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로 우주의 거리를 구하라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8
김승태 지음, 방상호 그림 / 자음과모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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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디딤돌이 되는 수학으로 명쾌하게 과학의 해답을 찾는 자음과모음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시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는 <<속도로 우주의 거리를 구하라!>>입니다.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시리즈를 워낙 좋아하는 탓에 동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이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면서 처음으로 접해보게 된 책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여덟 가지의 호기심을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원리 탐구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의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구성인 듯 싶네요. 그래서 더욱 호감을 갖게 되었어요.

 

 

 

여러분에게도 친구가 있듯이 수학과 과학은 서로 친구입니다. 과학은 수학이라는 언어 없이는 말 한마디 하기 힘든 과목이에요. 여러분이 과학자가 되었을 때, 수학이 과학의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주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이지요. 이번 이야기는 과학을 좋아하는 한별이와 수학을 잘하는 수희가 외계에서 온 외깨인과 함께 우주여행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한별이는 과학을 엄청 좋아하는 아이로 꿈은 우주 과학자입니다. 헌데 한별의 꿈에 태클을 거는 녀석이 있어요. 바로 수학이라는 과목이죠. 과학자이신 아버지는 수학을 싫어해서는 과학자가 되기 힘들다고 말해요. 그래서 한별이는 수학을 잘하고 또 좋아하는 같은 반 친구인 수희가 부럽기만 합니다. 헌데 수학을 잘하는 수희는 과학을 잘하는 한별이를 부러워하네요. 하지만 두 아이는 엉뚱한 상상과 실험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무척 친합니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럭비공 같은 이 친구들은 이번에 우주탐험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약 2년 전부터 세뱃돈과 용돈을 쓰지 않고 모으기 시작했어요. 우주 탐험 비용, 즉 우주선을 만들 비용이었지요. 그리고 이번 방학 때까지 우주선을 만들어 방학 동안 우주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오늘은 한별은 그간 준비한 비밀 장부를 수희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희와 만나기로 합니다. 비밀장부를 보면서 수희는 수학을, 한별을 과학을 이야기하지요. 방정식, 중력, 작용과 반작용, 우주속도, 평행과 수직, 행성, 원의 둘레, 혜성과 소행성, 각, 천문단위, 지름, 대기압, 은하, 시리오미터, , 연주 시차 등등의 이야기를 알아가게 되지요. 한별과 수희의 우주여행을 돕기 위해 한별이 꾸준히 외계에 보낸 신호를 받고 온 외깨인도 함께하지요. 수학과 과학을 우주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부담없이, 흥미롭게 접함으로써 통합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구성이 정말 놀랍고 반갑기 그지 없네요. 

 

 

 

원대한 꿈인 우주여행을 중심으로 태양계 이야기와 은하로, 우주의 거리측정, 우주의 끝과 팽창, 우주 전쟁, 정상 우주론을 주장하는 호일과 팽창 우주론을 주장하는 프리드만의 만남과 논쟁에 이르기까지 우주에 관한 여덟가지의 호기심을 풀어낼 수 있는 <<속도로 우주의 거리를 구하라!>>는 수학과 과학을 자연스럽게 접목시킴으로써 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책입니다. 수학이나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라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강추하고 싶은 책이네요.

 

(이미지출처: '속도로 우주의 거리를 구하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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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왜 까치에게 쫓겨다닐까? - 우리와 함께 사는 동물들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
김기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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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탐구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자음과모음에서 <청소년인문>시리즈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그 첫번째 이야기는 동물들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독수리는 왜 까치에게 쫓겨다닐까?>>이다. 동물을 정말 좋아하는 초등 아들이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SBS <TV동물농장>인데, 2월 15일 아침, 고양이들의 천국인 일본 아오시마 섬에 관한 내용이  전파를 탔다. 섬 주민은 17명에 불과하지만 길고양이는 200명이 넘는 그 자그마한 섬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이 책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깨달아야 할 내용을 담은 책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잠시 읽기를 미뤄두었던 책을 서둘러 꺼내들었다.

 

 

 

우리 인간은 동물과 환경을 대함에 있어 선한 마음과 호기심, 그리고 편익을 좇는 이용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인간 중심의 선택적인 생활태도가 동물과 환경에 치명적인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본문 286p)

 

 

 

우리 주위에는 언제 어디서나 동물을 지켜볼 수 있는 많은 동물원이 있고, 동물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기에 우리는 동물에 대해서 참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새끼 동물이 혼자 풀숲이나 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면 어미로부터 버려진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사람들은 관공서나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 맡기곤 하는데, 이로인해 새끼 동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람의 잘못된 개입으로 어미 동물과 생이별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를 엄마가 보는 앞에서 미아인 줄 알고 파출소에 데려다 주는 일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강원도 화천군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 중인 수컷 수달 '순달이'도 이런 '선의의 납치'를 당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순달이는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긴 하지만 사람 손에 길러진 탓에 야생성을 잃어버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이는 우리가 동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빚어진 불행이다.

