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조선을 사로잡다 - 일제 강점기 연예인이 된 기생 이야기
신현규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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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이라 하면 술시중을 들거나 노래하고 춤추고 간혹은 잠자리의 상대가 되는
천민계급의 보잘것 없는 존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주강에서 일본장수의
목을 끌어안고 낙하한 논개와 일국의 재상마저 희롱했다던 황진이와 같은 기생도
있었다지만 남자들의 노리갯감이라는 생각은 어쩔수 없었다.

일제 강점기의 기생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근대가 시작되고 새로운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그시절의 기생들은 여전히
집안에서 속박당하고 살았던 우리나라 여성들보다 오히려 자유분망하고 적극적인
삶을 즐겼던것이 아닐까 싶다. 술자리에 온 남자들을 통해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도
더 많이 알수 있었고 비록 신분은 미천하였지만 문화를 즐기고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
찾고 낭만을 알았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져 있다.

새로운 춤과 노래가 나오고 영화와 연극이 각광받기 시작하던때에 숨죽인 여성들을
제치고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도 역시 기생들이었다.
비록 손가락질 받는 직업임에도 어쩔 수 없는 '끼'를 가지고 있던 그녀들이 여염집
여자들이 멀리했던 분야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끼'를 발휘하므로써 억눌린 신분제도에
대한 한을 조금이라도 위안받지 않았을까.

더구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금을 모으고 학교설립을 위해 헌금을 했다는 일화에서는
아무리 술을 따르는 기생일망정 그녀들도 조선의 국민이고 독립을 향한 마음은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현계옥과 같은 기생도 있었다니..논개의 충정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노류장화의 신세이지만 참사랑을 찾는 적극적인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다.
제대로 된 집안이라면 미천한 신분의 기생을 며느리로 들이고 싶지는 않을것이다.
실린 사진속에 기생 강명화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녀의 러브스토리는 스물세살 꽃다운
나이에 자살로써 막을내리고 지금내가 살고 있는 금호동에 묻혔다니..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녀의 사랑이 못내 가슴아프다. 많은 기생들이 그녀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꿈꿨지만 평범한
사랑과 결혼은 그녀들에게 꿈일뿐이었다.

CF스타로 모델로 영화배우로 불같이 살았던 그녀들도 조선의 역사와 함께 묻혀버렸다.
가난을 해결해보려고 기생의 길을 걸어야 했던 그녀들의 고단한 삶속에서도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했던 열정과 나라를 사랑하고 남자를 사랑했던 그녀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세상밖으로 나옴으로써 결코 그녀들의 삶이 비루하지만은 않았다는...어디선가
애절한 수심가의 한대목이 들려오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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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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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들이 떠올랐다.

'먹기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한사람이 평생 먹는 음식의 양은 얼마나 될까'

물론 나는 맛집의 약도는 머리속에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고 여행을 떠나기전 아침은 어디서 먹고

점심은 좀 돌아가더라도 이곳을 가야겠구나 할만큼 먹기위해 사는 사람쪽이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먹어치운 음식의 양은 풍만한 내 몸무게의 100배쯤은 되지 않을까.

 

인류의 역사속에 흩어져 있는 음식의 유래부터 요리에 관한 일화와 인물, 친절한 레시피를

총망라한  뷔페식 사전이라고나 할까.

일단 저자들의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Salter라면 요리는 물론 우리몸에 꼭 필요한 소금을 취급하는

업자쯤 되는 이름인데..아마도 필연적으로 이 책을 쓸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커플들인것 같다.

 



 

먹는 기쁨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면에서 단지 삶을 연장한다는 의미보다  더 큰의미의 '위대한 한스푼'이란

제목은 아주 적절한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음식문화가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기쁨은 다를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부엌에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부엌이야 말로 집의 중심이자 생활의 중심인것도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안방에서보다 부엌에서 더 어렵다'는 영국작가 랜슬럿 스터전의 말처럼 그 결정적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요리젬병이긴 하지만 이책에 소개된 몇몇 레시피중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마요네즈'이다.

