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 프롬 더 탑 - 창작의 기본과 이니셔티브에 관한 원칙 66
켄 양 외 엮음, 정지현 옮김 / 디플롯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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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미쳤었지.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의욕에 눈이 멀어 일주일간 집에 발길을 끊고 사무실 책상과 한 몸이 되어 밤을 지새웠다. 내가 아는 모든 디자인 기법과 아이디어를 때려 넣고 얼마나 만족했던지...
하지만 시안 발표 후 돌아온 클라이언트의 한마디는 뼈아팠다. "정말 예쁘고 멋진데... 우리가 전하려는 가치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네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본질을 놓치고 껍데기에만 집착했던 그때의 나에게 이 책, <팁 프롬 더 탑>을 건네주고 싶다.




건축가 세바스티안 슈말링은 이 책에서 명확하게 조언한다.
"첫 프로젝트에 다 쏟아부으려는 유혹을 뿌리치라"고.
하나의 프로젝트에 모든 상상력을 담으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한두 가지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거다.

과유불급은 디자인이나 인생이나 매한가지다. 여백을 두려워해 온갖 '예쁜 것'들로 화면을 꽉 채웠던 그때의 나는, 정작 그 안에 담겨야 할 '메시지'가 들어설 자리까지 없애버린 셈이었다. 채우는 욕심보다 비우는 용기가 훨씬 더 고급 기술이라는 걸 그때는 미처 몰랐다.

이 책은 마치 전 세계 랜드마크를 세운 '건축계의 신' 70여 명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초호화 멘토링 세션 같다。
프리츠커상 수상자부터 롯데월드타워, MoMA를 설계한 거장들이 각자의 가치와 원칙들을 아낌없이 공개한다.

“한 가지에 집중한다고 다른 부분에서 무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설계든, 서비스든, 생산이든 특정 분야에서는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인정받는다는 의미다.”_켄양
"평생에 걸친 자기 성장은 곧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다."_리후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자신만의 비전을 추구하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도 괜찮다.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는 실수가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그저 더 나아지기 위한 반복 과정일 뿐이다."_로렌스 스카르파

책은 시작, 영감, 가치, 몰입, 과정, 자기계발, 결단이라는 일곱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관통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 "스스로를 가두는 경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나아가라"는 것이다. 이건 건축 실무자뿐 아니라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모든 창작자와 기획자에게 적용되는 삶의 지침과 같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기본을 놓치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는 조언이었다.
단순히 멋진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우리 몸과 마음을 건축과 연결하고 공동체의 행복을 고민하는 것.
건축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는 거장들의 철학이 마음을 울렸다.
우리가 지구와 상생하며 후대에게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그들의 고민은, 내 삶이라는 건축물을 어떤 재료로 채워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디자인의 여백이 시선의 숨통을 틔워주듯, 인생의 여백은 영혼을 숨 쉬게 한다. 모든 칸을 욕심으로 빽빽하게 채운 일상은 결국 과부하로 무너지는 부실 공사가 되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 보여주려는 욕심을 '딜리트(Delete)' 키로 지워낼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비로소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국 인생이라는 마천루도 얼마나 높이 쌓느냐보다, 그 안에 얼마나 좋은 공기와 빛이 흐를 수 있는 '빈 공간'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게 아닐까.

인생이라는 마천루를 올리다가 설계 오류가 난 것 같다면 슬쩍 꺼내 보기 좋은 책!!
거장들의 조언을 다 따를 필요는 없다. 내 마음에 꽂히는 벽돌 한 장만 제대로 챙겨도 부실 공사는 면할 수 있을 테니까.

