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의 나무들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결국에는 봄이 오고야 말았다. 긴 겨울을 지나는 동안 간절하게 기다리던 그 봄이.

창밖은 햇살이 넉넉하고 겨울바람보다 더 고집스러운 바람이 넘실거린다.

집 뒤에서 캔 달래를 넣고 바특하게 끓인 된장찌개로 늦은 아침을 먹고 차한잔을

곁에 두고 읽는 책으로 참 딱이다 싶다.

책속에 여기저기 나무며 풀같은 이야기들이 그득해서 보니 숲해설가란다.

숲해설가가 되려면 자신도 나무며 풀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글을 보니 딱 어울린다.

자신이 가 닿았던 곳들에서 건져내는 이야기가 참 잘 지을 밥처럼 고슬거린다.

작품하나 세상에 내놓으려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겠다. 그리고 마침내 고른 작품들

앞에 쓸 제목을 고르는 일이 가장 어려울 듯하다.

그렇게 고른 책의 제목이 '안드로메다의 나무들'이다.

이제 곧 저자는 우주선을 타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그 곳에 있는 나무들과 대화를 나눌 것

같다. 그리고 아아 여기는 안드로메다입니다. 이곳의 숲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상상만해도 즐거워진다. 그 별의 나무들은 어떤 속삭임들을 하고 있을까.

고은 시인이 그랬다. 올라가다가 못 본 꽃이 내려오면서 보이더라고.

도시에서 만난 꽃들은 화려했고 찬란했다. 지금 살고 있는 섬 곳곳에서 만난 들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이곳에 닿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이다.

언젠가 우리가 바람이 되어 우주를 떠돌날이 오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나무에게

내 숨을 전하고 싶다.

그 나무에 내 숨을 심어놓고 잠시 머무르다 또 다른 별로 날아가야지.

숲해설가의 에세이를 읽는데 자꾸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왠지 안드로메다의 나무들은 어린왕자가 심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누가 봐주어야 꽃도 나무도 살아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낀다.

이 책도 누군가에게 그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씻겨도 누가 봐주지 않아도 어딘가에 가득 피어있는 고운

들꽃같은 책이다.

 

            

* 이 책은 책방통행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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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돌이켜보니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때에는 그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서 집에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면서 마지막 차를 탔던 기억들이 있다.

결국 그 헤어짐이 싫어 사람들은 결혼이라는걸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랑도 빛을 잃으면 서로가 좀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사태로 집콕시대가 되면서 가족들끼리 한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툼이 잦아졌다고도 한다. 역시 인간도 동물인지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영역에 누군가 너무 다가오면 경계부터 하기 마련이다.

 


 

섬에 살다보니 주변이 온통 고양이 천국이다. 요즘이 고양이 짝짓기 계절인지 밤이 되면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진다. 야옹야옹 우는 정도가 아니라 찢는듯한 비명으로 잠을 설치곤한다.

너무 많아서 좀 성가시기도 하고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저들도 생명인데 함부로

무시하면 안되지 하면서 널어놓은 생선을 노리는 녀석들을 슬쩍 모른 척 하기도 한다.

 


 

강아지와는 다르게 확실히 고양이는 독립적이고 도도하고 경계심이 많다.

이런 고양이의 삶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점도 꽤 많은 것 같다.

맛있는 먹이로 좀 꼬여내고 싶어도 절대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지 않는다.

저만큼 떨어져서 자신을 헤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조심스럽게 먹이를 먹는다.

배가 고프다고 인간에게 사정을 하거나 비루하게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을 노리는 상대에게 비겁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나를 공격한다면 언제라도

맞서겠다는 듯 등을 곧추세우고 공격태세를 취한다.

참지마! 참지말고 발끈하라구! 하는 말에서 고양이의 매서운 눈길이 떠오른다.

 

고양이는 깔끔한 동물이다. 남에게 함부로 하지도 않지만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동물이기도 하다. 인간은 고양이보다 고등하지만 비겁하고

때론 비루하다. 그럼에도 사랑에 열심이고 늘 가장 따뜻한 곳에서 낮잠을 즐긴다.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가장 평화로운 공간에 머무는 것을 즐긴다.

우리도 고양이의 이런 삶을 따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앙증맞은 고양이 그림이 참 따뜻하다. 짧은 글귀들이지만 큰 울림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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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인생이 소설이나 드라마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책을 읽다가 이건 그냥

소설이기만 했으면 하는 순간도 있다. 이책이 그랬다.

너무 생생한 현실이어서 제발 이 비극은 그저 책속에만 존재하는 허구였으면 했다.

같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 이런 지옥같은 곳이 있다니..믿기가 싫었다.

 

 

이제는 더 이상 미국의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만든다고

했을 때에도 그 긴 장벽이 왜 필요하지? 가능하기는 할까 싶었다.

우리와는 정반대의 대륙에 사는 남미의 사람들은 대체로 많이 불행하게 사는 것

같다. 세계 제1위의 산유국 베네수웰라는 돈의 가치가 형편없어 땔감으로 사용한다고도

하고 온두라스며 멕시코등 수많은 난민들이 미국을 향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고도

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쨌든 자신이 태어난 조국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 곳을 떠나

자유를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아카풀코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빛나는 햇살에 넘실거리는 파도가 있고

느긋한 일상이 있는 그런 휴식의 도시.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런 일상들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멕시코의 카르텔. 주로 마약을 거래하고 무자비한 살인과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들.

