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거대한 도시의 풍경들....특히 야경을 본적이 있는가?

살만한 곳은 거의 아파트의 숲으로 채워져 있고 고만고만한 모양의 사각형 틀을 보고 있다보면

대체 저안의 사람들은 어떤사람들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개성도 품위도 없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대한민국을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고 여전히 어딘가에는

미분양 아파트들이 남아돌고 있다는 요즘에도 발뻗고 누울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나역시도 10여년전 어느날 버스를 타고 창밖의 집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이렇게 많은 집들중에

내집은 없는것일까...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련만...딱히 죄받을 짓 한 기억도 없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건만 집값이 쑥쑥 올라가는 동안 그뒤를 쫒지못한 내 알량한 돈벌이가 무척이나 서글펐었다.

외국처럼 내집의 개념이 좀 쿨할순 없을까? 임대아파트에서 그럭저럭 살다가도 좋지 않을까?

스물몇번 이삿짐을 싸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내 집 마련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던 기억들이 다시금

살아나는 소설이다.  알뜰한 주부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와는 완전히 다른 마치 전투기를 본 기분이다.

실제로 3년이 넘게 서울 안팎의 백여 군데의 집들을 기웃거렸다더니...작가가 혹 이작품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어 아무리 살펴봐도 분명 자신의 실화는 아닌듯하다.

 



 

월급쟁이가 20년을 안쓰고 안먹고 먹어야 집을 마련할수 있다고 하던가.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는 따라잡을수 없는 고공행진 집값을 감안한다면 순진하게 은행에다 따박따박

돈을 모아서는 평생 내집마련은 어림도 없는 '꿈'으로만 남을것 같은 현실이 아마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인지 아직 내 집을 가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집 나와라 뚝딱!' 해주고 싶은 따뜻한 작가의 바램이 그대로 느껴진다.

 부동산 불패의 대한민국 영원불멸의 원칙이 미국의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깨지면서 얼핏 이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내 집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물론 그와중에도 돈있는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돈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뛰어넘을수 없는 벽이 있다는걸 뼈저리게 느꼈지만..

 

주인공 수빈은 평범해 보였던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사랑하는 남자 그렉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의 삶을

살게된다. 고아였던 그렉이 평화주의자 양부모의 영향으로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면서 우연히 만난 수빈과

치열한 다툼끝에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딸 지니를 얻게 된다. 산자락밑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그들의 소울하우스를

찾아내고 밤나무를 심고 돌절구 연못을 가꾸면서 그렇게 평생 행복하리라고 믿었었다.

그렉이 어느날 사라지기 전까지는...업친데 덥친다고 친했던 지인에게 보증을 서주었던 일이 잘못되어 수빈과 지니

모녀는 쫓기듯 태국의 해변으로 날아간다. 우연한 만남은 없는것일까?  이상한 스님을 만난것이 수빈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의 정사장을 만난건 순전히 그 이상한 자칭 땡중과의 인연때문이었다.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는 능력이 탁월한 수빈의 능력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볼수 있었을까.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부동산 공부를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경매로 넘어갈뻔한 집을 찾아주고 생계를 해결해

주는 정사장이란 인물은 산전수전 다겪은 수전노에 팍팍 돌아가는 머리를 당할수가 없지만 결국 그의 가슴속에 뜨거운

사랑이 흐르고 있다는것을 나중에서야 확인하게 된다.

갈곳없는 형제의 집...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한 집...깊은 상처를 가지고 이제 서서히 꺼져가는 기억속에 있는 마지막

집을 찾아주는 거간꾼이 된 수빈은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쉴수 있는 그런 '참집'을 찾아내는 수행자가 된다.

지고 갈수 없는 재산을 어떻게 값지게 쓸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해법을 제시하면서 서로가 갈길을 찿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돌아온 그렉과 지니에게는 안됐지만 난 수빈이 이일을 계속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접을수가

없었다. 순진하고 착해서 제집하나 못챙기는 수많은 약자를 위해 깃발을 들고 앞장서 주었으면 싶었다.