 

 

 

원해서 온 것도 아닌데 맞아 죽고, 포획틀에 갇혀 죽고, 박멸해야 할 대상이 된 것도 모자라 '괴물쥐'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뉴트리아의 억울함은 뉴트리아의 가죽을 모피로 이용하고, 고기를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농가들이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들여와 사육했다가 잘 팔리지 않자 사육을 포기하면서 방치된 인간의 편익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봉화마을로 찾은 황새 봉순이가 사람들의 잘못으로 사라졌던 황새가 다시 사람들의 노력으로 돌아오는 것을 볼 때, 사람들의 작은 배려로 동물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인간의 편익에 의해 시작된 잘못이지만 우리의 배려와 관심으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물 실험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그 논의가 뜨겁다. 동물실험을 통해 죽어 가는 동물은 매년 10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죽이면서 실험하는 내용이 사람에게 실제 적용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동물이 고통을 겪고, 희생되는 것보다 사람이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동물실험에 대한 명분은 있겠지만, 아무리 인간의 이익이 크다고 한들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고통당하고, 죽어 간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뿐 아니라, 고기와 알을 대량생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공장식 축산의 현실 역시 참혹하다.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야생에서는 행동반경에 비해 턱없이 좁은 우리, 관람객들의 눈에 그대로 노출되며 받는 스트레스, 놀잇감도 없이 멍하니 신간을 보내야 하는 동물들의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공간인 동물원은 또 어떤가?

 

 

 

이 외에도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은 너무도 많다. 무분별한 어업으로 점박이물범의 생존은 위협당하고 있으며, 붉은어깨도요들은 넓은 갯벌이 모두 매립되어 땅으로 바뀌면서 먹잇감인 게나 조개가 크게 줄어든 탓에 서해안에서 영양 보충을 제대로 못한 채 장거리 이동을 하다 목숨을 잃기도 하고,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한강에서 실시된 4대강 사업을 포함해 곳곳에서 벌어진 하천정비사업 때문에 표범장지뱀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멸종 위기종 복원 사업의 주인공으로 항상 주목을 받고, 귀한 대접을 받던 반달가슴곰과는 달리 1980년대 초 산림청이 곰을 수입해 사육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면서 전국 곳곳의 농가에는 평생 우리에 갇혀 지내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곰들이 있으며, 좁은 수조 속에서 마음의 병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몸에도 병이 걸려 쉽게 죽음을 맞이하는 돌고래들도 있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이렇듯 동물들은 삶의 터전과 생명을 잃었으며,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탓에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끈다. 버려진 동물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 버려진 동물들은 살아가기 위해 때로는 괴물이 되어야했고, 때로는 비침한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일본 아오시마 섬에서 보여주었듯이 인간과 동물의 공존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독수리는 왜 까치에게 쫓겨다닐까?>>는 인간의 작은 배려만으로도 우리가 동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도록 한다. '동물들의 고통을 덜어 주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다른 생물의 고통에 눈감는 것을 거부하는 작은 실천 속에 있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마지막 글귀가 오랫동안 뇌리에 맴돈다.

 

(이짐지 출처: '독수리는 왜 까치에게 쫓겨다닐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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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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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싯다르타><수레바퀴 아래서>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 한 명인 헤르만 헤세. 우리는 그의 작품을 읽고,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고,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등 작가의 작품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다. 하지만 문학 천재였던 헤르만 헤스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헤르만 헤세,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봤을 헤르만 헤세의 작품, 하지만 정작 구속받기를 싫어했던 헤세의 사랑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는 자음과모음 <<헤르만 헤세의 사랑>>을 통해서 처음으로 헤세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사랑>>에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여러 편지와 문서를 수록하여 헤세가 사랑한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첫번째 부인이었던 바젤의 학자 집안 출신인 사진작가 마리아 베르누이, 두번째 젋은 성악가 루트 벵거 그리고 세번째 부인은 미술사학자였던 니논 돌빈을 통해 헤세의 사랑과 문학적 천재였던 헤세의 삶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다.

