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바꾸는 메타버스의 미래 - 정지훈 교수의 메타 사피엔스 안내서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정지훈 지음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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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메타버스가 뭔데?"


우리 집 가는 뻐스bus 아니죠.

'다음'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버스verse' 의 합성어로 가상의 집단적 공유 공간을 의미한다. 내 몸은 여기 있지만 또 다른 '디지털미'는 저기에 있는...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다.


한동안 메타버스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이 폭발했었다. 특히 거리 두기를 해야 할 코로나 시대에 메타버스의 역할은 상당했다. 대학 입학을 메타버스에서 했으며 수업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도 메타버스에서 이뤄졌다. 가수들은 메타버스에서 콘서트를 열고 전 세계 팬들은 공간의 제약 없이 메타버스라는 거대 디지털 공간에 모여 열광했다.


그러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메타버스의 인기 또한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잠깐의 재미로는 좋지만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 디지털 콘텐츠, 메타버스도 그와 다를 바 없는 유행에 그칠까? 저자 정지훈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탄생시킬 메타버스의 미래는 분명 우리의 일상을 바꿀 거라고...


세계적인 언론사 <포브스>는 매년 연말이면 다음 해에 가장 중요한 기술 트렌드를 발표하는데, 2023년 5대 기술 트렌드로 '메타버스'를 언급했다. 그런데 그냥 메타버스가 아니다. 미래의 인터넷, 메타버스 the future internet(Metaverse)라 명칭하며 미래의 인터넷이 곧 메타버스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일방적인 보여주기식 인터넷에서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며 참여와 공유, 확산이 가능한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는 지금, 앞으로는 기업이 플랫폼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플랫폼을 생성하는 진정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챗GPT와 스테이블 디퓨전(이미지 생성 AI)을 사용하며 충분히 그런 시대가 가능할 거라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우리 일상이 바뀌었듯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하드웨어의 기술적 발전 속도가 빨라진다면 앞으로 5~10년 뒤 우리의 세계는 또 한 번 다음 세계의 문을 열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생각이 많다. 분명 2,3년 전만 해도 확신했던 나의 생각과 비전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름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조언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미래의 기술들은 오히려 창작의 영역을 침범하고 AI가 대신할 줄 알았던 직업군은 그들만의 강력한 결집력으로 뚫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제일 먼저 서민들의 일자리와 문화 예술인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미래, 우린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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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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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죽는가?


생명과 탄생과 죽음의 '왜' 라는 질문에 이 작은 생물이 말해준다.



아이들은 어느 시기가 되면 '왜' 병에 걸린다. 이 '왜'병에 걸려들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왜?'의 무한 질문을 받아내야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라는 질문을 귀찮아하며 외면하는데, 돌이켜보면 이 '왜'라는 질문의 답을 함께 찾아내려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되기도 한다. '왜'라는 의문은 바로 우리 삶, 우리 생명의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생명과학은 '어떻게 일어났는가', '왜 일어났는가'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없애보기'와 '옮겨보기' 방법을 사용한다. 좀 더 풀어 설명하면 생명과학은 생명체의 탄생부터 진화, 유전, 노화 그리고 죽음이 왜 일어났는지의 답을 찾기 위해 작은 생명체인 모델생물을 활용해 유전정보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과 유전정보가 40% 이상 일치하는 '예쁜꼬마선충'을 모델생물로 삼아 유전과 진화 노화에 대한 비밀을 30여 년간 풀어가고 있다. 책은 그동안의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독자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생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발생학은 '어떻게 하나의 수정란에서 서로 다른 세포들이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나도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으며 생명이 자라는 과정을 몸으로 직접 느끼면서 신비롭고 경이로웠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을 하고 거기서 세포분열이 일어나며 인간의 형태를 갖춰간다는 게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한다고 해도 여전히 신비롭다. 


특히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떠오르는 변이와 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예쁜꼬마성충과 가시고기가 생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며 변이하고 진화했던 과정은 생물의 생존력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종의 기원>은 몇 번이나 중도에 읽기를 포기할 만큼 난해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과 더불어 함께 읽는다면 좋은 길잡이가 돼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인간은 불멸할 수 있을까?

저자는 5년 전만 해도 인간이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래에 어떤 일이 가능해질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동안 관련 책들을 읽어오며 인간의 불멸뿐 아니라 신인류의 탄생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과 AI 그리고 미지의 외계 생물체가 공존하는 세상, 어쩌면 지금도 계속되는 '예쁜꼬마선충' 연구가 그 비밀을 계속 풀어줄지 모르겠다.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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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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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스로를 가둔 이곳은 지옥이야. 한때 나는 최악은 그야말로 최악이니, 그 후로는 최악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제 알겠구나. 최악이 지나갔어도 더 많은 최악이 있다는 것을."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작년 10월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결국 유혈사태로 번지며 수많은 희생을 낳았다. 끝나지 않는 분쟁과 전쟁. 그 끝은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극심한 굶주림과 절망에 휩싸인 깊은 울음을 내뱉는다. 그래서 더욱 소설 숄의 아픔이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7년 동안이나 서랍에 보관하고 차마 세상에 내놓을 수 없었던 단편소설 숄은 역사 속 참혹한 사건을 짧지만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에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 홀로코스트의 끔찍한 사건을 다룬 책인지 몰랐다가 <숄>의 후속작인 두 번째 단편 <로사>를 읽으며 점점 그 끔찍한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배고픔에 굶주려 울음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아기를 숄에 감싸 어떡해서든 그 생명을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썼던 로사는 조카 스텔라가 추위를 견디다 못해 아기의 숄을 벗겨 자신의 몸을 감싼 모습에 절망한다. 모든 가족을 잃고 겨우 로사와 아기, 조카 스텔라만 살아남아 나왔건만, 결국 아기를 잃고 만 로사는 지옥 같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로사는 아기 마그다가 살아있다고 믿는다. 그런 그녀를 미친 여자라 말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로사의 시간은 그때 그 시간에 그대로 머물러 있음을...