누군가 한명쯤은 이렇게 살아도 좋지 않겠는가.  능력없고 용기없는 약자의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수빈과 그렉과 지니는 태국의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횃불을 들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인도할지도 모르겠다. 아님 멋진 해변 어디에선가 소울하우스를 짓고 지친 사람들을 쉬게

하든가...단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로 진출했을뿐이다. 내 집 마련의 고수 가족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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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는 여자 - 푸른 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김상옥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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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얀기억속의 너'의 작가 김상옥의 글은 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듯하다.

가슴아프고 애틋한 사랑의 주인공이었던 작가여서 그런지 그의 주변에는 말그대로

소설속의 주인공들이 많은것 같다. 부잣집 고명딸이었던 은서의 가슴아픈 이야기에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도 운명만큼은 바꿔주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가 느껴진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한가정을 짓밟고 운명을 바꾸는 과정이 울분을 느끼게 한다.

머리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그래서 생겨난 말인듯 싶다.

악으로 흥한자 악으로 망한다더니..결국 비참한 최후로 죄값을 대신하지만 다시는

되돌릴수 없는 과거는 폐허처럼 공허할 뿐이다.

자식처럼 키웠던 직원에게 배신당하고 식물인간이 되는 아버지를 끝까지 붙들어

회생시키는 장면에서는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무색해진다.

은서가 세상을 좀더 알았더라면 어렵게 회생하신 아버지를 다시 잃지 않았을것이다.

분명 범죄임에도 서둘러 덮어버렸던 공권력의 허술함과 무작정 사람을 믿으려했던

선함이 악(惡)을 극복해내지 못했음을 확인 하는것은 너무나 가슴아프다.



멋의 고장 진도의 풍광과 육자배기 가락이 그대로 전해지는듯한 무대에서 자신의 한(恨)을

둥둥 두드리는 은서의 북소리가 들려온다.

갑작스럽게 닥친 불행의 파도에 휩쓸린 가녀린 여자의 안타까운 몸부림에 작가인 하윤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전생의 인연이 있었을까. 첫만남부터 묘한 이끌림을 느낀

하윤은 윤서의 불행을 감싸주고 사랑을 느끼지만 윤서는 그의 곁을 떠난다.

굳이 그의 곁을 떠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애틋함으로 기억되는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바닷내음이 전해지는듯 아련한 사랑의 이야기가 무뎌진 내가슴속을 살며시 적셔준다.

어디에 있든 이제는 아프지 않기를 바랬던 하윤처럼 나도 윤서와 하윤이 더이상 고통속에

잠겨있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찬란하게 가슴속에 살아서 어두운 현실에

등불이 되기를 기도하게 되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어느 하늘아래에서 살고 있을지 모를 윤서가 한(恨이)을 달래고 혼을 부르는 몸짓이 아닌

희망의 북을 두둥 두둥 두드리기를...눈물이 아닌 행복의 소리가 되어 전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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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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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국군주의의 일본이 패전후 개최한 1964년 도쿄올림픽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한다는 황당한 소재가

이소설의 모티브이다. 1988년 치른 우리나라의 올림픽과 묘하게 겹쳐지는 상황들이 흥미롭다.

올림픽을 개최한 모든 나라들이 올림픽이 끝난후 급격하게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을만큼

한국가의 모든역량을 끌어모아 치르게 되는 올림픽의 영광뒤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희생이 있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특히 전후의 일본이라든가 독재의 사슬에서 막 벗어나 경제도약의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아직 올림픽을 치를만큼의 능력도 부족했고 애국심만으로 몰아부친 이면에

그늘이 있을수 있음을 국가나 권력계층에서는 알리고 싶지 않았을터였다.

물론 올림픽이 끝나고 단기간의 어려움이 있긴했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도약의 계기가 된것만은

사실이다. 낡고 부족했던 집들이 새단장을 하고 급격하게 늘어난것도 사실이고 아직은 미숙했던

준법정신이나 사회성이 새롭게 정착된것도 사실이다.