기대와 실망, 그리고 이별, 베르벨 레츠는 다수의 미공개 자료를 토대로 비범한 세 여인의 삶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헤세의 새로운 면목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표지 中)

 

여러 차례의 자살 시도, 두 번의 이혼과 세 번의 결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헤세는 구속을 거부하는 인물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는 작가로서는 천재적인 인물이었을지 몰라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작가와 남편, 작가와 아버지라는 관계 속에서 헤세는 많이 허덕인 듯 했다. 그런 그를 가장 많이 이해해주었던 첫번째 부인 마리아를 떠난 것으로 헤세의 삶은 더욱 힘겨워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 얼마 전부터 나는 저녁마다 한 여인을 만나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머리카락이 검은, 매력적이면서도 거친 야생마같은 여인입니다. (...) 나는 자유 시간을 그 여인과 함께 보냅니다. 기껏해야 내 턱수염에 닿을 정도로 자그마한 여인이지만 그녀의 열정적인 키스는 나를 거의 질식하게 만듭니다. 물론 나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결혼에 대한 소질도 없는 거 같고요. 대산에 나는 이미 다 녹슬어버린 사랑의 기술을 다시금 되살리고 있는 중입니다.

-1903년 6월 4일, 바젤에서 헤르만 헤세가 케스코 코모에게 보낸 편지  (본문 25p)

 

헤세에게 보낸 마리아의 편지에는 그녀가 그를 얼마나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헤세는 마리아의 그런 마음을 조금도 받아들여주지 않은 듯 보인다. 마리아는 13년 넘게 이어지는 헤세의 도피 행각으로 혼자 살림과 육아를 책임져야했으며, 헤세의 신경질적 반응도 감당해야 했다. 늘 남편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렸지만 헤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헤세는 가족이 가까이 다가오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명한 시인 헤세의 시를 사랑한 루트 벵거는 헤세에게 첫눈에 반했고, 헤세 역시 젊은 여인에게 정신을 빼앗겼다.

 

아이들에게서 고향과 엄마를 빼앗아버린 당신에게 아이들이 고마워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언젠가는 당신 역시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나와 아이들에게 강요한 이별의 고통은 아무 쓸모 없는 무자비하고 잔인한 행위일 뿐입니다.

1920년 10월 30일, 아스코나에서 마리아 베르누이가 헤르만 헤세에게 보낸 편지 (본문 221p)

 

마리아는 헤세의 인생에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났음을 예감하고, 헤세가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여자들을 만난다 해도 자신만큼 헤세를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이후 루트는 헤세의 친구인 화가 카를 호퍼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헤세는 결혼한 여인 니논과 연애를 시작했다. 니논은 첫번재 부인과 두번재 부인이 모두 실패한 역할인 "나의 불쌍한 아이" 헤세 어머니의 역할을 자처했다. 헤세는 니논 돌빈과 동반자 관계를 유지한 채 창작에 몰두했다. 

 

쉰네 살의 헤세는 두 번의 이혼을 경험했다. 그에게는 성장한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손녀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보다 열여덟 살이나 어린 유부녀 니논이 그에게 결혼을 요구하고 있었다. (중략) 헤세는 자신의 영혼 속에 내재한 "꿈과 시학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고 그에게 경고했다. (본문 408p)

 

헤세가 자신의 삶의 전체였던 세 여인과 달리 헤세에게 세 여인과 결혼 생활은 족쇄였다. 헤세를 사랑했지만 헤세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세 여인을 보면서 문학적 천재였던 헤세의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그의 평탄치 못한 삶이 천재적인 작품을 탄생시켰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헤세에게는 작가로서의 필연적인 삶이었을지 모르지만, 헤세의 여인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소외된 삶(표지 中)이라는 구절이 와닿는다. 작가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야했던 헤세가 감당해야 했던 무게에 대한 연민과 반면 무책임에 대한 원망이 느껴지는 그의 삶의 무게가 작품의 깊이를 더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가 감당해야했던 힘겨웠던 삶만큼이나 그의 작품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을 것일지도.

 

헤세가 사랑했던 여인들, 그리고 헤세를 사랑한 여인들. 그들의 사랑은 해피엔드가 아니었다. 일상의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창작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작가 헤세에 대한 연민도 있었지만, 동시에 가정을 내팽개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인간 헤세에 대한 원망도 있었다.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 어쩌면 그것이 헤세 전기의 실체인지도 모르겠다. (본문 5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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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대 50 라임 청소년 문학 11
S. L. 파월 지음, 홍지연 옮김 / 라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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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며칠전 동물과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청소년 인문서적을 읽은 바 있다. 이 책에서는 동물 실험을 통해 죽어 가는 동물은 매년 100만 마리가 넘는데, 문제는 이렇게 많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죽이면서 실험하는 내용이 사람에게 실제 적용되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한 동물이 고통을 겪고, 희생되는 것보다 사람이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는 점에서 동물실험에 대한 명분은 있겠지만, 아무리 인간의 이익이 크다고 한들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이유 없이 고통당하고, 죽어 간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문별한 동물의 희생은 반대하지만, 각종 질병으로 인해 인간의 목숨이 위협당하는 현실에서 동물 실험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것이라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 이런 내용들을 접하자니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며, 그동안 나의 생각이 잘못 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그런 와중에 읽게 된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11번째 이야기 <<50 대 50>>은 그런 의미에서 너무도 의미있는 책은 아니었나 싶다.

