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난 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6
현길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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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록이었고, 내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아픔, 갈등에 대한 기록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었던 <낯선 숲으로 난 길>은  주인공 세철이 중학생 시절 겪은 사랑, 이별, 방황, 가족, 우정 등의 심리묘사가 너무도 잘 드러나 있는 책으로, 그의 갈등과 아픔이 서로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는 내용이었다. 십대들이 겪는 공통적 특성으로 드러났던 세철의 성장통을 통해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이지만 이 아픔들이 새싹이 되어 우리 몸 어느 구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남는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세철의 그 이후의 이야기가 <<사막으로 난 길>>을 통해 다시 펼쳐지고 있다.

 

유원의 생각에 갑자기 서울행을 택하게 된 세철은 전보를 쳤지만 형이 나오지 않자 순간의 오기로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자신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는 친절한 아주머니를 따라가게 되고, 창녀집에 가게 된 세철은 깡패와 싸움을 벌여 결국 파출소까지 가게 된다. 세철은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서의 첫 시련을 맞이하게 되지만, 이 사건으로 몸을 파는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세철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은 형에게 원망을 가졌고, 세민은 동생의 자존심과 지혜에 대견한 생각을 한다. 서울에서 하숙을 하며 지낸 세철은 유원과 규석을 만나게 되고, 제주 미군 병원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짝사랑했던 안드레 소령의 결혼 소식도 듣게 된다. 세철은 유원과 안드레 소령과의 관계, 서울과 제주의 차이에 대한 열등감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세철아, 이것 하나는 알아둬라. 시간에 따라 사람은 변하고, 세상도 변해. 지난날에 집착하여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면 혼란스러울 수 있어. 유원이나 규석이가 네게 대하는 것이 예전과 다르다고 해서 마음 쓰면 안 된다.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 안 그래?" (본문 78p)

 

"나는 너를 잊지 못할 거야. 왜냐면 우리 앞에 흘렀던 탁한 강물을 함께 건넜기 때문이야. 우리 인생의 한복판을 흘렀던 전쟁이라는 시간의 강물을 온몸으로 헤엄쳐 건너지 않았니? 그 강물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피도 되고, 살도 되고, 생각도 되었거든. 그것을 우리는 같이 지니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잊을 수 없지." (본문 145p)

 

제주로 내려가려던 세철은 하숙집 이모와 그의 아들 민철의 도움으로 고등학교에 편입하게 되고, 서울 학생들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좋은 성적을 얻게 된다. 세철은 열등감과 유원에 대한 관계 등으로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되고, 그럴 때면 자신도 모르게 창녀집의 옥자를 찾곤 한다. 옥자를 만나면서 또 한번 폭행에 휘말리게 된 세철은 자퇴를 하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과 일련의 일들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도 정리하게 되었으며, 대입 검정시험에 합격하여 유원과 규석이 다니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물론 옥자 사건으로 인해 유원에 대한 감정도 깨끗이 정리되어 그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안고 떠나온 자신에게 이렇게 거칠고 메마른 사막 길로 인도한 그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이제 세철은 자신이 걸어온 그 험난한 길에서 만난 그 얼굴들이 그의 안내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서울역에 내렸을 때 낯설고 두렵던 얼굴들을 이제는 모두 친구처럼 대할 수 있었다. 이 거친 삶 속에서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경계하지 않게 된 것은 모두 그들 덕분이었다. (본문 263p)

 

순수한 세철이 지금까지 지내왔던 섬이 아닌 새로운 세상인 사막 같은 서울에 올라와서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사막으로 난 길>>은 우리가 흔히 겪게 되는 일과 감정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고, 또 사람을 통해 위로 받게 되는 일이나, 환경의 차이로 인해 겪게 되는 열등감 역시 우리가 겪는 일이다. 세철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겪었던 고통에 대한 위로를 받았고, 그의 성장을 통해 세철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앞으로도 수많은 사막과 같은 세상을 걷게 될 것이고,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다. 이런 고통과 혼란 또한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라는 것을.