내 인생의 조감도는 일단 '독서량의 수직 증축' 대신 '읽지 않은 책들의 고립주의적 적재'부터 설계해 볼까 한다. 거장들은 랜드마크를 세운다지만, 나는 거실 한복판에 '언젠가 읽을 책'으로 이루어진 마천루를 쌓고 있다. 이 견고한 종이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름신 방어벽'을 세우는 것이 이번 분기 가장 시급한 구조 보강 작업이지 않을까. 그런데 <팁 프롬 더 탑> 읽고 나니 디자인 관련 책 지름신이 내려와 날 유혹하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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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그릇 - 나를 비우고 뜻을 채우는 52주간의 마음공부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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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하루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머릿속은 거의 ‘오만가지 걱정 풀가동 시스템’이라는거. 💭🤨
안타깝게도 이 시스템의 주력 상품은 9할이 쓰레기통 직행 급인’ 헛된 공상‘이나 ’부정적인 근심‘이다.

나 또한 내 마음인데 내 마음대로 제어가 안 될 때가 많다.
마치 새벽 3시에 거실을 광란의 질주로 누비는 우리 집 고양이처럼, 🐈 내 생각들도 갈피를 못 잡고 제멋대로 날뛴다. 누군가 툭 던진 말 한마디를 밤새도록 곱씹으며 🤕 ‘그때 이렇게 들이 받아쳤어야 했는데!’ 하고 뒤늦게 이불 속에서 쉐도우 복싱을 하느라 기력을 다 쓴다. 정작 생산적인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내 마음은 이미 퇴근 시간 직전의 직장인처럼 녹초가 되어버리는 거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토록 내 것도 아닌 것 같은
’내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며 사는 걸까?


고전연구가 조윤제는 그 답을 ❛마음 그릇❜에서 찾는다. 🍵
그릇이 작으면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물이 넘치고,
그릇이 깨져 있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채워도 금방 바닥을 드러낸다.
우리가 괴로운 건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 상황을 담아낼 내 안의 그릇이 아직 덜 빚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른의 그릇》은 <사서삼경>부터 다산 정약용까지, 수천 년간 검증된 선현들의 지혜를 빌려와 ’진짜 어른‘이 되는 법을 일러준다.

✔️ 책의 핵심은 마음 그릇을 네 단계로 빚고, 정돈하고, 닦아내고, 키워내는 거다.

1️⃣ 빚어내기 : 나를 바르게 하는 단단한 선한 마음 가꾸기 (맹자의 성선설처럼 본래 착한 마음을 지키는 법)

2️⃣ 정돈하기 :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을 가지런히 다듬기 (신독, 혼자 있을 때도 삼가는 태도)

3️⃣ 닦아내기 : 해묵은 감정·욕심 씻어내고 새로운 뜻 세우기 (화 날 때 호흡 가다듬고 미리 곤란 생각하기!)

4️⃣ 키워내기 : 세상을 담을 만큼 넉넉한 성품 기르기 (공자의 “원하는 대로 해도 어긋남이 없다”는 경지까지)


읽다보니 이 책은 한꺼번에 읽고 치우는 숙제가 아니라 일주일에 하나씩, 1년 동안 내 마음을 닦아내야하는 여정같았다.

특히 많은 문장 중에서도 나를 멈춰 세운 대목은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에 관한 통찰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물질과 변화가 아무리 중요한 시대라 해도 인륜과 도덕은 개인과 사회가 지켜야 할 불변의 원칙이라고.

사람을 사랑하고(인),
올바른 삶을 위해 노력하며(의),
예의와 배려로 대하고(예),
지혜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지)이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원리라는 그 말이 유독 뼈아프게 다가왔다.


요즘 뉴스에서 끊이지 않는 전쟁 소식과 탐욕의 끝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인의예지가 무너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며 한탄하지만, 이 거친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나만의 단단한 기준이 절실해진다. 내 그릇에는 과연 무엇을 담아 이 어지러운 시대를 건너야 할까. 내 그릇에는 과연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어른다움이란 삶의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역경 앞에서도 의연하게 웃을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을 스스로 갖추는 일이다.