리디아는 대학시절 멕시코시티에 나간 것을 빼고는 아카풀코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지금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시절 만난 세바스티안과 결혼하여 여덟살이 된 아들 루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조카딸의 성인식이 열리던 엄마의 집에 폭도들이 칩입하여 총을 난사한다.

오직 화장실에 와있던 루카와 리디아만이 살아남는다. 순식간에 그녀의 가족 열 여섯명이

살해당했다. 기자인 남편 세바스티안이 카르텔의 수장에 대한 기사를 썼다는게 이유였다.

이제 멕시코에서는 카르텔의 비위를 건드려서는 안된다. 오직 죽음만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오래전 서점에 찾아왔던 신사와 친구가 된 리디아. 시를 좋아하고 사려심 깊은 그 신사가

바로 카르텔의 수장 하비에르였다.

 

 

 

카르텔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정치가도, 상점의 주인이나 어린 소년까지 곳곳에 카르텔의 마수가 뻗혀있다.

뇌물로 매수하거나 폭력으로 위협하거나, 안되면 살인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리디아는 사랑하는 아들 루카를 지키기 위해 멕시코를 벗어나야 한다. 그들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그물망에 걸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리디아와 루카의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된다. 카르텔의 마수는 코앞까지 다가오고

숨막히는 추적은 피맛이 느껴진다. 버스를 갈아타면서 여러도시를 전전하고 남미의

난민들이 자유를 향해 오르는 기차의 지붕위에 올라 위로 위로 향한다.

그 여정속에 만나게 되는 수많은 난민들의 사연은 인간들의 탐욕이 얼마나 큰 악을

부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카르텔의 일원이 된 어린 소년의 몸에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수만큼 문신이 새겨져있다. 살인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먹고 사는 일에도 지친 사람들에게 카르텔은 마약, 살인, 강간, 폭력등 그야말로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다. 결국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향해 미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다 미국에

들어갈 수는 없다. 국경 근처에서 난민들을 색출하는 이민국사람들과 수비대는

난민들에게 돈을 착취하고 여자들을 팔아먹기도 한다. 이게 현실이라니.

 

책을 읽는 내내 책 앞 지도를 자주 들여다보았다. 아카풀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티후아나...리디아와 난민들의 여정.

오늘 세계뉴스에서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에게 '우리를 들여보내

달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의 모습이 나왔다.

아프리카 난민이 몰려드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난민을 감당하지 못해 국경의 문을

걸어 잠그는 일이 잦다. 과연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밀려드는 난민들을 받아줄 재정도 없고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감당할 자신도 없다.

넘으려는 자들과 막으려는 자들의 대립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가슴아픈 소설이다. 현실이어서 더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저 비극의 대륙 남미에서

태어나지 않음을 감사했다. 신을 믿는 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을 왜 신은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인지 원망하게 된다. 지금도 수많은 리디아와 루카가 자유를 향해 목숨을 건

여정을 하고 있다. 그들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어떤 비극이 존재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해준 문제작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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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런 지옥이 존재한다니, 이건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악에 대한 고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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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 - 상처가 꿈이 되는 특별한 순간
최보결 지음 / 미다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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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기원을 보면 인간이 신에게 바치는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인간이 나약함을 인정하고 신에게 정화와 치유의 바램을 담아 바치는 간절한

제물이었다.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우선 자신을 정화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우러르는 의식은 춤, 무용으로 승화되어 예술로 자리를 잡았다.

 


 

배우지 않아도 우리는 신이 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흔들게 된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몸에 태고적부터 스며든 유전자처럼.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사제, 혹은 무녀들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무병을 앓는다.

여기 운명처럼 찾아온 춤을 출수밖에 없었던 저자 역시 무병(舞病)을 앓는 무녀같다고

생각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춤을 추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사람도 많고 수줍어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춤에도 지도가 있던가. 공식이 있던가. 그저 느끼는데로 몸이 가는데로 움직이는 것도

춤이라고 한다면 춤을 추지 못할 사람은 없다.

살다보면 마음 깊은 곳에 고이는 절망, 슬픔, 한 같은 것들이 쌓이게 된다.

누군가는 말로, 누군가는 술로 풀고 누군가는 그냥 고인채로 병든다.

 


 

춤이 이토록 치열하게 운명에 스며든 사람이라면 당연히 애증의 관계가 될 수도 있겠다.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추면 되지...평범한 사람이라면 다들 이렇게 생각한다.

살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서 더 그랬을까. 결혼도 출산도 예사롭지 않았다.

춤은 그녀에게 업이기도 했고 치유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사슬처럼 옥죄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떼어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참 아프고 안스럽다.

 


 

이제는 자신이 걸어왔던 시간들을 주춧돌 삼아 아픈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춘단다.

사진속에 춤을 추는 사람들의 모습은 멋진 무대에서 추는 그런 춤이 아니다.

하지만 고였던 아픔들을 덜어내고 내면의 이야기를 듣는 숭고한 시간들임을

느끼게 된다.

 

멋진 무대에서 아름다운 무용복을 입고 추는 춤보다 더 간절하게 신과 만나는

무대를 본 느낌이다.

배운 적은 없지만 나도 파란 하늘과 구름이 떠도는 대지위에서 막춤이라도

추고싶다. 누가 본다면 미친 짓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살아온 찌꺼기들이 다 떨어져 나가고 쌓였던 삶의 노폐물까지 다

사라져버릴 것 같다. 이제 눈물없이 꽃밭위에서 고운 춤을 출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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