 

<<50 대 50>>은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년 길의 시선으로 동물 실험과 동물의 권리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 등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부모의 과보호와 간섭이 불만인 길은 자신의 삶이 끝도 없이 계속 도는 쳇바퀴에 갇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길은 아빠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교 후 홀로 시내 구경을 가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공원에 들렀다가 상점을 더 짓기 위해 공원에 멀쩡히 서 있는 나무를 베어 내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나무 위에서 지내는 주드라는 이름의 형을 알게 된다. 길은 목이 마른 주드를 위해 생수를 사다주지만,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고 결국은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길이 실종된 줄 알았던 부모님은 경찰차를 타고 온 길을 보고 어처구니 없어한다. 이에 길과 아빠는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는데, 이 일로 길은 엄마 아빠가 자신에게 감추는 게 무척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일로 길은 외출금지, TV시청 금지 등의 벌을 받게 된다.

 

공원에 두고 왔지만 며칠 뒤 학교로 되돌아온 책가방에 담겨있던 주드가 보낸 편지를 보게 되자 길은 주드 형이 깨끗한 공기와 자유, 반항의 아이콘처럼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것이 자신을 따르라는 초대장처럼 느껴졌다. 토요일 아침, 아빠와 함께 박물관을 다녀오던 길은 우연히 주드 형을 만나게 되지만, 주드는 길의 아빠에게 무자비한 방법으로 동물을 고문하는 매슈 워커 박사라며 빈정거린다. 주드 형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길은 과학자로만 알고 있었던 아빠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고, 채식주의를 선언한다. 또한 주드 형이 건네 준 책을 보게 된 길은 아빠가 하는 일에 반감을 갖게 되고, 자기 손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길은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친한 친구 루이스 등을 속이고 치과에 간다는 거짓말로 학교를 빠져나와 주드 형을 만나기도 하고, 주드 형이 준 전단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다가 선생님에게 걸려 혼나기도 한다. 길의 엄마는 길이 아빠의 일에 대한 오해를 풀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빠의 연구실에 방문 하기를 권하게 되는데, 이 일로 길은 주드 형이 아빠의 연구실 문을 닫도록 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내 길의 친구인 루이스를 통해 그동안 길이 해왔던 모든 일에 대해 아빠가 알게 되면서 길은 그동안 감춰져 왔던 진실의 벽 앞에 서게 된다. 그것은 길의 출생, 엄마의 유전병, 엄마를 위한 아빠의 연구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된 길은 자신의 도움으로 연구실을 습격하게 된 주드 형의 일과 그 일이 엄마의 생명에 미치는 일 등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많은 쥐가 희생되어야 할까? 백 마리? 천 마리? 백만 마리? 엄마의 생명은 그렇게 많은 쥐를 희생시킬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까? 생명의 무게를 다른 생명과 비교하고 가늠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정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연구소가 습격을 당하면 아빠의 연구는 실패할 것이고, 엄마가 병에 걸렸을 때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이 깡그리 사라지게 된다. 길이 습격을 막는다면 아빠 편에 서게 될 것이다. (본문 232p)

 

<<50 대 50>>은 부모에 대한 반항심으로 무작정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사춘기 소년이 엄마의 유전병에 알게 되면서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생명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모든 생명은 다 똑같다. 그러기에 동물 실험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 실험으로 의학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 또한 사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옳은 길일까? 이 책은 무엇이 정답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 실험과 생명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제한함으로써 인간의 생명과 동물의 권리가 보다 윤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게 함에 있다. 나는 길의 친구인 루이스의 대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물들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몸의 일부가 잘린 채 실험에 이용되는데도 넌 괜찮단 말이야?"