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로사의 끊임없는 독백과 망상과도 같은 현상들이 그려지며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홀로코스트의 공포 속에서 살아나온 그녀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오히려 그것이 정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말한다. 아직도 잊지 못했냐고 여전히 그 시간에 머물러 있냐고, 하지만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한 이들은 감히 적어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지옥 같은 그곳을, 악마의 탈을 쓴 인간들의 잔혹함을 그리고 아직도 그 끔찍한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과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지옥 같은 전쟁을 말이다. 


나는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어. 그런데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더구나. 그것이 놀랍기만 했어, 불과 얼마 전에 벌어졌던 일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들이 기억하지 못한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었어. _p.104


잊지 말자. 기억하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그동안의 사건들을..

그들에게 잊지 말라고 꼭 우리가 알려줘야 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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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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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살고 있습니까?"


인간답게 산다는 게 무엇일까, 도덕과 규범을 지키고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인간답게 사는 걸까? 거기에는 '나'가 빠져있다. '나'가 빠진 인간다움을 추구하다 보면 지배층이 만들어놓은 틀에 끼워 맞춰 살아가게 되고 그게 인간다움 삶이라 착각하며 '나'를 놓치게 된다.


그럼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우리에게 '인간다움'을 일깨우는 가장 지적인 안내서. 『인간다움』 이다. 


제목부터 뭔가 지루할 거 같았다. 인간다움이란 주제에 예상되는 내용들이 보여 별로 기대감이 없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철학과 인문학, 종교와 역사, 과학과 인간을 절묘하게 연대기별로 엮어낸 이 책에 빠지고 말았다. 새벽녘 몇 페이지만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다음 날 일정이 있음에도 잠을 포기하고 완독을 하게 됐다. 


이 책은 인간답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인간다움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이 생각이 어떤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인간답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인간다움의 3가지 요소와 인간다움이 성숙해가는 역사적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반발과 그 여파를 추적하며, 우리가 왜 인간다움을 지켜야 하는지 사유하게 한다. 


저자는 지금의 인간다움이 있기까지 수천 년 인고의 시간을 거쳐왔으며 지금도 그 과정을 거치고 있음을 말한다. 1000년의 인간다움을 연대기로 읽으며 신과 인간,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 인간다움, 인간의 이성을 위축시킨 전쟁과 나약한 인간의 시대, 아우구스티누스의 시대정신, 자기다운 삶을 향한 르네상스 시대, 종교개혁과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기계에게 도전받는 인간다움. 거기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책에서 언급했듯 소크라테스는 '성찰이 없는 삶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라고 말했다. 단 한 권에 담긴 인간다움에 대한 이 책이 삶을 성찰할 만큼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인간다움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왜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삶의 선택을 의존하는 것은 그의 노예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과거 권위주의와 싸워 어렵게 얻은 인간다움의 중요한 자산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_p.319


우리가 도구가 될 것인지, 아주 좋은 도구로 사용할 것인지는 우리의 공감, 이성, 자유가 충만해져야지만 존엄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과거의 역사가 지금의 역사이고 지금의 선택이 미래의 역사가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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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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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웬만한 것은 다 이겨낼 수 있었다.
화려한 시절을 지나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설 때도 놓지 못했던 거.
글을 써야 살 수 있었고, 살아낼 수 있었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과 에세이를 묶은 이 책은 하루키가 기획하고 편집하고 해설할 만큼 그의 애정이 듬뿍 묻어있는 책이라 화제가 됐다. 뉴욕의 화려한 거리만큼 유명세를 떨쳤던 피츠제럴드는 인생의 낭만과 성공기를 걷기를 잠시, 후배 작가 헤밍웨이의 추격과 아내의 정신질환, 내놓는 작품마다 문학계 비판으로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일까, 책에 소개된 그의 단편과 에세이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보여줬던 흥분된 세련미가 결여되어 있다. 8편의 소설 속 인물들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상처와 절망, 웃음 뒤 숨겨진 우울이 담겨있다. 그들은 그걸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건 절망스럽지만 도저히 버릴 수 없는 겉치레를 결국 움켜지려는 것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뒤쪽 5편의 에세이를 보고야 왜 소설들이 이렇게 전개됐는지 어렴풋 짐작이 간다. 소설은 피츠제럴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절망을 벗어나려 했던 그의 처절한 몸부림, 긍정적 생각을 고취하려 했던 간절한 노력. 그래서 난 소설보다 그의 에세이가 더 좋았던 거 같다.

<위대한 개츠비>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하루키가 선정했다는 피츠제럴드의 단편선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그가 왜 이렇게밖에 쓸 수 없었는지, 5편의 에세이를 보고서야 이해가며 숙연해진다.

'나'는 더 이상 없었다. 남아 있는 것은 기껏해야 고된 일을 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 정도지만, 나는 이제 그 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아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제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커다란 집에 혼자 남겨진 어린아이 같은 것이다. _p.325.

글쓰기를 하며 생각을 하도록 강요당한 것임을 깨달은 피츠제럴드는 몹시 지친 상태에서 첫 휴식기를 가지며 과연 생각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있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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