 

세철은 마치 낯선 숲으로 들어가 혼자 길을 찾아가듯이 세상을 살아간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숲은 다시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주었다. 그 숲과 조금 익숙해졌을 때 다시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고, 그 길이 바로 사막이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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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과서를 삼킨 인문학 라임 틴틴 스쿨 2
이남석 지음, 정훈이 그림 / 라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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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널린 문제는 하나의 지식으로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어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인 법!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으니, 어느 부분이든 하나의 꼬리를 잡고 놓지 않으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략) 인생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인문학은 그 무엇보다도 우리 삶과 밀착해 있기 때문에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인문학이 재미없다는 오해를 받는 건,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억지로 배워야 하는 잘못된 목적 때문이다. (들어가는 글 中)

 

 

 

인문학은 재미가 없어서....라는 오해가 편독이 심한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 사회 성적이 그리 나쁘지도 않았는데 왜 나는 이토록 인문학이 싫은걸까? 지금까지도 인문서적을 읽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인문학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앞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인문학은 우리 삶과 밀착해 있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학생인 딸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그런 탓에 앞으로 논술, 수능을 대비해서 인문분야와 친숙해져야만 하는 딸을 위한 처방전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 처방약은 바로 라임 틴틴 스쿨 시리즈 002 <사회 교과서를 삼킨 인문학>>이다. 물론 엄마 입장에서는 딸의 좋은 성적을 위한 대비책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성적 향상을 위한 공부가 아닌 인문학적으로 검증을 거친 단단한 지식, 즉 현명한 지혜를 갖추고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갈고닦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음을 명확히 해본다.

 

이 책은,

 

1 사회 속에 숨은 문화, 그 정체를 밝혀라!

2 대중문화, 어디로 가는 거니?

3 다수가 항상 옳은 건 아니야

4 문화 다양성, 한 번에 따라잡기

5 세계화, 네가 요즘 대세라며?

6 불량한 정치에 대처하는 우리이 자세

7 누구를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하나?

8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으로 나누어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들을 생활 속 다양한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개념어가 많은 사회 교과가 암기식 과목이 되고, 인문학은 어렵고 따분하고 재미없다는 오해를 갖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게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사회 속 어려운 개념들을 알아갈 수 있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깨우치게 도와준다.

 

교과서 속 개념은 어떻게 정리되어있나?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우리나라 말인데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념이 잡히지도 않는데다 설명을 한답시고 더 어려운 단어들을 끌어다 붙혀서 쉽게 이해될 리가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교과서적인 접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즉,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다양한 예를 통해 쉽게 떠올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예를 들자면,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학습을 통해 후천적으로 배우게 된 생활 양식의 총체를 말한다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의 개념이 아닌 우리가 즐겨 보는 영화를 통해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회, 문화, 정치, 경제를 따로 배우고 익혀왔듯이 이 분야들을 각각의 분야로 봐야하는 것일까? 이들은 그저 서로 다른 분야일 뿐인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분야는 맞물려져 있기에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시각 뿐만 아니라 정체, 경제적인 측면도 살펴봐야하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 또 한가지는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개념'으로 사회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각각의 장으로 되어 있지만, 저자는 이들을 연결지어놓고 있으며, 독자는 자연스레 이 분야들을 연결지어 이해하고 생각하게 한다. 비로소 우리가 '사회'라는 커다란 물고리를 제대로 낚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신경 써서 살피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사회'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다. 사회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공기나 다를 바 없지만, 그렇다고 사회 속 시스템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냥 '존재하는 것'에 불과한 삶을 살기 쉽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사회에서 문화로, 정치에서 경제로 범위를 넓혀 가며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가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을 갈고닦게 될 것이다. (들어가는 글 中)

 

 

 

중학생인 딸이 있는 저자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어 그들의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탓에 청소년 독자들이 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코믹한 삽화 역시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어 인문학을 싫어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적절한 책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강추! 해본다.

 

'사회'라는 살아 있는 교과서 속에서 역사, 고전, 지리, 철학, 예술, 심리 등등 인문학적인 교양을 배우고 익혀 천천히 쌓아 나가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고, 자신마느이 개성을 살리고, 자신만의 생활을 만들어보자. 여태 이야기했듯이 여러 관점에서 유연하게 생각하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기쁨을 느끼도록 노력하자. 자신의 삶과 세상을 굽어보며 순간순간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본문 163p)

 

(이미지 출처: '사회 교과서를 삼킨 인문학'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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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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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것은 실화입니다"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더욱 강렬하다!"