시골뜨기 출신의 도쿄대학원생 시마자키 구니오는 공부밖에 할줄 모르는 영락없는 샌님이다.

열다섯살이나 차이나는 막노동자 형의 갑작스런 죽음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도쿄는 화려한 개막식에 어울릴 도시미관과 경기장 건설을 위해 온통 공사판이

되었고 부족한 일손은 전후 가난한 시골에서 올라온 값싼 노동자도 넘쳐난다.

아버지가 다르기도 하거니와 어려서 부터 도시로 떠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형과는 대면대면한

사이이긴 했지만 화장으로 막을 내린 형의 인생에 대해 구니오는 막연한 책임감을 느끼게된다.

마르크스주의와 프롤레타리아 사상에 몰입했던 도쿄대학원생 구니오는 집안의 짐을 혼자만 지고

살아온 형에 대한 미안함과 과연 현실과 자신의 추구했던 학문에 대한 의구심으로 형이 살아왔던

길을 걸어보고자 작정한다. 통 일이라고 표현되는 16시간의 노동과 질낮은 음식...그리고 착취와

묘하게 얽힌 권력과 폭력, 그리고 마약에 이르기까지...하류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억울하고 깰수 없는 벽과 같은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계속되는 노동과 스트레스에 못이겨 급기야는 마약으로 빠져들고...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도 알게된다.


가난한 집안에서 장남만을 공부시켜 대들보를 삼기 위해 나머지 가족들이 희생하듯..

국가에 중요한 올림픽을 위해 모든 국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피지배층들의 부조리하고 무조건적인

희생으로 거대한 탑이 하나씩 쌓아 올라가는 현장을 보고 구니오는 국가와 지배층에 분노와 반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올림픽을 인질로 삼아 복수극을 시작하게 된다.

이성으로서는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에 대해 극단적인 방법으로 맞서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학문이나 지성, 이성으로는 이 현실을 타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대국가를 향해 도전장을 던진것이다.


정치가와 경찰간부의 집안의 둘째아들인 구니오의 도쿄대학 동창 스가와 이제 막 전후일본에 번영에

합류한 젊은 형사 오치하이 마사오, 고리타분한 전통을 지겨워하며 비틀즈의 음악에 심취한 스무살

아가씨 요시코는 묘하게 구니오와 얽히게 된다. 이들은 그시대에 일본을 대변하는 여러인물들의 표본이다.

권력을 가진자와 지배를 받는자...군국주의 시절의 잔재를 지닌 세대와 새로운 시대의 경계에 선 인물등을

통해 작가는 지주와 노예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이름의 재벌과 노동계급이 채워지고 부와 빈의 격차는 심화

되는 과정에 대해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의 상황을 접목시켜 절묘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범인을 은근히 알려주면서 그 뒤들 쫒는 사람들의 추적과 점차 밝혀지는 범죄와 복수의 과정들이

빠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미 밝혀진 범죄의도와 범인...추적자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 되어질지

후편이 궁금해진다. 구니오는 과연 몸값을 받아냈을까? 자신의 보잘것 없는 과거를 지워줄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도쿄대학원생을 포기하고 선택한 길이 과연 옳았던 것일지 2편에서 꼭 확인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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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 하리하라 사이언스 시리즈 3
이은희 지음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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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막장드라마에 식상한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미국드라마를 나역시 무척 좋아한다.

CSI나 NCSI 같이 과학수사로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을 보면 명탐정 셜록홈즈나 아가사크리시티의

포와로나 마플과는 확실히 다른 묘미가 느껴진다. 아직 과학적인 수사방법이 도입되기전의 수사기법은

추정하고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자백을 받는 정도였다면 교묘하게 진화된 범죄기법을 따라잡기 위해

개발된 수많은 과학기법 덕분에 과학이나 화학에 문외한이었던 사람들도 제법 루미놀이 무엇인지

DNA가 어떻게 증거가 될수 있는지 정도는 쉽게 알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범죄도 지능화가 되고 우연한 범죄도 있겠지만 치밀한 계획하에 완전범죄를 꿈꾸는 범인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권력과 부를 위해 혹인 명예를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잡아들이는

법의학자나 수사관들을 보면 정말 공부도 많이하고 인내심도 많이 필요하다는걸 알게 된다.

