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 아이의 말 속에서 피어난 성장의 순간들
임정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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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 한마디가
삶의 진리를 통째로 흔들어놓을 줄이야.
"나 지금 다섯 살 되고 있어?"
이 짧은 문장이 건네는 뭉클함,
스스로 커지고 있다고 믿는 그 순수한 자존감 앞에서 나도 덩달아 마음이 커진다.

『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이 책은 다섯 살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며 던지는 질문과 문장들을 중심으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경이롭고도 현실적인 여정을 담아낸다.

"나는 귀여우니까 봐줘"
"나쁜 사람 없어"
"지금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있어"
"아빠, 하늘 나라에 가지 마“

이 책은 단순히 아이의 말 한마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언어가 자라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곧 한 가족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가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졌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변화의 연속은 '인간은 얼마나 유연하고 단단해질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것이 나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은 없다는” 아이의 말에 담긴 이중적 감정이다. 안심과 불안이 공존하는 부모의 내면은, 결국 ‘말’이라는 매개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재정의된다. 이 책은 부모가 아이의 말 앞에서 얼마나 자주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며, 때로는 삶의 해답을 발견하게 되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설득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의 말은 때로 시처럼 아름답고, 때로는 날것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바로 그런 말들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다정한 언어다. 책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대화 장면들은 사랑이 언어를 통해 어떻게 전해지고, 또 언어가 사랑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어린 시절의 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아이와 나눈 대화는 결국 내 삶의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었다는 걸 이 책이 다시금 알려준 거 같다.

아침 등굣길, 졸린 눈 비비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마음이 저릿해진다.
“이 길 끝엔 뭐가 있을까.
아이에게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모든 순간이 선물 같았다는 걸,
바쁘게 살다 보면 잊고 있었던 그 마음.

《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가 진심 어린 위로로
조용히, 다정하게 다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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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깨기 - 원하는 것을 얻는 확실한 방법
일레인 린 헤링 지음, 황가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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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우리는 배워왔다.

“말 잘 듣고 얌전한 아이가 착한 아이야.”
“회의에서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분위기 흐리지 마.”

그래서 말을 삼켰다.

회사의 분위기, 상사의 눈치, 가정의 평화, 친구의 기분…
조용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니까.

하지만 《침묵 깨기》의 저자 일레인 린 헤링은 단호히 말한다.
그 침묵은 결국 우리를 조금씩 지워버린다고.

하버드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협상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침묵은 금이 아닐 수도 있다.
자기 의심이 자라나고, 사고력이 둔해지고, 고통이 커지고, 존재감이 흐려진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무엇보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단순히 ‘말을 하라’고 추상적으로 말하는 대신 먼저 침묵을 이해하고 인지하도록 돕고, 우리가 어떻게 전략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그 행동 방향을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습으로 제시한다는 것이다.

🔸 "택시에서 기사님께 창문 좀 열어달라고 말해보세요."
🔸 "싫어요. 만으로도 완전한 문장이 될 수 있음을 배워요."
🔸 "조언이 아닌 공감의 말을 해달라고 말해보세요.“

이 작은 실험들이 결국 침묵의 고리를 끊는 첫걸음이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꽤 찔렸다.
나도 '남을 침묵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지만, 은연중에 대화의 흐름을 끊고 내 의견만 강조한 적이 많았다.
반대로 말하고 싶은데 삼킨 순간도 떠올랐다.

'나 하나쯤 조용히 있으면 넘어가겠지'
하지만 결국 나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던 거다.

『침묵 깨기』는 단순한 ‘소통 기술서’가 아니다.
자기 회복에 대한 치유서이며, 사회 시스템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혹시 지금도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있다면,
혹시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입을 막고 있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말할 수 없음을 배운 우리가, 다시 '내 목소리'를 찾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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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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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
"엄마, 사람을 죽였어.“

그날 이후, 세상은 박희숙에게 완전히 뒤집혔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지독할 만큼 아들을 위해 살아온 삶.
그 모든 노력이 산산조각 난 순간.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순 없다.’

‘그건 정말 이상한 죽음이었다.’
아버지의 의문사 이후 어머니를 의심하며 살아온 남자, 형사 이인우
어머니에게 차마 묻지 못한 말이 있다.
”아빠는 누가 죽였어?“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는 어머니
어머니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아들.

두 개의 모성, 두 개의 진실이 하나의 거대한 매듭으로 얽혀가는데....

『홍학의 자리』로 소름 돋는 반전의 미학을 선보였던 정해연 작가가 이번엔 "모성"이라는 이름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친다.

조금 뻔한 듯 느슨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중반 이후부터 정해연 특유의 압도적 서사 전개가 본격 시작된다. 숨죽이며 넘기는 페이지, 곳곳에 뿌려놓은 복선, 그리고 '비정한 다정함'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이 소설의 무게를 단단히 붙잡는다.