 

 

소설보다 실화에 더 감동을 받고,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아마 상상으로 쓰여진 소설보다 더 기이하고 강렬하며 더욱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는 무조건 끌린다.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모스>>는 그래서 더욱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나도 그러했지만, 이 책을 읽은 혹은 읽게 될 독자라면 '모스'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모스는 단순한 책 제목이 아니었다. 이것은 스토리텔링의 예술성과 기법을 탐구하는 비영리단체라고 한다. 소설가 조지 도스 그린에 의해 1997년에 첫발을 내디딘 모스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대본 없이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는 형식을 추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3천 편 이상의 이야기를 전했으며, 모스 팟캐스트는 매달 백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담겨진 진짜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인다는 증거일 것이다.

 

모스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고백이라는 마술을 사용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교회와 성당은 들어주는 의미를 이미 오래전에 저버렸지만,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사연과 심정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모스는 바로 그런 욕구를 채워준다. 모스에서 듣는 최고의 이야기들은 자기 고객이나 사과와 같은 진솔한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본문 6p)

 

여기 평범한 삶에서도 의미를 찾는 매력적인 이야기 50편이 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경험도, 깨달은 점도 다 다르지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솔하다는 것이다. 그 진솔한 이야기로 인해 독자들은 진심을 배우고 삶의 의미를 배우며 때로는 울고 웃으며 타인의 경험이 마치 자신의 경험이 된 듯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당혹스러운 경험이나 심각한 일들이 그렇게 힘겨운 것이 아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일임을 깨닫고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과 귀 기울이는 관객과의 만남인 모스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모두의 경험으로 탈바꿈하는 마법 같은 현상(본문 9p)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병원을 이제 막 차린 탓에 전화벨이 울린 적도 없었고, 당연히 환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조지 롬바르디 박사가 낯선 여성으로부터의 전화를 받고 테레사 수녀를 만나 치료하게 되었던 상황을 들려주는 테레사 수녀와의 만남은 [1장 낯선 곳으로의 초대]에,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보낸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싸우는 법을 배운 억울한 삶을 살게 된 데이미언 에컬스가 들려주는 죽음 뒤의 삶은 [2장 집으로 가는 길]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 판매량에서 최초로 골드와 플래티넘을 기록한 힙합가수가 되고, 『롤링 스톤』지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MTV에도 출현하는 등 온갖 영예를 차지하면서도 별로 행복하지 않고 자살충동이 일어날 만큼 우울증이 심각했던 대릴 "DMS" 맥대니얼스가 라디오에서 세라 매클라클런의 노래 『에인절』를 듣는 순간  '인생은 아름다워. 살아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라는 마음속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몇 년 후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동안 자신의 공허함의 정체를 알게 되고 세라 매클라클런처럼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용기를 주는 음악은 [3장 희망의 노래]에 수록되어 있다. 사춘기가 된 아들과의 어긋난 관계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통하게 되고, 때로는 어긋나게도 되지만 이제는 소중한 것이 되었다는 애덤 고프닉의 사랑한다, 아들은 [4장 완벽한 가족]에서, 흥미롭고 강렬하며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게 된 전쟁에서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 세바스찬 융거가 들려주는 전쟁의 다양한 얼굴은 [5장 심장을 관통하다]에서, 게이라는 고백과 함께 부모님에게 버림받았지만 어떤 불행이 찾아와도 사랑으로 극복하겠다는 제프리 루델이 들려주는 희망이라는 중독은 [6장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열네 살 때 제일 친했던 친구 얼굴에 우발적으로 총을 쏘고 눈앞에서 친구가 죽었던 과거를 지닌 켐프 파워스의 이야기는 [7장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에 수록되어 있다. 이 밖에도 진솔하고 감동적이고 때로는 웃픈 생생한 경험담은 주제별로 7장으로 나뉘어 수록되 놀라운 흡입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마음 속에 꽁꽁 숨겨놓았던 나의 고백들을 마치 그들이 대신 털어놓은 것처럼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기이한 듯 보이지만 소소하고, 다른 듯하지만 같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한 경험을 해왔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악이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희망을 보는 사람들, 절망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도 희망과 용기를 찾아보게 된다. 웃픈 그들의 고백은 그들을 토닥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토닥이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괜찮다고, 지금의 아픔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통과의례이니 힘내자고 말이다. 그들의 진솔함이 내 안에 숨겨진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듯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누구나 귀 기울이게 되는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모스>>였다.