 

생물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내가 가장 싫어했던 과학공부를 정말 좋아하고 잘했던 사람인듯하다.

우리가 손에 땀을 쥐고 즐겁게 보는 드라마마저 '저것이 과학적으로 말이될까?'하면서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졸을

떠올리고 스토리에만 집중할수 없는 직업병을 가지게 되었다니 차라리 과학공부에 소홀해서 편하게 몰입하는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사체를 부검하여 사인을 밝혀내고 정황을 추정하는 과정을 보면 마치 내가

수사관이 된듯 내머리속에서도 회로가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간의 온도를 확인하여 사망시간을

추론하고 지문과 DNA로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을 보면서 범죄현장에 널려있는 눈으로 볼수 없는 수많은

증거들이 만약에 과학이 없었다면 완전범죄가 되거나 연쇄살인으로 이어졌을것이다.

이렇게 우리 유전자에는 단순히 특정인을 구별짓는 인자뿐아니라 수많은 시간을 진화하면서 입력된 수많은

정보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목숨을 지키게끔 자신을 방어하는 인자부터 병을 유발하는 인자들..

살인이나 폭력을 유발하는 인자까지 입력되었다니 저자의 말처럼 이 이론이 교묘하게 왜곡되는 일이 생길까봐

걱정스런 마음마저 든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유전자는 짐을 짓는다면 누구나 같은

집을 짓게 되는 '설계도'가 아니라 동일한 식재료로 요리하더라도 맛이 다르게 나온다는 '레시피'와 같다는 말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머리가 나쁘게 태어난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성공에 이를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내뿜은 숨결에서도 건강상태가 체크되고 절묘하게 조화된 공기덕분에 생명이 유지되고

있으며 무섭다고만 생각되었던 방사능이 생활속에서도 소량 방출되고 있다는것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인간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과학이라는 것이 역시 남용되거나 오용되면 얼마나 큰 독이 될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세지를 보낸다. 화석연료의 남용으로 대기가 오염되고 산성비는 미생물을 억제시키고 자연스런 순환을

방해하여 숲이 죽고 결국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지는 악순환은 인간들의 이기와 욕심이 부른 재앙이다.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양날의 칼처럼 과학의 발달이 우리에게 생명연장과 편리함만 주는것이

아님은 꼭 기억해야 할것이다.

이책을 읽고 저자처럼 미드에 몰입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긴 했지만 CCTV가 우리를 감시하고 나의 정보가

무차별로 공개되고 도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실제로 겪고 있지만 느끼지 못했던 현실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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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유고 - 조선 중기의 명재상 양파 정태화 문집
정태화 지음, 박세욱 외 옮김, 이장우 감수 / 연암서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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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효종,현종 세임금의 치하에서 22년이나 정승을 지낸 양파 정태화는 생소한 인물이다.
같은시대를 살았던 송시열이나 최명길등에 비해 역사에 미치지 못한것이 없었는데 말이다.
성리학의 대가로 유배되어 사사되었던 우암보다 높은 관직을 지냈으면서도 당쟁에서 살아
남을만큼 현실감각에 뛰어났으며 특별히 모나지 않게 처신하여 명철보신할수 있었던
지혜로움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저자는 소개하고 있다.
화재로 인해 소실된 작품을 빼고 유고로 정리된 작품만 이정도라니 대단하다고 생각했으나
그의 비중과 명성에 비해 그렇게 많은 작품은 아니라니 정실에 흐르는것을 경계하기 위해
명사들이나 친구들과의 교류를 의식적으로 피한것 같은 그의 외로움도 느껴진다.

이책을 읽는내내 마치 옛선비처럼 단아한 앉은뱅이 책상위에 서책을 펼쳐놓고 선인들의
귀중한 글을 읽듯이 경건한 마음마저 든다. 물론 책의 분량으로 인해 도저히 들고 볼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글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새로운 책을 만들어낸 공역자들의
노고가 새삼스럽고 양파와 그의 후손들에게 얼마나 영광된 일이었을까.