"난 잘 모르겠어. 아니, 내 말은, 정말로 중요한 걸 발견하기 위한 실험일 수도 있다는 뜻이야. 에이즈나 암 같은 위험한 병의 치료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불가피할 수도 있잖아.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찬성과 반대가 50 대 50인 문제 같아. 참 복잡하다, 그치?" (본문 128p)

 

정말 복잡한 문제이다.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노력도 해야하며, 다양한 질병이 발병됨에 따라 의학의 발전도 끊임없이 노력되어야 할 것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이지만, 생명의 존중과 동물의 권리 보호가 윤리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법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이 그 방안을 찾아가는 시발점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더불어 소통의 부재로 인해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이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해가는 과정도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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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wolas 2020-10-23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유익하네요 감사합니다

김콜트 2020-10-23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줄거리를 잘 쓰셨네
 
아타락시아 - 정현진 사진집
정현진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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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raxia 아타락시아 : 그리스어. <철학>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동요가 없이 고요한 마음의 상태. 에피쿠로스의 철학에서 이것은 행복의 필수 조건이며 철학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평정(平靜), 냉정(冷靜)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이 책의 저자 정현진은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평범한 피사체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포토그래퍼라한다. 나는 이 책 <<아타락시아>> 사진집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포토그래퍼이지만, 그의 사진은 사진가, 문인, 교수 등 해외 사진 애호가들로부터 SNS를 통해 사랑받아 왔다고 한다. 이 사진집은 사랑받아온 사진들은 묶어 출판한 책이기도 하다. 형상, 사유, 동심, 사랑, 행로, 장면을 주제로 수록된 사진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사진들이었다. 보통의 사진집과는 달리 검은 표지에 덩그러니 제목만 적혀있어 사실은 굉장히 독특한 사진집일 것이라 생각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작가일거라 짐작하고 펼친 페이지 속에는 정말이지 지극히 평범한 사진들만이 수록되어 있었다. 자전거, 놀이기구의 그림자, 슬리퍼, 식당의 물컵, 안경, 그리고 누군가 널어 놓은 빨랫줄의 손 행주 등등 그저 눈만 돌리면 보이는 우리 주변의 모습 그대로였다. 실망했다고 생각했던가?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너무 평범한, 너무 일상적인 피사체였지만, 그것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놀라웠다.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인다. 눈을 돌리면 작품이 될 수 있는, 그리고 미소지을 수 있는, 바라보면 행복해질 수 있는 모습들을 그저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풍경을 놓치지 않고 담아냈고, 디행히 우린 지나쳐버리거나 혹은 잊혀져버릴 법한 일상적인 피사체들 속에서 편온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가로수

 

색다른 피사체에 관심을 갖던 어느 날,

갈라진 차선의 크랙이 눈에 들어왔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간,

크랙은 나무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더 시간이 흐르자,

나무 사이로 새들이 날아들었다.

 

상처도 때로는 아름다울 수 있다. (형상-06)


 

피사체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사실 작가는 그 평범함 속에서 삶을 찾아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피사체는 평범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우리가 색채 처리에 집중하여 색채의 아름다움만을 보려는 우리에게 대상의 내면의 본질을 보여주려 했으며, 속도만을 추구하면서 자기 집착은 강해지고, 여유와 관용은 점점 더 결핍되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이끈다. 그로 인해 나는 창문을 바라보았고, 문을 쳐다보았으며, 차선을 바라보았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는 더 많은 사랑과 더 많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

 

사랑을 찾기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어느 날, 자주 다니던 화장실에서 사랑을

발견했다. 늘 내 주변에 있었는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눈을 조금만 낮추어 바라보니

금세 사랑스럽게 보였다.

 

눈 높이 낮추기 (사랑-01)

 

 

 

난 그가 보여준 아름다운 풍경도 좋지만, 주변의 모습을 담은 피사체들에 더욱 정감을 느낀다. 그 피사체들에서 나는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았고, 눈길조차 주지 못했던 행복과 사랑을 보았으며, 우리 주변이 선물하는 멋진 명화를 보았다. 아....그래서 이 사진집의 이름이 아타락시아였구나. 잡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동요가 없이 고요해지는 마음을 전하고 있기에. 이 깨달음탓인가? 갑자기 내 시선이 닿는 곳,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情을 느낀다. 일상의 피사체는 이렇게 편안함을 주고, 공감을 느끼게 하였고 나는 그렇게 아타락시아를 느낀다.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할 수 있었던 작품 <<아타락시아>>는 지극히 평범함이 주는 편안함과 안식 그리고 행복을 선물한다. 정말 평범한 피사체였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작품들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어줄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만심환희(滿心歡喜)

 

휘황한 밝음을 맛보기 위해서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한다.

 

긴장과 고통 뒤에 누리는 즐거움은

우리가 평소에 예상했던 그 이상이다. (사유-38)

 

(이미지출처: '아타락시아'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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