 

(이미지출처: '모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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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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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야 서평을 쓴다. 괜한 욕심이 또 나를, 시간을 들들 볶고 있었나보다. 나를 참 많이도 울렸던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이기에, 그리고 너무도 예쁜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책 제목에 선뜻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이었다. 초승달에게, 반달에게, 보름달에게 그리고 그믐달에게라는 제목으로 크게 4부로 나뉘어 전하는 스물여섯 개의 이야기는 사랑한다는 것, 사랑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를 전한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지긋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달은 언제든지 내 이야기를 들어줄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내게 무슨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가끔은 내 잘못을 다 이해한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저 한없이 마음을 열게 되는 달. 이런 느낌을 작가도 가졌던 걸까?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 작가가 달에게 들려준 우리들의 이야기는 다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시간동안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고 말이다. 달과 같은 포용력으로.

 

스물여섯 개의 이야기는 때로는 나를 웃게 했고, 때로는 나를 생각하게 했고, 때로는 나를 미소짓게 했고, 때로는 나를 심각하게 만들었다. 짧은 이야기지만 메말랐던 나의 감정에 수많은 감정들을 실어주었고, 긴 여운을 남겨주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내 이야기이고, 내 가족의 이야기이며 그리고 내 주위의 이야기인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면 가치없이 느껴졌던 아주 평범하고 소소한 이런 일상들이 우리에게 행복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모른 채, 아니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이 너무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인생에서 일 년은 아주 짧단다. 아름드리나무를 생각해봐. 일 년은 그 큰 나무의 가지 하나일 뿐이야. (중략) 네가 미래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네가 고통을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한 것들은 저절로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고 쓸모 있는 것이 될 거야. 그걸 믿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미래에 네가 그리는 그림이 너의 행복을 넘어서 타인에게도 선하게, 쓸모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란다. (본문 30,31p)

 

책을 읽고있으면 괜시리 위로가 된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었던가? 그저 바쁘게 하루하루 긴장하고 살아가고 있었던 탓에 내가 지금 힘들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살고 있었나보다. 문득 내가 많이 위로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나는 지금 힘들구나, 라는 인정도 같이 해버리고 만다. 이 이야기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모습들이 다 마찬가지라고,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너무 힘들어하지도 너무 절망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깊은 밤 하늘을 포용하는 달처럼 그렇게 위로하고 있다. 작가는 [Q와A]이야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사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본문 177p)고 말이다. 그렇게 또 나는 이 책을 통해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쓸데없는 욕심과 오기와 잘못된 이상이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내 곁에 있는 소소한 행복을 모른 체 하고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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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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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정치 등은 나와는 조금은 거리가 먼, 아니 그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 분야에 나는 문외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경제관련 도서를 읽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으나, 지난 15년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우위 행보를 지켜봐야 했던 미국이 다시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소식이 2015년 시작과 함께 들려오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탓에 자연스레 관심이 갖게 되었다. 시기의 문제이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을 6월 전후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보통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차이가 약 2% 정도로 우리나라가 높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증시가 붕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빚부담을 늘리지 않는 것과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유가부담이 줄었다는 것인데, 가계 부채가 불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경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 경제 흐름에 우리가 최소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에 독서편독이 심한 내가 경제도서를 집어들었다. 바로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밝히는 글로벌 경제의 향후 행보를 담은 <<불황의 경제학>>이다.