나이만 먹으면 자동으로 ’럭셔리 도자기‘가 되는 줄 알았는데, 정신 차려 보니 여태 ’일회용 종이컵‘ 같은 멘탈로 살고 있었구나 싶다. 세상이 흉흉할수록 내 속이라도 단단하게 챙겨야지 별수 있나. 오늘부터 이 책이랑 1년 동안 마음 좀 제대로 굽고 와야겠다.

내년 이맘때쯤엔 웬만한 충격에는 금도 안 가고, 전쟁 같은 세상 속에서도 인의예지를 지켜내는 단단한 뚝배기 어른이 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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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나쓰키 시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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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는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존재다.
“네가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나는 계속 괴롭힘을 당해야 하나?”
“니키 선생님, 지금 본인의 처지를 알기는 해요? 선생님은 비밀을 밝히면 나도 다친다고 했는데요. 선생님과 비교하면 가벼운 타격이죠.”


🙎🏻‍♂️ ❝내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사는 한, 내 안의 괴물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니키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다정한 미술 교사다. 하지만 그 가면 뒤에는 ’소아성애자‘라는 사회적으로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선천적 본능이 숨겨져 있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현실에서 분리하기 위해 스스로를 교사라는 갑옷에 가두고, 성인 만화를 그리며 그 불온한 에너지를 쏟아낸다.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 줄지 모른다. ❞

고이치는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 때문에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혔다. 그는 평범해지기 위해 TOP100 가요를 외우고 친구들의 말투를 따라 하지만, 그들에게 그는 여전히 이상한 아이다. 그런 고이치가 우연히 미술 선생 니키의 치명적인 비밀을 알게 된다. 완벽한 도덕군자인 줄 알았던 선생이 사실은 자신보다 더한 ’괴물‘이었다는 사실. 고이치는 그 위선에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기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진짜 중요한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장소에 격리해 둬야 하는 법이다. 그편이 상처 입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 니키가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허락되지 않은 욕망을 가지고 태어난 미술 교사, 니키
남들과 똑같은 욕망을 가지고 싶은 고등학생, 고이치
단지 ’보통‘이 되고 싶었던 두 사람의 불온한 동행이 시작된다!


니키의 욕망은 분명 반사회적이다. 하지만 그는 그 욕망을 실천에 옮기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자신을 검열하며 살아간다. 반면, 사회는 ’다름‘을 발견하는 순간 그가 지켜온 모든 노력을 무시하고 가차 없이 처단하려 한다.


성직자와 버금가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 품고 있는 충격적인 욕망은 독자들에게 분명 강한 호불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두 인물의 고독과 절박함이 간절히 파고들며 설득되는 내가 혼란스럽다. 특히 니키의 고백 장면과 고이치의 내면 독백은 너무 생생해서, 읽는 내내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배선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

소설은 ’소수자‘와 ’다수‘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긴장을 정면으로 파고들며, 우리가 매일 무심코 사용하는 ’정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불안정하고, 얼마나 위험한 폭력을 내포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그렇다고 소수자를 옹호하거나 범죄를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는 ’정상‘의 세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그리고 타인의 ’다름‘을 처벌함으로써 자신의 ’보통‘을 확인받으려는 인간의 잔인한 본능을 조용히 증명해 낼 뿐이다.


니키의 비밀은 극단적이지만, 우리 역시 각자의 ’벽장‘ 안에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숨기고 살아간다.
하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정상‘이라는 규격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매일 밤 자신의 삐져나온 감정과 날 선 생각들을 스스로 잘라낸다. 니키가 자신의 욕망을 ’가지조‘라는 가상 세계에 봉인했듯, 우리 역시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 안에서 스스로를 검열하며 ’무해한 인간‘을 연기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수가 정의한 정답만이 유일한 생존 방식이 된 세상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비정상’을 도려낸 채 박제된 평범함을 연기하며 살아갈 뿐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죽여야만 하는 이 모순된 세계.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까.
분명 가볍게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으나, 페이지마다 박힌 날 선 철학적 질문들이 마음을 짓눌러 오늘 밤은 아무래도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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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 - 과학으로 헤쳐 나가는 죄악의 세계
가이 레슈차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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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난 게으르고 운동을 싫어하며 디데이가 목을 조여올 때야 비로소 일을 끝낸다.