결코 웃을일이 아니다 올리브오일의 양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물과 기름이 분리되어 결코 완성되지 못하는

쉽지 않은 요리라는걸....해보면 알게 될테니.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입맛도 꽤 까다로왔던 모양이다. 하긴 섬세한 작업을 해야하는 그들이 어떤 감각인들

예사로울수 있겠는가. 발자크나 알렉산더 뒤마와 같은 사람들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분명 요리사가 되었을 사람들이다.

심지어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가산을 탕진한 예술가들도 있었다니 빛나는 재능만큼이나 식탐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글로벌시대인 요즘 우리도 멋진 디너파티를 기획해보는것도 좋을것이다. 잡채와 갈비같은 음식은 잠시 뒤로 미루고

저자도 비싸서 자주 생략한다는 송로버섯은 생각지 말고 소개된 레시피대로 하우스 드레싱을 만들어 야채에 뿌리고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에 시저부터 카사노바까지 즐겼다는 굴은 아주 괜찮은 요리아이템이다. 

 

물을 마시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56세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77세다. 둘중 선택하시오. -207P

 

고기는 레드와인,생선은 화이트와인 하는 식의 규칙은 오늘날처럼 셀 수 없이 다양한 블렌딩 방식이 발달한 시대에는 별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충고와 1940년대 랑스 어느 바의 뒷벽에 있었다는 낙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최상품 품질 기준에 살짝 못미치긴 하지만 가격은 주 괜찮은 세컨드 와인을 준비하면 된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없는 요리솜씨에 주눅들지말자. 분명 참석했던 모든사람들이 이파티를 굉장한 파티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비법은?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많이 준비해서 가뜩이나 술좋아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을 취하게 하면 된다.

 



 

과거에도 그랬다지만 지금도 요리잘하는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얻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행복은

맛있는 요리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행복일것이다. 입과 영혼을 즐겁게 해주는 요리!

다만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데이비드 커퍼필드'에 낙천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미코버의

명언 '섭취한 칼로리보다 소비한 칼로리가 많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을 사러갈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테니까...

 

살면서 미슐렝 가이드에 나오는 별셋 이상의 식당에 가볼일이 있을까마는 이제 우리나라도 이 미슐렝

가이드에 소개될 만큼 별을 많이 달았으면 좋겠다. 비빔밥에 불고기에 김치까지 우리음식도 얼마나

맛있고 웰빙스러운가 말이다. 아..비록 일본의 과학자로 표현되긴 했지만 반세기전에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낸 우장춘박사에 대한 언급도 있다.  영화 '줄리 & 줄리아'의 주인공인 줄리아 차일드'의 일화도

나온다(295p)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여배우 메릴스트립이 줄리아 차일드역을 맡았으니 분명 이영화는 대박이다!

책을 덮을 때 즈음이면 마치 성찬을 배부르게 즐긴것 같은 포만감에 휩싸이게 될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이책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무칼로리의 맛깔난 뷔페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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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다시 쓴 무지개 원리 : 실천편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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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에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무지개만큼이나 빛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중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킨 ’무지개 원리’를 읽은 명사들은 과연 어떻게 이책을 느끼고 실천했는지를 되돌아보는

검증서라고나 할까.

인간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좋은 책을 읽고나면 당장 그대로 실천하여 삶을 개혁시킬것 처럼 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고무줄이 늘어났다가 다시 줄어들듯 타성에 젖은 게으른 삶으로 다시 복귀하곤 한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만한 명사들은 과연 무지개원리를 어떻게 읽었고 실천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나가던 CEO 였던 현대건설 김중겸사장은 ’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을 이기고 오히려 쫓겨갔던 계열사를

일등으로 올려세우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란듯이 일어난 사례이다.

무지개 원리에 ’감옥에 갇혀서도 문창살 사이로 흙탕을 보느냐, 별을 보느냐에 따라 이후의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를 가슴에 새기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매일 오후면 우리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는 명MC 최유라는 순발력 있고 공감력이 탁월함에도

늘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말로써 세상을 기쁘게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말은 마음이다.

내 마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솔직히 묻고 마음을 다스리도록 노력한다’고 말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듣는 마음도 깊어야 한다. 아마 그녀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말로써 세상을 기쁘게 하려는 기특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지기 때문일것이다.