 

미래에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지나간 1920년대와 130년대를 닮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굳건했다. 이러한 신념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10년 전에 깨우쳤어야 했다. 일본은 1990년대 대부분을 케인스 시대에 겪었던 것과 유사한 경제적 덫에 걸려 허덕였다. 일본보다 규모가 작은 아시아의 몇몇 경제국은 말 그대로 하룻밤 만에 호황에서 재난으로 치달았다. 그들의 몰락 이야기는 마치 1930년대 금융사를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현대 의학에 의해 박멸된 줄 알았던 치명적인 병원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형태로 재출현한 것과 같다고 말이다. (중략) 결과적으로 우리는 어리석었다. 전염병이 이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본문 10,11p)

 

이 책은 근본적으로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피기보다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따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게 될 핵심은 다음 세가지이다.

* 어떻게 이런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 어떻게 해야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회복할 수 있는가

*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장치를 일반적으로 '유사 금융 시스템' 또는 '그림자 금융'라고 부른다. 폴 크루그먼은 1930년 대공황을 시작으로 회복과 불황을 반복해오고 있는 경제 불황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이 그림자 금융이라고 말한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이 확장되어 전통적인 은행들과 비등하거나, 그보다 더 중요해졌다면 정치인과 관리들은 대공황의 원인이 된 금융 취약성이 다시 생겨나고 있음을 깨닫고 기존의 규제와 금융 안전망을 확장해 새로운 시스템을 모두 아우르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마땅하다는 것.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나서서 한 가지 간단한 규칙, 즉 은행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모든 기관들, 다시 말해 은행과 똑같은 방식으로 규제되어 하는 모든 기관들을 은행과 똑같이 규제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발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는 수의 사람들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붕괴 위험을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경고는 무시되었으며,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걱정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러한 금융 혁신을 찬양하고 있었기에 결국 위기가 찾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폴 크루그먼은 세계 경제는 현재의 위기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공황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공황 자체는 재현되지 않겠지만 불황 경제학이 놀라운 컴백을 했으며,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약 15년 전만 해도 환투기꾼들의 장난이 한 국가를 고통스러운 경기후퇴로 밀어 넣는다거나, 주요 선진국의 소비 미진으로 공장이 멈추고 실직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들 생각했지만, 세계 경제의 취약성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비상 상황에 무엇을 대비 해야하는 것일까? 폴 크루그먼은 바로 신용경색 완화와 소비 지원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재화의 공급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세상은 경기 후퇴에 빠지고 있었고, 폴 크루그먼은 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태국과 인도네이사, 한국의 상황에 개입하며 정부의 긴축재정을 서둘러 요구했던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해 불황이 더욱 악화된 것을 볼 때 불황 경제의 해답은 바로 수요인 셈이다.

 

독자들도 추측했겠지만 나는 우리가 불황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공황을 제대로 이해한 경제학자인 케인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믿는다.

케인스는 그의 대작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의 결론 부분에서 경제 아이디어들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머잖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족으로든 정말 위험한 것은 기득권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이것이 항상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분명히 진실이다. 경제의 본질을 짚는 문장 중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를 많이 가지려면 다른 한 가지를 적게 가져야 하며,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불황 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공짜 점심에 손을 대는 방법만 알아내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인스, 그리고 우리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자원이나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이다. (중략) 세계의 번영을 막는 단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장애물은 인간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낡은 원칙들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본문 278,279p)

 

종합적인 시각으로 세계 경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폴 크루그먼이 밝히는 경제 위기의 문제점이나 글로벌 경제의 향후 행보를 담은 <<불황의 경제학>>은 그동안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지난 경제 붕괴의 원인과 문제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불황이 오래도록 계속되고 있는 지금, 그의 논지에 대해 찬반을 떠나 누구라도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가 싶다.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든, 관심이 없든 혹은 독서편력이 심해 인문도서를 읽지 못하는 독자라 할지라도 이 책을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기에 권장해본다. 이 책은 복잡한 경제 문제들의 숲과 나무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불황의 경제학』은 빛나는 책이다 _가디언

『불황의 경제학』은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_로이터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의 신이다....어이없을 만큼 간단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종종 다음과 같이 자문하게 된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진작 못했던 거지? _보스턴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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