사실상 '나태' 그 자체다.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5분만 더' 무한 루프

집안일 미루기 챔피언

운동·다이어트 계획 세우고 작심삼일

할 일 목록 쌓아놓고 '나중에' 프로젝트


'앗! 이거 난데!' 아마 속으로 뜨끔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분노나 질투에 비하면 무해해 보이지만,나태는 7대 죄악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린 죄인인가?

아니면 그저 뇌의 꼭두각시인가?


이 책을 빌려 변명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의지력 부족’이나 ‘인성 문제’로 치부했던 인간의 7가지 대죄.

분노·탐식·색욕·질투·나태·탐욕·교만

이 어두운 감정들이 사실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정교한 뇌 회로의 오작동이라면?


영국의 신경과 전문의 가이 레슈차이너의 <일곱 괴물이 사는 마음>은 인간의 7대 죄악을

"너 죄인이다. 개작두를 내려라~" 식으로 단죄하지 않는다.

7대 죄악을 도덕적 결함이 아닌 신경과학과 진화론의 관점에서 파헤친다.


1.분노: 내 안의 '경보 장치'가 미쳐서 폭주하는 상태

2.탐식: 의지력 문제가 아니라, 뇌가 렙틴 호르몬이나 유전적 조절 회로의 이상으로 신호를 못 받는 것

3.색욕: 뇌 손상이나 화학물질 불균형으로 인해 '이성의 고삐'가 풀린 상태

4.질투: 사회적 비교와 경쟁을 통해 생존 자원을 확보하려는 본능의 과잉

5.나태: 동기와 보상을 담당하는 신경 회로(바닥핵 등)의 에너지 절약 전략

6.탐욕: 도파민 보상 회로의 끝없는 갈구. 만족을 모르는 수집 본능

7.교만: 자기 인식 회로의 손상 혹은 자기애(나르시시즘) 척도의 극단적 치우침


쇠막대기가 머리를 관통한 후 온순했던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피니어스 게이지, 배가 터질 듯한데도 먹는 걸 멈추지 못해 결국 샤워실에 갇혀버린 230kg의 남자. 뇌졸중 후 갑자기 성적 집착에 빠진 남자와 뇌종양 때문에 남편의 외도를 의심하며 폭주한 여자, 그리고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 후 비대한 자기애에 빠져 정신줄을 놓아버린 사람들까지.

주변에서는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괴물’이라 불렀지만, 사실 그들은 정교하게 설계된 뇌 회로의 균열에 빠진 희생자였을 뿐이다.


저자는 이들의 비극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인격’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폭로한다. 결국 우리가 ‘죄’라고 불렀던 것들의 실체는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생물학적 오작동 혹은 진화가 남긴 생존 본능의 찌꺼기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어디서부터가 비정상인가? 우리가 누군가를 ‘괴물’이라 낙인찍기 전에, 그의 뇌 안에서 어떤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나쁜 감정'이라고 억누르던 것들이 사실 나를 지켜주는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니, 나 또한 '나태'라는 괴물을 마주할 때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곤 했는데, 이 책을 덮고 나니, 내 안의 괴물들이 사실은 나를 살리기 위해 진화해온 '기능'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저자의 개인사, 나치 시대 할아버지의 트라우마까지 엮어 인류의 어두운 면을 역사적으로도 탐구하고 종교적 전통(단테의 신곡, 탈무드 등)과 과학을 균형 있게 다루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환자 스토리 덕에 과학서라기보단 스릴러 소설처럼 술술 읽혔고, KAIST 정재승 교수 추천처럼 "냉소도 미화도 없이" 인간성을 직시하게 해준다.