프로그램에 초대된 저자의 책 ’무지개 원리’를 읽고 ’말’의 전문가인 자신이 특히 귀에 밟혔던

다섯번째 항목 ’말을 다스리라’를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한다는 그녀가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

 


 
 

말하자면 이책은 읽는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고 점검하게 하는 검증서이다.

오늘하루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 어떤 소망으로 노력했는지 혹시라도 느슨해지려는 나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채근해주는 멘토와 같은 다이어리라고 하겠다.

스스로 실천하는지 나의 생각은 어땠는지..이렇게 적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말하자면 나만의 ’무지개 원리’책을 다시 만든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 될 것같다.

그래서 포켓에 쏙 들어갈 정도로 앙증맞게 만들어져 나온모양이다 늘 메모하고 가까이 둬야 하므로..

 

한권의 책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무지개 원리’ 실천편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게을렀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넘쳐나는 많은 책들이 보석이 되려면 스스로 갈고 닦아야 함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지개 원리’를 보석으로 승화시킨 실화는 정말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명사들에게만 ’무지개 원리’가 영향을 준것만은 아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웃들의 체험수기를

보니 나역시 멋진 ’명사’가 될수 도 있겠다 싶어진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일단 나를 점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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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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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속시원한 막가파 가족들의 이야기 영화화될야 할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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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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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한때는 귀신도 때려잡을 것 같은 젊음도 가버리고 예비군훈련, 민방위훈련까지

면제받은.. 이젠 귀신도 뭐하는지 잡아가라고 연락해도 신경도 안쓰는 평균나이 사십 구세의 역전의 용사들이

날개 꺾이고 무릎에 바람든 채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그것도 칠순이 넘은 늙은 에미 품으로 말이다.

 

거대한 개미떼가 지나간 것 같이 먹을 것을 초토화 시키는, 비록 5번의 별을 달긴했지만 진짜 깡패는 되지 못했던

오함마씨,

유일한 대학 졸업생으로 한때는 집안의 희망이 될뻔도 했던 주인공 영화감독과 유난히 남자를 밝혀

동네 추문의 단골손님 여동생 미연, 이제 겨우 두번의 결혼을 끝냈을 뿐이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저 성질좀 있거든요'라고 큼지막하게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조카딸 민경이..

이만하면 막장드라마의 등장인물 구성은 완벽하다.

막장드라마의 결말이 그러하듯 '사실 나는 네 친어미가 아니다', 혹은 '너와 나는 이복형제란다',

더 나아가 '네여동생의 친부는 따로 있단다'가 골고루 종합선물처럼 버무려져 있으니 누가 누구랄것도 없이

모두 맛간 주인공의 영예를 나누어 가진 셈이다. 하긴 엄마 아빠를 선택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 그들이 무슨 죄랴.

그렇다고 먼저간 아내를 그리워 하며 혼자 살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할수는 없는 노릇이고

재취로 오긴 했지만 전파사 구씨와 눈이 맞아 도망간 엄마의 눈물겨운 사랑을 불륜이라고 돌을 던지기엔

3남매의 삶도 만만치 않으니 그저 그렇게 불운한  인생의 공범자가 되어 으르릉 거리며 살아갈 밖에.

 

노숙자로 나서기 직전 전화를 걸어 '닭죽 먹으러 올래?'하던 에미의 예리한 직감은 역시 위대하다.

사람을 패고 가막소를 제집마냥 드나드는 자식이라도 자신이나 망할 일이지 엄한 투자자들까지 물귀신

같이 끌어내린 빛못본 '말만 영화감독' 자식이라도 '아는 언니'의 적극적인 삶의 개입으로 인해 주다야싸의

세계로 화려하게 입문한 딸이라도 엄마란 언제든지 자식의 삶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필요할 때면 문을 열어두는

그런 존재이다. 어려운 때 일수록 먹고 힘을 내서 살아야 한다..스물 네평 연립을 가득 채웠던 고기 냄새에는

내새끼들 기 살려주고픈 모정이 그득하다.  미륵돼지 처럼 꾸역꾸역 삶의 허기를 고기로 채워넣는 자식들을 보면서

또다시 고기를 재는 엄마의 손길에는 세찬 인생이야 오너라 아무리 그래도 내새끼는 내가 지킨다 하는 눈물겨운

사랑이 있다.

