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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평점 :
남산 가는 길, 후암동 헤럴드스퀘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계 하나가 서 있다. (혹시 이 시계 본 친구들 있을까?)
이 시계는 인류가 지구 온도를 1.5℃ 이내로 막을 수 있는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이다.
탄소 배출이 줄면 시계는 멈추고, 줄지 않으면 시계는 더 빨리 간다.
2021년, 베를린과 뉴욕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설치된 기후 위기 시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지구의 데드라인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꿰뚫는 기후의 역사』는 바로 이 시계가 가리키는 위기의 시간을, 1만 1700년 인류의 기후사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되짚는 책이다.
고대로부터 산업혁명,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후 변화가 인간사에 남긴 결정적 흔적들을 핵심만 추려 촘촘하게 정리했고, 정치·경제·기술·생태의 교차점에서 기후를 읽어내는 시각은 통찰력 있다. 특히 ‘농업적 가속화’라는 개념은 근대 이전 인류 활동과 기후 간의 관계를 새롭게 비춰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하지만 이 책 저자의 인사말에서 다소 복잡한 감정에 머무르게 된다.
저자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은 오직 평화와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인류 공동체로서의 인식 전환, 협력과 연대, 민주적 환경정책… 그 어느 말도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확히 맞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서늘한 거리감이다.
지구를 지배하는 에너지 구조, 국가 간 경제 격차, 탈탄소화 정책의 정치적 후퇴 등 지금의 세계질서는 그 이상을 실현하기엔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다. 저자의 선언적 문장의 윤리적 타당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너머의 구체적 해법을 제안하지 않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 #평친클나쓰 멤버들과 #이키다와독토 를 통해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들은 정말 깊고 의미 있었다.
기후위기를 역사적 흐름 안에서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던 시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여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연대라는 생각도 들었다.
🌡 기후위기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기후 위기 시계처럼 숫자로, 역사로, 책으로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꿰뚫는 역사, 삐뚤한 현실,
그래도 행동은 곧게 가야 하는 이유?!
지구의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도,
지구의 속도를 늦추는 행동은 오늘도 시작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