특히 마지막엔 '자유 의지'에 대한 깊은 고찰로 마무리하며, 내 안의 '괴물'들이 왜 사라지지 않는지, 그리고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깨닫게 된다.


오늘도 침대 위에서 "나 왜 이럴까"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모든 '나태한 죄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해하고 나면, 비로소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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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미닛 - 단 1분 안에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공식
크리스 페닝 지음, 김주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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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간혹 “잠깐,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분명 한국말로 대화하고 있는데, 상대의 말이 길어질수록 머릿속은 안개라도 낀 듯 뿌예지는 경험.


"아까 그 유튜브 쇼츠 봤어? 거기 나오는 강아지가 빨간색 옷을 입고 있더라고. 근데 그 빨간색이 딱 내가 제일 좋아하던 색깔인 거야. 아, 생각난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 앞에 진짜 맛있는 떡볶이집 있었거든? 가을이라 그런가, 바람도 솔솔 부는 게 딱 걷기 좋은 날씨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배고프다.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이런 일상적인 장황함은 비단 개인 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황한 말하기 습관'이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회의는 결론 없이 길어지고, 업무 보고를 하면 상사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100명 규모의 기업이 불명확한 소통을 바로잡는 데 쓰는 시간은 연간 무려 884시간에 달한다. 우리의 귀한 업무 시간이 알맹이 없는 말들 때문에 증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소통의 늪에서 우리를 건져줄 책이 바로 《더 퍼스트 미닛》이다.


💡 1분 안에 원하는 것을 얻는 ‘소통의 공식’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말하기 전에 대화를 '설계'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일잘러'들이 사용하는 4단계 소통 기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프레이밍(Framing): 대화의 틀을 15초 안에 세워라

세부 사항을 말하기 전, 상대가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세 문장 이내로 끝내야 하며 딱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맥락(Context): 지금 무슨 주제로 말하려 하는가?

의도(Intent):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보고, 승인 요청, 단순 공유 등)

핵심 메시지(Key Message): 상대가 꼭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은?


2. 상태 파악: 상대가 대화할 준비가 되었는가?

내 할 말만 쏟아붓지 말고, 상대가 지금 내 이야기를 들을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3. GPS 기법: 구조화된 개요로 정리하라

아무리 복잡한 주제라도 내비게이션(GPS)처럼 목적지를 보여줘야 한다.

목표(Goal): 우리가 가려는 방향

문제(Problem):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해결책(Solution): 목적지에 도달할 구체적인 경로


4. 1분의 법칙: 모든 과정을 60초 안에 끝내라

이 모든 설계와 전달을 1분 안에 마쳐야 상대의 집중력을 붙들고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 4단계만 실천해도 회의는 짧아지고, 보고는 설득력 생기고, 이메일은 답장률이 올라간다.

실제로 저자는 회의·이메일·상부 보고·면접 등 다양한 직장 상황별 실패 사례를 분석하면서, 왜 엇나가는지 + 어떻게 고칠지 구체적인 문장 공식과 예시를 엄청 풍부하게 들어줘 바로 써먹기 좋았다.


그동안 '말을 잘한다'는 건 화려한 수식어를 쓰거나 청산유수처럼 내뱉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짜 고수는 상대의 뇌가 에너지를 덜 쓰도록 친절하게 길을 닦아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이메일을 쓸 때나 보고할 때 '맥락-의도-핵심 메시지'를 먼저 던지는 습관만 들여도 업무 효율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 같다.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은 바로 '짧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일을 더 잘하고 싶지만, 소통 때문에 늘 답답했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강추!

첫 1분만 바꿔도 업무 성과가 확 달라지는 걸 몸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저에게 1분만 시간 내주시겠어요?"

(Just 1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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