 

스튜어디스 출신의 아내는 별로 당기지는 않는데 안 먹으면 왠지 손해일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 먹기는 하되

막상 먹으려고 보니 옹색한...한마디로 기내식 같은 여자였다. 그녀가 헬스클럽의 코치와 바람이 난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사실 그토록 혐오했던 전과5범,오함마의 주먹이 아니었다면 슬그머니 그녀를 놓아

주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다시는 헬스코치를 하지도 못할만큼 아작을 낸 책임을 고스란히 오함마가 뒤집어

썼음에도 왜 그토록 그를 미워하는 거지? 죄책감을 가장 어리석은 방식으로 해결하다니..오감독 너무 하잖아!

 

담배핀 조카딸을 위협해 용돈을 착취하고 주니어용 팬티를 보며 수음을 하는 인간들이지만 스페인어로

최악의 사태란 뜻인 '살라오'가 되면 멋지게 뭉치기도 한다. 집나간 민경을 그래도 삼촌둘이 찾아나선것만

봐도 증명이 된셈이다.

 

낡은 연립주택 입구에 놓여있는 쇼파에 앉아 바라보는 삶은 아무리 유심하다 해도 다 알수가 없다.

가막소를 예정해 놓은 오함마도 평생 먹을 돈과 사랑하는 여자를 쟁취하여 멋지게 날아오르지 않았는가.

 

-왜냐하면 내가 자존심이 상했거든. 니들처럼 배운 게 없는 놈들은  잘 모르겠지만 원래 사람은 이렇게

다루면 안되는 거야. -251p

 

자존심이 없는 사람은 위험하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험 한 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마음속에 비수같은 분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존심을 건드리면 안되는 법이다. -222p

 

비록 마약쟁이 북어대가리처럼 보이고 3류도 못되는 에로영화를 찍는 감독으로 전락했지만 적어도 오감독은

애증의 오함마를 팔아 넘기지 않았다. 자존심을 멋지게 지켜냈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말이다.

 

색광녀로 소문난 추문의 달인 미연도 세번째 결혼을 하고 이제 음식점 주인이 되었다.

한때는 자식을 버리고 야반도주로 사랑을 쫒을만큼 젊고 열정적이었을  늙은 엄마도 삶의 닻을 내려놓았다.

모두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을것 같았던 늪에서 빠져나와 툭툭 진흙을 털고 넓고 단단한 길을 걷고 있다.

 

-물론 형제니까 나보다 잘 아시겠죠. 그런데 혹시 감독님이 보고 싶은 것만 본 건 아닐까요? 색안경을 끼고. -153p

 

우리는 모두 보고싶은것만 보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낡은 연립 주택 앞에 놓인 한때는 찬란했을 구겨진 소파에 앉아서.

색안경을 쓰고 삐뚜름하게 세상을...사람들을 보고 있는지도 모를일이다.

 

잘 모르는 얘기만 해서 자꾸 주눅들게 하는 오감독보다 항상 나를 웃게 해주는 오함마를 따라 함께 날아오른 수자씨의

목소리가 자꾸 나를 붙잡는다.

 

-그럼 수자씨는요. 수자씨도 저 인간을 사랑해요?

-조금요.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할 거에요.

 

가난한 사람만이 사랑을 한다는데, 참으로 대책없는 사랑이라는데 나도 수자씨처럼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더 깊은 눈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지루한 일상과 수많은 시행착오, 어리석은 욕망과 부주의한 선택...인생은 단지 구십 분의 플롯을 멋지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함정을 피해 평생동안 도망다녀야 하는 일이리라.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해피앤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45p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이 소설의 마지막은 해피엔딩..하지만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법...오감독이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면 화려하게 부활할것이라 장담한다. 모여라 투자자들이여!

 

빈 항아리 처럼 텅 빈 가난한 마음에 지인들이 용기와 격려를 들이부어주었다는 저자에게 난 술을 가득 부어주고 싶다.

우리 고령화된 사람들끼리 밤새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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