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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평점 :
“짧은 낮잠을 잤고, 그 안에서 평생을 살았다.”
서른 번의 꿈, 서른 개의 세계.
시간이 역행하고, 무한히 반복되며, 한순간에 멈추기도 하는 곳.
과학과 문학이 꿈결처럼 맞닿은 이 세계에서, 우리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당신은 어떤 시간을 살고 싶은가요?’
『아인슈타인의 꿈』은 물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앨런 라이트먼이 써낸 시간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상상이다.
NPR 필독 도서, 뉴욕타임스 25주 연속 베스트셀러, 전 세계 30개국 번역 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넘어, 이 소설은 시간이라는 감각을 '살아 있는 감정'으로 만들어낸다.
1905년 스위스 베른.
특허청의 젊은 직원 아인슈타인이, 시간에 대한 논문을 품고 잠든다.
그리고 펼쳐진 꿈속에서 우리는
시간이 원을 그리며 반복되는 세계,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세계,
속도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세계,
미래를 아는 자가 침묵하는 세계,
미래가 없이 현재에서 끝나는 세계,
죽음 없이 영원히 사는 세계,
사람이 단 하루만 사는 세계,
영원의 무게에 지쳐 절망하는 사람들의 세계
끝없이 움직여야만 오래 살 수 있는 세계를 경험한다.
처음엔 서른 개의 세계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세계들은 마치 내 안에 오래전부터 있던 것처럼, 그 모든 세계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인셉션』처럼 현실과 꿈이 뒤섞이고,
『인터스텔라』처럼 시간을 넘나들며,
『테넷』처럼 현재와 미래가 서로를 가로지른다.
이 모든 상상의 시간은 결코 허무맹랑하지 않다.
지루할 때는 시간이 더디게, 행복할 때는 쏜살처럼 흐르는 우리의 체감처럼, 이 소설은 ‘살아 있는 시간’을 다층적으로 꿰뚫는다.
오늘날 우리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무수히 분절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 고침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때로 시간은 무한히 길어지기도 하고, 어느새 증발하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꿈』은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시간을 살고 싶은가?"
그러다 문득 난 생각했다.
우리 각자가 머물고 싶어 하는 시간은, 잃어버린 낙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간신히 움켜쥐고 있는 작고 소중한 행복이라는 것을.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우리 마음은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에 가만히 머무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금 나는,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한 줌의 빛처럼 고여 있는 행복의 세계에 살고 싶다.
지금 이 마음이, 이 시간마저도 언젠가 먼 미래의 나를 지켜주는 은신처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세계가 끝나는 마지막 1분,
서로 손을 잡고 고요히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아인슈타인의 꿈』은 우리에게 삶의 끝자락마저 숭고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감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