙쏙 골라서 선물하신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저까지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조금 일찍 온 크리스마스 선물이네요^^♡

페넬로페 2020-12-06 19:02   좋아요 2 | URL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가 무척 신선하게 들립니다^^
미리 인사드려요~~
메리 크리스마스, 파이버님!

서니데이 2020-12-06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건교사 안은영 재미있어요.
이번에 새로나온 표지가 더 예쁘더라고요.
따님이 좋은 선물 하셔서 좋으셨겠어요.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0-12-06 21:24   좋아요 1 | URL
책 두 권 다 좋다고 하더라구요~~
읽을 책이 점점 많아지네요 ㅎㅎ
서니데이님!
일욜의 남은 저녁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셔요^^

서니데이 2020-12-10 2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페넬로페 2020-12-10 22: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와~~
너무 기분 좋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