이작품의 특징은 남의 죽음을 애도하는 만시(挽詩)가 유난히 많고 몇편의 축시(祝詩)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교류시와 임금님께 올린 상소문과 기행문형식의 일기등이다.
한시(漢時)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던 나로서는 잘 다듬어진 역(譯)이 훌륭해서인지
시(詩)의 또다른 절제와 아름다움을 느낀 기회이기도 하였다.
때로는 애독하였던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의 운자를 빌려 지었다는 시를 보면 마치 여백의
묘를 살린 기품있는 한국화를 보는듯 편안하다.
튀지 않으면서도 깊은 가슴속이야기는 오히려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 오언절구와 칠언절구의
시들이 어렵지 않으면서 아름답다. 수백편의 한시(漢詩)를 읽다보니 이정도라면 나도 한시
한편정도는 쓸수 있지 않을까 싶게 가깝게도 느껴진다.

曉靄陰陰月色沈(효애음음월색침) 새벽 구름 어둑어둑 달빛은 가라앉는데
曉(새벽효)靄(아지랑이애)陰(그늘음)陰(그늘음)월(달월)色(빛색)沈(잠길침),

隔林何處數聲砧(격림하처수성침) 숲 넘어 어디에서 다듬이 소리 들리나?
隔(막을격)林(수풀림)何(어찌하)數(셀수)聲(소리성)砧(다듬잇돌침)

鳴苦怨蛬空庭夜(명공고원공정야) 울어대는 귀뚜라미 빈 뜰의 밤을 고통스럽게 원망하고,
鳴(울명)蛬(귀뚜라미공)苦(괴로울고)怨(원망할원)空(빌공)庭(뜰정)夜(밤야)

歸雁唯傳遠地心(귀안유전원지심) 돌아가는 기러기 오직 먼 나그네의 마음 전하겠지
歸(돌아올귀)雁(기러기안)唯(오직유)傳(전할전)遠(멀원)地(땅지)心(마음심)

梧葉正含凉露重(오엽정함량로중) 오동잎 마침 차가운 이슬을 머금어 무거운데
梧(벽오동나무오)葉(잎엽)正(바를정)含(머금을함)凉(서늘할량)露(이슬로)重(무거울중)

桂宮還覺彩雲深(계궁환각채운심) 달나라 다시 오색구름 더욱 깊음을 깨닫네.
桂(계수나무계)宮(집궁)還(돌아올환)覺(깨달을각)彩(채색채)雲(구름운)深(깊을심)

人生百歲元非久(인생백세원비구) 인생 백 년 본디 오래지 않은 것이니,
人(사람인)生(날생)百(일백백)歲(해세)元(으뜸원)非(아닐비)久(오래구)

一日相逢直萬金(일일상봉치만금) 하루라도 만난다면 억만금에 맞먹으리
一(한일)日(날일)相(서로상)逢(맞이할봉)直(값치)萬(일만만)金(쇠금)

-본문336p '새벽에 우연히 읊음(曉來偶吟)'

한자를 풀이해 읽어보면 어렵지 않다. 물론 한자를 모른다면 어렵겠지만.
덕분에 가물거렸던 한자도 선명해지고 생각보다 한시 짓기가 어렵지 않을것만 같다.
또한 기행문에는 누구와 같이 동행하고 어디를 거쳐 누구를 만났는지를 자세하게
일기형식으로 나타내었다. 만난 인물들의 됨됨이와 인심까지 소상하게 밝혀 먼옛날
이국에의 풍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얼마전 발견된 정조의 비밀편지처럼 사서(史書)에서는
느낄수 없는 포장되지 않은 친밀함이 느껴져 이름도 낯설었던 양파 정태화의 풍모가
살갑게 전해진다. 단지 인물만을 해석한것이 아닌 시문학에 대한 연구와 사료로서의
가치가 대단한 자료임을 이렇게 발굴해주었는다는것에 깊은 감사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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