그러나, 『홍학의 자리』에서 보여준 전율과 비교하자면, 이번 작품의 결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모성'이라는 키워드가 과연 이렇게만 소비되어야 했을까? 끝까지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힘은 여전했지만, 마지막 한 방의 파괴력은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비정한 다정함"이라는 아이러니한 표현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정서를 정확히 대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감정으로 여겨지는 모성이 때로는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그리고 그 파국마저도 어쩌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일 수 있다는 섬뜩함을 작품은 끝까지 묻는다.

"이 모든 비극은 결국 사랑이었을까.“
”과연 사랑은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가“

이 불편한 질문에 나 또한 시험대에 오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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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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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가는 길, 후암동 헤럴드스퀘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계 하나가 서 있다. (혹시 이 시계 본 친구들 있을까?)
이 시계는 인류가 지구 온도를 1.5℃ 이내로 막을 수 있는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이다.
탄소 배출이 줄면 시계는 멈추고, 줄지 않으면 시계는 더 빨리 간다.
2021년, 베를린과 뉴욕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설치된 기후 위기 시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지구의 데드라인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꿰뚫는 기후의 역사』는 바로 이 시계가 가리키는 위기의 시간을, 1만 1700년 인류의 기후사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되짚는 책이다.
고대로부터 산업혁명,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후 변화가 인간사에 남긴 결정적 흔적들을 핵심만 추려 촘촘하게 정리했고, 정치·경제·기술·생태의 교차점에서 기후를 읽어내는 시각은 통찰력 있다. 특히 ‘농업적 가속화’라는 개념은 근대 이전 인류 활동과 기후 간의 관계를 새롭게 비춰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하지만 이 책 저자의 인사말에서 다소 복잡한 감정에 머무르게 된다.
저자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은 오직 평화와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인류 공동체로서의 인식 전환, 협력과 연대, 민주적 환경정책… 그 어느 말도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확히 맞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서늘한 거리감이다.

지구를 지배하는 에너지 구조, 국가 간 경제 격차, 탈탄소화 정책의 정치적 후퇴 등 지금의 세계질서는 그 이상을 실현하기엔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다. 저자의 선언적 문장의 윤리적 타당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너머의 구체적 해법을 제안하지 않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 #평친클나쓰 멤버들과 #이키다와독토 를 통해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들은 정말 깊고 의미 있었다.

기후위기를 역사적 흐름 안에서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던 시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여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연대라는 생각도 들었다.

🌡 기후위기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기후 위기 시계처럼 숫자로, 역사로, 책으로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꿰뚫는 역사, 삐뚤한 현실,
그래도 행동은 곧게 가야 하는 이유?!

지구의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도,
지구의 속도를 늦추는 행동은 오늘도 시작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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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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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가는 길, 후암동 헤럴드스퀘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계 하나가 서 있다. (혹시 이 시계 본 친구들 있을까?)
이 시계는 인류가 지구 온도를 1.5℃ 이내로 막을 수 있는 ‘남은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이다.
탄소 배출이 줄면 시계는 멈추고, 줄지 않으면 시계는 더 빨리 간다.
2021년, 베를린과 뉴욕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설치된 기후 위기 시계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지구의 데드라인을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꿰뚫는 기후의 역사』는 바로 이 시계가 가리키는 위기의 시간을, 1만 1700년 인류의 기후사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되짚는 책이다.
고대로부터 산업혁명,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후 변화가 인간사에 남긴 결정적 흔적들을 핵심만 추려 촘촘하게 정리했고, 정치·경제·기술·생태의 교차점에서 기후를 읽어내는 시각은 통찰력 있다. 특히 ‘농업적 가속화’라는 개념은 근대 이전 인류 활동과 기후 간의 관계를 새롭게 비춰주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하지만 이 책 저자의 인사말에서 다소 복잡한 감정에 머무르게 된다.
저자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은 오직 평화와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인류 공동체로서의 인식 전환, 협력과 연대, 민주적 환경정책… 그 어느 말도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확히 맞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오는 서늘한 거리감이다.

지구를 지배하는 에너지 구조, 국가 간 경제 격차, 탈탄소화 정책의 정치적 후퇴 등 지금의 세계질서는 그 이상을 실현하기엔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다. 저자의 선언적 문장의 윤리적 타당성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 너머의 구체적 해법을 제안하지 않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 #평친클나쓰 멤버들과 #이키다와독토 를 통해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들은 정말 깊고 의미 있었다.

기후위기를 역사적 흐름 안에서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던 시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권의 책으로 모여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중요한 연대라는 생각도 들었다.

🌡 기후위기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지만,
📍기후 위기 시계처럼 숫자로, 역사로, 책으로 조금씩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꿰뚫는 역사, 삐뚤한 현실,
그래도 행동은 곧게 가야 하는 이유?!

지구의 시간을 되돌릴 순 없어도,
지구의 속도를 늦추는 행동은 오늘도 시작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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